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을 위해 지금이라도 지구를 구해야겠다.















아침에 이 책 제목 회사 동료한테 말하면서 [악마 같은 연인] 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악명 높은 연인' 이었다. 하하하하하.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읽었던 책 제목과 작가쯤은 거뜬히 외울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작가 이름도 안외워지고 제목도 잘 모르겠고....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회사 동료한테 말하면서 [나쁜 남자]라고 한 적도 있다. -0- 나란 년... 돌...



어쨌든, 이 6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으면서 참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이란 나라에서는 비리가 정말 끝이 없구나, 하는 것. 뭐 비리와 부정부패가 스웨덴만의 것이겠냐마는, 이 책에서는 너무 답답한 게 정말이지 믿을 놈이 하나도 없는 거다. 하아- 이 놈을 믿어야 될지 저놈을 믿어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석에 몰리면, 나는 대체 어떤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처한 상황이 어마어마한 위기라면 당연히 거기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그런데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럴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이 놈도 저 놈도 다 내 등쳐먹을 생각만 하는 놈들이라면...하아-


일전에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읽을 때도 스웨덴이란 나라, 복지가 좋고 한 사람이 두 채의 집을 갖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이 나라가, 도대체 왜이렇게 부정부패가 심한가, 왜 다른 나라들과 별다를 바 없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악명 높은 연인]에서도 그랬다. 어디나 돈이 있는 곳이라면 썩어버릴 수 밖에 없는 건가..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맹한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악함의 근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천사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밝고 명랑한 사람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두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게 본다 해도 어디서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뿌리 뽑아 버리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다. 또한 내 안에 선한 기질이 이천 개쯤 있다고 해도, 악한 기질 두 세개가 악의 축이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대체적으로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을 듣는 사람이지만-물론, 그러니 만남을 유지하겠지만- 교제했던 남자에게 쌍년 이란 말을 들은 적도 있다(앞으로 듣지 말란 법도 없고).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이며 동물을 극진히 사랑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에게 그는 천사 같은 인간이었을 것이 아닌가. 인간에게 잘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과 인간을 학살하고 동물에게 극진한 사람이 있다면, 그 중 누가 낫다고 그 가치를 어느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어떤 사람들에겐, 인간에게 잘하면서 동물에게도 잘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건지는 모르겠다만. 자신이 아닌 타인, 혹은 자신이 아닌 동물들에 대해 '나보다 못하다' 혹은 '내가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게, 그게 왜 안될까.



이 책 악명 높은 연인에서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 스웨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물이며 폭력배의 두목이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제거' 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노인이, 강아지를 구한다.



발톱 달린 작은 발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피뇨가 공을 입에 물고 늘 그렇듯 기쁨과 흥분을 발산하며 다가왔다. 주인 없는 개였던 피뇨는 5년 전 아달베르토의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개를 집에 들였고, 그 뒤로 좋은 친구로 지냈다. 구스만 엘 부에노는 공을 잡아 던졌다. 개는 달려가 공을 물어 주인에게 다시 가져왔다. 늘 재미있는 일이다. (p.61)



길 잃은 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구스만은,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는 더 많은 돈을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하고 손 안에서 사람들을 쥐락펴락 한다.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데, 길 잃은 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이걸..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면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물론 한 사람을 좋은 사람이다 혹은 나쁜 사람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기는 하겠지만-그건 내게 보이는 면에 대한 평가일 뿐이니까-, 참, 생각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다. 길 잃은 개 피뇨에게, 구스만은 은인이며 좋은 친구이다. 길 잃은 개 피뇨에게 구스만은 피뇨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고마운 사람이며, 그를 만난 걸 평생 감사하며 살다 눈을 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뇨가 아닌 다른 많은 인간들에게 구스만은 죽음을 가져온 사람일 것이며 악의 뿌리일 것이다. 또한 구스만을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구스만과 피뇨의 사이만 보고 구스만을 선한 사람 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동물을 대할때조차 따뜻하다면 인간에겐 어떻겠어? 하고. 반면, 그의 밑에서 일을 했다거나 그에게 당했던 사람들이라면, 그가 피뇨와 노는 모습을 보고 혀를 찰 것이다. 아니, 저인간은 어떻게 개한테는 잘해주지? 하면서. 하아-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 여자 주인공 소피에게 나타난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던 소피는 아주 오랜만에 가슴 떨리게 하는 남자를 만난다. 함께 있는게 즐거운 남자, 더 알고 싶은 남자, 손을 잡는 게 좋은 남자. 그 남자랑 있는 게 참 좋다. 소피는 그를 알 것 같고, 그도 소피를 알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는 건 살면서 그리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건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손을 잡은 채 춤추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잡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p.86)




그런데 그 남자가, 크고 따뜻한 손을 가진 이 남자가, 손 잡는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바로 이 남자가, 구스만의 아들이며 구스만 조직의 후계자다. 분노가 들끓어 오르면 사람을 토막살인할 수 있는 남자이며, 고기 가는 기계로 갈아버리라고 말하는 남자이다. 하아- 다정한 눈빛을 내게 보이고 내 손을 따뜻하게 잡는 남자가,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심지어 국제적으로도 힘을 가진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라니. 도대체 나는, 소피는, 이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끌리는 건 사실이고 두려운 것도 사실.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 복잡한 생각들을. 왜 하필이면 이런 남자한테 끌리게 된걸까. 


그런 그녀에게 위험이 찾아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경찰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소피에게 접근해 그들의 스파이가 될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소피는 갈등한다. 경찰의 말대로 해야할까? 그렇지만 그는 내게 자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경찰을 믿어도 좋은가? 그렇지만 그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데???



후아- 참...뭐라 더 할 말이 없다.

난..글쎄. 나라면 어떨까. 나는.. 물론 남자를 좋아하지만, 내 자신이 더 소중하다. 내가 끌린 남자가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란 사실을 알게 되면,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끊어낼 것이다. 단순히 경찰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라, 큰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위협받는 상황도 그만큼 많을 터, 그 위협은 내 것이 되기도 할텐데, 나는 그런 위험의 순간 속에 나를 놓고 싶지 않다. 내가 나로서 기능하고 나로서 잘 살기 위해서는 커다란 힘을 가진 자가 옆에 있어서는 안될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엑토르'-그의 이름이다- 를 선택하는 순간, 나는 아마도 '엑토르의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테고, 그러면 엑토르의 부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 여자는 예쁜 여자야, 똑똑한 여자야, 지적인 여자지, 아름다운 여자야, 세계 최고지' 라는 말을 듣기 전에 '저 여자는 엑토르의 여자지' 라는 정체성을 가장 크게 갖게 될 것이고, 그건 경찰들과 경쟁 조직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엑토르를 협박하기 위한 수단이 될것이고, 아마도 가장 큰(덩치가 가장 크다는 게 아니고) 포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엑토르를 선택하는 순간 내게 가해올 위험이 너무나 많을 것이란 게 눈에 보인다. 매시간 나를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나를 노릴텐데, 와-,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내가 되고 싶은 영화속 주인공 캐릭터는 소소한 일상속에서 빛나고 잘먹고 잘 마시고 자주 섹스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자주인공이지, 액션물에서 개죽음 당하는 보쓰의 여자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위험한 남자에게, 나는 위험속에 놓이고 싶지 않으므로 너와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 고 말할 것이고 만약 그 남자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렇지 내가 위험한 남자지 너를 놓아줄게, 하고 나를 좋아줄 것이다. 혹은 나를 안심시키며 붙잡을 수도 있겠지. 엑토르처럼.



