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6일 금요일 사간동 법련사 2층에서 고미숙 선생님을 뵈었다.

인터넷 세상에서 놀다 언젠가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를 한번쯤은 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북드라망에서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라는 제목의 다산과 연암의 라이벌 평전 1탄이

출간되면서 선생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아이들이 25일에 방학을 하여 한동안은 혼자만의 외출이 어려울 꺼 같아서 20분 정도 지각을

했지만 맘은 벌써 법련사에 와있었다. 법련사는 처음 들어가 보았다. 법련사에서 나는 나무냄새와

향내음이 좋았다. 2층 강의실에 들어서니 많은 분들이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메모를 시작했다. 메모를 안하고 귀로만 집중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나의 머리와 귀를

믿지 못한다. 선생님의 첫 인상은 어쩜 다소 무서워보이기도 했지만 많은 공부를 하신 내공이

강연을 10분도 듣지 않았는데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런 모습은 내가 원하는 모습이기도 해서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재미었다. 삶을 사유하는 모습이 나랑 조금은 비슷하기도 해서 인거 같았다.

나는 남과 다른 게 사는 것을 열망한다..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좋아하는 것이

많다. 그리고 세상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특히 강연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단지 듣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창조를 해야한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직 나는 한계를 가진 모자란 사람이다.

 

처음에는 교수님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공동체 생활을 하시면서 공부하고 같이 밥을

먹고 우정을 나누는 삶을 살고 계신다고 하셨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본연의 질문도 던져주셨다.

공부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사랑에 목숨을 거는 듯

보이지만 상대방이 싫어하는 사소한 습관 조차도 고치기가 힘들다는 예를 들어주실 때

나는 완전 공감을 했다. 지식이야말로 현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보통 사람이 나에겐

조금의 어려운 개념이였지만 나도 생각한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만 가는 삶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한다.


작가님을 잘 찍어드리고 싶었는데 내 자리는 작가님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법련사 강당의 조명이

낮아서 이쁘게 나오지 않아 혹시라도 보시곤 맘에 들어하지 않으실까 걱정이다.

1시간 반동안 쉴새없이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는 선생님을 뵈니 대단하다란 생각을 아니할래야

아니 할 수가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산과 연암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만나볼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서 좋았다. 다산과 연암은 비슷한 시기에 살았음에도

살아 생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정신적인 구조, 살아온 환경, 주변의 사람들, 부부관계,

왕과의 관계에서 그들은 라이벌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허준의 동의보감 사주 명리학적으로 보면 연암은 물의 기운을 다산의 불의 기운을 가졌다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지극히 달랐으며 연암은 신장의 기운이 세어 목소리가 크고 체격이 뚱뚱하고

목이 자주 쉬고 우울증이 생기기도 쉽다고 했다.

 

너무나 다르게 빛나는 두개의 별이 연암과 다산이다.

물의 기운이 많은 연암은 누구와도 잘 섞이고 신장에서 지혜가 나와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고

잡다한 사람에 관심이 많아 나온 책이 <열하일기>라고 한다.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이 글을 써내려간

그의 문장은 별이라고 극찬을 하셨다. 그리고 체력도 대단하여 하룻밤에 9번의 강을 건넜다고

한다. 연암이 이렇게 방대하다면 다산은 화성의 기운을 가진 사람으로 친구가 없으며 친구를

사귀면 자기의 비슷한 사람과 만나고 예의범절과 보이는 것을 중시했다고 한다.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맘이 강해서48권이나 되는 목민관의 삶에 대해서 써내려간 글이

목민심서라고 한다. 재밌다. 단지 목민심서, 흠흠신서 하면서 정약용하면 두가지를

왕왕 외우기만 했는데 작가님이 이야기를 해주시니 어찌나 귀에 쏙 들어오던지..

나는 한시간만에 뭔가를 좀 아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둘은 같은 시대에 활동을 하였지만 그들은 서로를 모른 체 하고 살았다고 한다.

