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식대로 한다.
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P28

그녀도 학생회관 술집에 딱 한 번 가본 적 있다. 매일 밤 엄마들이 고함을 치며 욕조에 빠뜨리지 않는 탓에 학기가 지날수록 악취가 점점 심해지는 부류의 남자로 가득한 곳이런 부류의 남자는 강의실에서 왜 아무도 자기 옆에 앉으려 하지 않는지, 왜 아무도, 야, 너 냄새나, 라고 말하지 않는지 모르는까닭에 점점 기분 상한 표정만 짓는다.

대학에 가면 로맨스가 있을 줄 알았다, 꼴사납게 생기지 않고 그녀보다 키가 큰, 그녀 수준에 맞는 멋진 남자(전제 조건이다)
토요일 저녁이면 서로 끌어안고 일요일 아침이면 둘이서 침대에서 느긋하게 빈둥거리며 그녀가 <뉴요커> <옵저버> <갈덤> <더 루트> <디 애틀랜틱> <더그리오> 의 글을 챙겨보는 동안 같이 음악을 들을 누군가 - P79

어쨌든 남자 헌팅 다니는 걸 포기하고 대학 스쿼드 회원들과 어울려 놀았다.
스크롤 - 좋아요- 채팅 - 초대 - 잠자리 세대의 일원으로 성인이 된 건불행한 일이다. 이 세대 남자들은 첫 번째(그리고 딱 한 번의) 데이트에서 상대가 성적 욕구에 따라 움직이길 기대하고, 음모는 제모하여 하나도 없으며, 인터넷 포르노영화 속 여자들이 하는 역겨운 짓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하므로 - P81

버미는 오모페가 그렇게 빨리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옮겨가다니 놀라웠다 - P254

그런데 재미있게도 모건이 젠더인지 잔디인지 억지로 둘로 나누지 않는 머시기가 되었다고 한 뒤에도 고작 이름을 메건에서 모건으로 바꾸었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 정도면 해티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적어도 그녀 이름을 레지널드나 윌리엄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건이 요구하는 대로 그녀 대신 그네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영합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모건은 여전히 똑같은 (남자) 모습이며, 행동도 여전히 똑같고(남자 같고), 모든 점에서 사실상 똑같았다(메건 그대로였다). - P4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사란 결국 내 삶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 같다. 나 혼자 뛰어넘을수 없는 어떤 요상한 문제들이 나타났을 때 곁에 있던 선배나 스승이 손을 잡아주든 멱살을 잡아끌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곤 했다.
어쨌거나 내게는 기본을 가르쳐준 든든하고 엄격하신 선생님이 계셨고, 나는 그분과 8년 동안 함께하며 기본에 기본을 더해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 기본에 푸념 한마디 정도는 얹을 수 있을 만큼 능숙해졌다. 기본을 공들여 배우는 한, 어떤 젊은 시절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어찌 됐든 푹 고아야 좋은 찜 요리가 된다. - P44

모든 성공적인 삶의 프로젝트에는 뜻하지 않은 친구가 찾아오게마련인 것 같다. 나는 내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와 일은 그렇게 한번에 찾아와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 자리를 빌려 내 모든 친구들과, 또 그들과 함께했던 모든 일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P113

우스개로 들리겠지만 내가 한때 만나던 상대와 헤어진 계기는 참사소한 것들이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4단 기어를 놓고 가야 할 상황에서 2단으로 놓고 힘들게 가면 판단력이 없는 사람 같아서 싫어졌다. 세상에 그럴 수도 있을까 싶지만 뭐 그전에 여러 가지가 쌓여있었을 것이다. 술을 마시고 갑자기 감상적으로 변해서 내 앞에서펑펑 우는 남자도 바로 아웃 대상이었다(암만 술이 세지를 못해도 그렇지 썸 탈 때는 조심해야쥬), 해장국이 당기는 아침에 돈까스를 먹겠다고 고집 부린 사람도 아웃이었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행복에 손해를 입기 싫다는 지점이다. 그 상대 역시 나로 인해 사소한 손해를겹치게 된다면 함께보다 혼자가 훨씬 홀가분하겠지. - P182

