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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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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01:59
산을 오른다, 오를수록
입지는 좁아지고
시야는 넓어진다.
오르고 또 올라
더 오를 데 없는 꼭지점
세상에서 가장 좁은 영토를
겨우 딛고 서면
천지사방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일미진중함시방이라
더없이 작은 세계로
더없이 큰 세계가 들어오는 것이다.
바야흐로 거기
산정에 선 사람이여!
먼 길 돌아
벌거숭이 젖먹이로
온 세상 품에 안고
홀로 선 그대여!
- 이현주 목사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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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01:49
오소리가 올라가면 오소리길
너구리가 내려가면 너구리길
어쩌다가 나물꾼이 걸어가면
시치미 뚝 떼고 나물꾼길
저마다 임자인 길, 임자 없는 길
- 이현주 목사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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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01:09
여름비뒤끝하모니
모두제재주로살아
바람한점서늘하다
거닐다바라보는달
돛을달고어디가나
- 연성 -
여름으로난오솔길
잠자리마저더운데
한줄기시원한바람
어느곳을지나는지
텅빈창만바라보네
- 용욱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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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0 07:48
텅 빈 속으로 먼저 울고
그 울음소리를
밖으로 내 보내
모든 소리의 어미로 되는,
뎅-
종은 치는게 아니라
울리는 것.
제 속으로 먼저 우는 자만이
잠든 세상을 깨우는
새벽의,
뎅-
종소리로 살아나는 것이다.
- 이현주 목사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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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9 10:23
진실로 사랑한다면
아이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 보라
고요한 숨소리
맥박도 이마도 짚어보고
아이 손을 한 번 더 잡아 보라
너는 어디서 왔는지 신기해하며
나를 또 신기해하라
그렇게 또 그렇게
이런 질문도 해 보라
나는 왜 여기 왔으며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풀 섶을 기어가는 벌레에게 물어보고
풀에게, 갈대에게 물어 보라
나뭇잎으로 저무는 석양에게 물어보고
하늘 길을 내는 저 새에게 물어 보라
바람에게도 물어 보라
물음이 없다면
종교도 삶도 진리도 헛된 것임을
내 나고 자라온 곳 낙동강 가에 서서
화두처럼 물굽이로 물어 보라
네가 없다면
아, 이웃이 없다면
가정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마음으로
기억의 발자국을 신고 가는 허공에게도
물어 보라
- "진실로 사랑한다면"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