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의 힘
루시아 카파치오네 지음, 이경하 옮김 / 동서고금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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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체 중 가장 불균형의 상태에 있는 일부를 든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두 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오른손은 익숙하고 세련되며 모든 일을 할 때 동원되지만, 왼손은 그와는 반대로 서투르고 느리고 사용에 익숙하지 조차 않다. 루시아 카파치오네는 왼손의 사용에 의해 창조성과 상상력과 예술성을 고양시키고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 질병을 다스리고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절대자인 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왼손으로 오랫동안 글을 써가면서 누군가 뒤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나인데도 내가 아닌 듯하여 때로는 머리칼이 쭈뼛 서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 속에 한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써놓고 보니 너무나도 엉성하고 서투른, 이제 갓 글을 배운 아이의 글씨였다. 하지만 왼손을 통해 분명 나이지만 내가 아닌 내 속의 다른 소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속의 억압과 분노를 드러내어 그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고 복잡한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을까?

오른손은 뇌의 좌측과 연결되어 있고 좌뇌는 분석력과 논리력, 그리고 언어능력과 상관이 있으며 왼손은 뇌의 우측과 연결되어 있고 우뇌는 창조성과 예술성, 시각적 정보와 공간인식능력과 상관이 있음을 그녀는 말한다. 자신 또한 질병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의사들의 신뢰감없는 치료의 희생자였음을 깨닫게 되었고 스스로의 생존의지로 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왼손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병의 치유가 가능함을 알게 되면서 왼손의 힘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갈등상황에 접했을 때 이성적인 자아는 오른손이 되어 자신의 입장을 서술하고 내면적인 자아는 왼손이 되어 다른 입장을 서술하여 서로 드러내고 교류하게 함으로써 내면적 갈등을 치유하고 극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바로 현실의 두뇌과학에 의해 뒷받침되고 증명되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저자는 왼손의 힘을 통해 자신의 내면 속의 절대적인 자아, 즉 신과의 만남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죽음이나 스스로의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의존하게 되는 절대적인 존재인 신은 외부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내면의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왼손의 활용을 통해 좌,우뇌가 조화롭게 사용되면서 깊은 내면에의 응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몸속에 깃든 마음의 존재를 조용히 느껴 보라. 발끝을 타고 올라오면서 어딘가에 나의 마음과 영혼이 존재하고 있는지 천천히 느껴 보라. 그리고 그 내면의 또 다른 자아와 대화를 나누어 보라. 우리 속에 잠재하고 있는 절대의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마치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가 가진 많은 가지 중의 하나 하나가 우리의 존재같지만 그 가지는 나무의 줄기를 통해 그 뿌리로 이어지듯이 내 속의 깊은 자아를 통해 우리는 신을 만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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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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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 후이징의 이 책은 책은 무엇이고 책읽기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제공한다. 책읽기는 어떠한 경우에 이로우며 어떠한 경우에는 해로운가에 대해서 말한다. 이 책은 18세기의 역사적 인물인 요한 게오르크 티니우스라고 하는 책벌레를 통해 책에 대한 열정과 집착과 광기를 그려내는 동시에 2세기 후의 또 다른 책벌레인 팔크 라인홀트라는 인물과의 연결을 통해 책읽기가 가지는 여러 가지 해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책읽기 그 자체는 우리에게 많은 지혜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그것이 이기심과 욕망과 소유관념에 끈적하게 들러붙게 되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해악을 나타낸다. 책은 인간의 사고를 글로 남겨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듦으로써 기억력을 쇠퇴시키고 망각이라는 해악을 가져오는 것처럼 글과 책을 소유하려고 하는 강한 집착이 결국에는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텍스트가 읽는 이의 핏줄이 되고 양식이 되며 갈증을 해결하는 시원한 음료수가 된다는 그의 표현은 책을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가 없다. 작가가 신이고 작가의 무한한 창조의 글들은 그 속에 설정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외모와 지혜 그리고 모든 것을 창조해낸다. 따라서 책 속에는 창조주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독서에의 몰입을 통해 창조주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책이 가진 매력 속에 흠뻑 빠져버린 두 살인자는 어쩌면 그들의 성격이 비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신이 설정한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뿐이라는 저자의 말 또한 일면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이렇듯 우리가 책 속에 글 하나하나에서부터 문장을 읽어가며 몰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비로소 이 책이 가진 마법 속에 깊숙히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때에는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책들과 잘 짜여진 구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비로소 책이 주는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어느덧 자신의 내면속에서 집을 짓고 그곳에서 머물며 빠져나오기를 싫어하는 달팽이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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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루쉰 