즐겁게 열심히 놀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 박수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 어떤 걸 재미있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은 대체 뭘 하기에 저렇게 즐거운지 사람들은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어느새 사람들과의 인연도 생기게 된다. - P2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날에도 여성은 여전히 두 가지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여성은 프롤레타리아로서 일당을 벌어 자신과 아이들이 먹고살아야 한다. 다른 한편 가정의 노예, 즉 남편과 아버지와 형제들을위해 무상으로 일하는 하인이다. 아침 일찍 공장에 가기 전부터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만약 남자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면 이 일만으로도 하루치 노동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자들은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점심시간도 여자에게는 휴식시간이 아니다. 그리고불쌍한 남자들이 자기를 위한 시간이라고 하는 저녁때에도 불쌍한여자들은 일을 해야 한다. 집안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며, 옷을 빨고 꿰매야 한다. 요컨대, 영국 어느 공장 도시의 남자들이10시간을 일한다면, 여자들은 최소한 16시간을 일해야 한다. 상황이이러한데 어떻게 여자들이 다른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있겠는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 엘리너 마르크스, [영국 여성노동자운동에 관하여 On the Workingwomen’s Movement in England], 1892년 - P56

일부일처제는 결코 개인적인 성애의 결과가 아니었으며, 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왜냐하면 결혼은 언제나 정략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는 자연적 조건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에 바탕을 둔 것으로, 특히 자연적으로 성장한 원시적 공동소유에 대한 사적 소유의 승리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가족 형태였다.
가족 안의 남자의 지배, 즉 남편의 부를 상속할 확실한 남편의 자식을 낳는 것 이것만이 그리스인이 솔직하게 표명하는 단혼의 유일한목적이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년 - P48

여성이 자유롭지 않다면 자기 이름값을 하는 게 가능할까?
오늘날, 아니 오늘날까지, 임금노동자가 자기 육체노동을 팔지 않고는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것처럼, 여성도 자기 성을 파는 것 말고는다른 생계수단이 없다. 여성은 평생 동안 한 남성에게 자기 성을 팔아서 그 대가로 사회에서 존중을 받고 귀부인이나 일꾼으로 새장에 같힌 삶을 살아간다. 아니면 밤이면 밤마다 성을 파는 ‘자유여성‘이 되어 세상의 멸시를 받다가 빈민굴에서 삶을 마감한다. 어느 경우든 간에 (여성 자신이 정말로 이 문제에 관해 생각을 한다면) 그 여성은 자존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참으로 대단한 선택권이다! — 얼마나 오랫동안여성의 운명이 이러했던가?
여성의 해방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물론 남녀 대다수 민중의해방과 경제적 노예제의 폐지도 포함된다.

- 에드워드 카펜터, [사랑의 성년기 Love’s Coming-of-Age], 1911년 - P58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글을 써서는 안 된다. 남을 위해서도 써야한다. 머나먼 곳에 사는 알지 못하는 미래의 여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들에게 우리가 결코 영웅이 아니었음을 말해주자. 다만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열정적으로 믿고 추구했을 뿐이다. 우리는 때로 강했지만 때로는 매우 약했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 P6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3-1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서 열심히 읽기 중이시네요. 힘내세요. ^^

다락방 2021-03-15 05:50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주말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흑흑 ㅠ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사랑에 빠질 상대를 마주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유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나의얼굴을 살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평소 내가 동경했던외모나 태도, 자신감, 장난기가 느껴지는 사람 말이다. 드물지만실제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미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그 상대 역시 옆에누군가 있다고 해도 다시 새로운 관계로 옮겨가게 된다. - P65

그녀의 눈에 나라는 사람은 매우 안정적이고 따뜻하며 생기로 가득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런 안정감과 따뜻함, 그리고 생동감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그녀의 태도가 타인을 통해 다시 반사될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친밀감과 차분함, 잠재적인 다정함 같은 것들 말이다. - P66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 거야." - P80

(그리고 마침내 전처의 기도가 이뤄졌다. 나 역시 믿었던 유일한 사람에게 버림받았으며 그 처절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홀로 남겨졌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바로 이것이 전처가 그토록 바랐던 일이었고, 나는 그녀가왜 내게 그런 말을 했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합법화하는 제도 또한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아름다움이 절대 선호의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좋아서 좋아하는 거야" 라는 말은 자본가들의 영원한 거짓말이다.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순수한 의미에서 선호의 문제에 그쳤다면 자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념이었을 것이다. 자본은 아름다움이고압적이기를 요구한다. 아름다움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 제도권이 나를 어떻게 대우하는가, 내게어떤 규칙들이 적용되는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등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개념이라면 그것은 곧 양식과 제도와 교환의 체계임이 틀림없고, 우리의 선택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열등한 존재라는 것을 내면화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심리적으로 둘로 쪼개지고 만다. - P73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고도 하고,
추하니까 추해 보인다고도 한다. 둘 다 거짓말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가해진 모든 것이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여정의 일부다. - P88

