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이른 겨울을 
느끼는 건 왠지 나도 몰라 
잠들면 돼 잠들면 돼 
생각 없이 눈을 감으면 

이 밤에 별이 너무 많네
그리움이 너무 많네
외로움이 너무 많네
이 밤이 이 밤이 이 밤이 너무 깊네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없던 일처럼 가끔 우연히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하지만 저 창밖에 맺힌 저 별 이슬은
밤이 지나도 마를 리가 없겠지

멈추지 않는 니 생각에
너 떠난 자리에 턱하고 앉아
창문 밖을 오 바라보니
저 하늘에 별 이슬이 맺혀 

이 밤에 별이 너무 많네
그리움이 너무 많네
외로움이 너무 많네
이 밤이 이 밤이 이 밤이 너무 깊네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없던 일처럼 가끔 우연히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까
하지만 저 창밖에 맺힌 저 별 이슬은
밤이 지나도 마를 리가 없겠지

시간을 제발 돌아간다면
한 번만 안고 싶어
이대로 제발 앞당긴다면
제발 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듣는데 아유, 갑자기 그리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잘 지내오고 있었는데. 이게 다 버스커버스커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밤 때문이다. 나의 밤이 떠올랐다. 내가 그를 안지 못했던 밤이, 내가 그를 안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하던 기억들이 갑자기 확- 들이닥쳤다. 내가 그 날밤 왜 그에게 아니라고 말했을까, 왜 그를 억지로 그냥 돌려보냈을까,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내가 그를 안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밤을 아쉽게 넘겼기 때문에 이토록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내게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가 꿈은 아니었을까, 환상은 아니었을까. 그가 정말 그 순간에 내게 있었을까, 하는. 그토록 강렬한 기억을 주던 그 남자가 과연 정말 존재했던걸까. 아, 나는 그가 내게 짧게 머물렀던 그 순간에 감사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있어도 계속 두근대게 만들었던 남자, 만나고 있지 않아도 벅찰 정도로 가슴이 들끓게 만들었던 남자. 나의 연애는 언제나 중심을 잘 잡는 연애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나는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앞에서는 내가 이리저리 흔들흔들 갈대보다 더 약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강한 모습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더 힘들었고.


시간을 돌려서 그 밤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제 고개를 젓는 대신 끄덕일텐데.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밤으로 만들텐데. 그러나 아무도 내게 그 시간을 돌려주지 않겠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뭐해서 먹고 살까. 혹시 한 여자를 만나 정착했을까. 그는 서른셋의 가을을 보내고 있겠구나. 아니, 그곳은 가을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아침부터 배가 고팠는데,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뱃속으로 그리움이 꽈악- 꽉- 차오른다. 그렇다고 배가 안고픈 것은 아니지만..그리움은 그리움이고 밥은 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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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09-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한잔 하고픈 낮이네요 응?

다락방 2013-09-26 14:06   좋아요 0 | URL
맥주도 좋고 소주도 좋죠. 낮술은 다 좋아요. ㅎㅎ

레와 2013-09-2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로군....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해.

다락방 2013-09-26 16:35   좋아요 0 | URL
찬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줄 아세요~ ♪

2013-09-2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7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영화로  보고 무척 좋았는데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 아니, 책은 대체 얼마나 더 좋을까. 흥분해서 나는 얼른 주문을 했고, 그리고 읽었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이 작품에 대해서는 영화가 더 좋았다, 나로서는.

 

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라고 해봐야 고작 두 편을 읽었을 뿐이다. 『오만과 편견』과 『설득』. 그 두 편 모두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인 오스틴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리스트에 올려둘 만큼은 아니었고, 또한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내가 북클럽의 멤버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는 들어가지 않을거란 뜻이다. 나는 제인 오스틴이 써낸 로맨스가 그다지 가슴 떨리지도 않고, 그녀의 문장들이 내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도, 강한 인상을 주지도 않았으니까. 다른 사람들과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은 욕망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책은 어딘가 엉성하다- 제인 오스틴이 궁금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었으니, 주인공들이 다들 '나이가 들었다'는 점이었다. 영화에서는 그토록 꽃미남이었던 그리그가 이 책에서는 무려 40대의 남자이고, 그가 좋아하는 여자인 조슬린은 50대이다. 꺄울. 이런게 신난다. 한살한살 나이를 먹고 늙어가도 좋아하는 작가나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거, 새로운 로맨스에 가슴이 떨리기도 한다는 사실들이.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나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멋있는 풍경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시작, 그 진행에 대해 나는 무척 마음이 끌린다는 거.

 

그러니까 여행동안의 에피소드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싱가포르 동물원의 화장실이었다. 동물원은 물론 화장실에도 사람(관광객)이 아주 많았다. 한 금발의 외국인이 자신의 딸에게 동생을 잘 보고 있으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며 볼 일을 보러 화장실의 빈 칸으로 들어갔다. 언니는 5~6세로 보였고 동생은 까치발을 해야 손을 씻을 수 있을 정도로 보아 내 조카와 비슷한 나이 같았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란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손을 말리는 걸 무척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뛰어다니며 소리지르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나는 손을 씻던 작은 소녀가,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 동생을 돌보기엔 지나치게 어리다고 생각했고, 그보다 더 작은 소녀가 언제든 바깥으로 튀어나가 뛰다가 길을 잃을까봐 걱정이됐다. 하는수없이 그 어린아이들이 손을 씻는 옆에 서서 지켜봤다. 혹시라도 동생이 언제든 바깥으로 튀어나가면 냉큼 쫓아나가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엄마를 잃어버리면 안돼. 그 작은 손을 꼬물꼬물 씻어대던 아이는 이내 토닥토닥 빠른 발걸음을 움직인다. 나 역시 겁나는 마음에 따라갔는데 손을 말리는 기계 앞에 선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손을 넣어 말린다. 손 말리는 기계 옆이 화장실 출구라 나는 조금전보다 더 긴장했다. 나가려고 하면 내가 잡아야지, 하고. 그런데 어느틈에 아이들의 어머니가 나와있었는가보다. 손을 말리고 다시 제 언니에게로 가는 아이를 따라가려는데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이 엄마가 나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서 가려는데 아이 엄마는 내게 땡큐 라고 말했다. 어? 나는 말이 통하지 않아 그녀에게도 아이에게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떤 의도로 옆에 있었는지 알고있네? 나는이 순간이 무척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실실 웃으며 화장실을 나서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작은 소녀가 통통통 바깥으로 튀어나가고 그 뒤를 제 엄마가 쫓는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로 데리고 돌아오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게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땡큐! 아...완전 좋아. ㅠㅠ 나를 수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다니, 내 의도를 파악하고 고맙다고 해주다니. 나는 세계3대동물원 중의 하나인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ㅠㅠㅠ

