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에 들고 왔던 『젊은 베르터의 고뇌』가 조금 남아서, 점심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집에 가는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읽을 책이 없다!! 책이 있어도 안 읽는거랑 없어서 못 읽는 건 다르다. 회사에도 늘 책 몇 권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게 하나도 없담. 할 수 없다. 시간을 보니 열두시 조금 전. 나는 당일배송을 시키기로 한다. 그래, 평소 읽고 싶었던 책으로 당일배송을 시키자. 오면 그 책을 퇴근길에 읽으면 되고 안오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둘러봤다. 사고싶은 책이 많았지만 내게는 알사탕도 없고 적립금도 없다. 광고비로 고작 3천원이 들어온 게 전부. 그래, 책 안 질러. 딱 한 권만 사자, 했다가 읽고 싶었던 『여우의 전화 박스』를 중고로 사고, 이건 그림책이라 휘리릭 넘어가니, 소설책을 한 권 샀다. 세 시가 좀 넘은시간, 경비실에 내려가봤다. 혹시 택배 온 거 있나요? 라고. 경비아저씨는 있다며 박스를 내미셨다. 꺅. 왔다, 당일 배송이 왔어! 내가 알라딘 박스에서 꺼낸 소설책은 이것이었다.


















두근두근. 줄거리가 흥미진진해, 지하철안에서 읽는데 꺅, 너무 재미있는거다!!!!!!



덕 시티에서는 1인분 도넛양이 스무개다. 오래전에는 한 개 혹은 두 개였지만 이 도넛공장 사장이 그 후에 열 개로 만들어 버렸고, 지금은 스무 개로 만들어버렸다. 도시 전체가 뚱뚱한 사람들 투성이다. 그냥 뚱뚱한 게 아니라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당뇨를 앓고 있고, 공장에서 일하며 돈 대신 인슐린을 받을 정도이다. 포르노 클럽에서는 벌거벗은 거대한 여자들이 관객들 앞에서 생크림 케익을 퍼먹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은 역겨우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도넛 공장의 사장은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먹을수록 배가 고파지는 밀가루를 만들었다. 도넛공장을 포함한 그의 기업은 도시 전체를 장악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비만을 관리하기로 한다. 뚱뚱한 사람을 태우는 택시는 딱지를 떼게 되고, 매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집을 노크해 허리 치수를 재고 체지방을 측정한다. 줄지 않을 경우 수용소로 보내버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후원하는 것도 도넛 공장 사장이다. 살 빼라고 종용하는 정부와, 먹을수록 배가 고파지는 밀가루를 만드는 재벌이 한 곳에 공존한다. 국민들은 갈팡질팡하며 아침마다 찾아오는 정부 요원들 때문에 무섭고, 그럴수록 일인분에 스무개나 되는 도넛을 먹어야 한다.......



아주 무서운 소설이다.



어제는 집에 가서 배가 너무 고파 김치에 밥을 먹을랬는데, 냉장고에 비엔나 소세지가 보이는 거다. 나는 마늘과 양파를 썰어 넣고 비엔나 소세지를 넣은뒤 살짝 볶아서 후추를 뿌린다. 근사한 요리가 완성됐다. 악. 이걸 이대로 밥 반찬으로 허비할 수 없지, 나는 냉큼 방에 들어가 옷장에 숨겨둔(응?) 화이트 와인 한 병을 꺼내온다. 이제 남은 와인은 이게 전부다. 밥 한 공기와  비엔나 소세지와 와인을 앞에 두고 엄마랑 결국 와인 한 병을 다 비워냈다. 하하하하하. 그러다가 엄마가 감자를 구웠는데 뜨끈뜨끈하다며 두 개를 꺼내서는 손으로 호호 불며 쪼개는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가 무척 맛있어 보인다. 나는 취하고 배부른데도 그걸 보고 또 참을 수가 없어서 냉장고를 열어 치즈를 꺼낸다. 그리고 치즈를 잘게 찢어서 뜨거운 감자 위에 올려두었다. 사르르~ 치즈가 녹아갈 때 감자를 먹었다. 맛있었다. 아아, 나란 인간은 어쩔 수가 없는걸까. 


그렇게 배가 부르자 갑자기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던 책 덕 시티가 생각나는거다. 이 책속의 주인공처럼 체지방이 72프로 나가고 그러면 어떡하지, 이 책 속의 도널드처럼 200킬로가 넘어가면 어떡하지, 갑자기 나는 무서워진다. 안되겠다. 이대로 잘 순 없어. 나는 먼지가 뽀얗게 싸인 스텝퍼를 거실에 꺼내둔다. 그리고 컬투의 베란다쇼를 틀어두고 스텦퍼 위에 올라가 잇차 잇차 움직인다. 마침 베란다쇼의 주제는 다이어트....................





아직 저 책의 절반도 채 읽지 않았지만 정말 흥미진진하다.





오늘 아침에는 그다지 색다른 반찬이 없었다. 열무김치와 총각김치(사실 집에서는 딸랑무라고 부른다), 갓김치와 김치찌게가 반찬의 전부였다. 어젯밤 잠을 잘 못주무셨다며 엄마는 밥은 니가 퍼먹어, 하고는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하셨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커다란 그릇에 밥을 퍼서 식탁 의자에 앉았다. 훗. 오늘 반찬은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나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나는 그릇에 고추장을 넣고 열무김치를 넣고 슥슥 비빈다. 아, 너무 맛있어서 밥이 금세 없어졌다. 출근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밥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 그러면 나는 덕 시티의 시민이 되겠지.. ㅠㅠ





도널드뿐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도 임금으로 인슐린을 받았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공장에서 나오는 불량품들을 공짜로 먹었다. 당뇨병 환자들에겐 돈보다 인슐린이 훨씬 더 중요했다. 12세 이상 덕 시티 시민들 중 92퍼센트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을 앓았다. 그래서 근로자들에게 돈 대신 인슐린을 지급하는 것은 존이 운영하는 기업의 인본주의적인 성격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었다. 존은 생것으로 먹기보다 튀김옷을 입히든 그냥 튀기든 튀김을 먹어야 인슐린이 더 적게 들어간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기름으로 튀겨야 소화 시간이 길어져 혈당이 더 천천히 오른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몇몇 저명한 영양학자들이 그의 이론에 이견을 밝혔지만) 그의 제품들이야말로 덕 시티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 즉 나라 전체를 땅 밑 암흑으로 끌어내리는 혈당 상승에 대항하는 무기였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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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6-1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인생의 승리자!

다락방 2013-06-19 13:34   좋아요 0 | URL
아..점심은 카레 돈까스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역시. 우후훗

아무개 2013-06-1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두달간 꽤 지속적인 우울상태에 있었는데
엊그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요.
두달만에 책을 사고 나니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네요.
저....쇼핑중독인가봐요 .......

전 어제 치킨에 소주로 달리고 아침엔 푹 익힌 삼양라면으로 해장하고 도착할 책들을 기다리며 느긋한 휴일을 보내고 있답니다. 우헤헤헤헤헤헤

다락방 2013-06-19 13:35   좋아요 0 | URL
전 정말 가진 게 너무 없어 책 사는 거 보류입니다...하앍-
이러면서 고기랑 술은 끊지를 못하네요. 툭하면 먹어대니 이거야 원..orz

아니 그나저나 오늘 도착할 책들은 어떤것들입니까? 어려운 책 산거에요, 또?

아무개 2013-06-19 22:14   좋아요 0 | URL

아하하 어려운 책 안 샀어요. 이미 충분히 많이 쌓여 있습니다.ㅠ..ㅠ

제주도 여행에 관한 책 세권(제가 요즘 제주도 가고 싶은 생각에 빠져있어서요)
오직 독서뿐, 최후의 유혹, 공산당 선언. 이렇게 6권 입니당 ^^

blanca 2013-06-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건 너무 웃기잖아요. 그리고 ㅋㅋ 또 저에게 음식의 영감을 ㅋㅋ 오늘 저녁에는 감자를 구워 치즈를 얹어 반찬 하나를 추가하겠어요. 저는 그래도 요새 밥공기에 밥을 적게 담는 것만으로 더 이상의 체중 증가를 막고 있답니다. 효과가 있네요.

