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의 우주 보물찾기 조지의 우주 시리즈 2
스티븐 호킹, 루시 호킹 지음, 김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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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전편인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열쇠>가 나오면서 흥미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바로 스티븐 호킹 교수라는 사실이었을 것 같습니다. 딸인 루시 호킹과 함께 쓰고 있는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가 여느 우주에 대한 공상소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자의 우주에 대한 그 누구보다도 넓고 깊은 지식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책의 내용도 그러한 과학적인 사실들에 근거한 것들이기에 우리가 생각으로만 그려낸 막연한 우주에 대한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훨씬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이기도 하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많은 부분은 상상으로 메꾸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의 체계적인 사실로 꿰어서 들려준다는 점에서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돋우는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스모스라는 컴퓨터를 통해서 우주로 가는 문을 열고 우리의 태양계를 여행했던 전편의 이야기는 우여곡절 끝에 위기를 넘기고 조지와 애니 그리고 애니의 아버지인 에릭의 무사귀환으로 마무리되지만, 우주로 가는 문을 열어주던 코스모스라는 컴퓨터는 망가지고 맙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우주의 생명체를 탐사하는 프로젝트에 에릭이 참가하게 되면서 조지와 애니의 가족이 헤어지게 되는데서 시작됩니다. 물론 시작이 이러하니 이번 이야기는 우주의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이겠지요..... 에릭과 그의 동료들이 우주 생명체 탐사작업의 일환으로 화성에 보낸 무인탐사로봇 호머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애니는 고장난 것으로 알았던 코스모스를 통해서 어디서 보낸지 모르지만 지구를 파괴하겠다는 경고가 담긴 메시지를 받게 되고, 미국으로 초청된 조지와 애니는 새로운 친구(?)인 컴퓨터 천재 에메트와 함께 코스모스를 통해서 다시 한번 우주로의 여행을 계획합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코스모스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낸 외계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것......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우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진 호킹 박사의 가치가 빛나기 시작합니다. 우주의 생명체를 찾아 나선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진행할 것인가..... 일반인들이나 어느정도 우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거나 해석할 줄 모른다면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겠지요. 이 이야기 속에서 조지와 애니의 우주의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여행의 코스는 화성,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 알파 센타우리 B의 주변을 돌고 있는 한 행성, 게자리 55A 주변을 돌고 있는 네번째 행성의 달 입니다. 이러한 장소는 흥미를 끌기위해 무작위로 골라낸 단순한 이야기 속의 장소가 아니라, 지금까지 연구결과 생명체가 있었거나 있으리라고 기대되는 또는 지구의 초기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곳들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여러 별들의 행성들을 더 찾아내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지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훨씬 더 많은 여행 장소가 추가될 수 있겠지요..... 

 제목에 나오는 조지가 찾아나선 우주의 보물이란 아마 우주의 생명체를 뜻하는 듯 합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 광대한 우주에서 반짝이는 보석이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우쭐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코스모스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낸 조지와 애니가 찾아나선 우주 보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귀중한 보물이긴 한데, 결론이 조금 싱겁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편의 이야기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이 좀더 단순하고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담아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호킹 박사의 우주에 대한 지식들이나 이야기 중간중간이 마련된 <과학에세이>와 <스티븐 호킹의 과학상자>는 아이들의 우주로 향하는 호기심을 실제적인 과학탐구의 결과물로 메꿀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또 한가지 이전 편에 이어서 이번에도 생생한 우주에 대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에서 찍었다는 떠오르는 지구의 사진과 유럽과 아프리카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지구의 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생각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조지가 찾아나선 우주의 보물을 아마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누군가가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는지,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며 그런 기대를 한번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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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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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 (Addis Ababa Fistula Hospital),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의 이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 병원이 멋지게 있었고, 저자 부부가 편안하게 들어가서 봉사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와 그의 남편은 에티오피아의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 자원봉사를 나선 것이 이 병원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들이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선진국에서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임신부들이 출산과정에서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해 발생한 누(fistula)로 인해 비참하게 버려진 어린 신부들이었습니다. 출산에 대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추방당하는 여인들의 현실은 저자 부부가 지구에서 하나뿐인 병원을 세우고 평생을 헌신하는 열정으로까지 연결됩니다. 들어오는 환자들을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병원.....