 

 

 

자,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면,

조슬린은 이혼한 그녀의 친구 실비아에게 그리그를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리그가 조슬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며칠전에 조슬린은 그리그와 싸우기까지 했는데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니 정신이 없다. 그녀는 그리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그가 그녀에게 선물한 책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그는 제멋대로인 것 같아."

"네가 그 사람을 제멋대로 만들어."

"그리그가 준 책을 읽어 봐야겠어. 좋은 책들이라면 어쩌면, 시도는 해볼게." 적어도 그녀는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는 유의 여자는, 감사하게도 아니었다. (p.291)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느냐가 그 사람의 전체를 대변해주는 건 아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고 반드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거다. 잘 알고 있지만, 나 역시도 그 사람이 읽는 책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 적이 있다.

 

오래전의 일이다. 알게된 지 얼마되지 않은 남자사람이 자신은 책읽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가장 좋았던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인데, 이 책을 읽고 자기는 강한 영향을 받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 유명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고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한 사람으로 하여금 직장에 사표를 던지게 만드는 책이라니 궁금해졌다. 며칠 뒤 서점에 혼자 갈 일이 있던터라, 온 김에 그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싶어 집어들었다. 책은 작고 얇아 금세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책을 들고 서점 한 구석으로 가 철푸덕 주저 앉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이 있던 원래 자리로 돌려두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그남자가 내 남자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라고. 이 책을 읽고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는 일이야, 뭐, 그렇게 하고 싶다는 데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거지만, 그런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슬린은 바로 그리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당신이 준 르 귄 책을 다 읽었어요. 사실 세 번째 책도 샀어요. 『해로(海路)』는 반쯤 읽었어요. 정말 대단한 작가예요. 새로운 작가가 이렇게 좋아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리그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르 귄은 독자층이 꽤 두텁죠." 그는 조심스럽게 대꾸하다가 열정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책을 많이 썼어요. 당신이 좋아할 작가들이 또 있어요. 조애너 러스와 앰쉬윌러요."

그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대화는 좀 더 친밀해졌지만, 우리 귀에 들리는 내용은 여전히 책 얘기였다. 이제 조슬린은 SF 소설 독자가 되었다. (pp.295-296)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책을 추천해주고, 내가 그 책을 읽고 새로운 작가를 좋아하게 될 수 있다면, 와우- 그건 정말이지 근사한 일이다.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내게도 그런 경험은 아주 적다. 그런 경험을 내게 선사해주는 이성이라면,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것도 어렵지 않을것 같다.

 

 

 

"말해 봐요. 사 준 책들 읽어 봤어요? 르 귄의 책들이요."

"아직요." 조슬린은 아주 조금 양심이 찔리는 것 같았다. 죄책감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다. 책을 선물로 준 다음 "책이 어땠어요?" 라고 묻는 것은 강요와 침해의 행위가 될 수 있다. 조슬린은 책을 많이, 많이 선물했지만 한 번도 책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본 적은 없었다.

왜 달라고도 하지 않은 책 두 권을 읽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명해야 할까? (p.220)

 

 

크~ 속이 쓰리다. 나 역시 선물 준 책에 대해 그 책을 읽었냐고 묻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준 경우라면, 상대가 읽었는지 아주 많이 궁금하다. 읽었는데 어땠는지, 나처럼 그 책을 좋아했는지 혹은 전혀 아닌건지, 그 책이 좋았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좋았는지 하는 것들이. 그러나 나 역시 선물 받은 책에 대해 상대가 물었을 때 읽지 않았다고 답하는 것이 난처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내가 선물 준 상대에 대해서도 묻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이런 느낌은 책을 선물로 주고 받고 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이라, 이런 느낌에 대해 말해주는 이 책이 새삼 반가웠다.

 

 

 

버나데트는 재혼했다. 그녀는 커다란 아쿠아마린 반지 세트를 보여 주었다. "이번엔 정말이라고 생각해요. 난 비전 있는 남자를 사랑해요."

그녀는 아이들과 손자들과 증손자들을 만나고 아파트를 정리하려고 돌아왔다. 그녀는 코트와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우편물은 스칼렛 마코로 보내도록 해 두었다.

물론 우리는 그녀와 운 좋은 세뇨르 오반도가 행복해 보여서 좋았다. 약간 슬프기도 했다. 코스타리카는 먼 곳이니까. (pp.310-311)

 

 

 

북클럽 멤버중에 한 명인 버나데트는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재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정착하게 된다. 이 장면을 읽는데, 나는 여행때 들렀던 덕스턴 로드의 작은 서점이 생각났다. 나도 지금보다 많이 늙게 되었을 때, 음, 한 예순다섯살 쯤이 되었을 때, 싱가포르의 재벌 남자와 사랑에 빠져 싱가프로의 덕스톤 로드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머물게 되었으면 좋겠다. 낮에는 실실 산책하며 펍에도 들렀다가 레스토랑에도 들렀다가 낮잠도 잤다가 서점에도 들렀다가 그렇게 지내고 싶다. 밤이 되면 술을 마시고 싱가포르의 재벌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며 조용히 살고 싶다. 가끔은 한국의 좋은 친구들을 초대해도 좋겠지.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재벌들은 대체 누구랑 사랑에 빠지는거야? 내가 가서 뺨이라도 한 대 날려줘야 하는건가?

