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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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음은 없음만 낳느니라. -1막 1장 90행, 리어  

 멀쩡한 왕국을 세 딸에게 분할하여 양도하겠다고 생각한 리어왕이 딸들에게 요구하는 양도에 합당한 조건은 말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누가 짐을 가장 사랑하는지, 그래서 효성과 자격 갖춰 요구하는 딸에게 최고상을 내릴 수 있도록.'-. 그러한 요구에 대해서 맏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듣는 귀가 즐거워질 달콤한 말로 아버지 리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진실한 마음이 담긴 고백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감동스러울 수도 있을 그러한 사랑 표현에는 실제로 리어왕 자신이 듣고 소유하고 싶었을 그런 간절하고 깊은 사랑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다만 양도되는 땅과 권력에 눈이 먼 탐욕스런 마음을 감춘 공허하게 울리는 허영에 찬 말뿐인 것이지요. 이에 반해 셋째 딸 코딜리아는 말이 진실과 외양을 왜곡하여 전달할 수 있음을 깨닫고는 허영에 찬 말보다는 사랑의 침묵을 택합니다 - 코딜리안 뭐라 하지? 사랑으로 침묵하라 (1막 1장 62행)-. 그리고 당당하게 화려한 미사여구를 담은 사랑의 표현을 요구하는 아버지 리어에게 '없습니다, 전하.'라고 대답하고는 도리에 따라 아버지를 사랑할 뿐 자신의 마음을 겉치레를 섞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진심어린 행위에 담길 수 밖에 없는 것임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리어왕의 반응은 '없음은 없음만 낳느리라'는 냉당한 말과 함께 아무런 재산의 양도도 없이 코딜리아를 성밖으로 내어쫒아버리는 것입니다. 역자는 이러한 리어왕의 주제를 '사랑의 비어있음'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독자로서 이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이 작품속 주인공들의 삶과 말속에 '있음'과 '없음' -특히 코딜리아의 '있음'과 '없음', 그리고 리어왕의 있음'과 '없음'-의 의미에 대한 성찰만으로도 훌륭하게 이 작품을 읽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코딜리아의 '없음'과 리어왕의 '있음'이 동일한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초반에 없음이 없음으로 강렬하게 대립하며 파국으로 내달려가는 것은, 결국 코딜리아나 켄트의 진심어린 간언을 무시하는 리어왕의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오만과 딸들의 배신에서 생긴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광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리어왕의 성격적 결함이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의 비극적 서사를 따라가는 것도 이 작품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일 듯 합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서로 쏙 빼닮은 주플롯-두 딸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간 리어왕의 몰락과 광기어린 삶과 세 딸이 얽힌 이야기-과 부플롯-아들 에드먼드의 감언이설에 놀아나 큰아들 에드거를 쫒아내고, 에드먼드의 배신으로 반역자로 몰려 눈알이 뽑혀 쫒겨난 글로스터와 두 아들이 얽힌 이야기-이 서로 얽혀 동일한 주제를 교묘하게 연계시키면서 심화시켜간다는 점에도 있다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 권오숙, p79-고 합니다. 이외에 르네상스 시대에 자신의 노력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와 권력을 성취하려는 르네상스형 자아창출자의 전형으로서의 에드먼드의 모습을 통해서 신분이 세습되는 중세시대의 틀을 깨고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전조가 표현되고 있다는 점, 다른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처럼 광대-바보-를 통해서 신분이 높은 이들의 근엄한 척하는 삶속에 덕지덕지 붙은 허위와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 점 등도 유의해서 살펴본다면 이 작품을 더 깊이있게 대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쌍한 코딜리아! 하지만 안 그래, 왜냐하면 내 사랑은 분명히 내 입보다 무거울 테니까. -1막 1장 76-78행, 코딜리아 

 목숨 걸고 판단컨대 막내딸의 사랑은 가장 적지 아니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공허한 말 않는다고 인정 없진 않습니다. -1막 1장  152-155행, 켄트 

