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새로 산 제빵기로 3시간 남짓 걸려 빵이 구워 지길 기다리는 동안

빵 냄새 솔~솔~ 풍기며 빵이 거의 다 구워졌을 무렵

아이와 아이 아빠는 낮잠을 자버리고

결국 이번에도 빵은 나 혼자 먹다가

그냥 우산 치켜들고 집을 나와버렸다

전화로 영화 시간 몇개만 알아가지고는.

극장에 도착한 순간,

그 많은 인파들에, 전광판의 매표 상황을 확인하고는

영화 보기는 간단히 포기해버렸다.

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 맨, 가문의 위기, 모두 2-3시간후 표나 살수 있는 상황.

슬 슬 걸어내려오면서 서점에 들려

책 구경하고 (요즘 관심이 가던 어떤 요리책, 제빵 관련 요리책-구경만 했다)

아이 숫자 공부, 글자 공부책 세권 사가지고,

집 앞 미장원에나 가자고 버스 타고 집까지 와서 미장원을 올려다보니

불이 꺼져 있다 오늘까지 쉬는 모양.

...

집으로 돌아왔다.

반가워 하는 얼굴과 별로 안그래보이는 얼굴이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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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수원으로 달려왔다.

거리거리마다 도로까지 진출해 손님을 기다리는 각종 선물 세트들,

화장 곱게 하고, 약간 화려한 듯 차려 입고, 굽있는 구두 신어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에, 손에 큼지막한 쇼핑백까지  들고, 바쁘게 걷는 사람들... 구경하며 왔다.

막상 학교에 들어서니, 학교 내는 수위실부터 조용~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일터를 빠져 나가고 없었다.

건물이 쓸쓸해 보인다, 실험실이 쓸쓸해 보인다.

사정이야 어쨌든 그 시간에도 아직 일터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하고,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명절을 맞던, 불과 몇년 전을 떠올려보았다.

추석, 크리스마스, New year day...

다른 사람들의 흥분을 보며 나 자신은 그냥 적막함을 느껴야 했던 때.

그냥 이유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던 때.

누구에서든 전화라도 오기를 괜히 기다렸었지.

하하...

인간은 외로운 존재야, 외로운 존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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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을 나선것이 14년전이니,

이게 얼마만인가

모교 도서관에 앉아 있다. 대출증까지 당당하게 만들어가지고는.

바로 엊그제 같은 시절이 자꾸 떠오른다.

예전과 달라진 것도 많지만

그때와 변함없는 것들을 발견할 때의 기분이란...

나도 모르게 씨~익 웃고나서 멋적어 주위를 둘러본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새에.

지금부터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세월의 흐름을 직시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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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5-09-1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그 감회가 얼마나 새로울지는 가히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지금도 문 닫을 때 즈음이면 "Panis Angelicus"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지.....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
조안리 / 문예당 / 1997년 1월
품절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레 뒤로 나자빠질 궁리부터 하는 것. 패배주의는 패배 그 자체보다 훨씬 더 경계해야 될 악덕이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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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내 손은 언제나 바빴지
너와 놀아 줄 시간도 없을 만큼
넌 조금만 같이 놀자고 졸랐지만
난 그럴 여유가 없었단다.

난 네 빨래를 했고 바느질을 했고 밥을 지었단다.
그 때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했을 때
난 "조금 있다가"라고만 했지.


인생은 짧구나. 해가 바뀌고 바뀌어
작은 꼬마는 훌쩍 커버렸구나.
이제 그림책은 사라져 버렸고
함께 놀아줄 게임도 없는데,
"잘 자", 네 뺨에 입을 맞출 수도 없고
침대에 기대 기도하는 네 모습도 없구나.

그저 다 어제의 일이었는데
그렇게 바빴던 이 엄마의 손은 그저 여기 있는데
이제 하루는 길기만 하고 무엇을 할 지 모를 뿐인데
다시 돌아가고 싶구나.
네가 내게 조르던 그 작은 일들을 하러 말이다.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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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9-1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을 울리는 글이군요. 지금은 아이에게 부대낀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사이에 세월이 흘러 아이는 곁을 떠나 버리겠죠.. 후..

hnine 2005-09-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네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영엄마 2005-09-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제 서재에 퍼갈께요~ (__)

LovePhoto 2005-09-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엄마들이 대부분 갖게되는 생각이겠지요?
물론 아버지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하늘바람 2005-11-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슬프네요. 어릴 때 무섭던 엄마는 요즘 내게 말합니다. 너 언제 그렇게 컸니? 엄마가 더 잘해줬어야하는데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