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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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는 표현은 아이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말에는 동의하겠지만, 온전히 자율성을 인정해주어야 할 독립된 존재로서의 아이를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간섭할 수도 있고, 부모의 판단에 필요하다면 강제력-물리적인 힘이 아니더라도-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양육의 과정에 있다는 면에서 그러한 생각들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제목의 '사생활'이라는 단어가 '아이'라는 단어와 어울려 있는 것이 무척이나 낯설어 보였습니다. 분명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의미가 우리가 타인의 개인적인 일들을 존중하듯이 아이도 그리 대해야 한다는 말을 아닐텐데..... 하지만 분명 지금까지 아이를 대하고 다루어오던 부모로서의 나의 자세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할 것들을 남기는 말입니다. 

 나의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라는 의문속에는 단순히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라는 말속에는 미래에 아이가 행복하고 좀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그리고 현재의 부모로서의 자신의 모습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그러한 소망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그 '어떻게'에 대한 해답으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 주는 것, 예를 들면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는 더 많은 경험을 하도록 이끄는 것 등으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는 조기교육에, 그리고 아이의 나이가 들어가면 영재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아이도 그리 만들어 보고자 심혈을 기울이는 부모들이 상당합니다. 앞뒤 생각없이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리 따라가는 이들도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되집어서 '이런 삶을 아이는 행복해할까?' 또는 '정말로 이래야만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결국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어떻게'라는 것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라고 또는 아이가 무엇인가를 하도록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한계일 듯 합니다.  

 이 책에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대답들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접근하고 양육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즉 두뇌의 발달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남자와 여자의 뇌의 차이를 통해서 남녀의 양육방식의 구별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중지능이론을 통해서는 아이마다 지닌 나름의 장점을 찾아 살려나가고 부족한 부분을 키워나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아이가 자라서 미래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키워가는 도덕성이라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자아존중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또한 아이가 미래에 닥칠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낙관적이고 끈기있는,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원천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텔리비젼 프로그램을 통해서 관심을 끈 내용들인지라,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부모로서의 관심의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뭔가 아이에게 해 줄 것만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결국은 우리 주위의 수많은 학원들처럼 또 다른 다중지능 배양학원, 정직성 기르기 과정, 자아 존중감을 키우는 학습지 등등의 우스운 변형들만을 만들어 내는 왜곡을 저지르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아이의 진정한 행복, 즉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미래를 밝게 헤쳐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말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덧붙여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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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랜드 -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의 임상 기록
폴 브록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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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드르 루리야, 올리버 색스. 신경과학 중 특히 신경심리학이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보았을 이름입니다.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책 한두권 쯤은 읽었을 것이고, 책속에 담긴 여러 뇌손상이나 뇌질환으로 인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일상적으로 대하던 세상이나 사람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소설같은 삶들을 대하였을 것입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질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설같고, 한편으로는 소설같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이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러한 사람들 -우리 뇌를 들여다보며 그 신비함을 탐구했던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나 카를 구스타프 융과 같은 이들이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정신병이나 신경증 등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 깊숙히 숨겨져 있던 심리학적인 문제들을 세상에 들춰내기 시작하면서 우리 정신세계의 이해를 위한 바탕을 마련하여,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이 1세기하고도 조금더 전의 일이었는데, 아마도 지금의 신경과학자들이나 신경심리학자들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뇌의 여러 질환과 증상들에 대한 임상증례들의 소개 속에도 그러한 경이로움과 영향력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소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이해서 단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거리에 머무는 것들이 아니라,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이 그랬듯이 그러한 증례들 속에는 우리의 존재나 자아, 의식, 그리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에 대한 연속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자신에 대한 심오한 전망과 경이로움을 담고 있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신경과학을 비롯한 뇌를 연구하는 여러 학문들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상당히 낯선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뇌를 촬영하는 다양한 영상학적 진단방법 개발되어, 우리 뇌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가능해지면서 신경심리학과 같은 학문분야가 훨씬 흥미로워지고, 그러한 흥미로움이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일 것입니다. 실제로 알렉산드르 루리야나 올리버 색스의 책들을 읽다보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주인공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앓고 있는 질환과 증상들이 마냥 신기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사람의 책은 실제 임상증례에 대한 3자로서의 객관적인 증상의 관찰과 그와 연관된 뇌의 이상 부위에 대한 설명의 형식이기에 그들의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도 그러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는 떨어져있는 타자로서의 더 객관화된 느낌을 가지기 바라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흥미롭과 관심을 끌지만, 내 자신의 문제, 내 등뒤에 지워져 있는 내 짐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의 불행한 질환 또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들리곤 하기에 그러한 질병과 함께 나타난 여러가지 증상들이 한 사람으로서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성찰없이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두 사람의 책들과 이 책의 차이점이 분명해집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도 대부분은 저자가 다루었던 환자들의 증례이겠지만,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나와 무관한 사람이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관점은 이야기 속 주인공의 삶을 저자 자신과 읽는 독자들까지도 자신의 일처럼 되뇌이게 만들고, 그러한 과정은 여러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부단히 나의 대답이나 생각을 묻곤 합니다.  

