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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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막 1장의 중간에 등장하는 햄릿의 독백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을 지금까지는 당연하게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저자는 '<To be or not to be>가 <사느냐 죽느냐>를 포함하는 존재와 비존재를 대비시키고 있기 때문에, 또 이 독백이 살고 죽는 문제를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명시하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고 모호하며 지극히 함축적인 일반론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사의 선택으로 옮김은 미흡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하며 자신은 '원문의 뜻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순우리말 <있다>와 <없다>의 변형인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번역하였고, 한자 개념으로 쓸 경우 <존재하는냐 마느냐> 정도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또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 <과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삶이냐, 죽음이냐> 등의 다른 이들의 번역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모두가 이 독백에 담긴 햄릿의 갈등에 대한 세심한 고려후에 나온 것들일 것이고, 읽는 이로서도 이의 의미를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들여다보게 만드는 대목인 듯 하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도 고전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지 않을는지.....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많은 명작들을 나이가 들어 새로이 읽노라면, 실제로는 본문을 읽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느낌이나 감상보다는, 과거의 학습을 통해서 미리 만들어진 감상의 틀속에서 읽고 있는 모습을 매번 느끼게 된다. 처음 배울 때, 배움과 책읽기가 함께 동반되었다면, 이런 우스꽝스러운 느낌은 없었을텐데, 나 역시 고스란히 우리 교육이 속성으로 찍어낸 붕어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이에게 연극과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 어린이용 햄릿과 함께 읽을 수 있다면 한번 읽어보라는 의미에서 구입했던 이 책이 결국은 내손에 먼저 들려 읽히게 되었지만, 읽으면서 내용보다 먼저 앞서 달려가는 것은 햄릿의 우유부단함, 오필리아와의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마지막에는 햄릿과 레어티즈, 왕과 왕비까지 모두가 죽게 되는 비극을 넘어선 참혹함, 그리고 그들의 갈등 속에 자리잡았던 악행과 속임과 광기 등 교과서적으로 배웠던 내용들이고, 결국 그러한 선입견은 작품자체를 나의 방식대로 순전히 느끼고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고 만다. 아마도 그러한 방해를 극복하게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저자의  <To be or not to be>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각주와 같은 세심한 설명이나 아니면 조금더 여유를 가지고 각 배우들의 대사에 대해서 좀더 주의깊게 생각하며 읽어가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만에 손에 든 <햄릿>이 많이 이야기를 내게 하기를 원하지만, 이번에는 <있음이냐 없음이냐,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 속에 담긴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를 스스로 되뇌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다음에는 또 그때의 이야기가 내 가슴속에 남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 Frailty, thy name is woman. 약한 자여, 네 이름은 여자로다. (1막 2장) 

- 난 그저 북북서로 미쳤을 뿐이야. 바람이 남쪽으로 불면 뭐가 발인지 톱이지 분간할 수 있다고. (3막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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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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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주창하는 고전 경제학에 대해서, 인간의 합리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현실적인 모습을 증명해내기 시작한 행동경제학이 아직까지는 경제학의 지극히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던 현실속의 인간의 여러 모순된 반응을 더 그럴듯하게 설명하며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영역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기존 경제학이 해내지 못한 더 그럴 듯한 해결책들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이미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책을 통해서 기존의 연구성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이제는 이 분야의 책을 대하게 되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행동경제학의 면모를 알려주는 연구결과나 여러 용어들에 대한 설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들을 기대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현실속에서 어떻게 활용하여 삶을 더 개선시킬 것인가라는 면에서 기존의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동과학자이며 결정심리학자이자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인간의 비합리성과 비이성성에 대한 주장을 기존의 논문이나 실험결과들에 근거한 이론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현장에서 치료한 비만이나 중독 환자들의 치료 경험과 연관시켜서 설명함으로써, 먼저는 행동경제학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그리고 비만환자들에 대한 여러 행동경제학적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행동경제학이 기존의 경제학이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훌륭하게 제시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에서 시작된 고전경제학의 자유시장이론이 엄청난 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가 인류에게 풍부함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행동경제학자의 눈으로 보면 시장의 기적을 가져온 무한한 자유에는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나쁜 결정을 내리고 고집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저자는, 비만의 경우 자유시장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로 가득하겠지만, 행동경제학자의 눈에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만큼 이성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말로 1부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모습을 밝힌 행동경제학의 역사, 즉 커너먼과 트버스키에서 시작되고, 리처드 탈러에 의해서 경제학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으며, 실험실의 설문지나 교묘한 실험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시장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비이성적 