 그래도 전하께 간청컨대 의도 없이 말로만 기름 치는 기술이 제게 없기 때문에 -좋은 뜻이 있으면 전 말에 앞서 실천하니까요.- 이건 밝혀 주십시오. 전하의 은총을 제게서 앗아간 건 사악한 오점이나 살인 혹은 추잡함, 부정한 행위나 천한 짓이 아니라 그것이 없기에 제가 더욱 부자인 늘 조르는 눈빛과, 못 가져서 전하의 사랑을 잃었지만 안 가져서 저는 기쁜 혀라는 사실을. -1막1장 225-235행, 코딜리아 

 시간은 숨어 있는 흉계를 드러내고 감춰진 잘못을 창피 주며 비웃지요. -1막 1장 282-283행, 코딜리아 

 아저씨 없음을 이용할 줄 알아? (광대) 글쎄 몰라. 없음에선 없음만 나오니까. (리어) -1막4장 128-129행 

 그녀의 찌푸린 눈살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을 때 당신은 괜찮은 친구였는데, 이젠 값없는 숫자 영이 됐어. 난 지금 당신보다 낫다고, 난 바보지만 당신은 없음이니까. -1막 4장 182-185행, 바보 

 가장 천한 거지들의 쓸데없는 물건에도 여분은 있는 법. 인간에게 본능만 채우라고 한다면 사람 목숨 짐승 값이 아니냐. -2막 4장 262-265행, 리어 

 바람아 불어라. 빰 터지게! 사납게 불어라! 하늘과 바다의 폭풍우야, 첨탑들이 잠기고 풍향계가 다 빠질 때까지 내뿜어라! 참나무 쪼개는 벼락의 선구자, 생각보다 더 빠른 유황색 번갯불아, 내 흰머리 태워라! 만물을 뒤흔드는 천둥아, 둥글게 꽉 찬 세상 납작하게 깨부숴라! 조물주의 틀을 깨고 배은의 인간 빚는 모든 씨앗 한꺼번에 엎질러라! -3막 2장 1-9행, 리어 

 벌거숭이 몸으로 극도로 매서운 하늘과 맞서느니 넌 차라리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게 낫겠다. 인간이 이것밖에 안된다는 말이냐? 애를 잘 고찰해 봐. 넌 누에에게 비단도, 동물에게 가죽도, 양에게 양털도. 고양이에게 사향도 빚진 게 없구나. 하! 여기 우리 셋은 변질됐어, 넌 물 그 자체이고. 문명을 떨쳐버린 인간은 바로 너처럼 불쌍한 알몸의 두발 짐승에 지나지 않아. 벗자 벗어, 빌린 것들을! 자, 여기 단추를 끌러다오. -3막 4장 99-107행, 리어 

 이렇게 멸시받고 그 사실을 아는 것이 겉 아첨에 속 멸시보다는 낫구나. 운며의 여신이 포기한 맨 밑바닥 인생은 언제나 희망품고 공포 속에 살진 않아. 통탄할 변화는 최상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최악은 웃음으로 되돌아가는 법. 그럼, 불어라, 내 가슴에 안기는 실체 없는 바람이여. 최악으로 떠밀려 간 비참한 이 몸은 너에게 빚진 게 없단다. -4막 1장1-9행, 에드거 

 인간은 가는 것도 온 것처럼 견뎌야만 합니다. 다 때가 있지요. -5막 2장 9-11행, 에드거 

 운명은 한바퀴를 다 돌았고 난 여깄소. - 5막 3장 172행, 에드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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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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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인적인 꿈과 사회적인 꿈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온화한 것에 도움이 되며, 통찰의 순간들을 통해서 갈수록 세속화되어가는 시대에 지혜를 제공할 것을 꿈꾼다. 사회적으로는 개개인이 마음껏 성장하는 사회, 증오와 탐욕과 질시가 자랄 토양이 없어 죽어버린 사회가 창조되는 모습을 꿈꾼다. 나에게는 이런 믿음이 있고, 제아무리 참혹한 세상도 나를 흔들어 대지 못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후기', p247 

