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앵거 - 분노 폭탄을 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
토머스 J. 하빈 지음, 김소정 옮김 / 교양인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내 주변에는 화내고 소리지르는 게 주특기인 남자들이 있다. 그게 그렇게 화가 나? 라고 되물을 정도로 분노로 똘똘 뭉쳐있다. 목소리가 커야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목소리가 크다. 목소리가 크면서 소리도 잘 질러.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그것이 분노 조절 장애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열등감이나 자존감 낮음을 감추기 위한 거란 생각이 든다. 정말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거라면, 자신이 소리지르고 욕하는 상대를 고를 리 없으니까. 자기가 그렇게 소리 질러도 어쩔 수 업이 자기를 계속 보아줄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만을 골라 소리지르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데, 그것이 어떻게 분노 조절이 안되는 거라 할 수 있는가. 누구보다 잘,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일테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는 화를 잘 내고 소리를 잘 지르는 사람이 너무 싫다.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가 차올라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아웃시키고 싶지만 밥을 먹고 살려면 내 영혼의 한 부분을 일부 뚝 떼어내어 견디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설사 여기의 이 폭탄을 피한다고 해도 다른 데 가면 폭탄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세상에 남자는 절반이고 그들 대부분은 분노에 가득 차 있으니까.



이 책에서 저자도 얘기하지만, 특히나 남자들은 여자를 통제하려고 한다. 자신의 가족과 여자친구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려 하고 감싸주려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남자들의 본능 자체가 여자보다 폭력적이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정말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남자들이 만들어낸 문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 직장 상사가, 학교 선배가, 군대 선임이 계속 때리고 학대하는 모습을 보아온 남성이라면, 자신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 책에서 저자도 지적하지만, 대중문화에서도 폭력적인 남자를 미화하는데, 온통 폭력적인 남자들만 보고 자란 남자들이 스스로 폭력을 자신 안에 담게 되는 건 도리가 없잖은가. 잘못했으니 맞는 거다, 를 받아들인 피해자는 결국 잘못했으니 맞아야지, 라며 학대하는 가해자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 역시 분노로 가득차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아내와 사이도 좋지 않은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다 자신의 성향을 고쳐갔고 아내로부터도 같이 사는게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는데,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이 세상에 분노로 가득찬 남자들에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그러한 성향을 고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주고자 한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하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의 모든 사항들은 상당히 쓸모 있고 유의미하다. 게다가 저자는 분노로 인해 폭력적이 된 남자와 같이 사는 여자들에게도 말한다.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니 그 옆에 있으면서 남자 고치려 하지 말라고, 그 남자를 고치는 건 여자가 할 일이 아니라 남자 자신이 해내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 떠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운동의 쓸모였다. 물론 익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운동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고 우울증에도 역시 그러하다. 우울해 죽겠는데 나가서 뛸 생각이 어디 들겠느냐마는, 평소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둔다면 우울증과 수시로 분노하게 되는 감정들의 에너지를 다른 데로 분산시킬 수가 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양꼬치에 소주를 마시면서 이 책 얘기를 덧붙여, 친구에게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뭐가 됐든 이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요즘 사람들 많이 뛰던데 나가서 뛰라고, 그것이 결국은 너를 지탱해줄거라고. 뭐, 꼬박꼬박 요가를 다닌 지 2년 째 되는 내가 건방지게도 그런 조언을 친구에게 한 것이다. 하하.




남자들의 문제 그리고 사회에서 남자를 대하는 문제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 성의있게 쓴 책이긴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분노에 가득차서 매사 소리지르고 화내는 남자들이 이 책을 과연 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안보겠지..화내느라 소리지르느라 미치겠지. 세상이 나를 무시하고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된다는 것에 에너지를 쏟느라, '나는 뭔가 남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것같다'라는 인식 자체도 못할 것이고 설사 인식한다 해도 '이걸 고치고 싶다' 까지 나아가질 않겠지. 거기까지 나아간들 '책을 한 권 볼까, 이런 나를 고칠 수 있을지' 까지 생각이나 할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 분노한 남자들이 책으로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데까지 과연 생각하기나 할지.


글쎄,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돈 존》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분노하는 남자, 포르노그래피에 중독된 남자에 딱 맞는 케이스가 그 영화의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이다.





어째서 남자의 분노에 관한 책이 필요할까? 분노는 어쨌거나 분노일 뿐 아닌가?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와 다르다.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지 간에 이미 그렇게 상황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훨씬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분노한 남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 P18

어떤 부류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어휘들을 알지 못하면, 그런 경험을 다루는 법을 알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장식장을 만드는 목수가 나무를 묘사하는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이 구사하는 나무에 관한 어휘들 덕분에 목수는 자기 인생에서 나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나무를 설명할 수 있다. 자유로운 언어 구사력 덕분에 나무들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깊이 나무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묘한 감정을 구사하는 어휘는 감정을 경험하는 일에 영향을 끼친다. 많은 남자들이 감정적으로 마비되어 있는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정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묘사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 P94

따라서 감정을 경험하는 일도 적고 감정을 처리하는 일에도 서투르다. 실제로 많은 남자들, 특히 화가 난 남자들이 유일하게 표출하는 감정은 분노와 성욕뿐인 것 같다. - P94

화가 난 남자들은 어디서 감정에 관해 배울까? 바로 대중 문화를 보면서 배운다. 거기서 무엇을 배울까? 난폭함, 경쟁심, (잘못된) 성적 기교를 배운다.
영화를 한번 살펴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남자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공격적이고 오만하다. 그들은 악당을 물리치고 여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남성상이 있을까? 이와 완벽하게 반대인 모습도 있다. 시트콤 <앤디 그리피스 쇼>에 나오는 보안관 바니 파이프, 스탠 로럴과 우디 앨렌이 연기하는 조롱받고 비웃음을 당하는 따분한 남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작품에서 이들은 성적으로 혼란을 겪는 멍청한 실패자이다.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남자 주인공은 오만하고 공격적이지만, 만나는 모든 여성에게 굉장한 오르가슴을 하룻밤에 수차례 느끼게 해줄 능력이 있다. - P97