 저자는 책에 소개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단순히 특이한 증례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자신이 의도한 세계로 이끌고 갑니다. 어제도 존재했고 오늘도 존재하고 내일도 존재할 '나'라는 사람이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근간이 되는 그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기억의 문제라면 잃어버린 기억과 시간속에 존재했던 나는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나를 나로 표현해 주는 자아란 무엇인가? 또한 의식이란 무엇인가? 머릿속 어디에 '나'라는 자아 또는 의식이 존재하는가? 등등 '나'와 자아, 의식과 영혼 등의 실체에 대한 질문들..... 아마도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안겨주고 싶었던 생각거리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릿속 어디를 뒤져보아도 마음이나 자아, 의식이라는 개념이 담겨있을 장소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지...... 저자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마음이나 자아, 의식이나 영혼이라는 것은 '우리 뇌의 작동의 결과이고 우리 뇌가 물리적, 사회적 세계를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존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그러한 것들은 '과정과 상호작용에서 생겨난 것이지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나라는 존재가 생각, 느낌, 의도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 느낌, 의도 등이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다' 또는 내가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나를 말해준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잘 드러내 주고 있는 부분이 바로 '텔레포테이션과 복제인간'이라는 장에 담긴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자아란 무엇이고, 의식이나 영혼과 두뇌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등등..... 아마 저자는 자신의 환자와 학문이 다루는 영역을 통해서 이러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던져보고 싶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 던지기는 앞으로 우리의 두뇌를 다루는 여러 학문들을 통해 우리가 대하게 될 미래와 우리 자신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요구하는 듯 합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나'는 누구라는 질문이나 대답이 의미가 있을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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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교수의 구석구석 우리 몸 산책
권오길 지음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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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들에도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당연시 되던 놀이나 활동이 이제는 부모 세대의 추억어린 기억에 지나지 않을 뿐, 지금의 아이들의 관심사는 컴퓨터와 게임기들에 훨씬 더 쏠려 있는 것도 그렇고, 어른들이 사무실에서나 집에서 일을 하고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도 그런 측면의 하나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이고 상상과 꿈을 담을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우주가 그렇고, 좀 진부한 주제인 듯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인체가 그러하고, 또한 우리 뇌의 세계가 그러한 영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것이 밝혀졌고, 많은 지식들이 새롭게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아는 것보다는 아직까지 모르는 것들이 더 많고, 알고 있는 것들도 우리가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훨씬 더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 (인체)'에 대해서 살펴보자고 하면,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우리 몸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우쭐대며 나서지 않을까 합니다. 눈, 코, 귀, 입에 대해서, 몸을 싸고 있는 피부에 대해서, 그리고 심장과 폐, 콩팥과 내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그동안 배운 지식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몸을 사용하며 이모저모로 다루어본 경험도 있으니, 그런대로 쓸만한 지식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편적인 지식에 '왜?' 또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차례로 들이대면 이내 많은 부분에 대해 자신감보다는 머뭇거림과 머리를 긁적임이 앞서게 되고, 그리 망설이게 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는 잊고 지냈던 우리 몸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세포에서 시작하여 우리 몸의 여러 감각기관과 폐, 심장(염통), 소화기관, 혈액과 순환계, 호르몬계, 신경계 등의 우리 몸의 각 구성 기관에 대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야기, 그리고 노화와 죽음, 유전과 진화, 약물과 중독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한 인체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한 생물학자가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대한 풍부한 생물학적인 정보를 담은 것입니다. 머리말에 언급되었듯이 부가적으로 여러 용어에 대한 한자와 영어의 사용을 통한 배려가 담겨 있고, 청소년들이 읽도록 내용을 다듬은 것도 있고, 전문적인 내용에 식상해하지 않도록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관련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사이사이에 첨가한 것도 있지만,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이루고 있는 여러 기관들에 대해서 세밀한 생물학적인 내용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그러한 면이 한편으로는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과 내용들로 인해서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읽어가다 보면, 분명 우리 몸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비함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나'라는 존재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밤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보며, 아직도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곤 합니다. 