"아론과 내가 차에서 내린 순간, 온갖 일들이 일어났던 그날 밤, 난 고칠 수 없는 무언가가 깨졌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어요. 당신이 내게 가졌던 믿음, 희망, 신뢰 같은 거겠지요. 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 그렇게 이상하게 굴었던 거예요. 당신을 잃는 게 두려워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예전처럼 지내고 싶어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날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절대." 그가 말했다. (p.280)



좋아했던 남자다. 지금도 좋다. 그러나 두렵다. 그런데 좋아했던, 좋아하는 남자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좋아했던 남자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잘 지내고 싶다고 말하고, 자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데, 하아- 어떻게 나는 그를 떠날 수 있을까. 흔들흔들 흔들리는 이내 마음, 나도 몰라~ 아아 될대로 되라지, 그래요 같이 가요, 하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는 사랑을 선택하는 여자가 아니야. 나는 나의 안전을 선택할 거야. 미안해요, 나를 놔줘요, 당신이 나를 놔줘야 해요. 그래야 내가 자유로워요. 나는 자유로울 때 가장 빛나요.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선택해 사랑하며 굵고 짧게 살고 싶진 않아요. 나는 사랑을 포기한 채 얇고 길게 살래요... 아, 엑토르. 제발, 세이 굿바이 하자. 그런데..겁나 흔들리겠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남자니까. 내가 반한 남자니까. 하아-





그러나 .. 그 남자가 좋은 남자가 아닐 확률이 진짜 엄청 많다. 높은 위치에서 힘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다루던 경험이 많고 오래됐던 사람이라면, 너랑은 안돼, 라는 부정의 말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웃기지마, 너는 일단 내가 찍은 이상 내 여자야, 어디도 못가, 라는 싸이코식 발언과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 그럼 나는 어떻게 하나. 어디로 도망가나. 전국적이며 국제적으로 힘이 뻗친 조직이라면 내가 어딜 가나 나를 쫓아올텐데.. 도망가 숨을 곳이 없을텐데. 나는 자연인이다 여자 버젼 찍어야 하나. 산 속 깊은 곳에 숨어들어...난 산 속 깊은 곳도 무서운데.. 비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소리를 꺅꺅 질러댈텐데... 바람이 세게 불어 나뭇잎들이 흔들린다면 혼자 무서워서 눈물 줄줄 흘릴텐데...밖에 늑대라도 나타난다면 난 아마 기절할거야. 아, 제발 진짜, 엄청난 힘을 가진 국제범죄단의 두목들이 나를 좋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를 내버려둬요. 엉엉 ㅠㅠㅠㅠㅠ 난 소박한 여자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힘들어..



그러나 이건 모두 추상적인 상황일뿐, 구체적인 대입을 해보면 또 답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자, 그럼 이제 구체적 대입의 시간. 내가 지금 이순간 가장 좋아하는 남자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남자를 국제조직범죄단의 보쓰로 만들어보자. 나는 그를 떠날것인가?



음.



음.



음.



음.




뇌가 꼬인다. 생각이 멈춘다. 재이슨 스태덤이 보고싶다. 




얼마전에 본 영화 [나의 ps파트너]에서 김아중은 고등학교(였나 중학교였나) 동창을 우연히 만나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지성은 그 동창에게로 가 김아중의 편을 들어주며 그 동창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못생겼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건..너무나 치명적이야. 다른 말도 아니고 못생겼다니!! 그 말을 이성으로부터 듣다니! 꽥!! 그리고, 이 책에서도 본다.



"우린 잘 지내왔어, 라르스. 우린 싸우지도, 오해하지도 않으면서 관계를 유지해왔어.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지내왔잖아. 우린 흥미도 같고, 가치관도 같아. 같이 발견한 것들이 있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는 계속 시선을 피하며 와인을 더 마셨다.

"아무 일도 없었어. 넌 그냥 편집증적이고‥‥‥못생겼어." 

사라는 얼마나 마음이 상했는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p.191)




아,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사라와 라르스는 동거하고 있었고, 라르스는 소피를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피가 너무 예뻤고...완벽했고.....집에 와 사라를 보니 못생겼고.....왜 저런 여자랑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그래서 한때 사랑했으며 함께 살고 있는 여자한테 못생겼어 라고 해버린다. 물론 저 상황의 라르스는 약물중독이었지만....하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못생겼어 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니. 그 절망. 아무리 사랑이 식어 헤어졌어도, 연인에게 못생겼어, 라는 말을 하진 말자. 우리, 그정도의 예의는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되자. 너도 못생겼잖아. 나도 너 잘생겨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아. ...현빈이나 김우빈은 티븨에만 있는 거란거, 늬들도 알잖아. 




이건 뭐 부패부정이 너무 심해서 읽기 짜증날 정도의 책인데, 정말 지칠 정도로 비열한 인간들 투성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짜증나고 건조한 책에서 한가닥 유머가 삐죽,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도 삐죽, 피식, 웃었다.



"총알은 제거했어요. 운이 좋았어요. 내부 장기에 영구적인 손상은 남지 않았어요. 그래도 한동안 좀 불편할 겁니다."

"고마워요." 클라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파트리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데, 몸 상태는 괜찮겠어요?"

"아뇨."

"그냥 부를게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파트리크는 방에서 나가 병실 두 개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경찰이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구닐라 스트란드베리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아주 예의 바른 여자였다.

"그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녀가 물었다.

파트리크는 전문의가 쓰는 용어를 써가며 막 떠들어댔다. 구닐라는 그냥 잘난 척하려고 이러는 거구나 싶어 말을 끊었다. (p.48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닐라는 그냥 잘난 척하려고 이러는 거구나 싶어 말을 끊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 읽다가 피식-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 책이 소피 시리즈로 앞으로 나올 거라는데, 아, 너무 믿을만한 사람들이 나오질 않아서...아마 안읽게 될 것 같다. 시리즈로 나올라면 잭 리처 같은 캐릭터가 존재해야 하는데..사랑에 빠져야 계속 만나지. 




어제는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오늘 뭐 먹지?> 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얼마전에 친구가 '니가 보면 좋아할거야' 라고 했던 그 프로렸다. 그래서 보는데 오, 정말 재미있는 거다. 요리하다 말고 수다 떠는 신동엽 때문에 빵빵 터져 웃다가, 아, 뭔가, 어쩐지, 성시경이 좋아졌.............이 캐릭터, 뭐지? 뭔가...요리하다 말고 수다 떠는 신동엽을 한심하게 보는 것 같고, 뭔가 똑똑한 것 같고, 뭔가 좀 .. 아 몰라. 암튼 초큼 성시경이 좋아졌......그런데 어쩐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내적갈등 중이다.



이 세상은 내적갈등 투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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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2015-03-2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입니다.
다락방님은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슬프지만 무척 행복합니다. (말이 좀 이상합니다만 너그러히..)
다락방님의 독자라서..:)
목 아픈거는 좀 나았어요?
아프지 말아요.

다락방 2015-03-20 15:0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소금꽃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제 목은 나아가고 있어요.
네, 봄이네요. 봄을 봄대로 잘 즐겨요, 소금꽃님!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때, 그 바탕이 사랑과 신뢰 이해를 기반으로 한거라 해도, 서로에 대해 얼마만큼을 양보할 수 있을까? 사랑과 이해와는 별개로, 취향이란 것 자체가 상대의 것과 딱 맞아 떨어질 수가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쪽이 살짝 뒤로 물러나주는 게 관계에선 필요하다.


나의 경우 누군가와 사랑을 기반으로 해서 함께 산다는 걸 결정할 때, 그 사람이 책을 안 읽는 건 괜찮지만 술과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이라면 좀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회적인 문제에서 나와 늘 다른 의견을 가진다면, 그 역시도 곤란할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는데 함께 사는 사람은 밤에 출근하고 아침에 돌아온다면, 그것도 어느 순간엔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그는 바깥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그역시도 낭패일 거란 생각이 든다. 난 집에 있을게 당신은 나갔다와, 라고 말하는 거야 어려운 게 아니지만, 어쩌면 그는 나가서 늘 함께할 다른 상대를 찾을 수도 있을테니까.