다락방 2013-06-19 13:36   좋아요 0 | URL
전 이 책 때문에 영감을 얻어 이 세상에 엘레베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듯 살자, 라고 마음먹었는데 오늘만 해도 툭하면 타버리고 말았네요. 아놔..작심삼초......orz

마노아 2013-06-19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 급식은 새싹 비빔밥이었어요. 참치를 얹은~ 아, 정말 맛나게 먹었어요. 맛탕도 있었는데 1인당 4개로 정해져 있었어요. 정직하게 4개 들고 왔는데 다들 듬뿍 떠오는 거예요. 더 떠올 것인가 고민하다가 먹지 않았어요.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살짝 아쉬워요. 후식으로 요구르트도 나왔어요. 전반적으로 아주 맛있었어요. 근데 급식이 날마다 맛있어요. 새학기 들어 살이 더 찐 게 아무래도 점심 급식 때문 같아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여기 샘들이 다 그렇게 말해요. ㅎㅎㅎ

레와 2013-06-20 09:2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급식짱 좋네요!!!! 부럽다.............ㅡ.ㅜ

마노아 2013-06-20 15:56   좋아요 0 | URL
급반전을 해서 오늘 급식은 좀 별로였어요. 부실하게 먹어서 지금 많이 배고파요.ㅜ.ㅜ
그치만 내일은 부대찌개에 치킨이에요. 오징어는 안 먹으니까 필요 없고, 감자전도 들어 있네요.
내일 급식 기다리고 있어요.^^ㅎㅎㅎ

다락방 2013-06-21 09:0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맛나게 먹었다니 다행이지만, 저는 새싹이 싫어요. 새싹 넣으면 샐러드도 비빔밥도 별로 맛이 없더라고요. 새싹이 아닌 야채들이 훨씬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급식이 날마다 맛있다니, 진짜 다행이네요. 대부분의 급식 먹는 사람들은 급식 맛없다고 불평하잖아요. ㅎㅎ

그런데 부대찌개에 치킨..이라니. 오늘 점심이 기대됩니다. 멋져요. 인증샷이라도 올려주삼, 마노아님!!

그린브라운 2013-06-1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엄마가 해주신 밥먹고싶네요 전 유부녀다락방 ^^;; 맨날 눈팅만 하다 글 한번 남겨봅니다

다락방 2013-06-21 09: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한테 처음 남기시는 거 아니신데요. 그런데 유부녀신줄은 몰랐어요. ㅎㅎ
결혼한 제 여동생도 늘 저한테 그렇게 말해요.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살아서 정말 좋겠다고요. 전 결혼하지 말까봐요.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6-2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덕시티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몰라요...

다락방 2013-06-21 09:03   좋아요 0 | URL
음..그것도 방법이군요. 음......저 진짜 다음주 월요일부터 다이어트 할겁니다. 흥!!

Mephistopheles 2013-06-21 09:29   좋아요 0 | URL
이번주인걸로 기억하는데...기억하는데..기억하는데.......데...데..데에데데데데

다락방 2013-06-21 11:08   좋아요 0 | URL
네? ( ")

(" )( ")(" )( ")

유부만두 2013-06-2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오늘 도서전 가서 이 책 샀어요!

다락방 2013-06-21 09:04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유부만두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관찰자 2013-06-2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도넛양이 나오면서부터 '흠. 이거 재밌겠다'라고 생각하고, 사려고 했는데,
왠걸. 이 책. 제 책꽂이에 이미 꽂혀있어요.-_-a

전 그저 이제 그냥 읽기만 하면 되겠네요.(근데, 왜 몰랐지?)

6월은 내내 카라마조프의 삼형제 이야기를 읽느라 다 갔네요.
아.
고전은 한번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게 두려워(내용을 잘 까먹는 1인)
결국은 한번 잡으면 죽이 되는 밥이 되는 끝까지 읽고는 하는데,
삼형제 이야기가 이렇게나 길어서야 원.
정말 힘들게 다 읽고 나니, 이제는 좀 가벼운 책을 읽었으면 좋겠네요.(실제로 무게도 가벼운.)

그런면에서 이 책은 알맞은 책 같아 보여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3-06-24 11:06   좋아요 0 | URL
오오 관찰자님, 이 책을 가지고 계신다고요?
이 책은 사람들이 많이 알지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관찰자님은 이미 가지고 계시군요! ㅎㅎ
지금쯤이면 시작하셨을까요, 어쩌면 다 읽으셨을까요?
재미있게 그리고 무섭게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게 무척 흥미롭지 않던가요. 저는 푹 빠져서 읽었었어요. 도스트예프스키는 천재인가, 막 감탄하면서요. 언젠가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관찰자 2013-06-24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앞에 구매한 날짜를 써 두는데,
심지어는 이 책 2012년 12월에 구매한 거였어요.ㅋㅋ
아무튼 다락방님 덕분에 다른 책들 제껴두고, 이책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근데,
재밌어요.ㅠㅠ

섬뜩한데도, 읽으면서 왜 식욕이 돋는 걸까요.;;;

이번 여름은 힘들어서 포기했던 각종 책들(다락방님은 그런 책, 뭐 있는지 갑자기 궁금..)을
다 꺼내서 책꽂이 앞으로 전면배치 했네요.

인고의 여름이 될 것 같아요.ㅜㅜ

다락방 2013-06-26 09:43   좋아요 0 | URL
저도 포기하는 책들이 많긴 많은데, 힘들어서 포기한다기 보다는 잘 안읽혀서 포기하게 돼요. 문장이 몇 번읽어도 뭔 뜻인지 모르겠다거나 아무리 아무리 읽어도 좀처럼 재미있질 못하다든가 하면요.

아,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의 내용이 좀처럼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아 읽다 덮어뒀네요. 아, 이건 뭔가 정신 멀쩡하고 컨디션 좋을 때 다시 시도하자, 하고 말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이 책을 엄청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이 책 안에 분명 뭔가 있을텐데, 그러니 다시 꼭 읽어보자, 하고 말이지요. 하핫.
 




브랜든의 여동생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오빠의 직장 상사와 술을 마시고 섹스를 했고 그녀는 그에게 매일 연락한다.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는 일이 없고, 그녀의 음성 메세지에 대답해준 적이 없다. 그녀에게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유부남이고 아이들도 있다. 하룻밤을 그녀와 보내고 난 뒤에는 다시 자신의 직장과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왔다. 오빠가 보기에 여동생은 한심하기만 하다. 자신을 원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매달려 징징대는 꼴이라니. 그러면서 여동생에게 정신차리고 살라고 말한다. 나는 집이 있고 직장이 있지만 네게는 뭐가 있냐고. 나는 내 앞가림 하며 살고 있지만 너는 대체 사는게 그게 뭐냐고.



안정적인 직장과 집을 가지고 있지만 브랜든은 섹스 중독이다. 회사의 노트북엔 포르노를 다운받아 놓았고 집에 돌아가면 화상채팅으로 섹스를 한다. 여자를 불러 돈을 주고 섹스를 하고 술집에서 만난 여자와 길에서도 섹스를 한다. 여자를 부르지 않을 때는 화장실에 가 자위행위를 하는데, 회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건 그만의 은밀한 중독, 누구도 알지 못하는 중독이다. 술집에서 여자들에게 지저분하게 접근하는 건 그가 아니라 그의 직장 상사다. 그는 외려 점잖다. 말도 별로 없고 간혹 살짝 미소 짓는게 전부. 


그런 그가 평범한 데이트를 하고자 시도하지만 그 평범한 데이트에서 오는 성관계에서는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만다. 


어떤 상처가 그들에게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여동생 말대로,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그 상처를 극복해내기 보다는 여전히 그걸로 인해 앓고 있는 사람들. 여자는 쉽게 사랑에 빠짐으로써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고, 남자는 섹스중독으로 매일을 견뎌낸다. 남자가 여자 둘을 불러 그들과 한 공간에서 격렬하게 섹스를 할 때 그의 눈빛은 한없이 공허하다. 세상에 저 눈동자보다 더 공허한 것이 있을까, 뚫어져라 정면을 바라보는, 관객인 나와 눈을 마주치는 그의 공허한 눈동자는 어쩐지 울고 싶게 만든다. 그 눈빛이 내내 기억나고 그래서 이 영화가 내내 기억난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앞으로는.



영화속에서 그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한 밤에 조깅을 하는 장면이 있다. 아, 그 장면이 완전 멋있어서 반해버렸다. 멋진 남자는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멋지고 뛰는 모습도 근사하구나. 아니, 뛰어서 더 근사한지도. 사실은 19금스러운 얘기를 하나 덧붙이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영화속에서 그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캐리 멀리건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예뻐서 아, 나도 당장 미용실가서 저렇게 잘라달라고 할까, 라고 이백번은 넘게 생각했지만, 아주 오래전에 이효리처럼 앞머리 잘라달라고 했다가 절망한 기억이 떠올라, 이 역시 참기로 한다.





























