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이모부의 서재
















감상적인 글은 산만하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내 글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고. 중구난방 어지러운건 자신의 감상을 제대로 컨트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내가 감상적인 글을 쓰면서도 감상적인 글을 읽는것이 싫었다. 감상적인 글들은 글을 읽다 멈추게 만들었고 좀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런 글들이 내 글(이라고 해봤자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페이퍼...뿐이지만)을 닮은 것 같아 더 싫었다. 그런 글들을 접할 때마다 내 글도 이런 느낌인걸까, 아 싫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데 임호부의 『이모부의 서재』를 읽으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임호부의 서평들은 충분히 감상적인데 산만하지 않았다. 잘 정돈되고 정리되어 있었다. 체계적이며 하나로 나아갔다. 감상적이면서도 차분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이런게 가능한거구나, 싶으면서 내 글을 돌아보게 됐다. 정말이지 내가 그동안 써온 글들이 부끄러워졌다. 형편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서평집은 대개 세 종류로 나뉜다. 독자를 향해 쓴 것, 다른 저자들을 향해 쓴 것 그리고 저자 자신을 향해 쓴 것. 첫 번째 경우는 대개 독자를 통쾌하게 해주거나 최소한 독자에게 유용하다. 반면 거론된 저자들은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다(장정일의 『독서일기』와 로쟈의 번역비평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경우는 독자는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거론된 책의 저자는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이른바 주례비평으로 채워진 비평집들이 이 경우다). 세 번째 경우는 저자의 만족으로 그친다(서평 형식으로 쓰인 에세이집들이 대개 그렇다). 책은 소통의 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자와 독자와 평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셈이다. (p.67)



내가 그동안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올린 감상들은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고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저자의 만족으로 그치'는 글이 될 수밖에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저자의 만족으로 그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가뜩이나 감상적이면서도 차분한 글에 이미 기가 죽어있는 마당에... 아, 이 책은 정말이지 사람 기죽이는 책이다. 내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죄다 뜯어고치고 싶어지는거다. 몇 개 다시 읽어보니 주제도 없고 일목요연하지도 않고 중구난방 산만하고..하아- 애초에 지적이고 차분한 글과 내 글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오버스러운 짓이었지만, 똑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인데, 전혀 다른 종류의 글이, 더군다가 한 쪽이 형편없게 느껴지는 글이 나온다는 게 속상한거다.  자꾸만 기가 죽어, 끝까지 읽지말고 여기서 멈출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종이로 나오는 글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이런 생각도 들고.



멈추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보람이 바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합정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플랫폼에 들어서면 벽 한쪽에 시 한 편이 걸려 있다. 대개는 교정지가 하나 가득 든 가방을 둘러메고 그곳을 지나게 되는데 어서 집에 가서 어머니 저녁을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질 때라도, 나는 시 앞에 멈춰서서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여러 번 그 시를 읽곤 한다. 이런 시다.




마음의 그림자

           -최하림



가을이 와서 오래된 램프에 불을 붙인다

작은 할머니가 가만 가만 복도를 지나가고

개들이 컹컹컹 짖고

구부러진 언덕으로 바람이 빠르게 스쳐간다

이파리들이 날린다

모든 것이 지난해와 다름없이 진행되었으나

다른 것이 없지는 않았다

헛간에는 물이 새고

울타리 싸리들이 더 붉어 보였다



가을이 소담하게 담긴 시라서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멈춰 서는 건 아니다.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가방 까지 내려놓는 것도 아니다.

내가 늘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시구, "모든 것이 지난해와 다름없이 진행되었으나/ 다른 것이 없지는 않았다"를 마치 오래된 램프에 불을 붙이듯 마음 한 켠에 다시 밝혀놓기 위해서다. 내게 위안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구. (pp.129-130)




조카가 병원에 입원해있고, 다음주가 출산예정일인 여동생은 조카의 옆에서 조카를 돌보고 있다. 지금 조카도 또 여동생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를 생각하던 중에 위와 같은 글을 만난거다. 마음이 급하고 몸이 힘들어도 시 앞에 멈춰서는 잠시동안의 시간을 가졌다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여동생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책장을 잠시 덮고 어떤 시를 여동생에게 주어야할까, 어떤 시를 들려줘야 여동생이 잠시동안이나마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포기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시 앞에 멈춰서, 그 시를 읽는 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여동생은 다른 곳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는데 내가 외려 여기서 위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임호부와 나는 시와 소설로 잠시나마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제 딸의 고통앞에 한참을 우는 여동생에게 시를 들려줄 생각을 하니,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것만 같다. 나는 동생에게 시를 들려주는 순간을 조금 미루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조금만 미루자. 지금은 그저 동생의 말을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만 하자. 비록 나는 여동생에게 시를 들려줄 수는 없었지만, 이 책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아 읽기를 잘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시 한편으로 고단한 일상을 위로 받는다는 게 무척 좋아서. 지하철 역에서 시 한편에 임호부는 위로를 받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순간을 즐겼다.





오늘 아침엔 5월에 한동안 열심히 들었던 심규선의 노래들이 떠올라 다시 들었다. 






담담하게 너의 앞에서 웃어보이려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그댄 모를거에요 정말 모를거에요
생각보다 더 나 많이 노력해요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대는 내게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아, 나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만드는 사람이 그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요
알아요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보여주고 싶지만 드러낼 순 없기에
그대의 옷자락 끝만 붙잡고 있는 걸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대는 내게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아, 나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만드는 사람이 그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요
사랑 앞에 뭐 그리 두려움이 많나요
나는 몰라요 그대 말처럼 잘 모르겠어요
아, 나로 하여금 이토록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그대라는 것만 알아요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캬- 좋구나. 좋다. 


지금보다 시를 더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아주 근사한 시를, 따뜻하고 위로가 될만한 시를 찾아 딩동- 여동생에게 전송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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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10-0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귀여운 아가가 어디가 아픈가요?
어서 나아야할텐데... 금방 낫고나면 또 한뼘 훌쩍 클거예요...

다락방 2013-10-02 17:17   좋아요 0 | URL
아 휘모리님. 가와사키 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며칠째 고열에 시달려서 소아과를 몇번이나 가보다가 종합병원 간건데 이런 일이.. 오늘 새벽까지 앓다가 지금은 좋아졌대요. 내일 조카 보러 다녀오려고요. 동생이 나올 때가 되니 흠씬 앓나 싶기도 해요.

무해한모리군 2013-10-02 17:18   좋아요 0 | URL
아 가와사키 엄청 아프다던데.
자그마한 아기가 너무 힘들겠어요...
어서 털고 일어나야할텐데요.

다락방 2013-10-02 17:23   좋아요 0 | URL
아기 엄마도 한참이나 울었다지만 저도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혼났어요. 그 작은 아기가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제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른 기운차려 주길 바라고 있답니다. 세상의 모든 아가들이 아프지 말고 자랐으면 좋겠어요. ㅠㅠ

2013-10-02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0-04 22:05   좋아요 0 | URL
이메일 확인 하셨습니까? ㅎㅎ 보냈습니다.

