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의주의자인가? ㅋㅋ 어제와 오늘 모두 다섯 번의 회의가 있었다. 일상적인 회의도 있고, 조금은 특별한 회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항상 성과가 있는 건 아니다. 일상적인 회의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어제는 앞으로 일하게 될 단체의 첫번째 회의였으나, 모두 9명 중에서 3명만 참석했다. 그래서 성원 미달로 회의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간 게 조금 허탈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나눠서 들고 집으로 빨리 올 수 있었으니 그건 좋았다. 그러나 출발이 좋지 않은 게 영 불안하다. 역시 사람들은 돈 안 되는 일에는 잘 모이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교내 국어과 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우리 학교의 국어선생님은 모두 열 분. 한문 선생님까지 치면 열 한 명이다. 공식적으로는 매주 한 번 회의가 열리겠지만, 아마도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모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여서 별로 나눌 이야기가 없기 때문인 듯 하다. 국어 선생님들 중에서도 다 생각이 다르고, 서로 협력해서 무엇을 해야할 일이 특별히 없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연간 수업 계획과 수업 연구자 지정, 부장 교사 선임 같은 학년 초 업무가 있어 모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회의에서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오늘 7교시에도 교직원 전체 회의가 열렸다. 비교적 간단한 전달 사항과 5차원 전면학습법에 대한 연수가 있었지만, 나는 컴퓨터의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거나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내일 수업 준비만 했다. 그만큼 챙겨 들을 내용이 없었다. 맨 마지막에 인사위원회 규정 개정안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와서 내가 집중했지만, 그것도 곧 다음 주 회의에서 최종 검토하기로 결정하고 다섯 시를 넘어서자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학교의 회의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오늘의 다음 회의는 학교 주변의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새로 오신 몇 분을 환영하는 자리를 겸해서 앞으로 교내 모임의 1년 동안의 활동 계획을 점검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 중에서 내가 꼭 챙기고 싶은 회의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18명이나 모인 탓에 회의가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쪽에서 일어나 이야기하면 꼭 다른 쪽에서 자기들끼리 떠드는 분위기... 식당에서 해서 그런지 산만하고 정신 없는 회의 정말 싫다. 그런 사람들은 뒤에 꼭 방금 한 이야기를 또 묻는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니 조금 더 노력해서 멋진 1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인근의 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회의에 합류했다. 아마 내가 오늘 회의가 너무 많아-회의 시간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 해서- 스트레스를 좀 받은 모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의논하고 계신 자리에 합류해서 신나게 떠들었다. 여섯 분이 모임 자리였는데 내가 회의 진행을 좀 해 본 적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확 바꾸어버렸다. 4월 10일에 젊은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를 준비하는데, 전체적인 계획과 준비를 해야하는 회의였다. 작년에도 같은 연수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고민해야 할 부분은 집중하고 나머지는 점검만 하는 방향으로 돌려서 회의를 끝내니 9시 40분이었다.

   사실, 오늘의 계획은 맨 마지막 회의를 끝내고 전에 집들이 한 친구집에 화분을 사들고 쳐들어 가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지금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일 또 공부방 교사회의하는 날이구나.

   나는 정말 회의주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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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3-06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회의가 많으셨군요... 저는 지금 다니는 회사로 옮기면서는 회의가 거의 없어서 혼자서 회의감을 느끼는... 또다른 회의주의자랍니다. ^^

느티나무 2004-03-0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의 생각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회의는 좋은 것이죠. 그러나 민주적이지 않은, 형식적인 회의는 사람를 사고하지 않게 하고, 생각의 질을 떨어뜨려요. 그러니 당연히 성과가 낮을 수 밖에요. ㅋㅋ 그러니 저는 답답하고... 눈 와서 고생 많이 하시죠?
 

오늘만큼은, 이미 한참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다.

   평소에는 이 시간 때 쯤에 잠들지만, 오늘은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좀 피곤했던지 일찍 자려고 했다. 아니 일찍 잠들었다. 저녁 6시 약속은 취소되었고, 나는 학교 근처에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 시원한 칼국수 국물을 들이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축구 중계가 7시에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전반전이 끝나고부터는 나도 모르게 스스륵 잠들어 버려서 중계가 끝나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졸음 기운이 남아 있어서 내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요즘 읽고 있는 '칠레의 모든 기록'을 좀 읽다가 다시 잠이 쏟아져서 잠을 잤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 깨 보니 11시 30분. '어?, 이 시간에 전화 올 데가 없는데?'하며 전화를 안 받았다. 그러자 곧 이어 문자메세지 도착! 내 친구 장OO였다. 메세지 내용은 연락바람! 음, 이 시간에 이런 메세지는 '궂긴 소식'일 가능성이 많은데... 걱정하며 전화를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모레 우리 학교 근처에서 모임을 하는데 오라는 것과 내 안부를 묻고, 봄방학 동안의 자기 근황-술먹고 계단에서 굴러서 치료받았다는 이야기-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자기는 피곤해서 퇴근해서 지금껏 자고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통화를 10분쯤 하고 나니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이제 슬슬 다시 잠이 오기 시작한다. 빨리 컴퓨터 끄고 내 방의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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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가능하면 학교 일과 시간에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학년에는 공무와 사적인 일을 확실히 구분하고, 학교에서는 공적인 업무에 최대한 에너지를 쏟으려고 한다.

