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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 - 명사와 함께하는 커피 1
스탠리 웰스 지음, 신우철 옮김 / 라이프맵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선한 친구들이여, 부탁하노니 / 여기 묻힌 유해를 파헤치기 삼가시오. / 이곳의 돌들을 귀히 여기는 자에게 복이 있으라. / 그리고 내 유골을 건드리는 자에게 화가 있으라. -p24, 셰익스피어의 비문
'지난 400년 동안 셰익스피어는 천재적인 시인이자 극작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정작 본인은 상상치 못했겠지만 그는 교양, 정치, 윤리 등 여러방면에서 대가로 칭송받았고, 이제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만으로도 성공, 도전, 논쟁, 광기, 재능 등이 연상된다....' 후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와같은 평가를 수긍할 것입니다. 1564년에 태어나 1616년 사망하기까지, 서른 몇 편의 희곡과 서너편의 시집을 남긴 영국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출신의 이 작가는 이제 단순한 극작가가 아닌 인류의 문화적인 상징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그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책과 연구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가 이룩한 '세익스피어의 왕국'은 지금도 영토를 확장중이며 그 토대 또한 더 굳건히 다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러한 열기가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디에나 그렇지만,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러한 찬사와 열광에 시간이 만들어낸 퇴적물일 뿐이라거나 당시에는 그렇고 그런 대중작가였을 뿐이라고 폄하하거나, 그가 그의 작품을 쓴 진짜가 아니라는 등의 호사가들의 목소리도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당대에도 그의 동료 작가였던 벤 존슨이 셰익스피어를 기리며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 '에이번의 달콤한 백조'라고 불렀고, 당대의 유명한 극작가며 시인이었던 로버트 그린이 약간은 질투심이 담긴 듯한 '벼락 출세한 까마귀'라고 평가한 것을 보면, 당대에는 대중을 상대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극작가였을 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작품들 속에 지금과 같은 위대함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그냥 시류를 따라하는 천박한(?) 짓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셰익스피의 생애에 대해 남아 있는 기록은 그의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인 이 책의 앞 몇 페이지에 기록하면 될 정도의 수준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만 하더라도 그의 생애에 대해서 140여 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고, 셰익스피어의 전기나 그의 삶을 다룬 책들은 수백 페이지에 이르기도 합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그의 작품집을 제외하고는 셰익스피어의 삶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은 글쓴이의 상상력이 담긴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 암시되어 있듯이 셰익스피어와 커피 한 잔을 나누며 그의 일생과 작품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 상상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획의 본래 의도가 깊이 있는 지식의 전달보다는 간단한 소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대화 중에 등장하는 여러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셰익스피어의 일생과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셰익스피어에 대한 소개서로 간단하게 훑어보는 정도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 한잔을 조금 길게 마신다고 생각하고서 말입니다..... 물론 이 책의 내용도 셰익스피어의 일생에 대한 알려진 사실에 입각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노력했겠지만, 일생에 대한 균형있는 기록을 위해서는 저자가 고백하듯이 해석과 상상력에 기대어 대화를 이끌어 간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저자는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개인들의 추측이 쌓여 알려지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한없이 복잡하게 얽히게 만들었고, 이런저런 의견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어디서는 마치 사실인양 기록되고, 어디서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고 비판받는 경우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읽는 이로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한다면 셰익스피어를 깊게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디더라도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여기에 덧붙여 번역서보다는 원서를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부득이하게도 이 책에는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셰익스피어의 삶에 관한 기록이 많지 않아 상당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다. 따라서 이 인터뷰는 최대한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합리적인 추측으로 채워 넣으로 노력했다. 또한 사료에 나와 있는 셰익스피어를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듯 셰익스피어를 생각이 깊고, 현명하고, 남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성격 좋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되살려냈기를 바란다. -p11, 들어가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