 Bertrand Arther William Russell.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그리고 철학자였으며, 한편으로는 사회비평가이자 반전반핵운동에 정열을 불사른 사회운동가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던 사람..... 그의 삶의 여정이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20세기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루어 내기 위해 몸소 행동할 줄 알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잃고 핍박을 받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앞장섰던 열정에 가득 찬 삶을 살았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열정에 사로잡힌 자신의 삶에 대해서 러셀은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삶을 이끈 세가지 열정에 대한 이러한 언급과 자신이 추구하며 살던 개인적, 사회적인 꿈에 대한 자서전 후기의 글을 통해서 '그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를 들여다보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제가 <Bertrand Russell's Best>인 이 책은 러셀의 저작물들의 내용을 발췌하여 모은 글이고 초고를 러셀이 직접 수정하기는 하였다고 하지만, 엄격하게 말한다면 러셀을 지은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고 차라리 편집자에 의한 러셀의 글모음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러셀의 저작 한 권, 한 권이 주장이나 논리에서 있어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부분 부분을 발췌하여 모아 놓은 것이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을 온전하게 표현해 내지는 못할 것이고, 더더구나 글을 발췌한 사람이 작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글을 발췌하고 편집하는 과정에 편집자의 취향이나 생각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테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러셀의 열정적인 삶이나 인류에 대한 연민을 행동으로 표현하던 사상 자체가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겠고, 다만 이 책이 숲을 보지 못한 많은 독자들에게 숲속의 도드라진 나무 몇 그루만 보여주는 근원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덧붙이는 말입니다. 이 책은 정치, 심리, 종교, 교육, 성과 결혼, 그리고 윤리라는 주제하에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에는 그에 어울리는 내용의 글들이 러셀의 저작에서 발췌되어 채워져 있는데, 전체적인 주제의 통일성 아래 배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글 전체가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수록된 발췌문 하나 하나가 그 나름의 독립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한 주제의 글들을 다 읽고 나서도 정리된 느낌보다는 여러 조각을 머릿속에 집어 넣은 듯한 느낌에 혼란스러움이 생기는데, 다행히도 각 주제의 말미에 '해설자의 닫는 글'이라는 글을 통해서 읽는 이가 러셀의 삶과 사상의 진수를 놓치지 않게 해당 주제에 대해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버트런드 러셀 최고의 재치와 지혜, 풍자를 모은 결정판' 또는 '러셀의 정수를 모은 책'이라고 표현되기는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의 진면목을 모두 체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계점을 온전히 인정한다면, 러셀이라는 인물이 가꾼 커다란 숲을 이 책을 통해서 기어이 모두 보고자하는 욕심을 버리고, 숲속에서 눈에 띄는 나무 몇그루만이라도 진지하게 감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욕심을 버리고 그리 인정하고 읽노라면, 세상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이 담기고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진실과 열정이 담긴 구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블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권태는 약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나고, 삶을 황폐하게 하는 권태는 활기찬 행동이 없는 곳에서 자라난다', '신념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증거가 있는 것을 신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2 더하기 2는 4" 혹은 "지구는 둥글다"를 두고 신념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증거를 감정으로 대체하고 싶을 때 신념이라는 말을 쓰는 것 뿐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과학이고, 우리가 모르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자의 과업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도주의를 기억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무시하라'..... 이 글들을 통해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진지하게 되돌아 간다면, 읽는 이에게 남겨진 과제는 이 책이 인용하고 있는 러셀의 글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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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을 고백하다 백제를 이끌어간 지도자들의 재발견 1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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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초고왕과 성왕. 삼국시대 -이렇게 부르는 것도 일각에서는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의 한 축이었지만 패망한 나라였기에 대부분이 잊혀지고 무시되곤 하는 것이 백제의 역사였지만, 그나마 우리에게 전성기를 이끌고, 부흥기를 이끌었던 왕으로서 낯설지 않게 기억되는 이름입니다. 