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어느날, 인스타를 통해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드는 영상을 보았다. 얼핏 보았는데 올리브유는 집에 있고 방울토마토만 있으면 되겠다 싶어 연휴동안 만들어야지, 방울토마토를 주문해 두었다. 그리고 일요일, 전날 안산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던 길, 아 그런데 토마토 마리네이드 마늘.. 집에는 빻아서 얼린 마늘만 있으니 생마늘 사서 빻아야겠다, 하고 마트에 들러 깐마늘을 한봉지 사가지고 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방울토마토를 꺼내들고 쨔잔- 레서피를 찾아봤는데, 마늘이 아니라 양파가 들어가는 거였다. 읭? 나 왜 마늘이라고 생각한 부분? 그래도 뭐 오케이. 양파는 집에 있으니까 마늘은 이따가 삼겹살하고 같이 먹지 뭐, 하고는 방울토마토, 양파, 올리브유를 꺼내두었다. 그런데 얼라리여? 발사믹 식초도 필요하다는게 아닌가. 나는 발사믹 식초가 없는데? 다다다닥- 발사믹식초 대체품을 찾아보았더니 무슨 와인 식초 어쩌고가 나온다. 아니, 그런게 있을리 없잖아. 하는수없이 나는 여동생에게 '발사믹 식초가 없는데 뭘 대신 넣어야 할까?' 물어보니, 여동생은 발사믹식초 생략가능이라고, 자신은 그거 안넣고 한다는 게 아닌가. 굿. 좋았어. 그러면 과감히 빼! 대신 여동생은 소금으로 간을 좀 맞추라고 했다. 소금은.. 어느정도나 넣어야 할까? 아무튼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기웃거리며 찾아보니 어떤 사람들은 바질을 다져서 넣고 어떤 사람은 페퍼민트를 다져 넣었다. 생략가능해 보였지만, 뭔가 허브를 넣으면 더 좋은가 보았다. 흐음. 바질은 없는데, 페퍼민트도 없고... 파슬리 가루만 있는데 이건 그게 아니고.. 하다가. 앗!! 나에게는 고수가 있다!! 하는 큰 깨달음이 닥쳐오는 게 아닌가. 그래, 내게는 내가 농사 지은(응?) 고수가 있다. 좋아쒀!! 나는 얼른 나의 베란다로 가 고수를 몇 장 따온다. 따는 순간 향이 훅- 퍼져와서 너무 많이 넣지는 말자, 하고 조금만 따왔다. 내가 재배한 고수인 것이다.




내가 찾아본 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서피에 고수를 넣은 사람은 없었지만 ㅋㅋㅋ 나는 무려 내가 키운 고수가 있다. 내가 해보게쒀!! 바질도 되고 페퍼민트도 되면 고수라고 안될게 뭐람? 좋아쒀!! 그렇게 나는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든다. 둠칫 두둠칫. 아주 어깨춤이 절로 난다. 꺄울 >.<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고 양파와 고수, 소금 약간과 올리브유를 넣고  만들었다, 마리네이드!!



뒷배경의 저 하트는 ㅋㅋㅋ 엄마 생신이라고 올케가 장식 사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실 창문에 붙인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식구들이 안떼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만들었고, 맛은요?




다소 싱겁지만 ㅋㅋ 그래도 맛있다. 방울토마토와 양파가 씹히는 게 진짜 너무 좋다. 와인 안주 삼아 먹었다. 으하하하. 아직도 조금 남아 있어서 또 먹을 수 있다. 만세!! 너무 좋다. 다음엔 소금 양을 약간 더 늘려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얼만큼 넣었는지 모르는 부분.. ㅋㅋㅋ 기억 못함. 아무튼 이렇게 씐나있는데,


저녁엔 삼겹살을 먹었단 말야? 나는 내가 농사지은(응?) 치커리를 잔뜩 재배해온다. ㅋ ㅑ ~



저기에 고수도 몇 잎 들어가있고 제법 풍성하다. 캬- 아니 진짜 나 너무 멋지지 않냐? 세상에 치커리를 키워서 그걸 재배했다니까? 그리고 겉절이를 만들었다. 쌈싸먹기에는 사이즈가 좀 작은 것 같아 만들어본 겉절이!!



아 진짜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 내가 너무 뿌듯하다. 얼마나 기뻤는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거다. 내가 키운 고수로 마리네이드 만들고 내가 키운 치커리로 겉절이 만들었어. 그렇게 삼겹살과 함께 먹는다. 삼겹살은 마켓 컬리 연잎 삼겹살. 크 -



아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나의 뿌듯함이 가슴 가득 차올라 정말이지 자랑스러웠다. 너무 근사해! 누가? 내가!!! 이런 사람이 나다. 회사 다니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술도 마시는데 농사도 짓는다. 이런 캐릭터 너무 독보적이야. 이런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내가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깨에 너무나 힘이 뽝 들어간다. 내가 엄마 아빠한테 재배한 치커리 보여드리면서 "내가 재배한 치커리로 겉절이 만들어줄게 딱 기다려!" 해가지고 엄마 아빠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좋아. 진짜 내 자신이 너무 좋다. 최고다. 내 자신에게 돈 주고 싶지만 그러면 내 자신의 돈이 나가야 하므로 패쓰..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개멋짐 ㅠㅠ


지금 이 순간 세상천지에 부러운 사람 하나도 없다. 나 자신, 천상천하유아독존...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을 샀다.
































지난주에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아니 에르노 읽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서 굉장히 급박하게 아니 에르노 책들을 주문 넣었고 그래서 연휴전에 받았지만, 연휴에 다 끝내버리게쒀!! 하던 나의 의지는 실현되지 못했다. 책만 사서 또 쌓았네 ㅠㅠ 《탐닉》은 일전에 읽다 포기한 책이지만, 다시 읽으면서 뭔가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샀다. 무엇보다《부끄러움》을 가장 급박한 마음으로 샀는데 또 걍 쌓여있네. 어째.. 흐미.. 하나씩 읽으면서 살걸 또 왜 사서 쌓아놓는거야? ㅜㅜ 그러지말자. 이 급박한 마음, 다스려보자.

















《헌치백》은 읽고 싶어서 샀지만 읽자마자 팔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알라디너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메일에서 닉네임을 발견한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SO LATE IN THE DAY》는 클레어 키건의 최신작 원서이다. 미국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것. 아직 국내에 번역본이 나와있지 않은데, 클레어 키건은 요즘 핫한 작가이니 곧 번역본이 나오겠지 기대하고 있다. 후훗.




내년에는 월요일 책탑 없을 예정이다. 책 안사겠다는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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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26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왜 밥 안 먹어?!?!?! (일단 놀라서 댓글부터)

다락방 2023-12-26 12:31   좋아요 2 | URL
아 저 후발대로 조금 이따가 먹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6 12:40   좋아요 1 | URL
후발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엠티 가면 꼭 후발대 애들이 술도 왕창 먹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6 12:41   좋아요 1 | URL
후발대라서 밥을 많이 먹는걸까요? 흐음..

잠자냥 2023-12-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네이드 맛있어 보여요. 오잉?! 컬리 연잎삼겹살 저도 토욜인가 먹은 거 같은데…. 그날은 막걸리하고 ㅋㅋㅋ

<헌치백> ㅋㅋㅋㅋㅋ 나 오늘 팔러 나갈 예정.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내년에는 책탑 안 하기로….! 화이팅! 책누름!!

다락방 2023-12-26 12:41   좋아요 0 | URL
뭐야, 책탑 안한다고요? 그러면 안되죠, 잠자냥 님은. 그렇게 책 많이 읽는데 잠자냥 님은 계속 사야 합니다!! 누르지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네이드는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후훗.

