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에는 어린아이들에게 '상상의 친구'가 존재한다. '상상의 친구'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들이 '아이들의 부모'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는 보이지 않되, 아이들에게는 보이는 존재. 그들은 어른의 형태로 아이들의 옆에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준다. 적절한 때, 그들은 아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격려를 준다. 다정한 우정과 보호도 함께준다. 아이들이 부모 때문에 슬프다거나 외로워할 때, 그들은 아이들의 옆에서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어주고 눈물도 닦아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당시의 고통과 외로움을 조금쯤 극복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들에게 더이상 그들이 필요없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자랐을 때, 아이들의 곁을 떠난다.







이 '상상의 친구'란 존재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하고. 아이들의 옆에서 아이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들의 편이 되어줄 사람. 어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좋으니, 아이들이 붙잡고 버틸 수 있는 다정한 존재. 그러나 말 그대로 이 존재는 '상상'에 불과하다. 그들은 없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어른들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만 하는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에게는.





그럼 세라, 그녀는 말했고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이 셈을 시작한다. 하나를 세고 둘을 세고 셋을 세고 넷을 세고 다섯을 세고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을 세고 열로 넘어갔다가 잊어버렸다.

안 세?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말한다.

내가 세라고 했지? 세라고 했는데 왜 세지 않냐 몇 대까지 맞았는지 세지도 못하냐 잊어버렸냐 너는 그 정도 머리도 없는 짐승이고 잊어버렸으니까 다시 하면 되겠네? 잊어버린 네가 순전하게 잘못했으므로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겠다 세라 머리부터 꼬리뼈까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십 씨발 십이 십삼 사 오 육 칠 팔 다음이 뭐냐 응? 다음이 뭐야?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어개를 움켜잡을 때는 엄지로 쇄골을 쑤시고 배를 때릴 때는 불시를 노리고 짐승의 자세를 바로잡을 때는 정수리에 돋은 머리칼을 쥐고 당긴다. 귀를 꼬집고 뺩을 때리다가 엉뚱한 모서리에 빗맞아 손가락을 비고 악 소리를 지르며 누웠다가 발딱 일어나 짐승의 목을 쥐고 흔든다. 때리는 쪽도 맞는 쪽도 구토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고 그럴 때 그녀의 검은 눈은 쇠구슬처럼 작고 단단하다. 땀이 고인 얇은 턱은 악다불어 터질듯하고 귀는 창백하다. (pp.64-65)


















앨리시어와 동생이 엄마에게 얻어터질동안, 그들이 맞는걸 말리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뒷짐지고 모르는 척 방으로 들어가는 아버지가 있을뿐. 앨리시어와 동생은 엄마에게 허구헌날 얻어터지고 온 몸이 아프고 쑤셔 잠도 안 올지경이 되어 방안에 누웠을 때, 욱씬거리는 몸에 약을 발라줄 어른도 없다. 상상의 친구? 허. 어림도 없는 소리다. 상상의 친구를 상상조차 할 여력이 앨리시어와 동생에겐 없다. 이런 앨리시어와 동생에게 가정폭력상담...따위? 개풀 뜯어먹는 소리다. 상담을 한 번 받고 앨리시어는 생각한다. 여긴 괜히왔다, 좆됐다, 고. 그래, 앨리시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머니도 모시고와요. 어머니도 모시고와서 같이 상담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어요. 아니, 이건 나아진다고 되는 게 아니야.



옳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 그러니까 나는, 앨리시어가 그런 마음을 먹는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러면서도 앨리시어가 내내 생각하고 있는 '복수'를 응원했다. 앨리시어의 키가 어서자라, 힘이 더 커져, 얼른 엄마에게 맞짱을 뜰 수 있기를, 자신을 향해 내려치는 손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 얼른 자라, 얼른. 얼른 자라라고. 앨리시어는 엄마를 때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폭력이 또 이어지면 안되는 거라고 내 의식은 말하는데, 그런데 나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폭력은 한 쪽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으리란 사실을. 앨리시어의 엄마가 폭력을 멈추기를, 상담을 받아 새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랄 수가 없었다. 그건 멀고도 멀어 보였다. 멀고도 멀고 끝은 보이지 않는 바로 그 길에 있는 것 같았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그 길을 가라고 누가, 아니 내가, 어떻게 말해. 두 눈 질끈 감고, 그래 앨리시어,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 끝내버려. 이를 악물고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겨버려, 한 방에 이겨버려! 그러는게, 온당하고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웅덩이를 바라보며 드문드문 앉은 다른 낚시꾼들처럼 긴 시간 동안 미동도 않고 앉아 있다가 찌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는 활기차게 줄을 감아올렸다. 마침내 흙바닥에 내던져진 물고기는 단단하고 맑은 살집을 꿰고 있는 척삭의 강한 힘이 느껴지도록 몸부림쳤다. 그것을 주워 양동이에 담는 것은 대부분 앨리시어가 할일이었다. 손바닥 속에서 빳빳하게 요동하는 그 힘이 징그럽고 두려워 앨리시어가 움찔거리면 앨리시어의 아버지는 그 모습이 재미나다는 듯 하핫 웃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그가 잡은 물고기의 대부분을 웅덩이에 도로 놓아주었다. 집에서는 별다르게 말하는 법도 없다가 웅덩이 부근에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말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알어?

느긋하게 그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목숨은 모두 가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가치가 있단 말이다.


(중략)


이 나이 되도록 인생을 살고 보니 그렇더라. 사람이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네 어미도 그렇고 다 그렇게 귀하고 불쌍한 거지. 세상 나고 자란 목숨 가운데 가치 없는 것은 없는 거다.


알어? 가느다랗게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뒤 그는 보란듯 웅덩이를 향해 양동이를 엎었다. 낚싯바늘에 주둥이를 찢긴 물고기들이 피로 탁해진 물과 함께 웅덩이로 주르륵 흘러들었다.


(중략)


알아? 너는 모르고 나는 안다는 식으로 그는 말하고 그게 그의 입버릇이지만 앨리시어가 보기에 그는 미개하다. 입을 찢었으면 먹든가 죽이든가. 입을 찢어놓고 도로 놓아주며 가치 있는 목숨 운운하는 인간은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pp.50-53)





어휴, 힘들어. 어젯밤, 뒤에 조금 남은 이 책을 읽고 잘까 하다가, 몇 년전 '송은일'의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던 때가 생각나, 그만두었다. 그 때, 온 몸이 두드려맞은듯, 내가 아팠던 기억 때문에, 황정은의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읽으면 그 밤처럼, 내가 또 얻어맞은듯 욱씬거리는 느낌에 잠을 설칠 것 같아, 다음날 아침 출근길로 넘겼다. 넘겼는데, 아침에 읽었다고 더 나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지하철안에서 인상 빡 쓰고 읽으면서, 이 책은, 밤에도 아침에도 읽기에 적절한 때란 게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못자는 것을 선택하느냐, 온전히 깨어있어 이 불편하고 아픈 느낌을 감당하느냐, 선택이 그 둘 중에 하나인데, 대체 이 둘 중에 뭐가 더 낫단 말인가. 휴- 



그러니까, '제임스 패터슨' 과 '가브리엘 샤보네트'가  말한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의 상상의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존재한다면, 그 상상의 친구는, 제임스 패터슨과 가브리엘 샤보네트가 있는, 미국에만 존재하는가 보다. 확실히 여기, 대한민국엔 없다. 확실하다. 







어제 알라딘 트윗과 오늘 나에게로 온 이메일을 통해, [폴리나]가 반값이란 걸 알게됐다. ㄴㄲ 님은 나에게 [나도 편식할거야]란 책을 '강력추천' 해주었다. 오늘 아침은, 이 두 책을 가뿐하게 지르고 시작해야겠다. 지금, 지르러 갑니다. (라고 써놓고 지금 주문하려니(AM10:51) 폴리나 반값할인 끝났다. 멘붕..)