2013-10-06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긋느긋 2013-10-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호부의 글도 늘 챙겨읽으면서 좋아하지만
다락방님 글을 더 좋아하고 즐겨읽는다는
비밀스런 고백을 살포시 하고 갑니다.
공감하기만 매번 누르지만
댓글까지 달게 만드는 힘을 가진 건 다락방님 뿐! ㅠㅠ

다락방 2013-10-02 17:21   좋아요 0 | URL
워낙에 글을 잘 쓰시는 분이셔서 경탄의 눈길로 보곤 했지만 책으로 읽노라니 막 비교가 되더라고요. 절 기죽이려고 쓰신 글은 아니지만 저는 괜한 자격지심에 기가 죽어가지고. 흙흙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셔서 제가 기억상실님을 알게 되고 기억상실님의 생각도 알게되니 참 좋아요. 매번 고맙습니다, 기억상실님.
:)

비로그인 2013-10-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내고 나서 제가 그동안 썼던 글들을 차분히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부분들도 체크할 겸 보게 된 거죠. 이런저런 오탈자는 보시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뭐 그닥 문제삼지 않습니다. 그게 제 현재 모습인 걸요. 문제는요,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였어요. 이건 기만이 아닐까? 내가 정말 이 책들을 읽는 순간에 이렇게 정리된 감정과 생각을 했단 말인가? 이건 말하자면 내 감정에 솔직한 글이라기보다 그걸 어떻게든 잘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은요(아니 읽고 싶은 글은요) 각각의 문장이 크고 작은 골목이 되어 서로 연결된 그런 글입니다. 큰길로 이어지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연결된 채 서로 보듬고 있는 그런 글 말이죠. 현재 다락방님의 글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그런 글을 쓸 가능성은 저보다 많을 겁니다. 그나저나 조카가 얼른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아, 정말이지 아이들은 아프지도 말고 상처도 받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3-10-04 22:08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큰길로 이어지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연결된 채 서로 보듬고 있는' 글은 책 말미의 '방' 에 대한 글과 같은 의미인 것 같은데, 맞나요, 후와님?

차분한 글을 쓰고 싶은데 저는 차분한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가봐요. 후와님의 책을 읽고 제 글들을 한번 고쳐보고자 들여다봤는데 차분하게 고치려니 글 자체가 지금보다 더 엉망이 되는것 같더라고요. 차분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건가보다, 그렇게 체념하고 있습니다. 어휴..


조카는 오늘 퇴원했어요. 어제는 조카의 병실에 가서 밤을 보냈는데 밤새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듣는건 진짜 마음 아프더라고요. 조카보다 덜 아픈 아이들도 있었지만 조카보다 더 아픈 아이들이 훨씬 많았어요. 수술을 마치고 입원해있는 아이들도 있고요. 피 뽑거나 주사를 맞을 때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을 보는데, 어휴, 아이들은 정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어요..


네꼬 2013-10-0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웽. 우리 귀요미가 아플 데가 어디 있다고. ㅠㅠ 얼렁 나아라. 타미 엄마도 화이팅.

다락님, 최하림 시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거예요.

http://blog.aladin.co.kr/chat/1097897

(마침 내 서재에 있어서 부끄럽게도 막 주소 적음.)

다락방 2013-10-04 22:09   좋아요 0 | URL
우앙 그 시도 좋으다.
최하림 시집 한 권 사야겠어요. 불끈!

타미는 오늘 퇴원했어요. 네꼬님, 아이들이 아픈건 정말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내 조카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 말예요. ㅠㅠ

가연 2013-10-0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다락방님 글도 좋은데ㅎㅎㅎ

다락방 2013-10-04 22:09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흣 고맙습니다. 그치만 부끄러워요 제 글은 ㅠㅠ

소나기 2013-10-0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하게,를 처음 들었던 게 이곳에서였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 지금 다시 들어도 여전히 좋네요.
다락방님 글은 저는 참 좋아하지요. 뭔가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그 느낌이 좋아요.
기분이 우울할 때도 웃음이 나게하는 그런 글이지요.ㅎㅎㅎ

다락방 2013-10-04 22:10   좋아요 0 | URL
담담하게, 참 좋지요? 헤헷.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느낌만 갖고 차분하고 지적인 글은 저는 포기해야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것 같아요. 흑흑 ㅠㅠ 웃음만 가지고 가야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잘 지내요, 홀릭제이님?
 















읽는 내내 주인공의 확신 때문에 불편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자신의 느낌에 강한 확신을 갖는것일까. 그 확신이 잘못된것이라면, 그 땐 어떡하려고 이러는걸까. 이 확신이 결국 비극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 불안했다. 불편하고 불안한. 그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낀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이건 내 예감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깔아놓은 의도라고 해야할것이다. 작가는 처음부터 주인공의 죄책감을 드러낸다. 점점 크게. 



'베른하트르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에서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한나에 대해 의논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나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주인공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만약 그 비밀이 세상에 공개되면 한나는 감옥에 갇히는 삶을 좀 더 짧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는 그 비밀을 결코 입밖에 내지 않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삶을 선택한다. 이 사실이 안타까운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한나의 비밀을 재판장에게 얘기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아버지는 그 때말한다. 그녀 뒤에서 그 얘기를 하지 말라고, 반드시 그녀와 의논하라고. 그것은 그녀의 일이니까. 


지금 내게 책이 없어 정확한 인용을 할 수 없는게 안타깝지만, 그 장면이 나는 그 책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특히나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었다면 한나의 감형을 핑계로 분명 한나의 비밀을 세상에 떠벌렸을 것이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뿌듯해했겠지. 내 덕에 한나는 감옥에서의 삶을 좀 짧게 줄일 수 있었지, 나는 정의롭고 동정심이 넘치는 사람이야, 하고. 그러나 한나에게 그것이 죽기보다 더 밝히기 싫은 비밀이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이 한 일이 과연 선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선행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선행은 타인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보이기 위한 것. 그런게 꼴도 보기 싫어 나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야, 나는 용감한 사람이야, 나는 선량한 사람이야,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야, 등등.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선한 의도라고 말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 '선하다'는게 누구를 위한것인지.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것인지. 



다시 『채텀 스쿨 어페어』얘기로 돌아가자면, '헨리'는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롭지 못한' 커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만다. 그리고 그가 끼어들었던 순간이 채텀 스쿨에서 일어난 비극의 불씨가 된다. 그 비극은 살인과 자살을 불러왔다. 그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설사 일어난다한들 그 규모가 이렇게 크지도 않았을텐데. 이 일은 그의 삶에 영원한 비밀이 된다. 헨리는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허락할 수 없다. 그가 순간순간 받았던 느낌들이, 그로 인해 가졌던 강한 확신들이 결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의 확신은 그저 나의 확신일 뿐 사실이나 진실이 될 수 없다. 이 소설은 불편하고 불안해서 자꾸 생각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쉽게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토머스 쿡'의 『붉은 낙엽』을 읽을 때도 불안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각에 확신을 갖는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더하다. 