   이 삭막한 학교에도 눈이 펄펄 내린다. 교무실도 술렁이고, 아이들도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내가 이런 날 수업을 한다면, "애들아,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봐라"라고 하거나 "나가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성탄 전날에 눈이 온다면 수업하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간다고 약속한 적도 있었다.)

   나는 혼자 학교 건물 주변을 걸어다녔다. 서둘러 디지털카메라를 찾았으나, 오늘은 집에 두고 와 버렸다. 그러니 꼭 찍고 싶은 장면을 남길 수가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이들의 손전화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눈뭉치를 던지며 노니까 한결 생기가 돋는다.

   또, 생각지도 않게 눈이 오는 덕분에 약속도 생겼다. 유달리 퇴근이 빠른 교무실, 그러나, 나는 약속 때문에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 6시. 이제 서서히 챙기고 나서면 될 것이다.

   이 어수선하고 왠지 모를 답답한 내 마음을 덮어주려는 듯, 오후내내 지금까지 눈이 내린다. 눈이 소담스럽게 세상을 덮어간다. 내 마음을 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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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넘겼으니 어제다.

   어제는 새학기에 맡을 업무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게다가 새로 오신 선생님들을 환영하는 자리까지 겸해서 저녁까지 함께 먹었다.

   올해 내 담당업무는 교과서 업무와 학교 도서실 운영, 수업은 고3 수업을 주당 16시간, 고 1 수업 2시간 하게 되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업무가 문예/교지 발간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어제 학교에 가서 업무 분장표를 받아보니 그렇게 바뀌어 있었다.(나를 데려가려는 아줌마샘들 몇 분이 무척 속상해했다.ㅋㅋ) 그래서 작년 그 책상을 그대로 쓰게 될 것 같다. 남들이 기피하는 교감샘이 계신 교무실(교무실이 몇 개로 나눠져서 가장 큰 교무실에 교감샘이 계시는데, 보통의 샘들은 그 교무실을 기피한다..)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좀 그렇지만, 나야 뭐 아무래도 별로 상관 없는 일인듯!

   수업은 문제풀이식 수업을 하기 싫어서 1학년 담임을 희망했더니 학교 사정으로 고3 수업을 턱하고 맡겨 놓았다. 문제풀이 수업은 하기 싫지만, 학년이 학년인지라 문제집을 선정해서 계속 풀어주는 방법으로 수업을 해야할 듯하다. 작년에는 그래도 교과서를 배우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봤는데, 올해는 힘들지 싶다.

   도서실 업무를 하게 된 것은 그나마 괜찮은 것 같다. 도서실에 살림을 차려놓고 거기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생활을 해 볼 생각이니까 처음에 적응만 잘 하면 별 문제는 없고, 좋을 것 같다.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을 환영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갔었다. 사실 1년 전에 그 자리에 갔을 때의 서먹함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자리에 앉아 있기가 여간 껄끄럽지 않았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나서 그 사람들과 낯익다는 것이 우습다. 사실, 그 첫번째 회식을 끝으로 학교에서 주최하는 회식자리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학년 모임에는 어쩔 수 없어서 가지만 무슨 무슨 날-예를 들면 스승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단체로 회식을 할 때는 안 간다.

   그러나 오늘은 새로 오시는 선생님 중에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이 몇 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갔다. 그 분들의 뻘쭘함을 잘 알기에 내가 옆에라도 앉아 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아주 늦게 갔기 때문에 고기 몇 점을 집어먹고, 자리를 옮겨 행정실에 근무하는 분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모두 좋아한다. 친절하고 헌신적으로 일하시고, 하기에 따라서는 행정적인 업무가 교사들을 억압하는 경우도 많은데 전혀 그렇게 일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랑 술이 몇 순배 돌고 넉넉한 마음을 나누고 나니, 약간 어질했다. 회식 자리를 빠져나와서 근처 공원에 잠시 앉았다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술이 과했던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그러다 '울컥' 하는 기운 때문에 갑자기 일어나, 화장실 변기를 잡고 울었다(?) 한참을 그러고 나니 정신이 말짱해지면서 지금까지 잠이 안 온다.

   올해 또 새로운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어야 할텐데...슬슬 걱정이 된다. 빨리 잠도 자야할텐데... 그것도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걱정이 팔자라는 말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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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와도 봄같지 않구나 (春來不似春)

   봄방학인데, 무슨 일이 그래 많은 지 오늘 또 학교에 와 있다. 다른 선생님들은 우째 그리 일을 잘 하시나... 왜 나만 학교에? 아무튼 빨리 하고 집에 가자!

   학교에 와 보니 며칠 전에 주문한 책이 도착해 있다. 대충 훑어보고 있으니 흐뭇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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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2004-02-2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래불사춘'이라...

nrim 2004-02-2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일 끝내면 방학 방학.... 부러워욧...!!
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 겨울... 아.. 일하기 싫어서 퇴근시간만 바라보고 있다가 여기서 괜히 투정부리다 갑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