영화속에서 존 트라볼타는 전(前)영문과 교수 '바비'로 나온다. 그의 방엔 책이 가득하고, 그의 조교였다가 지금은 그와 함께 살며 그와 함께 알콜중독인 '로슨'은 그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바비가 대화도중 툭, 하나의 문장을 던지면 로슨은 그게 누구의 말인지 알아맞힌다. 이 영화속에는 그가 영문과 교수였던 만큼 대문호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헤밍웨이와 프로스트..밖에 지금 내가 기억을 못하겠는데;; 여튼 그렇다.


남자친구와 함께 살던 십대소녀인 퍼시(스칼렛 요한슨)는, 엄마가 돌아가셨단 말에 엄마의 집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엄마의 유언에 따라 바비, 로슨과 함께 살아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그녀가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바비와 로슨은 돕는다. 퍼시는 엄마가 늘 가지고 다녔다는 책을 읽는다. 빵을 먹으며 또 샌드위치를 먹으며 앉은 자리에서 그 책 한 권을 다 읽어낸다. 그 책은 바비가 엄마에게 준 책인데, 다 읽고 그에게 왜 우리 엄마에게 이 책을 준 거냐고 묻는다. 그 책은 '카슨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이었다.



 
















그는 이 책속에는 패배자들이 많이 나와서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 뿐만은 아니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있다고.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메세지를 적은 책을 선물했을 때, 그 책 속에는 선물한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이 들어있었을 테니, 나는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속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엄청 먹어댄다. 내가 기겁한 장면은 그녀가 티븨를 보면서 간식을 먹는 장면이었는데, 맙소사, 피넛버터의 뚜껑을 열고 거기에 숟가락을 푹 담궈 잔뜩 묻힌 뒤에 그 숟가락을 그대로 알초콜렛(아마도 엠엔엠즈 같은)봉지 속에 또 푹 담그는 거다. 그러면 그 숟가락에 초콜렛이 잔뜩 묻혀 나온다. 스칼렛 요한슨은 티븨를 보며 그 숟가락을 빨아 먹는거다. 와- 대단하다. 팝콘도 샌드위치도 빵도 엄청 먹어대는데, 그녀가 먹는 건 거의 나랑 맞짱 뜨는데, 그녀는 왜 스칼렛 요한슨이고 나는 왜 다락방인가...................................


그녀가 빵을 먹으며 책을 읽는 장면에서는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빵을 사오고 싶어졌다. 그러나 시간은 새벽 한시반이었고, 하아- 나는 참으며 괴로워했다. 흑흑. 




토요일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전날 포장해갔던 치킨을 먹을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사 둔 와인도 있으니 맥주만 조금 더 사가서 치킨을 따뜻하게 데워서는 와인과 함께 먹자, 고 생각했던 거다.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지하철안에서 남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남동생은 토요일이면 거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나가니 오늘도 아마 나갔겠지, 싶어 어디냐고 문자를 보냈는데 집이란다. 오, 아직 안나갔네, 했더니 이따 밤에 약속이 있단다. 그렇구나 나는 한 시간 후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라고 했는데 남동생으로부터 이런 문자가 날아들었다.



내가치킨먹어치웠다

상할까봐 ㅋ



하아- 이게 뭐야. 아 너무 허무해. 나는 답장을 보냈다.


그거 와인하고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놈의 돼지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후에 덧붙였다.


치킨 생각하며 지하철 탔는데

돼지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허무했다, 너무. 완전 허무해. 그 때의 내 눈빛을 누가 봤다면, 영화 [셰임]의 브랜든 눈빛보다 더 공허하다고 말했을거다. 


결국 오리고기와 스파게티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셨다. 맥주 까지 마시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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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6-1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몇년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
한번 들춰보면 금방 생각날텐데, 알라딘 중고매장에 팔아버렸네요...힝....
두달동안 책 한권도 안 읽었어요. 니체를 읽다가 졸다가 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 읽다가 졸다가 그렇게 두달 넘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다락방 2013-06-17 11:18   좋아요 1 | URL
단행본은 품절이고 슬픈 카페의 노래와 합쳐진 것만 있네요. 중고알림등록 해놨어요.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그나저나 니체, 피터 싱어..라뇨. 아무개님.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계신겁니까. 어떤 삶을 살고 계시는 거에요!!

2013-06-17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3-06-1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으로 손에 꼽는 책 -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ㅠㅠ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근데.

다락방 2013-06-17 11:19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슬픈 카페의 노래도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나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스칼렛 요한슨이 원서로 읽는 거 보니까 어찌나 근사하던지..하핫;;

Mephistopheles 2013-06-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칼렛 요한슨과 다락방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녀는 빵을 먹으면 피넛버터를 찍어 먹어며, 다음 컷을 생각하지만...

다락방님은 치킨을 먹으며, 순대국을 먹으며, 다음 먹을 것을 생각하는 차이일껍니다.

다락방 2013-06-17 11:20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출근하면서 점심 뭐 먹을까 계속 생각했는데 지금 유력한 후보는 순대국과 짬뽕 입니다. 그런데 짬뽕은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져요..제육볶음 먹을까...

역시 스칼렛 요한슨과 저는 다를 수 밖에 없겠네요. ㅠㅠ

Mephistopheles 2013-06-17 11:51   좋아요 0 | URL
짬뽕을 먹고 공기밥을 말아 먹으.....아..다이어트..!

다락방 2013-06-17 11:52   좋아요 0 | URL
악!!!!!!!!!!!!!저 오늘부터 다이어트였나요? 오 마이 갓!!

레와 2013-06-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머리 금발로 염색할까??


다락방 2013-06-17 11:52   좋아요 0 | URL
나도 저렇게 자를까? 너무 자르고 싶어 ㅠㅠ

레와 2013-06-17 14:07   좋아요 0 | URL
댕강 자르고 나니, 좀 긴 단발머리 파마가 너무너무너무 하고 싶고..

다락방 2013-06-17 14:18   좋아요 0 | URL
난 긴머리 예쁜 여자들 보고 긴 머리 해야지 참고 길러야지 했는데 캐리 멀리건 보는 순간 뒤엎어짐. 잘라버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6-17 14:30   좋아요 0 | URL
인증삿 플리즈~~

다락방 2013-06-17 14:34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일단 얼굴도 좀 바꾼 다음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dreamout 2013-06-1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읽고 전에 끄적거렸던 짧은 메모를 보니, 지향성. 이라는 말을 썼더군요. 제가.
읽고나서 외롭고 쓸쓸했던 기억은 바로 떠올랐는데, 지향성. 이라는 낱말을 보니 더 기억이 생생해지네요.
사냥꾼 말이예요.. 늘 사냥감을 지향할 수 밖에 없으니까.. 떨쳐낼 수 없는 외로움요.

다락방 2013-06-18 11:04   좋아요 0 | URL
저도 반드시 읽어보겠어요, 드림아웃님.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 [슬픈 까페의 노래]에서도 곱추와 덩치 큰 여자와 잘생긴 젊은이가 나와서 사랑이 엇갈리는데,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은 대체 어떤 외로움을 보여줄까요. 저도 꼭 읽어볼래요.

blanca 2013-06-1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위대한 개츠비 보며 생각했어요. 바로 저 머리다! 캐리 멀리건 머리. 그러나...저도 예전에 동료가 하도 꼬드겨 앞머리 만들었다 멘붕 온 전력이 있어 접었지요. 하지만 지금 엄청 길어 당고머리하면 너무 크게 되는 이 지긋지긋한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를 예정입니다. 기대되요^^;; 다락방님 남동생 제 남동생이랑 하는 짓이 너무 닮았어요. 갸도 돼지이거든요 ㅋㅋ 장점은 먹을 것만 사주면 모든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는^6^;;

다락방 2013-06-18 11:06   좋아요 0 | URL
당고머리하면 너무 크게 될 정도로 엄청 긴 머리를 가지고 계시군요, 블랑카님! 저는 머리가 길고 예쁘게 풀어헤친 여자들을 보면 반드시 머리를 길릴것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캐리 멀리건을 보니 정말 저 머리가 진리야 싶어져요. 그런데 과연, 저처럼 얼굴이 큰 사람에게도 저 머리가 어울릴까 생각하니....자신이 없네요. 미용실 가서 원장님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이 얼굴 사이즈에도 이 헤어스타일이 어울릴까요? 라고 물어야겠어요. 하아-

ㅎㅎ 저는 어제 남동생이 원하는 순대를 사다주고 사과를 깎아오라 시켰습니다. 남동생은 제가 먹기 좋게 사과를 깍아서 잘라 접시에 담아주었죠. 신나게 먹었어요. 히히.