화가 난 남자들이 자기 삶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그들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어머니부터 여자 형제, 여자 친구와 아내에 이르기까지 화가 난 남자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한다. 대체로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힘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남자들은 제멋대로 세상을 휘둘러 왔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몸집이 크고 힘도 세서 여자를 강제로 복종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적으로 학대했을 뿐 아니라 정치, 종교 같은 모든 모든 권력 제도에도 성차별이 존재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화가 난 남자들 다수가 주로 여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남자의 행동을 참고 견딜 때가 많다는 데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참고 인내하며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 P104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남자들은 여자들을 다방면으로 통제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아이를 더 능숙하게 기를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자들은 직장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자 상사와는 함께 일하기 싫다고 투덜댄다. 고위 군 장성부터 기업체 간부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은 비슷한 이유를 들어 모든 공공 기관에서 여자들이 고위 간부직에 오르는 일을 방해한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자기 마음이 편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려고 든다면, 결국 그 관계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다 보면, 결국 상대방이 정말로 원해서 내 곁에 머무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를 칭찬할 때도,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도,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남자는 늘 여자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필요해서 심은 통제라는 씨앗이 훗날 의심과 의혹이라는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 P109

일단 한 번이라도 폭력을 쓰게 되면 아주 획기적인 계기가 생겨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다시 폭력을 쓰게 된다. 과거의 폭력은 미래의 폭력을 예측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변수이다. 더구나 거친 논쟁은 폭력을 부르는 전조이다. 만약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자주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태도를 바꾸어야만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폭력을 쓰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P122

《오즈의 마법사》에서 겁쟁이 사자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면서 흐느껴 울었다. "누가 내 꼬리를 잡아당겼어." 그러자 허수아비가 ‘네 꼬리를 잡아당긴 것은 사자 너‘라고 알려주었다. 이게 바로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놓인 상황이다. 화가 난 남자들은 살면서 자신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은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거쳐야 하는 다음 단계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자기 꼬리를 그만 잡아당기자. - P138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내가 당신을 도발하는 말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분노에 가득 찬 반응은 분노를 어뜨리는 현재 상황과 별로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터뜨리는 분노는 현재 무슨 일이 있건 간에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나 직전의 사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에 진행중인 사건은 분노의 진짜 원인이 아닐 때가 많다. - P152

화가 난 남자들의 경우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성향과 맞물려 훨씬 심각해진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화가 난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믿을 때가 많다. 이런 남자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안다고 믿으면 그 사람이 자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가정하게 된다. 쓸모없는 정보가 입력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실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기 혼자 믿는 것을 근거로 삼아 사람들에게 반응하면, 결국 약간의 타당한 이유만 생겨도 스스로 크게 상처받고 화가 날 것이다. 쓸모없는 정보로 인해 쓸모없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 P160

제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독심술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즉시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견해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당신의 물음에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확증하는 듯한 말이 조금 나오자마자 상대방의 말을 끊어버리는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안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물어봐야 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해줘야 한다. - P162

분노를 조절하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이 하는 일이나 당신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고른 넥타이나 당신의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틀렸다거나 바보라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방어 태세는 취하지 말자. - P196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점점 더 화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행동이 감정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우리가 흔히 믿는 것과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화가 나기 때문에 화내는 행동을 한다고 믿는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지만,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더 화가 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논쟁을 하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고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면 그런 행동을 하기 전보다 훨신 더 화가 난다. 그러니 이제 이 흐름을 바꿔보자. - P201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야 한다. 결혼 생활과 인간관계가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상담을 받거나, 아내를 좀 더 인정해주거나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저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다면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P222

삶을 통제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통제해야 한다. 늘 소파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하고 건강해져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우울증, 불안, 분노가 줄어든다. 자제력도 자존감도 높아진다. 신체가 건강해지면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 P222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자기 통제의 문제이다. 특히 자제력의 문제이다. 여자를 때릴 때 자제력을 잃는 이유는 여자가 손쉬운 표적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조차 내팽개치고 덤비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는 절대로 상사나 경찰이나 자기보다 몸집이 큰 남자를 때리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 위험한 상대여서 자기가 다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려고, 논쟁에서 이기려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폭력을 쓴다. 하지만 남자에게 그럴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하고, 남자처럼 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논쟁을 끝내려고 폭력을 쓰는 것은 자제력이 없고, 자기에게 찬성하지 않는 사람을 공정하게 대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자기가 폭력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P237

화난 남자들은 아이들이 어른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물리적 폭력을 써서 문제를 잠재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폭력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또 다른 화난 남자로 키우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배우란 말이야."라는 요구는 정말 터무니없다.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그러니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행동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자제할 줄 아는 남자는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준다. 일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고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다른 방법을 써서 다시 한번 노력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 - P240

‘자유 연애‘ 시대가 온 뒤로 자기 욕망을 억제하거나 잔뜩 긴장한 상태는 나쁘게 여겨졌다. 사람들은 ‘긴장을 풀라‘거나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억제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기본적인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가 많다. 친구의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할 수는 없잖은가. 가게에서 탄산음료를 훔쳐 나오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훔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당신을 미친 듯이 화나게 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함부로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다. - P250

우울하고 화까지 난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고립시킨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보이려는 시도는 화난 남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들은 그저 혼자 있고 싶어한다. 가능하면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고립은 우울증을 한층 더 악화시킨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게도 자기가 우울해서 사람들을 피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고 자기와 함께 있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람들을 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당연히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고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생각으로 이끌어 더욱더 심한 우울과 분노에 빠지게 한다. - P259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 겪은 불만족과 불행을 성생활에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당신은 형편없는 직업에 아이들은 예의 없고 머리도 벗겨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화난 남자들은 적어도 암묵적으로는 섹스를 자주 해야 하고(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섹스는 놀라울 정도로 근사해서 섹스가 끝난 뒤에는 두 사람 모두 반쯤 넋이 나간 황홀감에 휩싸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생처럼 섹스도 엄청나게 근사할 때가 있으면 그저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다. 성생활이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모든 감정의 달걀들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매일 같은 음식만 먹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인생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일이 섹스밖에 없다면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도 찾아봐야 한다. - P285

가능한 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야‘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들도 있다. 가능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섹스 외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는 황량한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절제하게 섹스를 하면 성병에 걸릴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찾고자 하는 즐거움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아무 의미 없이 여러 사람과 하는 섹스로는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조금도 채우지 못한다. 자신을 입증하는 문제와 섹스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섹스로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는 욕구는 사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아주 낮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불안을 감추려고 남성성을 계속 확인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결국 계속 좌절하고 불행할 수박에 없을 것이다. - P287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남자들이 그 원인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성 중독‘일 때가 많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혼외정사를 한다. 포르노그래피를 만이 보고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도 자주 간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 세상에 ‘성 중독‘은 없다. 성 중독이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섹스를 하는 남자들이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려고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자신이 ‘성 중독‘ 이라고 말함으로써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책임 없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 책임이다. 언제 누구와 함께 섹스를 할 것인지는 당신이 한 선택이다. 그 선택은 중독과 아무 상관이 없다. - P287

