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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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삶을 읽어내는데 갖는 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매일 아침신문의 한컷짜리 만화, 촌철살인의 박재동, 허영만의 치밀함과 이현세의 여운. 사태의 본질이 드러나고 위선은 웃음거리로 변한다. 이런 깊이는 고우영선생과 김성환선생의 터밭에 이루어진 수확들이다.

일본만화와 궤를 달리하는 이런 우리만화의 문학적, 사회적 깊이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 우리언어와 정신에서 나온 독특한 것이다. 그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어떠하든 박광수의 만화가 던진 상쾌함과, 이제는 다소 질리게 만들지만 처음 접할때의 양영순 등은 분명 우리시대의 강력한 독해법이다.

오세영의 만화는 인물들의 고단함과 주제에 대한 침묵이 김동인을 닮아있다. 그래서 1995년의 만화보다는 1980년이나 그전의 정서를 자극하는 고전적 냄새가 난다. 이책에 실은 그의 만화는 단편적 성격으로 인해 즐기는 만화가 아닌 주제의식이 있는 만화로서 함량이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뛰어난 주제의식과, 전통적인 단편소설과 70-80년대 민중소설의 맥을 잇는 문학적 분위기가 녹아나는 2000년대의 거작을 바라는 것은 작가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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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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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누랜드 박사는 죽음의 사실적 장면을 우리 눈앞으로 가져온다. 사실 의사라고 하더라도 그런 장면을 떠올리기는 싫은 법이다. 심장발작의 숨막히는 순간, 알츠하이머의 비참한 결말, 호흡마비의 절규와 얼굴색깔, 처참한 타살의 순간을 견디기 힘들게 우리에게 들이민다.

그가 이야기 하고픈 것은 죽음은 아름답지 않다는거다.죽음은 숨길 수도 거역할 수도 없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유대인인 이 의사는 스토아적인 생각을 내비친다. 자연이 흘러가듯 죽음은 당연한 것이라는거다.

의료윤리의 근본적 명제가 결국 삶이 무엇이냐는 주제로 귀결되듯, 죽음도 그 일부일 뿐이다. 죽음은 받아들이기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죽음 직전에 당황할만큼 기만적인 죽음에 대한 환상은 버리고 죽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고혈압 당뇨에 의한 죽음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운동을 하면된다. 사고사가 맘에 안들면 운전습관을 바꾸면 된다. 동사,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가 싫으면 술을 줄이면 된다. 다만 죽음에 대한 환상만 버리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는 운동을 매일하고 체중을 7-8 Kg 줄이게 됐다. 만성질환에 의해 길어지는 죽음의 과정이 맘에 안드니까... 현실을 직면하는것 분명 삶의 지혜다. 이 책은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헌데 신판이 가격이 너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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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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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느낌은 몽상적이라는거다. 꿈속 같기도 하고 현실 같기도 한 느낌. 진심을 토로하는 것 같으면서도 꿈속 이야기에다 붙여 이야기하는 거짓말 같기도 한 느낌.

또 이책의 느낌은 귀엽다는거다. 귀여운 하루키...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한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 이건 하루키인데 훨씬 내용이 청소년용이다. 처음 만난 요시모토상은 바나나라는 이름만큼 귀엽다. 앗! 책날개의 저자사진을 보지 말걸 그랬나. [베이비위스퍼]의 트레이시 호그 이후 두번째 충격이다.

그래, 만화였으면 어떨까? 다소 몽환적인 가라앉는 분위기. 아름다운 미소년 미소녀들.. 다소 우스꽝스러운 엄마인 아빠. 정말 더할 나위 없는 명작이었을텐데. 만화로 봤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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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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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나라의 사람들은 우리와 어찌 그리 다른지... 우선 친절하다. 특히 여성들은 진심으로 싹싹하다. 하지만 친해져서 속이야기를 하다보면(혼네데스네...) 그 해맑고 걱정없어 보이던 사람속에 어두움이 많음을 보고 놀랐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엔 [상실의 시대]라기 보다는 내겐 [상실의 나라]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일본사람을 보며 우리와는 이질적인 공허감 같을 걸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기댈 사람, 죽지 않을 이유가 되는 끈이 필요한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그 끈이 약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너무 가까운 도피구이다. 그것이 일본에선 쉬운 방법으로 오래동안 문화에 존재해 온 것 같다.

이 책이 처음 나올 당시만 해도 우리에겐 자살은 그리 익숙한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보면 하루키 때문이랄건 없지만 우리 정서도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어느덧 우리도 자살이 익숙한 사회가 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들은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과 남겨진 고통, 이 교감하에 벌어지는 서로를 위로하는 인간의 약함을 보여준다. 상실감과 허약한 심리적 기반들. 그들을 사랑하고 또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우리도 겪게 될  아픔들과 방황 그리고 허우적거리며 지푸라기라도 붙잡고픈 마음...그 해결을 성적 부분으로 끌어감도 참 그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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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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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논리야]를 쓴 작가의 책, 신문 언론의 찬사,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다. 책은 외장이 아름답고 삽화들도 정성이 들어있으며, 분량도 글씨크기도 편집도 너무나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을 친구나 후배들에게는 권하기 어려운 책이다. 다소 언론과 선전으로 포장되어 책 자체의 내용을 보면 권한 사람에게 실망할까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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