우리 사이에 애가 생긴다면 또 그런 상황에 따른 충돌도 생길 것이다. 나는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자고 하는데 남자가 천기저귀를 하자고 하면 대뜸 나는, 그거 다 네가 빨아, 라고 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조기 교육은 안돼, 냅둬, 라고 말하는데 상대는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는 거 싫다고 버럭 화를 내며 아이를 다섯살부터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걸 대체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사실 이런 것들을 가정해보긴 했지만, 가장 민감하고 사소한 문제는 '손님을 초대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 지금 내가 식구들과 사는 집에 누군가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때문에 바뀌는 분위기, 그 분위기가 우리 식구들만 있을 때처럼 자연스럽지 않은 게 당연하니,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 온다 해도 좋을 리 없다. 이를테면, 우리집에서 내 방안에 다른 식구들이 들어오는 게 딱히 내키지 않는 것처럼, 우리 집에 다른 사람이 오는 것도 딱히 내키지 않는 것이다. 방해받는 다는 느낌이 내게는 강한데, 이런 성향 때문인지 나는 누군가의 '집'에 가는 것도 굉장히 꺼리게 된다. 가급적 '집'에는 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집은, 그 사람이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안락하게 보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내게는 강하기 때문이다. 외부인을 들이는 건, 내게는 낯설고 편하지 않은 일이다. 



이 책, '마일리 멜로이'의 《지금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만 있다면》은 (생긴 건 자기계발서처럼 생겼지만) 단편집이다.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각 단편 모두 격렬하지 않으나 갈등과 고민이 드러나는 짧은 소설들이다. 그 중 맨 마지막 단편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단편들속 인물들의 갈등도 어떤건지 알겠다는 느낌이 왔지만, 마지막 단편, <오 타넨바움>에서는 특히 그랬다.



네 살 어린 딸과 함께 부부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나무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가족은 스키를 타다 길을 잃은 커플을 마주치게 되고, 그 커플들이 차를 세워뒀다는 곳으로 그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차에 태운다. 여기서부터 남편과 아내는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이 낯선 사람을 차에 태운 것이 아내로서는 못마땅하다. 그들에겐 아이도 있는데. 반면에 남편은 크리스마스인데 길잃은 사람들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아내는 차 안에서 내내 뾰로퉁하고 그런 채로 이 커플이 차를 세워뒀다는 곳으로 갔는데, 거기에 차는 없었다. 누군가 차를 훔쳐간것 같단 말에 이 가족은 이 커플을 경찰서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차 안에서 이들이 여기에 와 스키를 타게 된 사연-남자가 자신을 찾겠다며 스키장에 갔다가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난 것, 이 커플에게도 세살난 아이가 있다는 것 등등-을 듣게 되었고, 차 안에 타고 있던 부부의 아이는 '트리 장식을 같이 할래요?' 라고 순진하게 물어본다. 경찰서에 도착해 이 커플을 내려주는데, 하아, 남편은 이들에게 '일단 도난 신고를 해라, 나는 집에다 트리와 가족들을 두고 다시 너희들을 데리러 올게' 라고 하는게 아닌가!




"가서 신고하세요." 에버렛이 보니에게 말했다. "경찰이 뭘 해줄 수 있는지 알아봐요. 난 집에 가서 짐을 내리고 두 사람을 데리러 다시 올게요."

마치 영화에서처럼 동시에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클로즈업, 하나는 딥포커스. 보니(낯선 여자)는 눈물이 맺히며 환한 미소를 지었고, 팸(아내)은 앞으로 기울인 몸이 뻣뻣해지며 고개를 반쯤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더욱 맹렬한 기세로 앤 메리를 챙겼다. (오 타넨바움, p.249)




하아- 난 여기서부터는 남자가 오버한거라고 생각했다. 스키를 타다 길을 잃은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편이 더 낫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일은 경찰서에 그들을 데려다주면서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그들을 '더' 돕기를 원했고, 아내는 그러지 않기를 원했다. 사실 남자에게는 약간의 다른 생각이 파고 들었다고도 보여진다. 남편에게 감사하며 낯선 여자가 가슴을 밀착시켜 그를 끌어 안던 일, 같은 것들. 어쨌든 아내는 이 일로 화가났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그들을 데리러 가지 말라고 말한다. 화를 내면서 말하고, 남편은 이에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저녁이 되었는데, 이들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아이는 늘상 하던대로 트리를 장식하지만, 집 안에 떠있는 공기는 무겁기 그지없다. 



이 상황에서, 일단 표면적으로는 아내의 뜻대로 되었다. 아내는 그들-스키장에서 맞닥뜨린 낯선 커플-이 집에 오지 않기를 바랐으니. 그러나 남편은 그들을 초대했고 그들이 오기를 원했다. 이 상황, 남편과 아내가 같은 걸 원하지 않은 이 상황에서 둘 모두에게 좋은 길이라는 게 없다. 어느 한 쪽은 자신의 뜻을 굽혀야 하는데, 굽혔다고 해서 만사형통하는 게 아니다. 다른 한쪽은 '저쪽이 양보했지만 사실은 나와는 다른 걸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그 분위기는 더이상 맑고 투명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그 무거운 공기를 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아-


이런 상황이 진짜 너무 싫다. 내 뜻대로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 순간이. 아내도 그랬을 것이다. 결국 아내는 시간이 지나 경찰서에 전화를 걸고 그 커플이 있다면 바꿔달라 말한다. 결국 '우리 남편이 데리러 갈거에요' 라고 말하며 남편의 뜻을 받들어준다. 그렇다면, 그 커플을 데리러 간 남편은 행복했을까? 남편에게도 사실 '어쩌면 그들을 데리고 오는 게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데리고 오겠다는 것은 자신의 뜻이었다. 어쨌든 남편은 그 커플을 경찰서에 데리러 갔고, 그렇게 그 커플을  차에 태운다. 소설은 그 커플중 여자만 차에 태우고 남자가 타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끝이 나는데, 남편이 이 커플을 데리고 집에 가면 모두가 평화로운 상황,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 될까? 남편의 마음 속에도 여전히 '아내는 이걸 원하지 않았다'는 잔재가 있을텐데? 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는 다시 말하지만, 남편이 그들을 '다시 데리러' 가는 것 까지는 오버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애초에 돕는 것까지는 의도가 좋았지만, 더 나아가려고 한 것 까지는 그가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게 그 일이 벌어졌다면, 나는 내 남편에게 데리러 가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고, 나중에, 공기가 무거워져도 그 뜻을 꺽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경찰서까지 가서 그들을 데리러 오라고 하다니, 글쎄. 모르겠다. 이건 단순히 소설을 읽고 생각해본거니 실제 상황이 됐을때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렇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지나치게 선하거나 착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의 속마음이 정말로 돕고 싶은 마음인지 아니면 돕는 자신에 대한 만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지나치게 선하거나 착한 사람과는 함께 살고 싶지 않다. 뭐, 남편의 경우, 크리스마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시작했지만, 결국 다른 뜻도 좀 들어가있기는 했다. 아내는 남편의 다른 생각 혹은 다른 뜻을 좀 눈치챘던 걸지도 모르고, 가족의 분위기가 안좋아지니 '내가 오해한걸지도 몰라' 라고 다독였을 수도 있겠다. 크- 역시 이러저러한 신경 쓰이는 일을 겪지 않으려면 진짜 혼자 사는 게 제일인 것 같다. 우리집 크리스마스 파티에 낮에 만난 낯선 커플을 초대한다라...뭐, 나 역시 그들의 인상이나 대화후 느낌으로 인해 기꺼이 호응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황적으로는 아내에게 동조하는 바, 아, 역시 같이 산다는 건 진짜 쉽지 않은 일이구나, 했다. 




이 책의 다른 단편, <아이들>에는 이런 구절이 실려있다.