혼외정사는 잘못이다. 솔직하게 밝힐 수 없다면 옳은 일이 아니다. 결혼 서약을 깨뜨리는 일이며, 아내를 속이는 일이다. 혼외정사라는 기만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 P288

질투는 사랑의 증거가 아니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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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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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잘난척 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데 잘난척하지 않는다. 이미 이름난 독서가이고 책을 냈던 사람이니 독서란 이름 붙여 책을 쓸 거라면 온갖 유명한 철학자나 인문학자 끌고 와서 내가 이런 책들을 읽었소~ 할 수 있을텐데, 문유석은 전혀 그러지 않는다. 순정만화부터 김연수까지, 그저 정말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들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았고, 인상적인 건 하루키의 유머 감각을 언급한다는 점. 하루키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역시 하루키의 유머감각은 재미있어~ 하는데, 그게 참 좋았다. 하루키에 대해 최근에 좀 아아, 가슴 집착남... 같은 거 생겨서 실망했지만, 하루키 유머감각은 나도 항상 깔깔대며 웃었던 바, 이 책에서 문유석이 언급한 하루키 유머 부분은, 까페에서 읽다가 빵터져버렸다.



내가 아는 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에 일본어로(그것도 간사이 사투리로) 가사를 붙인 인간은 기타루 한 사람밖에 없다. 그는 목욕할 때면 곧잘 큰 소리로 그 노래를 불렀다.


어제는/내일의 그저께고

그저께의 내일이라네 (p.141-142)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에 나온 부분이라는데, 나도 그거 읽었는데 왜 기억 1도 안나지? ㅋㅋㅋ 아무턴 어제 까페에서 이 책 읽으면서 어제는 내일의 그저께고 그저께의 내일이라네, 여기 읽다가 혼자 소리내서 웃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오래전에 썼던 단편소설도 생각났다.  하루키답게 썼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뭔가 리뷰가 또 산으로 가는데, 아무튼 잘난 사람은 굳이 잘난척하지 않아도 잘난 게 다 드러난다...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아, 뭔가 초딩 감상문이다 ㅋㅋㅋㅋㅋ)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정독도서관의 독소교실에 다니게 되었다. 가고 싶어서 간 건 아니었고, 인근 학교들에 몇 명씩 인원이 배정되어 강제 차출된 것이었다. 책이야 각자 알아서 읽으면 되는 거지 독서교실은 무슨 놈의 독서교실이람. 툴툴거렸지만 어차피 나는 불의를 질끈 잘 참는 아이였다. - P39

흥미로운 것은 당연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얘기를 할 때도 굳이 ‘개인적으로‘를 덧붙이는 강박증도 자주 관찰된다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림 파스타를 좋아해." 이런 얘기를 길게 듣다보면 나는 개인적으로 하품이 나고 개인적으로 소변이 마려워진다. - P77

생각해보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선조 남성들은 이천년 동안 끝도 없이 ‘남자가 온 세상을 떠돌며 방탕하게 놀고 다니는 동안 아름답고 순수한 처녀는 고향에서 지고지순하게 그를 기다리다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타락한 남자를 구원에 이르게 한다‘ 유의 철면피스러운 이야기들을 재생산해온 것 아닐까. 파우스트와 그레트헨, 페르귄트와 솔베이지, 오해로 돔아간 신랑을 평생 초록저고리 다홍치마 입고 앉아 기다리다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는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 새색시까지. - P105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는 타인의 존재를 편하게 받아들일 만큼 수양이 된 사람은 많지 않다. 꼭 누구를 착취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부를 만끽하는 모습만 꼴 보기 싫은 게 아니다. 정당하게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성취를 누리는 당연한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의도적인 과시로 비쳐 증오를 낳을 수도 있다.
그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인간 세상은 원래 부조리하다. 논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 나 홀로 관계로부터 단절되어 세상과 영향을 주고받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관계의 촘촘한 거미줄 속에서 나는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으며, 또는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 P127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은 채 남들 하는 대로, 관습에 따라, 지시 받은 대로, 조직논리에 따라 성식하게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류 역사에 가득한 악의 실체였다. 흑인과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면 병균에 감염된다고 진심으로 믿은 미국 남부의 숙녀들, 유대인을 가스실에 보내는 일이 많은 바 행정절차인 뿐이라고 믿은 독일 공무원들, 미국 한 주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호남 사람들은 다 뭐가 어떻고 저떻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킬킬대며 지껄이는 사람들, 여자의 ‘노‘는 ‘예스‘니까 남자가 좀 터프하게 밀어붙여야 된다고 믿는 남자들. 누군가에게는 좋은 부모고, 자식이고, 친구였을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에게는 악마였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무지가 곧 악인 것이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라는 이경규의 말을 들으며 웃을 수 없는 이유다. - P192

정치, 젠더, 환경, 교육... 거의 모든 이슈마다 양쪽 극단에서 가장 큰 소리들이 쏟아져나온다.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이들이다. 중간에 있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공격적이고, 유연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이고, 시끄럽지? 하지만 그 소음 속에는 귀기울여 들어야 할 진짜 신호들이 있다. 그건 대부분 ‘힘들어 죽겠어....‘ ‘아파....‘ ‘억울해....‘라는 비명이다.
성폭력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온건하고 예의바르게 성차별과 혐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알바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젊은이가 어떻게 최저임감 인상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걱정할 수 있을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ㄴ인이 어떻게 안보에 대해 지나칠 만큼 예민하지 않을 수 있을까. - P194

줄다리기는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아니라 중가에 맨 손수건이 약간 움직이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중간에 있는 이들이 제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텨주지 않고 시늉만 하고 있으면 줄은 한쪽으로 확 끌려가고 만다. 중간자들은 성실한 독자여야 한다. 들어야 할 진짜 목소리를 듣고, 작응ㄴ 한걸음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내디뎌야 한다.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이를 악물고 외쳐대는 욕설 때문에 이들을 비웃어서도 안 된다. 결국 가장 먼저 넘어져 뒹굴고 흙투성이가 될 것은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 P194