그리고, 헌사.

어제 '줌파 라히리'의 신간 [THE LOWLAND]의 책장을 살포시 넘겨보다가, 거기에 적힌 헌사를 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헌사'만' 읽었다. 그 뒤는 다음으로 미루고..여튼, 그 헌사가 이랬다.



시작부터 나를 믿어준 카린에게, 그리고 끝까지 나를 지켜봐준 알베르토에게, 뭐 이런거 아닌가. 아.....근사해......멋져 ♡ 

빨리 번역되어 나왔으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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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1-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책은 어제에 이어 다락방님에게 윈투스트레이트 핵펀치를 맞고 그로기 직전까지 가버렸군요...

다락방 2013-11-27 09:52   좋아요 0 | URL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랬는데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하핫;; 제임스 패터슨이 저 잡을라고 한국 오는거 아닌가 몰라요. 역시..제이슨 스태덤을 친구로 뒀어야 하는건데..그래야 나를 지켜줄텐데...쩝......

Mephistopheles 2013-11-27 10:21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분명 다음 다락방님의 책 헌사는

"for my lover jason statham....어쩌구 저쩌구 wooo so sexy..sexy....."

로 정해지겠군요..

다락방 2013-11-27 10: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헌사는 너무 길면 별로 안멋져요. 짧고 굵게 가야 해요. 이를테면,

Jason Statham, you are min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저렴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3-11-2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먼저 읽은 언니가 두껍지도 않은 저 책을 '아휴 아휴' 한숨을 쉬면서 하루 온종일 들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이번 황정은 책은 읽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죠..
도대체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시련은 누가 준 걸까. 저기 인용해준 두 구절만 봐도 먹먹함을 넘어 갑갑하고 힘든데..
아휴.........................................................................


우리의 그녀, 줌파 신간 번역소식은 아직인겁니까?!
이번엔 번역에 도전해 보는게 어때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11-27 10:50   좋아요 0 | URL
황정은은 백의그림자가 짱이구나, 위에도 썼지만 정말 그래요. 자꾸 맞고, 복수를 다짐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는 게 힘겹더라고요. 어휴..

아니, 번역이라니..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전 저 짧은 헌사 저렇게 써놓고도, 맞나? 아닌가? 이렇게 하면 안되? 몇 번을 고민하고 있는데. 뭐, 누군가 제대로 된 해석을 내놔주겠지, 이런 생각하면서. ㅎㅎ
만약 번역하면 저는 옆에다 사전 끼고 예순살이 되야 완성할 수 있까말까 할듯. 그마저도 초어설프게..

2013-11-27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1-2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Carin과 Alberto는 누구일까, 저는 누구에게 Carin 또는 Alberto가 되어준 적이 있던가, 그거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아직 줌파 라히리의 책을 한권도, 한권도! 안 읽었답니다 ㅠㅠ

다락방 2013-11-27 13:12   좋아요 0 | URL
오, 나인님. 아직 줌파를 만나지 않으셨군요. 그런데 나인님이 줌파를 읽으신다면, 저만큼 줌파를 좋아하실까요? 어쩐지 별로 안좋하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혹여 읽게되신다면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카린과 알베르토같은 친구를 두는 것도, 또 그런 친구가 누군가에게 되는것도, 모두 근사한 일 같아요. 정말 근사한 일요.

자작나무 2013-11-2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후 다과장님의 책을 읽는 일이 제게는 최근 들어 가장 근사한 일이예요.
나중에 보다 시간이 나면 소설을 써보세요.
꼭이요.

다락방 2013-11-28 08:25   좋아요 0 | URL
어떻게, 책이 읽기에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ㅜㅜ

2013-11-28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3-11-28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편식할 거야, 저도 강력 추천이요.
읽고 나면 아마도 장조림이 먹고 싶어질 거예요. ^^

다락방 2013-11-28 08:26   좋아요 0 | URL
폴리나 는 결국 못사고, 나도 편식할거야, 는 샀어요. 얼른 읽고 싶어요. 토요일에나 배송될텐데... ㅎㅎ
장조림은 지금도 먹고싶어지네요. 하핫
 

 

 

 

 

 

 

 

 

 

 

 

 

 

 

 

"내일이 되면요" 라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내일이 되면, 전부 얘기해 줄게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내기로 해요. 만약 내가 지금 얘기해버리면, 당신은 이제 영원히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려요."

"어차피 나는 원래 자리로는 돌아가지 못하오, 시마모토. 그리고 어쩌면 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오. 그리고 만약 내일이 오지 않으면, 나는 당신이 가슴에 품고 있는 많은 것들을 하나도 모르는 채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오" 라고 나는 말했다.

"정말 내일이 안 온다면 좋겠지만" 하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만약 내일이 정말 오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그녀는 내게 입맞춤으로 그것을 막았다.

"내일 같은 것은 송골매에게 먹혀버리면 좋을 텐데." 라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내일을 먹는 것은 송골매라도 괜찮나요?"

"괜찮지. 꼭 맞아. 송골매는 예술도 먹지만, 내일도 먹지."

"소리개는 무엇을 먹었더라?"

"이름도 없는 사람들의 사체"라고 나는 말했다. "송골매와는 전혀 다르지."

"송골매는 예술과 내일을 먹나요?"

"그렇소."

"어째 상당히 근사한 짝이로군요."

"그리고 디저트로는 이와나미 신서의 목록을 먹지." 시마모토는 웃었다. "하지만 아무튼, 내일이에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pp.225-226)

 

 

 

자, 이것이 송골매의 출처다. 오천년만에 이 책을 펴들었다. 송골매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기 위해. 그러다 화들짝 놀랐다. 아니, 하루키의 책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하오체를..썼어? 책 속의 남자는 아내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내연녀에게는 이렇듯 하오체를 쓰고 있는거다. 으악. 하오체라니. 이제 무슨 로맨스소설이야? 왜 하오체를 쓰는거야? 안...안......안어울려 -_-

문득, 이 부분을 찾느라 조금 훑어보다가, 나 이 책, 최근에 나온게 있다면 최근걸로 다시 사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모르오, 그렇소, 라고 말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하루키 책이라니. 후-

 

무엇보다,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거다. 이거..무슨 내용이었지? -_- 이 책에 송골매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까맣다. 아주 까맣다(까만밤 아주 까만밤 너와내가 사랑했던 아름다운밤). 킁킁.

 

 

 

 

 

 

 

 

 

 

 

 

 

 

 

 

 

 

참..진짜... 이 책은...내가 신랄하게 백자평 쓸 예정이지만, 무슨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컴플렉스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써낸 책인 것 같다. 사랑은 아름답고 찬란하고 완전하고 완벽하여라, 오 마이 갓, 해피엔딩. 뭐 이런거? 어른들을 상대로 썼다면, 후우- 대체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가능할까. 아이들을 상대로 한 환상의 동화가 아닐까 싶다.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이런 울트라슈퍼메가톤급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걸까? 운명적인 사랑, 그들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패밀리. 그것이 완벽하고 아름답고 완전한 결말인걸까.

 

암튼, 됐고.

 

 

"제인과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알 수 없었다.

마이클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며, 제인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마이클은 난생처음 겪는 이런 복잡 미묘하고 격한 감정에 몸까지 아픈 듯했다. 한참 동안 샤워기 아래 몸을 맡긴 채 서 있던 마이클은 타월로 몸을 감고 세면대 거울에 서린 수증기를 손으로 닦아낸 다음, 면도를 시작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새삼 낯설다고 느끼며, 셰이빙 폼을 바르고는 성능 좋은 5중날 면도기로 살살 면도를 시작했다.