 

 

이번 명절에 아버지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면서, 그 봉투에 로또 한 줄 씩을 넣었다. 내가 지금 드리는 건 적은 액수이지만, 어쩌면 나는 억을 드리는건지도 모른다고. 부모님은 센스있다며 좋아하셨는데, 당첨되지 않고 꽝이 되어버린 복권 앞에서는 나를 원망하셨다. 야, 사줄라면 다섯줄은 사줘야지 한 줄이 뭐냐........아니, 될 사람은 한 줄로 되는거 아닌가? 안 될 사람은 오백줄을 사도 안되는거고...로또는 한 줄 사서 맞아야 진짜지.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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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9-2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에 대한 다락방님의 감회는... 저와 같으시군요!
전 도대체 그 책이 뭔 감명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다락방 2013-09-26 10:42   좋아요 0 | URL
어딘가엔 그 책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여자사람이 있을것이고, 그 여자사람과 그 남자사람이 만난다면 서로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겠죠...........?

관찰자 2013-09-2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쪽이 더 좋았어요.
흔치 않은 경우인데 말이죠.
그런데 (뭐, 꼭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 영화로 옮겨질 때,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왜 조금씩 어려지는 걸까요? 네?


흠.
그나저나 제인오스틴 북클럽에 들어가고 싶진 않지만,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엔 들어가고 싶잖아요. 다락방님. 그쵸? ㅋㅋ

다락방 2013-09-26 10:45   좋아요 0 | URL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책 읽는 모습도 아주 많이 등장하잖아요. 스벅에 텀블러 가지고 오는 그렉(책에서는 그리그)도 좋았고요. 책은 좀.. 글쎄, 딱히 좋지는 않아요.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들어가고 싶은건 아니고요, 건지섬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건지 책 리뷰중에 어떤 남자가 그 리뷰로 여자에게 청혼을 했더라고요. 그거 보면서 이 청혼이 얼마나 로맨틱한 의미인지 그 여자가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dreamout 2013-09-2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선물은 그래서... 참... ^^;;
과녁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요. 특히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ㅋ

다락방 2013-09-26 10:45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같은 소설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좋아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마냥 선물하기는 어려운 아이템이긴 해요. 그래서 상대가 좋아하면 더 기뻐지나봐요. 흣.

Forgettable. 2013-09-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오늘 칸지의 부엌 리뷰 썼는데 괜히 찔림ㅋㅋㅋ

다락방 2013-09-26 10:46   좋아요 0 | URL
뭘 또 찔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취향 다른거 다 아는데 ㅋㅋㅋㅋㅋ

느긋느긋 2013-09-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영화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눈을 마주치고 땡큐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놀랍긴 하네요,
다락방님이 믿음직하고 선해보이는 인상이라 그런 것인지도~^^
정말 책 취향이 연인과 비슷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이 비슷하기보다 조금은 달라서 추천받기 믿음직한 연인이라면 딱 좋을듯 ㅎㅎ

다락방 2013-09-26 10:49   좋아요 0 | URL
기억상실님, 이 영화 엄청 좋아요! 아주 사랑스럽죠. 책보다 더 잘 짜여져 있어요. 등장인물들이 책 읽는 모습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그 장면장면들이 무척 좋더라고요.

저도 책 취향이 아주 똑같은 연인 보다는 좀 다른 게 낫다고 생각을 해요. 말씀하신것처럼 이거 좋으니까 이거 한 번 읽어봐, 라고 다른 취향의 책을 내밀 수 있다면 좋을듯. 뭐 저는 책 안읽는 남자여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재이슨 스태덤이나 현빈이라면...................책은 나 혼자 읽으면 되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3-09-25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이 영화로도 있군요?전 책만 알고 있었어요 읽진 못했구요.
내치즈를 읽고 사표를 던지다니...그남자 저도 다행ㅋ
스무살 무렵 남자인 친구가 생일선물로 책을 사주었을때 기분이 괜히 좋더라구요. 선물해준 책이 취향에 맞았거든요.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좋은데 제 주변엔 책선물해주는사람은 없네요ㅋ

다락방 2013-09-26 10:51   좋아요 0 | URL
책보다는 영화가 더 좋아요. 영화로 보세요, 책만먹어도살쪄요님.ㅎㅎ

만약 내 남자친구가 나랑 사귀는중에 내치즈 읽고 사표를 던졌다면 전 아마 헤어지자고 했을것 같아요. 갑자기 정이 뚝 떨어질듯. 뭔가 사람 잘못봤다는 생각도 들 것 같고. ㅋㅋㅋㅋㅋ
아 갑자기 몇 년전에 헤어진 한 남자가 무척 생각나네요. 저를 만나러 오는 길에 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나와서 읽으면서 왔다는데 밑줄 그은 부분이 저랑 같았어요. 하아- 보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3-09-2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는 근 몇년간 생일선물을 거의 도서상품권으로 받았어요.
직장동료, 친구, 가족....다들 똑같은 말...이걸로 책사봐~ ㅋㅋ

2.다락방님 덕분에 이승우를 알게된건 정말 행운이었지만,
다락방님이 애정해 마지 않는 세벽세시....는 아직도 베른하르트만 불쌍해요 ㅠ..ㅠ






다락방 2013-09-26 10: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는 새벽 세시를 엄청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추천했는데 베른하르트 불쌍하다는 사람 되게 많았어요. 그러니 울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개님. 그래도 우리에겐 이승우가 있으니까요. 이!승!우!

레와 2013-09-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좀 다른 이유로 로또 선물을 안해요. 혹시 라도 당첨되서 싸움날까봐..ㅋㅋㅋㅋㅋ

네꼬 2013-09-25 23:45   좋아요 0 | URL
하여튼 레와님 앞서가는 감각, 알아줘야 함.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9-26 10:53   좋아요 0 | URL
아니, 그게 그렇더라고. 제일 처음 친구에게 로또 사줬을 때 겁나게 떨리더라고요. 당첨됐는데 완전 나한테 거짓말하고 돈 다 지가 가지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아, 나란 인간도 별수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비우기 전에는 로또를 사주지 말자,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그 때보다는 좀 나아졌어요. 어휴..