대학에 다닐 때 메그가 시를 써서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고, 그 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가지 모두가 내가 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자신의 강력한 힘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떤 바보가 오직 한 가지 길만을 원하겠는가? (아이들, p.231)



우리는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가 없고, 그러므로 당신과 내가 뜻이 다를 경우 당신 뜻과 내 뜻 모두를 관철시킬 수가 없다. 어느 한 쪽은 반드시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 그 양보라는 게 실상 하는 쪽이 기쁘게 한다 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많이 기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양보를 했어, 혹은 저사람이 양보를 했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신경줄이 팽팽하게 당겨지지 않을까. 그러므로 내가 만족하는 길이 당신이 만족하는 길이 되는게 최상일텐데, 우리가 누군가와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어렵다.



그리고, 오, 이 침착한 단편들 속에서, 어떡해요, 그레이가 떠올랐어요. 오, 그레이. 우리 그레이를 대체 어쩌면 좋아!



"얘야." 릴리애너 할머니가 말했다. "부담 주기는 싫다만, 여기에 내가 묶을 방이 있을까?" (릴리애너, p.150)




 아-------그러니까 죽은 줄 알았던 릴리애너 할머니가 손자를 찾아왔고, 본인이 잠시동안 여기에 묵어도 되냐고 말하는건데, 그게 이 책에서는 오타가 난거다. '묶다' 로....그런데 묶을 방, 이라고 하니까...그레이의 변태 룸이 생각나잖아...힝. 묶을 방..할머니, 뭘 묶어요, 뭘 묶으실 겁니까, 뭘 묶으시려고 그러는거에요!! 묶지 마요. 폭력은 나쁜 겁니다. 묶으면 안돼요. 때려서도 안돼요. 폭력은 나빠요. 흑흑.




기관지염이라고 나를 진단한 병원은 아무래도 나랑 맞지 않는 건지, 약을 먹어도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고 증상이 심해지기만 했다. 나는 원래 알러지성 비염을 가지고 있고, 계절의 흐름으로 보니 이게 딱 그거겠더라. 평소랑 증상이 달라 내가 이게 뭐지, 했던 건데, 안되겠다 싶어 어제는 늘상 나를 진찰해주던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병원은 그런데 우리 집근처에 있어서 내가 업무시간을 쪼개 다녀오기가 어려웠다. 마침 퇴근후 남동생의 차를 타고 가다가 이 얘기를 하니 남동생이 혹시 야간진료 할지도 모르니 전화를 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전화를 하니 오후 18:30까지 접수를 받는다는 게 아닌가. 내가 전화를 한 시간은 18:18 이었다. 12분 후에 내가 그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까? 라고 물으니 남동생은 '아니' 라고 했다. 신호들에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는 무리라고. 하는수없이 나는 집에 계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 뭐 하고 있는거 있어? 라고 물으니 아니라며 왜그러냐 하셨고, 나는 병원가서 내 대신 접수 좀 해줘, 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엄마는 그렇게 하셨고, 그렇게 나는 여섯시 반이 조금 넘어 병원에 도착해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늘상 나를 보던 닥터는 이번에도 내게 찾아온 비염과 그 증상에 대해 얘기하며 '괴롭고 고통스러운 증상이죠' 라며 약은 이런 걸 줄게요, 라고 말했다. 내가 밤에 잠을 못 잔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이미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자기 전에 목구멍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죠?' 라는 게 아닌가. 흑흑. 갑자기 너무 안도해서 네, 라고 뭔가 응석받이가 된 기분으로 대꾸했다. 막 죄다 다다다닥 털어놓고 싶었달까. 마스크 하고 다녀요, 잘 때도 해도 돼요, 가습기 틀어놓고요. 그렇게 약을 지어왔고, 그 약을 먹고 잔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많이 나아있었다.



언젠가 여동생은 자신이 다니는 산부인과 닥터가 자신의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얼마만큼 힘든지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닥터가 다 알고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기에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건 동생 주변의 누구도 해주지 못했던 거라 아마도 동생은 그 닥터에게 소울메이트같다는 극찬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어제의 나는, 아, 나도 이 닥터가 내 소울메이트 인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그래도 요즘 영혼이 통하고 어쩌고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내가 어떻게, 왜 괴로운지 말하지 않아도 뭐가, 왜 괴로운지 이미 알고 얘기해주니까, 사실 이 닥터는 환자 말 잘 안듣고 무뚝뚝하고, 정확하지 않은 걸 싫어하는-언제부터 그랬어요? 란 말에 주말부터요, 라는 대답을 싫어한다. 며칠 됐다는 건지 말해봐요, 라고 해서 나흘이요, 라고 대답해줘야 만족한다- 딱히 친절이라고 할 것까진 없는 닥터인데, 내가 왜, 어떻게 괴로운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니, 이 사람이 주는 약이 틀릴 리 없다는 생각이 막 드는 게 아닌가! 



또한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엄마가 그 시간 집에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고. 내가 엄마랑 살고, 엄마가 그 시간에 집에 있었고, 그래서 병원에 가 대신 접수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병원에 갔고, 제대로된 약을 받아먹을 수 있었던 거라고. 물론 내가 혼자 살았다면, 엄마가 그 시간에 집에 없었다면, 그땐 또 나름의 어떤 방법들이 있었겠지만, 마침 그 시간에 엄마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내가 나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어제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지어 엄마와 함께 돌아가는 길,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 병원 접수해줘서 고마워, 라고. 




좀전에는 화이트데이라고 회사 남자 직원이 준 초콜렛을 먹었다. 처음 먹어 보는 벨기에 초콜렛이었는데 와- 완전 맛있어. 하나만 먹으려다가 두 개를 먹었고, 그렇게 정신없이 세 개를 먹으려고 할때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제해, 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래서 아직 두 개가 남아 있다. 근데 와- 진짜 겁나 맛있어. 세상에는 있어서 좋은 게 몇 개 있는데, 술이 그렇고 초콜렛이 그렇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는지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랄까. 신이 나를 사랑해 술을, 초콜렛을 만들었대요~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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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5-03-1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뭔가 했네요. 그레이.ㅋㅋㅋㅋ 기역 하나에 분위기 반전.
웃픈 오타로 전하고 싶은 제 안부는 이렇습니다. `목 아픈 거 빨리 낳기를요.` ㅎㅎ

다락방 2015-03-18 16:06   좋아요 0 | URL
릴리애너 할머니를 그레이라고 했다고, 그레이가 화나서 저를 명의회손으로 고소하는 건 아닌지 몰라요. ㅎㅎㅎㅎ
쾌유를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흣 :)

단발머리 2015-03-19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 이야기를 따라 가다가 `아내`에게 완전 감정이입되서 `남편`을 계속 미워한 1인입니다.
나쁘죠, 이러면~~ 안 되죠~~

오늘의 웃긴 문장은 ˝(생긴 건 자기계발서처럼 생겼지만) 단편집이다.˝이구요,
오늘의 감동 문장은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예요.

혹, 다락방님 북풀에 댓글알람 해놓지는 않으셨죠? 약 먹고 자고 있는데, 혹 내 글이 ˝띨롱˝하고 다락방님을 깨울까 걱정이예요. 알려주세요. 그리고, 얼른 나으시기를요~~~

다락방 2015-03-19 08:20   좋아요 0 | URL
저는 문자메세지를 제외한 모든 어플에 대해서 알림 설정을 꺼두었어요. 단발머리님이 댓글을 이백개 남기셔도 저에게는 메세지가 하나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시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댓글을 마음껏!!!!!!!!!!!남기셔도 됩니다. 설령 알림메세지 오는 문자메세지라도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보내셔도 상관 없어요. 잘 때 문자메세지 온다고 화내지 않아요, 저는. 자느라 답장을 안할 수는 있지만요. 하핫.
 

"술을 마셔야겠어. 한 잔 사 줄까?"

토레스가 파일을 덮었다. 그의 피는 대서양 혹한 만큼이나 차가웠다.