라로 2013-06-1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셰임 봤는데 좀 충격적인 영화였다고 기억해요,,,주인공인 브랜든역의 마이클 패스벤더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에요,,다른 사람은 가이 피어스라고,,,암튼 패스벤더 연기력이 엄청 좋아요!! 거기서 나온 캐리 멀리건도 연기 정말 잘했어요,,,,전 그 영화를 보면서 남매의 관계가 불행하다고 느꼈어요,,어떤 상처인지 확실하게 나오지 않아서 더 궁금,,,,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은 남편이 가장 예뻐라 하는 여배우,,섹시하다나요,,ㅎㅎㅎㅎㅎ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기전 남편과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했었거든요,,,어쩐지 데쟈부 같은,,,,ㅎㅎㅎ글고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읽어보고 싶다며 저도 보관함에,,,그런데 중고 알림 신청은 어떻게 하는거에요????( ")

다락방 2013-06-18 15:51   좋아요 0 | URL
되게 공허하고 허무한 영화였어요. 공허함 때문에 울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영화요. 아, 저 배우 잉름이 마이클 패스벤더에요? 저도 무척 마음에 들더라고요. 트레이닝복 입고 한 밤에 조깅할 때, 와 정말 멋지다, 하고 감탄했어요. 마지막에 쓰리썸하는 그 공허한 눈빛을 보면서 저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더라고요. 저 행위에 저런 눈빛이 동시에 이루어지다니, 하면서요.

중고알림 신청은요 일단 원하는 책을 클릭하시고 장바구니와 보관함담기 옆에 우측으로 보시면 알라딘에 팔기 신청 뭐 이런 문구가뜰 거에요. 그 밑에 보시면 [중고알림등록신청] 이 있어요. 그거 누르시면 중고 알림을 몇 번 받을건지 이런거 선택해서 등록할 수 있어요. 전 이거 알고나서 좋다고 신났는데 흑흑, 이러니까 알림 올 때마다 누가 사갈까봐 자꾸 잽싸게 주문을 하는 부작용이 생겨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삼성동 포니정홀 에서 열린 [카르멘 갈라콘서트]에 다녀왔다. 나는 지구상에 포니정홀 이란게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당연히 카르멘 갈라콘서트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었다. 게다가 갈라콘서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터라, 그냥 예술의전당 같은 곳에서 열리는 오페라 라고 생각한거다. 비제의 카르멘은 직접 오페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선물받은 비싼 티켓이었음에도 나는 제대로 감상할 줄 몰랐고 책을 읽었으면서도 내용이 어찌됐더라, 하고 갸웃하기만 했다. 뮤지컬과 연극 오페라와 무용공연 등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하게 되는게, 내가 봐도 돌아서면 완전히 까먹기 때문이다. 텍스트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거다. 물론 그 당시에 노래나 춤을 보고 감흥을 받기는 하지만 정말 그 때뿐, 돌아서서 내가 뭔가 생각하게 되거나 하질 않아서 내게는 그다지 흥미를 주는 장르들이 아니다. 여튼 이번에도 동료가 표를 선물 받았다고 가자고 해서 그래 그럼 가볼까, 했는데 공연이 시작하면서 동시에 해설자가 나오는거다.


으잉? 해설자라니? 나는 내 생각과 다르게 해설자가 나오자 좀 짜증이 났다. 왜 나오지? 그냥 공연 보면 안되나? 게다가 극장은 내가 생각한 그런 극장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의자를 놓고 작은 스크린 앞에 앉는거라 그 무대에서는 도무지 오페라를 상영할 수 없을 것 같은거다. 의자는 마치 걸상의자 같지 않았는가! 여튼, 이래가지고 어떻게 오페라를 상영한단 말인가, 했는데, 역시나 이건 내가 생각했던 보통의 오페라 공연은 아니었다.


1막부터 4막에 이르기까지 해설자가 내용을 해설해주고 각 막의 중요한 노래를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갈라콘서트, 주연급이 등장해 작품의 주요 장면을 부분적으로 공연하는 무대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1막에서는 카르멘의 하바네라가, 2막에서는 에스카미요의 투우사의 노래와 호세의 꽃노래가 나왔다. 3막에서는 미카엘라의 노래가 4막에서는 카르멘과 에스카미요, 호세의 노래가 들려졌는데, 오, 좋은거다! 눈 앞에서 그 노래들을 듣는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오페라에 문외한인데 해설을 해주니 감상에 더 도움이 되는거다. 몇 년전에 보았던 십만원짜리 공연보다 내게는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았고, 마치 문화교양강좌를 듣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콘서트는 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지루하지도 않았고 지겹지도 않았다. 노래가 좋기도 해서, 나는 집에 돌아가는 길, 트위터로 음악을 잘 아는 분께 카르멘 오페라 앨범을 추천해달라고도 했다. 언젠가 사서 방 안에 틀어놓고 감상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왼쪽이 추천받은 시디이고 오른쪽이 추천받은 DVD. 오, DVD 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럼 이게 나으려나, 하고 있는데 그 분은 맙소사, 영상까지 보내주셨다. ㅎㅎㅎㅎㅎ






인터넷은 좋은거구나. 이렇듯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분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 저 무대를 실제로 본다면 되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영상을 보면서 들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 포니정홀에 회원가입해서 정기적으로 이런거 봐줄까, 하고 얘기했다. 동료도 무척 좋았다고 했다. 자신에게도 해설은 공연 감상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며. 이런식의 교양강좌 같은 느낌이라면 들어볼만하다고 둘이 신나서 얘기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어제 퇴근하는 길에 문자메세지가 왔다. 누군가 내게 이 책을 알라딘의 기프티북으로 보내준 것이다. 안그래도 한창훈의 신간이 나온다고 씐났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기프티북으로 날아들다니, 무엇보다 한창훈의 신간이라며 같이 읽어보자고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니, 아, 나는 정말 참 괜찮은 인간이야, 이런 사람들을 옆에 두고, 막 이러면서 답장을 보냈다. 좋다, 고맙다는 답장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갈 때쯤 다시 문자메세지가 온다. 아까 왔던 것과 똑같은 문자가. 아, 내가 선물 등록을 안해서 못 받은 줄 알고 보냈는가 보다, 싶어서 아까 답장 보냈었는데 도착을 안했나보다, 라는 문자를 띄우려다가 아! 하고 깨달았다. 내가 아까 답장을 보낸다고 한 게 글쎄, 알라딘에 보낸거다. 


1544-2514

저기에 내 답장이 간 거다.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번호는 알라딘에서 중고 알림해주고, 상품 출고 알려주고, 기프티북 도착했다는 거 알려주는 번호가 아닌가. 저 번호가 내 답장을 받아줄 리 없잖..............아? 알라딘, 내 문자메세지 받았어요? 받았다면 우리 문자친구 할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집에 돌아가 팔찌와 귀걸이와 반지를 뺐다. 빼서 나란히 놓고 보니, 의도하지 않았는데 오, 이것들이 마치 세트같지 않은가! 보다가 흐뭇해져서 찍은 사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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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6-1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커피 마시면서 님 글 읽고 있어요~~~
어쩜 갈라 콘서트도 멋지고, 악세서리도 예뻐요. 다락방님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다락방 2013-06-13 13:4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점심 식사후의 커피도 드셨나요, 세실님?

제 모습은, 킁킁,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하' 일 겁니다, 세실님. ㅠㅠ

바이런 2013-06-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문자사건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6-13 13: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알라딘에 문자보내는 여잡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3-06-1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젠 아예 알라딘과도 이웃 맺으실 생각이신 겁니까? 뿌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연보러 가실때는 저렇게 멋진 악세사리를 하시는군요. 오올~

다락방 2013-06-13 13:48   좋아요 0 | URL
알라딘과도 문자친구로 지내다가 어쩌면 사랑에 빠질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연 보러 가기 때문에 한 건 아니고 마침 어제 새로 생긴 것들이라 한 번 해봤습니다. ㅋㅋㅋㅋㅋ

blanca 2013-06-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설이 있는 공연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그나마도 못 본지 오래되었지만요--;; 액세서리 너무 이뻐요.
저도 여름맞이 액세서리를 구입하고프게 만드시는군요^^;;

다락방 2013-06-13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액세서리를 좋아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는데, 어느틈에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착용하면서 막 더 예뻐진 기분 들어서 좋아요. 흐흣. 그나마 메탈 알러지가 있기 때문에 액세서리에 대한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aint236 2013-06-1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바네라...박지윤이 달빛의 노래라는 노래에서 도입부분으로 사용했었죠...

다락방 2013-06-13 13:46   좋아요 0 | URL
무슨 노래인지..제가 모르는 노래네요.
오늘 하루종일 하바네라를 흥얼거리고 있긴 해요. 가사는 빼고..