물론 의자왕과 무녕왕은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한 나라의 기초를 다지고 부흥기를 이룬 근초고왕이나 성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패자의 나라였던 백제의 희미한 역사를 우리가 얼마나 바로 알고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겨진 역사의 기록이 워낙 빈약하기에 이런 저런 형태로 남아있는 유물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화 수준과 능력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곤 하는 나라가 백제이고, 실제로 많은 이들은 그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서 패망한 제국의 애처러운 뒷모습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앞서가던 웅대한 왕국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유물과 상상에 의존해서 하는 평가보다 빈약한 기록이나마 남겨진 역사 기록을 통해서 무시받던 백제의 역사에 최대한 다가서고자 한 이 책의 노력이 더 반가운 것은 바로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 나라의 역사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과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진지함, 미처 깨닫지 못하던 역사의 이면을 낱낱이 들여다보며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이 담겨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듯 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텔리비전 드라마 '근초고왕'의 내용에 대해서 우리의 백제에 대한 일천한 역사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일 뿐이라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근초고왕을 '백제에서 간신히 정권을 잡아 나라꼴이나 갖추어 놓은 왕 정도로밖에 묘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로 당시 역사에서 근초고왕은 고구려에 대항해서 남방의 마한과 가야, 왜를 전략적으로 공략하여 자신의 영향력 하에 묶어놓은 전략가적인 면모를 갖추었던 왕이었고,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고구려와 함께 한반도의 한 축을 형성한 백제의 전성기를 이끌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성왕에 대해서는 우리 대부분이 백제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왕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상의 지식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실제로 성왕은 근초고왕이 이루었던 '임나재건'을 앞세워 동아시아 남부의 맹주자리를 찾아 나아갔던 군주였고 그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백제의 중흥기를 이끌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가 이 두 백제왕의 업적을 찾아나서는데 사용된 기록이 기존의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빈약한 기록들이지만, 기존의 역사서들고 다른 면이라고 한다면 시대와 상황에 대한 고려를 통해서 그 역사 기록이 말하고 있을 법한 이면에 대해서 백제라는 나라의 입장에서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입장이 실제와 다른 억측을 낳을 수도 있겠지만, 무시되고 생략되어 버렸을 백제라는 나라의 역사에 나름대로 생기를 불어넣고 더 많은 역사적으로 그럴 듯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기록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가 절대 아니고, 또한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한 패망한 나라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잊혀진 역사에 살을 입히고 피를 돌게하는 나름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백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근초고왕과 성왕의 전략적인 업적으로 들고 있는 것은 바로 고구려에 대항하여 남방 세력을 통합하여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의 성취를 통해 남방에서의 세력을 굳건히 함으로써 북쪽의 고구려와 대등한 위치에서 백제를 전성기로 이끌수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두 백제왕의 주된 업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근초고왕이 마한을 병합하고 가야에 '임나'를 설치하고 여기에 일본부까지 함께 묶어 자신의 영향력하에 복속시키는 과정과 성왕이 신라와 연합하면서도 '임나 재건'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부분적으로 성공하였던 과정에 대한 것들입니다. 일견 한반도의 남쪽 일부와 일본(왜)를 아우르는 작은 세력권을 형성하였던 것을 대단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관점은 강력하게 성장한 북쪽의 고구려에 대항하여 남쪽의 백제가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국력을 키우고 국경을 넘어선 강자가 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근초고왕이나 성왕의 판단은 탁월했고, 그러한 전략을 성공시켜서 실제로 한반도의 강자로서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사람의 업적은 백제와 당시 한반도의 상황에서 충분히 평가받아야 할 의미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에 대해, 백제의 역사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근초고왕의 요서나 요동 경영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점이나 백제가 전성기에는 더 넓은 세력권을 형성한 해상왕국이었을 것이라는 사실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백제의 전성기의 기반이 되었던 세력의 역학관계에 대한 진지하고 세밀한 성찰은 백제의 역사만이 아니라 삼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되는 '임나'의 실체나 신라와 백제의 명운을 가른 것으로 평가되는 관산성 전투의 실체 등에 대해서 새로운 이해를 더할 수 있었던 것 등도 유익한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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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랙, 사라진 마법사를 찾아! - 판타지.모험 편 주니어랜덤의 걸작 시리즈
D. A. 넬슨 지음, 노은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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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리즈의 시작인 <모랙과 비밀의 섬>의 내용을 아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자신의 근본과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채 양부모에게 구박을 받으며 살던 모랙이 초보 마법사 도도새 '버티', 생쥐 '앨디스', 돌조각이었다가 풀려난 용 '쇼나'를 만나서 마법 세계로의 여행을 그린 내용인데, 모랙과 그의 일행이 마법세계 마르노크 모르를 지탱하는 '로르니시의 눈동자'라는 마법의 돌을 되찾아 오는 과정을 그린 모험담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악한 세력의 우두머리인 데블리시가 죽게 되고, 마르노크 모르는 평화를 찾게 되는데, 이번 이야기는 그 이후의 사건과 모험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전편을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읽다보면 등장인물과 서로 얽힌 관계,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해하는 속도가 느린 것 같습니다. 