아마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끝을 가늠하지 못한 광활함에 대한 경외로움, 그 안에 숨겨져 있을 많은 비밀스런 사실들에 대한 신비로움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의 몸 -또는 세포-를 작은 우주라고 표현합니다. 과학적으로 많은 것들이 밝혀진 듯 하지만, 그러한 사실들에 '왜?'라는 물음표를 붙이면, 여전히 그 안에는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면 느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우리 몸이라는 작은 우주를 산책하기 위해 그려진 지도라고 표현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강 그린 지도가 아니라 상당히 세밀하고 꼼꼼히 그린 지도요, 중간중간에 심심해지지 않도록 산책로 여기저기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들려주는 그런 알찬 안내서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이 지도를 통해 많은 이들 -특히 청소년들이-이 그럴듯한 말장난이나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을 과학적인 듯 포장하여 현혹하곤 하는 사이비 정보들을 걸러낼 수 있는 기초가 되고, 우리 몸에 대해서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이 안에 담긴 지식과 정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산책로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키워가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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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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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카타 우파니샤드- 

 이야기의 처음을 선문답처럼 들리는 이러한 구절로 시작한 것은 이 글속에 분명 저자가 이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담겨 있기 때문일 듯 합니다. 저자가 500여 페이지가 되는 두툼한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문제 의식은 바로 구원에 이르기 위한 험난한 여정 또는 우리 삶에서 구원을 대면한다는 것  자체의 어려움이나 난해함에 대한 간접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면도날의 칼날을 넘어선다는 것, 그리고 구원에 이른다는 것 등은 어쩌면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 이상의 영역, 곧 신의 영역이고 믿음이 필요한 종교의 영역이라고 해야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구원이라는 그러한 거창한 주제를 조금 더 우리 삶에 가깝게 끌어 내려본다면 아마도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대신해도 될 듯 합니다. 

 전쟁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던 전우가 눈앞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경험을 하면서, 삶에서 썩어 문드러질 고기덩어리 이상의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청년 래리.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방황과 고행(?) 등은 아마도 앞에서 언급한 한 영혼이 구원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약혼자와의 결혼까지 뒤로 미루고, 시카고에서의 가족과 친근한 이들과의 교류마저도 무심하게 뒤로한 채, 그는 낯설은 파리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독일과 중국 및 기타 동양의 여러 나라들을 떠돌고, 인도에서의 수행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고단한 여정을 꾸려 갑니다. 그러한 여정 가운데 그의 삶은 때로는 도서관에서 공부로 때로는 뒷골목의 술집이나 식당에서의 체험으로, 때로는 고단한 탄광 생활이나 농장에서의 노동으로, 그리고 때로는 수도사들과의 공동체 생활이나 인도 수행자들 속에서의 수행으로 채워집니다. 비록 저자 자신이 화자로 나서서 들려주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바로 래리의 이러한 삶의 목적 또는 의미를 깨닫기 위한 고단한 여정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래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면서 자신이 깨닫은 것들을 실천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가 찾던 것의 어렴풋한 그림자나마 얻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가 말하는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그러한 구도자로서의 삶은 계속되어야하는 진행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듯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주제를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구도자들의 삶이나 여정이라고 규정하는 것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생각한다면, 즉 우리 각자가 고행이나 수행에 참여하거나 어떤 종교의식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자기 나름의 구원에 이르기 위한 -삶의 의미를 찾거나 만들어 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일상의 삶속에 투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각사람 개개인이 나름대로 면도날을 넘어서기 위한 지난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주인공인 래리에게만 집중되었던 독자들의 시선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 속의 다른 인물들에게까지 이를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엇은 끈질기게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사교계에 남아있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으로 그 자신이 넘고자한 면도날을 보여 주었고, 소피는 자신에게 닥친 삶의 불행을 술과 마약 그리고 남자들로 채우다가 결국은 면도날에 베여 넘어진 경우이겠고, 래리의 약혼자였던 이사벨은 결국 자신을 사랑한 그레이와 결혼하기는 하였지만 옛사랑의 그림자를 다 지우지 못하고 현실과 욕망사이를 오가며 면도날 위에서 중심을 잡고자 곡예를 펼치고 있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 본다면 인간 개개인에게는 나름대로 넘어서야 할 면도날의 의미가 다 제각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는 차치하고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이야기의 형식이 저자가 화자가 되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들려주는 형식이기에 주제의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긴장감보다는 차분함이 또 때로는 그러한 차분함이 과하다 못해 느슨함으로까지 느껴지곤 합니다. 