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의 집은 여자 노인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다. 공간을 대표하는 디렉터나 운영과 행정을 맡아보는 인력이 따로 없고, 공동체를 구축하는 멤버들이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는 공간으로 '자치', '생태주의', '시민 참여', '연대'가 이 공간을 받드는 네 개의 정신적 기둥이다. 21명의 여자 노인과 네 명의 젊은이가 한 건물 안에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각자가 차지하는 공간의 규모에 따라 월세 시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400유로(약24만~48만 원)의 월세를 내며-거의 모든 프랑스 노인은 국민연금을 수혜하므로 이 정도의 집세는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노인 요양원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낮은 가격이다:저자 주- 모든 거주자가 일주일에 5~10시간씩 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노동시간을 제공한다. 각자의 공간에는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세탁실만 공동으로 쓴다. 텃밭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건물 1층에는 모두가 매일 만나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며 서로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지식과 지혜,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민중 대학이 마련되어 있다. 이 민중 대학에는 이 공간의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테레즈 클레르, p.17)




일요일에는 나를 포함한 여자 다섯 명이 만났다. 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애슐리에 가서 실컷 먹고 실컷 마셨는데, 덕분에 월요일인 어제 기운을 못차리고 철푸덕 뻗어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생일에 친구가 선물로 준 모닝케어 생각이 나, 부랴부랴 옷을 입고 편의점에 가 바꿔서 마셨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 철푸덕...

우리는 네시반경 모여서-네시였는데 내가 애슐리를 못찾아서 종로를 빙빙 돌았고, 그러다 결국 집에갈거야! 이러고 눈물까지 찔끔...- 언제 헤어졌지?, 실컷 수다를 떨었는데, 그렇게 미친듯이 수다를 떨 수 있는 건 우리가 지금 처한 환경이 비슷하고 또 바라보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여행가자, 같은 얘기들도 하다가 공동체 얘기도 나왔다. 공동체는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바였다. 어쩌면 그 공동체에 대해 꿈꾸는 모습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싱글인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사는 걸 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큰 빌라나 작은 빌딩을 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으로 소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구성원 모두 각자의 공간이 있고, 그러나 1층의 부엌은 함께 쓰는 그런 삶. 그래서 내키면 식사는 같이 하되, 원한다면 언제든 자기 방으로 숨어들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비혼의 삶을 앞으로도 유지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이 들면 실버타운에 가야지, 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다 '목수정'의 [파리의 생활 좌파들]을 읽으면서, 아, 실버타운 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던 것.


그런데 일요일에 만난 친구들도, 또 다른 친구들도, 진작부터 공동체 생활을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됐다. 금요일에 만난 친구에게도 얘기하니 자기도 그런 공동체를 희망한다는 게 아닌가. 일단 내 주변에 이렇게 여러명이라면, 이들만으로도 이미 공동체를 만들 인원은 충분할 터. 게다가 내가 계속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니, 싫지 않은 멤버가 아닌가. 나와 그간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라면, 나는 살갑게 계속 치고 들어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터. 그렇다면 우리는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사이에 두고 공동체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거, 한 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 오랜 친구들도 그랬다. 사별을 하거나 별거를 하거나 아예 연애를 해본 경험이 없거나 한 이 오랜 친구들은 '같이 살기를' 꿈꾼다. 그래서 하룻밤은 다같이 모여 하루 자 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함께 살자고 약속을 했지만, 어느 한 명은 치매에 걸렸고 어느 한 명은 암에 걸렸다. 치매에 걸린 친구는 요양원에 가길 원했고 암에 걸린 친구는 3기라 많이 위험하다 했는데, 이에 이들 중 한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우리 같이 사는 거, 그거 못하겠네.



우리가 '언젠가는' 공동체 생활을 하자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바라왔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들었다. 너무 늦어지면, 그러니까 일흔이 넘어가고 여든이 넘어가면, 그때 돼서 '이제 같이 살자'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에 친구들과 공동체 얘기를 하면서도 그랬다. 디어 마이 프렌즈 얘기를 꺼내면서, 너무 늦어지면 그건 뜻대로 안될 수도 있어, 라고.



우리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공동체를 꿈꿨던 내 주변의 친구들은 애인의 유무와 상관없이 혼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결혼을 자기 인생에 두지 않은 친구들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우리중 누군가는 빠른 시일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공동체와는 멀어질 수도 있다.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거기에 충실하느라 자연스럽게 우리와 멀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공동체를 꿈꾸어온 내가 그럴 수도 있다. 이런 글을 써놓고서는 당장 몇 달 뒤에 '남자랑 동거하기로 했다' 같은 글을 쓸지 누가 알겠는가. 알 수 없지. 그래도,



지금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그려본다. 



1층의 커다란 식탁에서 부러 그러는 게 아니어도 가끔은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을,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다같이 집에 있다면, 와인이며 샐러드 치즈 같은 거 차려두고, 스테이크도 구워 두고, 그렇게 건배하는 삶을. 냉장고에는 컨디션이나 여명 같은 숙취해소 음료도 좀 쌓아두고 살고 싶다. 나는 한 번도 원한 적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공동체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함께할 수도 있다. 개가 있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나와 내 친구들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을 터, 아이가 자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일 수 있을 거다. 어디를 열어도 책이 보일 거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는 어른들이 모두 페미니스트야!!!!!!!!!!!!!!!! 졸 멋져!!!!!!!!!!!!!!!!!!!!!!!!!!!!!!!




이런 멋진 생각을 뒤로 하고,

자, 주어진 일들을 하자.

선물받은 초콜렛을 먹자.

점심엔 갈비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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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박람회 2016-08-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2016년 9월 23일 광주광역시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쳥, 광주광역시가 주최하는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되는데요
그에 연계한 공모전 두가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도시농부 스마트폰 공모전
http://xn--980b05b94ex1f25j0pec50b.org/introduce4/bu6.html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예술텃밭 공모전
http://xn--980b05b94ex1f25j0pec50b.org/introduce4/gongmo.html

singri 2016-08-1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멋지네요 진짜 ! 머리속으로 생각해보는거 만으로 할말이 사라짐. 목수정이라니 책도 더 읽어보고싶네요.

다락방 2016-08-16 15:57   좋아요 0 | URL
저는 책에서 인용한것처럼 민중대학을 공동체 안에 만들진 못하겠지만, 자주 모여서 신나게 수다 떨며 지내고 싶어요. 수다는 나의 힘...
정말 공동체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다보면 아마도 더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핫.

hellas 2016-08-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 몇명과 그런 이야길 참 꾸준하게 많이 합니다. 그 주제는 언제나 즐겁긴한데.. 현실적일까 라는 의문은 슬퍼지고.. 뭐 그렇네요.