페크pek0501 2013-09-2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글이에요. 책 얘기와 님의 경험 얘기가 잘 어우러져 재밌어요.
책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멋진 남자일 거라고 봐요. 최소한 책 이야기로 화젯거리가 풍성할 것 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다락방 님도 멋진 여성일 것 같다는...ㅋ
(저는 미혼 시절에 님만큼 소설을 다양하게 읽지 못했어요. )

다락방 2013-09-26 10:5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좋아하는 남자라기 보다는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싫어하는 부류의 책에 홀릭한 남자라면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고 외쳐도 끔찍할 듯...저도 알라딘을 하기 전에는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남자가 없었어요. 그런데 알라딘을 하고 나서부터는 책 이야기를 할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헤헷. 너무 좋아요!!

네꼬 2013-09-2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이 페이퍼 진짜 재밌네요. 킥킥대면서 읽었어요. 싱가포르 재벌남이랑 조용히 살게 되면 부를 한국 친구에 나도 포함되는 거죠? 나 빼먹으면 안돼요..... 근데 뺨 때리는 거 말고도 방법이 있겠지?

다락방 2013-09-26 10:59   좋아요 0 | URL
뺨 때리는 거 말고도 다른 방법이라면 가만있자..으음...
재벌이 몰고 지나가는 자가용 앞에서 스커트 걷어 올리고 다리 보여줄까? 그러다가 내가 뺨맞겠죠? 하하하하하.

내가 싱가포르 재벌남이랑 함께 살게 되면 당근 네꼬님 불러야죠. 덕스턴 호텔 레스토랑 생맥주 짱맛있어요. 와서 나랑 맥주마셔요!!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여러군데 밑줄도 긋게 되고, 읽고 싶은 책들도 마구 생긴다. 그의 저작인 『김수영을 위하여』도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그가 시인 '김선우'를 칭찬하길래 김선우의 시집도 궁금해지는거다. 내친김에 김선우의 시집은 뭐가 있나 검색해보고, 그중에 가장 내가 그 제목을 많이 들어본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를 선택했다. 

 

 

 

 

 

 

 

 

 

 

 

 

그러나 나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으면서, 한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아, 나에게 시는 역시 누가 해설을 해줄 때 비로소 의미있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읽는 시는 그저 글자들일 뿐,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잘 알아채질 못하겠는거다. 시도 많이 읽으면 훈련이 되어 더 잘 읽을 수 있게될까? 강신주처럼 나도 김선우 시인을 이쁘게 보게 될까? 시를 읽는 능력이 저절로 생기거나 잠재되어 있는거라면, 내게는 그게 아마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아, 이런 시, 이런 시가 있구나, 했던 시 한 편.

 

 

 

 

 

 

 

하이파이브

 

 

일년에 한번 자궁겨우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에 갈 때

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

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

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

 

 

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뜻해졌을 텐데

최소한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다가

 

 

커튼이 젖혀지고 살짝 피가 한 방울,

 

 

이 기계 말이조 따뜻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처음 본 간호사에게 한마디 한 순간 손바닥이 짝 마주쳤다

두마리 청개구리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맞아요, 맞아!

저도 가끔 그런 생각 한다니깐요, 자요, 어서요, 하이파이브!

 

 

 

여자라면 누구나 산부인과에 가서 다리를 벌렸던 경험이 있을것이고, 나를 밀고 들어오는 차가운 섬뜩한 기계의 느낌에 두 눈을 질끈 감아본 적도 있었을 것이다. 산부인과의 기계는 유독 더 차게 느껴지는데, 그건 내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라서이기도 하겠지만, 밀고 들어오는 부분이 지독하게 예민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예열된 따뜻한 기계가 들어온다면 좋겠다는 생각,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그 차가운 섬뜩함 때문에.

 

 

나는 이 시를 사진 찍어 트윗에 올리고 친구들 몇에게도 보내줬다. 그러다 이 시를 읽은 내 친구로부터 전혀 다른 말을 들었다. 산부인과에 갔다가 기계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데 너무 뜨거워서 소리를 질렀다고, 자기는 데이는 줄 알았다고 했다. 닥터는 여자였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차가운 기계를 넣기 싫어 자기는 따뜻하게 해서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기계를 약간 따뜻한 물에 담가놓는다고 했다. 친구가 손으로 만져본 결과 그 물은 정말이지 아주 미지근한 정도였다고. 손에 닿으면 그저 미지근하다고만 여겨지는 정도. 그러나 그것이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굉장히 뜨겁게 느껴진거다. 아주 약하고 예민한 부분이라 손이 느끼는 온도와는 아주 달랐던 것. 아마도 이 때문에 예열된 기계를 넣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러니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따뜻한 기계를 넣을 수 있었지만, 그 정도의 기술은 있었지만, 우리의 몸에겐 그것이 더 치명적이라서 어쩔수 없이 차가운 섬뜩함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물론, 어쩌면, 어딘가에서는, 적당한 온도를 찾아 적절하게 예열한 기계로 진료를 하는 산부인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속 여자는 45세 노처녀이고 영문학과 교사다.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는 여자. 그런 여자에게 어느날 이 학교를 졸업한 남학생이 찾아온다. 남학생은 뉴욕에서 연극 대본을 쓰고 있었지만 실패한 뒤 고향에 돌아온 참이고, 그 대본을 이 여자가 보길 원했던 것. 그 대본을 본 여자는 자신의 학교연극에서 이 대본으로 연극을 만들길 원하고, 그러다가 그 학생과 그만, 빈 교실 책상위에서 섹스를 하고야 만다.