아마 그들이 만났어도 그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이 활동하기는 어려웠을 꺼라고 한다.

 

그 이야기에서 <시절인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셨다. 첫눈에 뽕 가서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인연을 만나는 것도 성공을 하는 것도 부자가 되는 것도 모두 시절과의 인연과도 연관이 있다

하셨다. 폐족이 되어 강진에서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라고 하셨다.

 

 

어쩜 정말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성취된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모습 자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또 복을 타고 났다고 해서 모두가 연암과 다산처럼 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산이 쉼없이 글을 쓰고 공부를 했듯이 천지가 만들어 주는 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부흥을 해야 별이 될 수 있다.

 

선생님은 굉장히 유머러스 하셨는데 공동체 생활이야기도 너무나 재미었고

너무 계몽적인 생각이 강했던 다산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계몽의 시대는 지났으며

연암처럼 포스트모던적 지식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셨다.

 

그러면서 다산이 그래도 얼마나 큰 위치에 있느냐 하면서

서울에서 궁금한 거 있음 모두 다산콜에 전화해야하지 않느냐를 예를 드는데..

정말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강연 시작 전에도 강연회에 오실 때는 책을 다 읽고 오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는 너무나도 자세히 재미나게 다산과 연암 라이벌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정말 공부라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로 만끽하시면서 살고 계신 것은

아닌가 약간은 부러웠다. 공부만 하고 사는 삶..

 

 

마지막에는 번잡한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 쾌락에 쫓겨 다니는 삶은 지양하고

하루에 얼마라도 공부를 하는 삶을 살아보라 하셨으며 점점 미래 사회는

정보력에 상상력을 더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라하시며

우리 스스로가 별이 될 수 있는 삶을 살라고 하셨다.



그렇게 강연도 듣고 질의 응답도 하고 나서 마치고 나온 모습이다. 사실은 두께 때문에 책을 사는 걸

망설였지만 고미숙 선생님의 책은 두꺼워도 읽기 어렵지 않다 하시는 말씀에 얼른 책을 구매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같이 판매되어졌다.

그리고 저 뒤에 작가님이 나오셨는데 북드라망에서는 따로 사인회가 없어 작가님께

말씀을 드리기가 쑥스러워..구경하는 척 하면서 선생님을 좀 더 바라보았다.




법련사 2층 강의실 그리고 아래는 법련사의 외관의 모습..




선생님이 강의 중에 또 공감을 격하게 했던 것이 나를 위험하게 만드는 적은 남이 아니라

나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였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거라하셨고

이 책에서도 연암을 힘들게 한 것도 유한준이 친구 유언호의 집안이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인가?>



마구 적어와서 다시 보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시금 이 메모들을 보면서

공부해보리라 결심했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정신없는 하루 하루를 맞이하고 있지만

나 또한 일상에 대한 핑계를 버리고 공부하는 삶을 추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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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앤땡스 2013-08-2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종강 기념 강연회에서 고미숙 선생님 첨 뵜는데요,
그 시간이 참 알차고 재미있고 유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7월 26의 강연회도 그랬을 것 같네요.
자세한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추가 합격으로 가게 된 작가 강연회에 들뜬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이 여자의 습관이라 그런지 한분을 제외한 모든 분이 여성인 가운데,

 

저자 정은길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아나운서시다보니 미모도 출중하시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얘기를 해주시는데

 

귀에 꼭꼭 박히는 게 정말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재테크 원칙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6가지 룰이 있다고 하셨는데

 

들으면서 수첩에 하나씩 적는데, 정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직접 들으니 내가 기본을 잊고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 확실한 목표

2. 우선 순위 파악하기

3. 비용절감을 실천한다.

4. 남의 돈도 아까워하라.

5. 가치있게 돈을 써라.

6. 꾸준히 관리하라.

 

더 많은 내용은 책을 통해서 배워보려고 합니다.