검색해보니 토머스 쿡의 작품이 하나 더 있네. 불편하고 불안하니 읽지말까, 했다가 4,400원 이라는 가격을 보고 아니다 사자, 하고 마음을 굳힌다.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다.













토요일에는 예식장에 갔다가 조카를 만나러 안산에 갔다. 추석때도 보지 못했던터라 그리움이 폭발할 것 같았었는데, 나를 본 조카는 말했다.


"이모 백설공주 같다."



뭐라고? 백설공주? 꺅>.< 

조카야, 너 밖에 없구나. 니가 짱이야. 나한테 여태 백설공주 같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조카야 사랑한다. 내 사랑은 너 뿐이야. 흑흑 ㅜㅜ 내 머릿속엔 온통 니 생각 뿐이란다.


계획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조카네 식구들과 대부도에 가 바다를 보고 대하구이와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음식점은 야외에 있었고 주차장은 자갈밭이었다. 조카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좋아했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돌맹이를 옆에 놓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면서는 돌맹이 버리지마~라고 말을 한다. 돌아갈 때도 돌맹이를 집어 들고는 만지막만지작한다. 아, 너무 예뻐서 미치겠다 진짜. 대하구이를 한 번도 안먹어 봤다는 내 말에 여동생은 깜짝 놀라며 데이트 할 때 대하구이 먹으러 안가봤냐고 묻는다. 응, 나는 소랑 돼지를 먹으러 갔어... 그러나 대하구이는 내 기대와 달리 맛이 별로였다.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꼬챙이에 끼워 구워주는 새우는 엄청 맛있었는데,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새우구이도 엄청 맛잇었는데, 소금을 깔고 구운 대하는 뭐 그렇게까지 맛있지 않네?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던데, 역시 데이트 할 때는 소나 돼지가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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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9-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소랑 돼지만 드시고 닭은?

2.요밑에 광고에 뜨는 이승우의 <그곳이 어디든> 읽으셨어요?
지난 주에 이거 읽느라 에휴... ㅠ..ㅠ
다른 책들 같지 않게 뭐랄까 좀 지겹더군요.

3.나를 백설공주같다고 해주는 조카가 어찌 이쁘지 않을수 있을까요.

4.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또 자주 하는말.
"내가 뒤끝이 없잖아!"

다락방 2013-10-01 08:14   좋아요 0 | URL
1. 당연히 닭도 먹지요. ㅎㅎㅎㅎㅎ 요 밑에밑에 한수철님과도 치맥 약속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뇨, 아직 사지도 않았어요. 저 이승우 책 사 놓고 안읽고 있는것도 있거든요. 천천히..지금은 후와님 책 읽고 있는 중이에요. 이 분은 참 글 차분하게 잘 쓰시네요. 제 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달까.. ㅠㅠ 그런데, 그곳이 어디든..별로에요? ㅠㅠ

3. 백설공주라니 진짜 살다살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그 예쁜 조카가 병원에 입원해있어요. 가슴이 찢어지고 있어요, 저는.

4. 저 그 말 진짜 싫어요. 아니 대체 '내가 뒤끝이 없잖아' 이런 말을 무슨 정신으로 내뱉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 마음에 스크래치 벅벅 내놓고 자기 뒤끝없다고 하면 그 스크래치가 없어집니까? 자기가 뒤끝 없으면 뭐합니까 내가 뒤끝있는데. 아 진짜 짱싫어요. 나 뒤끝 없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가 그러면서 되게 성격 좋고 화통한 사람인줄 안다는 거에요. 어처구니 없이 말이죠. -_-
이승우 말이 딱맞아요. 자기 성격 자랑스러워해;;

2013-10-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1 15:00   좋아요 0 | URL
뒤끝 없는 인간들 제일 싫어! (인상 쓰고 있음)

2013-10-0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2 18:11   좋아요 0 | URL
내 댓글 아래 비밀 댓글, 설마 나 읽으라고 쓴 건 아니죠? 안 보인단 말이에요. 아니 그럼, 여기서 나 빼놓고 다락님하고 아무개님하고 속닥거리고 있는 거예요? 나 샘 나라고? 응? 나 샘 나라고오? 응?

다락방 2013-10-02 18:1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읽으라고 쓴 비밀댓글이지롱~~~~~~~~~~~~~~~~~~~~~~~~~~~~~~~~~~~~~~우하하핫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끝 없다고 말하는 놈치고 뒤끝 없는 놈 못 봤습니다. 뒤끝 없는 사람은 자랑처럼 자기가 뒤끝 없다고 말하지는 않더군요....
대하구이 맛 없다,에 한 표 던집니다.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에요..

다락방 2013-10-01 08:10   좋아요 0 | URL
대하구이는 먹어봤으니 이제 그 돈 주고 사먹을 생각 안해도 될 것 같아요. 소금위에서 굽는 건 별로 맛이 없네요. 그 왜 숯불에 구웠다 해야하나, 그런데다 구운 건 되게 맛있던데 말예요.

전 '난 뒤끝 없어' 하는 사람들 진짜 재수없어요. 너만 없으면 다냐, 나는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니깐요. -_-

책읽는여름 2013-10-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생겨야 백설공주 같은걸까요ㅎㅎ...파란줄 쫙쫙 뽕 소매 달린 백설공주 옷을 입으셨을라나^^

다락방 2013-10-01 08:51   좋아요 0 | URL
제가 남색 원피스를 입었었는데 레이스가 달려있었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그런것 같아요. 얼굴이 공주..는 아닙니다..Orz

네꼬 2013-10-0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회사 그만두는 날 한바퀴 돌면서 인사드리는데, 오지랖계의 거물이신 어떤 분이 왜 회사를 그만두냐고 꼬치꼬치 물으셨어요. 좀 놀려고 한다 했더니, 결혼했다고 일 그만두면 안 된다고 둘이 열심히 벌어야지 놀면 어떡하냐고 인사 마치고 돌아선 제 뒤에까지 대고 걱정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선의는 알겠지만, 이따금 그 생각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불쾌해져요;;


어린이들의 돌멩이 사랑에 대해 저 페이퍼를 써보고 싶어요. 타미 얘기도 거기 넣을게요. 이 귀요미들!

다락방 2013-10-01 17:59   좋아요 0 | URL
돌멩이인가 돌맹이인가 돌맹이라고 쓰면서 돌멩이가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돌멩이가 맞았군요!!

아니, 저는 그들의 걱정걱정이 '선의' 라고 생각되어지질 않아요. 미친 오지랖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자신과 다르게 사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삶을 선택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살아, 다르게 살아서 부럽게 만들지마, 라고 말이지요. 열심히 벌든 놀든 무슨 상관입니까, 자기들이. 아 ..싫어..