 

이내 여자는 그것이 잘못된것임을 알고 그 졸업생에게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햐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졸업생이 고등학생인 다른 여자아이와 사귀는 것을 알고는 질투심이 폭발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가 졸업생과 빈교실에서 섹스했다는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지게 되고, 그녀는 직장을 잃게 된다. 

 

빈교실에서 섹스를 한건 옳지 못한 행위였지만, 졸업생과 섹스를 한 행동 자체는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다 성인인데 설사 한 순간의 충동이었다한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대부분의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섹스도 그렇다. 안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은것 같다. 어느 순간이 되면 섹스를 하고 싶어도 아예 못할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45세 여자가 책에만 빠져있고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연애를 하고 싶어 이남자 저남자 만나보지만 아무도 흡족하질 않다- 졸업생과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그 사실을 추문으로 소문냈다는 설정이 짜증난다. 이야기는 다른식으로 전개될 수 있었을텐데. 내가 기대한 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여튼, 그 졸업생은 지켜보니 찌질한 놈이어서 그 녀석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지 않은건 다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면 안되는거다' 하는것 같아서 좀 짜증이..아, 나 완전 여자한테 공감한건가, 나는 순간 영화속의 여자가 되어버리고 만건가....

 

그러나 그녀에겐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그녀와 연배가 맞고, 그녀를 치료해준 닥터인데, 그녀에게 좋아하는 작가의 강의를 들으러 가자며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녀가 예쁘게 차려입고 그 남자를 만나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흡족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늙어간다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고보면 취향이 같거나 취미가 같은것은 의외로 꽤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연휴동안엔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세계3대 동물원중의 하나가 바로 그곳에 있다고 해서(나머지 두개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완전 흥분해서 싱가포르에 갔는데, 동물원보다 더 좋았던 건 마지막 날 들렀던 덕스턴 로드에 위치한 서점이었다. 여행책자에는 나와있지 않았던 곳. 싱가포르 서점, 이라고 검색창에 넣고 검색하니 누군가의 블로그로 만날 수 있었던 곳. 이 곳에 안왔다면 어쩔뻔 했을까 후회될 정도로 정말이지 아름다웠던 곳. 서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서점이 위치한 덕스턴 로드가 환상적으로 끝내줬다. 동물원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가 다시는 여기를 올 일이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덕스턴 로드에서 서점을 찾는 시간동안엔 여기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좀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한가로이. 가끔은 펍에 가서 맥주도 마시고, 가끔은 레스토랑에서 와인도 마시고, 가끔은 서점에도 들르고 하면서. 실제로 레스토랑에 들러 맥주와 와인을 마셨다. 낮술이었다. 기분이 끝내줬다. 서점에 들어가서는 너무 예뻐서 사진을 연신 찍어대고 싶었지만,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히잉 ㅠㅠ 너무 찍고 싶어서 미칠 뻔했다. 이 예쁜 서점을 나만 본다는 게 속상했다. 사람들에게 막 보여주고 싶었다. 2층에 올라갔는데 직원이 없더라. 직원이 올라오기까지 잠시동안 몰래 사진을 찍었다.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에 사진은 흔들리고 말았다. 이래서 사람은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 해..........( ")

 

 

 

 

 

 

 

사진이 이렇게 흐리게 나와 아쉽지만, 잠깐 설명을 하자면,

저 군데군데 붙여진 포스트 잇에는 작가나 책에 대한 설명이 쓰여져 있다. 인쇄물이 아니라 포스트잇에 직접 손글씨로 쓴 것.너무 아이디어가 좋아서 나도 서점을 운영하게 된다면 꼭 이렇게 따라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책 밑에는 이런 메모를 적은 포스트 잇을 붙여놓는거다.

 

 

이 책은 뜨거운 사랑을 받아 속편인 『일곱번째 파도』까지 나와있어요.

 

 

라고.

 

 

『우아한 연인』에는 예의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인,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말해봐요' 를 적어놓고 페이지 수를 적어놓으면 될테고. 아...당장 회사 때려치고 서점의 주인이 되고 싶다. ㅠㅠ 서점이 주인의 되어 좋아하는 책 밑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싶다. 너무 환상적이야... ㅠㅠㅠ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가장 좋은건,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걸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출근하면 불가능한 일들이 여행안에 있다. 낮술도 그렇지만 아침 술도. 아!침!술! 모닝 드링크, 모닝 비어!!

 

 

가난했던 여행의 유일했던 사치, 낮 술 와인과 스트로베리초콜렛무스 와플. 그리고 위의 서점에서 사들고 나온 줌파 라히리의 책. 대체 읽을 수 없는 원서는 왜 사대는가...............

 

 

아침에 일어나 호텔밖의 세상을 보며 호텔 안에서 들이켠 맥주. 캬~

 

 

 

 

 

그러나 누군가 내게 다시 여행을 갈거냐고 물으면 당분간은 계획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정말이지 쌍코피 터질 정도로 피곤했다. 모기에 물린 다리를 벅벅 긁으면서, 욕실에서 미끄러지면서, 피곤에 쩔은 다리를 주무르면서, 맛없는 음식(음식마다 멸치멸치멸치멸치)과 그 향들에 질려하면서 그 틈틈이 나는, 서울에 있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집에 있었다면 나는 책 몇 권을 조용히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먹다가 자다가 읽다가 할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어쨌든 오늘은 출근했다.

물론,

퇴근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앞으로 몇 달간은 더 비행기값 할부를 갚아나가야 한다. 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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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9-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싱가폴 갔을 때 서점 사진 찍었었는데 같은 서점인지는 모르겠네요. ^^a 맞아요. 여행가서 모닝 와인 또는 모닝 비어 한 잔 하며 책 읽을 때는 진짜, 진짜 행복해요. ^^

여기 퇴근 기다리고 있는 일인 있어요. -_-

다락방 2013-09-23 12:55   좋아요 0 | URL
저는 모닝 비어는 했으되 책은 안읽었어요. 바보같이 책을 네 권이나 가져가고서는 한 권도 못읽었다능. 책을 가져가겠다는 욕심만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함께 퇴근을 기다려요, 문나잇님. 점심으로 제육볶음 먹다가 엄마한테 문자보냈어요. 저녁엔 갈비를 먹자고............ Orz

하루 2013-09-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행이 그래도.. 참 좋죠..
+ 그런데 왜 태크에 줌파 라히리가 걸려있는거에요?