행동을  실례로 보여준 이베이의 낙찰방식 등의 현실적인 증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또한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연금저축이나 장기기증과 같은 문제에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적용하여 우아하게 해결한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경제학이 우리 눈앞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과 비이성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한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3부에서는 비만과 연관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즉 이성적이지 못한 식욕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인간의 비이성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만이나 흡연등의 중독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이유들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기존의 행동경제학이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뛰어넘는 세금정책이나 금전적인 유도, 식당의 규제, 자유의 제한 및 자제력의 교육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물론 부드러운 유도 이상의 적극적인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를 희생하지 않는 부드러운 개입이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 더 효과적인 적극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평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제한을 가하고, 적극적인 간섭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비만이나 중독이라는 문제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이 각 개인의 이성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이성적인 욕구와 환경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랜스 지방을 금지하거나 식품 내용물에 대한 표기를 강화하는 등의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넘어선 '적극적인 간섭', 즉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등의 세금정책, 독극물용기에 경고를 위해 해골표시를 하듯이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용기에 반감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표시하게 하는 정책,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기 위한 연구 및 문화적 환경의 조성, 그리고 학교에서의 자제력의 교육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제대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또한 담배를 끊지 못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으며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시간은 투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런 문제를 초래한 자유시장 정책을 장려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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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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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하지만 서로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길모퉁이 식품점의 남자, 자동차 정비소의 수리공, 주치의, 선생님, 이웃, 동료들이 그렇다. 항상 '거기에' 있는 좋은 사람들, 작은 일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 매일 우리를 가르쳐주고 축복해주고 용기 내게 해주고 지지해주며,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주는 사람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을 하지는 않는다. / 그리고 우리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를 의지하고, 우리를 지켜보며, 우리에게 배우고 뭔가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누가 그러는지 우리는 결코 모른다. /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자신이 중요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여러분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늘 알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복간되는 개정판을 받아 들고서 20여년전에 보고 책꽂이에 그대로 놓여있던 구판을 먼저 펼쳐보았습니다. 그때는 내게 어떤 느낌으로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희미하기만 하지만, 아직까지 제목만큼은 그 당시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첫번째 이야기 '나의 신조'에 나오는 저자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말하는 여러 내용의 대강과 '너구리'편에 나오는 낭만적이지 않은 너구리 부부의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어렴풋이나마 기억의 수면위로 떠오릅니다. 처음 이야기에 대한 기억은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니 당연하겠지만, 다른 것은 다 망각속으로잠겨 버렸는데, 왜 너구리 부부의 소란스러운 사랑 이야기만 그런 망각의 늪에서 구원받았는지는 내 자신도 모를 일입니다.  

 첫머리에 옮겨적은 본문 내용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16년간이나 자신의 머리와 수염을 손질해 주던 이발사를 생각하며 저자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넓은 세상에서, 우주 만물을 둘러보다보면 한없이 하찮은 것 같지만, 누군가가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삶의 의미가 되듯이, 또한 우리 각각은 누군가가 의지하고 만나고 싶어하고 안아주고 싶어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는 이 부분이, 이번에는 내 눈길을 한없이 붙잡고 놓아 주질 않았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 다시 개정판이 나온다면, 앞의 두 이야기와 더블어 기억의 수면위로 모습을 들어내 보이며 내 지나온 삶이 어떠했는지를 돌이켜보게 하는 내용이 될 듯 합니다. 한편으로는 어린시절, 파란 하늘을 눈망울 가득히 담을 줄 알던 시절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어도 마음으로는 금방 알았을 것인데, 이제는 누군가가 이리 글로 써서 눈앞에 보여주고 나서야 '아 정말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더 많은 돈과 물질과 명예를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마음은 어린시절 그때만큼 만족함을 가지지 못하고 한 구석에 무언가 허전함이 남아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잊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들을 세상의 가치와 바꾸고 잃어버린 연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은이가 말한대로 우리는 평생을 살아갈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아주 어린시절에 모두 배우고 익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른으로서의 삶이 복잡해지기는 하였어도,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이지에 대한 지혜는 어릴 때 배웠던 '무엇이든지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아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등의 가르침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주변을 세심히 살핀 이야기와 통찰들은 나의 삶속에 담겨 있는, 내가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던 작고 사소한 것들, 잊어버렸지만 잊어버리지 말아야 했던 것들, 그리고 알면서도 어른이 되면서 배우게 되는 위선이나 속임수들에 의지해서 회피하던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세상을 사심없이 들여다보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배운대로 삶속에서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 자신부터가 이야기들 속에 담겨 있는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보았다면 아마도 내 주변은 훨씬 밝고 활기차고 살만한 곳이 되었을텐데..... 