마노아 2013-06-1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자친구 넘 웃겨요.ㅋㅋㅋㅋ
저 지난 달에 해설이 있는 발레 보고 왔는데 그중 한 토막이 카르멘이었어요. 발레리나 표정이 어찌나 고혹적이던지 나라도 넘어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카르멘만 따로 보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하바네라 좋아해요. 만화 kiss 때문에요.
오늘 이 페이퍼는 예술 종합인 걸요.^^

다락방 2013-06-13 13:45   좋아요 0 | URL
보통 연극 뮤지컬 오페라 이런거 기억도 못하고 할 얘기도 없어서 페이퍼에 언급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어제의 갈라콘서트는 좋더라고요. 유명하신 성악가들이 나와서 노래한거라는데 저야 뭐 물론 다 처음 보는 분들이고 ㅎㅎ 해설과 곁들여서 강연을 듣는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이제 다시 카르멘 오페라를 본다면 그 전보다 더 잘 볼 수 있을것 같아요. 흐흣

무스탕 2013-06-1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노아님과 같은 이유로 하바네라를 좋아해요.
키스의 고시마 선생같은 매력남은 어디서고 없을거에요.

다락방 2013-06-13 13:44   좋아요 0 | URL
키스는 뭐고 고시마 선생은 뭔지...

저는 [반항하지 마]의 영길선생을 좋아합니다!!

라로 2013-06-1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뮤지컬, 오페라, 발레 이런 것들에 약해요,,,,약하다는 뜻은 보면 잔다는 사실!!ㅠㅠ
예전에 어떤 분이 큰맘먹고 선물로 30만원 상당의 <노클담의 곱추>뮤지컬 티켓을 주셨는데 들어가서 보다 잤어요,,,남편이 생각 날때마다 깨워줘서 보다 또 자고,,,끝나고 엄청 당황;;;;그런데 그게 호도까기 인형 발레를 보러갔을 때나 다른 뮤지컬, 오페라를 보러갔을 떄 같은 증상이;;;;;
그런데 제가 갈라 콘서트를 가면 안 잘 수 있을 거 같아요!!!!^^
영화를 보면 늘 말똥말똥 한데 왜 그런지;;;;

다락방님 저렇게 악세사리 하고 다니시는 커리어우먼이셨군요!!!! 섹쉬해요~~~~~~^^

다락방님 정말 멋진 분 맞아요!!! 한창훈의 신간을 보내주는 친구가 있으시다니!!!! 부럽부럽, 왕부럽!!!!^^

다락방 2013-06-13 13:43   좋아요 0 | URL
저는 끝까지 잘 보고 열정적으로 박수도 치거든요. 좋아하면서요. 그런데 극장을 나서면서 머릿속에서 다 지워져버려요. 참..이게 왜그런지...저도 영화를 보면 말똥말똥하고 어떤 장면이나 대사들은 선명히 기억나고 줄거리도 기억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막 얘기도 하고 싶고. 그런데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은 보고 나서 바로 백지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저는 퍼포먼스를 기억하는 뇌가 발달이 덜 된 것 같아요. -_-

아, 저 팔찌도 귀걸이도 거의 안하고 다니거든요. 메탈알러지가 있어서요. 그런데 어제는 선물 받은거라서 한 번 착용해봤어요. 역시나 저녁에 귀가 너무나 간지러워서 계속 귀를 잡아당겼네요. 귀걸이랑 팔찌랑 착용하면 참 기분이 좋아져요. 조금 더 예뻐진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요. 하핫

Mephistopheles 2013-06-1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제목을 바꿔주세요..

일단 커피를 한 잔 마시고(X)

일단 육수를 한 잔 마시고(O)

-집요해져볼테다-

마노아 2013-06-13 13:00   좋아요 0 | URL
아 어뜩해! 분위기 완전 반전이에요.(>_<)

다락방 2013-06-13 13:40   좋아요 0 | URL
아, 메피스토님. 제게 왜이러십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흠흠. 이쯤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육수도 별로 안좋아하고 고기를 갈아서 만든 것도 별로 안좋아하고, 양념을 잔뜩 한 고기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저는 그저 통고기를 좋아할 뿐이에요. 그런데 고기는 참 맛있지 않나요? 아 아니야아니야 정신차리고.

저는 커피를 마시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메피스토님.
고기를 먹고 시작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6-13 15:13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fallen77/3613858

으하하하하하하!!! (아 이제 그만해야지 정말 날 미워할지도..)

다락방 2013-06-14 07:47   좋아요 0 | URL
으악. 이게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어쩌자고 아침부터 고기를 먹고 출근했단 말입니까!!!!!!!!!!!!!!!!!!!!!

L.SHIN 2013-06-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지 낀 손가락을 보여달라!
귀걸이 한 귀를 보여달라!
(으잉? 써놓고 보니 왠지 이상한데? ㅋㅋ)

그런데 문화생활과 많은 독서를 하면서 일도 하고.. 이상적인 현대인의 모습.. 부럽습니다.
혹시 혼자만 하루가 36시간이라던가..? 남는 시간은 나에게 조금만 나눠줘요~

다락방 2013-06-13 13:38   좋아요 0 | URL
제가 엘신님의 요청에 부응하고자 방금 사진을 찍었거든요? 귀걸이는 안했으니 패스하고 반지랑 팔찌 낀 손이요. 그런데 흑흑 너무 뚱뚱해서 사진 삭제했어요. 손가락이 너무 비대해요. 손가락들이 육덕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손을 올리자니 넘흐넘흐 부끄러워서 올릴 수가 없어요. 흑흑.


문화생활 저 별로 안하는데요, 엘신님. 독서야 뭐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하는거고 말이지요. 제 시간도 24시간입니다. 저야말로 시간을 더 끌어다 쓰고 싶은 심정이에요. 흑흑 ㅠㅠ

L.SHIN 2013-06-14 13:14   좋아요 0 | URL
아... 삭제.. ㅜ.ㅜ(털썩)
오늘 아침엔 어떤 음악 듣다가 다락님이 생각나기까지 했는데!

다락방 2013-06-15 09:08   좋아요 0 | URL
오! 무슨 음악인데 제 생각이 났나요?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부분을 읽다가 잠깐 멍-해졌다. 그녀에 대한 그녀 남편의 사랑이 너무나 거대해서. 



1928년 그녀는 성공적인 순회 낭독회를 하는 동안 시카고에서 조지 딜런 이라는 잘생기고 무책임한 젊은 시인을 만나 한눈에 반했다. 그들의 연애 사건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수그러들었다. 밀레이는 그와 파리로 갔고, 그동안 유진은 돌아오라고 애원하면서 참을성 있게 스티플톱에서 기다렸다. 한번은 심지어 3인 가족을 제안하기도 했다. (p.298)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것도 모자라 3인 가족을 제안하다니, 밀레이는 그녀의 남편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어떤 형태로든 옆에 두어야 할 그런 존재였는가보다. 그의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국 밀레이는 자신의 사랑을 팔거나 추억을 거래하지 않았다. 1936년 별난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은 후 남은 생애를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되어 보냈지만, 보이스베인에게 돌아왔다. 유진은 밀레이가 병원에 입원하고 휴식 치료를 받을 때 그녀를 돌보았고, 언젠가는 밀레이가 마약에서 벗어나도록 더 잘 돕고 싶어서 스스로 모르핀을 투약하는 시도까지 했다. (p.299)



아....진짜 대단하다. 뭐라 말할 수 없이 대단하다. 참...나는 이런 사랑을 줄 수도 없고 받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너무 큰 사랑은 주는거든 받는거든 좀 감당하기 힘들지 않나. 그런 한 편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 한 평생을 살면서 저런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하나의 사랑쯤은, 내가 하게 될 숱한 사랑들 중 하나쯤은 저렇게 거대하고 웅장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러다보니 일전에 읽은 전자책이 생각났다.

