다락방 2013-09-23 12:56   좋아요 0 | URL
이러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비행기 할부도 다 갚고나면) 또 여행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죠...삶이란 그런것이니까.....하하하하하

와인과 와플 사이에 있는 책이 줌파 라히리 책이에요. 질병의 통역사. 그래서 넣었어요. 하핫;;

단발머리 2013-09-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강신주님의 책을 읽고 계시는 이 아리따운 처녀분은 누구시던가요~~
강신주님 정말 매력덩어리죠.
제가 아주 많~~이 좋아하니까, 너무 많이 좋아하지 마시고, 신간을 계속 구입할 정도로만 사랑해주세요.^^

싱가폴 서점 너무 괜찮은데요. 예쁘구요. 전 서점은 구경도 못 했어요. 나는 살 거도 아니면서, 아니 살 돈도 없으면서 명품거리는 웬 말이냐. 나도 원서 딱 끼고 돌아오고 싶었는데.

참, 저는 비행기값 10개월 무이자여서요, 아직도 비행기값 할부가 남았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다락방님도 고생 좀 하셔요. ㅋ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09-23 12:58   좋아요 0 | URL
처음 만났을 땐 저를 아름답다고 했던 제 친구가, 오늘은 저더러 늙었다고 했어요. 시간이 흘렀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전 아름답지 않아요 단발머리님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저 책 아직 다 못읽었어요. 절반에서 스톱 상태.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핫.

싱가폴 시내에서는 서점을 못봤구요, 작은 동네에서 찾아냈어요. 물론 블로그 보고 찾아간거지만. 서점이 너무 예뻐서 찍어서 여기저기 보여주고 싶었는데 못찍게 하는 바람에...그래서 원서 하나 사면서 혹시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책 사면 찍어도 된다고 허락해줄줄 알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님, 저도 10개월 할부에요. 가기전에 5개월동안 냈고 이제 또 5개월 내야 합니다. 어휴...

단발머리 2013-09-23 13:04   좋아요 0 | URL
5개월 지나면 구정입니다~~~ 이야호~ 하셔요 ㅋ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9-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긴요 삼겹살에 쐬주 한잔 기다리며 사는 거죠 뭐.....

다락방 2013-09-23 12:5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메피스토님, 삼겹살에 소주가 정말 간절해지네요. 하하. 일상으로 돌아왔더니 바로 삼겹살에 소주 생각이...히융

아무개 2013-09-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집에만 계셨다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껄....하고 후회하셨을껍니다.
전 연휴 9일 내내 집에서 고작 책 한권..아니 두권 읽었어요. ㅠ..ㅠ

2.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저도 강신주때문에 샀는데 다락방님과 완전 같은 소감입니다.
시는 정말 참..어렵습니다...

3.개천절과 한글날을 기다려야죠!!!

다락방 2013-09-23 13:00   좋아요 0 | URL
비행기가 왕복 열두시간이에요. 저는 가방안에 책을 네 권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한 권의 사십페이지도 채 읽지못했어요. 비행기 안에서 오며가며 떡실신..호텔에서도 떡실신...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이제 늙은거에요. ㅠㅠ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참, 저도 뭐라....참.....

네네, 아무개님 개천절과 한글날을 기다려야죠. 조만간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십시다. 어때요?

2013-09-23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4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09-2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싱가포르를 갈지 아니면 홍콩을 갈지 아직 고민중이예요.
저는 시댁식구들이랑 제주도 여행 다녀왔는데 시누가 뱀!!!에 물려서 정말 다시는 가족여행은 안가려고 마음을 ㅠ.ㅠ
강신주 책 저도 찜.

다락방 2013-09-24 19:06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서 뱀에 물렸다고요? 맙소사. 아프고 위험한걸 떠나서 물리는 순간에 엄청 무서웠을 것 같아요. ㅠㅠ 정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뛰어와 저 물어 뜯을까봐 엄청 무서웠다능 ㅠㅠ

싱가포르 동물원을 구경하는 건 좋지만 비행기를 여섯시간 동안 타는게 저는 무척 힘들더라고요. 어휴.

느긋느긋 2013-09-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포스트잇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
다만 정말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 ㅠㅠ
다락방님 이런 책방 여시면 단골할 꺼에요 ㅎㅎㅎ

다락방 2013-09-24 19:07   좋아요 0 | URL
그쵸, 엄청 좋죠! 저도 저렇게 하고 싶어서 몸이 막 근질근질해요. 얼른얼른 저렇게 하고 싶은데 현실의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해요. 어휴..
제가 책방 열면 단골하신다는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기억상실님. 꼭이요!!
 

나빴던 날들이 있었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비관적인 생각들만이 가득했던 그런 날들.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지금와서는  아 그 때 그랬었지, 하는 기억들이 난다. 그 날들을 내가 견뎌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어느틈에 다시 삶이 '견딜만한 것'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갑작스레 괜찮아진 건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회복되었으리라.

 

 

사람들과 말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혼자 지냈다. 삶이 하나의 점으로 졸아든 채로. 그러면서 날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회복되어갔다. (p.9)

 

 

 

 

 

 

 

 

 

 

 

 

 

 

 

 

물론, 어떤 상처들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반드시 회복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어떤 것들은 그저 묻어두는 것일게다. 그러나 남편이 죽고, 그 상실감에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는 그녀의 상태를 읽으며, 나 역시 그녀를 따라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았다. 다행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아픈 마음을 모두에게 드러내고 살 수는 없다. 친근한 몇명에게만 드러내면서 혹은 그저 혼자 묵묵히 견뎌내면서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채로 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내게 예상외의 상처를 또 던지게 될 지도 모른다. 내 상황에 대해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상대가 모르는 채로 내 상처를 쑤신다해도 내가 어떻게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속으로 야속할 수는 있을거다. 내가 이렇다는 걸 너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지마, 라고. 니가 나를 다 알아?