비행기를 예약해두지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나는 언제나 이전 여행과 다음 여행 사이에서 스톱오버중이었다. 다음 여행을 꿈꾸고 있으면 지금 일상에서 부딪히는 일들에 좀더 관대해진다. 여행자가 굳이 아등바등할 이유가 없으니까. 여행자답게 가능하면 좀더 친절한 사람이 되려 애쓸 뿐이다. 어쩌면 이번 삶 전체가 다 스톱오버일지도 모르겠다. 그전, 그후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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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07-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정곡입니다!ㅎㅎ

다락방 2019-07-21 12:49   좋아요 1 | URL
굳이 잘난척 하지 않는데 참 잘나셨더라고요. 하하하하하.

hnine 2019-07-2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올리신 마지막 페이지는 시간절약을 위해서? ^^
인도에 다녀온 유일한 저희 집 식구인 제 아들 말에 의하면, 웬만한 환경에서 군소리하는 편이 아닌 녀석임에도, 인도는 정말 가보라고 권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더군요. 단순히 청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면서요.
아직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못읽어본 저로서, 다락방님의 이 리뷰가 굉장히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요. 그렇죠. 무슨 척 한다는 것, 어떻게 보이고 싶어하는 티가 난다는 것은 일단 그 수준에 못미친다는 것이지요. 뭐, 못봐줄 일도 아니지만요.

다락방 2019-07-22 07:44   좋아요 1 | URL
저 마지막 하나의 인용문을 두고 타자 치기가 너무 귀찮아지더라고요. 아아 더이상 치기 싫다..이래서 사진 찍어 올렸는데, 사진 찍어 올리는 것도 만만찮게 귀찮았어요. ㅎㅎ

인도가 추천할 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실망이었다, 라는 구절 때문에 찍은 건 아니고요, 그렇게 기대를 품고 갔는데 아니었다면서 ˝류시화씨, 싸울래요?˝ 한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 구절 때문에 인용했는데, 저 구절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앞 구절들이 필요해서.. ㅎㅎ


살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이웃으로서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게 되고요. 그럴 때 ‘나는 ~ 하는 사람이다‘ 라고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 이라기 보다는 ‘남들에게 그렇게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의로운 사람, 용감한 사람, 잘난 사람은 딱히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드러내지 않아도 그 행동으로 알게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재미있었어요, 나인님.

clavis 2019-07-2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같지 않아요.아아,그렇구나 했는걸요.락방님 저는 왜인지 이 글을 보다가 울고 말았어요. 언어의 한계때문에 저능아처럼 그냥 밥만 먹고 연습만 하는 것 같아요. 밤에도 우리말 유투브든,라디오를 켜놓고 있어요.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이렇게 사람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우리말이 참 그립고 좋습니다. 좋은 책,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늘 고마워요 락방님♡

다락방 2019-07-22 08:02   좋아요 1 | URL
으아아 멀리서 외롭지요, 클래비스님? 오랜 연습과 우리말을 듣기 위한 유튜브라니..
클래비스님, 말하고 쓰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말할 수 없다면 쓰는 거라도 부지런히 해요. 매일매일 짧은 일기라도요. 여기에 못쓴다면 작은 노트에 써도 되고요. 제 경우에는 쓰기가 저를 참 많이 지탱하게 해주거든요.

지치지마요!

clavis 2019-07-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길가에 거지들이 누워있는데, 오르간은 큰소리가 나는 악기니까, 선생님께 배운 대로 소리를 만들고 치면서도 나에겐 고국과 가족을 맞바꾼 이 피같은 시간들이 한량 놀음 같이 보여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겠지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락방님의 글에서 저자의 글을 접하고, 어제 내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소리를 줄였는지,또 소리를 키워야했는지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늘 연습을 안하고 있을 때는 백퍼 아, 연습해야 하는데..로 마음 불편하게 사는 이 길로 접어들면서 오늘은 마음 편히 쉬려고 락방님네 놀러왔어요. 내일은 또 초긴장 속에 연습과 연주 준비를 해야하기에 늘 제 기분을 잘 맞춰줘야 해요. ㅠㅠ락방님 글 덕에 많이 울고 많이 웃을 수 있어서 늘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9-07-22 08:04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누군가로부터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제 글을 보면서 혹은 제 삶을 보면서 괜히 열등감 생기기도 할 거라는 생각도 해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 누군가의 존재 만으로도 안정감을 얻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또 우리가 생각하고 가야하는 길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해야할 일을 해야 하고요.

벌써 날이 바뀌었네요. 연습과 연주 준비 잘 하고, 기분도 잘 맞춰요, 클래비스님!
저는 오늘 아침 일어나니 기분이 괜찮아요. 사무실 책상 위에 간식이 많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인가봐요. 클래비스님도 간식 먹으면서 해요!

비연 2019-07-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정말 겸손한 말들이 즐비했으나 이 분은 잘난 분이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다락방 2019-07-22 11:18   좋아요 1 | URL
잘난 사람들은 티가 나는것 같아요, 비연님....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수 없는 본연의 잘남.....

비연 2019-07-22 11:21   좋아요 0 | URL
쩝 ㅠㅠㅜ

얼음장수 2019-07-2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자 없는 남자들>의 저 대목이 기억나요. ‘예스터데이 간사이 사투리‘는 킥킥거리면서 봤거든요. 잘난척하지 않는 자의 미덕을 논하는 글에, 잘난착을 해버렸네요 ㅋㅋ

다락방 2019-07-22 14:15   좋아요 0 | URL
이런 잘난척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얼음장수님!
더운데 잘 지내고 계십니까?

유부만두 2019-07-22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문유석 판사의 예전 독서책을 읽었는데
심하게 자기자랑을 해서 밉상이었습니다.
ㅎㅎㅎ

같은 작가 다른 인상

다락방 2019-07-23 07:48   좋아요 0 | URL
독서책이 다른 게 또 있군요? 저는 이거 하나 뿐인줄 알았어요.
저는 최근에 제가 생각한 열등감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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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작년 뉴욕에 갔을 때였다. 우연한 계기로 그곳에 이민 가 살고 있는 내 또래의 여자1과 남자1을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깊은 얘기가 오고가진 않았는데, 함께 있던 내 친구가 나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남자 1이 내게 책 읽는 걸 좋아하냐, 많이 읽냐고 묻더라. 그렇다 대답하니,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생각이 많지. 그러면 시집 못가요."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나는 크게 놀랐다. 내가, 지금 이 때에,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서, 뉴욕에 오래 산 남자로부터, 생각이 많으면 시집을 못간다는 말을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브루클린 거리를 걷다가도 나는 그 말을 한 번 더 들어야했다. 무슨 대화끝에 내가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거 아니었을까?'라고 했더니, '또 생각많이 하네. 그러면 남자들이 안좋아한다니까?'