프레이야 2013-10-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ㅎㅎ 백설공주 다락방님의 사랑스러운 조카. 저 팔월에 거제 몽돌 세 개 주워와서 수족관 위에 올려놨어요. 매일 물고기밥 줄 때마다 한번씩 만져봐요. 좋아라 하면서ㅎㅎ. 근데 몽돌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 오지랖에다 성격 좋은 것으로 비치는 사람들 모순이 있지요.ㅠ

다락방 2013-10-01 18:00   좋아요 0 | URL
돌멩이를 주워 들고 손에 쥐어 가지고 노는 조카가 너무 예뻤어요, 프레이야님. 돌멩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니깐요. ㅎㅎ

섬사이님 페이퍼에서 댓글 읽었는데요, 프레이야님과 수채화, 무척 잘 어울려요!!
 











여름밤에 이른 겨울을 
느끼는 건 왠지 나도 몰라 
잠들면 돼 잠들면 돼 
생각 없이 눈을 감으면 

이 밤에 별이 너무 많네
그리움이 너무 많네
외로움이 너무 많네
이 밤이 이 밤이 이 밤이 너무 깊네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없던 일처럼 가끔 우연히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하지만 저 창밖에 맺힌 저 별 이슬은
밤이 지나도 마를 리가 없겠지

멈추지 않는 니 생각에
너 떠난 자리에 턱하고 앉아
창문 밖을 오 바라보니
저 하늘에 별 이슬이 맺혀 

이 밤에 별이 너무 많네
그리움이 너무 많네
외로움이 너무 많네
이 밤이 이 밤이 이 밤이 너무 깊네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없던 일처럼 가끔 우연히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하지만 저 창밖에 맺힌 저 별 이슬은
밤이 지나도 마를 리가 없겠지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듣는데 아유, 갑자기 그리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잘 지내오고 있었는데. 이게 다 버스커버스커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밤 때문이다. 나의 밤이 떠올랐다. 내가 그를 안지 못했던 밤이, 내가 그를 안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하던 기억들이 갑자기 확- 들이닥쳤다. 내가 그 날밤 왜 그에게 아니라고 말했을까, 왜 그를 억지로 그냥 돌려보냈을까,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내가 그를 안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밤을 아쉽게 넘겼기 때문에 이토록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내게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가 꿈은 아니었을까, 환상은 아니었을까. 그가 정말 그 순간에 내게 있었을까, 하는. 그토록 강렬한 기억을 주던 그 남자가 과연 정말 존재했던걸까. 아, 나는 그가 내게 짧게 머물렀던 그 순간에 감사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있어도 계속 두근대게 만들었던 남자, 만나고 있지 않아도 벅찰 정도로 가슴이 들끓게 만들었던 남자. 나의 연애는 언제나 중심을 잘 잡는 연애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나는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앞에서는 내가 이리저리 흔들흔들 갈대보다 더 약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강한 모습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더 힘들었고.


시간을 돌려서 그 밤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제 고개를 젓는 대신 끄덕일텐데.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밤으로 만들텐데. 그러나 아무도 내게 그 시간을 돌려주지 않겠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뭐해서 먹고 살까. 혹시 한 여자를 만나 정착했을까. 그는 서른셋의 가을을 보내고 있겠구나. 아니, 그곳은 가을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아침부터 배가 고팠는데,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뱃속으로 그리움이 꽈악- 꽉- 차오른다. 그렇다고 배가 안고픈 것은 아니지만..그리움은 그리움이고 밥은 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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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09-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한잔 하고픈 낮이네요 응?

다락방 2013-09-26 14:06   좋아요 0 | URL
맥주도 좋고 소주도 좋죠. 낮술은 다 좋아요. ㅎㅎ

레와 2013-09-2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로군....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해.

다락방 2013-09-26 16:35   좋아요 0 | URL
찬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줄 아세요~ ♪

2013-09-2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7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영화로  보고 무척 좋았는데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 아니, 책은 대체 얼마나 더 좋을까. 흥분해서 나는 얼른 주문을 했고, 그리고 읽었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이 작품에 대해서는 영화가 더 좋았다, 나로서는.

 

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라고 해봐야 고작 두 편을 읽었을 뿐이다. 『오만과 편견』과 『설득』. 그 두 편 모두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인 오스틴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리스트에 올려둘 만큼은 아니었고, 또한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내가 북클럽의 멤버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는 들어가지 않을거란 뜻이다. 나는 제인 오스틴이 써낸 로맨스가 그다지 가슴 떨리지도 않고, 그녀의 문장들이 내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도, 강한 인상을 주지도 않았으니까. 다른 사람들과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은 욕망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책은 어딘가 엉성하다- 제인 오스틴이 궁금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었으니, 주인공들이 다들 '나이가 들었다'는 점이었다. 영화에서는 그토록 꽃미남이었던 그리그가 이 책에서는 무려 40대의 남자이고, 그가 좋아하는 여자인 조슬린은 50대이다. 꺄울. 이런게 신난다. 한살한살 나이를 먹고 늙어가도 좋아하는 작가나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거, 새로운 로맨스에 가슴이 떨리기도 한다는 사실들이.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나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멋있는 풍경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시작, 그 진행에 대해 나는 무척 마음이 끌린다는 거.

 

그러니까 여행동안의 에피소드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싱가포르 동물원의 화장실이었다. 동물원은 물론 화장실에도 사람(관광객)이 아주 많았다. 한 금발의 외국인이 자신의 딸에게 동생을 잘 보고 있으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며 볼 일을 보러 화장실의 빈 칸으로 들어갔다. 언니는 5~6세로 보였고 동생은 까치발을 해야 손을 씻을 수 있을 정도로 보아 내 조카와 비슷한 나이 같았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란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손을 말리는 걸 무척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뛰어다니며 소리지르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나는 손을 씻던 작은 소녀가,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 동생을 돌보기엔 지나치게 어리다고 생각했고, 그보다 더 작은 소녀가 언제든 바깥으로 튀어나가 뛰다가 길을 잃을까봐 걱정이됐다. 하는수없이 그 어린아이들이 손을 씻는 옆에 서서 지켜봤다. 혹시라도 동생이 언제든 바깥으로 튀어나가면 냉큼 쫓아나가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엄마를 잃어버리면 안돼. 그 작은 손을 꼬물꼬물 씻어대던 아이는 이내 토닥토닥 빠른 발걸음을 움직인다. 나 역시 겁나는 마음에 따라갔는데 손을 말리는 기계 앞에 선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손을 넣어 말린다. 손 말리는 기계 옆이 화장실 출구라 나는 조금전보다 더 긴장했다. 나가려고 하면 내가 잡아야지, 하고. 그런데 어느틈에 아이들의 어머니가 나와있었는가보다. 손을 말리고 다시 제 언니에게로 가는 아이를 따라가려는데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이 엄마가 나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서 가려는데 아이 엄마는 내게 땡큐 라고 말했다. 어? 나는 말이 통하지 않아 그녀에게도 아이에게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떤 의도로 옆에 있었는지 알고있네? 나는이 순간이 무척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실실 웃으며 화장실을 나서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작은 소녀가 통통통 바깥으로 튀어나가고 그 뒤를 제 엄마가 쫓는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로 데리고 돌아오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게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땡큐! 아...완전 좋아. ㅠㅠ 나를 수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다니, 내 의도를 파악하고 고맙다고 해주다니. 나는 세계3대동물원 중의 하나인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ㅠㅠㅠ

 

 

 

자,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면,

조슬린은 이혼한 그녀의 친구 실비아에게 그리그를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리그가 조슬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며칠전에 조슬린은 그리그와 싸우기까지 했는데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니 정신이 없다. 그녀는 그리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그가 그녀에게 선물한 책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그는 제멋대로인 것 같아."