롬지가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총을 보냈다.

"약속 있다고 했잖아, 멍청아."

"나중에 만나."

토레스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리사 롬지 형사가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궁금해? 거의 평생을 알고 지낸 사람이야. 오랫동안 친구였고. 몇 년 동안 떨어져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을 취했지. 그 사람도 결혼에 실패해서 돌아왔어. 2주쯤 전인가? 커피 한 잔 하는데 나를 바라보더라고. 정말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나도 당신을 봐."

롬지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보는 건, 당신과 비슷한 일부일뿐이야. 에반드로, 내 최고의 매력이 아니라. 미안. 하지만 그 사람? 그 사람은 달라. 나를 볼 때면 늘 최고의 나를 찾아내거든."

그녀가 입술을 쪽쪽 빨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뭐겠어? 바로 사랑이야."

토레스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의 파국. 두 사람 관계가 어땠든 간에, 그마저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p.218-219)



















롬지는 토레스와 같은 형사이다. 토레스는 아내와 자식이 있지만, 간혹 롬지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알고 있다. 롬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는 감사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내나 자식이 아니라 롬지를 책임질 생각은 없다. 유부남이지만 롬지와 자고, 그런 사실에 속상해하는 롬지에게 '부부관계가 좋지는 않다'는 말을 하면서, 유부남과 자는 싱글에게 위로랍시고 건넨달까. 그런데 롬지는 왜, 하필이면, 그렇게도 좋아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데도, 그를 좋아할까. 씨발.



"어서 내 침대에서 꺼지시지그래?"

토레스는 한숨을 쉬며 시트에서 빠져나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바지를 입고 셔츠와 양말을 찾았다. 거울을 보니 롬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애를 쓰긴 하지만 롬지는 결국 그를 좋아했다.

하느님, 이 사소한 기적들, 감사합니다. (p.101)



토레스를 좋아하는 롬지를 만나러 간날, 토레스는 롬지가 옷을 차려입은 걸 보게되고 그녀가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남자를 만나러 갈 거라는 사실에 그녀에게 술을 사겠다고 제안하는 것. 하아-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에 감사하지만, 그녀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그녀가 이제 저기 멀리로 가버릴 것 같으니 이제 와 잡으려는 꼴이랄까. 그러나 그는 자신이 속한 가정, 자신이 이룬 가정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다른 한 손으로 롬지를 꼭 쥘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되는 법이므로, 그에게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다. 롬지가 토레스를 떠나는 것은 다행인데, 그것이 토레스가 단순히 유부남이어서가 아니라, 토레스가 보는 게 롬지가 아닌 롬지에게서 보여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롬지가 말한 것처럼, '나를 봐'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래, 그런 생각도 든다. 그는 나를 보고 내가 그 사실을 안다, 그 사실이 기쁘다, 그러나 나도 그를 보는가?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또 내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과도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사실 연애라는 것도 어느 한 쪽이 먼저 좋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게 아닌가. 둘이 동시에 같은 강도로, 농도로, 밀도로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이만큼 촘촘하게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얼만큼 촘촘하게 좋아하니?



나는 롬지에게 토레스를 버리고 평생을 알아온, 롬지를 봐주고 있는 그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롬지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올 거라고는 자신할 수가 없다. 이건 롬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건데 만약 그녀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면, 삶의 궁극적 가치를 사랑받는 거라 생각했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녀는 새로 시작된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아주 많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 약간 공허한채로 자꾸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은, 자기를 봐주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보고 있었던 토레스를 떠올릴 지도 모르고. 아무쪼록 나는 롬지가,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자신을 봐주는 남자와 함께. 




외로운 소설이다. 사실 나보다 먼저 남동생이 읽고 건네주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다 읽고나서 남동생에게 '야, 더 드롭 읽었는데 뭔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몰입이 좀 어렵고 산만하다. 묵직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도는 외로운 소설인데, 이 산만함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암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두가 외롭더라. 



외로워 외로워 낙엽처럼 외로워~ 서러워 서러워~ 바람처럼 서러워~

라는 노래가 있던가?





나는 이메일계정을 처음 만든후부터 계속 그 메일계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엔 아주 스팸이 폭발한다. 스팸이든 휴지통이든 나는 수시로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어제 스팸함에 갔다가 문득 아 지겹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리씨, 강주희씨, 이제 그만 좀 보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이런 스팸메일 보고 회신이 오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공급할 수 있는건가? 이런 스팸메일이 진짜 그들에게는 효과가 있는걸까? 하루에 한명씩 파트너를 소개해준다는 메일을 보고, 오 그럼 소개해줘, 하고 찾아가는 사람이...정말 있는 걸까? 그런가?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현재 이렇다.



괌 바다에서의 우리 엄마를 찍은 사진인데, 내가 찍어 놓고 이건 완전 예술작품이라며 신나가지고 배경화면을 며칠전에 바꿨는데, 하하하하,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책 옆에 핸드폰을 놓았는데, 오, 그림이 비슷한거다!! 내가 찍은 괌바다의 울엄마 사진도 언젠가 책 표지로 써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밤 먹고 있지롱.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자연의 햇밤 그대로.



밥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는 바텐더 일을 좋아했으며, 당연하게도 예전의 거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브는 달랐다. 마브는 지금도 황금마차가 황금 도로를 타고 달려와 이 시궁창에서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렸다. 평소엔 그저 행복한 척할 뿐이다. 어쟀거나 밥이 보기에 마브를 괴롭히는 문제는 그 자신도 다르지 않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야망을 이루지 못하면 끔직한 비극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출 수 있지만, 낙오자는 바로 그 과거 속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여생을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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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3-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도대체 어떤 사이트들을 다니고 있는건가요?
저는 저런 스팸메일이 한통도 없는데요 다락방 님!!!

2.날씨가 꾸물꾸물...
<마의 산>은 크읍........ㅠ..ㅠ
부디 완독하시고 리뷰남겨주시길.




다락방 2015-03-17 14:4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는 그야말로 시야가 좁아서는, 알라딘 외에는 가는 데도 없습니다. 인터넷쇼핑도 한 군데에서만 해요. 아마도 이메일 계정을 십오년이상 써오기 때문이 아닐까..싶은데요. 하아-

마의 산은, 아무개님은 어느 출판사로 가지고 계세요? 열린책들로 당연히 사려고 했더니 세 권이나 되더라고요. 상중하...그래서 패쓰.

아무개 2015-03-17 15:00   좋아요 0 | URL
저는 을유세계문한전집으로 상하권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책장 안넘어가는 소설은 정말 아이고.....


다락방 2015-03-17 15:19   좋아요 0 | URL
얼마나 안넘어가기에 다들 그러시는지 궁금하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메일계정이 세 개인데 그 중에 첫번째로 만든거는 다락방님과 비슷한 제목의 메일이 오네요~ 아주 비슷해요^^
제 핸폰 배경화면을 1분내로 올리면요, 다락방님이 10초안에 `엥?!?`하게 된다는데 500원 겁니다 ㅋㅎ

다락방 2015-03-17 16: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지. 북플에 올리실겁니까? ㅋㅋㅋㅋㅋ 제가 지켜보도록 하지요.

2015-03-17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8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3-19 00:44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해요~~~~~~~~~~~~~~~~~~~~~~`

다락방님, 진짜 예리하세요, 어떻게 내 설명만 듣고 이런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시나요.
북풀 의사선생님으로 임명합니다.

완전 감사요^^

LAYLA 2015-03-1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팸메일은 응답률이 낮더라도 어차피 발송비가 공짜니까 아주 가성비가 높은 방식의 마케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스팸신고를 해주면 좀 낫더라구요!!!