아니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그 당시에 그에게 무슨 말로 반박했는지는 생략하고, 나는 정말이지 선진국인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남자가 '생각 많은 여자는 시집을 못간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데에 너무 놀랐고, 심지어 그 생각을 입밖으로 감히 꺼낸다는 것에 또한번 놀랐다. 한국남자는 미국에 와서 오래 살아도 한국 남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로구나. 물론 미국 남자는 무조건 다른 게 아니지만, 뭐랄까, 선진국에서 오래 살면 나는 한국식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당연히 바뀌었을 줄 알았지. 이 일은 내게 너무 놀라웠는데, 이 일에 대해 여러명에게 얘기하자 그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 남자들은 더 한남성을 유지할 확률이 크다고. 외국의 사람들과 어울려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저들끼리 어울려 배타적이 되고 계급적이 된다는 거다.




그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나이에 한국에서 이민을 왔다. 그런데 그들의 사고방식은 누가 봐도 한국식이다. 여자들은 전부 남편과 아버지와 시부모에게 복종한다. 지금도 분주히 음식을 나르는 건 여자들뿐이고, 그중에도 며느리들은 가장 눈에 띈다. 며느리들은 항상 필사적으로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때문이다. 경은 그런 여자들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그도 한국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 상대가 몰리라 할지라도. 그는 사랑하는 이가 자신의 어머니처럼 결혼과 함께 종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질리언도 일 년에 몇 차례 시부모 앞에서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인 아내들은 평생을 그러고 살아야 한다.

주방에서 돌아온 목사가 몰리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제 아내에게 한 접시 가져오라고 할까요?"

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p.174-175)




여성혐오 문화는 굉장히 단단하게 유지된다.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읽다 보면, 영국이나 프랑스로 이주했어도 할례를 위해 자신들의 나라로 보내지는 어린 여자들의 사례가 등장하고, 영국으로 이주했어도 강제 결혼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다시 보내지는 어린 여자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아예 다른 문화권으로 옮겨 가면 그곳의 문화를 보고 받아들이며 '아, 우리랑 이런 게 다른데 그러다보니 우리 문화가 어땠는지 알겠구나' 하며 새로운 문화에 동화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하고 똥고집으로 자기네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야. 문제는 그 유지되는 문화가 유독 여성혐오에 집중되어 있다는 거다. 한국 남자들이 외국에 가서 살아도 여전히 한국 남자인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니, '그렇게 생각 많은 여자는 남자들이 싫어해' 라는 건, 남자들에 대한 모욕이지 않나? 생각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남자라니, 너무 멍청하잖아? 어떻게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지? 정작 부끄러워 해야 할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남자들이여...



《안전한 나의 집》에서 목사는 큰 사고로 정신 없는 경의 집에 무작정 방문해서는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그리고 저렇게 자기 아내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제 아내에게 한 접시 가져오라고 할까요?'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야. 그렇다. 음식을 가져오는 거, 그것은 아내의 몫인 것. 그것이 미국이어도 그렇다. 한국남자라면. 그리고, 아아, 교회여..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가요?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여, 대답을 해보세요...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 목사가 가장 먼저 달려 나온다. 그는 매의 양 볼에 차례로 입을 맞추고 나서 경과 어색하게 악수를 나눴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 그의 인사가 묻혔다.

"뭐라고요?" 경이 다시 물었다.

"부모님께서 오늘 교회에 못 나오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교회를 댁으로 끌고 왔습니다."

마치 호의라도 베푸는 양 의기양양한 말투다. 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경은 자신의 집에 낯선 이들이 득실대는 이 상황이 못마땅했다. 영역을 침범당한 기분이랄까. (p.168)



하아-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경의 어머니 '매'와 아버지 '진' 이 사는 집에 강도가 들어 둘은 크게 육체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피해를 입었다. 집은 난장판이 되어 당분간 아들인 '경'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 사람들 떼거지가 경의 집에 말도 없이 찾아온 것. 경은 교회를 다니지도 않고 심지어 교회를 싫어하기까지 하는데, 와서 한다는 소리가 '너네가 교회에 못왔으니 우리가 교회를 끌고왔어' 인거다.

아, 너무 스트레스야. ㅠㅠ 교회를 끌고 왔다 ㅠㅠ 왜들 그래요 진짜 ㅠㅠㅠ 아니 교회를 끌고오다니 ㅠㅠㅠ 한인교회여, 그러지마요... ㅠㅠㅠㅠㅠ

이것은 소설이지만 너무나 눈에 그려지는 선명한 장면이라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할 수가 없다 ㅠㅠㅠㅠㅠ




'경'은 미국에 왔던 아주 어릴적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미국에서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경의 아버지 '진'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이 가진 직책에 걸맞지 않은 부인이 창피해서 아내를 때렸다. 게다가 진의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맞고 그 화를 아들인 경에게 풀었다. 경은 그렇게 어머니로부터 맞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은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던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매우 원망스러웠고, 아버지 곁을 떠나기만 했어도 자기와 어머니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 엄마가 아빠만 떠났어도, 그 폭력으로부터 도망쳤어도, 그랬으면 자기가 그렇게 불행한 시절들을 견디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은 어머니를 바보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 책과는 담을 쌓았고,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지만 그는 그런 것들로 어머니를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아버지를 떠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했다. 물론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그 또한 같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역시 두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들 모자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그는 지금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상상도 안 될 만큼 멋진 인생을. (p.191)





경은 '질리언' 이라는 미국인 여자와 결혼했고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 빚에 쪼들리며 살고 있지만 큰 부자인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는 아무 도움도 받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그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그런 차에 어느날 엄마가 찾아온다. 발가벗은 채로 그리고 음모가 다 뜯긴 채로. 부모님의 집에 강도가 들었고 어머님은 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구조 요청을 위해 힘겹게 겨우 여기까지 찾아왔던 것.



