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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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market)'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에서처럼 물건이 거래되는 구체적인 장소를 가르키는 말로 사용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이러한 구체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추상적인 의미로서의 '시장'을 만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식시장' 또는 '주식시장이 강세다', '신흥국 시장' 또는 '선진 시장', '물건을 시장에 내놓는다',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등등..... 오늘날에는 이러한 추상적인 의미로서의 시장이 훨씬 더 귀에 익은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유시장경제의 울타리 안에 사는 우리들은 은연 중에 시장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부분적으로나마 몸으로 체득하며 살고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앞서가거나 따라가지 못해서 시장에서 물을 먹는(?) 경우들이 종종 있고, 말로 확실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또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체험적으로 시장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의 기억으로 경제에 대해서, 그리고 수요와 공급이 공존하는 시장경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은 아마도 고교시절의 사회과목과 관련된 시간이 처음이었던 듯 합니다. 그 유명한 수요와 공급곡선에서 시작하여 '균형가격' 이론과 수요와 공급 탄력성 등에 대한 내용들을 머릿속에 차례로 구겨넣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어렴풋이나마 내 기억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대하는 용어들이 난무하는 시간이었고 시험을 위해 억지로 암기하는 고통스런 시간도 추가되어야 했지만, 그래도 지금 되돌아보면, 싱싱한 머릿속에 그러한 지식을 채우던 시간들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은연중에 깨닫는 즐거움이 공존하던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이후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시장과 경제에 대해서 부분적인 지식과 경험들은 쌓았겠지만, 체계적이거나 깊이있게 공부를 하거나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나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그런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듯도 합니다.  

 이 책의 원제가 'The Best Book on the Market'입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생각한다면 저자가 상당히 '거시기'하게 제목을 붙였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책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하더라도 동양적인 사고에 젖은 내게는 과대망상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고, 말로 먼저 그렇게 허풍을 떠는 것이라면 실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책제목에 동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시장경제에 대해서 너무도 쉽게, 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항들을 콕콕 짚어가며 들려주는 저자의 솜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시장경제에 대한 조각지식들이 멋지게 연결되고 정리되어 시장의 작동원리와 방법을 지금까지보다 훨씬 훌륭하게 이해하게 된다고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별다른 근거없이 시장에 대해서 상당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자신감의 훌륭한 기초석 하나를 마련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중국 란저우의 뒷골목 시장에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한 소녀를 통해 자신의 헤진 바짓단을 수선했던 멋진 경험에서 저자는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장은 세상의 모든 곳에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여 그러한 시장이란 어떤 세계인지, 시장이 발전하고 부를 생산하는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시장에서 가격의 역할이 무엇이며, 시장의 정교한 메시지를 교란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시장에서 경쟁이 어떤 결과는 가져오는지, 시장에서의 규칙과 윤리는 어떤 것이며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초래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마주 익숙한 재료를 요리하듯이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의 이야기에 몰두하다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중요한 토대들을 이내 익히고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됩니다. 책표지에 적힌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아주 실용적인 길잡이'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고교시절 어려운 용어들 속에서 억지로 알려고 했던 내용의 중요한 요점이 이 책에서는 하나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시장경제에 대한 훌륭한 소개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The Best Book on the Market'이라는 제목이 결코 과장된 자신감이나 실없는 허풍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라고 동의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확고히 믿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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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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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도구를 통해 당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이 소설이 말하는 현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당원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하든지 텔레스크린을 통해 누군가가 들여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입밖에 내는 소리까지도 이 기구가 감지해 낸다는 사실은, 결국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을 온전히 