그때 일이 벌어졌다. 전에돈 한 번도 없었던, 생각조차 못한 일, 바로 면도를 하다가 베인 것이다. (p.166)

 

 

마이클은 항상 제인을 사랑해왔다. 그리고 우연히, 마찬가지로 평생 자신을 그리워하던 제인과 마주치게 된다. 그 둘이 보자마자 서로를 그리워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뭐, 두말하면 잔소리. 그런 그들은 만나면서 행복해하고,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내게 있을까, 내가 꿈꾸던 완벽한 사람이야, 라는 생각으로 함께 지내다,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질 때는, 돌아서자마자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그녀를 만날 생각에 들뜨고, 그녀 생각을 하다가 면도를 해 베이는 일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과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일. 그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몇 년전의 토요일.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했었다. 다 늦은 밤,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때만해도 나는 언제고 그에게 연락이 올지 몰라, 샤워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들고 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매어 있을 필요가 없었는데, 그 때는 핸드폰을 잠시도 손에서 떼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샤워하는 사이에 혹여라도 연락이 온다면, 내가 잽싸게 답하지 않는다면, 그렇게된다면 뭔가 틀어질 것 같아 그렇게도 조바심이 났다. 나는 네가 찾을 때 언제든, 어디서든 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반드시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샤워할 때도 꼭 그렇게 핸드폰을 들고갔고, 그 행동은 보답을 받아, 샤워를 막 시작했는데 연락이 왔다. 갑작스레 만나자는 전화였다.

 

평소의 나였다면, 아니 상대가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핸드폰을 받지 않거나 거침없이 '노'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갑자기 불러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밤에 나가는 것 역시 별로 내켜하는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상대가 그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그동안의 내 행동과는 달랐다. 나는 조금만 기다리라고,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나가겠다고 말하고 서둘러 샤워를 했다. 정성스레 화장을 하고 외출복을 차려 입었다.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을 입을까 망설이다 옷을 차려입고, 서둘러 밖에 나가서는 택시를 잡아탔다. 그가 기다리는 장소로 가기 좀 전에 내려, 쇼윈도에 나를 비춰보았다. 머리를 묶고 내 차림을 다시 점검했다. 괜찮아, 이 정도면 예뻐, 충분해. 그리고, 그렇게, 그에게로 갔었다. 그때는.

 

 

마이클이 샤워를 하면서 제인을 생각하는 장면 때문에, 나는 그때의 내가 생각났다. 샤워를 하며 그에게 연락을 받았던 일, 전화를 끊고 서둘러 샤워를 하던일, 샤워를 하던 내내 그를 만나러 갈 생각에 설레이던 일. 사랑에 빠졌다면 매순간이 사랑에 빠진 상대를 생각하느라 즐겁고 흥이나겠지만, 샤워를 할 때는 특히 더한것 같다. 샤워를 하는게 즐겁고 정성이 들어간다. 흥얼흥얼 콧노래도 부르게 된다. 평소엔 비누거품으로 몸을 닦았다하더라도, 사랑에 빠진 상대를 만나러 가기 전이라면, 향이 좋은 바디클렌져를 찾게 된다. 샴푸도, 린스도 모두 향이 좋은걸 쓰고 싶어진다. 이런 일들은, 윤종신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으악. 벌써 아홉시다. 오늘은 낮잠을 자지도 않아서 잠시후 잠들어버릴 것 같은데, 아흑, 그러면 월요일이 잽싸게 올텐데, 이 일을 어쩌면 좋담 ㅠㅠ

 

오후에 엄마와 뒷산에 산책을 다녀왔다. 어제도 나는 선물받은 와인을 따서 엄마랑 둘이 신나게 마시고 맥주까지 또 마셔서 기절한 듯 잠들었었는데, 좀 전에도 나는 또 한 병의 와인을 땄다. 그리고 또 엄마랑 신나게 마셨다. 지금 맥주를 더 마시고 싶은데 내일이 일요일이라 참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갈등중이다. 어째야하지...아 어쩌지.......

 

그리고 이제 무슨 책을 읽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싶었는데, 솔로몬의 위증이 계속 눈에 걸린다. 남동생이 먼저 읽은 터라, 내가 빨리 읽으면 슈퍼바이백으로 팔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쩝.....근데 뭘 저렇게 두껍고 세 권이나 되지. 걍 읽지말고 팔아버릴까. 그러면 왜샀지? 팔려고 샀나? 아- 뭘 어째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시 책장 앞에 서서 무얼 읽을까,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 읽어야할 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차라리 몇 권되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장애가 오진 않았을텐데.. ㅠㅠ

 

이러는사이 일요일은 야금야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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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애편지 - 다락방님께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3-11-26 00:08 
    어떤 상대에게 매혹되는가.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이 흔히 그렇듯 문득 발견되는 동질성인가, 아니면 내게 전혀 없는 그 무엇인가. 그녀는 나와 다르다.그녀는 나와 같은 것을 봐도너무나 다르게 느낀다.처음엔 그 다름에 호기심을 가졌다. 아마 나는 여러 글 중에 단번에 그녀의 글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그녀가 고기와 남자 아닌 다른 주제를 다룬 글일지라도 말이다.그녀의 글은 이를테면 독특한 체취를 가지고 있다.다르고 또한 아름답다.그래서 좋아져버렸다.
 
 
2013-11-24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5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3-11-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연유가 있었군요.
아... 일요일이 1시간 20분 남았어요 ㅠㅠ

다락방 2013-11-25 13:05   좋아요 0 | URL
벌써 월요일 점심시간! (이 지나버렸네)
전 오늘 점심으로 순대국을 먹었어요. 아주 맛있었습니다.

레와 2013-11-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늘이 월요일이 쪼큼 반가워요.



저녁에 세븐스프링스 가기로 했걸랑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11-25 13:05   좋아요 0 | URL
난 지금 ㄷㅎ 님 꼬셔서 매운족발 먹으러 가자고 할까 어쩔까...아침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3-11-2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저 책, 당연히 읽었건만 송골매 나온 건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능 ㅠ_ㅠ
저도 요즘 안 읽고 책장에 내내 꽂혀만 있는 책들 그냥 팔아버릴까 생각될 때 있어요. 사긴 왜 샀을꼬 한탄 -_-;;;;;
월요일도 곧 지나갈 거에요. 얼른 퇴근해서 와인마시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다락방 2013-11-25 13:06   좋아요 0 | URL
전 송골매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저게 아내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 좋아하는 건지도 전혀 몰랐어요. 새로 번역된 걸로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어휴..책을 읽으면 뭐해요. 이렇게 아무 생각이 안나는데 ㅠㅠ

전 토요일도 일요일도 와인을 마시고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런데도 집에 와인이 또 남아있어요. 떨어지지 않게 사두어야겠어요. 홍홍홍

건조기후 2013-11-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왜 하필 송골매였을까? 또 궁금해지네요. ㅎ
송골매 송골매 자꾸 쓰고 읽으니까 단어가 이상하게 보여요 ㅎㅎ 뭐든 그렇지만.


서재도 오랜만에 오니까 낯선데, 다락방님 덕분에 온기가 느껴져서 참 좋아요. ^^

다락방 2013-11-25 16:12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저렇게 뜬금없이 툭툭 잘도 내뱉는 것 같아요. [댄스댄스댄스]에서는 '수에즈 운하'도 뜬금없이 툭 내뱉거든요. 저는 하루키의 그런점이 엄청!!!!!!!!! 좋아요. 므흐흐흣

건조기후님이 온기를 느끼셔서 좋다니, 저도 좋습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

2013-11-25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5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3-11-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런 때가 있었지요.. 벌써 오래 전 일인데, 그 때의 감정은 순식간에 다가오네요~ 그런 순간을 겪고.. 그러고 시간이 한참 지나고.. 우연히 그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사람의 마음은 참 알 수가 없네요..ㅎㅎ 책 내신 거 축하드려요~~ 당근 12쇄보다 훨씬 많이!!!! 아.. 싸인 받아야 하는뎅 ㅎㅎ

다락방 2013-11-26 17:48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입니까, 꼬마요정님! ㅎㅎ 오랜만입니다.