지음 / 우리교육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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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신편(故事新編)이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거대한 봉우리인 노신(루쉰)의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역사적 지식의 빈약을 느끼는 나로서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용어와 개념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진 독창성과 문학성과 역사적 책임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은나라와 주나라의 이야기를 담은 '고사리를 캔 백이와 숙제', '홍수를 막은 우임금'과 춘추시대의 제자백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이야기(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전쟁을 막은 묵자, 관문을 떠난 노자)와 여와의 신화 이야기들은 그 시대적 배경을 달리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노신이 살고 있던 당시의 상황을 빗대고 풍자하여 우회적으로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정부의 탄압을 받으며 자신의 저서들이 금서로 지정받는 가운데,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처연하게 이 책을 마무리지었던 것처럼 자신의 사상에 강한 확신을 가졌으며 그 모습만큼 당당하게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이 글들을 통해 볼 때 그는 바로 민중의 사관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현실을 무시한 상대주의가 알몸으로 재생한 한 젊은이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서 다급하게 호루라기를 불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한 장자의 이야기와 벼슬과 명예와 탐욕을 버리고 바른 것을 추구하며 청렴하게 살아가는 노자와 묵자 이야기, 농민들의 의복과 모습으로 홍수를 막기 위해 마누라와 아들도 팽개치고 불철주야 뛰어다닌 우( )의 이야기와 그의 신화화에 대한 비판과 풍자, 존경과 위대함으로부터 끌어내려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여러 성현들의 이야기는 바로 그가 누구의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지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가 다름 아닌 이 민중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역사는 바로 이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으며 또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민중들이 좀 더 현명하고 깨우치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하였던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모여 있는 군중이 아니라 자각이 있는 민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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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
테드 코언 지음, 강현석 옮김 / 이소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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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즉 우스개 소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가치를 되새겨보는 그런 책이다. 그러나 아주 철학적인 내용은 못되는 것 같다. 즉, 농담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인 성찰이나 체계적인 이론화의 시도는 별로 없는 그런 책이다. 그저 재미삼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웃음은 우리에게 참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스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역시 옳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부터 그는 웃음이 가진 정당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물론, 우스개는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한 문제에서 그의 우스개는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는 별로 교류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유태인들의 예와 폴란드, 아일랜드, 흑인들의 예와 미국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예들은 한국 독자들로서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스개이나 우스개로만 구성되지 않은(다소 철학적인?) 철학적이나 철학적이지만은 않은 이 책은 우리에게 일상에서 웃음과 우스개가 가진 정화적인 요소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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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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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글이다. 하지만 신화속에는 인간의 원망(願望)이 담겨 있다.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으로부터의 재앙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것을 극복하는 자가 되기를 갈구하고 그 갈구가 신화라는 영역을 만들게 되었으리라.

따라서 신화는 현실의 인류역사와 아주 밀접한 상관이 있으며, 그 현실적 의미 또한 무수하게 내포하고 있다. 자연을 주관하는 신들(구름, 바람, 대지 등)과 감정을 주관하는 신들(사랑, 질투 미움 등)과 생사를 주관하는 신 등은 인간의 삶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대신 제우스와 여러 신들, 그리고 버금 신들, 딸림신들은 신화를 통해 의인화되고 이렇게 빚은 신들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가지고 있다. 사랑과 분노와 질투와 시기와 고통과 설움과 좌절감.... 신들끼리도 영역싸움을 하며, 사랑다툼도 하고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행동들은 오히려 아주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윤기님의 이 책은 신화에 입문하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에게 자전거의 짐받이를 받쳐주듯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이미 신화의 매력속에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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