경은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왔고 엄마가 자신을 때릴 때 맞았다. 혹여라도 자신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 그런 부모가 될까봐 늘 두려웠고, 그런 두려움이 언제나 마음 속에 있어서 자신의 아이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늘 자신을 통제해서 자신은 부모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건데, 어릴 적에 그 폭력의 트라우마는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경은 이때까지 다른 사람을 한 번도 때려본 적이 없지만, 그렇지만 자신 안에 폭력성이 있음을 자꾸 인지하는 거다.


보통 남자들은 폭력성이 있고 여자들은 폭력성이 덜하다는 식으로 사람들은 얘기하는데, 폭력성이 남자에게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더 많은 폭력성을 띠고 더 많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그동안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랐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 거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걸 많이 보고, 아버지가 나를 때리는 걸 겪고, 주변에서도 뉴스에서도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남자를 너무 많이 보게 되니, 자연스레 자신 안의 폭력성을 인지하게 되는 게 아닐까. 어릴 때 학대당한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을 똑같이 학대하는 어른이 되는 것도 학대의 트라우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안된다'고 자꾸만 자꾸만 자신에게 속삭여야 하는 것도 큰 트라우마다. 이래가지고야 어디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 관계가 만들어지겠는가.




부모님 집의 사건을 계기로 경은 어쨌든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묻어두었던 기억들은 경에게 아프게 찾아든다. 누르려고 했던 폭력성, 누구에게든 밝히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폭발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되어 더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찾아들어, 트라우마에 갇혀있는 경이라는 걸 알지만, 내적으로 아주 많이 갈등하고 싸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경의 곁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었다. 잭의 아내인 '질리언'의 아버지가 그에게 '네가 아시아인이라 결혼을 반대한 게 아니라, 네 더러운 성질이 보여서' 반대했다고 말하는데, 아아 나는 그의 말을 너무나 잘 알겠는거다. 




경은 결국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던 것을 물으러 간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이유가,  어머니가 어머니였기 때문인지, 그러니까 다른 여자였다면 때리지 않았을건지.



"만약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살았다면, 그 여자도 때렸을까요?"

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 더 때렸을걸."

그것은 경이 기대한 답이 아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란 대답을 듣고 싶었다. 애정 결핍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핑계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진의 대답이 마지막 남은 의혹마저 싹 지워버렸다. 그와 그의 가족이 폭력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진은 그가 진정으로 원한 여자와 결혼했더라도 똑같은 파국을 맞게 될 운명이었다. 결국 원인은 진이었다.

진은 절망에 빠진 아들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경은 더 이상 차분히 그와 마주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여자를 때리는 게 자랑스럽나요?" 경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그게 우스워요?" (p.376-377)




나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아버지는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니.


그는 어떻게든 폭력을 휘두를 남자였고, 그것은 상대인 여자의 탓이 아니었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폭력에 대한 핑계도, 정당화도 될 수 없다. 진은 자신의 아내인 매가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원하는 대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때렸다고 말한다. 그건 가해자의 변명에 불과한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상대가 원하는 완벽한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매'가 아니라 다른 여자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는 그 여자를 때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여자도 역시 진이 원하는 바로 그대로를 다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어른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다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내가 원하는대로 네가 해주지 않아서' 때렸다는 것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그것은 상대와 나를 그리고 그 변명을 듣는 세상을 모두 속이려는 행위다. 아니, 그것은 가해자가 폭력을 쓰고 싶어서 쓴거다. 폭력을 쓰는 사람이라서 쓴거다. 특히나 자신에게 맞고 반항하지 못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때린 거다. 세상에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아내나 자식 하나 뿐일까? 세상에 나가면 내 뜻대로 해주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직장 상사는 내 말대로 해주나? 직장 동료는 내 뜻대로 해줘? 내가 찾아가는 병원 의사는 내 마음에 쏙드나? 무엇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그야말로 내 생각과는 다른 행동들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왜 그들을 찾아가서 왜 나를 빡치게 하냐며 때리지 않지? 왜지? 왜죠? 상대의 잘못 때문이라면, 상대가 내 기분을 건드려서 때리는 거라면, 세상엔 아내 말고, 애인 말고 때려야 할 사람이 수두룩하지 않냐?



여자라서 때린 거다. 내가 사둔 집에 사는 여자라서, '내 여자' 라서. 그러니 그 여자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어도 '내 여자'가 되는 순간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안되는 사람이 1에서부터 100까지 있어도 다 때리면 안돼, 왜냐면 나도 맞을 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내 여자는 아니다....  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될까.





경은 고통스럽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짓을 잊을 수가 없어 고통스럽다. 그러나 결국은 아버지와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이 소설이 주는 작은 희망이다. 아들이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무는 것, 실패와 폭력을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것, 결국 그렇게 결정하는 것. 이것이 작은 희망이다.









"근사하죠?"

"여길 꾸미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요. 전부 매의 작품이죠."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쳐다봤다. "어머님은 인테리어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어요. 몰랐나요?"

그도 어머니가 남다른 안목을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재능으로 여겨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가 일자리를 갈망했으며,실제로 이런 곳애 채용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재능이 있으셨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차마 몰랐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 P336

"제게는 식구들이 돌아오기 전에 나가달라고 하셨고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항공권을 사주시겠다면서요. 돈도 조금 주시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난 이런 꼴을 우리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경 씨. 우리 아버지는 ……."
그녀의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 경의 눈에 그녀는 슬퍼한다기보다 겁에 질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님이 왜요?"
"내가 미국에 오는 걸 반대하셨어요. 보나마나 나쁜 일이 벌어질 거라고 하셨죠. 우리 아버지는…… 겁쟁이예요. 전쟁 이후로 세상 모든 것을 두려워하셨죠. 고양을 떠나 미국으로, 유럽으로 달아나는 여자애들 모두 남자들 꾐에 빠져 창녀가 돼버릴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미국에 가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할 거라고 맞섰죠. 나중에 변호사나 의사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해서 날 말렸어요. 고향을 떠나면 불행이 찾아올 거라고요." 그녀가 다시 코를 풀고 냅킨을 구겼다. - P201

"내겐 동생들이 있어요, 경 씨. 그것도 네 명이나요. 전부 나보다 한참 어려요. 그런데 내가 이런 꼴로 돌아가면 아버지는 동생들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그 애들의 미래가 영영 막혀버릴 거라고요. 자기 말이 맞았다고 우쭐해하면서 말이에요."
경은 소파에 늘어진 마리나를 보며 그녀가 하루 빨리 떠나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디로라도 사라져주기를. 하지만 그녀와 마주 앉아 있는 지금은 그녀가 얼마나 젊은지, 고향과 이곳에서 겪은 불행의 결과가 얼마나 영구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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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1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과 ‘집’이 함께 제목으로 등장하는 책 속의 집이라면, 안전하지 않은 집일 확률이 높죠.