다락방 2015-03-18 14:06   좋아요 0 | URL
아, 발송비가 공짜군요. 거기에 따른 비용이 들질 않네요. 인건비만 들겠어요. 흐음.
저도 스팸신고를 바로바로 해주는 편입니다만, 이 계정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지 진짜 스팸 메일 많이 들어오네요. 어느 순간부터 스팸이 미칠듯이 들어와요. 하아-
 
















이 책은 무슨 책에다가 스프레이로 수면제를 뿌려놓은 건지,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서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졸리다거나 한 게 아니라, 내용 파악 하기도 전에 잠이 쏟아져가지고..아아, 뭐냐 대체. 이런 책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뭐였더라. 여튼 이거슨 타이밍의 문제? 지하철 안에서도, 내 방에서도, 점심시간의 사무실에서도... 그래서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그저 표지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발도 예쁠까? 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이나 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제프 다이어야 워낙에 유명하니 나는 그의 책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제프 다이어라는 작가를 알기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소설로 그를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어쩐지 한유주 번역은...고르고 싶지 않은데..... 뭐 어쨌든.


졸면서 읽었지만 작가의 유머감각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유머감각 있는 사람이 좋더라. 친구든 애인이든 작가든.




당시 나는 프랭크 오하라의 시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거기에 대항에서 대항해서 '나는 이것도 하지 않고, 저것도 하지 않았다' 라는 시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당연히 이 일도 하지 않았다. (p.29)



아, 위의 문장을 읽고 한없이 게으르고 싶다는 누군가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 게으름이 삶의 목표인 사람.



그리고 이런 구절을 봤다.



나는 대화가 이런저런 주석이나 읽은 책 이야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 희망이지만,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보통 나는 스스로 키만 크고 마른 한물간 아저씨라고 느끼는데, 그날의 점심 자리에서 '초강력 선블록' 티셔츠를 입고 영화와 시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은 그을린 피부에 날씬하고, 점심때 먹은 콩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p.119) 



일전에 알렉 볼드윈이 나온 영화 [내 남자는 바람둥이:suburban girl] 에서, 유명 작가가 출판 편집일을 하는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는 밀란 쿠데라와 찍은 사진이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있었다. 거기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그걸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여자가 '밀란 쿤데라'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가 누구인지 알고, 그 작가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그녀에게 자랑스레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만약 여자가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남자의 말은 허공에서 흩어졌을 것이다. 여자는 아마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봤겠지. 내가 자랑스레 생각하는 걸 자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아마 살면서 우리는 이런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른 여러 사람들을 거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상대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몰라도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또한 내 가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제프 다이어가 저 문장에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백프로 이해하지만, 내가 상대를 좋아해서 잘 보이고 싶었다면, 아마 의욕을 가지고 밀란 쿤데라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 알아요? 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재미있는 글을 쓰는지, 내가 얼마나 그 작가를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그래서 내가 그 작가와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나는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만약 이때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면, 내 말을 눈을 빛내며 들을 것이고, 그래서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을 기억하려 할 것이며, 나와 헤어지는 길에 서점에 가 밀란 쿤데라의 책을 한 권 살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한 번 읽어보려 하겠지. 내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생뚱맞지만 해보게 된다는 거다.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진짜 행운이다. 그러나, 제프 다이어가 말하는 것처럼,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은 제프 다이어도 이미 알다시피, 그저 희망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게 서로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나와 같은 걸 좋아하지만 그 상대가 좋지 않았던 적이 아주 많고, 나와 다른 걸 좋아하지만 그 상대를 아주아주아주아주 좋아했던 적도 더러 있다. 그리고 나는 서로 좋아하는 당신과 내가, 우리가, 서로가 서로 같은 걸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이상적이라거나 낭만적이라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이건 뭐 딱히 제프 다이어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자고 하는 말은 아니고, 최근에 그런 생각을 내가 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좋아하면, 상대가 좋아하는 걸 내가 알고 싶어진다는 생각. 특별히 제프 다이어에게 유감이 있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서로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유창하게 얘기할 때 내 가치가 높아지는 듯한 느낌에 대해서는, 진짜 잘 알고 있다.




제프 다이어는 젖은 바지를 갈아 입기 위해 아주 애를 쓰다가, 이래저래 엉뚱하게만 입어대다가, 아주아주 힘들게 입기에 성공했으나 '뒤집어' 입은 것을 발견하다. 그러나 다시 제대로 입기에는 그가 너무 지쳤다. 더이상 아무것도 시도하고 싶지 않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기를 바라며 그냥 그대로 입고 화장실에서 나가 까페의 사람들에게로 간다. 



갑자기 암스테르담 데이브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바지 뒤집어 입은 거 알고 계세요?"

"아니, 제대로 입은 건데."

"뒤집어 입었거든." 데이지드가 말했다.

"둘 다 잘못 본 거야." 내가 말했다. 카페에서 차분하게 앉아 있은 덕분에 화장실에서 겪었던 어려움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그 어떤 논쟁에서 아무리 맹렬한 공격을 당해도 거뜬하게 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 눈에는, 그러니까,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말이야, 뒤집어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정상이야. 나 스스로 안팎이 뒤집혀버렸으니까." (p.145)



이런 부분도 있다.



빨간색(풍선껌 분홍색) 비키니를 입은 미인이 함께 핫유안까지 헤엄을 쳐서 가자고 말한 것이다. 케이트는 나에게도 함께 갈 건지 물었다. 수영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구미가 당기긴 했지만, 해파리에 쏘이거나 익사를 하거나 아니면 해파리에 쏘여 익사를 할까 두려웠다. (p.116)



아, 나는 정말이지 이 아저씨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유머감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가 폐허들을 돌아다니며 사색한 것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키득키득 웃게 하다가,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 선글라스만큼 애지중지 했던 물건도 없었는데, 이곳 영국 어딘가에서 그걸 잃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알 수가 없었다.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를 알면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 선글라스가 없어졌다.

여기에 하나의 교훈이 있다. 아니면 교훈이 아니라 그냥 사실인지도 모른다. 물건들은 없어진다. 그냥 사라진다.

무언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없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걸 잃어버린다. 아끼는 물건일수록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예감도 그만큼 더 확실하게 다가오고, 잃어버렸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도 크다. 그리고, 정말로 잃어버린다. 당시 나의 상황이 그랬다. 그건 세상이었고(눈부시고, 또렷하지 않고, 눈에 거슬리고, 흐릿한)나는 그 안에서 유령처럼 떠다닐 것이다. 어떤 사진도 내가 그 선글라스를 쓰고 보았던 세상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었다. 그날 이후 다른 렌즈가 들어간 선글라스를 써보았지만 잃어버린 렌즈만의 독특한 깊이와 선명함은 느낄 수 없었다. (p.254)




이 문장을, 정말이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는 선글라스에 대해 말했지만, 선글라스 대신 다른 어떤걸 넣어도 좋으리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해도, 잃어버린다. 그런 순간은 오고야 만다. 잃어버릴 거라는 예감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슬프게도 들어맞는다. '필립 로스'의 울분에서, 그 남자는 자꾸만 자신이 전쟁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모든 물건들은, 잃어버리면 다시 살 수 있다. 돈만 있다면 다른 물건으로, 심지어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물건으로 대체해도, 대체된 물건은 기존에 내가 가졌던 그 물건이 아니다. 내가 그 물건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물건은 다른 어떤 물건과 기능의 대체는 될지언정, 정말 그 물건이 될 수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이 사람을 잃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해도, 새로운 사람이 그전 사람의 대체는 될 수 없다. 이 사람은 이사람이고, 저 사람은 저 사람이다. 우리는 하나의 상실을 상실 그대로 겪어내야 하고, 하나의 받아들임을 또 그 자체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애착이 강한 물건,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람. 이 모두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가 나의 세상이었다면, 그 세상은 다른 누구도 내게 다시 보여줄 수 없다.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상실' 임에 다름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말에 '허구헌날 집구석에서 슬픈 예감만 하고 앉아있어 그렇지' 라고 말을 하던데, 어쩌면 .. 정말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실에 대한 예감은 가급적 피해가는 걸로...