다락방 2016-08-17 09:14   좋아요 0 | URL
많은 여자사람들이 그런 삶을 꿈꾸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어요. 왜 여자들은 각자의 공간이 있는 공동체를 꿈꾸는데 남자들은 그러지 못하는지를. 남자들은 자기 손으로 밥해먹을 줄 몰라서 그런다, 고 실컷 뒷담화 했습니다. ㅎㅎ
현실적인 일이 될지는 저도 ..... 일단 집을 사든 얻든 돈이 필요한 일이고 말이죠 ㅠㅠ

transient-guest 2016-08-17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람들만 함께하는 공동체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계속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수혈(?)되어야 할 것이고, 젊은층도 꾸준히 유입되어야 할 듯. 하지만, 그렇게 식당을 겸한 큰 주방과 도서관-common area공간을 가운데로 해서 각자 privacy를 같고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구조로 해서 가족과 친지, 친구 등 맘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ㅎㅎ 그나저나 더운 날씨에 와인은 좀 어렵지 않나요???ㅎ

다락방 2016-08-17 09:18   좋아요 0 | URL
저도 차라리 낯선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만약 서로가 거리를 지켜준다면 아는 사람들로 구성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어떤 강제성이나 압박 없이 식사시간이나 이런 걸 자유롭게 하고, 그러다가 어떤 날엔 `나 지금 밥 먹을건데 같이 먹을래?` 하고 단체문자 같은 거 보내서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도 있다면, 나름 괜찮게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머릿속에서는 그래요. 사실 이게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희망사항이기만 할 것 같고..

와인도 맥주도 힘들죠. 어휴, 진짜 집에 가서 뻗어버렸네요. ㅠㅠ

clavis 2016-08-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 멋져요!!!!!!!!^^

다락방 2016-08-22 13:22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뉴욕에서 내게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시집을 못가요' 라고 말하는 한남을 만나서 멘붕이었더랬다. 나는 저렇게 말하는 남자를 내 주변에 친구로든 연인으로든 두지 않는데, 여기와서 만나게 되다니.... 당황스러웠다. 안간다, 시집! 생각이 많은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를 나도 싫어한다. 남자를 거르는 몇 가지 단어들이 추가됐는데, 일베와 소라넷을 포함해서 '메퇘지', '너 메갈하냐' 등의 말과 함께 '너 꼴페미냐'고 꼴페미를 욕으로 쓰는 남자들은 옆에 두고 싶지 않다. 



마태우스님이 이런 글을 쓰셨다. 나는 마태우스님이 자랑스럽다. 나는 이런 사람만을 옆에 두고 싶다. 나는 마태우스님과 친하(다고 생각한)다. 








진중권도 이런 글을 썼는데, 와... 댓글들이......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8575&yy=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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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2016-08-1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가기엔 너무 아깝다니까요
시집가면 마태우스님과 친하다..그런 글도 쓰기 조심스러울지도 몰라요~
남편이 질투할까요?

다락방 2016-08-11 13:06   좋아요 0 | URL
그쵸. 저 시집가기엔 너무 아깝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혼으로 쭉쭉 뻗어나가겠습니다. ㅎㅎ 그렇지만 잘생기고 돈 많은 페미니스트 남자사람이 같이 살자고 하면 그때는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아하하하하.
그리고 저랑 결혼할 정도의 남자라면 제가 누구랑 친하다고 해서 질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하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지적하는 것이지만 일베는 여성혐오이고 메갈은 남성분노이죠.
혐오는 강자가 약자에게 보내는 증오이고,
분노는 약자가 강자에게 보내는 감정입니다.
여성이 강자인 남성에게 증오를 보인다는 것은 결국 남성에 대한 혐오보다는 남성에 대한 분노에 가깝죠.
분노는 사회를 바꿀 수 있지만 혐오는 폭동을 일으킬 뿐입니다..

다락방 2016-08-11 13:18   좋아요 0 | URL
네 그 때 그런 취지의 글 쓰셨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동의합니다. 지금 그들은 분노와 혐오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요. 고작 자기들을 비춰주는 `말`에 그렇게도 부들부들 거리다니. 그동안 여성들이 당한 차별을 받았다면 살아남지도 못했겠네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요.

건조기후 2016-08-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너무 많이 보지 마요 ; 늙어요..

남자사람을 거르는 조건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일상적인 인간관계도 힘들어질 거 같아요. 도대체 그 한 줌 신체기관이 뭐라고 그거 하나에 온통 얽매여서 자기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지(조차도 스스로 알 지 못하고) 볼수록 참 아스트랄한 종족...

다락방 2016-08-11 13:20   좋아요 0 | URL
어쩌면 저렇게 한결같이 병신같은 댓글들만 써대는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뇌가 없는 것 같아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음... 상황판단도 안되고 원인과 결과를 따질줄도 모르고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이성적이지도 못하네요, 남자들은. -_- 여자들 깔아뭉갤 줄만 알지... 아, 너무 싫어, 너무 한심해. 세계 각지로 뻗어있는 한남이에요.

건조기후 2016-08-11 13:48   좋아요 0 | URL
정말 놀랍도록 멍청하지 않아요? 얼굴에 똥 묻었다고 아무리 말 해줘도 안 닦아서 거울 보여줬더니 왜 나한테 똥 묻은 거 보여주냐고 화내고 거울만 막 박살내... ;; 왜 그럴까요? 그냥 똥 닦아내면 끝날 일인데. 똥 묻은 거 보여준 게 잘못인가.. 지한테 묻은 건 아무리 똥이라도 똥이 아닌 건가.. 똥을 똥이라고 할 수도 없는 2016년의 한국입니다...

다락방 2016-08-11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멍청해요. 진짜 똥멍청이들이에요. 아무리아무리아무리 설명해줘도 말귀도 못알아먹고. 과격하다고 말이 심하다고 빼애액 거리는데 좋은 말로 해도 못알아먹는 주제에..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토록 멍청한 남자들이 직장에서 간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정치에서도 다수의 자리를 차지했었다는 걸 생각하니 답답해서 잠도 안올 것 같아요. 그동안 자기들이 한 짓을 보지도 못하고 한결같이 멍청함을 유지하다니. 대단히 멍청하며 고집스러워요.

진중권 글 댓글 보면 `교수가 학생한테 욕설하고 성폭행 한거 고대로 미러링 해줄까?` 뭐 이런 게 있던데.. 이건 대체 무슨 개소리입니까... 뇌가 없어.... ㅠㅠ

hellas 2016-08-1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신문 칼럼 읽었네요. 뉴욕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시다니 ㅌㄷㅌㄷ 전해드립니다. -.,-

다락방 2016-08-11 14:15   좋아요 0 | URL
저 칼럼들을 비롯해서 다른 칼럼들도 메갈에 대해 지지하는 취지라면 밑에 댓들들이 다 진짜 엄청나게 달리네요. 다들 부들부들하고... 글 자체를 이해를 못해요. 이해력이 딸리는 존재들이여...