"네가 그 사람을 제멋대로 만들어."

"그리그가 준 책을 읽어 봐야겠어. 좋은 책들이라면 어쩌면, 시도는 해볼게." 적어도 그녀는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는 유의 여자는, 감사하게도 아니었다. (p.291)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느냐가 그 사람의 전체를 대변해주는 건 아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고 반드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거다. 잘 알고 있지만, 나 역시도 그 사람이 읽는 책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 적이 있다.

 

오래전의 일이다. 알게된 지 얼마되지 않은 남자사람이 자신은 책읽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가장 좋았던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인데, 이 책을 읽고 자기는 강한 영향을 받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 유명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고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한 사람으로 하여금 직장에 사표를 던지게 만드는 책이라니 궁금해졌다. 며칠 뒤 서점에 혼자 갈 일이 있던터라, 온 김에 그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싶어 집어들었다. 책은 작고 얇아 금세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책을 들고 서점 한 구석으로 가 철푸덕 주저 앉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이 있던 원래 자리로 돌려두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그남자가 내 남자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라고. 이 책을 읽고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는 일이야, 뭐, 그렇게 하고 싶다는 데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거지만, 그런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슬린은 바로 그리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당신이 준 르 귄 책을 다 읽었어요. 사실 세 번째 책도 샀어요. 『해로(海路)』는 반쯤 읽었어요. 정말 대단한 작가예요. 새로운 작가가 이렇게 좋아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리그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르 귄은 독자층이 꽤 두텁죠." 그는 조심스럽게 대꾸하다가 열정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책을 많이 썼어요. 당신이 좋아할 작가들이 또 있어요. 조애너 러스와 앰쉬윌러요."

그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대화는 좀 더 친밀해졌지만, 우리 귀에 들리는 내용은 여전히 책 얘기였다. 이제 조슬린은 SF 소설 독자가 되었다. (pp.295-296)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책을 추천해주고, 내가 그 책을 읽고 새로운 작가를 좋아하게 될 수 있다면, 와우- 그건 정말이지 근사한 일이다.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내게도 그런 경험은 아주 적다. 그런 경험을 내게 선사해주는 이성이라면,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것도 어렵지 않을것 같다.

 

 

 

"말해 봐요. 사 준 책들 읽어 봤어요? 르 귄의 책들이요."

"아직요." 조슬린은 아주 조금 양심이 찔리는 것 같았다. 죄책감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다. 책을 선물로 준 다음 "책이 어땠어요?" 라고 묻는 것은 강요와 침해의 행위가 될 수 있다. 조슬린은 책을 많이, 많이 선물했지만 한 번도 책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본 적은 없었다.

왜 달라고도 하지 않은 책 두 권을 읽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명해야 할까? (p.220)

 

 

크~ 속이 쓰리다. 나 역시 선물 준 책에 대해 그 책을 읽었냐고 묻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준 경우라면, 상대가 읽었는지 아주 많이 궁금하다. 읽었는데 어땠는지, 나처럼 그 책을 좋아했는지 혹은 전혀 아닌건지, 그 책이 좋았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좋았는지 하는 것들이. 그러나 나 역시 선물 받은 책에 대해 상대가 물었을 때 읽지 않았다고 답하는 것이 난처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내가 선물 준 상대에 대해서도 묻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이런 느낌은 책을 선물로 주고 받고 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이라, 이런 느낌에 대해 말해주는 이 책이 새삼 반가웠다.

 

 

 

버나데트는 재혼했다. 그녀는 커다란 아쿠아마린 반지 세트를 보여 주었다. "이번엔 정말이라고 생각해요. 난 비전 있는 남자를 사랑해요."

그녀는 아이들과 손자들과 증손자들을 만나고 아파트를 정리하려고 돌아왔다. 그녀는 코트와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우편물은 스칼렛 마코로 보내도록 해 두었다.

물론 우리는 그녀와 운 좋은 세뇨르 오반도가 행복해 보여서 좋았다. 약간 슬프기도 했다. 코스타리카는 먼 곳이니까. (pp.310-311)

 

 

 

북클럽 멤버중에 한 명인 버나데트는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재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정착하게 된다. 이 장면을 읽는데, 나는 여행때 들렀던 덕스턴 로드의 작은 서점이 생각났다. 나도 지금보다 많이 늙게 되었을 때, 음, 한 예순다섯살 쯤이 되었을 때, 싱가포르의 재벌 남자와 사랑에 빠져 싱가프로의 덕스톤 로드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머물게 되었으면 좋겠다. 낮에는 실실 산책하며 펍에도 들렀다가 레스토랑에도 들렀다가 낮잠도 잤다가 서점에도 들렀다가 그렇게 지내고 싶다. 밤이 되면 술을 마시고 싱가포르의 재벌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며 조용히 살고 싶다. 가끔은 한국의 좋은 친구들을 초대해도 좋겠지.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재벌들은 대체 누구랑 사랑에 빠지는거야? 내가 가서 뺨이라도 한 대 날려줘야 하는건가?

 

 

이번 명절에 아버지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면서, 그 봉투에 로또 한 줄 씩을 넣었다. 내가 지금 드리는 건 적은 액수이지만, 어쩌면 나는 억을 드리는건지도 모른다고. 부모님은 센스있다며 좋아하셨는데, 당첨되지 않고 꽝이 되어버린 복권 앞에서는 나를 원망하셨다. 야, 사줄라면 다섯줄은 사줘야지 한 줄이 뭐냐........아니, 될 사람은 한 줄로 되는거 아닌가? 안 될 사람은 오백줄을 사도 안되는거고...로또는 한 줄 사서 맞아야 진짜지.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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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9-2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에 대한 다락방님의 감회는... 저와 같으시군요!
전 도대체 그 책이 뭔 감명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다락방 2013-09-26 10:42   좋아요 0 | URL
어딘가엔 그 책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여자사람이 있을것이고, 그 여자사람과 그 남자사람이 만난다면 서로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겠죠...........?

관찰자 2013-09-2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쪽이 더 좋았어요.
흔치 않은 경우인데 말이죠.
그런데 (뭐, 꼭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 영화로 옮겨질 때,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왜 조금씩 어려지는 걸까요? 네?