잠자냥 2023-12-26 12:44   좋아요 0 | URL
우리 읽고 사자…..

은오 2023-12-26 13:06   좋아요 2 | URL
연말을 허언으로 마무리하시는 두분

잠자냥 2023-12-26 13:08   좋아요 1 | URL
😹

독서괭 2023-12-26 14:19   좋아요 2 | URL
여러분, 책누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예요. 그냥 책탑 하세요. 해주세요. 저를 위해서...

거리의화가 2023-12-2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키운 고수로 마리네이드 만들고 치커리로 겉절이 만드는 다락방님 멋집니다! 역시 이번 연휴에도 어김없이 부지런하게 보내셨네요. 저도 연휴 전 책 사긴 했습니다만 다락방님 책탑은 어마무시!ㅎㅎ 저는 짧고 굵게 한 권만 샀어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책탑 매주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내년부터는?ㅠㅠ

다락방 2023-12-27 07:34   좋아요 0 | URL
여기에 깜빠뉴 만들기도 포함해야 하는데 그건 실패했어요. 아오. 하루 꼬박 걸려 만든 빵인데 실패해서 입맛이 씁니다. 이건 다시 시도하기 보다는 안하는 걸로 결정내렸어요. 저도 뭔가 자꾸 하는 저를 말리고 싶지만 말려지지가 않네요. ㅋㅋㅋㅋㅋ
이번주에는 책 안사고 버티기가 목표입니다.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햇살과함께 2023-12-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돼요!! 출판계가 어렵답니다....
출판계 큰 손 다락방님!!

다락방 2023-12-27 07:34   좋아요 1 | URL
저는 어쩌다 무럭무럭 자라 출판계 큰 손이 되었을까요? 출판계를 위해 내년에도 제가 돈 좀 풀어야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2-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책탑 안하신다고요?
리얼뤼요?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오늘 책탑보고 또 깜놀했는데 정말요?????^^
맛점하셨겠죠?

다락방 2023-12-27 07: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탑 안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이제 그만 사야지, 책장 책들 보고 뭐야, 나 이런 책도 있었어? 깜짝 놀란단 말입니다. 왜이렇게 급박하게 사제끼는건지 ㅠㅠ 이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은 싹싹 밥공기 비우고 왔습니다!!

은오 2023-12-26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회사 다니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술도 마시고 농사도 짓는 사람 전 본 적이 없습니다. 개멋진 다락방님....

<헌치백>은 저도 다 읽고 알라딘에 보내려고 오늘 포장해서 딱 문밖에 내놨어요! ㅋㅋㅋㅋ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먼저 읽고 있습니다. 서재에 계속 보이네요?! 역시 사랑이 넘치는 알라딘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책탑 중지 선언은 이제 봐도 감흥이 없습니다..

다락방 2023-12-27 07:36   좋아요 1 | URL
<헌치백>은 사면서부터 이건 팔 책이다, 했는데 역시 그 느낌이 맞는가봅니다. ㅋㅋ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사랑을 공부하고 싶어서 샀는데 은오 님 구매자평 보니 딱히 공부가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샀으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탑 중지 선언에 감흥이 없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은오 님 너무 날카로운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이상, 농사짓는 다락방 이었습니다!! 만세!!

단발머리 2023-12-26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마토 마리네이드 너무 근사하네요! 자랑스러울만한 비주얼이에요. 맛도 일품이겠죠?

다음주 월요일이 이렇게 기다려질 일입니까. 아쉬운 것은 내년 첫번째 월요일이 1일이라서 연휴네요. 그 다음주 월요일 기대할게요.
이 책탑보다 더 높다,에 500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07:37   좋아요 1 | URL
맛도 일품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그나마 토마토와 양파 식감이 좋아서 먹을만해진 것 같습니다. 다음엔 소금을 조금 더 넣으면 그러면 맛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고수도 조금 더 넣어도 좋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바질을 넣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혹여라도 하게 되신다면 바질 추천합니다!!

저 이번주에 책 아직 한 권도 안샀는데요? 단발머리 님의 예언은 적중할 것인가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26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너무 멋진 분 다락방!! 직접 만든 치커리 겉절이.. 마리네이드는 또 뭔가요. 아 맛있어 보여요! 또 그걸 그렇게 신나게 만드시다니. 보기 좋습니다. 마리네이드는 저도 한번 만들어볼까 싶네요. 허브 빼곤 다 있는 것 같은데 흠..
그나저나 한주에 4권 사기로 한 것도 못 지키시면서 단박에 안 사겠다니..
저는 내년에 책탑이 계속될 것임을 100% 확신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07:38   좋아요 1 | URL
마리네이드는 만들기 어렵지 않으므로 독서괭 님 도전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저는 좀 큰 방울토마토로 했는데 만들 때는 통째로 만들고 먹을 때는 썰어서 먹으면 될것 같아요.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합니다. 빵 찍어 먹어도 맛있어요!! 허브는 굳이 사실거라면 바질로 추천합니다. 바질이 최상일 것 같아요!!

독서괭 님의 확신을 제가 무너뜨려야 할텐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성지 2023-12-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책 읽기뿐 아니라 다방면에 능력을 보이시네요. 고수와 치커리를 손수 재배하여 요리에 활용하다니 베란다 텃밭 활용이 돋보입니다.

다락방 2023-12-27 07:39   좋아요 0 | URL
사실 능력이라기 보다는 운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고수와 치커리,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물만 줬을 뿐인데 지들이 알아서 잘 자라더라고요. 물론 그걸 요리에 활용한 것은 제가 한 일이지만, 애초에 요리에 활용하기 위해 재배하긴 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뿌듯합니다!!

자목련 2023-12-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은 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ㅋㅋ

다락방 2023-12-27 11:02   좋아요 0 | URL
아? 그래도 그것은 참이네요? 월요일 책탑은 없습니다, 수요일 책탑은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27일이다.....

다락방 2023-12-27 11:3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올해를 정리하는 페이퍼를 써보았습니다. (딴청)

잠자냥 2023-12-27 11:58   좋아요 0 | URL
안방아.... (연습 중)

다락방 2023-12-27 12:08   좋아요 0 | URL
있어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냣!!! (어쩐지 버럭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7 12:12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라면 먹고가자˝는 할 수 없고.. 그것참 ㅋㅋㅋㅋㅋㅋ
(라면 전도사 잠자냥)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이름을 들어본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이 시, 소설, 에세이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펼쳐나갔는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서문을 힐러리 로댐 클린턴 으로 시작하는데, 당시에도 그 후에도 어떻게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기가 막히다. 개인적으로는 비욘세 보다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들어가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지만, 내가 하려는 얘기는 그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훌륭한 인물로 다뤄지지 않는, 그러나 슬쩍 스쳐지나가며 언급된 여자의 얘기를 하고 싶다. 


모니카 르윈스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르윈스키가 클린턴과 불륜이라고 했을 때, 그 당시에 자세히 알고 싶어 시사 주간지를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자기 시선에서 바라본 칼럼을 적어내곤 했다. 아마 여성잡지였을까, 어딘가에서는 '구강성교는 남자가 그만큼 상대 여자를 믿고있다는 증거'라는 글을 보기도 했다. 여자의 입속에서 여자가 물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자기 고추를 맡긴다는 건 그만큼 그여자가 나를 물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다는 거였다. 아마 대학생이던가 졸업후 얼마 안됐을 때였던 것 같은데, 그거 읽고 너무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다. 연애 남들보다 늦게 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쥐뿔도 몰랐지만, 어떻게 고추를 여자 입안에 넣는게 여자를 신뢰하는 걸로 표현되냐. 이거 너무 고추 넣는 입장에서 넣는거 핑계 대려고 별 거 다 가지고 오는거 아닌가 싶었던 거다. 