저는 그 당시에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는 거, 그런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고 그 순간이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경험, 그런 감정이 내 것이 되게 해줬으니까요.
그런 경험이 매순간 오질 않잖아요.
물론, 꼬마요정님 말씀처럼, 이제는 더이상 그 사람에 대해 그런 감정이 들진 않지만 말예요.

카스피 2013-11-2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늦었지만 책출간 축하드려용^^

다락방 2013-11-26 17:4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모든것들이 내 생각과 달랐다.

 

나는, 내 이름을 단 책이 나와도 그 책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무말도 말아야지. 신간을 검색하다 혹여라도 그 책에 대해 알게 되고 읽고 싶어지는 사람들은 그 책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페이퍼를 쓸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래도 역시, 쿨하고 의연하게 그저 보고 넘길 생각이었다. 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다 알아도 나는 모르는 척, 그렇게 지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다른 서재에서 내 책의 출간 소식을 알게 된 알라디너들이 내 서재로 와서 축하를 해줬다. 한두분도 아니고, 관련도 없는 페이퍼에 다들 축하인사를 해주시는데, 정말이지, 몸둘바를 몰랐다. 여기까진 내가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 서재로 와서, 내게 축하인사를 건넬거라고는 정말이지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내 책이 나왔다고 정식으로 말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아랑곳않고 그저 축하인사를 건넸다. 나는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나는 내 고집대로 하려 했는데,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잊지않고, 나를 축하하고, 그렇게 손을 내밀어주어서 나는,

 

굉장히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게 잘되라 해주다니.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그렇게 축하를 건네다니.

 

나는 정말이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빨간장미가 가득 담긴 꽃바구니를 받았고, 줌파 라히리 같은 글을 쓰라는 메세지와 함께 줌파의 신간 원서를 받았고, 색색깔의 꽃바구니를 받았고, 와인을 받았고, 또,

 

많은 축하 댓글을 받았다. 나는 , 내가 책을 냈는데, 그런 내가 선물을 받고 축하 댓글을 받을줄은 몰랐다. 내가 뭔가를 베풀어야 하는데, 내가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 저녁엔 엄마와 선물 받은 와인을 마시면서, 엄마, 나는 정말이지 좋은 사람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어, 라고 말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신념 따위, 고집 따위, 송골매에게나 줘버리자고 생각했다. 그 땨위 다 버리고, 내 책 나왔다고 한 번쯤 써야겠다고, 그게 축하인사를 건넨(심지어 벌써 구매자평도 달렸다)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책 링크를 내 서재에서는 하지말자고 생각했지만, 흥, 나도몰라, 나 책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도 받았다. 내내 감사하고 고맙고 뭉클한 날들이다.

 

 

 

 

 

 

 

 

 

 

 

 

 

 

 

 

 

 

 

 

내 책이 나오기 이틀전에 나경원의 책이 나왔다. 지난 주말에 대형서점에 갔더니 안선영의 책이 11쇄를 찍었더라. 사실, 나는 내 책이 나올 때, 2쇄라도 찍을 수 있을지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최소한 나경원의 책보다는 많이 팔리기를, 안선영이 11쇄이니, 나는 12쇄를 찍을 수 있기를. 그런 목표가 생겨버렸다.  

 

12쇄까지 나오면, 독서공감 다음 시리즈도 내야겠다(응?). 움화화핫.

 

 

 

- 댓글로 또 문자메세지로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트위터로 깨알같은 홍보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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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11-2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좀...... 소박하시네. 112쇄도 아니고. ㅎㅎ

조만간 독서에세이 분야를 평정하시고 (누구처럼) 이를 쑤시기 바랍니다. ^^

웽스북스 2013-11-2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생각이 짧군요 ;p 난 다 생각했는데 (메롱)

12쇄 갑시다. 아자아자!!!

웽스북스 2013-11-2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락방님, 왜 하필 신념이나 고집을 송골매한테 주는 거에요? 왜? 왜?

건조기후 2013-11-24 01:24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요! 심지어 송골매'에게나'라니... 다락방님은 배철수 아저씨가 우스운 거예요? ㅎ

관찰자 2013-11-24 17:45   좋아요 0 | URL
아마도,
하루키의 책에 나오는 표현일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 님이 안선영이나 나경원을 이기기 위해 한몫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연 2013-11-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쇄 고고~ 안선영이나 나경원이라니. 정말 비교가 안 되는..;;;;

맥거핀 2013-11-24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몰랐네요. 뒤늦게 축하드립니다. 부디 목표달성X10 하시길.^^

코코죠 2013-11-2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경원 따위 안선영 감히... 락방님이 쵝오! 12쇄 달려봅시다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합니다♥

2013-11-24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3-11-24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태그 ㅋㅎㅎㅎ

당근 12쇄 가야지요~ 다락방님은 책 내셨으니, 이제 독자들이 달릴 차례~~
시작합니다, 고고씽!!!

세실 2013-11-2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제목이 다락방님이랑 참 잘 어울려요~~~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도할게요!

순오기 2013-11-2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다락방님 축하해요!!
내가 관계하는 도서관 3곳의 구매리스트에 넣어서 사겠어요, 불끈!!
12쇄~~~~~ 갑시다!!

좋은날 2013-11-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합니다. 야클님 말씀처럼 소박한 꿈 같아요.. 예전에 다락방님의 애정담긴 서평을 읽고
순례자의 책이 다락방님의 책인줄 알고 사서 읽었는데 아니었더군요.
다락방님의 소설이 언젠가는 나오리라 기다리던 사람이 여기 있답니다.
저도 다락방님이 줌파 라히리 같은 글을 쓰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게되는 저는 조용히 열렬히 응원합니다~

M의서재 2013-11-2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정말 축하합니다~
자주 인사하지는 못해도 다락방님 글 보면서 웃고 즐거워했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는군요~
다시 한번 축하드리구요~
12쇄~ 응원합니다~!!^^

BRINY 2013-11-2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12쇄! 저도 응원합니다.

관찰자 2013-11-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알라딘에 취직을 하신 다는 둥
밑밥(?)을 뿌리시더니
책을 내셨어요.ㅠㅠ
우와.
왜 내가 감동적이지?

12쇄까지 거뜬히 달릴 수 있게 저도 빨리 사서 읽어봐야지.

축하드려요~

jongehuk 2013-11-2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국에서 주문했습니다. 축하드려요! ^^

Mephistopheles 2013-11-2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늬 근데 어쩌다 마주친 송골매가 뭔 죄가 있다고.......^^

근데요 참 궁금한게...책 표지 모델은 혹시 다락방님이신가요..???

(아님 말구)

레와 2013-11-2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무스탕 2013-11-2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글도 당연(!)하지만 여기에 글을 남겨야 제대로 축하하는 기분이 들것같아요 ^^
12쇄 찍으려면 인쇄소 무지 바쁘겠어요. 그 날이 우리가 생각한 날보다 훨씬엄청겁나게빨리 오기를!

저도 메피님처럼 저 표지가 다락방님이실까 궁금해 하고 있다능.. +_+

가연 2013-11-2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헝헝ㅎㅎ 저도 감히 몇 자 끄적여드리고 싶은데.. 다들 너무 멋진 추천사들을 써주셔서... 저는 역시 패스해야겠어요, 하하하핳하하하하하 책을 읽고 리뷰 꼭 남길께요, 풋.