한남은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는가 봅니다. 뉴욕에서 한남이라뇨. 맙소사. ㅠㅠ

책읽는나무 2016-08-1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혀~~~
글을 읽다보니 그저 한숨만이ㅜㅜ
저는 소라넷이란 사이트가 있는지는 사실 알라딘에서 작년에 첨 알았어요
듣기싫은 소리,보기싫은 것들은 관심을 두지 않아 애써 찾아보지 않았구요
그래도 한 번씩 알라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완전 초집중해서 읽게 되곤해요
그리곤 완전 기운이 쫙~~빠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이트의 댓글들 읽다보니 왜 이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편협된 사고관으로 굳어져 왜저렇게 흥분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ㅜㅜ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나서 같은 남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면??이란 가정을 수십번 해봐도 저는 도저히 납득이ㅜㅜ

다락방 2016-08-15 13:21   좋아요 0 | URL
저도 소라넷의 존재를 작년인가 처음 알게 됐었어요. 얼마나 놀랐던지요. 더 놀라운 건 그것들이 게속 사용자가 많은 채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고, 그래서 메갈을 비롯해서 많은 여성들이 소라넷을 없애자고 했을 때 많은 남성들이 그걸 없애는 걸 반대하기도 했다는 거에요. 아주 적극적인 반대요. 결국 소라넷은 없어졌지만, 소라넷 유사 사이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게다가 소라넷 역시 다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나라 남자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기쁨을 느끼는걸까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죠. 저 댓글들만 봐도 너무나 참담하고요 ㅠㅠ

2016-08-1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5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5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뉴욕엔 십일년전에 다녀왔었다. 센트럴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너무 가보고 싶었고, 그래서 단지 그 목적만을 가지고 뉴욕에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쳐 예정보다 이틀을 더 묵게 되었는데, 어쨌든 내가 외국에 나가 머물렀던 시간이 가장 길었던 때가 바로 그 때다. 그때 친구와 나는 센트럴 파크에 갔고, 맨하튼 시내를 매일매일 돌아다녔고, 길게 줄을 서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랐었다.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 앉았어도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키스를 하지도 않았다. 나에겐 외국 여행이 처음이었고,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러나 '절약절약!'이 머릿속에 콕- 틀어박혀서, 제대로된 음식을 먹지도 못한채 한국에 돌아왔었다. 같이 간 친구의 지인이 그곳에 있어 밥을 사준다며 다이너에 데리고 갔었을 때, 그때가 미국식 식사를 제대로 맛본 유일한 때였는데, 그 다이너를 그 여행기간 동안 두 번에 걸쳐 갔었다. 


뉴욕은 내가 열다섯살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내가 그간 봐왔던 영화와 책에서 들었던 노래에서 뉴욕을 많이 만났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십일년전에 처음 그곳을 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 후에는 괌을, 홍콩을, 마카오를, 싱가폴을, 베트남을, 포르투갈을 다녀왔고, 그 사이사이마다 '뉴욕을 다시 갈 것' 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때 동행했던 친구와 나는, 뉴욕에 언젠가 다시가자,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리고 십일년후에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지난번처럼 빈곤하게 여행하지 말자고 했다. 저렴한 숙소와 저렴한 식사로부터 벗어나자고 했다. 미국에 갔으니 스테이크도 마음껏 먹고오자고, 호텔에서 자자고, 친구와 나는 얘기했다. 그리고 이번엔 미술관에도 가보자, 라고도 얘기했다. 센트럴 파크와 엠파이어는 기본이지만, 우리 그때 한 번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미술관을 가보자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부지런히 사서 읽은 후에 같이 갈 친구에게 빌려주었다. 자, 이거 읽고 가자, 하고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미술관에 꼭 가자 라는 다짐보다는 먹거리가 많다는 첼시 마켓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레고 매장에 가서 조카들 선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친구는 이 책을 내내 안읽고 있다가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그래서 다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뉴욕에 도착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에 갔다.


$25.00 하는 입장료를 내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갔는데, 와, 얼마나 작품이 많은지, 걷고 걷고 또 걸어도 이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다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더라. 친구와 나는 다리 아프게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절반이나 봤을까... 신기한 건, 작품 앞에서 친구가 설명을 해주는 거였다. 이 그림은 이걸 그린건데 여기 어디에 이 그림을 다른 버젼으로 그린 게 있대, 어, 이 그림! 이 그림은 여자아이처럼 보이지만 남자 아이래... 어, 이 그림! 이 그림은 말이야...


우와- 완전 짱멋져. 어쩌면 그렇게 미술을 잘 알지? 어떻게 그림에 속한 배경까지 다 알고 있는거지? 너무 멋져!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그림은 진짜 너무 좋은거다. 그냥 봤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재미도 없었을텐데, 친구가 이렇게 설명해주니까 너무 좋아. 나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아니, 너 근데 이런거 언제 그렇게 다 알게 된거야????????????' 라고 물으니, 친구가 대답했다.



"니가 나 빌려준 책에 다 써있던데?"




............................................................................................................

그 책..

나도 읽었는데?

나 다 읽었어..

난 첼시마켓 밖에 생각이 안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한 것 밖에 없어.

레고 매장이 모마 미술관 근처에 있대.

난 이렇게 밖에 기억이 안나는데...어떻게 너는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인거야??????????????????????????? 난 뭘 한거야???????????????????? 내 책인데????????????????????????????????????????? 왜 난 몰라???????????????????????????????????????????? 나는 엄청난 좌절을 품게 됐다. 그러자 친구는 말했다. 



"나는 읽은지 얼마 안됐잖아, 너는 오래됐고."



.................................................................................

위로 되지 않아... 전혀... 전혀 위로 되지 않아...... 아이큐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의 나는 내 머리가 되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천재인줄 알았어. 집이 부유해서 영재 교육 시켰다면 나는 어마어마한 인재가 되어있을 거라고, 지금 여기에 없고 어디 연구소 이런 데서 천재적인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자라면서 점점 그 생각이 바뀌어갔다. 음..어쩌면 나는 그냥 평범한 머리를 가진걸거야. 그러니까 공부도 못했겠지. 그냥.. 평범한 머리야... 그러다 몇년전부터 드디어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난... 머리가 좀 나쁜 편인 것 같아. 평균보다는 약간 밑일 거야. 머리 좋다고 생각했던 건, 어린 날의 착각이었어. 누구나 하는 착각. 부모들이 첫번째 애를 키울 때 가장 그 말을 많이 하잖아. 와우- 얘는 너무 똑똑해! 나는 그래서 내가 진짜 똑똑한 줄 알았지 뭐야. 아하하하하. 이제는 안다. 나는 평균을 약간 밑도는 아이큐를 가졌을 거란 사실을. 얼마나 밑도는지 아이큐 검사 해보고 싶다. 아니, 같은 책을 읽었는데 한 명은 그림 해설사가 되어 있고 한 명은 레고 매장에서 조카 선물 살 생각이나 하고 있고.....................................Orz



친구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마 미술관> 에 갔을 때도 역시나 아, 그 그림을 봐야 하는데, 하고 찾아다니더니 아 이 그림! 하고서는 또 샬라샬라 말을 한다. 멋져... @.@



나는.. 왜 때문에 책을 읽는가........................................