자, 이 책에서는 아까 언급했듯이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어린시절부터 매우 똑똑하고 능력도 있었으나 정치에 입문하며 남편 발목잡는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주장 혹은 신념을 굽혀야 했던 이야기들도 언급한다. 클린턴이라는 성을 굳이 같이 쓸 수밖에 없었다거나 얌전한 옷을 입어야 했다거나 쿠키를 구워야 했다거나 등등. 그리고 힐러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 중에는 대통령인 남편의 성추문이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 인턴과 성관계(가 아니라고 클린턴은 말했다)를 가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이병헌, 장동건, 엄태웅 등 자신의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추문이 있었던 남자 배우들이 여전히 잘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세상이 다 아는 내 남편이 세상이 다 아는 불륜 혹은 성매매를 저질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만큼의 용서와 사랑과(이건 아닐듯) 각오와 다짐이 필요한 일일까? 어제도 엄마랑 와인을 마시면서 힐러리 클린턴 과 르윈스키 얘기를 했는데, 같이 살긴 살아도 살아야 하니까 사는거 아닐까, 하는 짐작을 감히 해보았다. 


자, 이 책에서 힐러리의 얘기중 언급된 모니카 르윈스키 얘기를 잠깐 함께 보자.



그러나 클린턴의 대통령직을 두고 일어났던 켄 스타 검사의 청문회 조사보다 이 저질스럽고 조잡한 법안에 더 들어맞는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청문회 보고서의 초안은 상당 부분 한 젊은 변호사에 의해 작성됐는데, 그는 나중에 성폭력 가해로 큰 논란을 일으키는 대법관 브렛 캐버노였다. 이 음란한 보고서의 한가운데에 매춘부, 바람난 여자, 섹시한 여자, 그리고 (가장 유명한 호칭으로) "나는 그 여자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습니다"라는 발언에서처럼 "그 여자"라는 호칭으로 낙인찍힌 스물두 살의 젊은 독신 여성 모니카 르윈스키가 등장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억지 궤변에 의하면 구강 성교는 성적인 것이 전혀 아니었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이 발언이 계기가 돼서 결국 보스와의 사랑을 끝내버린 것이라고, 바버라 월터스와의 장시간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인정했다. 르윈스키는 이 시점에 대통령은 그들의 성애적 관계를 부인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소중한 친구로 부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보다 클린턴의 보좌관 한 명이 그녀가 대통령을 스토킹했으며 섹스를 요구했고 그의 거부를 조롱했고 그를 협박했다고 증언하는 모습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위험한 정사>에 나오는 가정파괴범으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은 칼럼니스트 모린다우드 같은 사람만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  P411~ P412




그 당시의 일에 대해 잘 모른다면-그러나 당사자가 아니면서 잘 알 수 있을까?- 르윈스키는 자신의 보스와 사랑을 했다는 걸 위 인용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르윈스키는 사랑을 했는데,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사랑한 보스로부터 '그 여자' 라고 불렸고, 그리고 보스의 측근으로부터 '스토킹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 때 이 젊은 여자가 느꼈을 충격과 배신감은 어떤것일까. 그녀는 스물두살의 인턴이었고 세상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는데, 자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 역시도 자신을 내팽개쳤다. 직업을 그만두고 백악관 바깥으로 걸어나가 그녀가 가야할 곳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였을까? 대통령과 인턴 사원인데, 어째서 세상은 그녀를 비난했을까? 왜 그 젊은 여성은 가정파괴범이 되어 있었을까? 가정 파괴범은 클린턴이 아닌가? 나는 '그 여자' 라는 호칭이 너무 모욕적으로 느껴진다. 스물두살의 그녀는 분명 어리석은 관계를 맺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그러나, 그건 끝나봐야 아는 일이다. 그 관계에 그리고 상대에 푹 빠져있었을 때에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했을 것이다. 나는 모니카 르윈스키가 궁금했다. 모니카 르윈스키의 말을 듣고 싶었다. 물론 그 관계가 르윈스키가 정말 원했고, 스스로 하는 일이 어떤건지 알고 있었다고 해도, 정말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 해도, 그들 사이에 권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스물두살의 여성에게 상대는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대통령이었다고. 



나는 모니카 르윈스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때 어쨌든 그녀가 잘못된 관계를 맺고 끝냈을 때가 아니라, 그 후에,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세상 모두가 어떤 남자와 어떤 식의 관계를 맺고 어떻게 팽당했는지 알고 있는 이 여성은 그 후로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나는 모니카 르윈스키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그 때의 일에 대해 혹시 책을 내지는 않았을까? 검색해보니, 오래전에 자서전을 내긴 했더라. 내가 궁금한 건 자서전이 아닌데. 

















나는 일전에 읽었던 김형경 의 책에서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언급됐던 게 생각이 났다. 당시에도 읽으면서 이게 뭔소리야, 했던 구절이었다.




미국 정신분석가 호르게 드 그레고리오는 《나의 이성, 나의 감성》이라는 책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관계를 애도 관점에서 분석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간 다음 해인 1994년 1월 6일 그의 사랑과 열정의 원천이었던 어머니 버지니아 캐시디 클린턴이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어머니는 예전에 간호사였고 빌이 네 살 때까지 함께 산 할머니 역시 간호사였다. 어머니 사망 후 애도 과정을 거치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감성 안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니카 르윈스키의 아버지는 항암 치료사였다. 그는 젊은 간호사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 딸을 떠났다. 아버지가 가정을 떠날 즈음 르윈스키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당시 학교 연극 무대 설치 기술자였던 앤디 블레일러와 첫사랑에 빠졌다. 앤디는 결혼 2년차 유부남이었지만 르윈스키는 앤디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의 아내의 친구가 되었고, 때로 그들의 아이를 돌봐 주기도 했다. 그 이상한 관계에서 르윈스키는 아버지의 욕망 대상인 간호사 역할을 맡으며 다시 아버지와 연결되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를 "첫눈에 알아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 배경에는 '간호사'가 있었다. 빌 클린턴은 자신의 상실감을 돌봐 줄 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았고, 르윈스키는 아버지의 내연녀인 간호사가 되어 돌봐 줄 만한 아버지 대체물을 찾아냈다. 저자는 그 만남이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만남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의 만남이라고 분석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무의식 속에서 추구하고 있던 원초적 사랑의 대상을 만난 것이다. 잃은 대상을 추구하는 행위가 무의식 차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p.104-105)



내가 이 책 2014년에 읽었는데, 2014년에 읽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거기에 무슨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의 만남이 나올까. 르윈스키에게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늙은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만나 사랑한 것이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이라니, 대체물이라니. 그런 식으로 이 관계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걸까? 그건 단지 권력을 가진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의 젊은 직원 데리고 재미 좀 본게 아닌가. 물론, 이 관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복잡해 보이기는 한다. 당시에 르윈스키는 자신들의 관계를 '합의'하에 한 관계라고 했으니까. 합의했다고 말했을 당시의 르윈스키는 인턴이었고 스물두살이었으며 상대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모니카 르윈스키가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당시에 했던 인터뷰도 읽어 보았다.



르윈스키 "미투 계기로 다시 보니...클린턴과의 관계는 권력 남용" - 머니투데이 (mt.co.kr)



르윈스키는 그때의 자신에 대해 굳이 변명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거기에 분명 권력이 있었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다고 말한다.



르윈스키의 그 후의 삶에 대해 궁금해한 건 나만은 아니었다. 개브리얼 제빈이 있었다. 그녀는 르윈스키의 사건을 보고, 그 후에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녀의 엄마라면 딸을 어떻게 대해줘야 했을지 궁금해하며 책을 써냈다.