여성들이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 주장할 수있는 자산은 아름다움뿐이다. 여성에게 용인된 합법적인 자본으로 아름다움이 유일한 세상에서, 흑인 여성들은 우리의 가치를 재규정하는 반대 담론을 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앞 문장에서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라는 부분에 주목하기 바란다. 아름다움은 바람직한 자본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한 성별에 대한 억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지에 반하여 그들을 제약한다. 아름다움은 돈이 들어가고 돈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식민지화하고,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고, 절대 만족을 모른다. 그것은 인류가 융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자본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도 사회 속에서만 가치를 갖는다.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기 때문에 흑인 여성들은 우리도 아름답다고 주장해왔다. 우리는 전 세계 비백인의문화적 상상의 세계를 방방곡곡 여행해가며 우리를 배제하지 않는 미의 기준을 모아왔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아름다움에 관한 문화를 창조한다.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합법화하기 위해 흑인 남성들과 협상을 한다. - P71

통증은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통증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바꿔버린다. 물리적 통증이 너무 심하면 뇌는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임신과 마찬가지로 통증은 관료적 효율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다. 의료진 전체가 흑인 여성들이 통증을 견디며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통증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통증을 감소시키거나 치료하는 것을 거부하고 나면 의료 산업은 우리를 무능한 관료주의적 대상으로 낙인 찍는다. 그런 다음 그들은 우리를 거기에 맞게 처우한다.
흑인 여성이 무능하다는 추정, 즉 자신을 잘 모르고, 자신이 처한 맥락을 이해시키거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주체적 존재로 대하게 만들도록 표현할 능력이 없다는 추정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지배하는가장 강력한 위상의 문화, 즉 부와 명예마저도 대체해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다. 2017년, 세리나 윌리엄스가 딸을 출산했다. 유명인사가 출산을 하면 늘 그러듯 그녀도 딸의 탄생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세리나는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간호사를 설득하기 위해 세계적인 슈퍼스타로서의 위력을 총동원해야 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 당시 제대로 치료를받지 않았으면 세리나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만큼 운이 좋지 않은 흑인 여성이 수없이 많다. - P102

나는 어려운 문장과 어른들이 쓰는 단어, 이해하기 힘든 배경지식이 많이 나오는데도 억지로 억지로 책장을 넘겼다.(앤 무디의 자서전, 미시시피에서 성인이 되다Coming of Age in Mississippi) 오로지 그 흑인 여성의 소녀 시절이나오는 부분을 읽고 싶어서 말이다.
소녀들이 나오는 책은 별로 없었다. 책벌레였던 나는 소녀에 관한 웬만한 책은 거의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라모나 킴비가 주인공인 동화 『라모나Ramona』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고, 『스위트 밸리 고등학교 Sweet ValleyHigh』에서 그려지는 10대들의 세계에 흥이 나 어깨를 들썩이며 책장을 넘겼으며, 『베이비시터 클럽Baby-SittersClub』을 읽을 때면 내가 주인공 중 하나인 클라우디아라고 상상했다. 그것들은 학교에서 읽는 책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읽는 책은 『안네의 일기』말고는 죄다 소년들이 뗏목을 타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거나, 남자들이 대부분인 화자들이 순례길에 나누는 이야기를 모은 『캔터베리 이야기』 이거나 못된 아내들이 자신의 남편이나 왕을 배신하는 이야기뿐이었다. - P198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려면 흑인 여성의 전기를 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일곱 살 때 앤 무디의 자서전에서 찾아 헤맸던 것이 바로그것이었다.
흑인 소녀의 삶에 대해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것은 한 여성의 삶을 담은 이야기에서 소녀 시절은 흔히 성적 트라우마로 얼룩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일은 항상 벌어졌다. 추잡한 삼촌, 재혼한 엄마의 새 남편,
정신 나간 오빠, 같은 학교를 다니는 못된 소년, 나쁜 백인 남자, 모든 나쁜 남자. 강간을 당하고, 성희롱을 당하고, 주무름‘을 당하는 경험은 짐크로법과 미용실, 흑인영가와 함께 모든 흑인 여성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인듯했다.그것은 나, 오프라 윈프리, 개브리엘 유니언Gabrielle Union 그리고 내가 알 켈리R. Kelly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내게 글을 보낸 수백 명의 흑인 여성들을 한데 묶는 공통점이 확실했다. - P199