하지만 언제부턴가 어린 시절 배웠던 단순하고 명료한 가르침이 우선하기보다는 어른이 되면서 배우게 되는 속임과 무관심, 적절할 때 쓰기위해 숨기고 있던 가면과 변장술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사는 방법 또는 지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금 세상에 정말 희망을 주고 삶에 깊이를 더해주는 그러한 삶의 지혜는 대학의 상아탑이 아닌 유치원의 모래성, 어릴적 코를 훌쩍이던 시절에 배웠던 아주 단순하지만 명료했던 가르침들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러한 가르침을 들은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용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해야 한다는 것도 그 시절에 배움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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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진단서 - 요리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식품의 모든 것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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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생선은 많이 먹어야 한다고 권장되는 음식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생선에 수은 등의 중금속이 축적되어 있어서 많이 먹는다면 문제가 된다고, 그래서 먹는 양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우유의 경우도 일반적으로는 완전식품이라고까지 생각되던 음식입니다. 한데 어느 때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량을 섭취하게 되면 유방암이나 전립샘암, 소아당뇨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지금은 유행이 아닌 너무도 당연시 되어버린 듯한 유기농 야채나 식품 등에 대한 선호도 결국은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잘 살지 못하고, 하루 세끼가 그저 고마운 시절에는 이러한 고민이나 타령들이 있었을리 만무하지만, 얼마만큼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위에 넘치는 이런 저런 정보들이 더해져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따지게 만들고, 또한 서로 상반되는 정보들은 우리에게 뭐가 뭔지 모를 혼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과자류 등에 포함되었다던 트랜스지방, 약간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의약품에 사용되었다던 탈크 성분, 그리고 광우병과 관련된 미국 수입소고기에 대한 혼란 등도 그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실이었던 듯 합니다. 

 "몸에 좋은 '완전한 식품은 없다', 다만 몸에 좋은 식단이 있고, 건강에 해로운 식단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여러 식품들의 장점과 단점들을 대하기 전에 마음에 새겨야 할 말입니다. 물론 저자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어떤 식품의 어떤 성분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똑같은 식품의 다른 성분은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한가지 식품에도 수백가지 이상의 화합물들이 공존하고 있고, 우리가 음식을 섭취한다면 이러한 화합물들의 전체적인 조화에 의해서 몸에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몸에 절대적으로 좋은 식품이나 해로운 식품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먹는 식단의 구성을 어떤 식으로 꾸밀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리하기 위해서는 각 음식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들을 얻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는 것들이 그러한 객관적인 정보에 관한 내용, 즉 누군가가 그러더라는 단발성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닌 확실한 과학적인 사실들에 의거하여 우리가 먹어야 하고, 먹어도 좋은 것들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게 돕는 객관적인 정보들입니다. 사과를 비롯한 각각의 음식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이러한 음식물을 보존하고 상품으로 처리조작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음식물에 함께 들어있을 오염 물질 -예를 들면 농약이나 아크릴아마이드, 성장촉진호르몬 등-에 대한 논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는 과학적이지 못한 속설들에 대한 신랄하고도 유머가 담긴 비판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음식에 발암물질 등의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고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음식을 자신의 식단에서 우선은 배제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영원히 쳐다보지 않을 것니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하는 또 한가지는 바로 음식과 식단을 생각하는데 있어 이런 단발성의 '카더라' 통신에 좌지우지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할 때, 저자가 말하는 과학적인 접근방법이란 검출된 유해물질이 정말로 몸에 해를 줄만한 농도의 독소인지, 치명적인 농도가 아닌 단지 검출된 것에 불과하다면 그 음식이 가지는 장점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하고, 또한 그와 유사한 다른 과학적인 연구조사 결과들을 고려한 뒤에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그러한 결론에까지 이르기가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지금까지 우리가 덮어놓고 해롭다고 믿어왔던 많은 사실들이 얼마나 과장되었거나, 또는 단순한 공포심에 호소한 결과였는지를 차분히 설명하고 있는 많은 내용들을 읽다보면, 식품에 대한 여러 논쟁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더 냉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지혜만큼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기적의 음식이나 음료는 없다.' 저자가 거듭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과일, 베리류, 채소를 많이 먹되,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잘 씻어서 먹는 것이 좋다. 색깔을 다채롭게 먹을수록 좋다. 일주일에 두어번 생선을 먹고, 붉은 육류는 가끔씩 즐겨야 하고, 가금류를 먹는 것이 낫다. 하지만 육류든 가금류든 접시의 작은 부분만 차지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현미나 통곡물 음식, 채소로 채우자. 가공식품 섭취는 최소화하자. 견과류는 탁월한 간식이며, 카놀라유나 올리브유를 쓰되 튀김이나 바비큐는 자주 먹지 말자' 등등 자신의 책에 의거한 저자가 말하는 건전한 식단을 위한 조언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라서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언급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반인들로서는 소화하기조차 힘든 음식에 관한 이 많은 이야기들을 들은 우리가 할 일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 아니다라는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또한 넘치는 연구결과들에 대한 정보에 쉬이 현혹되지 않고, 개별 음식을 따지기 보다는 우리 몸에 좋은 식단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앞뒤를 차분히 따져볼 수 있는 여유를 배우는 것과 정말 필요하다면 이 책을 뒤져서 다시 한번 뒤적일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의외로 이 책에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들을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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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구약성서 하룻밤 시리즈