짧고 굵게 한 시간의 강연,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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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하는 강의라서 액기스일 거 같고, 더욱 사회 현상으로 나타난 하루키 열풍의 근원이 뭘까, 이현우님의 해석은 어떠할지 궁금도 해서 신청을 하고 당첨되어 오늘 강의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하루키 하면 상실의 시대와 16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도입니다. 90년대 초 출판사에서 하루키 문학을 편집한 적은 있지만, 일부러 책을 사서 읽은 것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뿐이어서 하루키 문학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이런 내가 당첨된 것은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현우(로쟈)님의 강의는 처음이지만, 삼천포로 빠지는 일 없이 액기스만 설명해 주셨습니다. 1시간 정도의 강의였는데, 오늘 1강은 초기 문학이라기보단 하루키 문학의 총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하루키 문학의 성향을 맛보기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문화권이래도 일본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소설 속에 녹아든 문화적 갭이 커서, 어쩌면 성향의 갭일수도 있지만, 거부감이 생겨나거든요.  하루키의 소설이 제겐 그랬던거 같아요. 특히 일본식 유머는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강의는 제게 하루키 문학에 대해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주었습니다. 또한 에세이에 담긴 내용을 통해 하루키의 인생관, 세상관을 약간씩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를 두고 평범하다고 자칭, 타칭했다는데, 평범함이 비범한 저술을 낳은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초년, 청년의 생이 평범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환경이 아니었나? 그 특별한 환경이 탈일본적 하루키를 만들어낸 것이고, 일본사회를 한 발자욱 떨어져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남은 강의에서는 그의 작품이 어떻게 세계 대중에게 어필될 수 있었는지 작품 내용을 분석해서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긴 합니다. 오늘 강의보다는 재미있을 듯 기대가 가지만 강의를 계속 들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강의실 문을 나왔습니다.

여느 강의처럼 이번 강의도 무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무료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응당 출판사에서 하는 책을 선전하기 위한 강의라고만 생각하고 신청했는데, 막상 와서야 강의료가 한 강의당 20000원임을 알았습니다. 점심, 커피까지 제공해주니까 가격이 비싼편이 아니라고 한다지만, 마땅히 신청 때 이를 알렸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다른 경우도 이와 같은지 모르겠으나 왠지 기만당하 거 같은 씁쓸함이 강의의 충족감을 모두 몰아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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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손전화기 카카오톡에는

- 표 아니면 피를 판다

하고 썼단다

전통 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선생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나는 말이다


武-舞-巫-無

선생이 미친 ‘무’의 세계 이야기를 들으며

전통 예술이 아니더라도

이미 선생은 미쳐 살아왔다고 여겼다


미쳐 살아온 분이니

며느리한테 숨기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전통 예술을

기어이 끄집어내어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비단 미쳤기 때문일까

아들에게 비로소 인정받은 어르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강연을 하면서도 울먹울먹 애써 눈물을 삼키고 말았으니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한몫 했으리라


선생이 어르신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표 아니면 피를 파는 심정으로 일했듯

책도 그렇게 썼다

선생은 전통 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데도

책을 쓰는 데도 꼭 같은 마음이었다

선생이 상대한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명인이었듯이

어느새 선생도 명인이었다


경의를 표한다.



201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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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알라딘에서<나는 이렇게 결혼했다>특강이 열린다기에 신청했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뽑아주셔서 잘 다녀오게되었습니다.

 

저자님의 결혼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평소 결혼에 대해서 고민할때,

결혼생활을 위한 결혼이 아닌...결혼식을 위한 결혼을 한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기 위해서 결혼을 할려고하는건데,

막상 결혼준비에 대한 걱정은 결혼식만을 위한 걱정이었다는걸 알게되고나니...꽤 충격이였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남자친구와 함께 좀 더 우리의 결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고 수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알라딘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다시한 번 이렇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신 작가님께도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좋은기회가 되어서 계속 좋은 특강들 가볼 수 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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