지배하고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고 있는 빅브라더의 존재 방식을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스스로 통제하며 빅브라더의 방식으로 순응하는 것에 더하여, 주어진 현실에 맞게 과거의 역사적 사실마저도 철저하게 왜곡하고, 그러한 철저한 왜곡이 현실이라고 강요되는 모습은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소설속에서는 그러한 강요와 억압과 감시가 의외로 효율적으로 -다른 이면을 들춰보면 분면 표면적인 효율이겠지만- 현실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빅브라더를 등에 업은 권력자들은 반역을 꿈꾸는 주인공 윈스턴과 같은 이들을 고문과 회유, 감금과 폭력을 통해서  철저하게 몰자아에 이르게 만들고, 결국은 그러한 과정의 끝에 만들어진 빅브라더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품게 된 훌륭한 지지자를 성공적으로 세상에서 제거해 버림으로써, 또 다른 반역의 싹을 지능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저자는 빅브라더라는 전체주의적 존재에 대해 한 인간이 소심한 몸부림으로 저항해 보지만 결국 거대한 힘과 권력과 체제 앞에서 철저히 무너져버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의미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실패와 잔혹한 전체주의의 성공적인 모습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또 다른 소설 <동물농장>을 통해서 힐난했던 스탈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의 부패와 악영향에 대한 또 다른 측면에서의 경고라고 할 수도 있겠고, 미래의 세계에 대한 나름의 암시나 상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소설이 1940년대에 쓰인 당시 현실에 대한 경고나 미래에 대한 단순한 공상이 아닌, 1984년이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중인 현대문명에 대한 기막힌 예언을 담은 통찰력있는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전으로 많은 이들의 손에 오르내리고 있고, 현대의 발달된 IT와 통신 기술은 저자가 말하는 텔레스크린과 비교되며 우리의 현실을 옥조이곤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빅브라더의 나라는 아니지만, 각종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사용과정에서, 어찌보면 이 소설이 형상화한 당원이라는 인물들보다 더 자발적으로, 우리만의 빅브라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으며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이 소설이 현대의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비록 명확한 실체가 없고 존재감이 없긴 하지만 현대문명이 이루어가고 있는 시스템이나 가치체계로서의 빅브라더에 대한 경고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발적으로 정보통신 기기에 취해 사는 많은 이들은 윈스턴과 같은 별생각없이 체제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불편함보다는 안락을 느끼는 당원이고, 법으로 또는 기술적인 기구의 진보를 통해 한없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이들은 오브라이언과 같은 적극적으로 빅브라더를 형상화해 가는 권력의 중심부에 근접해 있는 이들이고, 그리 만들어지고 있는 실체를 모르는 빅브라더는 지금 우리의 삶과 생각과 감정까지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윈스턴과 같이 반역을 꿈꾸더라도 결국은 덫에 걸린 쥐마냥 옴짝달싹 못하고 자발적으로 문명의 이기에 투항해 버리고 그 안에 안주하게 되는 그런 운명의 한 부분을 무심코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한번쯤은 자문해 볼 일입니다. '오늘도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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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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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이 책이 유쾌하게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입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철학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더라도 쇼펜하우어라는 이름과 그의 대표작에 대해서만큼은 낯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자신도 과학의 영향을 받은 실증주의에 대한 대립각으로서 '생의 철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서, 초인과 권력에의 의지를 주창한 니체의 철학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철학자로서, 그러한 영향력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실존철학에까지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는 세상에서의 삶의 가치를 냉소적으로 비웃었던 염세주의자로서 기억되는 '쇼펜하우어' 정도가 그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모두이지만, 그의 이름과 대표작은 아주 오랫동안 잘 알아온 것처럼 거북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아마도 그의 작품을 직접 읽는다면 그러한 편안함은 지적 나태에 불과했다는 것이 금방 탄로가 날테지만 말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독설과 냉소와 비판이 가득하다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삶 자체를 부정하는 염세주의자의 철학으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낙관주의 철학으로 읽어내기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쇼펜하우어 철학이 담고 있는 '유머와 위트, 풍자와 결합한 예리한 통찰'을 그의 논문과 편지 등에서 발췌한 인용문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 자신이 해석한 쇼펜하오어 철학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고, 그 의견을 합당하게 지지해 줄 수 있는 쇼펜하우어의 글을 뒤이어 연결시켜서 소개하는 방식으로 씌여졌으니, 이 책은 엄격하게 말한다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이라고 하기 보다는 랄프 비너(저자의 이름)의 방식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유쾌하게 읽어내기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겸손으로 위장한다', '진정한 예술의 원리는 자연이 증명한다', '부패한 언어의 속삭임에 속지 말라', 자연은 철저히 귀족주의적이다', '참된 가치는 죽은 후에 비로소 드러난다' 등 각 단원의 제목들은 그의 철학을 유쾌하게 이해하는데 근간이 되는 저자의 분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그러한 생각들이 쇼펜하우어 철학의 중심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읽고 이해하면서 그의 철학을 유쾌하게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쇼펜하우어 철학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의 철학에 담긴 유쾌함이나 유머, 풍자 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실제로 독자의 입장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읽는다기보다는 랄프 비너의 쇼펜하우어를 이용한 세상에 대한 풍자 또는 유머 모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철학이 이런 식으로 찢겨 읽히는 것은 바라지 않은 듯 합니다. 