자, 책소개는 이렇다.


정치 지망생인 20대 여자 아비바 그로스먼은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인턴이 되어 일하던 중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른다. 하원의원과 불륜관계가 된 것. 우연한 사고로 그 불륜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무너져버린다.

<비바, 제인>은 그렇게 자신에게 몰아닥친 상황에 좌절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하는 한 여성의 선택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은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여자는 어떤 피해를 입는가? 세상은 그녀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녀의 부모는, 남자의 아내는, 주위의 사람들과 대중은, 그리고 미디어는? 후폭풍의 끝은 어디이며, 궁극적으로, 성추문에 휩쓸린 여자에게 새로운 인생이 가능하기는 할까?


이 책을 쓰기까지 개브리얼 제빈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녀의 인터뷰도 가져온다.


르윈스키가 내 딸이라면… 엄마 시각에서 본 스캔들 (naver.com)



나는 르윈스키가 그 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개브리얼 제빈은 비바, 제인에서 그 후의 삶은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하며 살아냈다고 주인공의 입을 빌려 얘기한다. 르윈스키의 삶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르윈스키의 삶도 그러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당신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했다. "하나만 물어도 될까?" 당신이 말했다.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그녀가 말했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어떻게?" 당신이 물었다.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그녀가 말했다.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p.395



넷플릭스에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을 다룬 <탄핵>이란 드라마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걸 한 번 봐야겠다. 제작에 르윈스키가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번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도 다 읽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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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2-2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바, 제인> 책소개를 보고 르윈스키가 생각나긴 했는데 그게 모티브가 된 소설이었군요.
<섬에 있는 서점>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한국계라니 작가가 궁금해지고 (사실 이미 책도 갖고 있음) 이 책도 찾아둬야겠어요.

<여전히 미쳐있는> 다들 술술 잘 읽어내셨네요. 축하드립니다 :)

다락방 2023-12-26 12:32   좋아요 0 | URL
비바, 제인 저 출간 당시에 급박하게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에 여성들의 연대를 느껴서 좋았더랬어요. 사랑인지 아닌지는 사랑이 끝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빠진 관계가 어리석은건지 아닌지도 역시 그렇고요.

여전히 미쳐있는 다 읽어서 너무 좋고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수하 님. 만세!!

잠자냥 2023-12-26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연애 늦게 했다고?!?!?! 그게 더 놀라움 ㅋㅋㅋㅋ

르윈스키와 클린턴 사이 애도의 관계라고 본 저 정신분석가에게 애도를….. 호르게 드인지 호로개 드인지 원… 저런 소리할 때 보면 정신분석이란 무엇인가 참…..

다락방 2023-12-26 12:34   좋아요 1 | URL
저 첫 연애가 스물다섯이었어요. 넷이었나? 남들보다 늦었는데 ㅋㅋㅋ 한번 사귀고 나니까 남자들이 막 들러붙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봤자 지금 연말 다가오는데 약속 못지키는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책의 저 부분 읽으면서 클린턴이랑 르윈스키에 간호사를 가져다 붙인다고? 진짜 징하다 싶었어요. 해석을 위한 해석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으..

잠자냥 2023-12-26 12:38   좋아요 0 | URL
첫 연애 후 팜파탈 변신 다락방…. 그러나 2023년은 이제 오늘까지 6일 남았을 뿐이고…. ㅊ침대여, 들리는가! 다락방 울부짖는 소리가….

햇살과함께 2023-12-2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르윈스키를 잡아내신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비바, 제인> 궁금하네요.

다락방 2023-12-26 12:36   좋아요 1 | URL
저는 빌 클린턴은 그 후로도 속 끓이지 않고 살았을 것 같고요 힐러리는 아주 속 끓였을것 같거든요. 지금도 앙금이 남아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르윈스키도 그래요. 일정부분 그녀 스스로 한 행위라고 해도 시간이 지난후에 그 때 내가 왜그랬을까, 나를 그렇게 취급하는 사람한테, 하는 마음과 또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와야 했을텐데 싶어서, 르윈스키가 아픕니다. 그런데 이렇게 르윈스키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르윈스키가 가장 원하지 않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ㅜㅜ

단발머리 2023-12-26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르윈스키와 클린턴 사이를 애도 관계로 보다니요.. 제가 이 분 책 안 읽은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애도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클린턴이 그 많은 선거 때마다...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젊은 여성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해서 문제 생긴 거, 힐러리가 그 뒷처리 하느라 고군분투한 거, 그걸 책으로 내도 책 한 권이 나오는데, 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간호사 역할을 찾았다고요? 진짜 어이가 없네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건 맞는거 같아요. 요는 그걸 ‘합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그 당시에는 르윈스키가 잘 몰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근데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거는 아니다...를 못 알아본거는 좀 아쉽구요. 원래 눈이 확 돌아가면 그걸 알아채기 쉽지 않죠. 하지만.... 워낙 그쪽 분야에 악명 높은 사람 아니었습니까.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 부지런히?ㅋㅋ 읽고 있어요. 책탑 페이퍼 쓰고 계시는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6 12:40   좋아요 1 | URL
김형경이 그렇게 본 건 아니고 ‘미국 정신분석가 호르게 드 그레고리오‘가 그렇게 봤다고 합니다. 김형경 님도 정신분석 본인이 공부하기도 하면서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은 것 같아요. 아무튼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간호사라는 매개, 어머니와 아버지.. 이모든 것에 대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과도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으..

사랑은 당시에는 상대에 대해 잘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그 남자(여자) 아니야 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들리잖아요. 그러다 끝나고 나서야, 끝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저는 르윈스키에게도 어느 순간 ‘어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감각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조카들에게도 하는 말인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순간, 그건 아닌게 맞다는 겁니다. 그 감각을 무시하면 안돼요. 에휴..

저 애도로 본 관계가 왜 말이 안되냐면, 클린턴이 르윈스키랑만 성추문이 있었던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 정신분석의는 여성들마다 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게 될까요?

책탑 페이퍼는 썼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가와서 급박하게 마무리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2-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다양한 페이퍼가 나오는 것이 역시 여성주의책함께읽기 모임의 묘미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르윈스키에 대해서 만 질타하는 분위기가 기억나네요! 둘의 사랑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권력 관계의 힘이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다락방 2023-12-27 07:40   좋아요 0 | URL
저는 당시에 르윈스키에 대한 외모 평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이번에 르윈스키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클린턴이 르윈스키랑만 불륜관계였던 것도 아니더라고요 ㅠㅠ 힐러리 클린턴이 진짜 빌 데리고 사느라 마음 고생 많았겠구나 싶습니다. 어휴 남편이란 뭘까요? ㅜㅜ

완독 축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해에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독서괭 2023-12-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강성교는 여자를 믿어서 하는 거고, 불륜은 어머니아버지 가족관계로 인해 하게 되는 거고 ㅋㅋㅋㅋ 포장 장난 아니네요 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이 책 술술 읽어내실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제가 읽어야 할 게 너무 많구나 싶더라고요;; 꾸준히 읽어야겠습니다.