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술의 축복을 통해 그 환자들이 무사히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품에 안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고 기뻐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 바로 저자와 그의 남편이 일군, 이 책이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이 병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병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병원을 세우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았던 저자 부부의 일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음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하면서는 때때로 듣게되는 낙후된 나라에 의료봉사를 나선 의사의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였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50년간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환자 3만 2천여명을 살려내었다는 소개가 대단하게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의미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컷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루하루의 삶의 조각들을 무미건조하게 헤쳐나가던 나 자신이 하나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이유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얼마정도 넘기고 나서는 그러한 나 자신의 무디어진 마음이 허물어지고 어느새 눈동자에 물기가 아른거리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그저 자신이 감당한 일들과 자신의 환자들이 처했던 불행했던 과거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 이야기들이 자꾸 내 마음의 여린 구석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먼저는 저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그들을 도와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불행한 환자들을 보살펴 온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감사, 아이를 출산하며 생긴 합병증으로 인해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참히 버림받고 내버려진 여인들-실제로 우리나라로 생각한다면 10대 소녀들-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 환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하는 과정 자체에 담겨있는 희망, 그리고 그 뒤에 슬며시 내게 다가오는 안일한 내 삶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서로 겹치면서 이루어낸 반응이겠지요.......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사람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무한한 희망과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된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병원에 대한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에티오피아의 버려진 여인들의 아픔만이 아닌 세계 도처에 널려진 가난과 불행과 아픔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답을 생각하게도 합니다. 저자인 캐서린 햄린 부부처럼 누군가는 나서서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을 헤쳐나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여러 모양으로 후원했던 이들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비록 작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하나쯤은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슈바이쳐 박사의 전기를 읽으며 그의 삶을 존경스럽게 여기었고, 마더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보면서 성스러운 일들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다는 안타까움에 잠시 사로잡혀있던 내게, 아직도 세상의 많은 곳에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슈바이쳐 박사나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어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구석에서 묵묵히 섬기며 봉사하는 그들의 삶이 바로 우리가 아직까지 또 다른 건강하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러한 희망의 이유 마지막 끝에 조그맣게 이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스스로를 즐겁게 만듭니다. 나와 우리 사회 그리고 자라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그러한 희망의 싹을 키우는 이들이 있고 또한 나도 키울 수 있다는 그러한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병원을 섬긴 저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병원의 가족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와 함께  앞으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그들의 삶속에 담아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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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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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는 듯 하던 세계 경제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이제는 실물경제에까지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어느 덧 한편에서는 바닥을 지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지금의 위기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책에서는 한꺼풀 더 벗겨 들어가서, 미국사람들의 자기 집을 소유하기 위한 과도한 탐욕과 쏠림, 그리고 그러한 자기 집을 가진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과도하게 격려하며 부실의 위험을 방조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따져본다면, '그러한 부실이 커지는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던 상품들이 어떤 것을 계기로 또는 어떠한 이유로 하룻밤 사이에 부실덩어리 공포로 변해 버렸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또는 지난 달까지는 조금 위험할 수는 있지만 많은 수익을 보장할 것만 같았던 많은 금융상품들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휴지조각과 다를 바 없거나 어마어마한 빚더미로 변하게 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자신감의 상실과 신용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존의 경제학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학에 대한 책 어디를 찾아보아도 그런 용어를 경제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이 이번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자신감과 신용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을 때, 이번 경제위기의 실제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거기에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지한 논의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의 세계 경제 위기만이 아니라 기존의 공황과 호황이 반복되고, 부동산 시장이 주기적인 부침을 겪고, 금융시장과 기업투자의 심한 변동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기존의 경제학이 말하는 개념이 아닌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풀어내고 있습니다. 