 

 

그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게 심각할 거 없어요."

'내 속이 어떤지 알기나 해요.' 그녀는 닭의 옆구리에서 한 조각을 집어 들어 맛보았다. (p.125)

 

 

 

몇 년전의 일이었다. 나는 힘들고 지쳐있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는데, 친구가 소포를 보내왔다. 안을 열어보니 호두파이와 치즈파이가 절반씩 들어 있었다. 집에 늦게 들어와 샤워를 하기 전, 일단 한 번 맛이나 보고 샤워할까 싶어 치즈 파이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입을 깨물었는데 아- 너무 맛있는거다. 그러자 왈칵 눈물이 고이고 목이 메었다. 그 치즈 파이가 내 마음을 살포시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내가 힘든걸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은 위로였다.

 

 

 

그녀는 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촉촉하고 부드롭고 완벽한 맛이었다. 안온함이 밀려왔다. 마치 머리 위에 지붕이 생겨나고 따뜻함이 그녀를 감싸는 것만 같았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고통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나마 견딜 만한 무엇이 되었다. 그녀는 아늑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p.125)

 

 

 

 

그런 일도 있었다. 그와 나란히 앉은 일.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그의 팔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우리는 이야기하던 중이었고, 그 이야기는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었다. 나란히 앉았다가 고개를 돌리고 한 쪽 손을 들어 그의 팔로 가져가려다가 다시 얌전히 내려놓았다. 만약, 만약 내가 여기서 그의 팔을 어루만진다면, 내가 하고싶은대로 쓰다듬는다면, 나는 지금처럼 나란히 그와 앉는 일을, 아마도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게 이 시간은 소중했고 아름다웠으며 완벽했다. 이런 시간이 앞으로의 내 삶에 가끔씩 찾아든다면 이대로의 내 삶이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그의 팔을 어루만지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이 우리 관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이엔 선이 있고, 나는 그 선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중요한 밤이군요."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앞치마는 이미 얼룩이 지고, 그 밑의 티셔츠는 땀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격려의 뜻으로 잠깐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냥 눈빛으로만 그런 마음을 나타냈다. 그에게 팔을 두르는 것은 어쩐지 경계선을 넘는 일만 같았다. 어떤 일도 오늘 밤 그의 마음을 흩뜨려서는 안 된다. (p.339)

 

 

여자는 그를 생각했다. 그를 배려했다. 그에게 중요한 밤이고, 그의 마음을 흩뜨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포옹 앞에서 망설이던 여자의 마음을, 남자는 짐작조차 못하겠지. 내가 손을 내려뜨렸던 마음도, 그 역시 알지 못하겠지. 우리가 만약 아주 좋은 관계를 누군가와 유지하고 있다면, 그건 어느 한 쪽의 배려 때문일 확률이 크다. 어느 한 쪽이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배려하기 때문에. 관계는 그렇게 유지된다. 앞으로도 이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나는 계속해서 배려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좋아서 친구에게 기프티북으로 선물했는데, 며칠이 지나서야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 책이 절판이라고. 그래서 예치금으로 환급해주겠다고. 내 페이퍼를 읽고 이 책을 주문한 친구도 내게 말했다. 주문했고 배송을 기다렸는데, 절판됐다며 연락이 왔다고. 아니 왜 갑자기..절판이 되는걸까. 분명 주문할 때는 정상적으로 됐는데. 절판이란 건 이렇게 급작스러운걸까. 많이 아쉽다. 친구가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주문했다 취소됐던 친구는 중고샵에서 검색해 이 책을 결국은 구입했다. 여하튼 이 책이 절판이라니, 안타까운 일이다. 개정판이 나올일은..없는걸까? 이 책을 검색해보니 이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를 쓴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어쩐지 개정판이 나오진 않을것 같아..Orz

 

 

 

 

 

지난주 목요일이었나. 친구를 만나 족발을 먹고 알라딘 중고샵 강남점엘 갔다. 가지 말걸, 괜히 가가지고 또 책 몇 권을 사버리고 말았다. 계산을 하려는데 카운터에서 내게 알라딘 회원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전화번호를 말해달란다. 전화번호를 불러줬더니 아이디를 확인하며 내 번호로 나오는 아이디가 엄청 많다는 거다. 보통 한 두개정도는 나올 수 있는데 나는 엄청 많이 나온다고, 이런 경우는 자기도 본 적이 없다며 직원은 고객센터에 문의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런 말을 여기서만 들은게 아니라 신촌점에서도, 종로점에서도 들었던 바, 그래 확인 좀 해달라고 했다. 이 번호는 십년도 훨씬 전부터 내가 썼던건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나서 다음날, 생각난 김에 내가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나는 이 번호를 십년도 전부터 쓰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이 번호로 가입했다면 그건 이상한거다. 그러니 확인해서 그들의 데이터를 지우던가 해달라고. 그러자 고객센터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말 내 전화번호로 아주 많은 아이디가 검색되는데, 그건 내가 가입한 것만 뜨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게 책을 보내면서 이름과 전화번호와 주소를 넣었던 것도 검색된다는 거다. 그런데 불쾌하시다면 이들에게 연락해서 확인한 뒤 그 기록을 다 삭제해주겠다는 것. 그래서 나는 잠시만요, 라고 한 뒤에,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내가 가입한 것 말고 누군가 내게 선물을 보냈을 때도 그 기록이 남아 있다는 거냐, 라고 물었고 직원은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내 친구들일 가능성이 많고 이상한 루트로 내 전화번호가 도용된 것이 아니니 그들에게 전화해서 내 기록을 삭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그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게끔 그 리스트에 있는 이름들 중 몇 개만 내게 불러줄 수 있느냐, 다른 기록은 신상정보일테니 불러줄 필요가 없고 내 친구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내가 알 터, 이름들 몇 개만 불러 달라고 했다. 고객센터 직원은 알겠다며 차례대로 이름 세 개를 불러줬고, 오호라, 그들은 모두 내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됐다, 그들에게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확인했으니 됐다고 했다. 알라딘에 하도 오래 있으니 사람들로부터 책을 받았던 적이 많았는데 그것들이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앗. 그나저나 벌써 열한시 반이다. 하아- 내일하고 모레는 또 빡시게 일해야 할텐데, 추석 연휴가 다가오는데도 내일하고 모레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제발 무사히,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아. 내일하고 모레, 이틀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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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3-09-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과 편지군요. 아. 그냥 이 평범한 두 보통명사를 타이핑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