다락방 2023-12-27 07:42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진짜 너무 요점 정리 잘해주시는 분. 구강성교는 여자를 신뢰해서, 불륜은 가족관계로 인한 트라우마로 ㅋㅋㅋㅋㅋㅋㅋㅋ포장을 위한 포장입니다. 불륜마다 사연 있어 거룩합니다. -.-
저는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렇게 좋게 읽으셨던 것만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어요. 대단한 인물들을 역사속에서 만난다는 건 좋았는데, 저한테는 뭔가 큰 각성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레이첼 모랜이 좋습니다. ㅋㅋ
 
아니 에르노의 말 - 사회적 계급의 성찰과 자전적 글쓰기의 탐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아니 에르노.로즈마리 라그라브 지음, 윤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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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8남매중 다섯째였고 아주 가난한 집에서 자랐으며 배움이 짧았다. 문화생활은 전무했고 경제적 능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런 아버지가 바라는 자식은 얼른 자립해서 돈을 벌어오는 자식이었다.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는 자식 얘기를 친구들로부터 듣고 오면 그걸 그렇게나 부러워하셨다. 수학능력시험을 망치고 엉엉 우는 나를 달랜다며 아빠는 다른 길에 대해 얘기하셨다. 그건 공장에 취직해 얼른 돈을 벌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4년제 대학에 합격을 했고 등록금을 내러 가서 아빠는 합격 공고판에 내 이름을 한참 보시며 "네 이름 내가 지었다" 하셨다. 줄 서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다른데 예비로 되어서 그거 기다리고 있는데 혹시 모르니 여기 등록금은 내야지요' 라며 다른 아주머니들과 넉살 좋게 이야기도 나누셨다. 아빠는 내가 대학에 가길 바라지 않았지만 막상 내가 대학생이 되자 여기저기 자랑에 자랑을 하셨고 신기해하셨다. 당시에 아빠 형제의 자식들 중에는 4년제 대학을 간 사람이 단 한명이었고 나로 인해 두 명이 되었다. 그리고 내 동생들이 4년제를 갔고 작은 아버지의 아이들중 하나는 대학원도 진학했다.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배움도 없던 아버지가 어디가서 하는 자랑이라곤 '내 자식들 다 4년제 나왔다' 였다. 나는 아버지가 결국 자식들의 4년제졸을 자랑할 수 있었던 건, 다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동생들은 대학에 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에르노 역시 배움이 짧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외동딸로 자랐다. 부모님은 아니 에르노의 좋은 교육을 위해 좋은 학교에 보냈는데, 그 학교에서 아니 에르노가 알게된 건 자신이 자연스레 보고 당연하게 익혀왔던 말과 행동이 교양없다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지적'을 받으며, 그것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에르노는 공부도 잘해서 학급의 1등을 하기도 하고 상급학교로 진학도 무리없이 한다.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부모들보다 더 많은 배움을 그리고 그에 따른 더 많은 교양을 갖추게 된 건 부모님의 뒷바라지 덕이었지만, 그런 한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 낮은 계급이라는 걸 뚜렷이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국민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당연히 학급에 유독 부자인 티가 나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와 쟤네 집 잘산다, 쟤네 엄마 선생님이래, 하는 일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딱히 계급 차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친구의 부모님들이 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그건 그렇게나 부러웠다. 어떤 친구 집에 가면 우리 집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우리 집과는 완전히 다른 냄새가 났지만, 그것에 계급이란 이름을 붙이진 못했었다. 대학은 달랐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대학에서의 첫 영어 시간. 선생님은 영어로 자기 소개를 시키셨는데, 나는 나만큼 아이들이 영어를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숫제 교수랑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이 네임 이즈 다락방, 이런게 아니라 무슨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거다. 수업이 끝나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어떤 아이는 알래스카에서 어떤 아이는 프랑스에서 잠깐 살았었다고 했다. 게다가 방학이 되자 어떤 아이들은 캐나다로 어학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성형 수술을 하고 왔다.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그러니까 어학 연수 같은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부모님이 지원을 해주는 거였다. 내게는 어학연수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대학에 진학할 때도 전공에 대해 혹은 대학진학에 대해 조언해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뒤늦게 알게 되어 엄마 나도, 라고 말했어도 부모님은 잔뜩 겁을 내셨다. 사실 말할 때부터 안될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더이상 그렇게나 좋아했던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해봤자 살다 온 애들, 어학연수 다녀온 애들 근처에도 가지 못할테니까. 대학 등록금도 비싼데 용돈까지 받을 수는 없어, 나는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니 에르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책 <사건>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얘기한다. 대학에 들어간 후 부모님과의 식사자리에서 부모님들과 나는 이제 다른 사람임을 보여주는 장면에 대해서. 그녀는 이미 자신의 책 <남자의 자리>에서도 그런 마음을 보여주었던 터다. 이 감정에 대해서라면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무섭고 크고 내가 따라야했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 나에게 더이상 크지 않았고, 그에 더해 나는 아빠랑 다른 사람, 아빠보다 배움이 깊고 아빠보다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나를 구분 짓고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더더욱 계급에 대한 인식을 예민하게 하고 자주 분개하면서, 그런 한편 나 역시 더이상 아버지와 같은 계급이 아니라며 다른 계급으로 나를 밀어넣고 있었던 거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내가 한 행동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고 부장이란 직급까지 가졌다. 나는 이제 부모님을 모시고 전시회를 가고, 영화를 보러 가고, 여행을 간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내가 부모님께 해드리고 있다. 우리 아버지에게 지적임의 최고라고 여겨지는 책이란 수단을 읽다 못해 쓰기까지 했다. 어릴 때부터 세상 영특해서 대학을 갔고 지금은 회사 부장이고 책을 읽고 자기가 돈 벌어서 여행을 다니는 자랑스러운 딸. 그런데 이제는 아버지보다 목소리가 더 커지고 가끔 아버지를 멸시하는 딸. 나는 그런 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가슴이 너무 아프다. 계급, 위계화, 자리 에 대해 인식하고 분개할 때 그 대상이 나의 아버지를 향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니 에르노가 하고자 했던 일이 서로 다른 계급을 인식하고 그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그것이 내게 와 잘 닿았으며 나를 각성시킨다. 내가 해야할 게 무엇인지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아니 에르노가 알려줬다.



자,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내가 좋아하는 한나 아렌트는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한 적이 없다. 오히려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고 있어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원망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아니 에르노 식으로 말하자면 '경험의 페미니즘' 이고, 자신에 대한 정체화나 말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페미니즘 이다. 실천하는 페미니즘이다. 나에게 한나 아렌트는 페미니즘 실천 최고봉에 있다. 자신의 스승보다 더 잘나 버린 여자, 본인의 철학을 세상에 알린 여자. 훗날 자신의 이름을 계속해서 기억하게 만든 여자. 이보다 더한 페미니즘 실천이 어디있단 말인가. 본받을 어른에 대해서 나는 자주 생각하는데, 이런 식으로 한 여자가 스스로 우뚝 서 잘 나가는 걸 보여준다면, 다른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만 보다가 엑스파일의 스컬리를 보는 것 같은 일. 나는 한나 아렌트가 그걸 한 사람이라는 게 짜릿하게 좋다. 한나 아렌트 자신은 '내 뒤의 모든 여성들에게 갈 길을 개척해주자'는 작정을 한 건 아니겠지만, 그러나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갔더니 이름 난 철학자가 되어 있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가. 나에게는 그것이 페미니즘이다.


그리고 아니 에르노가 그렇다.


어릴 때부터 뚜렷한 계급차를 느꼈고 그것을 글로 써낸 사람. 사랑하고 섹스한 것도 다 글로 써낸 사람. '자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나 볼까' 객관적으로 펼쳐내 보인 사람. 그녀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한다'고 부르짖는 책을 쓴 건 아니지만, 자신이 인식하고 생각하고 느낀 바를 써내고 그걸 결과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것에서 이미 페미니즘 실천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다. 뚜벅뚜벅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걸 했더니 노벨상 수상자가 되어버렸어. 이 세상에 노벨상 수상자인 여자 작가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의 페미니즘적 실천이 아닌가. 그녀가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오, 노벨상 수상자가 쓴 책은 어떤거지? 하며 그녀의 글을 누군가 더 읽는다는 것, 오 세상에 이런 글이 있네, 하고 한 명이라도 더 알게 된다는 것, 오, 그렇지 나도 그녀같은 감정을 느꼈어, 그녀가 느낀 인식 나도 느꼈어, 아아, 나야말로 계급 탈주자였네, 할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페미니즘적이 아닌가. 나에게는 그것이 페미니즘이다.