친구와 나는 십 년 후에 또 뉴욕에 오자고 약속했다. 그 전이 된다면 좋겠지만, 미국은 그렇게 쉽게 오고갈 만한 위치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때 와서 또 이 도시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자고 했다. 그때는 이 뉴욕미술관 책을 한 번 더 읽는대신 그냥 친구에게 읽으라고 다시 주고, 나는 친구의 설명을 들어야겠다. 읽어봤자 나는 기억도 못하니까. -0-


뉴욕에 가서 미술관을 한 번 들러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내 친구의 경험을 팁으로 삼아, 가급적이면 비행기 안에서 읽기를. 그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보는 그림은 그렇지 않은 그림보다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모마 미술관 인증 짤을 투척한다. 친구와 나. 지나가던 한국인이 사진 찍어 달래서 찍어줬더니 우리도 찍어준다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원래 사진 안 찍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네 ㅋㅋㅋㅋㅋㅋ 이러고 찍음. 표정 열나 구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표정에서 어색해함이 다 드러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하나라도 더 즐길 게 있다면 더 즐겨보자 싶어서 이 책도 사서 읽었다. 와, 이 책의 저자 '최한샘'은 정말 서점을 좋아하는구나. 뉴욕의 서점을 잘도 돌아다녔다. 게다가 어느 곳에서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어. 멋지다... 십일년전에 뉴욕에 갔을 때는 <리촐리 북스토어>를 갔더랬다. 아주 아름다운 서점이었는데, 그 서점은 영화 《폴링 인 러브》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영화 폴링 인 러브는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인데,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 둘 다 서점에 들렀다가 부딪치게 되고, 그래서 각자가 책을 산 봉투를 떨어뜨리고 다시 줍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바뀌게 된다. 메릴 스트립이 남편을 위해 산 책을 로버트 드니로가 들고 가고, 로버트 드니로가 아내를 위해 산 책을 메릴 스트립이 들고 가게 된 것. 집에 가고나서야 그들은 책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뒤로도 이 둘의 우연은 몇 번 계속되어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 둘 모두 배우자가 있고 아이들이 있어서... 더 내지르고 싶지만 더 내지르지 못하는............ 뭐, 그런 영화의 배경이 된 서점이 리촐리 북스토어 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스트랜드 서점>과 <반즈 앤 노블>에 갔었다. 부러 찾지 않아도 가는 길에 있어서 들르기 좋았다. 외국에 가 서점을 들르는 일을 나는 무척 좋아하는데, 이걸 같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우후훗. 책더미들 속에 파묻혀서 자연스레 책을 사고 싶었지만, 십일년전에 뉴욕에서 샀던 책을 아직도 다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게 떠올라 관뒀다. 기분 탄다고 책 샀다가 그냥 먼지만 쌓여.... 십일년전 뉴욕, 나는 그 때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안에 있는 서점에서 '산드라 브라운'의 책을 샀더랬다. 100쪽까지 넘기다 포기했었지..... 그렇게 십일년이 되었어.....

















마카오 에서도 서점에 들러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책을 샀었지... 포르투갈 어도 모르면서...... 당연히 펼쳐 보지도 않았어....... 싱가폴에서도 서점에 가서 줌파 라히리 책을 샀었지. 그저 샀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그냥 다 집에 있기만 하는.............조인성의 대사가 생각나네.



그냥 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이만큼의 경험치가 쌓였으니, 앞으로는 외국에 나가 서점에 들러도 책은 사지 않는 걸로.... Orz


















친구는 뉴욕 여행을 준비하며 이 책을 샀다. 그리고 친구가 먼저 보고는 내게 빌려주었다. 나는 이 책을 넘겨가며 여기저기 체크해 두었는데, 그중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MAST BROHERS>초콜렛 공장이었다. 직접 초콜렛을을 만들고 판매도 하는 곳이라는데, 거기 가서 초콜렛 잔뜩 사와야지 마음 먹었던 거다. 가기 전 나는 내 나름대로, 이 초콜렛 가게는 초콜렛을 이용한 기획상품이 많을 것이며 사람이 바글바글 거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손님이 없었고, 가게는 전체적으로 비어 있는 느낌이었으며, 기획 상품 같은 건 아예 없었다. 그냥 자기네가 만든 초콜렛만 팔았다. 하하하하하. 들어서자마자 이 초콜렛을 맛보지 않겠냐며 초콜렛을 내밀고, 친구와 나는 사이좋게 하나씩 받아 먹었다. 여러 종류의 초콜렛이 있는데, '이 초콜렛 맛볼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Sure! 이러면서 테스트 해보라고 초콜렛을 다 꺼내준다. 한쪽에서는 만드는 과정이 다 보이게 초콜렛을 만들고 있다. 나는 그걸 뚫어져라 보진 않았고, 초콜렛만 봤다. 으하하하하. 





그냥 저렇게 '나 초콜렛' 하는 애들만 있다. 타임스퀘어에 있는 m&m 매장과 허쉬 매장을 가면 캐릭터도 겁나 많고 기획 상품도 겁나 많고 무슨 파자마까지 파는데,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렛은 그냥 정말 순수하게 초콜렛만 있다. 들어서자마자 초콜렛 냄새가 확- 게다가 엠엔엠이나 허쉬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도 아니라서 참 좋다. 뉴욕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짬을 내어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다. 브루클린은 타임스퀘어 근처에 비하면 정말 사람이 없다니까. 한가하고 또 한가하다. 나는 브루클린에 가서 타이 음식점을 갔고,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스테이크를 먹으러 스테이크 하우스에 갔고,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렛 가게엘 갔다. 


