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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외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10월
평점 :
살다보면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주는 책들이 있다. 올해의 뒤통수는 단연 이 책이다. 복잡한 그래서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현상 뒤에 감추어진 질서정연한 새로운 코스모스. 그것은 네트워크와 허브였다. 관계의 측면에서만 설명되는 현재의 모습, 그것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허브의 존재, 이것은 무질서라고 생각했던 표면적 사건을 수학적 아름다움과 설명되는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런 수학적 아름다움의 배후에는 [성장]과 [선택적 링크]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링크가 계속 생겨나고 이 링크는 더 우월한 곳을 찾아 연결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거대 허브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노드의 질]이 경쟁관계에서는 중요하고 독점관계에서조차 생존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네트워크는 그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 책은 분자생물학이 지적유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에 빠졌던 나에게는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면에서 크게 유익했으며, 우리가 이해하고 설명하는 지식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주어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판단을 유보시키는 현상설명]이다. 부자가 더 많이 버는 현상, 거기에는 가치 판단이 들어있지 않다. 소외와 집중, '백명이 사는 마을의 몇 부자들'과 그들의 허브로서의 현상이 그들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판단의 몫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 현상이 압도적일 때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현상을 거스르는 사람]을 볼 때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인간이다.
그래서, 네트워크는 [가치가 아닌,수단으로서 현상의 이해방법]이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은 이용하고자 일수도 있고, 보호하고자 일수도 있다. 더 잘 이해하는 배후에는 동기가 있다. 착취를 위한 이해와 사랑을 위한 이해. 선택해야 한다. 거스려야 할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스토아들은 'Let it be'라고 말하지만, 본성은 악하다라고 말한 사람들의 말에 진리가 있다. 그것은 [비도덕적 사회]의 힘이고,어쩔 수 없는 네트워크의 현실이다. 새로운 문으로 들어서는 열쇠를 든 사람은 무얼위해 이 힘을 선점하려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