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담당 업무로 도서실을 맡았다. 그러나 준비가 덜된 탓으로 실제적으로 일을 한 지는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 보고 싶다. 요즘 도서실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고 한 번 써 보았다.


3000권의 책이 도서실 밖을 나가 세상 구경을 하고 오는 것.

하루 종일 도서실을 개방해 놓는 것.

도서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이 웃음으로 환한 것.

아이들이 도서실에 있는 화분을 보며 따뜻한 눈길을 주는 것.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내가 자신 있게 골라줄 수 있는 것.

가끔씩은 도서실 메모판에 대한 건의사항 쪽지가 달리는 것.

디지털도서실의 하루 이용자 수가 한 100명쯤 되는 것.

디지털도서실에 매일매일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새로 올라오는 것.

디지털도서실의 독서표현마당에 서너 개의 글이 올라와 저녁 퇴근할 때까지 그 글에 대한 비평문을 쓰느라 끙끙대는 것. 그래서 퇴근이 좀 늦어져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

디지털도서실 자유게시판에서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

 

독서토론회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신청이 쏟아지는 것.

월말에는 추천해 준 좋은 시를 뽑느라 도서부원들과 열심히 토론하는 것.

우수 독서표현에 줄 도서상품권에 정성스러운 인사말로 무엇을 담을까 고민해 보는 것.



이런 날이 곧 오겠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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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4-04-2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 어쩌면 하루종일 도서실 개방하는 건 일주일에 하루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예상하기로 그 소원이 가장 먼저 이루어질 확률이 높은것 같네요. ^^

두심이 2004-05-0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러워라~ 나는 책속에서 일하는게 꿈인데... 님! 좋으시겠어요.
 

   우리 학교는 오늘부터 수학여행(2학년), 수련회(1학년) 활동에 들어갔다. 그래서 하루 종일 3학년들만 학교에 남아서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보통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학교에서 주로 '부장교사'들을 중심으로 환송하러 일찍 출근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오늘 2학년들은 7시에 학교를 떠나기로 되어 있어서, 나도-부장교사는 아니지만- 환송하려고 일찍 학교에 왔다. 아이들은 이미 차에 다 타 있어서 나는 버스에 올라서 아이들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다.

   여행 떠나시는 여러 선생님들께도 인사를 드렸고, 학교에서 준비한 아침을 식당에서 먹었다. 이제는 1학년 차례. 1학년들은 오늘 수련회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8시 30분이 출발 예정이었으나, 몇 가지 이유로 약간 늦어졌다. 그러니까 0교시 수업이 끝난 3학년들이 창밖으로 운동장을 보고 있는 게 내 눈에 보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은 정규수업 3시간에 보충수업 2시간이었다. 어제 너무 늦게 잔 탓인지 정신이 약간 흐릿해서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수업을 하면서 '음, 몸 상태를 좋게 만들어야 수업도 잘 된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그래도 3학년들 수업이라 나름대로 긴장이 된다.

   요즘은 3학년들과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다. 원래 이번 3학년들이 붙임성도 좋고, 선생님들을 잘 믿고 따르는 분위기라 선생님들 사이에선 '순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번 3학년이 처음 대하는 학생들인지라-이미 1,2학년 때 가르쳐 온 선생님들과는 탄탄한 인간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가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외로 아이들이 잘 대해 주는 것 같다. 모르는 문제로 스스럼 없이 들고 오고... 복도를 지나다닐 때는 언제나 환하게 인사를 하는 편이다. 학교 밖에서 만나도 반갑게 맞아준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아이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눈에 들어올 때마다 참 괜찮아 보인다. 그네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겠고, 그네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사탕 두 봉지를 사 들고 들어갔다. 고등학교 3학년에게 겨우 사탕 한 알씩 건네 주는 게 유치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이 주는 거라서 또 고맙게 받는다. 아이들은 사탕의 의미를 자기들 나름대로 '수업시간에 입 좀 닫아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나는 옥신각신하는 아이들을 보며 또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너희들이 좋아서 사 주는 사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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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4-04-2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탕 한 알의 진정한 의미을 알아주는 학생이 있을거고 그 학생역시 어른이 되면 사탕 한 알 건네줄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갈겁니다.

2004-04-21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교는 군대가 아니다.

학생은 군인이 아니다.

제발, 미친 짓 좀 하지 마라.

왜 학교를 군대로 만들려고 하나?

그렇게 군대 문화가 좋으면 선생 때려치우고 군대를 가든가!!

 

- 2004년 3월의 살풍경한 학교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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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3-23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조금전에 심상이 좋아님 서재에서도 봤는데... 저까지 화가 나고 답답해 지는군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니....

느티나무 2004-03-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 아침에 학교가면요, 제일 먼저 차마 웃을 수 없는 만화 한 편을 당장 올려야겠어요 ^^

비로그인 2004-03-2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하시는 느티나무님의 모습에 이 나라 교육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 합니다, 화이링요!

느티나무 2004-03-2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 들어온지 이제 6년째...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다잡아야겠습니다. 처음보다는 조금 더, 자신감도 생기구요! 스스로 지치지 않고 힘차게 살아야한다고 다짐해 봅니다.

비발~* 2004-03-25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얘들아, 왜 사탕 달라고 안 하니?