2016년 1월 기사를 보니 마스트 브라더스 초콜렛도 국내에 판매될 거라고 하던데, 이미 국내 어딘가에서는 판매중인걸까? 이거 미국에 가서 사기에도 비쌌는데 ㅠㅠ 국내에서는 대체 얼마에 판매 되려나.... 비싸서 두 개밖에 못사왔다. 하나는 친구 줬고 하나는 내가 와인 마시면서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역시 나를 너무나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최고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가 나를 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뉴욕여행에서 친구와 나는, 뉴욕 여행안내 책자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뉴욕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호텔 프런트에서 '니네 뉴욕 지도 줄까?' 하길래 오 좋다고 받아들었다. 그걸 구멍 뚫리게 열심히 들여다봤고, 아이폰으로 구글 지도를 찾아가며 돌아다녔다. 지하철을 많이 탔다. 뉴욕 지하철은 아주 오래됐고 그래서 아주 낡았다.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는데, 지하철 역에 화장실도 없다. 지하철 역마다 화장실이 있는게 너무나 당연한 나로서는, 외국에 가서 지하철 역에 화장실 없는 거 볼 때마다 멘붕에 빠진다. 이 사람들은 지하철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급똥의 위기가 찾아 왔을 때..어떻게 대처하는 걸까? 나는 중간에 내려서 역 안 화장실로 뛰어가는데.... 이들은 그런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 걸까?????



뉴욕의 길을 걷다가 갑자기 급똥이나 급소변의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화장실에 들르기란 쉽지 않다. 뉴욕에 이민 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 식사를 했는데, 그중에 한 명이 그러더라. 자기도 처음 이민 왔을 때 너무 당황한 게 화장실이었다고, 화장실을 외부에 개방을 안해서 너무 가기 힘들다고, 급해서 맥도날드에 들어가 물을 샀는데 그래도 화장실을 사용 못하게 하더라고. 친구와 난 약간 공포에 휩싸였고, 거하게 점심을 먹자며 좋은 스테이크와 양고기에 와인까지 한 병한 대낮, 걷다가 화장실이 급해졌다. 다음 일정이 모마미술관이어서 우리는 얼른 미술관으로 향했다. 입장권을 끊으려는 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는 일단 다른 안내데스크로 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냐 물었다. 화장실은 2층에 있는데, 2층에 가려면 티켓을 먼저 끊어야 한다더라. 헐....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저 줄을 기다리느니 다른 화장실을 찾자는 생각에서였다. 두리번 거리니 저 쪽에 스타벅스가 보였고,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거기로 향했다. 스타벅스로 들어가 커피를 시키면 되니까. 커피를 시키기 전에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냐 물어보니, 직원은 문을 열고는 '저 앞에 호텔 보이지? 저기 호텔에 화장실 있어' 하는게 아닌가! 야, 나는 니게 가게 왔잖아!!!


어쨌든 친구와 나는 부지런히 호텔로 향했다. 좋은 호텔이었고 로비가 넓었으며 사람이 많았다. 아아, 여기는 자기네 화장실 사용하게 둘까...약간 걱정스런 마음에 그냥 우리 나름대로 화장실을 찾아보려 했지만 너무나 넓고 복잡해...어딨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 어디니? 그러자 직원은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우리는 아주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친구와 나는 요령이 생겨서, 뉴욕 거리를 쏘다니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좋은 호텔은 많았다. 그래서 저기 저 호텔 가서 화장실가자, 하고는 그 호텔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게 화장실을 알려준다. 뉴욕 곳곳에 좋은 호텔은 많으니, 앞으로 뉴욕 여행을 계획중인 과민한 방광과 과민한 장을 가진 사람들은, 호텔을 이용하라는 어마어마한 팁을 주겠다. 나는 평소에 과민한 장과 방광이 걱정이야, 하는 분들은 거리에서 호텔이 보일때마다 화장실이 들어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호텔이 짱, 호텔이 답이다!!!




《언젠가 한 번은 뉴욕 미술관》 과 《뉴욕의 책방》두 권을 중고 등록하기 위해 가져왔다. 여행은 끝났으니까. 그런데 ISBN 코드를 입력하고 상품의 상태를 체크하려고 책을 펼치다가, 내가 볼펜으로 체크해둔 것들을 보게 됐다. 아.. 나는 어쩐지 이 책들을 팔 수 없을 것 같아... 십 년 뒤에 또 갈거니까, 남겨두자. 당분간만이라도 갖고 있어야겠다. 파는 게 뭐 그리 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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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에 가보지 않았고 앞으로 계획도 없지만 언젠가 한 번은, 의 마음으로 뉴욕미술관과 뉴욕의 책방을 읽었었죠. 참 재밌게 읽었어요. 그 때 한 번, 지금 님의 글을 읽으며 저는 두 번의 뉴욕 여행을 한 느낌이네요.
잘 읽었어요~ 뉴욕 이야긴 더 써주시고요^^

다락방 2016-08-11 10:4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는 뉴욕이 정말 너무 좋아요. 어느 거리로 가도 다 도시도시해서 걷는 맛이 있어요. 구경하는 맛도 있고요. 그래도 아직 못다녀본 데도 많고 또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기도 해서 또 가고 싶어요. 으흐흐.
저 책들을 쑥님도 다 읽으셨군요!
뉴욕 이야기는 시간나는 대로 또 써볼게요. 쇼핑 얘기도 먹을 거리 얘기도 더 해야하니까요. 히힛

레와 2016-08-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사진에 다락방 쇄골만 보여요!! 쇄골미녀!! ㅎㅎㅎ

다락방 2016-08-11 13:52   좋아요 0 | URL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6-08-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ㄷㅎ님은 넘나 멋진것이다!!

다락방 2016-08-11 15:03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ㅎㅎㅎㅎㅎㅎ 깜놀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6-08-1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뉴욕 갈 계획이었는데, 락방님 글 읽으니 더욱 강렬히 꼭 반드시 가리라 마음 먹게 되네요~

다락방 2016-08-12 13:15   좋아요 0 | URL
제가 먹거리와 쇼핑에 관한 글은 아직 안쓰고 있는데요, 더욱 뽐뿌질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clavis 2016-08-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카를 위한 첼시가 머리에 가득했다는 그 대목에서 울컥했는데요...그런 사랑 흔치 않은 거잖아요^^아이큐 문제가 아니라 스토너의 말처럼..사랑에 빠지신거라고요..ㅎㅎ

다락방 2016-08-12 13:15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통 시선을 줄 수 없었던걸까요.....아하하하. 클래비스님의 해석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헤헷 :)

기억의집 2016-08-1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폴링 인 러브 저도 봤는데.. 왜 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걸까요? 이 영화 본 지 진짜 오래되긴 했지만.... 그 둘이 서점에서 만났다는 것을 다락방님 페이퍼보고 알았어요. 전 뭘 본 걸까요?????

