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깨끗한 개 두 마리

-안도현

화암사 안마당에는
스님 모시고 노는 개 두 마리가 있습니다
그 귀가 하도 맑고 깨끗해서
뒷산 다람쥐 도토리 굴리는 소리까지
훤히 다 듣습니다.
간혹 귀 쫑긋 세우고 쌩 하니 달려갔다가는
소득 없이 터덜터덜 돌아올 때가 있는데
귓전에 닿는 소리에
덕지덕지 욕심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그냥 한번 그래 본 것입니다
바람이, 일없이 풍경소리를 내는 물고기 꼬리를
그저 그냥 한번 툭 치고 가듯이

 

* 전북 완주에 있는 화암사를 3년 전 겨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는 대둔산과 논산의 쌍계사를 거쳐 전주로 넘어가는 여정을 잡았다. 애초에 화암사는 예정된 곳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책에서 읽고 들른 곳이다.

*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망설이다가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어서 화암사를 들러본 후에 적당한 곳을 찾기로 했으나, 우리 일행은 점심도 잊은 채 화암사에서 오후를 다 보내버렸다.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마당에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 화암사 툇마루에 앉아 한나절을 그렇게 보내고 싶다. 그 때 본 욕심 없는 개들은 또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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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 도서실 실훈은 "溫故而知新"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실훈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생각해 본 몇 가지!

  • 和光同塵(화광동진) :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같이 한다. (노자)

 

  •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 꿈꾸기, 상상하기, 창조하기

 

  • 책 속에서 펼치는 상상력의 나래

 

 

어떤 것이 좋을지 주말동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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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7-0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기, 상상하기, 상상하기에 한 표.^^

느티나무 2004-07-0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상상하기, 창조하기라고 쓰려다가.ㅠㅠ 진/우맘님, 그건 오타랍니다. 방금 수정해 놓았어요 ^^

심상이최고야 2004-07-0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꾸기, 상상하기에 한 표^^

메시지 2004-07-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가스~지킬 것은 지키자!
제가 학원에서 대입반 담임을 맡았어요. 급훈도 반장도 없이 모두가 스스로 알아서 잘 해보자고 했는데 참 힘드네요. 그래서 요즘 생각하고 있는 급훈이에요. 정말로 박가스를 나눠주면서 급훈을 발표할까 고민중입니다.

비로그인 2004-07-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예쁜 말... ㅋㅋ-꿈꾸기, 상상하기, 창조하기
 

[문항] ‘교사’의 말을 통해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쓰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500자 정도로 쓰시오.(30분)


   “제군, 지난 일 년 동안 고생 많았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시간만은 입학 시험과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단 내가 묻는 형식을 취하겠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생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잠시 후에 한 아이가 일어섰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교사가 말했다.

  “왜 그렇습니까?”

다른 학생이 물었다.

  “한 아이는 깨끗한 얼굴, 한 아이는 더러운 얼굴을 하고 굴뚝에서 내려왔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얼굴의 아이를 보고 자기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깨끗한 얼굴을 한 아이는 상대방의 더러운 얼굴을 보고 자기도 더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생들의 놀람의 소리를 냈다. 그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 번만 더 묻겠다.”

교사가 말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전혀 묻히지 않은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똑같은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한 학생이 얼른 일어나 대답했다.

“저희들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그 답은 틀렸다.”

“왜 그렇습니까?”

“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을 테니까 잘 들어 주기 바란다. 두 아이가 함께 똑같은 굴뚝을 청소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얼굴이 깨끗한데 다른 한 아이의 얼굴은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교사가 분필을 들고 돌아섰다. 그는 칠판 위에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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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웬수다!

   요즘 며칠 날이 더우니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 한다. 다른 수업시간에는 몰라도 내 수업시간은 무척 피곤해 한다. 특히 월요일은 토/일요일도 없이 학교에 나오고 있는지라 주말 여행을 다녀온 내가 도리어 미안할 지경이다. (고3 학생들은 일요일이 없다고 한다. 이 학교에 와서 처음 알았다.) 하기야 우리 학교는 3월부터 전쟁하러 나가는 병사들 마냥 아이들을 몰아대었으니, 석달이 지난 지금은 학생들의 긴장도 많이 풀리고 체력도 떨어져서 관성적으로 공부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다.

   월요일은 수업이 좀 많은 날이다. 1교시는 그냥 별탈 없이 넘어갔지만, 3교시 수업부터는 아무리 달래고 을러도 소용이 없었다. 사실, 2교시 때 좋은 노래를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실에 들어가서 즐거운 목소리로 인사를 했으나, 반응은 썰렁하다 못해 아예 없었다.^^; 평소엔 서로 인사도 잘 하고 제법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휴~!

   5교시 또 3학년 독서 수업, 6교시 1학년 진로와 직업 수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날도 후덥지근해서 아이들이 도무지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업은 끝났지만, 7교시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수업이 어렵다는 3학년 문과 남학생반이었다. 수업에 들어가자 마자 학생들에게 오늘 수업의 상황과 내 마음 상태에 대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리 설명했다. 사실은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이 시간에도 수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면-야단 대신에-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사 줄까도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한결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아이스크림은 다음 시간에 사기로 했다. ^^

  9교시 수업-7교시부터는 보충수업이다.-도 있었는데, 오전 3교시에 같이 수업을 했던 그 반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오전보다 훨씬 더 생기가 있는 것 같았다. 오전에 내가 느꼈던 기분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학생들도 그리 나쁜 반응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반에도 아이스크림을 사 주기로 했다. ^^;

   그래서 힘겨운 월요일 수업이 끝났다. 지금은 화요일 수업도 끝난 밤이지만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다른 두 반에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매점 사장님의 농담 한 말씀 "선생님,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입니까?") 나는 아이들이 그거 물고 공부 좀 열심히 해 줬으면 좋겠다.