이 책에서도 여러 곳에 자신을 알려고 한다면 자신의 저작 전체를 읽으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익숙한 듯 하지만 결국 제대로 알지 못했던 쇼펜하우어 사상의 일면을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즐거움이 되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유쾌하게 읽는 것에 앞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해서 제대로 읽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처음 시작할 때 쇼펜하우어의 철학사상 전체에 대한 조망을 기대했는데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자체에 대한 좀더 깊이있는 이해보다는 단편적인 해석과 글모음 -그것도 저자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된 - 뿐이었다는 아쉬움 때문일 듯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게 남는 숙제는, 어렵겠지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어 보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날이 되면 이 책에 투자한 시간이 더 값어치가 나가게 되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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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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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유불급(及), 저자가 우유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이,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이 고사성어의 의미와 딱 들어 맞는다는 생각입니다. 하루에 세가지 이상의 유제품 소비를 장려하고, 실제로 그 소비에 있어서도 우리의 소비를 훨씬 능가하는 프랑스의 현실을 마주 대하며 쓴 이야기이기에, 우리의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 있겠지만, 우유라는 식품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우리의 이미지가 저자가 지적한 여러가지 왜곡된 진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사실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또한 실제로 일반인 대부분은 우유 자체를 완전식품 또는 우리의 건강에 유용하고 중요한 식품으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이 책은 알려지지 않은 유용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고, 한편으로는 그 진실만큼이나 큰 충격(?)을 안겨 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기는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우유나 유제품이 가지는 위험성이라는 것이 우유를 먹는 것 또는 유제품을 소비하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 반대로 저자는 우유를 적당히 -구체적으로 하루 2잔 이내에서-마시는 것은 식품으로서의 그리고 그 맛의 뛰어남에서 권장(?)하고까지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문제 삼는 것은 정부나 낙농업자들이 권장하는 수준까지 과다하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우유나 유제품 소비를 촉진하게 위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데 사용된 여러가지 사실들이 실은 공급자의 측면에서 그들에게 유리한대로 너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과다한 우유 섭취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주로 사람들에게 우유를 마시도록 유혹하던  몇가지 중요한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먼저는 적절한 칼슘 섭취원으로서의 우유의 장점과 많은 칼슘 섭취는 젊어서 뼈의 밀도 또는 단단함을 높게 유지시켜 나이가 들어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골절의 위험성을 감소시킨다는 이론에 대한 공격인데, 실제 관찰된 사실이나 연구들에 의하면 우유의 칼슘 섭취로 인해 골밀도가 조금 증가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실제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기 보다는 유행시키는 원인이 되는 듯 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유 소비가 많은 나라에서 골다공증이 더 문제가 되고 대퇴부 골절도 훨씬 많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 홋카이도 같은 장수촌에서는 유제품 소비가 거의 없는데도 골다공증이나 대퇴부 골절 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들어 낙농업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 몇 가지만을 가지고 소비자들을 현혹한 대표적인 사례로 공격합니다. 또한 우유의 락토오스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락토오스 불내성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상태이며, 실제 동물실험이나 역학자료 등은 우유로 인해 여러 암 중에서 남성의 전립샘암의 발생과 진행정도가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고, 이것은 예전과 다르게 우유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선택된 암소들이 지닌 높은 IGF-1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과도한 칼슘 섭취로 인한 활성 비타민 D의 농도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방암의 경우도 다량의 우유 소비가 그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위험으로는, 어린이의 1형 당뇨병-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서구 국가들만큼 많지는 않지만-을 조장하는 인자로서 우유가 의심받고 있고,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분포와 우유 소비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진실에 대한 왜곡의 사례로는 우유가 비만이나 당뇨병, 심근경색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키고 몸무게를 줄여 날씬함을 유지시켜준다는 낙농업자들의 선전을 언급하며, 그 근거의 빈약함과 그에 반대되는여러 근거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칼슘 섭취원으로서의 우유에 대한 믿음은 다른 식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필요한 만큼 섭취할 수 있는 허구임을, 하루 적정 칼슘섭취량이라는 것도 실제 식생활의 습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근거가 없음을 지적합니다.  