다락방 2016-08-12 13:1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다른 장면은 거의 기억이 안나고요, 제일 처음 영화 시작하면서 서점에서 만나 부딪친 거랑, 같은 기차를 우연히 계속 타게되는 장면이랑, 마지막에 여자가 남자의 연락을 받고 갈등하다가 올린 머리 풀어헤치고 남자 만라러 가는 장면 같은 것만 기억이 나요. 텔레비젼에서 주말의 명화로 해줬었는데, 제가 중학생이었나 그랬을 거에요. 크- 주말마도 주말의 명화 보는 게 제 커다란 기쁨이었거든요. 빠지지 않고 다 봤어요, 진짜. ㅎㅎㅎㅎㅎ

폴링 인 러브에서 기억의집님은 아마도 다른 장면을 기억하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본지 그렇게나 오래되었는데, 기억이 안나는 것도 당연하고요!!

기억의집 2016-08-1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근 기찬가 거기서 서로 웃었던 건 기억나요. 드니로 특유의 웃음이라..

다락방 2016-08-12 13: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통근 기차에서 자꾸 만나가지고, 나중엔 여자가 일부러 자기 옆자리 비워두고 그랬어요. 그 남자 옆에 앉으라고 ㅋㅋㅋㅋㅋ 그렇게 하면서 막 또 혼자 내적갈등하고 ㅋㅋㅋㅋㅋ

paviana 2016-08-1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봐야 할 책이군요.ㅎㅎ
화장실은 호텔로...궁서체로 기억하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6-08-12 17:46   좋아요 0 | URL
네, 뉴욕 길 구석구석 아니, 훤히 드러난 곳에서 좋은 호텔은 엄청 많으니까요, 호텔로만 찾아가시면 화장실은 어렵지 않게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호텔이 답입니다!!! 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08-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빌려준 책에 다 써있던데!!
ㅋㅋㅋㅋ
역시 절대 심각하게 읽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의 락방님!!
근데 설명해주신 친구분은 또 좀 기분좋지 않았을까,싶군요!!
내말에 주의깊게 경청해 주면서 같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른 곳도 아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시간이라니~~^^

아~~~안그래도 외국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어느 나라를 가도 먹거리로 인한 변비와 화장실이 가장 고민스런 부분이라던 말이 확~와닿던데 호텔이 있었군요!!!
꿀팁이에요 호텔 화장실!!
나두 나중에 뉴욕을 간다면 꼭 호텔로~~~^^
그리고 저책들도 미리 읽어보고 싶군요

이제 2편을 기대하겠슴돠^^

다락방 2016-08-12 17:49   좋아요 0 | URL
네, 확실히 그림을 감상하는데 사전지식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림을 전혀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요. 봐도 ................................. 이렇게 말줄임표 되기 때문에 누가 설명해주면 많이 좋아요. 근데 친구가 그걸 해주고 있더라고요!! 꺅 >.< 역시 친구란 좋은 거에요. 히히.

지하철 역에 화장실 있는 나라가 우리 나라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포르투갈에서는 기차역에서 화장실을 가려는데 유료이더라고요. 우리 돈으로 500원쯤 했는데, 유료라도 좋으니 눈에 잘 띄는 곳에 화장실이 잘 개방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가 화장실 가기는 진짜 편한 것 같아요. 낯선 곳이라도 지하철역만 찾거나 패스트푸드 매장, 커피숍, 백화점 들어가면 되니까요.


제가 계획대로 잘 실천만 한다면, 먹거리 편과 쇼핑 편이 이어질 겁니다.
하하하하하.

blanca 2016-08-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사진 아쉽다. 그리고 호텔 화장실 팁은 정말 너무 너무 유용하네요. 저는 좀 민감해서 ㅋㅋㅋ 영화 <폴링인러브>도 너무 보고 싶은데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다락방 2016-08-17 10:28   좋아요 0 | URL
아쉬워하지 마세요. 이제, 곧 나갑니다! ㅎㅎㅎㅎㅎ

블랙겟타 2016-08-2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 갔다오셨군요. 다락방님. ㅎㅎ
와~ 메트로 폴리탄, 모마 미술관에도 갔다오시고 ㅎㅎㅎ 저는 시카고 미술관에 갔다왔어요 ㅎㅎ
저도 외국에 가면 서점부터 가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갔었던 시카고에선 서점을 못갔다와서 아쉬워요,. ㅜㅜ

다락방 2016-08-22 13:24   좋아요 1 | URL
오오, 블랙겟타님 그동안 뜸하시더니 시카고 다녀오셨어요? 시카고는 어떤가요? 어떤지 들려주세요, 궁금해요! 저는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미국 곳곳에 다 가보고 싶어요. 마이애미도 가보고 싶고, 시애틀도 가보고 싶고요. 흣. 시카고 정말 궁금해요!!
 

오프너 세트 이벤트 


알라딘에서 오프너 세트를 주는 이벤트를 한다. 이벤트 대상 도서 1권 포함, 에세이 분야도서 25,000원 이상 구입시 오프너 세트를 준단다. 해당 이벤트는 위의 링크를 따라가면 되고, 오프너는 이렇다.




예...예쁘다.....

이런 휴대용 오프너가 있으면 좋은게, 이번에 뉴욕 여행에서도 나는 급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프너가 필요할 일이 뭐가 있다고 당연히 여행가방에 챙기질 않았는데, 우리가 마트에서 병맥주를 산 것.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오프너를 빌려달라고 말한 거다. 만약 내게 이런 휴대용 작은 오프너가 있었다면, 늘 가방에 가지고 다녔다면, 레스토랑까지 가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어쨌든 여러분, 예쁘지 않아요? 갖고 싶지 않아요?

자, 이 이벤트의 대상도서중에 바로 이 책이 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이시라면 이 책을 사고 오프너를 받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쿠야... 내가 언제까지고 이 책 영업만 하고 있으면 안되는데... 새 책을 내야 하는데.... 기운이 딸려서 원..... 보약 한 재 지어먹고 힘을 내서 두번째 책을 내야쓰겄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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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2016-08-1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두번째 책 기다리겠습니다. ^^

다락방 2016-08-10 14: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두번째 책 내자는 말 나온지 3년 됐는데 부끄러운 게으름.. ㅠㅠ

단발머리 2016-08-1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만 좀 등장하고 싶었으나...
책 이야기에 어쩔 수 없이...
다락방님 두 번째 책을 기다리는 다른 분들 대신해서 한 마디만 할께요. 흠흠...
그만 부끄러워 하시고 힘 좀 많이 내세요^^

다락방 2016-08-10 14:2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너무 더워요....
(그렇다면 봄과 가을과 겨울엔 무엇을 했는가...)
기운낼게요.
보약 한 재 먹어야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8-1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책. 사서 봅니다. 사서 볼거에요. 사서 본다구요. ㅋㅋ

고로 빨리 쓰시면 다락방님 계좌에 돈도 그만큼 빨리 빨리 가득해 지는 거라구요. ^^



다락방 2016-08-10 16:42   좋아요 0 | URL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게으름을 이겨내야지요. 불끈!
어쨌든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

북프리쿠키 2016-08-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책 반드시 새 책으로 삽니다ㅋㅋㅋ 제발좀 팬들 입장을 헤아려주시길!!ㅋ

다락방 2016-08-10 18:49   좋아요 0 | URL
아 네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써야 할텐데요. 아하하하하 게으름아 저리 가버렷!