분명 주인공인 래리가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면도날을 넘어서기 위한 내면의 갈등이나 좌절, 그리고 때로 느꼈을 환희나 감동 등에 대해서 훨씬 더 생생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저자는 그가 스스로 이러한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담담하게 주인공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들과 그가 전해 들었던 내용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면도날을 넘어선다는 것, 그리고 구원에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에 대한 주인공의 생생한 이야기보다는 어렴풋하게 다가오는 그림자만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의미가 비록 저자가 그러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결론으로 뭐라 우길 수 없는 그러한 종류의 문제이기에, 여러 인물들이 그 자신의 삶을 통해 내보이는 각자의 삶에 대한 사랑과 좌절을 보면서 독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의미를 묻고 숙고해 볼 것을 권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살던 시대와 공간이 분명 많은 차이가 있기에, 특히나 바쁜 현대인에게는 더더욱이나 사치스럽게 느껴질수 있는 래리와 다른 주인공들의  '삶에 의미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삶에 대한 몸부림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역설적으로는 가장 필요한 우리 자신을 위한 삶의 자양분이지 않을는지..... 책장을 덮으며 한번쯤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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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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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그 이름을 들으면 단순히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라는 사실 이상의 의미 또는 권위를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지도자로서의 그의 능력보다는 그가 그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 담긴 종교적인 신비로움이 그러한 권위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요. 어찌보면 망명정부의 지도자로서의 달라이 라마와 종교 지도자로서의 그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미국 의회 황금메달을 받았다는 사실 등은 그의 삶 자체에 담긴 평가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양적인 가치관에 몰입해 있는 세상에 영적 지도자로서 중심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삶으로 내 보인 것들에 대한 존경과 인정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은 현재 세상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서, 달라이 라마와의 인터뷰 형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시도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현실에서 이루어 갈 것인지에 대한 그의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처음에는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 체제를 더 선호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장점과 특징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본주의 체계를 자신의 종교적인 관점과 융합시키려는 고민과 구상을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전세계적으로는 엄청난 부가 창출되고 풍요로움이 넘치는 듯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은 어떤 형태여야 하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달라이 라마라는 불교지도자의 생각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지도자상은 불교에서의 수행이나 명상 등의 가르침을 통해 리더 스스로가 자신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며, 그런 상태에서 자신이 체득한 가치들을 실제 비지니스에 반영하고 또한 의사결정 과정이나 정책수립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실천적인 사람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그러한 리더를 통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또한 그러한 리더들의 연결이 꼬리를 물고 이루어진다면 결국 오늘날 서구화된 문명과 가치관이 봉착해 있는 난관들을 헤치고 전일론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의 성취를 위해서 필요한 '진정한 리더는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보편적인 책임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와 도덕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는 사람이고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이 달라이 라마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형식이 대담 형식인지라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머릿속을 맴도는 산만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했다면 훨씬 이해가 쉬웠을 수도 있는 내용이 두 사람의 대담 형식에 단편적으로 담겨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어떤 주제에 대해서 달라이 라마의 생각과 그의 생각에 대한 저자의 경제학적인 해석이나 현실에 대한 설명 등이 담겨 있어서 그러한 문제나 개념에 대해서 양측의 의견을 비교하고, 더 나은 길에 대한 불교적인 시각을 대비시켜볼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하더라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가지 이 책에 담겨있는 불교적인 이상들이 더 평화롭고 풍요로움을 나누는 세상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현실 경제체계 속에서 얼마나 생존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것은 여전히 현실속에서 증명되어야 할 제안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냉정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강조나 함께 나누는 정신 등에 대한 강조는 분명 틀린 말이 아니고, 머리로만이 아닌 정말 가슴으로 소통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하지만,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와 영적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10년에 걸쳐 나눈 대화의 놀라운 성과'라고 치장하기에는 아무래도 '거시기'하다는 사족을 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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