다락방님이 “다른 여자였더라도.. “를 풀어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매’가 아닌 다른 여자였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폭력의 대상이 되는 거니까요. 아, 읽고 싶어요~를 할 수 없게 하는 책이네요... ㅠㅠ

다락방 2019-07-18 10:22   좋아요 0 | URL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짚어줘야 할 문제를 다 짚어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남성의 폭력이요. 보스니아 에서 온 가사도우미의 대사도 인상적인데, 아 맞다, 그것도 인용해 두어야겠네요.

스릴러 책인줄 알았는데 뭔가 르포 같은 느낌이고...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어요. 폭력적인 기운이 감돌 때면 책을 읽으면서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ㅠㅠ

잠자냥 2019-07-1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저 뉴욕남때문에 욕나오네요...(속으로 온갖 *새로운 욕*을 해봅니다... 뉴욕뉴욕뉴욕!!!)
다락방 님이 그놈에게 멋지게 한방 쏴줬으면 좋았을 것을.... 흐흐흑.

암튼 책 내용 참 답답하네요; 소개하신 내용만 봐도 기빨리는 느낌........ 하아.

단발머리 2019-07-18 10:25   좋아요 0 | URL
저런 말을 하면서도 본인은 전혀 ‘거리끼지 않는다’는 게 전, 그게 신기해요.
거리끼지 않으니까 반복해서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참... 신기해요, 진짜...

다락방 2019-07-18 10:26   좋아요 0 | URL
아, 거기에서 저 다다다닥 했어요. 제가 쓰질 않았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글은 언제나 너무 길어서.. 하하하하근데 뭐랄까, 제가 아무리 그래봤자 저 남자 1도 안바뀌더라고요. 한 방이 안돼요. 제가 말하면 말할수록 오히려 그에게는 ‘생각많아서 남자 없을 여자‘라는 인식이 더 굳어지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의외로 기빨리는 느낌은 아닌데 내내 긴장되기는 했어요. 폭력적인 기운이 감돌 때면 특히 더요. 정윤 작가가 재미한인이고 이 책을 영어로 썼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더라고요. 굉장히 한인사회를 잘 살려놔서 스트레스..(응?)


단발머리 님, 맞아요. 거리끼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거여서 제 말이 그 사람한테 가 닿지를 않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냥 생각많은 여자1 이 되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18 10:29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은 글 길게 쓰는 사람도 싫어할 태세입니다. 여자가 생각도 많고 글도 길게 써?!? 뭐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마이너스 포인트 1점 추가되시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는 만나지 마요~~~

다락방 2019-07-18 10:34   좋아요 0 | URL
네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이에요. 얼굴도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제가 만나고 싶어서 만난 게 아니라, 제 동행이 이민간 친구 여자1을 만나러 저랑 같이 갔는데, 마침 ‘여자들‘ 만나러 간다는 얘기에 남자1이 여자1을 무작정 예고도 없이 따라나온 거에요. 등장부터 무례무례... 쯧쯧. 자기는 결혼 너무 하고 싶다는데 여태 싱글이라고, 그래서 신붓감 찾아 나왔었나봐요. 그런데 저를 만난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18 10:41   좋아요 0 | URL
헐... 등장부터 무작정............. @_@

반전. 그런데 그 뉴욕남은 다락방 미모에 반하고 마는데..............
생각이 많은 여자임에도 미모때문에 갈등을 겪는데...............

단발머리 2019-07-18 10:42   좋아요 0 | URL
짜자쟌~~~~~~~!!!

다락방 2019-07-18 10:42   좋아요 0 | URL
아니야, 잠자냥 님. 그거 아니야..돌아와요. 그 길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18 10:46   좋아요 0 | URL
너무 멀리 갔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8 10:48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 리뷰는 세상 우울한데 댓글 이렇게 재미져서 어떡해요? ㅜㅜ

syo 2019-07-18 10:48   좋아요 0 | URL
결국 그 뉴욕남은 눈을 떠도 다락방, 눈을 감아도 다락방 온통 다락방 생각 뿐인데........
대체 나는 왜 이럴까, 생각많은 여자의 매력이란 무엇인가, 치열한 고민 끝에 페미니즘 책을 탐독하기 시작하는데.......

단발머리 2019-07-18 10:49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우리 이렇게 왼쪽으로 도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오른쪽으로 가자 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8 10:49   좋아요 0 | URL
아이참 아니라니까 쇼님. 돌아와, 쇼님도 돌아와야 한다. 얼른 돌아와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8 10:51   좋아요 0 | URL
아이참 한 명 잡아 놓으면 다른 한 명이 멀리 가고 또 잡아 놓으면 다른 한 명이 또 가버리고..아이참... 사는 거 힘들어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7-18 10:53   좋아요 0 | URL
가면 안 되는 길이었나?? 그렇다면,

..... 그렇게 페미니즘 책을 읽어보니 재미가 없었고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뉴욕남은 지금처럼 그렇게 뉴욕뉴욕 살았다고 합니다.

- fin -

교훈 :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다락방 2019-07-18 10:59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그 남자도 참 안됐어요.
여자 만나러 간다고 씐나서 눈누난나 따라 나왔는데 나오고보니 다락방이야... 자기 기준에 세상 끔찍한 여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9-07-18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대목에서 천프로 동감...

다락방 2019-07-18 10:53   좋아요 0 | URL
네, 절로 욕이 나오는 것입니다!!!!!

블랙겟타 2019-07-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당하셨겠네요. 생각과 시집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건지... ( •̀ו́)

음 보통 선진국등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 갔었던 당시 한국의 정체성으로 머물러 버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 시점에 머물러 있다보니 한국에 쭉 사는 사람들 보다 더 퇴행적인..

그나저나 이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

다락방 2019-07-18 10:5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블랙겟타님.
저는 결혼 얘기를 1도 안했는데, 그 남자는 자꾸만 시집 못간다고 저한테 뭐라 하더라고요? 노이해.. 아마 그 남자의 머릿속이 결혼결혼 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은 원래 자기중심적인 법이니까...

