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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일본이란 나라의 사람들은 우리와 어찌 그리 다른지... 우선 친절하다. 특히 여성들은 진심으로 싹싹하다. 하지만 친해져서 속이야기를 하다보면(혼네데스네...) 그 해맑고 걱정없어 보이던 사람속에 어두움이 많음을 보고 놀랐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엔 [상실의 시대]라기 보다는 내겐 [상실의 나라]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일본사람을 보며 우리와는 이질적인 공허감 같을 걸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기댈 사람, 죽지 않을 이유가 되는 끈이 필요한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그 끈이 약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너무 가까운 도피구이다. 그것이 일본에선 쉬운 방법으로 오래동안 문화에 존재해 온 것 같다.
이 책이 처음 나올 당시만 해도 우리에겐 자살은 그리 익숙한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보면 하루키 때문이랄건 없지만 우리 정서도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어느덧 우리도 자살이 익숙한 사회가 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들은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과 남겨진 고통, 이 교감하에 벌어지는 서로를 위로하는 인간의 약함을 보여준다. 상실감과 허약한 심리적 기반들. 그들을 사랑하고 또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우리도 겪게 될 아픔들과 방황 그리고 허우적거리며 지푸라기라도 붙잡고픈 마음...그 해결을 성적 부분으로 끌어감도 참 그들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