케인즈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불안정성이 판단과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컨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수량적인 이익에 수량적인 확률을 곱하는 식의 계산적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부분에 들어있는 '야성적 충동'이라는 말과 그에 담긴 의미 안에 앞에서 말한 여러가지 경제 문제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즉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가정하에 설명되곤 하던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불안정한 자신의 감정과 판단 등에 의지해서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여러 경제 문제들을 들여다 보고 해답을 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들은 경제의 숨겨진 작동원리로서 작용하는 야성적 충동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착각' 그리고 '이야기'의 다섯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러한 다섯가지 사항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서 그동안 우리가 의아해 하던 여러가지 경제적인 문제들이 발생했고 또한 설명될 수 있음을 열정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케인즈와 애덤 스미스, 아마도 국가의 간섭과 시장의 자유방임이라는 경제학의 양극단의 축이 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의 위기상황 이전에만 하더라도 애덤 스미스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 주창된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등의 가치가 국가 경제의 유일한 추구의 대상인양 선전되었던 기억입니다. 이번의 위기로 전세가 역전되어 케인즈주의자들의 득세가 유난스러운 듯 그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또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닌 야성적 충동에 사로잡힌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 안에서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기존의 경제학자들이나 관료들도 자신감의 상실이나 신용의 붕괴 등을 이야기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구나 저자들이 말하는 그리고 그 이전에 케인즈가 말했던 '야성적 충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실의 독자들에게 경제학의 또 다른 면모를 생각하게 하고, 또한 눈앞의 여러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데 좀더 유연하고 실제적인 관점을 제공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짧은 소견이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현재의 위기에 너무 정신이 팔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한 뒤 언젠가 이 위기가 지나간다면, 그리고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다시 지나치게 한쪽 극단으로 쏠리게 된다면, 아마도 그러한 쏠림이 또 다른 위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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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리뷰해주세요.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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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적으로 음악적 재질을 타고난 사람은 매우 드물듯이, 언어적 재능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독서나 글쓰기 같은 언어 훈련을 특별히 경험한 적이 없다면, 당신은 언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신이 비록 얼마간의 독서나 학창시절의 문예반 활동을 통해 약간의 글을 끄적거려 본 경험이 있다 해도 당신의 언어 연주력은 아마도 고작 내 음악 실력에 비견될 만큼, 엉터리 수준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수나 성악가들처럼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겠지만, 저자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신이 말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언치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언치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많은 초보자들이 능숙하게 언어를 다루는 관록있는 작가들처럼 글을 써 낼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정말로 스스로가 언치라는, 언어의 미묘한 차이와 감성, 의미의 다양함과 내포된 다의성 등에 얼마나 무디어진 상태인지를 절감하게 됩니다. 아마도, 진정한 글쓰기는 바로 거기서, 즉 스스로가 언어를 제대로 다룰지도 모르는 언치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라면서 한때, 문득 만난 소설의 한 장면이나 시의 한 구절, 책속의 몇몇 주장에 마음과 영혼을 빼앗겨보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 이들이라면 스스로 멋진 글을 써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문득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방식이나 기교가 서투를지라도 마음 하나만은 멋진 작가가 되기에 충분할 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지점입니다. 바로 저자가 말하는 '어떤 문제나 사건에 대해서 남다르게 고민하고 자신의 시점을 만들어 낼'만한 열정을 지닌 시기였을테니 말입니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 사심없이 써내고자 하는 정신만은 살아있는 그런 시기였을테구요..... 이 책은 글쓰기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글쓰기라는 작업의 기교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글쓰기라는 작업자체의 의미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즉 기교로서의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세 또는 방식으로서의 글쓰기, 미사여구로 도배된 그럴듯한 글쓰기가 아니라 진솔한 감정과 자신만의 삶의 관점이 살아있는 글쓰기, 남의 언어와 표현방식을 빌어다 쓴 겉멋을 낸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숨결과 리듬이 담긴 창의적인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 그러한 삶을 먼저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의 더 근본적인 의미이자 가치입니다. 글쓰기라는 것이 신춘문예에 작품을 보내고, 문학지나 출판사에 작품을 보내 출간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는 나와 삶을 가꾸고 더 풍성하고 한편으로는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그러한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글을 통해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글쓰기라고 정의한 저자는 그러한 글쓰기에 이르기 위한 여러가지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글의 대부분은 글쓰기의 기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삶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의미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찌보면 진정한 글쓰기에 이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4장 언치와 언어적 감수성, 7장 주인공 및 화자 되기, 8장 다수언어와 창작언어에 대한 부분이 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태도와 자세, 습관 등에 대한 신선하고 따끔한 지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소한 글 하나를 쓰더라도 어떤 자세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은 글쓰기에 대해서 가르치기도 하지만, 정작은 글쓰기에 대해서 정말로 모르는 것 같다고 겸손해하지만, 그 겸손 속에서 무르익은 글쓰기에 대한 통찰력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기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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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글쓰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첫번째 행동은 아마 꿈을 꾸는 것이리라. 가장 빠른 첫번째 변화는 마음의 실질적 상태를 바꾸는 것이리라. 그리고 가장 빠른 첫걸음은 이제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리라 -에필로그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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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리뷰해주세요.