   글쎄, 나는 왜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원래 너무 당연한 질문은 어려운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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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6-1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울 땐.. 아이스크림 사주는 선생님이 젤 좋았어요~~~

느티나무 2004-06-1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울 때도 나를 싱긋 보며 내 말을 알아듣고 있다는 듯 집중하고 있는 학생이 젤 이쁘지요 ^^;;

kimji 2004-06-1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은, 기특하게도 '다 알아요- 다 알아요- 선생님도 지금 힘들죠?' 라고 눈빛을 보내는 아이도 무척 이쁘죠. 더운데 수업하는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모두 힘내시길 마음으로 빕니다!

느티나무 2004-06-1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학생들이 한 명도 없는 교실은 상상하기 힘들겠죠? 아니, 공포겠지요? ㅋㅋ

병아리교사 2004-06-16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
 

 0교시 없애라니 정규수업 앞당기는'편법'


조향미선생님/[한겨레신문 6월 7일자 17면]


  요즘 우리 나라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 현장은 심각한 갈등과 분열에 싸여 있다. 0교시 폐지 때문이다. 이 문제는 얼마 전 교육부와 전교조 본부가 합의하고 각 시도 단위로도 합의를 했거나 합의 중에 있다.


  '0교시'란 기이한 이름의 시간은 대체 무엇인가?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정규수업은 대략 9시에 시작되는데, 그 정상 일과 전 7시50분에서 8시40분까지 하는 시간을 0교시라 부른다. 그 0교시를 일괄 폐지하라는 공문이 부산 같은 곳에는 벌써 보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원숭이도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이 무슨 조삼모사란 말인가! 0교시를 못하게 되니, 많은 학교에서는 일과 자체를 1시간 정도 앞당겨 시작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그 동안 0에서 8까지 진행하던 일과를 1에서 9까지 말만 바꾸어 하겠다는 것이다.(정규수업은 6 혹은 7교시까지다.) 수십년 묵은 0교시를 겨우 폐지시키니 이제 9교시라는 시간이 학생과 교사의 숨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일과 조정을 생각해 낸 사람들은 교육청, 교장 등의 관리자들과 어떻든 보충수업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일부 교사들이다. 그 동안 0교시를 반대하던 사람과 지지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이제는 9교시 개설 유무를 놓고 그대로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학교에서는 일과 조정안을 놓고 여론조사와 토론회, 투표까지 하다가 구성원들 간에 극한의 감정대립으로 치닫기도 한다.


   0교시를 폐지한 근본 취지는 조기등교와 수업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수업효과도 낮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과다한 강제보충수업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0교시 때문에 많은 아이들은 아침을 굶고 변비에 시달려 왔다. 수업을 해본 교사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하루 일과 중 0교시만큼 힘들고 재미없는 수업도 없다. 아이들은 그냥 몸만 앉아 있을 뿐이다. 아니,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아이들이 책상에 고개를 박고 엎드려 자고 있다.


   그 0교시를 폐지하니, 이제는 9교시! 오전에 4시간, 오후에 5시간이나 수업을 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의 진정한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법으로 정한 노동시간은 8시간이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은 6~7시간의 정규수업, 2~3시간 보충수업, 1시간 〈교육방송〉시청, 2시간 남짓 야간 자습, 또 상당수는 심야 학원! 이것이 우리 나라 고등학생의 '경이로운'일과다. 그런데도 학력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무엇으로 이 불가사의를 설명할까.


   학창시절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진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 하루에 10시간이나 수업(강의)을 듣고 나면 혼자 공부할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 4당5락! 잠을 4시간만 자면 혼자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할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하루에 9, 10시간을 수업해야 하는 거라면, 왜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애초에 그리 짜놓지 않았는가


   그런데 일부 교사와 학부모, 절대다수 교장들은 이런 과다한 0교시나 9교시를 반대하는 교사들을 학생은 생각지 않는 이기적이고 게으른 선생으로 몰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의 보충수업수당을 과외로 받으면서 보충수업을 많이 하려는 교사는 교육적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고, 퇴근 후에도 남아 갖가지 수업자료를 만들고 아이들의 과제물을 집에까지 들고 가서 검사하고 교정해 주는 교사라도 강제적이고 과다한 보충수업을 반대하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선생이란다.


   대체 교육이란 무엇이며, 미래세대에게 진정 길러주어야 할 능력이란 무엇인가? 질에 관계없이 수업 시수를 무조건 많이 늘리기만 하면 좋은 교육이 이뤄지고 아이들은 정말 능력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까? 강제적인 수업에만 의존해 온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모른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9시간, 10시간 수업을 받아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말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일까?


   학부모들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강제보충수업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것은 다른󰡐이익󰡑이 개입한 문제라는 것을. 선생의 수업만 많이 듣는다고 결코 내 아이의 학력이 신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사 점수 몇 점이 오른다 하더라도 그런 점수만으로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삶을 열어 가는 진정 능력 있는 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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