흠.
그나저나 제인오스틴 북클럽에 들어가고 싶진 않지만,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엔 들어가고 싶잖아요. 다락방님. 그쵸? ㅋㅋ

다락방 2013-09-26 10:45   좋아요 0 | URL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책 읽는 모습도 아주 많이 등장하잖아요. 스벅에 텀블러 가지고 오는 그렉(책에서는 그리그)도 좋았고요. 책은 좀.. 글쎄, 딱히 좋지는 않아요.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들어가고 싶은건 아니고요, 건지섬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건지 책 리뷰중에 어떤 남자가 그 리뷰로 여자에게 청혼을 했더라고요. 그거 보면서 이 청혼이 얼마나 로맨틱한 의미인지 그 여자가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dreamout 2013-09-2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선물은 그래서... 참... ^^;;
과녁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요. 특히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ㅋ

다락방 2013-09-26 10:45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같은 소설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좋아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마냥 선물하기는 어려운 아이템이긴 해요. 그래서 상대가 좋아하면 더 기뻐지나봐요. 흣.

Forgettable. 2013-09-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오늘 칸지의 부엌 리뷰 썼는데 괜히 찔림ㅋㅋㅋ

다락방 2013-09-26 10:46   좋아요 0 | URL
뭘 또 찔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취향 다른거 다 아는데 ㅋㅋㅋㅋㅋ

느긋느긋 2013-09-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영화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눈을 마주치고 땡큐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놀랍긴 하네요,
다락방님이 믿음직하고 선해보이는 인상이라 그런 것인지도~^^
정말 책 취향이 연인과 비슷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이 비슷하기보다 조금은 달라서 추천받기 믿음직한 연인이라면 딱 좋을듯 ㅎㅎ

다락방 2013-09-26 10:49   좋아요 0 | URL
기억상실님, 이 영화 엄청 좋아요! 아주 사랑스럽죠. 책보다 더 잘 짜여져 있어요. 등장인물들이 책 읽는 모습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그 장면장면들이 무척 좋더라고요.

저도 책 취향이 아주 똑같은 연인 보다는 좀 다른 게 낫다고 생각을 해요. 말씀하신것처럼 이거 좋으니까 이거 한 번 읽어봐, 라고 다른 취향의 책을 내밀 수 있다면 좋을듯. 뭐 저는 책 안읽는 남자여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재이슨 스태덤이나 현빈이라면...................책은 나 혼자 읽으면 되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3-09-25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이 영화로도 있군요?전 책만 알고 있었어요 읽진 못했구요.
내치즈를 읽고 사표를 던지다니...그남자 저도 다행ㅋ
스무살 무렵 남자인 친구가 생일선물로 책을 사주었을때 기분이 괜히 좋더라구요. 선물해준 책이 취향에 맞았거든요.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좋은데 제 주변엔 책선물해주는사람은 없네요ㅋ

다락방 2013-09-26 10:51   좋아요 0 | URL
책보다는 영화가 더 좋아요. 영화로 보세요, 책만먹어도살쪄요님.ㅎㅎ

만약 내 남자친구가 나랑 사귀는중에 내치즈 읽고 사표를 던졌다면 전 아마 헤어지자고 했을것 같아요. 갑자기 정이 뚝 떨어질듯. 뭔가 사람 잘못봤다는 생각도 들 것 같고. ㅋㅋㅋㅋㅋ
아 갑자기 몇 년전에 헤어진 한 남자가 무척 생각나네요. 저를 만나러 오는 길에 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나와서 읽으면서 왔다는데 밑줄 그은 부분이 저랑 같았어요. 하아- 보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3-09-2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는 근 몇년간 생일선물을 거의 도서상품권으로 받았어요.
직장동료, 친구, 가족....다들 똑같은 말...이걸로 책사봐~ ㅋㅋ

2.다락방님 덕분에 이승우를 알게된건 정말 행운이었지만,
다락방님이 애정해 마지 않는 세벽세시....는 아직도 베른하르트만 불쌍해요 ㅠ..ㅠ






다락방 2013-09-26 10: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는 새벽 세시를 엄청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추천했는데 베른하르트 불쌍하다는 사람 되게 많았어요. 그러니 울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개님. 그래도 우리에겐 이승우가 있으니까요. 이!승!우!

레와 2013-09-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좀 다른 이유로 로또 선물을 안해요. 혹시 라도 당첨되서 싸움날까봐..ㅋㅋㅋㅋㅋ

네꼬 2013-09-25 23:45   좋아요 0 | URL
하여튼 레와님 앞서가는 감각, 알아줘야 함.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9-26 10:53   좋아요 0 | URL
아니, 그게 그렇더라고. 제일 처음 친구에게 로또 사줬을 때 겁나게 떨리더라고요. 당첨됐는데 완전 나한테 거짓말하고 돈 다 지가 가지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아, 나란 인간도 별수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비우기 전에는 로또를 사주지 말자,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그 때보다는 좀 나아졌어요. 어휴..

페크pek0501 2013-09-2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글이에요. 책 얘기와 님의 경험 얘기가 잘 어우러져 재밌어요.
책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멋진 남자일 거라고 봐요. 최소한 책 이야기로 화젯거리가 풍성할 것 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다락방 님도 멋진 여성일 것 같다는...ㅋ
(저는 미혼 시절에 님만큼 소설을 다양하게 읽지 못했어요. )

다락방 2013-09-26 10:5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좋아하는 남자라기 보다는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싫어하는 부류의 책에 홀릭한 남자라면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고 외쳐도 끔찍할 듯...저도 알라딘을 하기 전에는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남자가 없었어요. 그런데 알라딘을 하고 나서부터는 책 이야기를 할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헤헷. 너무 좋아요!!

네꼬 2013-09-2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이 페이퍼 진짜 재밌네요. 킥킥대면서 읽었어요. 싱가포르 재벌남이랑 조용히 살게 되면 부를 한국 친구에 나도 포함되는 거죠? 나 빼먹으면 안돼요..... 근데 뺨 때리는 거 말고도 방법이 있겠지?

다락방 2013-09-26 10:59   좋아요 0 | URL
뺨 때리는 거 말고도 다른 방법이라면 가만있자..으음...
재벌이 몰고 지나가는 자가용 앞에서 스커트 걷어 올리고 다리 보여줄까? 그러다가 내가 뺨맞겠죠? 하하하하하.

내가 싱가포르 재벌남이랑 함께 살게 되면 당근 네꼬님 불러야죠. 덕스턴 호텔 레스토랑 생맥주 짱맛있어요. 와서 나랑 맥주마셔요!!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여러군데 밑줄도 긋게 되고, 읽고 싶은 책들도 마구 생긴다. 그의 저작인 『김수영을 위하여』도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그가 시인 '김선우'를 칭찬하길래 김선우의 시집도 궁금해지는거다. 내친김에 김선우의 시집은 뭐가 있나 검색해보고, 그중에 가장 내가 그 제목을 많이 들어본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를 선택했다. 

 

 

 

 

 

 

 

 

 

 

 

 

그러나 나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으면서, 한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아, 나에게 시는 역시 누가 해설을 해줄 때 비로소 의미있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읽는 시는 그저 글자들일 뿐,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잘 알아채질 못하겠는거다. 시도 많이 읽으면 훈련이 되어 더 잘 읽을 수 있게될까? 강신주처럼 나도 김선우 시인을 이쁘게 보게 될까? 시를 읽는 능력이 저절로 생기거나 잠재되어 있는거라면, 내게는 그게 아마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아, 이런 시, 이런 시가 있구나, 했던 시 한 편.