 우리의 식탁에서도 우유는 어린이건 어른이건 간에 크게 권장되는 식품입니다. 저자가 직면한 프랑스만큼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말하는 위험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은연중에 과하게 권장되기도 하는 듯 합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 적정량이라면 결코 외면할 것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의 생활 수준이 현재에 이르기 전인 수십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내용의 책이라면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그만큼 개선되었다는, 이제는 유기농 식품이 당연시 되기도 하고, 우유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귀담아 들을만큼 향상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듯 합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우유나 유제품을 과하게 소비하게 되었을 때의 위험에 대한 내용은 무엇이든 넘치면 부족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저자가 지적한 문제중에 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우유의 IGF-1 함유량이 현대에 이르러 증가한 것은 효율성과 경제성에 묶여 오로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품종선택과 개량의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이 책이 작게는 우유의 현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크게는 우리가 처한 먹거리 문제 전체에 대한 고민의 일면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낙농업자와 정부라는 공공기관이 한데 얽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실체적인 진실보다는 부분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는 모습은, 이익을 위해 공익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하는 식품산업이나 제약산업 등의 감춰진 꼬리의 일부를 보는 듯한 느낌도 지울수가 없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서 이제부터 나의 아이들이 하루 우유 한 잔을 마신다면 웃어줄 수 있을 것이고, 두 잔을 마신다면 괜찮다고 해주겠지만, 세 잔째를 준비하는 순간에는 악마(?)의 미소를 띠며 '그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제지하는 우스운(?)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과유불급이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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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02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마법에 걸린 괴물을 구하라 1 - 불의 용 페르노
애덤 블레이드 지음, 장미란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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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롭던 애번티어 왕국에 괴물들이 나타나 들판의 곡식을 태우고, 바닷가에서는 큰 해일이 이는 등의 재난이 닥칩니다. 왕국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여섯 괴물 -불의 용, 바다 뱀, 산의 거인, 반신반마, 눈 괴물, 불꽃 새-가 검은 마법사 맬벨의 마법에 걸려 난폭해지면서 온나라를 재난에 빠뜨린 것이라는데, 믿었던 용감한 기사 캘더는 불의 용 페르노의 마법을 풀어주려고 나섰다가 페르노의 불 공격에 아쉽게도 끔찍한 희생을 당하고 맙니다. 이젠 이 평화롭던 왕국을 마법에 걸린 괴물들에게서 구할 영웅은 옛문서에서 예언한 용감한 소년뿐이라는데..... 

 '마법에 걸린 괴물을 구하라'의 첫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애번티어 왕국을 위협하는 여섯 괴물 중 하나인 불의 용 페르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왕국의 여기저기에 불이 나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백성들은 집과 마을, 그리고 들판 등 생활의 터전이 눈앞에서 파괴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앞에서 결국 왕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보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듯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톰의 마을도 그러한 재난을 피해가지 못하고, 부모님을 잃고 자신의 작은 아버지 댁에서 살던 톰은 작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왕궁에 도움을 요청하러 나섭니다. 그리고 왕국의 마법사 아더로를 만나는 순간.... 짜잔~~~ 옛문서에 기록된 영웅을 아더로는 바로 알아보고 불의 용 페르노의 목에 걸린 검은 마법사 맬벨의 마법을 풀기위해 그에게 위험한 임무를 맡깁니다. '불의 용 페르노에 걸린 마법을 풀어라.'..... 

 ...... 목숨을 건 흥미진진한 모험 끝에 페르노의 마법을 풀어 준 주인공 톰에게 바다뱀의 마법을 푸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고, 톰이 스톰을 타고 친구 엘레나와 함께 바다 뱀을 찾아나서는 장면으로 첫번째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이야기의 구조나 내용면에서 이 책은 그림책 읽기를 마친 아이들 중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아이들, 초등 저학년 정도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이야기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나 그와 비슷한 정도의 책을 읽고 흥미로워하는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내용의 전개상 비약이 심하고 세밀한 묘사나 표현이 생략되어 있어서 너무 단순하게 느껴질 것 같고, 아마도 <마법의 시간여행 시리즈> 수준의 바로 전단계 정도로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익힐 책으로 고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아이들이라면 이 책이 가지는 내용전개가 오히려 이야기를 이해하고, 끝까지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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