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
TIME 편집부 지음, 정상준 옮김 / 조선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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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통령 오바마!' 지금은 너무도 당연시 여겨지는 표현이지만,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의 현실처럼 여겨졌던 표현입니다. 그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색다른 삶의 여정을 지닌 사회 운동가 또는 정치 신인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적어도 아직은 아닐거라고 생각했고, 그의 두번째 책 '담대한 희망을 읽었을 때는 이 사람이 정말 미래를 바꾸고자하는 참된 비전을 지녔고, 또한 그러한 비전을 이룰만한 준비된 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힐러리 클린턴의 벽을 넘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기존의 정치가와는 다른 지도자를 원하고 있었고, 대통령 오바마의 이야기는 그렇게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과 함께 그렇게 시작되고 또한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한 사람들이 정치가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이해했다고 할 수 있는 그는 또한 그러한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가장 과감하게 현실 정치에 접목시켰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캐리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좀더 담대해질 것을 요구하며 미국인들의 눈앞에 나타났던 무명의 버락 오바마가 하원의원 선거에 실패하고, 초선의 연방 상원의원이 되고, 다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뽑히기까지의 드라마같은 과정을 여러 사진과 함께 간추려서 전하고 있는 것이 이 책입니다. 어떤 주제의식을 굳이 찾으려고 한다면,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삶의 중요한 궤적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는데 있는 정도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고, 또 다른 주제의식이나 체계적인 정리나 해석을 곁들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오바마 대통령을 다루었던 책들에 비해 생생하고 시원스런 화보들이 더 많이 곁들여져 있다는 것과 그 화보들 중에 몇몇이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면이 있고..... 여하간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까지의 삶의 여정은 여는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정말로 색다른 부분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 중서부 중산층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고, 얼굴도 모르는 채 이혼한 아버지를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딱 한번 제대로 재회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두번째 결혼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의 삶을 체험했고, 그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의 많은 부분은 하와이의 조부모와 함께 하였던 것 같습니다. 여느 흑인들처럼 차별을 받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여느 흑인들과는 다른 혈통의 문제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혼돈을 낳기도 하였던 듯 합니다. 하버드에서의 법학 공부와 시카고에서의 지역사회 활동가로서의 삶,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하였던 이야기들..... 어느 것 하나 평범해 보이지 않은 삶의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여정은, 그가 백악관으로 향하기 위한 과정이었따고 할 수도 있게지만 더 크게 생각한다면 그가 백악관에 다다른 뒤에 세상사람들에게 펼쳐 보이고자 했던 담대한 희망과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가 아름다웠던 사람이 아니라 미래에도 지금까지 꿈꾸어왔던 그의 담대한 희망들이 아름답게 열매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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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느낌이 있는 사진들이 담겨 있다는 점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한핏줄 도서) -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 책속에 담긴 사진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이 책은 한 구절보다는 사진(화보)가 더 어울릴 것 같다 .....1) p36-7 : 연설하고 있는 오바마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두 흑인 어린이의 사진, 2) p53 : 첫번째 악수, 3) p57-8 : 금발의 어린 백인 소년과 마주보고 있는 사진, 4) p88-89 : 산책하다가 앞뜰에 나와 있는 백인 가족과 대화하고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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