 

 

 

 

 

 

 

하이파이브

 

 

일년에 한번 자궁겨우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에 갈 때

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

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

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

 

 

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뜻해졌을 텐데

최소한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다가

 

 

커튼이 젖혀지고 살짝 피가 한 방울,

 

 

이 기계 말이조 따뜻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처음 본 간호사에게 한마디 한 순간 손바닥이 짝 마주쳤다

두마리 청개구리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맞아요, 맞아!

저도 가끔 그런 생각 한다니깐요, 자요, 어서요, 하이파이브!

 

 

 

여자라면 누구나 산부인과에 가서 다리를 벌렸던 경험이 있을것이고, 나를 밀고 들어오는 차가운 섬뜩한 기계의 느낌에 두 눈을 질끈 감아본 적도 있었을 것이다. 산부인과의 기계는 유독 더 차게 느껴지는데, 그건 내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라서이기도 하겠지만, 밀고 들어오는 부분이 지독하게 예민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예열된 따뜻한 기계가 들어온다면 좋겠다는 생각,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그 차가운 섬뜩함 때문에.

 

 

나는 이 시를 사진 찍어 트윗에 올리고 친구들 몇에게도 보내줬다. 그러다 이 시를 읽은 내 친구로부터 전혀 다른 말을 들었다. 산부인과에 갔다가 기계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데 너무 뜨거워서 소리를 질렀다고, 자기는 데이는 줄 알았다고 했다. 닥터는 여자였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차가운 기계를 넣기 싫어 자기는 따뜻하게 해서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기계를 약간 따뜻한 물에 담가놓는다고 했다. 친구가 손으로 만져본 결과 그 물은 정말이지 아주 미지근한 정도였다고. 손에 닿으면 그저 미지근하다고만 여겨지는 정도. 그러나 그것이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굉장히 뜨겁게 느껴진거다. 아주 약하고 예민한 부분이라 손이 느끼는 온도와는 아주 달랐던 것. 아마도 이 때문에 예열된 기계를 넣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러니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따뜻한 기계를 넣을 수 있었지만, 그 정도의 기술은 있었지만, 우리의 몸에겐 그것이 더 치명적이라서 어쩔수 없이 차가운 섬뜩함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물론, 어쩌면, 어딘가에서는, 적당한 온도를 찾아 적절하게 예열한 기계로 진료를 하는 산부인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속 여자는 45세 노처녀이고 영문학과 교사다.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는 여자. 그런 여자에게 어느날 이 학교를 졸업한 남학생이 찾아온다. 남학생은 뉴욕에서 연극 대본을 쓰고 있었지만 실패한 뒤 고향에 돌아온 참이고, 그 대본을 이 여자가 보길 원했던 것. 그 대본을 본 여자는 자신의 학교연극에서 이 대본으로 연극을 만들길 원하고, 그러다가 그 학생과 그만, 빈 교실 책상위에서 섹스를 하고야 만다.

 

이내 여자는 그것이 잘못된것임을 알고 그 졸업생에게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햐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졸업생이 고등학생인 다른 여자아이와 사귀는 것을 알고는 질투심이 폭발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가 졸업생과 빈교실에서 섹스했다는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지게 되고, 그녀는 직장을 잃게 된다. 

 

빈교실에서 섹스를 한건 옳지 못한 행위였지만, 졸업생과 섹스를 한 행동 자체는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다 성인인데 설사 한 순간의 충동이었다한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대부분의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섹스도 그렇다. 안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은것 같다. 어느 순간이 되면 섹스를 하고 싶어도 아예 못할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45세 여자가 책에만 빠져있고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연애를 하고 싶어 이남자 저남자 만나보지만 아무도 흡족하질 않다- 졸업생과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그 사실을 추문으로 소문냈다는 설정이 짜증난다. 이야기는 다른식으로 전개될 수 있었을텐데. 내가 기대한 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여튼, 그 졸업생은 지켜보니 찌질한 놈이어서 그 녀석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지 않은건 다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면 안되는거다' 하는것 같아서 좀 짜증이..아, 나 완전 여자한테 공감한건가, 나는 순간 영화속의 여자가 되어버리고 만건가....

 

그러나 그녀에겐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그녀와 연배가 맞고, 그녀를 치료해준 닥터인데, 그녀에게 좋아하는 작가의 강의를 들으러 가자며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녀가 예쁘게 차려입고 그 남자를 만나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흡족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늙어간다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고보면 취향이 같거나 취미가 같은것은 의외로 꽤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연휴동안엔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세계3대 동물원중의 하나가 바로 그곳에 있다고 해서(나머지 두개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완전 흥분해서 싱가포르에 갔는데, 동물원보다 더 좋았던 건 마지막 날 들렀던 덕스턴 로드에 위치한 서점이었다. 여행책자에는 나와있지 않았던 곳. 싱가포르 서점, 이라고 검색창에 넣고 검색하니 누군가의 블로그로 만날 수 있었던 곳. 이 곳에 안왔다면 어쩔뻔 했을까 후회될 정도로 정말이지 아름다웠던 곳. 서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서점이 위치한 덕스턴 로드가 환상적으로 끝내줬다. 동물원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가 다시는 여기를 올 일이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덕스턴 로드에서 서점을 찾는 시간동안엔 여기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좀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한가로이. 가끔은 펍에 가서 맥주도 마시고, 가끔은 레스토랑에서 와인도 마시고, 가끔은 서점에도 들르고 하면서. 실제로 레스토랑에 들러 맥주와 와인을 마셨다. 낮술이었다. 기분이 끝내줬다. 서점에 들어가서는 너무 예뻐서 사진을 연신 찍어대고 싶었지만,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히잉 ㅠㅠ 너무 찍고 싶어서 미칠 뻔했다. 이 예쁜 서점을 나만 본다는 게 속상했다. 사람들에게 막 보여주고 싶었다. 2층에 올라갔는데 직원이 없더라. 직원이 올라오기까지 잠시동안 몰래 사진을 찍었다.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에 사진은 흔들리고 말았다. 이래서 사람은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 해..........( ")

 

 

 

 

 

 

 

사진이 이렇게 흐리게 나와 아쉽지만, 잠깐 설명을 하자면,

저 군데군데 붙여진 포스트 잇에는 작가나 책에 대한 설명이 쓰여져 있다. 인쇄물이 아니라 포스트잇에 직접 손글씨로 쓴 것.너무 아이디어가 좋아서 나도 서점을 운영하게 된다면 꼭 이렇게 따라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책 밑에는 이런 메모를 적은 포스트 잇을 붙여놓는거다.

 

 

이 책은 뜨거운 사랑을 받아 속편인 『일곱번째 파도』까지 나와있어요.

 

 

라고.