아니 에르노의 날카로운 말들을 더 읽고 싶어져서 책장에서 아니 에르노의 책들을 다 꺼내오고 어제는 몇 권 새롭게 주문도 넣었다. 자신을 계급 탈주자 라고 칭하지만, 그러나 '두 세계 사이에 있을수 있는, 선택한 건 아니지만 다시 한번 사회학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참여관찰‘의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기회로 느껴질때도 있어요.' (p.95) 라는 말은 또 얼마나 날카로운가. 나 역시 참여관찰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이것을 기회로 느끼자고 다짐해본다. 내 멸시가 향할 곳을 제대로 향해야겠다는 다짐도 역시 더한다.



라그라브는 같은 시선을 자기 자신의 궤적에도 적용하여, 스스로 "계급에 합류"했지만 "계급에서 이탈되었다"고 말한다. - P21

나도 의식하고 있었지만, 나로선 그 책(단순한 열정)을 쓰는 게, 무엇보다 『자리』와 『한 여자』와 거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그러니까 감정적인 게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방식으로 쓰는 게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어요. 1년 반 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거든요. 내가 처한 상태를 객관화 하려 했고, 그 상태에 가장 잘 부합하는 말이 바로 열정이었어요. - P43

보편적인 페미니즘은 불가능해요. - P61

나에게 페미니즘은, 당신이 사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경험의 페미니즘"이에요. 난 당신이 책에서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빈민가에, 신정神政 국가에, 혹은 옆 건물에 사는 여성들의 착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신이 투쟁할 것임을 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영원히 투쟁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 P61

(라그라브) 사회 세계 속으로의 개입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나는 당신과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제기했어요. 사회학은 사회들의 그물망을, 여러 가지 지배 위에 그리고 그 지배에 의해 불평등하게 직조된 망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줘요. 여기서 사회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낸다는 것은, 뤼크 볼탄스키Luc Boltansky가 말한 대로, 사회 세계가 그다지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자들의 방향으로 돌아갈 뿐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일은 아주 드물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되죠. 그렇다면, 드러내 보여주는 그런 행위가 세상이 늘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그와 같은 불의와 지배를 아게 하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사회적 세계 안에서의 각자의 위치를, 특히 가장 심하게 지배 받는,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긴, 혹은 그러한 역할 지정에 반항하는 사람들의 위치를 밝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어요. - P89

그 자체로 사회 세계의 자의성과 폭력의 정당성을 부정한느 행위인 거죠. 하지만 난 우리가 책을 출간하고 연구를 이어가는 일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책으로 출간될 뿐, 대중의 손에 가닿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공적인 게 되고, 누구든지 읽어볼 수는 있죠. 우리는 공적인 직무를 행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 거니까요. 하지만 가장 심하게 지배받는 사람들은 우리의 출간물과 연구를 거의 손에 넣지 못하잖아요. - P89

부르디외는 지배받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게 아니고-그랬다면 민중주의가 되겠죠-지배를, 그리고 그 지배를 세우고 영속시키는 것에 대해 의식하게 만들려 했어요. 바로 그 욕망이 『자리』『한 여자』『수치』같은 글들을 이끌어갔죠. - P94

사회학이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에 대해서, 난 부르디외의 "분열된 아비투스" 개념과 관련된 개인적인 예를 제시할 수 있어요. 분열된 아비투스는 사실 청소년기 이래 내 삶 전체를 설명해주니까요. 내가 분열된 아비투스를 처음 자각한 건 글쓰기를 통해서였어요. 『빈 옷장』에서 내가 학교로 인해 "둘로 잘렸다"라고, "두의자 가운데 걸터앉아 있었다"라고 썼잖아요. 그전에 난 내자리가 없다는 감정을 언제나 병리학적으로 설명했고,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도 사용했죠. 그런데 느낀 것과 상황을 깨닫고 기술하게 되면 모든 게 달라져요. 난 분열된 아비투스가 나의 정체성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어요. 어떤 사회적 상황들에선 여전히 나타나고 있죠. 분열된 아비투스는 내가 세계를파악하는 방식이고, 그런 뒤에 그것을 글로 쓰는 방식이에요. - P94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거북함으로 느껴질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이젠 오히려 사회가 나뉘어 있고 위계화되어 있음을 기억하라는 내 안의 요청 같아요. 심지어 두 세계 사이에 있을수 있는, 선택한 건 아니지만 다시 한번 사회학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참여관찰‘의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기회로 느껴질때도 있어요.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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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22 1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렌트도 에르노도 그들 자신이 ˝페미니즘의 실천˝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내 멸시가 향할 곳을 제대로 향해야겠다는 다짐˝ 멋지다!

제가 다락방님 글이나 다락방 자체에서(만난 적은 없지만 ㅋㅋ)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자라온 환경 배경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다락방 님은 굳이 그런 자기 자신을 포장하려는 허영이나 허세가 없어서 제가 더 애정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다락방 2023-12-22 11:13   좋아요 3 | URL
저는 말뿐인 사람, 말만 하는 사람, 말을 가벼이 하는 사람, 말에 무게를 싣지 않는 사람, 말을 일단 하고 보는 사람을 정말 싫어합니다. 말을 했으면 그것이 어떻게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행일치 자체는 무리가 있겠지만, 언행일치가 되려는 태도를 가지고 생활한다면 언행일치로 이어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2월이 지나가는게 너무 초조하네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페미니스트 라고 천번 말하는 사람보다 자기 길 묵묵히 가서 무언가 성취를 보여내주는 쪽을 저는 좋아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잠자냥 님, 저랑 비슷한 환경 배경을 가지고 지금의 잠자냥 님이 되셨군요. 저는 무엇보다 잠자냥 님의 예술적 취향과 안목에 대해 놀라는데요, 그건 제가 결코 노력한다고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잠자냥 님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예술을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저는 잠자냥 님이 따뜻한 사람이라 느낍니다). 제가 잠자냥 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파랑 2023-12-22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부장님은 성형수술이 불필요하시지 않았을까요? ㅋ

부장님에 작가에 순댓국 홍보대사까지!
자랑스러운 딸이신거 같아요~!@

다락방 2023-12-22 11:37   좋아요 1 | URL
순댓국 홍보대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순댓국은 사랑입니다.

새파랑 님, 메리 크리스마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22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다락방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3-12-22 12:04   좋아요 2 | URL
이 세상에 독서괭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은오 2023-12-22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 6352815353737번째로 반해버리게 만드는 글ㅠ

다락방 2023-12-22 14:25   좋아요 2 | URL
♡♡♡♡♡♡♡♡♡♡♡♡♡♡♡♡♡♡♡♡♡♡♡♡♡♡♡♡♡♡♡♡♡♡♡♡♡♡♡♡♡♡♡♡♡♡♡♡♡♡♡♡♡♡♡♡♡♡♡♡♡♡♡♡♡♡♡♡♡♡♡♡♡♡♡♡♡♡♡♡♡♡♡♡♡♡♡♡♡♡♡♡♡♡♡♡♡♡♡♡♡♡♡♡♡♡♡♡♡♡♡♡♡♡♡♡♡♡♡♡♡♡♡♡♡♡♡♡♡♡♡♡♡♡♡♡♡♡♡♡♡♡♡♡♡♡♡♡♡♡♡♡♡♡♡♡♡♡♡♡♡♡♡♡♡♡♡♡♡♡♡♡♡♡♡♡♡♡♡♡♡♡♡♡♡♡♡♡♡♡♡♡♡♡♡♡♡♡♡♡♡♡♡♡♡♡♡♡♡♡♡♡♡♡♡♡♡♡♡♡♡♡♡♡♡♡♡♡♡♡♡♡♡♡♡♡♡♡♡♡♡♡♡♡♡♡♡♡♡♡♡♡♡♡♡♡♡♡♡♡♡♡♡♡♡♡♡♡♡♡♡♡♡♡♡♡♡♡♡♡♡♡♡♡♡♡♡♡

은하수 2023-12-2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시니... 제가 너무 혼자 짝사랑하고...
또 책을 안 살수가 없잖아요!!!
전 종일 집에서 책을 읽는거 같은데도 왜 따라가지도 못하는거 같은 느낌이 들까요?ㅠㅠ

다락방 2023-12-26 08:56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책탑 페이퍼를 써야 합니다. 아오 이제 진짜 책 안살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있다.