이진 2013-11-2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랜만에 뵙는데 이게 무슨 축보예요!
두근두근 이유경 작가님 ^___________^


세상에 떨려!

애쉬 2013-11-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다락방님 글 책으로 안만들어주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 맘은 다들 비슷한 거군요.
축하드립니다~~~

늘 다락방님, 하면 졸리가 떠올라서, 저 표지는 당연히 졸리를 닮은 다락방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12쇄 찍으면 앞모습 나오는 표지로 2권 가는 건가요??

자하(紫霞) 2013-11-2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나오셨군요! 12쇄까지 저도 힘을 보태겠어요! 작가 사인 받아야하는데...

테레사 2013-11-2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내 그럴 줄 알았쥐~! 예감이 맞긴 처음이네요...축하보다는 배가 아프다는..진심을 말하면, 너무한가요? 우하하하....정말 정말 나경원보다는 많이 팔리고 찍었으면 좋겠어요..이건 정말 진심^^

moonnight 2013-11-2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야클님 말씀이 맞아요. 112쇄는 찍으셔야죠! ^^ 조만간 전업작가로 전향하시는 거? +_+;;;

네꼬 2013-11-2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하필 송골매한테 줘요?

네꼬 2013-11-25 12:57   좋아요 0 | URL
궁금증 해결했어요. 응.

마노아 2013-11-2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 밀려오는 잠을 무릅쓰고 주문을 넣는데 롯데카드가 튕겨버렸어요. 세번 연속이요.
우왕, 오늘 다시 주문할 거예요. 12쇄 거뜬히 넘깁시다. 다락방님, 축하해요!!

깐따삐야 2013-11-2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른 분 페이퍼에서 먼저 봤네요. 출간 소식을. 정말 축하드려요. 책 꼭 읽어볼게요. 다음엔 소설을 써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홧팅! ^^

무해한모리군 2013-11-2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락 축하해요~ 책 꼭 읽고 어서 리뷰쓸게요 ^^
한번더 와락~

꿈꾸는섬 2013-11-2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좋은 소식을 이제야 접했네요.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저도 얼른 장바구니에 담아야겠어요.
완전 기대돼요.^^

감은빛 2013-11-2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아직 장바구니에 들어있어요.
요즘 좀 바빠서 결제를 미루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마음은 빨리 받아보고 싶어 안달이 나네요.

나경원과 안선영과 굳이 판매 경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책을 늘 가까이 하는 우리 알라딘 분들은 모두 이 책의 가치를 잘 알텐데요.
그래도 이왕 출간한 책, 많이 팔아야겠죠!
저도 열심히 읽고 추천할게요! ^^

페크pek0501 2013-11-2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소설에 대한 정보가 가득할 듯... 해요.
그래서 유익과 재미가 쌍으로 있는 책이겠죠.
아직 읽지 못해서 그러나 응원의 뜻으로 제 페이퍼에 책을 넣었답니다.

2. 님이 추천해 주신 <선생님의 가방>을 읽었어요. 잔잔하면서 짠한 소설입니다. 여운을 크게 남기는...
덕분에 좋은 독서 시간을 가졌어요.. 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소설을 찾아 읽지 못했을 거예요. ^^



2013-11-25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3-11-2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저로선 진짜 미스터리 같은 일!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려요.~~~~~~~~~~~~~~

섬사이 2013-11-2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다락방님,
예전부터 멋졌지만 앞으로 더 멋져질 것 같아 걱정이에요.
날개옷 찾아 입은 선녀처럼 훌쩍, 멀어질까봐요.

하지만 일단 걱정은 덮어두고 축하드려요.
내가 서재를 버려두다시피 하다가 다시 찾게 되는 데는
다락방님을 비롯한 몇 분의 따뜻함 때문이라는 거 알고 계신가요?

너무 잘 나가게 되더라도 늘 여기 이 자리는 따끈하게... 해주세요.
(아, 난 너무 이기적이야!)

에르고숨 2013-11-2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에 댓글을 달아야 정식으로 축하인사가 되는 건가 봅니다ㅎㅎ. 진심 축하합니다!

2013-11-2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다락방님 본명이 참 이쁘시네요. 책 내신 거 축하드려요. 잘 읽어보겠습니다.^^
 
[100자평]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















이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의 이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만약에 내가 지금보다 젊어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 남자는 분명히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여야 할 거예요. 원대한 목표와 이를 성취할 능력이 있으며 동료들에게도 주목받는 뛰어난 사람이어야죠. 나의 헌신을 받을 만한 가치도 없는 평범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아요." (p.174)



뒷표지에 인용된 문장은 저게 전부라, 나는 당연히 이 책 속의 주인공이 저렇게 말했으며, 저것이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가장 대변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 말은 우리의 여자주인공인 '에드나'가 한 말이 아니었다. 저 말은, '라이즈'가 에드나에게 한 말이다. 남편과 두 아이를 가진 여자인 에드나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 '로버트'를 사랑한다고 짐작하기에, 저 말을 라이즈가 한다. 만약 자기가 사랑에 빠진다면 이러한 남자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라고. 거기에 대해 용감한 에드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라이즈 양, 이제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하는 건 바로 당신이예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단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랑을 모르는 거겠죠. 무엇 때문에 여자들이 사랑의 이유를 분명히 알 거라고 단정하는 거죠? 여자들이 상대를 골라 가며 사랑한다고 생각하세요? 속으로 '자! 여기 대통령이 될 가망이 있는 뛰어난 정치인이 있어. 저 사람과 사랑에 빠져볼까?' 아니면, '이 음악가에게 내 마음을 줘야겠군. 이 음악가의 명성이 온통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잖아.' 라고 할까요? 그도 아니면,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이 금융가는 어떨까?' 이런 식으로 행동하나요?" (p.175)



에드나는 이런 걸 아는 여자다. '가치가 있는 남자'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 가치는 사랑한 후에 찾아온다는 걸. 그러니 책의 뒷표지의 저 인용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뒷표지에 이 책의 인용문이 실려야 했다면, 그건, 에드나의 이런 말이 왔어야 했을 것이다.



"왜죠?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인데, 어째서 그를 사랑하나요?"

라이즈 양이 물었다.

양 손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 쥐고 있던 에드나는 무릎을 꿇은 제 친구 앞으로 두어 번 몸을 끌어당겼다.

"왜나고요? 그는 머리카락이 갈색이고, 관자놀이까지 길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기 때문이고, 코는 조금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이죠. 입술은 두 개이고 턱은 네모난데다, 어렸을 때 야구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새끼손가락을 똑바로 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또 ‥‥‥." (pp.175-176)



아니면 이 말이 와도 좋았을 것이다.



"로버트가 돌아오면 어쩌실 건가요?"

"어쩌다니요? 아무것도요. 그저 살아 있다는 게 기쁘고 행복하겠죠."

에드나는 로버트가 돌아온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낮게 깔린 어두침침한 하늘에 우울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철벅거리는 거리를 걸으면서도 기운이 솟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p.176)




나는 연애를 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은 짝사랑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름다운 구속' 이란 단어를 믿지 않는다. 그건 성향의 문제일 수 있겠는데, 나는 구속이 아름답게 느껴진 적이 없다. 누군가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고 끌어안는 것은 물론 행복하지만, 상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요구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길 요구하는 것들이 진행되다보면 금세 지치고 만다. 힘이 빠진다. 특히나 상대가 나에게 그런 걸 요구할 때 미칠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만두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의 무심함 때문에 상대가 서운해하고 속상해하고 힘들어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런 모든것들이 없는 상황으로 되돌리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역시 사랑은 짝사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가 완벽한 게 아니라 짝사랑이 완벽하다. 나 혼자 시작하고 나 혼자 애를 끓이다가 나 혼자 원망하고 종국엔 나 혼자 뒤돌아서고 울면 끝나는, 그런 짝사랑. 상대에게 가혹한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냉정하게 뒤돌아서며 눈물을 삼킬 필요도 없다. 상처를 받는 건 온전히 나 혼자만의 몫이고 상대에게 미안함도 가질 필요가 없다. 상대는 당연히 나 때문에 서운해하지도 속상해하지도 않아도 된다. 생각할수록 완벽한 건 짝사랑인 것만 같다. 