선진국에 이민갔지만 이곳 그대로의 정체성에 머무른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그러니 정작 떠나온 나라가 변화하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요. 저렇게나 꽉 막힌 뉴욕한인남 이라니, 저는 너무 .. 하아-

이 책 읽어보세요 블랙겟타님. 영어로 쓰여진 소설이 번역된건데, 읽어볼만한 소설이에요. 저는 좋았습니다. 남동생에게도 읽어보라고 줄거에요.

독서괭 2019-07-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딴 소리 들으면 시집 안 가서 참 다행이다 싶을 것 같아요. 너같은 놈에게 안 가서..
댓글 보고 웃고 갑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9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욱해서 ‘니가 그러니까 장가를 못가지!‘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고 합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19-07-1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연애의 기준은 언제나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즉, 생각이 많은 여성이었는데요.
그 남자는 자신이 생각이 없는 인간임을 자랑스럽게 반복적으로 내세웠네요.
한심하고 불쌍한 사람이네요.

그나저나 글 분위기와 다른 이 댓글들은 도대체!!
다락방님 서재에서는 언제나 글 읽는 재미와 댓글 읽는 재미가 완전 달라요.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 그 비대칭이 주는 맛이 또 색다르네요.

비로그인 2019-07-19 16:38   좋아요 0 | URL
생각 많은 여자 딱 질색입니다. 욕망이 똥구멍까지 차 가지고요. 아주 재수없습니다. 여자는 모니모니해도 얼굴이 예뻐야지요. 아니면 가슴이 크던지.......

다락방 2019-07-19 16:47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저도 글이 세상 우중충 했는데 댓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쓰면서도 읽으면서도 한참 웃었어요. ㅎㅎ
어차피 생각 안하고 살면 본인이 생각 없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겠습니까. 자기들끼리 행복하겠지요. 다 원하는 짝을 찾기 마련인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마술라디오 님, 원하는 분 만나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9-07-19 20:00   좋아요 0 | URL
마술라디오님. 참 불쌍한 분이시군요. 욕망이 똥구멍까지 차오른 사람은 아무리봐도 당신인 듯 합니다.

제가 종교를 믿는다면 당신을 위해 기도라도 할텐데,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어서 아쉽네요.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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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당황스러웠다. 뭐랄까, 평소에 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방법이 좋다는 자기 확신이 없는 채로 쓴 글 같다고 해야하나. 이 책을 위해 만들어진 방법의 느낌이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이현' 작가의 [동화 쓰는 법]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이현 작가의 책에서는 작가가 분명히 알고 있고 또 확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깨닫고 그걸 본인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이다혜의 책에서는 그런 게 없고 스스로도 자신이 말한 방법을 딱히 자신이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아니라 내 경우엔 글쓰는 데 별 도움 안되는 책.


무릇 책이란 언제나 읽는 자의 몫이려니,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쓰기 방법 책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내 경우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이현 작가의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딱히 얻은 건 없지만, 좋은 책들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얻었다. 다이어리에 몇 권 메모해두었고, 오늘은 그중 한 권을, 다른 책들을 사면서 구매했다. 이다혜 작가는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책에 대해서 말하는 쪽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본인도 그걸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방법1. 장소만들기
식탁일 수도 있고 커피숍일 수도 있다. 여기 앉으면 글 쓰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작업실을 만든다. 물론 이렇게 커피숍에 가서 영원히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안 돼! 그러면 안 된다! - P44

인간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자평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는 않는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멋진 성취에 대해서라면 칭찬하는 말을 고르고 골라 전한다. 책이나 영화에 대해 쓸 때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는 좋다고 헌신적으로 말하도록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흔하지 않은 찬사를 보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한다. - P109

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밤늦게 새벾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 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온통 뒤범벅이 된다. 있는 힘껏, 내가 무엇이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여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보통의 책과 보통의 여행도, 나쁜 책과 나쁜 여행도 나를 조금씩, 하지만 영구적으로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이다.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리라고. 나빴다고 생각한 일이 나중에 더 좋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구경하며 깨달은 것을 내가 경험으로 배운다. - P125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는 당부가 있다. 악플을 쓰지 말라고. 당신이 쓴 글을 세상 누구도 안 읽을 수 있지만, 당신 자신은 읽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기 전에 당신 자신을 향한다. 물론 악플을 쓰지 말라는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벼르는 재능은 없느니만 못하다. 남이 어떤 말에 아파할지 궁리하며 에너지를 쓰지 말자.
악플러를 잡고 보니 가까운 사람이더라는 경험담을 듣게 되기도 한다. 아는 사람에 대해 익명으로 악플을 단다는 말이다. 잘되는 게 배가 아파서, 하는 짓이 기분 나빠서, 혹은 그냥 날이 궂어서. 그런 이들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뾰족한, 아프게 하는 악플을 달기 마련이라, 고소하고 보면 아는 얼굴이라는 말이다. 로버트 그루딘은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에서 "범죄 가운데 가장 만연하고 많이 재발하면서도 좀처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근거 없는 헐뜯기, 즉 중상이라는 달콤하고 사교적인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 P131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이것은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멋진 이유가 된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쓰고자 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고통이 있고, 그래서 퍼붓는 노력이 있고, 더디지만 더 나은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남이 알기 전에, 그 매일에 충실한 나 자신이 먼저 안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 P133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 P157

나는 타인을 공격하는 자유를 보호하기보다는 부당하게 공격받지 않는 권리를 먼저 보호하자는 주의의 사람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그러하게‘ 읽힌다면 글을 잘못 썼을 가능성이 높다. 글을 써놓고 글쓴이의 의도를 따로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글을 잘못 썼다.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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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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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직접 죽이는 것만이 정답일 때가 있다.

변호사도 경찰도 의사도 남자가 훨씬 더 많은 지금 같은 때라면 종종 그렇다.

그것만이 유일한 답인 것이다.



그리고,

연대하는 여자들이 우리를 살린다.




내 상황에 얼마나 희망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나는 우리 생활의 절대적 완벽성에 결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절망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잭과 내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고 우리가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며, 내가, 똑똑한 서른두 살의 여성이 아이도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소꿉놀이 하는 데 만족한다는 말을 믿는 그들의 멍청함이 경이로울 정도다.
누구라도 그 완벽성에 대해 질문을 하는, 의심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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