내게 그 이야기를 해준 것은 네다섯 번인가 랩 그룹을 결성했다 해체한 경력이 있는 손위 사촌이었다. 그는 자기가 눈을 번히 뜨고 살아 있는 한 여자 친척 중 어느 누구도 알 켈리랑 단둘이 있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말하면 나뿐 아니라 우리 친척 중 누구도 알 켈리를 만날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그런 식으로 소식을 전했다. 거드름과 사명감이 반반씩 섞인 목소리로 말이다. 알 켈리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상한 사실은 그보다 몇 년 전, 내 앞에서 어떤 흑인 여자아이들은 당해도 싸다는 말을 한 것도 바로 그사촌이라는 점이었다. 숙모 집에서 저녁으로 립 요리를먹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남자들이 내게 어떤 짓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허용되는 한도에 따라 여자로서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다. 당시 나는 열네 살이었고, 마이크 타이슨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권투선수였다.
내가 아는 흑인들은 모두 마이크 타이슨이야말로 흑인 스포츠 스타의 최정상에 오른 인물이라 여겼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돈과 명예를거머쥐었다. 그러나 때는 1992년으로, 그가 데지레 워싱턴이라는 18세 소녀를 한 호텔에서 강간한 사실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였다.
"모두들 그 여자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촌은 말했다. "그 애는••• 아, 이모 앞에서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그 애는 창녀야."
립 요리를 앞에 두고 앉아 있던 그날의 기억에서 가장 뚜렷이 남은 것은 그 대목이었다. 그 사촌은 한 명 빼고는 모두 자기와 피를 나눈 흑인 여성이 가득 앉아 있는 방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강간범을 옹호하고 있었다. - P201

그자리는 아버지가 내 남편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두사람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비슷하다는 걸 알고 금세 친해졌다. 아버지는 흡족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 녀석이 너를 때렸다고 나한테쫓아와도 네 말을 다 믿어주지는 않을 거다. 뭐든 양쪽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거든." 내가 믿는 남자가 내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빌어먹을 행동을 재는 내 머릿속의리히터 척도상, 때리는 남편과 강간하는 남편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예전에 사촌이 한 말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흑인 여성의 소녀 시절은남성이 이제 끝이라고 말할 때 끝난다는 뜻이었다.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거든. 거의 준비가 됐잖아. 그 여자는 창녀야.
나는 이런 말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도 넘게 들었다. 모두 흑인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을 감싸기 위한 말이었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남성일 때도 있고여성일 때도 있었다. 남성이 여성에게서 원하는 것이
‘준비되었으면’, 그 여성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남성이 자신에게 가할 수 있는 모든 짓에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곧 동의 이고 허락이었다. - P207

성인이 되기도 전에 다 컸다고 인식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흑인 소녀와 가까운 주변 사람부터 그 아이가 ‘준비됐다고 생각하면, 법 또한 그 아이에게 성인에 준한 기대치를 적용함으로써 ‘준비됐다‘고 보는 시각을 강화한다. 거기에더해 우리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들에 대해 법이 얼마나 무관심한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폭행을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폭행받아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증명해야하는 부담이 오롯이 여성에게 지워진다. 폭행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공평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자신이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후 강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무슨 수로 증명할 수 있을까? 자신이 술에 취했거나 마약을 먹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은? 남자가 범죄를 저지르려고할 때는 ‘싫다‘고 말했지만 그가 ‘일을 끝내는 도중에는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면? 여성이 범죄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P209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이 소녀를 성인 여성으로, 성인 여성을 창녀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목격한 경험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숙모 집에서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 이전에도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것은많았지만, 그날의 대화로 나는 절대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는 들어갈 때는 친구, 자매, 여성이지만 나올 때는 창녀가 되어버릴 위험이 있는 문을 조심하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게 만들었다. - P211

흑인 소녀들과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통계는 아주 최근까지도 ‘여성’이라고 하는 큰 범주 안에 숨겨져 있었다. 거의 모든 여성 희생자들에게 비슷한 패턴이 적용된다. 우리는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남성들의 공격이 가장 취약하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이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도록 배워왔다. 목소리를 내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진다. 게다가 흑인 여성과 소녀들은 흑인남성과 소년들의 평판을 보호해야 하는 짐까지 추가로떠안아야 한다. 흑인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듯, 그 짐은우리를 침묵의 문화 속에 가둬버렸다. 성별 간에 이루어지는 폭력이라는 큰 그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진짜 문제를 포착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백인들이 구축한 사회에서 생활하는 비백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다. 우리는 스스로농담과 웃음과 감정과 마음의 짐을 자기검열한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관리해서 일자리를 잃거나 고립되거나 오해를 사거나 의도가 잘못 전달되거나 살인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나마 돌아갈 집이 있을 정도로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잠시나마 경계의 스위치를 끌 수있다. 우리는, 내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문학과 대중문화에서 발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흑인 소녀들에게 집은 피난처인 동시에 가장 은밀한 배신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집에서마저스위치를 끌 수가 없는 것이다. 자기 집 식탁에서 삼촌의 유명한 립 요리를 먹는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가정은 사랑을 받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마저 우리는언제 창녀로 둔갑될지 모른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