이 책속의 여자는 짝사랑하는 남자와 십년째 친구로 지내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집에 아무말도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올 정도로 친하다. 그런 한 편 남자 역시 여자를 짝사랑하고 있다. 서로 상대를 사랑하면서 상대는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 여기고, 그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 유지되고 있는 관계, 라고 할까. 그러던 어느날 여자에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온 남자가 생긴다. 그 연하의 남자는 이 여자에게 적극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그렇기에 달콤한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 여자는 이 남자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이상적' 이라 느끼지만, 또 남자가 정말 자신에게 잘해주는 걸 느끼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알겠지만, 이 사랑을 자신이 받기에는 '너무 크다' 고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친구가 말한다. 큰 사랑을 주는 사람은 큰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는거라고, 너는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이 그것밖에 안되는데 상대는 넘치게 주면 그들이 어울리기는 힘들다고. 정확한 문장이야 당연히 기억나지 않지만 저런 뉘앙스의 말이었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다시 돌아가서, 밀레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른 남자에게 푹 빠져있는 자신에게 3인가족을 제안하는 남편을 보고, 자신을 위해 모르핀을 투약하는 남편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에게 미안했을까, 부담스러웠을까? 둘 다였을까? 그래서 결국 그를 의지했을까? 언제고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을까? 나는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야, 라는 확신이 그녀를 지탱해줬을까? 3인가족이라니, 아찔하고 어지럽고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내가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에 당선되면 장바구니를 확 털어버리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이 앨범이 있었다. 이건 사야해! 라고 생각했던...그런데 당선메일이 안와서 발표가 안난줄 알았더니...내가 당선이 안된거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난달에도 하나도 안됐고.....이번달에도 하나도 안됐고...............  진우씨, 잠깐만 기다려. 15일에 광고수익료 들어올거니까, 그 때 사도록 할게. 흑흑. 그런데 지난번에도 이러다가 4천원 들어와서 낭패였던......진우씨, 5천원 넘게 들어오면 내가 꼭 내 돈 보태서 진우씨 시디로 살게. 약속해. 자, 새끼손가락 걸자.


















오전에 알라딘에서 문자메세지가 왔는데 이 책 중고가 등록됐다는거다.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의 중고 알림을 신청한 것. 그런데 제목도 생소하고 표지를 봐도 이게 뭐지? 싶은거다. 아직 책 클릭 안해봐서 대체 이게 어떤 장르의 책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읽고싶으니까 알림 신청했겠지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고 흐음, 다른 중고도 하나 있으니, 이렇게 두 권만 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은 판매완료 떴다. 니미럴 -_- 그나저나 이 책이 뭔 책이냐, 설명이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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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무로 린의 제146회 나오키상 수상작. 창렬한 각오로 삶의 신념을 지키는 중년 무사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소설 특유의 품격 있는 미의식과 고답적인 낭만을 고스란히 선사한다. 수차례 수상후보에만 그쳤던 하무로 린에게는 나오키상 수상작가라는 당당한 영예를 선사했고, 자극으로 충만한 일본 소설시장에는 '역사.시대소설 열풍'이라는 새바람을 몰고 왔다. 

주인공 중년 무사는 주군의 여인을 탐했다는 죄목으로 편벽한 산골마을에 유폐되어, 지배 가문의 족보를 작성하고 십 년 후 자멸할 것을 명받은 인물이다. "무사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무사는 죽음이 기다리는 서늘한 시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대개는 그 죽음을 외면하며 살게 마련이다. 

하지만 무사의 신분은 칼을 참과 동시에 죽음 또한 짊어져야 하는 법.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을 의식하며 살면서도 중년 무사의 용용한 각오는 범상치 않다. 한편 남편의 죄목이 간통임에도 부인은 의심하거나 분노하기는커녕 유배지까지 동행하여 묵묵히 지아비를 섬기고, 중년 무사를 감시할 겸 유배지를 찾은 청년 무사는 고매한 중년 무사의 삶에 감복하여 본분을 잊고 그가 혹시 누명을 쓴 게 아닌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 게다가 유배지 마을의 농민들은 냉소하거나 경멸하기는커녕 무사를 존경해 마지않는데…

 

펼친 부분 접기 ▲

 


난 대체 어디서 알고(보고) 이 책을 중고알림 신청해뒀던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점심을 먹으면서 부장님과 얘기했다. 직원이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그게 감기같은 사소한 거든 산부인과 가서 애를 낳는거든, 회사에서 병원비 좀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치과에 갈 일이 있는데 금액이 너무 부담이 되서 갈 엄두가 안난다. 네 개의 이빨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빨 하나당 십만원씩이란다. 지난주에 그래서 일단 하나를 하고 십만원을 긁었는데 도무지 이번 달 안에 나머지 치료를 할 수가 없는거다. 한 달에 하나씩 치료받자, 고 생각하면서 젠장, 아픈거는 회사에서 돈 좀 대줘도 되는거 아닌가 싶은거다. 나는 나 개인이기도 하지만 하루중 상당수의 시간을 회사에서 일하는 회사 소속의 '직원'인데, 이런 직원이 아프지 않도록, 혹은 아프면 치료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뭔가 좀 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쓰앙. 절반이라도 지원해주자, 쫌.




아 김치찌게 안주삼아 낮술이나 하고 드러누웠으면 좋겠다. 





으악. 나 지금 난리났음. 이런 선물이 한 박스안에 담겨져서 도착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흥분해서 미치겠음. 팔찌랑 귀걸이 했는데 팔찌가 나한테 너무 잘어울려서 황홀할 지경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이 중에서 팔찌가 1등입니닷!!



착용컷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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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3-06-1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이기적이지.
나는 이 사람이 정말 좋아죽겠는데,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내 사랑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
그게 사랑인가...;;;;
것두 사랑이지. 껄껄껄껄


김치찌게 자작하게 끓여서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
여기서 소주병은 꼭 얼음통에 넣어서 시원하게!
생각만해도 죽인다.. ^-^


다락방 2013-06-12 14:34   좋아요 0 | URL
사랑은 각자가 정의내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거에 따라 다른것 같아요. 그러니 세상의 인구수만큼 다른 사랑이 있겠죠. 나는 너무 큰 사랑은 주기도 받기도 좀 부담스러워요. 물론 이 '크다'는 것도 철저히 내 주관적인 기준이겠지만 말이죠.

우리 조만간 만나서 김치찌게로 낮술하자. 그리고 뻗자. 뻗어버리자. 므흐흐흐흣

야클 2013-06-1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로스팜이 1등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페이퍼에 집중이 안되네....

Mephistopheles 2013-06-12 14:30   좋아요 0 | URL
대외공개용이기 때문일지도.....

다락방 2013-06-12 14:33   좋아요 0 | URL
아니, 이...이....이분들이!! 저는 로스팜보다 팔찌를 좋아하는 수줍음많은 여자사람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6-12 14:36   좋아요 0 | URL
아무리 그래도 고긴데.....

다락방 2013-06-12 14:40   좋아요 0 | URL
글쎄 저는 고기에 크게 관심이 없단 말입니다!!!!!!!!!!!!!!!!!!!!!!!!!!!!!!!!!!!!!!!!!!!!!!!!!!!!!!!!!!!!!!

레와 2013-06-12 14:59   좋아요 0 | URL
이야.. 로스팜이라니... 다락방을 정말 잘 아는 분이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6-12 15:02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데 대체 왜들 이러실까. 나는 팔찌가 더 좋다고!! 진짜라고!!!!!!!!!!!!!!!!!!!!!!!!!!!!!!

Mephistopheles 2013-06-12 15:45   좋아요 0 | URL
저기 다락방님.....

다락방님 서재 내 검색을 해 본 결과...

고기로 검색했을 때 (무려) 62건이 나오고 팔찌로 검색했을 때 (겨우) 2건이 나옵니다만......

다락방 2013-06-12 15:46   좋아요 0 | URL
네? ( ")

무스탕 2013-06-12 20:12   좋아요 0 | URL
푸하핫-
62건대 2건은 도저히 쨉이 안되는걸요?
다락방님이 100% 집니다, 이 게임. ㅋㅋㅋ

다락방 2013-06-13 13:41   좋아요 0 | URL
제가 어쩌자고 62번에 걸쳐 고기 얘기를 한걸까요? orz

재는재로 2013-06-1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콜릿하고 로스팜만 눈에 드어오는 1인 광고비 많이 받으시네요 전 한달에 50원인데 ㅎㅎ 그냥 포기

다락방 2013-06-12 16:48   좋아요 0 | URL
아 저게 많이 받는거였군요! ㅎㅎㅎㅎㅎ 책 한 권 값도 안나와서 초실망 했었거든요. 여튼 제가 긴축재정으로 책 구입 결사반대 를 혼자 외치고 있으므로 알사탕이나 광고비 만으로 책을 사기로 결심했어요. 그랬더니 살 수 없게 되네요. 살 만큼의 무엇이 들어오질 않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참고로,
초콜렛은 다 먹었습니다, 벌써. 킁킁.

L.SHIN 2013-06-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락님 손밖에 안 보이는데.
피부 관리 비법은... 역시 꼬기와 술... ? ㅋㅋㅋ
절대 부러워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절대 부러워서.. 이러는..
흑..ㅜ.ㅜ 그래, 날 두고 혼자서 족발이 넘어가시더이까..?
정말 먹었어요? 족발..?
다락님 손의 매끄러운 피부 속에 족발 콜라겐이 정녕 있는 겁니까!!