책의 제목은 아니 에르노의 말 이지만, 그보다는 아니 에르노와 로즈마리 라그라브 의 대담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둘다 프랑스 출신 여성이며 계급 탈주를 했다는 공통성을 가지고 젠더와 계급, 무엇보다 사회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한쪽이 질문하고 한쪽이 답을 하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그리고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 그 대화의 깊이도 그렇지만 용어들도 사회학 쪽이라고 해야할까, 다소 전문적이며 어려운 것 같아서, '만약 내 친구랑 내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눠도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아마 아니 에르노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탄, 교수라는 직업을 가졌던 소설가, 라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겐 그녀를 지원해줬던,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그들의 부모가 있었다. 그에 대해서 아니 에르노는 《남자의 자리》를 통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남자의 자리가 그간 읽었던 아니 에르노의 책 중에서 제일 좋다. 


아니 에르노의 말도 절반까지 읽은 현재, 계급과 사회 그리고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져서 아주 즐겁게 읽고 있고, 아니, 이 지적인 여성들의 대화를 보노라니 너무 짜릿해져서, 그간 아니 에르노가 했던 말을 내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거나 놓쳤을까봐 그녀의 작품들을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나는 이 책을 절반도 채 읽지 못했던 어제, 집에 돌아가자마자 집에 있는 아니 에르노 책들을 죄다 꺼내놓기로 했다. 읽었던 책은 다시 읽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이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가만있자, 남자의 자리 너무 좋아서 팔지 않은 거 확실한데, <산책> 앱에도 있다고 나오는데, 그런데 책장에서 도무지 보이질 않네? 내 서재방 책장에서도 내 침실 책장에서도 보이질 않아. 아 안버렸는데 ㅠㅠ 어디있지 ㅠㅠ 아, 혹시 거실 책장에 있나? 나는 거실로 가 살핀다. 저기, 저 꼭대기 위에 있다! 그렇게 남자의 자리도 한여자도 꺼내온다.


두 책 다 너무 낡아서 다시 사야겠어... 《세월》은 새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다가 《얼어붙은 여자》랑 《사건》은 내가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 이건 딱히 다시 보진 않아도 될것 같고, 아니 《빈 옷장》? 이건 한 번 사서 읽어봐야겠네. 


오늘 아침 빈 옷장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고, 자, 이 책을 누구한테 땡투할까, 하고 책 링크를 하고 들어갔다가, 얼라리여~ 나는 이런 구매자평을 보게 된다.



나다..

이거 나야..

이 평 내가 쓴거야.



나...


빈옷장 읽었어? 2020년에? 헐...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저 구매자평 보면 뭔가 제대로 읽고 쓴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 집에 책도 없어. 읽자마자 바로 팔았나봐요? 내가 읽은 아니 에르노, 내가 기억 못하는 부분?????


하아-


그래서 내가 읽은 아니 에르노를 알라딘 나의 서재에서 태그로 검색해 보았다.
















이중에서 《탐닉》은 도저히 못읽겠어서 중간쯤 읽다가 팔아버렸다. 하아- 《집착》도 너무 읽기 힘들었고.. 아무튼 내 생각보다 내가 아니 에르노 많이 읽었네? 그렇지만 아니 에르노의 말 읽다보니, 다소 읽기 힘들겠지만 《여자 아이 기억》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른 책들도. 아니, 아니 에르노 님, 책 엄청 많네요??? 아니 에르노 전작 해줘야겠다. 그렇지만 탐닉은 빼고.. 흠흠.  탐닉도 다시 도전해보자!!

















이들의 대화에서 초반에 아주 많이 언급되는 작가가 크리스틴 델피다. 여성학 책을 관심있게 지켜봐온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크리스틴 델피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최근에 봄알람 에서 책이 나왔더랬지.

















프랑스 의 여성들에게 크리스틴 델피는 여성학으로도 사회학으로도 아주 따를만한 사람인가 보았다.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크리스틴 델피의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시리즈를 나도 앞에 두 권 가지고 있는데, 이걸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어떻게 같이 읽을 수 있을까? 이렇게 지금 출간된 것들 네 권을 한 달 안에 읽기 해볼까? 한 권당 분량이 정말 적다. <서문> 의 경우 100페이지도 안하고 가격도 1만원을 안한다. 네 권 합쳐 400페이지쯤 될텐데, 같이 읽기 시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에르노와 로즈마리 라그라브 의 대화를 읽다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리스트에 한 권을 더 추가해두었다. 미셸 페로의 《여성의 역사》가 그것.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그리고 개인적으로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은 둘다 강하게 영향을 받았던 '부르디외'의 책이다. 아 너무.. 부르디 外 쓰고 싶지만 참을게요. 꼰대가 되면 자연적으로 아재개그를 하게 되나요? 하아- 미안합니다.
















아니 에르노의 말은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읽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책 얘기할 때마다 뭔데, 뭔데 이러면서 검색하느라고 시간을 대단히 잡아먹어. 게다가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책도 좀 찾아보고 싶은데 딱히 눈에 띄는 책이 없단 말이야? 로즈마리 라그라브 의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국내에 번역된 게 없는 것 같다. 



어제 회사 동료랑 얘기하면서 아니 에르노를 내가 언급했다. 남자의 자리 언급하면서 자신을 멸시한 세계에 딸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그 딸은 교육을 받고 계급이 달라지면서 부모님을 무시하기도 했던 것에 대해서. 그 책이 나에게 정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동료에게 얘기했는데, 내 말을 듣고 동료는 '네 얘기네?' 했다. 아, 내가 나랑 비슷해서 그 책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거구나. 아니 에르노가 했던 생각 그리고 행동이 내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물론 아니 에르노는 그 뒤에 무럭무럭 자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나는 다락방이 되었지만..


나는 배움과 지원이 충분치 못한 집에서 자랐고 본보기가 되는 어른도 보지 못한 채로 자랐으며 아이일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여성이라는 성별로 인한 성적 희롱에 자주 노출되었었다. 여성이라는 인식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나는 아주 크게 계급에 분개할 때가 많다. 그건 아마도 내가 모시는 분-그러니까 깨어있는 시간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나와 완전히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 하나를 사는데 우리 회사 부장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계급,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비가 사회 초년생 월급인 그런 계급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나는 수시로 분개하고 수시로 한탄한다. 그리고 만나는 친구들이나 동료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도 열을 내며 토로하는 거다.


이상하지 않아? 너무 이상하지 않아? 어떤 사람은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고 노동하지 않아도 부자이며 어떤 사람은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자기 집이 없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저기, 3,600만원짜리 가방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들고 다닌다는 것도 아는데, 그런데 누군가의 연봉은 그 가방 값도 안된다는 것이? 존재하는 거 알지만 결코 내것이 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거, 그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나의 이 분개가, 이 이상함에 대한 인식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라그라브  '당신은 주변부에서 고치려고 시도해보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고치지 못한다.'