아, 근데 이 얘기가 왜 나왔지. 아, 에드나. 에드나의 로버트에 대한 연정. 에드나는 로버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쑥쑥 자라, 그녀는 자신의 '아내로서의' 또 '엄마로서의' 일상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고, 혼자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자꾸만 커진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초조하고 비로소 혼자가 되었을 때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는 로버트의 소식을 좇는다. 라이즈 양에게는 로버트가 편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집에 찾아가 편지를 읽곤 한다. 그를 생각하고 그를 기다린다. 



에드나는 로버트가 돌아오는 장면과 두 사람이 재회하는 첫 순간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려 왔다. (p.212)



에드나는 로버트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숨쉬는 게 기쁘다고 느껴졌고, 그렇기에 그가 돌아오는 순간을, 돌아와서 자신과 처음으로 마주치는 그 순간을, 그토록이나 기다려왔다. 그러나 재회의 첫순간은 그녀가 기대한대로 오지 않았다. 그녀가 라이즈양을 찾아갔던 날, 라이즈 양이 집에 없어 그녀의 열쇠를 찾아 문을 따고 들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때, 그렇게 예정에도 없이 로버트가 라.이.즈.양.의.집.으.로, 방문했다. 반가울 수 있었다. 물론, 반가울 수 있었다. 얼마나 그리워한 사람인가. 그런데.



"언제 돌아오셨어요?"

에드나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피아노 의자 위에 앉은 그녀의 모습이 불편해 보였는지 로버트는 그녀에게 창문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 사이 로브트가 대신 피아노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저께 왔습니다."

그가 이렇게 대답하며 피아노 건반 위에 팔을 올려 기대자, 귀를 거슬리게 하는 불협화음이 울렸다.

"그저께요?"

그녀가 큰 소리로 로버트의 대답을 반복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저께라"하고 계속 되뇌었다. 그동안 로버트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상상을 해 왔는데, 그저께부터 같은 하늘 아래 그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자신과는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라이즈 양이 "바보 같은 사람, 로버트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라고 말한 건 분명 거짓말이 틀림없다.

"그저께라고요?"

그녀는 라이즈 양의 제라늄 꽃가지를 꺾으며 또다시 되풀이했다.

"그럼, 오늘 여기서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을 못 만났을 수도, 아니, 그러니까, 나를 보러 올 생각은 없었던 거죠?" (p.210)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가슴 아파서 못읽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정확히 이런 적이 있었다.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런데....흑흑. 머릿속으로 내내 그를 떠올리며, 돌아오면 그는 나에게 가장 먼저 연락할거야, 나에게 가장 먼저 찾아올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 에드나에게 '그저께' 돌아왔다고 말하는 로버트라니. 아, 야속하기 짝이 없어. 물론, 나는 알고있다. 로버트가 왜 그랬는지를.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는 에드나를 사랑하는 자기의 마음을 꾹꾹 눌러담으려고 했던 그를, 나는 안다. 그러나 그가 그렇다고 에드나에게 말하지 않았으므로, 에드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야속하고 또 야속할 따름이다. 그가 돌아온다는 기대로 설레이고 희망에 가득 찼다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는 않은, 이 상황. 



그녀는 로버트가 미웠다. 그래서 그녀 역시 로버트에게 무심해지기로 결심했다. 이는 한 사람에 대한 연정을 품다가 그에 대한 서운함이 몰아칠 때 누구나가 다 쓰는 방법이다. 나도 이제 너한테 관심 안 둬, 니가 나한테 하는 것처럼 무심해질테야! 그러나, 해봤다면 알겠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쉬운가.



에드나는 로버트를 만나면 최대한 무관심하게, 그리고 그가 그런 만큼 최대한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던 터였다. 이런 결심은 그녀가 조금만 의기소침해지면 자연스레 드는 이성적인 사고의 고된 훈련을 통해 이뤄 낸 것이었다. 하지만 작은 정원에서,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눈앞의 그를 보자 그토록 단호했던 결의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신이 모든 일을 계획하여 자신이 가는 길로 그를 인도해 준 것만 같았다. (p.228)



이런 빌어먹을, 젠장. 왜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거야. 대체 왜.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그녀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는 또다른 남자가 자꾸 그녀의 열정을 톡톡 건드리니, 자기 안에 꿈틀거리는 욕망이 자꾸만 바깥으로 터질듯 새어나오니, 이 모든걸 그녀는 무슨수로 막아내는가. 아니, 그 욕망과 열정은, 그리고 자신안에 그런 것들이 넘쳐나고 있었다는 걸 그녀는 대체 왜, 이제서야 깨달았단 말인가. 사회로부터 '헌신적인 아내, 헌신적인 엄마' 가 되기를 압박받고 있는 바로 이 위치에 있을 때. 왜 하필 이 때 에드나는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한 것인가. 왜 바로 이 때. 대체 어느 누가 그녀를 이해하고 지지할 것인가. 남편과 아이가 있고, 그들과 사이가 나쁜것도 아닌데 '혼자만의 공간'이 갖고 싶다며 따로 작은 집을 얻는 그녀를. 그 곳에서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를, 대체 어느 누가 지지하고 이해해줄 것인가 말이다. 남편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세상이 그녀를 손가락질 할 걸 알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간다. 그림을 그리고 작은 집을 얻는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기 위해, 살고 싶은대로 살기 위해 용기를 낸다. 그러니, 그녀를 사랑하는 로버트도 용기를 내기를, 그녀는 바란다. 




그녀는 로버트가 자신에게 왜 거리를 두는지 그 이유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것들은 극복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로버트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런 이유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열정 앞에서 분명 무너지게 될 것이다. (p.223)



바로 여기에 에드나와 로버트의 차이가 있다. 바로 여기에 에드나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이 '극복될 수 없는 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로버트에게 그것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에드나는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그에게 다가서려하고, 로버트는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뒤로 물러서려 하는 것이다. 한 쪽은 이루려 하고 한쪽은 잊으려 한다. 모든걸 다 버리고 그를 선택하려고 용기를 냈는데, 그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했다면,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 혼자만 용기를 낸다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이 책 생각이 계속 났다.





어제는 퇴근전에 배가 너무 고팠고(늘 그랬지만!), 곤드레밥이 무척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퇴근시간을 다른때보다 더 기다렸다. 퇴근하는 즉시 곤드레밥 먹으러 가야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따뜻한 곤드레밥이 나오면 양념장을 넣어 슥슥 비벼 먹고 싶었다. 얼른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퇴근길. 발걸음을 빨리해 식당으로 갔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기도 전에 '곤드레밥 하나요!' 라고 크게 말했다. 옷을 벗고 의자에 앉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고 물을 따르고 책을 보며 기다리자 싶어 책을 꺼냈는데, 주문한 밥이 나왔다. 꺅!



 

 


 

 



반찬중에 달래무침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한 번 더 달라고 해서 달래무침을 두 번이나 싹 비워냈다. 너무 맛있어서 저렇게 한 숟가락 가득 떠 한 입에 넣고 씹는데 진짜 행복한거다. 너무 맛있어. 흑흑. 나는 몇 번이나 입에 가득가득 밥을 넣고 씹으며, 만약 곤드레밥 먹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흑흑, 음식 광고 모델 섭외가 들어왔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아- 나 이러다가 곤드레밥 지면광고에 실리는 거 아닐까. 곤드레밥과 달래무침 사랑합니다. ㅠㅠ 히융.