다락방 2013-06-13 13:34   좋아요 0 | URL
ㅎㅎ 족발 아직 못먹었어요, 엘신님.
어제는 쫄면에 김밥 먹었어요. 조만간 꼭 먹으러 가리라 결심하고 있으니 먹으러 가게 되면 입에 한 점 넣기 전에 엘신님 생각할게요. 지금 내가 먹는 이 조각은 내 것이 아니다, 엘신님 것이다, 라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핫

콜라겐은 킁킁, 아마도 손으로만 갔나봅니다. 그러고보니 손만 피부가 좋으네요. 다른 부위들은 영.... -_-
킁킁.

댈러웨이 2013-06-1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진우 앨범에 있는 손과 다락방님 손이 똑같군요. 손모델도 하십니까, 다락방님? ;;

다락방 2013-06-13 13:35   좋아요 0 | URL
아니, 댈러웨이님. 진정한 손미녀께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댈러웨이님의 손은 모든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그 손이고 모든 남성들이 잡아보고 싶어하는 바로 그런 손입니다. 아직도 눈 앞에 댈러웨이님 손이 선명히 떠오르는걸요.

2013-06-13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3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3-06-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레이. 그런데 한편 부럽네요 ㅋㅋ 여자는 죽을 때까지 사랑받고 싶은가 봐요. 이달의 당선작은--;; 저도. 계속 안 읽는 책을 정리하여 새 책을 사야겠습니다.

다락방 2013-06-13 13:3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블랑카님. 저런 사랑을 하거나 받고 싶다고 딱히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사랑을 내게 주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음, 당당해질 수 있을것 같긴해요. 지금보다 훨씬 더요.

저도 이제 당선작도 안 뽑히는 마당에(흥!!), 있는 책이나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새 책 안사고요. 흥!!!!
(이러면서 방금 중고책 세 권 주문했어요. ㅠㅠ)

2013-06-15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7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 뭐라고 해야할까. 뭐라고 해야 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에게 타고난 운명 같은 것이 있어 그런거겠지만, 그 운명이라는 것은 작은 우연들로 이루어진 것. 이 책속의 그레이스가 자신의 사소한 거짓말에 대해 미리 밝혔다면, 그랬다면 로비와 해너의 운명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는데. 많은 세월을 해너를 위해 살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남은 건 죄책감 뿐이라니.

 

 

해너는 일하고 싶었다. 일해서 돈을 벌고 싶었고, 남자들이 정치 얘기를 할 때 거기에 같이 끼어들어 얘기를 하고 싶었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었고 자유롭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을 꿈꾸는 것은 1910년 당시의 영국에선 금지된 일이었다. 여자가 어디 천박하게 일을 할 생각을 해, 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가 해너를 둘러싼 주변 반응이었다. 그런 그녀가 미국에서 온 은행가의 아들과 결혼을 결심한다. 결혼하고 나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들이라면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좋아하기는 했던 남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결혼 후에야 알게된다. 자신이 기대했던 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원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는 점점 더 활기를 잃는다. 그녀의 마음은 죽어간다. 이 때 그녀의 앞에 전쟁에서 죽은 오빠의 친구, 로비가 나타난다. 그는 시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해너와 사랑에 빠진다. 해너는 로비를 만나는 순간을 고대하게 되고 다시 두 눈이 반짝이게 된다. 그러나 해너의 남편은 정치가가 될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 스캔들에 신경써야 한다. 마음과는 다르게 로비에게 앞으로 방문하지 말라고 말하고 로비는 알았다고 한다. 대신, 해너의 여동생인 에멀린이 클럽에 갈 때 자신과 함께 가자고 했으니 그럴 때는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이제 해너는 로비가 에멀린을 데리러 오는 그 잠시동안만 그를 볼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에멀린이 로비와 약혼할 거라는 소문이 난다. 이에 해너는 로비에게 에멀린과 결혼할 거냐고 묻는다.

 

 

"없어요. 에멀린과 결혼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하지만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에멀린은 그런 줄 알아요?"

로비는 무슨 소리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에멀린이 모를 이유가 없는걸요. 제가 오해할 소지를 준 것도 아니고."

"제 동생은 낭만적인 아이예요. 쉽게 마음을 줘버려요."

"그렇다면 어서 마음을 되찾아가야겠지요."

이 말을 듣자 해너는 에멀린이 안쓰러웠지만 그것 말고 다른 감정도 들었다. 안도감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미웠다. (p.531)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고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아닌 다른사람-비록 내 동생이라해도-을 사랑하지 않는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식으로 확인하게 되고, 그래서 동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그러면서도 안도하는 마음이 들다니. 해너가 자신을 얼마나 싫어할지, 그런 자신이 얼마나 미울지 상상이 된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안도감. 이걸 어쩌면 좋아. 아, 정말 울고싶다. ㅠㅠ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해너는 로비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동생과 파티에 가는걸 그만두라고, 즐겁지 않다고 말을 하라고,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그래야 그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그는 그러겠다고 한다. 말하겠다고 한다. 지금 당장.

 

 

로비는 해너를 보았다. 그러다 손을 뻗어 길게 늘어뜨린 해너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해너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로비 말고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로비의 검은 눈동자, 따뜻한 온기, 부드러운 입술.

"말할게요. 지금 당장."

 

 

나는 그가 그 말을 당장해준 다는 것에서 이미 다리가 휘청이는데, 아, 이제 이 남자를, 이제 이 여자를, 이제 그들을 어떡해.

 

 

로비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로비의 숨소리가 들리고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로비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면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만나요?" (p.532)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이제몰라나도어떻게해야할지모르겠어내가그말을안하는데니가그말을하면나더러어쩌란말야나도힘든데니가그렇게건드려놓고들쑤셔놓으면어쩌란말이냐고이쉐키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가내동생을데리러올때만나도너를볼수있어서좋았는데너도나를볼라고내동생을데리러오는거였어너도나를보려고지루하고재미없는파티에가는거였어고작잠깐동안나를볼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랬다. 로비가 에멀린을 파티에 데려가기 위해 오는 그 잠깐동안이 해너가 로비를 볼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라도 그를 보는 걸로 만족했다. 그런데 그 역시 그런 마음으로 오는거였다. 원하지도 않는 파티에 가고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잠깐동안 그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 순간을 위해 그 일들을 감당하고 있는거였다. 억누르고 억누르던 마음은 그의 저 한 마디 말로, 다정한 몸짓으로 폭발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인들의 눈을 피해, 식구들의 눈을 피해 바깥에서 만난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로비는 해너에게 가지말라고 말한다. 우리 도망가자고 말한다.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해너 역시 그런 마음이지만, 자신이 그럴 수 없는 처지임을 안다.

 

 

 

그가 오랜만에 찾아왔을 때, 오빠가 전쟁에서 죽고 결혼을 반대했던 아빠와는 사이가 멀어졌고, 기대했던 결혼 생활은 마음을 죽여놓았던 그 때, 십년전에나 보았던 그가 오빠의 물건을 전해준다며 찾아왔을 때, 그가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귀족이라는 자신의 호칭을 버리고, 시를 쓰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 때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음 깊이 자신의 결혼에 대한 후회와, 내가 살고 싶은 그대로의 모습을 그가 살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바람, 이것들을 그녀가 어떻게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해너에게 로비는 생명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둘은 책과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 먼 나라 이야기를 나눴다. 로비는 해너를 잘 아는 사람 같았다. (p.518)

 

 

그녀는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일이 있는데, 그게 바로 해너가 로비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었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고 하던데, 나는 책을 읽으며 혼자 머릿속으로 캐스팅을 해보았다. 브론테님이 일전에 이 책에 대한 페이퍼에서 해너 역에 '키이라 나이틀리'를 말씀하셨기 때문인지, 키이라 나이틀리 말고는 다른 배우가 잘 생각나질 않았다. 좀 더 넓은 세계를 보고싶지만 남편으로부터는 마치 인형처럼 다루어지는, 그래서 마음이 죽어버리다가 시인을 만나 격정적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해너'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나 '블레이크 라이블리' 가 어떨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아빠 오빠 그리고 로비 오빠까지-은 모두 언니(해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에멀린,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을 주는 낭만적인 에멀린, 배우가 되는 에멀린은 누가 좋을까. '커스틴 던스트' 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어떨까?

 

 

 

 

 

 

 

 

 

 

 

 

 

 

 

 

 

 

 

 

 

 

 

 

 

 

 

 

 

 

 

 

 

 

 

 

 

 

그리고 이들의 대화를 듣고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고 이들의 옷을 입혀주고 이들의 행복을 바랐던-결과야 어찌됐든간에- 하녀 '그레이스' 역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잘 어울릴것 같다. 읽으면서 '스칼렛 요한슨'을 떠올리고 확 와닿지는 않았었는데, 끝까지 읽으니 이 역을 스칼렛 요한슨이 해야할 것 같다. 에멀린을 '호숫가로 데려가는'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렇지만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위의 캐스팅은 너무 초호화 캐스팅이라 감당이 안될것 같아 아마도 오디션으로 뽑게 될 것 같다. 킁킁.