   오늘부터 이번 주 내내 0교시 수업을 해야한다. 어제 잠을 설친 탓인지 오늘 아침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늦은 것에다 더해서 옷 꺼내 입고 꾸물거리다 보니 평소보다 약간 늦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수업시간까지는 3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0교시는 남학생 문과반. 공부 안 하기로 유명한 반이다. 고3이라지만 많은 학생들이 엎드렸다는데 내가 도끼눈을 해서 그런지, 안 보이게 자는 것인지, 딴 생각만 하고 있는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래서 수업은 더욱 힘들었다. 처음에는 '얘들아, 힘들지? 우리 조금만 참고 열심히 해 보자!'고 했는데 점점 고개를 숙이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나도 그만 맥이 풀리고 말았다.

   연속되는 1교시 수업. 이번엔 여학생 이과반. 교실에 들어가서 토요일에 촛불집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잠깐 하고, 화이트데이 얘기를 꺼냈다.

   "여러분들은 어제 뭐 했습니까? 남자친구한테 사탕 많이 받았나요?"

  "아니요. 샘은 여자친구한테 사탕 주셨어요?"

  " 글쎄요..."

   이렇게 싱거운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아, 이 녀석들이 고3만 아니었으면, 그래도 사탕사달라고 졸랐을텐데... 하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문제집 풀이를 하면서도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문 하나 읽고, 문제 풀이하고.

   "여러분, 여러분들은 왜 저에게 사탕사달라고 얘기하지 않지요?"

   그제서야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선생님, 사탕 사주세요" 라고 난리다. 지금은 수업시간 중이니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고 다시 수업을 해서 1시간이 지나갔다.

   3교시 수업은 여학생 문과반. 2교시에 미리 사탕 다섯 봉지를 샀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나에게 초코렛을 전해 준 2학년 여학생 두 명에게 각각 사탕 한 봉지씩을 건네 주었다. 세 봉지를 들고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문제집 풀이하는 삭막한 고 3교실에도 사탕 한 알의 달콤함은 입 속에 번지고, 봄햇살이 교실 가득 들어와 화사하게 피었다.

   창 밖으로 건너다 본 햇살이 더 없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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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6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여~ 지두요, 질문 있어요! '글쎄요', 가 당최 뭔 소리대요? 쿠쿠...

비발~* 2004-03-16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0교시... 이래야 하는 건지...ㅜㅜ

느티나무 2004-03-1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교시 때문에 죽겠습니다~! 아이들이 쓰러져 있는 걸 보면 안타까운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만 하니...
 

   오늘 공부방에 갔었다. 오후 4시 회의가 있는 날이다. 학교에서 미리 점심을 먹고, 4교시가 끝난 1시 10분에 학교를 나섰다. 4시까지니까 시간은 넉넉했지만, 중간에 약속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에 내려 영도대교를 걸었다. 바람을 세찼다. 누구나 요즘 같은 추운 날씨가 싫겠지만, 나는 추위를 좀 더 많이 타는 것 같다. 세찬 바람에 눈이 시려 눈물까지 찔끔거리고, 조금 피곤했던지 오는 내내 졸아도 또 잠이 쏟아진다.

   공부방 교사모임 30분 전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오늘 할 회의 내용을 미리 정리하고 선생님들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4시 15분, 10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가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새학기 시간표 짜기,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오기 때문에 각자 시간표를 조정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라 남은 요일을 택했는데, 매주 화요일에 공부방에 올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좀 있을 봄소풍 계획과 여름 캠프 일정, 교과서 채택 문제 등으로 치열하게 의견들이 오가고 거의 회의가 마무리되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전에 부터 운을 띄운 새 대표교사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공부방 교사대표가 일하려면 아주 많고, 안 하려고 하면 별다른 일이 없는 자리지만, 나는 1년 임기의 대표를 4년 동안이나 해 왔다.

   생각해 보면 처음 2년 동안은 무척 의욕적으로 활동을 한 것 같다. 나름대로 공부방 수업과 활동에 비중을 많이 두면서 개인적인 생활은 좀 뒤로 미뤄두었다. 그래도 그게 별로 힘든 줄도 모르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게 좋으니까, 또 마땅히 내가 해야 하니까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은 교사대표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내가 어떻게 할 도리도 없어 지난 2년 동안을 버텨온 셈이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사퇴를 발표했다. 새로 맡아주시는 선생님도 생겨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공부방 여건도 조금은 괜찮아졌고, 또 일이라는 게 맡으면 또 다 해내게 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공부방에는 계속 올라가서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조금 홀가분하다. 하는 일은 없어도 알게 모르게 '자리'에 눌려서 제법 힘들었던가 보다.

   회의는 일곱시에 끝났다. 내가 진행하는 마지막 회의였다. 여선생님들께서 상을 차리고 남선생님들께서 설거지를 하는 공부방 전통이 참 보기 좋다. 내가 공부방에서 십 년동안 보아온 전통이다. 자유롭고, 넉넉하고, 사람냄새 짙은 우리 공부방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공부방 일에 헌신적이고, 마음 따뜻한 선생님들을 더욱 닮아가고 싶다.

   아무튼 오늘은 지난 4년간 내가 져온 짐을 부려놓은 날이다. 일단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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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3-0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을 덜어놓으신 만큼 맘의 여유가 찾아오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