 

 

『우아한 연인』에는 예의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인,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말해봐요' 를 적어놓고 페이지 수를 적어놓으면 될테고. 아...당장 회사 때려치고 서점의 주인이 되고 싶다. ㅠㅠ 서점이 주인의 되어 좋아하는 책 밑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싶다. 너무 환상적이야... ㅠㅠㅠ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가장 좋은건,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걸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출근하면 불가능한 일들이 여행안에 있다. 낮술도 그렇지만 아침 술도. 아!침!술! 모닝 드링크, 모닝 비어!!

 

 

가난했던 여행의 유일했던 사치, 낮 술 와인과 스트로베리초콜렛무스 와플. 그리고 위의 서점에서 사들고 나온 줌파 라히리의 책. 대체 읽을 수 없는 원서는 왜 사대는가...............

 

 

아침에 일어나 호텔밖의 세상을 보며 호텔 안에서 들이켠 맥주. 캬~

 

 

 

 

 

그러나 누군가 내게 다시 여행을 갈거냐고 물으면 당분간은 계획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정말이지 쌍코피 터질 정도로 피곤했다. 모기에 물린 다리를 벅벅 긁으면서, 욕실에서 미끄러지면서, 피곤에 쩔은 다리를 주무르면서, 맛없는 음식(음식마다 멸치멸치멸치멸치)과 그 향들에 질려하면서 그 틈틈이 나는, 서울에 있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집에 있었다면 나는 책 몇 권을 조용히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먹다가 자다가 읽다가 할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어쨌든 오늘은 출근했다.

물론,

퇴근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앞으로 몇 달간은 더 비행기값 할부를 갚아나가야 한다. 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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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9-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싱가폴 갔을 때 서점 사진 찍었었는데 같은 서점인지는 모르겠네요. ^^a 맞아요. 여행가서 모닝 와인 또는 모닝 비어 한 잔 하며 책 읽을 때는 진짜, 진짜 행복해요. ^^

여기 퇴근 기다리고 있는 일인 있어요. -_-

다락방 2013-09-23 12:55   좋아요 0 | URL
저는 모닝 비어는 했으되 책은 안읽었어요. 바보같이 책을 네 권이나 가져가고서는 한 권도 못읽었다능. 책을 가져가겠다는 욕심만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함께 퇴근을 기다려요, 문나잇님. 점심으로 제육볶음 먹다가 엄마한테 문자보냈어요. 저녁엔 갈비를 먹자고............ Orz

하루 2013-09-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행이 그래도.. 참 좋죠..
+ 그런데 왜 태크에 줌파 라히리가 걸려있는거에요?

다락방 2013-09-23 12:56   좋아요 0 | URL
이러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비행기 할부도 다 갚고나면) 또 여행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죠...삶이란 그런것이니까.....하하하하하

와인과 와플 사이에 있는 책이 줌파 라히리 책이에요. 질병의 통역사. 그래서 넣었어요. 하핫;;

단발머리 2013-09-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강신주님의 책을 읽고 계시는 이 아리따운 처녀분은 누구시던가요~~
강신주님 정말 매력덩어리죠.
제가 아주 많~~이 좋아하니까, 너무 많이 좋아하지 마시고, 신간을 계속 구입할 정도로만 사랑해주세요.^^

싱가폴 서점 너무 괜찮은데요. 예쁘구요. 전 서점은 구경도 못 했어요. 나는 살 거도 아니면서, 아니 살 돈도 없으면서 명품거리는 웬 말이냐. 나도 원서 딱 끼고 돌아오고 싶었는데.

참, 저는 비행기값 10개월 무이자여서요, 아직도 비행기값 할부가 남았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다락방님도 고생 좀 하셔요. ㅋ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09-23 12:58   좋아요 0 | URL
처음 만났을 땐 저를 아름답다고 했던 제 친구가, 오늘은 저더러 늙었다고 했어요. 시간이 흘렀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전 아름답지 않아요 단발머리님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저 책 아직 다 못읽었어요. 절반에서 스톱 상태.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핫.

싱가폴 시내에서는 서점을 못봤구요, 작은 동네에서 찾아냈어요. 물론 블로그 보고 찾아간거지만. 서점이 너무 예뻐서 찍어서 여기저기 보여주고 싶었는데 못찍게 하는 바람에...그래서 원서 하나 사면서 혹시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책 사면 찍어도 된다고 허락해줄줄 알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님, 저도 10개월 할부에요. 가기전에 5개월동안 냈고 이제 또 5개월 내야 합니다. 어휴...

단발머리 2013-09-23 13:04   좋아요 0 | URL
5개월 지나면 구정입니다~~~ 이야호~ 하셔요 ㅋ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9-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긴요 삼겹살에 쐬주 한잔 기다리며 사는 거죠 뭐.....

다락방 2013-09-23 12:5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메피스토님, 삼겹살에 소주가 정말 간절해지네요. 하하. 일상으로 돌아왔더니 바로 삼겹살에 소주 생각이...히융

아무개 2013-09-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집에만 계셨다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껄....하고 후회하셨을껍니다.
전 연휴 9일 내내 집에서 고작 책 한권..아니 두권 읽었어요. ㅠ..ㅠ

2.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저도 강신주때문에 샀는데 다락방님과 완전 같은 소감입니다.
시는 정말 참..어렵습니다...

3.개천절과 한글날을 기다려야죠!!!

다락방 2013-09-23 13:00   좋아요 0 | URL
비행기가 왕복 열두시간이에요. 저는 가방안에 책을 네 권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한 권의 사십페이지도 채 읽지못했어요. 비행기 안에서 오며가며 떡실신..호텔에서도 떡실신...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이제 늙은거에요. ㅠㅠ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참, 저도 뭐라....참.....

네네, 아무개님 개천절과 한글날을 기다려야죠. 조만간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십시다. 어때요?

2013-09-23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4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09-2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싱가포르를 갈지 아니면 홍콩을 갈지 아직 고민중이예요.
저는 시댁식구들이랑 제주도 여행 다녀왔는데 시누가 뱀!!!에 물려서 정말 다시는 가족여행은 안가려고 마음을 ㅠ.ㅠ
강신주 책 저도 찜.

다락방 2013-09-24 19:06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서 뱀에 물렸다고요? 맙소사. 아프고 위험한걸 떠나서 물리는 순간에 엄청 무서웠을 것 같아요. ㅠㅠ 정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뛰어와 저 물어 뜯을까봐 엄청 무서웠다능 ㅠㅠ

싱가포르 동물원을 구경하는 건 좋지만 비행기를 여섯시간 동안 타는게 저는 무척 힘들더라고요. 어휴.

느긋느긋 2013-09-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포스트잇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
다만 정말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 ㅠㅠ
다락방님 이런 책방 여시면 단골할 꺼에요 ㅎㅎㅎ

다락방 2013-09-24 19:07   좋아요 0 | URL
그쵸, 엄청 좋죠! 저도 저렇게 하고 싶어서 몸이 막 근질근질해요. 얼른얼른 저렇게 하고 싶은데 현실의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해요. 어휴..
제가 책방 열면 단골하신다는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기억상실님.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