주말에는 여동생네 식구가 왔다. 제부는 내게 전등 끄는 리모콘을 준비했는데 깜빡 잊고 안가져왔다고 말했다. 읭? 2주전이었나, 내가 여동생 집에 갔을 때,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불 끄는거 진짜 싫다, 책 읽다 그냥 리모콘이나 이런걸로 꺼지고 잠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내 방 전등을 리모콘 식으로 바꿔주기 위해 주문해서 물건이 왔다는 거다.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말만 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은 안그래도 제부 덕에 되게 편하다고 자주 말한다. 아가 모유 수유할 때 한밤 중에 줘야 할때, 침대가 있는 벽에 작은 전등이 달렸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니 제부가 침대 쪽 벽에 작은 전등을 설치해줬고, 열어둔 방문이 바람 때문에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문 받침대라고 해야 하나, 뭐 여튼 그거를 방문마다 다 설치해주기도 한거다. 마치 현관문 고정할 때처럼. 자기 아내 편하게 지내게 신경쓰는 거야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처형 말까지 신경쓸 줄은 몰랐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전 엄마가 여동생네 갔을 때 그건 뭐하러 샀냐고 물으니, 처형이 자기전에 불끄러 일어나기 싫다고 해서요, 라고 답하더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멋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거 싫다고 진짜 수십명한테 말했는데 제부가 이런걸 해줄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네. 누구한테 뭐 해달라고 말한 게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 화이트데이라고 이런거 받았다???




아니, 소세지도 좋고 밤도 좋지만..뭐랄까...저 비타민을 챙겨주는 마음 같은 게, 훅- 와가지고..엄청 좋았다. 비타민을 그래서 낼름 흡입했다. 소세지는 혼자 다 먹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이 선한 사람이니까 직원들에게도 하나씩 나눠줬다. 아깝지만, 베풀면서 살아야지. 응? 





지난 금요일에는 북플로 친구를 맺은 **님께서, 처음으로 비밀댓글을 남겨주셨다. 나에 대한 좋은 말들이 가득한 댓글이었는데, 그중에서 '다락방님과 돼지국밥에 낮술을 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 라고 하신 말씀이 무척 인상 깊었다. 아니, 나랑 돼지국밥에 낮술 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버킷 리스트라면 가급적 많이 이루는 것이 좋을 터. 게다가 어렵지도 않은 일. 오늘 보니 날이 점점 더 따뜻해지던데, **님, 날이 확 풀려 꽃이 피면, 낮술 한 잔 합시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인걸요. 돼지국밥에 낮술, 하자요. 콜!!




토요일엔 좀 늦게 일어나 엄마 옆으로 가 누웠다.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엄마에게 이제 일 그만하라고 말했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노는거 한심하잖아, 라고 말씀하셔서 엄마 뭐가 한심해, 아침마다 나 밥해주고 아빠 도시락 싸주는 데, 그게 어디야. 난 엄마처럼 못해, 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낮에 아무것도 안하잖아, 일해서 돈 벌어 노년을 대비해야지 돈 없어서 쩔쩔매다 죽으면 어떡해, 하시는데, 어휴. 


엄마, 나 있잖아. 내가 돈 벌잖아. 엄마 혼자 쓸쓸하게 굶어죽지 않게 내가 돌볼게.

니가 버는 돈에는 한계가 있잖아.

소주 두 병 마실 거 한 병만 마시면 되지.

그래 그럼 식구들 다 내쫓고 너랑 나랑 둘이 살자.

아니 왜 내 쫓아, 내 식구들인데. 다 같이 가. 내가 다 돌볼게.

니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진 못하잖아.

소주 한 병 마실 거 반 병만 마시지, 뭐.



그러자 엄마는 깔깔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이궁. 나는 독립할 의지가 있고, 독립을 언젠가는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엄마 아빠 들여다보면서 지낼 거다. 엄마 아빠에게 자식이 있다는 거, 잊지 않게 할것이다. 열심히 돈 벌어야지.




기관지염이라고 오늘 병원 가서 약지어왔는데, 기침을 쿨럭쿨럭 하고 있는데, 근데 기분은 열나 좋다. 뭔가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절정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을 아주 오래, 느끼면서 살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좀전에 내가 준 크림치즈맥스봉 먹은 직원이 완전 맛있다고 그러던데, 아놔, 괜히 줬나 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나눠줬나 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나 혼자 두고 쳐묵쳐묵 할 걸 그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베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진짜 큰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선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날개 없는 천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무거워가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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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비슷한 물건인데도, 이상하게 그 자리를 채워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대체불가능인 그런 것들이 없지는 않더라구요.
2. 리모컨으로 끄는 전등, 집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 기분 좋은 월요일 보내세요.

다락방 2015-03-17 14:50   좋아요 0 | URL
오래전에 남자친구가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손거울을 사다준 적이 있거든요. 사실 손거울을 잘 보지 않는데 늘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녔어요. 그런데 남친하고 헤어지고나서 한참 후에 그 거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오, 그런데 대체 어디에서 잃어버린건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거에요.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거울의 부재를 알아챘을 때는 대체 잃어버리고나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건지도 모르겠고요.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를 알면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의 제프 다이어 말을 저도 그때 엄청 실감했답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나중에, 그남자도 그 거울도 다 잊은 후에 방 한구석에서 발견했어요. 하하하핫

2015-03-16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3-1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쟁이 효녀 다락방님 ^^
예전에 미드에서 마이클 코넬리랑 데니스 르헤인 나온 장면 얘기하면서 막 흥분했는데, 듣는 이는 그래서 뭐-_- 하는 심드렁한 표정이라 뻘쭘했던 기억 나네요. ^^; 맞아요.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가끔 참 벅찬 일인 것 같아요.

기관지염 얼른 나으시길 바래요. ^^

다락방 2015-03-17 14:52   좋아요 0 | URL
제가 딱히 효녀도 아니고 인기쟁이도 아니고요. 그냥...하핫;;

크- 그때 듣는 이가 진짜? 마이클 코넬리랑 데니스 르헤인이 나왔다고??? 하고 같이 흥분해줬다면 문나잇님 기분이 완전 하늘을 날았을텐데요. 흐음. 역시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참 다행스럽고 벅찬 일인 것 같아요.

기관지염은 하루 자면 나을줄 알았더니 더 심해져서 지금 고통스러워요, 문나잇님. ㅠㅠ 목 아퍼요. 흑흑 ㅠㅠ

럭키언니 2015-03-1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림치즈맥스봉을 먹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5-03-17 14:52   좋아요 0 | URL
제가 먹어봤는데 말이지요, 크림치즈 맥스봉 보다는 치즈 맥스봉이 역시 훨씬 더 맛있네요. 흐음. 그렇습니다.

에르고숨 2015-03-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네요!...했더니, 수면제.ㅋㅋ 제프 다이어의 소설은 없지 싶은데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걸로 소설이 있으려나요; 저는 이이가 D.H.로런스에 대해 쓴 책이 무척 기다려져요. 그때 또 같이 읽읍시다. 스스로 인생의 절정기 같다 느끼시니 무척 부러우면서도 보기 좋습니다. (뜬금 없-)건배!!

다락방 2015-03-17 14:53   좋아요 0 | URL
제프 다이어가 소설을 네 권 썼다고 책날개에 나와있거든요. 그것들이...차차 번역되지..않을까요? 그런데 한유주가 번역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그 누구지,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했었죠. 제프 다이어와 로렌스!! 네네, 같이 읽읍시다, 에르고숨님. 헤헷

그리고 건배!
그런데 저 기관지염 좀 나으면요 ㅠㅠ 아파 ㅠㅠㅠ

hellas 2015-03-1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등리모컨 바꿔야겠네요. 전 제부가 없으니 직접:)

다락방 2015-03-17 14:54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 전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바꿀 생각 하지 않는 게으른 1人 이었어요. 제부 만세! 그리고 직접 바꾸실 hellas 님도 만세!! 헤헷 :)

icaru 2015-03-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돼지국밥에 낮술 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봤더니... 몇이 떠오르네요...
우아...일단 남편은 리스트에 없어요 >.<

꼼짝도~ 이 책.. 캬...