 

 

 

로비와 테디 그리고 알프레드까지 남자들도 캐스팅해보고 싶었는데, 나는 워낙 남자에 관심이 없어놔서인지 딱히 떠오르는 인물들이 없다. 로비 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보고 싶었는데, 난 정말 남자 배우들에 심드렁해서...( ")

 

 

 

이 책은 '이언 매큐언' 의 『속죄』와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을 떠올리게 한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빨리 다음장을 넘기고 싶다. 그리고 책장을 덮었을 때는 한숨이 난다. 아주 작은 말, 그 말만 입밖으로 냈어도 어쩌면 그들은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마음에.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 작은 우연들이 결국 운명을 구성하는게 아닐까. 속죄와 우아한 연인을 앞지를만한 작품은 아닌데,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좋은건' 아닌데, 어쨌든 재미있다. 그런데 오타가 너무 많다. 오타도 많고 빠진 조사도 많다.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체크 좀 해서 다 표기할 걸 그랬다. 걍 넘겼더니 끝까지 계속 툭툭 오타가 나오네. 쩝. -_-

 

 

 

 

오늘 아침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화장대 앞에 앉은 시간은 06시 03분 이었다. 나는 회사 동료에게 잽싸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오늘 점심은 잡채밥으로 먹읍시다!

 

 

아침도 먹기전에 저런 문자를 보내놓고 화장을 했는데, 아침밥을 먹으러 나와보니 엄마가 상추겉절이(맞나? 고춧가루 넣고 하는거..그리고 맞춤법은 저거 맞나?)와 계란말이를 해서 올려두셨다. 우희희희희. 완전 미치도록 맛있게 먹었네.

 

동료로부터는 그러자는 답이 왔고, 그래서 점심엔 잡채밥을 먹었다. 다른 직원들은 조금씩 남겼지만, 나는 마치 설거지한듯 싹 비웠는데, 그래도 배가 충분히 부르진 않았다. 아마 내 것만 조금 덜 나왔나보다. 그렇지만 괜찮다. 내게는 저녁 식사가 남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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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6-1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칼렛 요한슨 어깨 위의 나쁜 손 때문에 페이퍼에 집중이 안되네...누구 손이지? 누구 손일까? -_-

다락방 2013-06-11 17:55   좋아요 0 | URL
야클님이 집중 안되시는 걸 보면 일단 저 손이 야클님의 손은 아닌 모양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레와 2013-06-1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희희희희희희 완전 미치도록 좋네.. ㅋㅋㅋ


도대체 퇴근시간에 맞춰 저분은 왜!!왜!!왜!!왜!!! 들어오는 걸까....ㅡ.ㅡㅋ

다락방 2013-06-11 17:55   좋아요 0 | URL
레와님아. 나는 왜 스칼렛요한슨처럼 생기질 않았지? ㅠㅠ

heima 2013-06-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다락방님은 안젤리나졸리처럼 생기셨잖아요- ㅎㅎ 상추겉절이와 계란말이...츄릅...

다락방 2013-06-12 08:2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오니까 점심으로 뼈다귀해장국을 먹을까요, 헤이마님? ㅋㅋㅋㅋㅋ

안젤리나졸리처럼 생기고 싶지만 전혀 닮지 않았어요. 흑흑. 머리카락 한 올 조차도 닮지 않았는걸요. 흑흑흑. ㅠㅠ

Mephistopheles 2013-06-1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비역 = 제이슨 스타뎀
테디역 = 제이슨 스타뎀
알프레도역 =제이슨 스타뎀

이리 간단한 걸 가지고??

다락방 2013-06-12 08:26   좋아요 0 | URL
아흑, 메피스토님. 세 역할에 모두 안어울리네요, 재이슨 스태덤은.
재이슨 스태덤이 시인 역할로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아흑. 이 세상에서 가장 부적절한 캐스팅일것 같아요. 재이슨 스태덤은 언제나 저를 지켜주는 정원사..쯤으로다가. 아니면 수리공.....아니면 욕망에 들끓는 마을 신부..

Mephistopheles 2013-06-12 09:05   좋아요 0 | URL
결국....머슴형 캐릭터로 밖에 쓸모가 없다는....말인가요..?
(아닌데 가발 쓴 제이슨 스타뎀은 제법 똘똘해 보입니다. ㅋㅋ)

다락방 2013-06-12 09:19   좋아요 0 | URL
그는 시를 써서 제 감성을 울리기 보다는 팔뚝을 써서 저를 지켜줘야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3-06-1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새벽에 혼자 푸하하 웃고 갑니다.
저도 상상해보았어요. 내가 만약 해너라면-~~
책, 여행, 꿈과 먼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 내 곁에 있어,
"그러면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만나요."하고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면,

아, 앗, 어쩌죠...... 상상만으로도 귀밑이 빨개지는데요.
나 어떡해요, 다락방님! 어떡합니까요~~~~~



다락방 2013-06-12 08:21   좋아요 0 | URL
무엇보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가장 매력적이고 편한 상대인것 같아요.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나저나 너무 낭만적이고 가슴 떨리지 않아요?
그러면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만나요? 라니. 하아- 완전 저 말 들으면 심장이 벌렁벌렁 할 것 같아요. 흑흑.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단발머리님? 좋은 꿈 꾸셨고요?

단발머리 2013-06-12 10:55   좋아요 0 | URL
넹,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꿈은 못 꾸었지요. ㅋㅎㅎㅎ
대신 저는 낮에 깜빡깜빡 존답니다. 걱정하세요. 운전할 때는 괜찮습니다요~~~

"그러면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만나요."

는 음성 지원되야 되거든요. 누구 목소리로 하는게 좋을지.

1. 서인국
2. 조인성
3. 이병헌 (솔직히 목소리는 좋잖아요.)

고르시고 나서 연락주세요. 제가 그 톤으로다가, 느끼하게~~ ㅍㅎ

다락방 2013-06-12 11:10   좋아요 0 | URL
에이..저는 세 명 다 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현빈
2. 유지태(목소리가 좋아요 유지태는 관심 없는데)
3. 음..현빈
4. 현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만나요, 라고 현빈이 내게 물으면
나랑 살면 되잖아요,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웅 씐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랑 살자. 이희희희희.

오로라 2013-06-12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다락방님~ 제가 좋아하는 작가 책이 나오니 반갑네요 >_< 저는 같은 작가가 쓴 <비밀의 정원>이 올해 가장 재밌게 읽은 책중 하나였어요. 아직 안읽으셨다면 강추입니다 :) 요즘 <열세번째 이야기>란 책을 읽고 있는데 요것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면서 재미있어요!

다락방 2013-06-12 08:19   좋아요 0 | URL
오, 저는 당연히 이 책 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로라님 댓글 읽고 검색해봤네요. 2012년에 케이트 모튼의 책이 나왔네요? 두 권짜리로...중고알림 신청해두었습니다. 읽어보고 싶어서요. ㅎㅎ
[열세번째 이야기] 재미있죠.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서점의 분위기 짐작하면서 좋기도 했고요.

자작나무 2013-06-12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락방 님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데~

다락방 2013-06-12 08:17   좋아요 0 | URL
으응? 어떻게 아세요? 옛날에 올린 사진 보셨나요?

이매지 2013-06-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당이 안될것 같아 아마도 오디션으로 뽑게 될 것 같다"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

다락방 2013-06-12 09: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어제 술을 마시고 잤더니 아직 안깼나봐요. 정신을 못차리겠네요. 커피 내리고 있어요. 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SHIN 2013-06-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은-
시원하고 진한 동동주와 바삭바삭한 김치전, 해물전과 함께 먹어주세요~
내 대신... ㅜ.ㅜ
아흑.. 아침부터 막걸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데..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락방 2013-06-12 14:35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어제 삼겹살에 소주를 잔뜩 먹고 마셨더니 오늘 정말 힘드네요. 제가 나이가 많은 관계로다가 오늘 내일은 좀 쉬어주고 모레쯤에 엘신님대신 술을 또 진탕 푸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좀 기다려주삼. ㅎㅎ

L.SHIN 2013-06-12 15:07   좋아요 0 | URL
아... 고추장 삽겹살.. 먹고 싶.. 으흑..

다락방 2013-06-12 15:34   좋아요 0 | URL
전 족발을 먹고싶네요, 오늘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