에르노      고치지 못하죠.    -P.60



아주 짜릿해하며 읽고 있다. 

처음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보다, 이 책을 읽는 지금, 그녀가 노벨상 수상자인 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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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2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자리> 찾았나 싶었는데 결국 찾았군요?!
<빈옷장> 저 100자평은 저도 기억하고 있는데 왜 쓴 사람이 기억을 못 해! 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1: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 진짜 어떡하면 좋아요. 여하튼 다시 사야겠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 진짜 너무 돈지랄 라이프다 ㅠㅠ 머리가 나쁘면 돈을 팡팡 쓰게 됩니다 ㅠㅠㅠㅠㅠ

2023-12-2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12-21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락방님 이 페이퍼 읽고 <남자의 자리>랑 <빈 옷장> (문제의 그 책 ㅋㅋㅋㅋㅋ)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도 저 책이 있거든요. 제가 저 시리즈를 많이는 아니고 몇 개 읽어봤는데 (한나 아렌트, 프리모 레비, 어슐러 K. 르 귄) 쉬운 책이 하나도 없었어요. 왜케 다들 어려운 이야기 하시는지ㅠㅠ 저 시리즈를 제가 좋아합니다만 (특히 표지가 다 마음에 들어요) 암튼 작가들이 각 잡고 인터뷰하면 이런가... 싶어요. 저도 에르노님이랑 좋은 시간 기대되네요.

다락방 2023-12-21 15:50   좋아요 1 | URL
저는 아무리 각잡고 이야기해도 이 책의 단어들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읽으면서 아 나의 배움이 너무나 짧구나! 하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둘다 어찌나 지적이신지.. 에휴.. 둘다 어떻게 그렇게 부르디외도 읽고 크리스틴도 읽고 하여간 너무나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단발머리 님,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기전에 남자의 자리 읽기를 권합니다. 저는 남자의 자리 집에 있는 거 너무 낡아서 다시 사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발 그러지말자)

단발머리 2023-12-21 15:52   좋아요 0 | URL
크리스틴 4권 다 집에 있거든욬ㅋㅋㅋㅋㅋ 아 보림차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6   좋아요 1 | URL
저는 1,2권 있는것 같아요. 차차 3,4권 마련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1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땡투했어!!!!!!!! 클스마스 선물이야! 순댓국값에 보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1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증맬루 세상 인자하신 분 ♡

거리의화가 2023-12-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저도 어떤 책을 읽다가 불과 2년 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기억이 안나서 좌절했었습니다^^;
분량과는 상관없이 자료를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죠. 그렇게 열심히 읽는 책은 그래도 결국 좀 더 오래간다고 믿고 싶습니다ㅋㅋ
크리스틴 델피 시리즈 같이 읽게 된다면 좋겠네요. <여성의 역사>도 기대되요!ㅎㅎ

다락방 2023-12-21 15:52   좋아요 0 | URL
저는 한달전에 산 책도 까먹고 2년전에 읽은 책도 까먹고. 아니, 읽은 책의 줄거리를 까먹는 것도 모자라 이젠 읽었다는 사실 마저 기억하지 못하니.. 역시 기록이 도움이 됩니다. 기록 덕에 앗 내가 읽었구나! 알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어휴..

크리스틴 델피 시리즈 같이 읽기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서문> 앞에 몇 장 봤는데 어려워서 ㅠㅠ 혼자서 읽기는 빡셀것 같습니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우리 함께 읽어볼까요? 으르렁-

미미 2023-12-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부격차가 전세계적으로 심각해져가는데도 윤씨가 다주택자 감세를 면밀검토하라고 해서 뒷목이 아팠습니다.

저 <집착>은 다락방님께 땡투한 기억이 있는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5   좋아요 1 | URL
부자들은 부자들을 위해 진심이에요. 아니, 부자인 스스로를 위해 진심이죠. 그러다 보니 널리 다른 부자들도 이롭게 하는... 아 빡쳐요. 너무 짜증납니다. 세상은 똥이에요!!

집착은 제가 읽은 후기에다가 지나친 성애의 집착 때문에 힘들다고 써놨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21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 읽으니까 일단 <남자의 자리>가 궁금하네요!!
다락방님이 되고 싶은 은바오는 “나는 다락방이 되었지만..“ 보고 ”나는 다락방님이 되고 싶다..” 😍

다락방 2023-12-21 15:54   좋아요 2 | URL
저는 몇해전에 남자의 자리 읽으면서 두드려 맞는 것 같았어요. 아니 에르노가 살았던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흐름으로 살아왔던 터라 아니 에르노의 글이 아주 날카롭게 저를 후벼팠습니다. 어휴.. 은오 님의 독서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다락방이 되는 것보다 은오 님으로 유지하시는 게 훨씬 근사하고 멋진 일입니다. 다락방 보다 훨씬 훌륭하신 은오 님 ♡

은오 2023-12-21 19:59   좋아요 0 | URL
훌륭한 은바오한테 뽀뽀도 안해주시면서...
말로만!!!!!!!!!!!

잠자냥 2023-12-21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부르디 外 자매품 몽테스키 外 ....

뒷방 늙은이들의 꼰대 개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3   좋아요 3 | URL
몽테스키 外 이것도 쓰려다가 말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 나랑 꼰대 동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1 15:54   좋아요 2 | URL
꼰동

(아 이거 발음 주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4   좋아요 2 | URL
왜요? 콘돔하고 헷갈려서요? 똥꼬랑 헷갈려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21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아니 에르노에 관한 글 읽을 때마다 ‘아니‘ 때문에 웃는 일이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아니 에르노의 말도 절반까지 읽은 현재, 계급과 사회 그리고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져서 아주 즐겁게 읽고 있고, 아니, 이 지적인 여성들의 대화를 보노라니 너무 짜릿해져서, 그간 아니 에르노가 했던 말을 내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거나 놓쳤을까봐 그녀의 작품들을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라는 이 글의 한 문장에 ‘아니‘가 네번 들어간다는 그런 이유요 ㅋㅋㅋ

자기 자신에게 땡투를 할 수 있었다면 부자가 되었을 지도 모를 단 한 사람, 다락방...

다락방 2023-12-21 16:23   좋아요 1 | URL
맞네요. 자기 자신에게 땡투를 할 수 있었다면 저는 부자가... (아니야, 그러지마!)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아니, <여전히 미쳐있는> 읽던 도중 어째서 아니 에르노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님을 웃게 한 제 자신이 뿌듯합니다!!

건수하 2023-12-2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의 말> 이 젤 궁금하네요. 크리스틴 델피 시리즈는 3권 있고, <여자의 역사>는 보관함에 담았다가 이런 거 이제 많이 읽지 않았나 하고 뺐었는데… 일단 ~말 부터 읽고 생각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12-22 07:57   좋아요 1 | URL
그쵸? 이런 책은 여러권 읽긴 했으니.. 무엇보다 제2의 성이 다 끝내준 게 아닐까 싶고.. 🤔 이 책 보류하고 크리스틴 델피 넣어야겠어요!! 😤

건수하 2023-12-21 21:54   좋아요 0 | URL
좋아요. 저도 땡투했습니다!
 
방해하지 마시오
클레어 더글러스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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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의 가장 큰 부작용은 다른 학대로 연속되어 진다는 것.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한 분위기는 유령이 아니라 결국 인간이 가져온 것이다.
아 너무 무서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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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2-21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너무 예쁜데 무서운 책이군요... 클레어 더글라스.... 기억해 두겠어요. (피해가려는 심산)

다락방 2023-12-21 09:31   좋아요 1 | URL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가 당황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