보통 씨도, 데이비드 실즈 씨도 자기 책에 하두 제프 다이어 제프 다이어 해서,,, 언제 꼭 한번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5-03-17 14:55   좋아요 0 | URL
그치요? 제프 다이어는 제프 다이어의 글보다 누군가 제프 다이어를 언급한 걸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 도대체 어떤 글을 쓰나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니깐요. 헤헷.

아니, 그런데 왜 돼지국밥 리스트에 남편은 없나요, 아이카루님? ㅎㅎㅎㅎ

니나 2015-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가책인줄 알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3-21 10:47   좋아요 0 | URL
나도 처음엔 그런줄 알고 안샀었어요 ㅋㅋㅋㅋㅋ

blanca 2016-07-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음으로써 제프 다이어의 이 책은 읽지 않겠어요.^^ 졸립다니.. 저는 완전 잠들듯...

다락방 2016-07-11 08:22   좋아요 0 | URL
아 아쉽네요. 제가 이 책을 바로 팔지 않았다면 블랑카님 보내드렸을 것을! 사실 블랑카님은 저보다 이 책을 더 좋아하실 것 같거든요. 블랑카님은 책을 꼼꼼하고 진중하게 읽으셔서 이 책에서도 저보다 더 많은 걸 느끼고 가져가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포기하지 마세요! ㅎㅎ
 


짱좋다.

여기에서 칠봉이도, 현빈을 닮은 친구도, 노가리모임 친구들도 다 만났고, 늘 내가 고마워해야 할 다정한 친구들도 여기에서 다 만났다. 

좀전에 ㄹ님과 비댓으로  수다를 떨면서, 아 진짜 너무 좋다, 하고 생각했다.

여긴 진짜 짱이다. 

내 인생에 칠봉이가, 현빈 같은 친구가, 노가리모임 친구들이, 또한 다른 많은 다정한 벗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울적해지는 것이다. 



신이 나를 사랑해 그를 알라딘을  만드셨대요. ♪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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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2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긋느긋 2015-03-1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를 매일매일 돌보고, 이웃들을 한분한분 세심히 챙기고, 책도 잔뜩 사는 다락방님께
알라딘은 명예패를 수여하라! 수여하라! 1년치 책을 제공하라! 제공하라!ㅎㅎ
알라딘은 정말이지 다락방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어요 ㅎㅎ

다락방 2015-03-12 16:15   좋아요 1 | URL
명예패는 아니고 나중에 혹여라도 제가 결혼이란 걸 하게된다면 알라딘 이름으로 화환이나 왔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덕에 버니님도 알게 됐죠. 앞으로 조금 더 버니님하고 친해질 계획입니다만? 훗 :)

무해한모리군 2015-03-12 16:32   좋아요 0 | URL
수여하라 수여하라!!!! 락방님 제가 환갑되시면 꽃화환을 꼭 ^^;;

다락방 2015-03-12 16:36   좋아요 0 | URL
크- 슬프게도 환갑이 그리 멀지 않네요. 제 생각엔 제 결혼보다는 제 환갑이 더 빠르게 제게 올 것 같네요. 아, 저 사주 봤을 때 예순살에 결혼한다던데...결혼축하겸 환갑축하로다가 부탁드려요, 휘모리님.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6:43   좋아요 0 | URL
수여하라 수여하라!!!! 락방님 환갑되시면 저는 꽃바구니^^;;

다락방 2015-03-12 16:46   좋아요 0 | URL
꽃부자 되겠네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원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해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원래는 실버타운 갈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6:49   좋아요 0 | URL
정원 있는 집 마련되면 바로 연락주세요. 저도 하이드님께 미리 연락도 드려야하고 ㅋㅎㅎ
정원 있는 집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책 읽으면 완전 짱이겠는데요.
아니다, 치킨에 맥주, 아니다, 소주에 족발?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3-12 16:50   좋아요 0 | URL
다 됩니다, 단발머리님. 아무때나 말만 하세요. 소주에 족발도 치킨에 맥주도 스콘에 커피도 다 됩니다. 아예 여러명 불러서는 호텔 조식 뷔페처럼 꾸밀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믈렛 잘하는 남자랑 같이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8:11   좋아요 0 | URL
스콘에 커피.... 아.......................
다락방님, 사랑해요~~~~~~~~~

꼬마요정 2015-03-1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믈렛 잘 하는 남자에 한 표~~^^

다락방 2015-03-12 19:30   좋아요 0 | URL
오믈렛을 제가 못하기 때문에 남자는 무조건 오믈렛!!

보물선 2015-03-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기능에 sns가 겹쳐졌군요!
좋아요!!! (저랑도...^^)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0 | URL
보물선님과는 북플 친구! ㅎㅎ

그렇게혜윰 2015-03-12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현빈 같은 친구라..... 저도 조만간 조인성같은 친구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0 | URL
그렇게혜윰님, 화이팅입니다. 조인성 같은 친구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겁니다. 훗

비로그인 2015-03-12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족발 꼭 먹을거예요!불끈!

다락방 2015-03-13 14:22   좋아요 0 | URL
저는 족발과 소주를 사랑합니다, 아른님. 새우젓과 마늘도요. 우후후

[그장소] 2015-03-1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뭔가 공약을 내거는 분위기인데..뭘하면 좋을지 감을 잡지 못하겠는 1인.하하하 언젠가..저도 이유경 마니아가 되서 사인을 받으러 ..줄서는 날이
있기를 환갑전에요~^^♥

다락방 2015-03-13 14:22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 아, 저기, 제가 사인을 해주면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날이....글쎄요, 올까요? 환갑 전에? 아무쪼록 그 날이 오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으흐흐

[그장소] 2015-03-13 20:19   좋아요 0 | URL
언제가..오지 안겠습니까..??
세계평화나..남북통일 보단 빠를것 깉아서..걸었어요^^♥ 그러니..부담은 갖지마세요..램프요정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있겠어요~!!^^♥ㅎㅎㅎ

세실 2015-03-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 현빈같은 친구분 저도 소개해줌 안될까요? 아.....부럽다.........................^^

다락방 2015-03-13 14:23   좋아요 0 | URL
그 분이 대한민국에 계신 분이 아니셔서 말입니다요, 세실님. 멀리 계셔요. 아주 머어어어어어얼리요. 비행기 타고 열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그 분을 만날 수 있답니다. ㅋㅋㅋㅋㅋ

세실님도 멋진 친구들 많이 만드셨잖아요, 알라딘에서. 제가 다 아는걸요. 또한 일상도 멋지게 꾸려가시고 말입니다.
:)

페크pek0501 2015-03-13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계셔서 알라딘이 더 좋다고 느끼는 1인입니다. ^^

다락방 2015-03-13 14:39   좋아요 0 | URL
방금 페크님 서재 다녀왔는데, 페크님, 이렇게 또 덕을 쌓으시네요. 헤헷 :)

보슬비 2015-03-1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알라딘에 킨포크 테이블을 마련해주세요.
저는 와인 들고 갈께요. ^^

다락방 2015-03-16 11:04   좋아요 0 | URL
우앙- 언젠가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각자 음식 하나씩 들고 와서 파티 하는거요.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음악 틀어두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히히히히히

블랙겟타 2015-04-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글때문에 알라딘 서재에 한번씩 들르네요. ㅎㅎ 늘 잘읽고 있습니답!

다락방 2015-04-28 10:18   좋아요 1 | URL
아니, 블렉겟타님. 이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써주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