2016-08-10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11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거의 모든 알라딘 굿즈를 돈 내고 사야해요. 대부분 해외구매엔 적용되지 않더라구요.ㅎ 새 책이 나오면 바로 구매하겠습니다. 첫 번째 책 이후 소개하실 책들이 궁금하네요.ㅎ 그간 흐른 시간에 따른 다락방님의 글쓰기나 관점의 발전 혹은 변화 또한...ㅎㅎ 그나저나 모닝, 낮, 초저녁, 밤까지 마시는 술은 무슨 맛일까요? 전 여름 내내 술을 달고 살았더니 마구 부어올라서 요즘 일주일 한 차례로 딱 줄였습니다. ㅎ

다락방 2016-08-11 08:52   좋아요 0 | URL
저도 봄 내내 술을 달고 살아 몸이 아주 망가졌어요. 그래서 여름엔 술을 좀 줄이자...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매일 마시던 술을 이제는 일주일에 2-3번으로 줄이려고 해요. 일주일 한차례는 제게 아직 무리고요. 어떻게 한차례만 마십니까 ㅠㅠ 삶이 이렇게나 고단한데요 ㅠㅠ

게스트님이 지난번에 제 책에 대해 써주신 글, 기억하고 있어요. 히힛.
저도 제가 그 이후로 성장했기를 바라고 또 조금쯤은 그리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는 저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분발하겠습니다. 책을 구매하실 수 있게 하려면 제가 일단 책을 내야... ㅠㅠ 어휴..날은 덥고 갈 길은 멀어요. 아하하하하.

북프리쿠키 2016-08-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별로 소설 쓸 기분이 아니지만 잡지에 보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뭐든 써야지`같은 일은 없습니다.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으니까 마감 날도 없습니다. 그래서 라이터스 블록 같은 고통도 나와는 무관합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딱히 아무 것도 쓰고싶지 않은데 뭐든 써야 하는 것만큼 스트레스 쌓이는 일도 없으니까요-무라카미하루키 <직업으로서의소설가>... 차기작 닦달해서 반성중입니다 다락방님^^;

다락방 2016-08-11 16:16   좋아요 0 | URL
아뇨 무슨 반성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닦달하셔도 됩니다. 제가 분발하겠습니다!! 걱정마셔요! 화이팅!!!!! ㅎㅎㅎㅎㅎ

clavis 2016-08-1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보약 제가 사 드리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8-12 13:17   좋아요 1 | URL
아.. 너무 낭만적인 댓글이다. 마치 사랑고백 받은 것 같아요! ♡

clavis 2016-08-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심도 사랑 맞잖아요ㅋㅋ락방님의 에세이 꼭 사.서.읽고싶다가 제 오늘 아침 버킷 1번 였어용

다락방 2016-08-12 14:03   좋아요 1 | URL
아이 클래비스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둘 바를 모르겠네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러워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꽃바구니와 책과 현금과(응?) 상품권과 책과 와인과 치즈와 기프티콘 같은 걸 선물받고 룰루랄라 신이 나서 집에 가 남동생과 해물찜을 먹으러 갔다.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며 건배를 하다가, 통장 잔액을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겨 그자리에서 인터넷뱅킹에 접속했다. 통장에는 내 생각보다 돈이 많았고, 남동생이 '그렇게나 많아?' 해서 나도 '그러게??' 하고 왜지...내역을 보니, 오래된 친구로부터 30만원이 입금되어 있는 거다. 어제 날짜로. 어?? 얘가 왜??? 그 친구는 남동생도 만나본 적이 있는 친구라, 남동생은 '생일 선물 보낸 거 아니야?' 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럴 리 없지, 얘랑 연락 안한 게 오만년인데..' 라고 대답했다. 중학교 동창인 친구와 이십대 시절 허구헌날 만나서 술 마시고 친하게 지냈지만,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거주지를 옮기고.. 어느 틈엔가 우리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 있었던 거다. 마지막 연락이 언제였더라?? 2년전이던가??? 아, 신해철 장례식장에 왔는데 네 생각이 난다, 라는 연락을 받았더랬지. 어쨌든 한참을 연락 안했었다하니 남동생이 '그럼 빨리 돌려줘' 라고 하더라. 그래서 오만년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계좌번호를 물어 돌려주기 위해서.



친구는 '락방아~' 하며 반갑게 받았고, 나는 웃으며 '너 실수했지. 내 통장에 돈 보냈어.' 말했다. 친구는 실수가 아니라고 했다. '실수 아니야. 너 언제 결혼할지 몰라서.. 이번 생일을 기념해서 축하한다고 넣은 거야' 라는 게 아닌가!! 뭐라??????????????????????????????????? 이런 일이?????????? 좋았어!!! 친구는 알라딘 적립금으로 넣어주려고 했는데 적립금으로 타인이 주는 건 안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알라딘에서 적립금 선물은 안되지만 상품권 선물은 돼, 라고 말해두고, 그렇지만 현금이 좋아~ 라고 했다. 친구는 알라딘을 하지는 않고 책도 잘 읽지 않지만, 내가 알라딘을 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어쨌든 친구는 축하한다고 말하고서는 '너 좋아하는 책 실컷 사' 라고 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졸 멋져!! 나는 친구에게 '책 안사고 가방 살거야!' 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응, 네 맘대로 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씐나!! 나는 고맙다고, 잘 쓰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움화화화화화화홧. 생일이라고 이런 거액의 돈이 들어오다니...우와- 넘나 신나! 이런 거액의 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진짜 한층 업되어가지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내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남동생은,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2차는 소고기 먹으러 가자'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다보니 이런 일이 다 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전화를 끊기 전에 '앞으로 니가 결혼하면 그때는 축의금 안줄거야' 라길래, 나는 '나 결혼 안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는 대체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좋은(응?) 친구들이 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연락 안하다가도 돈을 쑥! 보내주는 친구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참 잘하는듯...(뭘?)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쓰려서 ㅠㅠ 출근길에 모닝케어를 한 병 사마셨다. 나는 속 아픈 숙취는 별로 없는 편인데... 어제는 소주를 먹다가 와인을 먹어서 그런가보다. 와인을 반 병만 마시려다가....그러니까 선물 받은 치즈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려고 한건데, 치즈가 맛있어서 와인을 꺼내왔고, 와인을 마시다보니 또 램브란트 치즈가 먹고 싶어져서 램브란트 치즈 꺼내왔고, 램브란트 치즈를 먹다보니 와인 마시기를 멈추지를 못하겠고, 반 병 남겨 뚜껑 닫아놓으려다가, 아아, 한 잔만 더, 한 잔만 더....하고는 다 마셔버린거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쓰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밥 한 숟가락 먹고, 모닝케어 마시고, 좀전에 베지밀까지 마셔서(베지밀은 맛없다. 집에 있어서 그냥 기져와 마심.) 지금은 속이 괜찮다. 극복~



통장에 30만원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든든하다. 우앙- 세상은 무얼까. 매일매일이 생일 같았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렇게 책 얘기 없이 페이퍼를 마치자니 어쩐지 서운하군. 그렇다면 신간 소식!