느긋느긋 2013-09-1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팅 할 때마다 책을 사게 만드시는 무서운 다락방님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3-09-1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러개 아이디가 검색된다는게 그래서였군요.
귀찮으면 카드를 만들어준다던데요?

저도 요즘 저점을 힘겹게 통과중이예요.
그냥 흘러가는대로 감정을 내버려둘지 끌어올리려고 노력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평소 즐기지 않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이를테면 힙합듣기?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3-09-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드 갖고 다녀요. 그치만 사랑스런 친구들을 떠올리셨을 그 순간은 부럽네요.^^

2013-09-17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지난주였나. 조카가 왔고, 우리는 조카를 데리고 올림픽공원엘 갔다. 바깥으로만 나오면 소리지르며 뛰기 바쁜 조카가 생각나 기쁘게 나섰다. 또 소리지르고 뛰는걸 보고 싶었다. 역시나 소리지르고 뛰었고, 나와 남동생도 조카와 같이 뛰었다. 이모 잡으러 가자~ 하면 내가 도망갔고 삼촌 잡으러 가자~ 하면 남동생이 도망갔고 조카 잡으러 가자~ 하면 조카가 소리지르며 뛰었다. 그 날의 기록.

 

 

 

 

 

 

 

남동생이 다니는 회사에서는 추석때면 꼭 키위를 한 박스씩 준다. 어제도 집에 돌아가니 남동생이 이번 추석 선물로 키위를 받아온터다. 참 신기하다. 키위라니..여튼 지난밤의 숙취로 인해 피곤에 쩔었던 나는 저녁도 먹어 배도 부르겠다 샤워후에 잘 준비를 했다. 엄마는 키위를 썰어두시고는 먹으라고 한다. 포크로 찍어 두개쯤 먹고 자러 들어간다고 했다. 키위를 더 먹으라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나는 그만 먹겠다 했다. 남동생이 좀 먹어, 라고 한다. 나는 됐다고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남동생이 썰어둔 키위를 한 조각 포크로 찍어서는 내 입에 넣는다.

 

먹으라고!!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 놀라서 입에 든 키위를 씹는데, 남동생은 이내 잔소리를 퍼붓는다.

 

허구헌날 고기만 먹어대면 어떡해 비타민도 좀 먹어야 될거 아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와 엄마는 완전 뿜었고, 나는 남동생에게 니 사랑이 너무 느껴져서 눈물난다고 했다. 하하하하하. 눈물겨운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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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9-1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사랑이 지극한 동생님~ ^^

다락방 2013-09-12 17:53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아마도 제가 더 많이 동생을 사랑할거에요. 자신합니다. 후훗
:)

자작나무 2013-09-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동생이네요

다락방 2013-09-12 17:52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남자이기도 해요. 히히.

Mephistopheles 2013-09-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위 많이 많이 드세요...키위가.....그거에 차암 좋답니다...으흠...

다락방 2013-09-12 17:52   좋아요 0 | URL
그거......라뇨? 뭔데요? 뭐요? 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뭐 말입니까!!!!!!!

Mephistopheles 2013-09-12 18:20   좋아요 0 | URL
뭘 상상하신 걸까요...화장실 개운하게 다녀올수 있게 해준다는데...........뭘 상상하신 거지...?? 거참....ㅋㅋ

다락방 2013-09-15 22:52   좋아요 0 | URL
아...저는...............그러니까..............( ")

카스피 2013-09-1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누나를 향한 동생의 사랑이 참 좋아보이네요.
그나저나 동생이 받은 키위는 그린인가요,골드인가요? 개인적으론 달달한 골드키위가 더 입맛에 맞는데 가격도 더 비싸더군요ㅡ.ㅡ

다락방 2013-09-15 22:52   좋아요 0 | URL
그린 키위였습니다.
약간 시더라고요. ㅎㅎ

마노아 2013-09-13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사진에서 시간차가 느껴져요! 그런데 타미 확대 사진은 왜 없는 겁니까! 타미는 알라딘의 비타민~

다락방 2013-09-15 22:53   좋아요 0 | URL
후후후후후. 오늘 남동생과도 이야기했지만, 저렇게 야외로 나가 소리지르며 뛰는 조카를 볼 때 마음이 많이많이 좋아요. 막 따뜻해지고 벅차다고 할까요. 하아-

paviana 2013-09-1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만 먹어 뒤에 술만 마셔라는 말이 따라서 들리는 이유는....ㅋㅋ. 전 조카 추석선물로 공주님 스티커 놀이를 준비했어요. ㅎ ㅎ 주면서 뽀뽀 시켜야죠.

다락방 2013-09-15 22:53   좋아요 0 | URL
어제 마트에 갔다가 추석때 오면 조카 주려고 마이구미 를 살까 어쩔까 하다가 아니다, 데리고 나와서 같이 사자, 이런 마음으로 안샀어요. ㅎㅎㅎㅎㅎ 손잡고 마트 가자고 할래요!!

무해한모리군 2013-09-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이모네요 ㅎㅎㅎ
저도 언니가 근처에 살면 좋을텐데 그게 제일 아쉬워요.

다락방 2013-09-15 22:53   좋아요 0 | URL
역시 이모가 짱인것 같아요. 제가 이모라서 잘 아는데 진짜 조카사랑 폭발해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