오늘 출근길에 읽기 시작한 책이 너무 메롱이라서 짜증이 나는데, 고작 몇 페이지 안읽은거니 끝까지 다 읽고 판단하자 싶어 판단을 보류하고, 쌀쌀한 출근길, 오랜만에 커피소년의 노래를 들었다. 사랑이 찾아오면~ ♪ 


에드나 생각이 났다.






커피소년의 음악을 들으며 양재역에서 버스를 기다렸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버스에 탔는데, 버스 안에서 L 대리를 만났다. 귀에서 이어폰을 꽂고 함께 역에서 내렸는데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라고 그가 묻는다. 좋죠! 라고 말하고 가는길에 있는 스벅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나 가끔 여기 일찍 오면 저기 구석에 앉아서 샌드위치 먹고 가요, 라고 말했다. L 대리가 빵터지며, 아니 왜 구석에서 먹어요 환한 데서 먹지, 안 뺏어 먹어요, 하는거다. 그래서 말했다.


뺏어먹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 그리고 샌드위치 진열장 앞으로 가서 나는 이 샌드위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L 대리는 어느 케익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얘기하다가 주문한 커피가 나와서 커피를 들고 걸어가는데, 앞에 C 과장이 보인다. L 대리가 크게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말했다. 안돌아볼걸요? 뛰어가서 때려야 돌아봐, 귀에 이어폰 꽂았을 거에요, 라고. 사무실에 도착해 물으니 역시 귀에 이어폰을 꽂은 상황이라 부르는 소리를 못들었다고 했는데, C 과장은 스벅에서 나를 봤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L 대리랑 두분이서 굉장히 다정하게 케익코너를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안들어갔어요.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완전 빵터졌다. 난 .. 난.. 케익 코너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여자가 되고야 마는걸까.



덧. 이 책을 읽도록 해주신(번역서가 있음을 알려주시고, 인용문으로 읽기의 충동을 부채질해주신) ㅇ ㄹ ㄱ ㅅ 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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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1-22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에게 최고의 환희와 깊은 비애의 유일한 원천이 되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아무런 책임도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나는 지나이다의 손안에서는 마치 말랑말랑한 밀랍과도 같은 존재였다.<첫사랑>

1.참... 신기하죠. 늘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자발적 '을'이 되어버리니까요.

2.에드나는 '강신주적'으로 산다고 봐야겠군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

3.곤드레밥 맛나겠다! 한번도 못먹어 봤어요. 고기 반찬이 없었는데도 그렇게 맛있게 드셨다니 믿을수 없습니다만....

4.그나저나 다락방님, 이리 와요, 이리와서 나랑 족발이나 먹읍시다.

5.푸헬헬헬 축하합니다!!!!!!!!!!!!!!!!!

2013-11-21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3-11-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퐈요. 책임져!!!
제목만 보고 밥먹고 읽어야지 했는데 그만 클릭 해버렸네~ ㅋㅋㅋㅋㅋㅋ

비연 2013-11-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드래밥... 아.. 꼴깍...ㅜㅜ

2013-11-21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1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13-11-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축하해요 마이페어레이디!♥.♥

비로그인 2013-11-22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 소문 없이 책을 내셨네요.
음, 고수는 역시 다르군요ㅎㅎ
표지가 아주 멋지던데요.
얼른 구입해 읽겠습니다.
축하합니다 다락방님!^^

2013-11-22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2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3-11-2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제 다락방님 예전 페이퍼를 보다가, 다락방님 이름을 알게 된 거예요.
이멜 주소로 막 추정을 해서...
너무너무 기뻐서, 아, 나는 다락방님 이름도 안다~ 흐믓해하고 있었는데...
책 소식을 오늘 아침에 들었어요~

아, 책에 이름이, 나만 알고 있다 좋아했던 이름이 떡!하니.
역시나, 나만 알고 있을수는 없구나.
나만 좋아할 수는 없구나.
이 인기 많은 다락방님을....

책 내신거 축하드려요.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그래도 너무 기쁘네요.

노란곰 2013-11-2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대박대박^^ 서민 교수님 블로그갔다가 알게됐어요^^
매일 들어오는 다락방님의 서재, 이젠 다락방 작가님의 서재라고 불러야겠네요^^

저도 꼭 책 살께요. (그런데 저자강연회나 사인회 안하시나요? 아니면 족발파티라던가.. 기뻐서 마구 친한척 하고가요오-)

비연 2013-11-2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여기 와서 다시 축하드려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 예상되리만치... 글을 잘 쓰시지만,
막상 책을 냈다 하니 너무너무 반갑네요! 축하 파뤼해요!!ㅎㅎㅎ

네꼬 2013-11-2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님 내가 바쁜데 지금 막 빨리 댓글 달고 싶어서 일단 이렇게 해요. 축하해요! 꺅 멋져!! 원샷해라!

heima 2013-11-2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듣고 제 심장이 두근쿵쾅했어요! 아아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다락방님!!

hnine 2013-11-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무지, 진짜, 많이, 대따 많이! ^^

dreamout 2013-11-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하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ㅎㅎㅎ
축하해요!!! ^^

2013-11-22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3-11-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정말 놀라운 혹은 당연한 소식을 들었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예전같이 맨날 드나들었으면 눈치를 챘을지 모르겠지만 발걸음이 뜸해진동안 저를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셨군요. ㅎㅎ
정말 축하드리고요, 작가로서의 나날도 즐거보세요 ^^

moonnight 2013-11-2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합니다. 당장 주문해야겠어요. ^^

자작나무 2013-11-2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해요! 금방 나왔네요~이런 날이 올줄 알았죠 대박나서 음식공감,남자공감 시리즈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보스에게 책을 주는건 조심해야해요. 보스라는 사람들은 대개 업무시간에 일안하고 책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첨에생각없이 보스에게 책을 줬다가 오히려 엄청 후회했어요. 이후로는 나오는 책마다 꼬박꼬박 보스를 공저자로 넣어줘야 했다는...;;;;;
아뭏든 다과장님 사인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출판기념회랑 저자와의만남 행사에 꼭 참석할게요~족발 사들고 막 뛰어가고싶네요~~

kimji 2013-11-2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문이 자자~^^ 축하해요!!! 내 이런 날 올 줄은 알고 있었으요!! 와방 축하!! 올 연말, 화끈하게 보내시겠어요!! 으아~ 둏다둏다!

여울 2013-11-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꼭 사볼께요!!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 - -

paviana 2013-11-2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대박나실거에요. 미녀 작가님!!!

페크pek0501 2013-11-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 님, 축하드려요.
책 대박 나시길!!!!!!!!!! 기원합니다.
(나도 꼭 구입해 읽어야지... ㅋㅋ)

2013-11-2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내셨구나! 웅와웅와
많이 많이 팔려서 다락방님이 맛있는 거 많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헤헤. 축하해요!

건조기후 2013-11-2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 저에요. 어느 새 로그아웃이 돼있었.. ㅎ

프레이야 2013-11-2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전 왜 눈치를 못 채고 있었을까요ㅎㅎ 제가 다 설레고 떨리고 기뻐요. 진심 많이 축하드려요♥♥ . 파티 해야되는 거 아니에요? ^^.

2013-11-23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3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는 자신의 서있는 자리가 위태로움을 느낀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학살'을 보고도 보지 못한척, 듣고도 듣지 못한척 하려하고, 그 학살을 이끄는 자들의 무리에 속하고자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자리는 굳건히 지켜질 수 있으니까. 그녀는 잘 해낼수 있으리라 믿었다. 소수를 희생해서 다수가 살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은가,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사랑을 알게 됐다.