이쿠타 사토시 지음, 오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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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크리스챤 -물론 이 책이 말하는 구약성서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카톨릭과 기독교의 경전입니다-에게 성경을 읽고 묵상한다는 것은 자랑이라기보다는 기도와 예배, 찬송 등과 함께 신앙생활의 기본중의 하나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한번 읽는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읽고 묵상한다거나 단순히 한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구약을 예로 든다면 39권 -기독교의 경우-으로 이루어져 이것들을 율법서, 역사서, 대선지서, 소선지서, 시편 등 몇그룹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읽다보면 이야기 형식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은 수월하게 읽히지만, 각 지파를 열거하는 부분이나 성막이나 성전에 대한 지루(?)한 -물론 그 뜻을 풀어나간다면 많은 신앙적인 깊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설명이나 건축양식에 대한 소개 부분은 분명 많은 신자들의 성경읽기를 방해하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성경이 연대기적으로 기술되거나 반복되는 부분이 없이 체계적 기술된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 열왕기나 역대기를 읽다보면 여러가지 사실들이 실타래처럼 꼬이기도 하고, 다른 보조 서적의 도움이 없다면 선지서나 시편 등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배경은 아예 가늠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성경을 한번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신앙인으로서 기초를 세우기 위해서는 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그러한 신앙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서 구약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구약성경을 완전히 읽지 못했거나 읽기는 했지만 그 흐름을 꿰뚫지 못한 신자들에게 유용하게 읽힐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글 제목에 '무난한 소개서'라고 표현한 것은 말 그대로 구약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중요한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통해 전체적인 개요을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무난함입니다. 반복되거나 지루하게 열거되는 부분들은 과감히 생략을 했고, 이스라엘이나 유다의 왕들에 대한 부분도 간략하게 정리해서 파악할 수 있게 하였고, 전체적인 개략은 역사적인 순서와 사건에 입각해서 기술했기에 시편이나 잠언, 기타 선지서의 내용 대부분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구약의 커다란 줄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책내용의 대부분은 구약의 내용을 그대로 알기쉽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소개서' 정도로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교생활에서 필요한 신앙적인 깊이를 담지 않았다는 점 -물론 이 책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에서의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예를 들면 신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묵상시간이라면 당연히 언급되었을 창세기의 뱀과 여자와 아담에게 벌을 내리는 장면에서 언급되는 '여자의 후손'이나 아담과 하와를 에덴에서 내보낼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는 사실이 품고 있는 신학적인 의미 등은 성경자체가 언급하는 내용이 아닌, 그 안에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기에 그냥 이야기로 서술되는 정도입니다. -물론 이 부분도 각 종교의 차이가 있으니 교리적인 것을 언급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가 아닌 이들이나 타종교인의 입장에서 오로지 구약성경의 내용을 알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읽는다면 구약성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경전으로서의 구약이 아닌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천지창조에서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 제국에 이르기까지의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여러 사건들에 촛점을 맞춘 내용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족 하나: 110페이지에서 야곱이 라헬을 부인으로 얻는 과정에 대한 부분에서 책에 소개된 대로라면 7년동안 삼촌 라반에게 봉사하고 레아를 부인으로 얻게 되고, 다시 7년을 더 일한 다음에야 라헬을 부인으로 얻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아니라면 번역의 잘못(?)- 실제 성경대로라면 7년간 봉사한 뒤에 레아를 얻고, 7일동안 초례를 치룬 뒤에 다시 라헬을 아내로 받아들이고, 그 댓가로 다시 7년간 삼촌 라반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족 둘: 이 책을 제목처럼 정말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까? 물론 답은 '아닙니다'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속독에 능한 사람이라면 날새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개략을 어렵지 않게 파악하며 읽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하룻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족 셋: 성경 개역한글판에 익숙해져 있는 입장에서 책에 언급되는 몇몇 인명(이삭을 이사악, 에서를 에사오 등)과 지명(벧엘을 베델 등) 그리고 사사기를 판관기 등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상당한 혼돈과 낯섬을 안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가 공동번역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니 나름의 기준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신교의 대부분이 개역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혼란을 예상하고, 손이 좀 가더라도 그런 부분은 편집의 묘를 사용해서 해결했다면 나같은 이들에게는 훨씬 편안한 책읽는 시간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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