드디어 이 책을 인터넷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에 이 책을 읽고 쓴 페이퍼는 여기 ☞ http://blog.aladin.co.kr/fallen77/8634009


자, 지르셈!!

질러질러. 인생은 어차피 지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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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생일 선물로 책(을 살 수 있는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을 때가 제일 기분 좋습니다. ^^

다락방 2016-08-10 13:27   좋아요 0 | URL
히히. 저도 책 선물 좋아요. 책 상품권도 좋고요. 지금 이순간도 제게 책이 오고 있습니다. 꺅 >.<
축하 고맙습니다.
:)

단발머리 2016-08-1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다락방님~~~
해피버스데이가 어제였군요^^
현금 친구분 참 훌륭하네요.
사람은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다락방님 참~~~~ 훌륭하신듯^^

다락방 2016-08-10 13:28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단발머리님. 히힛.
저도 어제 `나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고 있는건가..`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져요. 스스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6-08-10 13:31   좋아요 0 | URL
나는 다락방님 이런 면이 제일 좋아요. 멋져요. 스스로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8-10 13: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은 제가 뭘해도 절 좋아하실 거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6-08-1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언빌리버블~~~책은 안 사도 될 것 같아요. 인생이 소설보다 재밌어요.^

다락방 2016-08-10 13:28   좋아요 0 | URL
짱이죠!! 너무 해피해요. 생각지도 못한 돈이 통장에 똭- 게다가 저렇게나 큰 금액이!!! 제 인생이 저도 좋아요. 유후-

2016-08-10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라고 통장에 돈을 꽂아주는 친구라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


아, 나는 왜......

다락방 2016-08-10 14:02   좋아요 0 | URL
친구는 제게 축의금 줄 일이 없을 것 같아 생일선물을 거하게 준겁니다. 그렇다면 시이소오님께 저런 큰 금액이 입금되지 않는건, 시이소오님이 이미 결혼하셨기 때문...................은 아닐까요? -0-

시이소오 2016-08-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하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일화가 생각나는군요.

새누리당이 노무현 장인이 빨갱이라고 물고 늘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죠.


`그럼 조강지처를 버리란 말이냐`


이거 삼십 만원 때문에 조강지처를 버릴 순 없겠네요. ㅋ

(아, 아내는 선물이었던 거얌)

축의금 줄 일이 없으면 저는 좋아하는데 참 의로운 친굴 두셨어요. 유유상종이라 하죠. ^^
축하드려요 ~~






다락방 2016-08-10 16: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도 저 친구가 이런 친구인줄은 몰랐어요. ㅋㅋㅋ 완전 깜놀했지 뭡니까! 좋은 친구인겁니다. ㅋㅋㅋㅋㅋ 만세!!

LAYLA 2016-08-1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락방님 :)

다락방 2016-08-10 16:21   좋아요 0 | URL
헤헷. 축하 고맙습니다, 라일라님!
:)

2016-08-10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1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신 축하드립니다. 저는 금년까지만 생일을 축하받고(?) 내년부터는 조용하게 지내려구요.. 이젠 어떻게 해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아.저.씨....-_-:: 개저씨나 꼰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6-08-11 09:0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꼰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거에요. 계속 계속 책읽고 공부하고 그래야겠지요.
저는 사실 생일을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삼십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받고 완전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년부터는 다시 조용하게 넘어갈 생각이지만, 내년에도 혹시 이렇게 큰 돈이 들어온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인간..... ㅋㅋㅋㅋㅋ

그리고 감사합니다. 헷. 깜짝 놀랐어요! 제대로 서프라이즈 해주셨습니다.
:)

에이바 2016-08-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늦었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6-08-11 13:26   좋아요 0 | URL
앗, 에이바님! 고맙습니다! 헤헷 :)

책읽는나무 2016-08-1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울일이 또 있었군요
거한 생일선물을 통 크게 쏴주는 친구라니요!!!
아마도 저친구분은 락방님이 결혼한대도 또 통장에 입금시켜줄 것같아요ㅋㅋ
선물을 준 친구분도 음청 기분좋아할 것같아요^^
암튼 많이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당!!^^

다락방 2016-08-12 17:51   좋아요 0 | URL
짱이죠! 저는 이런 거액의 돈을 처음 받아봐요. 결혼 계획도 없기 때문에 축의금 받을 일도 없을거라, 아마도 앞으로도 이렇게 거액의 금액은 받을 일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아빠 엄마도 이렇게는 안주는데...진짜 짱 멋진 친구고 저는 엄청엄청 기분이 좋았어요. ㅎㅎㅎㅎㅎ

축하, 고맙습니다, 책나무님!!!

블랙겟타 2016-08-2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북플에 들어 오질 못하다가 오늘 다락방님 글을 보니 벌써 생일이 지나셨...ㅜㅜ

뒷북이긴 하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다락방님 ^^

저도 앞의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책 사라고 선물 주신 친구분이 짱짱! 부럽네요. ^^
전 생일 선물로 도서 상품권으로 받아도 기분이 좋거든요.
친구한텐 생일 전부터 그 친구가 좋아할만한 분야의 책을 고심(?)끝에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선물해요. :))

인생은 어차피 지름이라는 마지막 글과 함께... 이 책도 장바구니로 쏙. ㅎㅎㅎㅎ

다락방 2016-08-22 13:25   좋아요 1 | URL
생일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블랙겟타님.
친구가 준 돈으로 토요일에 백화점 가서 아이패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중하게 전자책 한 권 다운받아볼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선물도 많이 받았어요.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책더미들이에요. 으흐흐흐. 이걸 다 언제 읽죠? 근데 또 책 사고 싶어요 ㅠㅠ

이 책도 읽고 리뷰 써주세요, 블랙겟타님!

블랙겟타 2016-08-26 01:51   좋아요 0 | URL
와 아이패드 사셨어요? ㅎㅎㅎ 오늘 이책 왔어요. 책 읽고 꼭 리뷰 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