사랑을 알게 되니 그 사랑이 소중해진다. 그 사랑을 지키고 싶고, 그 사랑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누군들 안그럴까. '한수영'의 로맨스 소설인 <연록흔>과 <혜잔의 향낭>에 보면 '널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도 약점이 생겼다' 라는 남자 주인공들의 대사가 나온다. 이 소설속의 여자에게도 약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사랑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누군가를 구해내야겠다는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채 계속 두 눈 질끈 감고 잔인한 행동에 합류할 수 있었을텐데.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 계획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어도 그녀는 못들은 척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나자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말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일들이 서늘하게 그려진다. 서늘하고 잔인하게. 그녀가 사랑하는 순간만 잠깐, 반짝이는 불이 켜질 뿐.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처럼.



럭이 막막한 어둠 속에서 말했다.

"뇌를 촬영한 영상이 있어요. 본 적 있어요?"

"글쎄요."

"난 본 적이 있어요. 사람의 뇌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뇌 속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요. 그걸 포착한 사진인데, 꼭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불빛이 켜졌다가 꺼졌다가 다시 빛났다가 꺼졌다가. 반짝반짝하거든요."

"크리스마스트리 본 적 있어요? 여긴 더운 나라인데."

"크리스마스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곤 럭이 혼자 웃었다.

"사실 직접 본 건, 리조트가 생기면서부터네요. 그것보다 더 많이 본 건 저 별들이죠. 그러고 보니, 뇌의 영상이 저 하늘을 닮은 것도 같네요. 검은 바탕에 흰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거든요."

요나는 럭을 따라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음 순간 럭의 떨리는 목소리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내가 당신을 떠올릴 때,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별이 빛나고 있을 거예요. 나도, 당신도, 그걸 직접 보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별이 반짝이고 있을 거예요." (pp.188-189)



이 소설은 내내 찬바람이 부는데(물론 배경이 되는 나라는 더운 나라이지만), 이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만 온기가 돌았다. 


잠깐, 

데워지는, 

공   기. 


그리고 소설은 여자와 남자를, 더 큰 바람, 더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으로 내몰고 만다.



조금만 더, 아주 약간만 더,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흠잡을 데 없이 서늘한 소설이다. 고발성만 갖추고 마는 작품이 아니다. 작가는, 주인공에게 가차없다. 아니, 이 세상에 누가 주인공인가. 어디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나 역시, 커다란 자연앞에 하나의 생물에 지나지 않을진데.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읽기전에 감히 말하자면, 아마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이 책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 생각이 깨지면 좋을텐데. <무중력 증후군>을 읽을까, <1인용 식탁>을 고를까?















지난 토요일, 친구와 레스토랑에 들러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었다. 와인과 손톱을 꼭 한 데 묶어 촬영하고 싶었는데, 그러려고 하다보니, 스테이크가 너무 빈약하게 나와 시무룩..


 



지방에서 만난 우리는, 이걸 다 먹고, 후식으로 나오는 아주 맛있는 티라미수 까지 다 먹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아 글쎄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덕진게 먹고 싶다며 족발을 주문하는거다! 그러나 우리도 사람인지라, 몇 점 먹고 포만감에 더이상 먹을 수 없게 되어 족발을 남겼는데, 크- 남긴 족발은 다음날 아침에 더 맛있어 진다는 걸 다들 알고 계시는지?


다음날 아침. 배가 고파져서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넣고(참깨라면~) 사다 놓았지만 다 마시지 못해 냉장고에 들어있던 맥주를 꺼내 컵에 따라 마시면서(500 두 캔이나!), 지난밤 남긴 족발을 함께 먹는데, 와- 완전 맛있는거다. 그 시간이 아침 아홉 시. 으크크크크크크크크크. 아침에 먹는 푸짐한 식사. 라면과 족발과 맥주! 아, 너무 맛있고 행복해서 정말이지 쉬지 않고 먹었다. 이렇게 먹는 나를 보고 친구는 '너 정말 배고팠나보구나' 라고....난.........난.................아침도 푸짐하게 먹는 게 좋아. 흑흑. 지난밤의 스테이크보다 아침의 차가운 족발과 뜨거운 사발면, 그리고 아침맥주가 더 맛있었다. 아하하하.



체크아웃을 하고 그 도시의 영풍문고에 들렀다. 그러다 한 책장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말았는데, 그 책장에 내가 읽은 책이 너무 많았기 때문. 내가 읽은 책들을 꺼내어 보았다. 그리고 이쪽 저쪽 방향에서 찍어 보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이게 소설 코너니까 가능했지, 다른 코너였으면 어림도 없었을 거다.



 

 


 

 


 


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또 무얼 먹을까. 일단은 커피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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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11-1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이 손톱이 느무느무 이쁘네요. 그리고 저 책 ㅋㅋㅋ 재미나요.

다락방 2013-11-19 13:21   좋아요 0 | URL
한 칸에 제가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신났어요! 그렇지만 저렇게 제가 읽은 책이 많은 칸은 딱 저 한 칸 뿐이었어요. 하하하핫

단발머리 2013-11-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위의 인용하신 문장들 넘 좋아요. 나도 이런 이야기 듣는 여자주인공이고 싶다~~~
근데, 저 부분 빼고 다 서늘하면.... T.T

와인과 손톱, 그리고 스테이크 모두모두 아름다워요~~ (묶여서?)
아침맥주랑 족발, 사발면도 같이 나왔다면 내가 이쁘다고 해줬을텐데.. ㅋㅎ

다락방 2013-11-19 13:20   좋아요 0 | URL
좋죠? 낭만적이고 따뜻하고..전 가뜩이나 크리스마스를 좋아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고 하니까 참 좋더라고요. 뇌가, 누군가를 생각할 때 저렇게 된다니. 멋져요..

지금은 매니큐어 지웠는데 손톱 엉망이에요. 어휴..메롱이에요 메롱. 손톱 메롱 ㅠㅠ
아침맥주랑 족발, 사발면은..먹느라 정신 팔려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네요. 전 음식 보면 먹느라 정신을 잃어서 거의 사진을 못찍어요. ㅋㅋㅋㅋ 그나마 저 사진은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빨간 손톱, 빨간 와인,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핫

Forgettable. 2013-11-1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용 식탁 내가 줄게용!

다락방 2013-11-19 13:19   좋아요 0 | URL
꺅 >.< 좋아요 좋아요. 안그래도 1인용 식탁이 더 끌리더라공 ㅋㅋ

건조기후 2013-11-1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은 책이 하나도 없 ;

아침의 캔맥주와 뜨거운 컵라면과 차가운 족발 ㅎㅎ 그냥 보면 생뚱맞은 조합인데 다락방님이 먹으니까 뭔가 찰떡궁합같아보여요. 다락방님이 먹기 전까지 너는 단지 캔맥주와 컵라면과 족발에 지나지 않았다 다락방님이 먹어 주었을 때 너희들은 비로소 근사한 아침메뉴가 되었다 ㅎㅎㅎ

손톱 정말 예뻐요!

다락방 2013-11-19 16:39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이 서점의 책장 앞에 서서 읽은 책들을 뽑아 내신다면, 저 역시 그 목록들 중에 제가 읽은 책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장담합니다. ㅎㅎ

오랜만이에요, 건조기후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와락- 안고싶네요. 반가운 마음이 가득해 말이지요..

2013-11-1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3-11-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고은,, 손보미.. 이 작가들 평이 좋네요. 전반적으로..
저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다락방 2013-11-20 08:55   좋아요 0 | URL
윤고은은 처음인데, 가볍게 읽고 말겠지 싶었는데, 참 좋았어요. 기대하는 작가가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