 마법의 세계 마르노크 모르는 콤 브렉이 건설한 곳으로 마법사 몽고메리와 로르니시의 눈동자라는 돌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는 세계입니다. 인간들이 사는 세계와 마법의 힘으로 분리되어 있고, 몽고메리 마법사와 로르니시의 눈동자가 서로 떨어져 있게 되면, 마르노크 모르의 근본이 흔들리고 이 세계는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모랙의 모험은 인간 세계에서 의식에 쓰이는 단검이 사라지고, 이집트이 부적과 귀한 옥그릇, 고대 마법의 책이 사라지면서 시작됩니다. 마법의 세계 마르노크 모르에 머물던 모랙에게는 메피스타-모랙과 비밀의 섬에서 모랙에게 죽임을 당했던 데블리시의 딸-가 죽인 하녀가 자꾸 꿈에 나타나 위험하다고 알려주고, 급기야는 마르노크 모르를 지탱하는 마법사 몽고메리가 사라져 버립니다. 몽고메리가 사라진 마법 세계는 혼란에 빠지고, 모랙과 그 일행은 비밀의 섬 머스트에 있는 메피스타 일당과 이러한 일들이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고 마법사 몽고메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머스트 섬으로의 모험에 나섭니다......  

 눈앞에서 사라진 마법사 몽고메리를 구하기 위해서 마르노크 모르를 떠나 아직도 양부모가 눈에 불을 켜고 모랙을 찾고 있을 인간 세계의 어빈을 거쳐, 카일의 '바다 물귀신'호를 타고 머스트 섬에 잠입하여, 어둠의 세력들과 목숨을 걸고 겨루며 어렵게 몽고메리 마법사를 구해 다시 마르노크 모르로 귀환하기까지의 어린 소녀 모랙과 그의 친구들 -버티, 쇼나, 앨디스, 그리고 마법 목걸이 헨리-의 여정속에는 서로를 믿는 믿음과 사랑, 상대를 배려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모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아버지 데블리시를 살리려고 사악한 계략을 꾸민 메티스타와 그를 이용하는 또 다른 악의 세력, 마르노크 모르의 여왕인 플로라 여왕의 정체와 베일에 싸여있던 모랙의 과거와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베일을 벗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번 이야기의 중심은 마법사 몽고메리가 사라져 위험에 빠진 마르노크 모르를 모랙과 그의 일행이 용감히 모험에 나서서 사라진 마법사를 구해서 쇠잔해가던 마법 세계 마르노크 모르를 다시 멋지게 구해냈다는 것이고, 아마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에서 베일을 벗기 시작한 내용들이 더 흥미진진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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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성
버트란드 러셀 지음, 김영철 옮김 / 간디서원 / 2004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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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철학의 기초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임정대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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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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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버트런드 러셀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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