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대한 소식을 못접하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문을 나서는데 얼굴을 덮치는 냉기가 매섭다.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추위로 얼어붙은 상계봉의 능선이 뚜렷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갈길을 재촉하고, 얼어붙은 땅에서 전해지는 한기가 발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진다.

갑자기 가벼운 옷차림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선비가 한 번 갖추어 입은 의관을 어찌 다시 고쳐입으랴...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차쪽으로 향한다.

차에 올라 앉는데 시트에서 전해지는 냉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볍게 떨려 오는 다리 사이에서 어느덧 가버린 겨울이 다시 또아리를 틀고 있다.

얼어붙은 낙동강변을 따라 달리며 갈대밭 우거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사비나 야나투의 아름답고 애절한 선율에 따라 한겨울의 쓸쓸함이 한없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3월의 바쁜 생활에 예상하지 못한 추위와 함께 무심코 찾아온 삶의 우수...

그 알지못할 가슴떨림으로 주말의 하루는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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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을 따라 출근하며 바라본 을숙도는 짙은 안개에 쌓여있다.

하늘빛을 흡수한 회색빛 구름은 하늘과 강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경계가 흐려진 을숙도는 마치 침묵의 바다위에 떠 있는 천공의 섬같다.

저 곳은 신선이 사는 세계이다.

오직 하늘로 날개를 펴는 새들만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

마음 속으로 난 길을 따라 오늘 나는 그리운 고향으로 간다.

그 곳에서 내 고된 영혼을 누이고 싶다.

이 생에서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생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싶다.

남은 마음이 남은 인생을 빚어갈 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내가 오늘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도 저 짙은 안개를 가르며 태양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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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3-1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하루 보내세요^^

파란여우 2005-03-11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산비야를 가로 지르며 출근하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며 출근을 하신다니
불초소생 기쁘기만 합니다.
오늘 하루도 감기로 고생하는 파란여우를 잊지 않으시리라 여겨요^^

달팽이 2005-03-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렇군요...쾌유하시길....
 

'20세기 미국의 지성' 수전 손택 별세

20세기 말 미국의 지식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소설가 겸 수필가로 문학운동과 인권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던 수전 손택(여) 전(前) 국제펜클럽 미국지부 회장이 타계했다. 백혈병을 앓아온 손택 전회장은 28일 입원중이던 뉴욕의 슬론-케터링 기념 암센터에서 향년 71세로 숨졌다고 병원측이 밝혔다.

손택 전 회장은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에서 발레와 사진,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사를 해박한 지식과 새로운 철학의 관점에서 풀이한 사회 및 예술평론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지성계의 관심을 끌었고 베스트 셀러 소설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정치에 무관심한 미국 문단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반대로 대(對)테러전에서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 사회 현안에 관해 거침없는 의견을 표현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1933년 뉴욕 모피 거래상 집안에서 태어난 손택 전 회장은 5세 때 아버지가 사망한 후 재혼한 어머니와 계부 밑에서 자랐다. 스스로 '장기 징역형'이라고 묘사한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도 학업 성적은 아주 우수해 월반을 거듭한 끝에 3년 일찍 고교를 졸업했고 시카고 대학에 재학중이던 17세 때 28세의 사회심리학 및 역사학 강사였던 필립 리프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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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반 이혼한 손택 전 회장은 뉴욕 문단에 데뷔한 뒤 소설과 수필, 평론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활동을 통해 문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대표작으로 베스트 셀러이며 한국어로도 번역된 '화산의 연인(The Volcano Lover)'과 2000년 전국도서상을 수상한 '미국에서(In America)' 등 소설과 '해석에 반대한다(Against Interpretation)', '은유로서의 질병(Illness as Metaphor)',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등 평론, 에세이집을 남겼다.

손택 전 회장은 프랑스의 사상가 롤랑 바르트나 독일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주로 생활한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엘리아스 카네티 등과도 교유했고 미국의 작가로서는 드물게 정치적 활동에도 적극 관여했다. 1987-89년 국제펜클럽 미국 지부 회장을 지낸 그는 이란 작가 살만 루시디가 '악마의 시'로 이란 종교당국의 사형선고를 받은 뒤 미국 문학계의 항의운동을 주도했고 1990년대에는 옛유고 지역의 내전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1960년대에는 미국의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미국 펜클럽 회장을 맡을 당시인 1988년에는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김남주 시인 등 구속문인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9.11 이후 미국이 펼쳐진 대(對)테러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는 문예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한 글을 통해 9.11 테러가 '문명에 대한 비겁한 공격'이라는 지적을 '허튼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이것은 특정한 미국의 동맹관계와 행동에 의해 초래된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국내외에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파리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소르본 대학에서도 철학과 문학, 신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공부했던 손택 전 회장은 새로운 문화의 스타일과 감수성의 도래를 알리는데 주력해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라는 숱한 별명과 명성을 얻었다. 그의 소설과 평론은 한국어를 비롯해 3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스스로를 '진지함의 광신자'로 불렀던 손택 전 회장의 타계에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의 언론은 "지난 반세기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지성인을 잃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뉴욕=연합뉴스)

2004.12.29 05:48 입력 / 2004.12.29 0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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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처님께 재를 털면 공안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하였는데...


그 화두만을 남기시고 스님은 가셨다.


그동안 몸이 불편해서 병고를 치르시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훌쩍 떠나셨다는 소식을 어제 저녁에 알게 되었다.


선의 비밀에 대해 일반 수행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화에 힘쓰시고


선의 세계화에 한 몸을 쓰셨던 분이,


이제 세상은 한 송이 꽃임을,


그 꽃이 됨으로써 우리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고 있다.


스님의 한 생은 이렇게 맺으셨지만,


스님이 남기신 화두 공안은 나의 마음 속의 의문으로 남아,


남은 생 동안 열심히 공부하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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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0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일찍 가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가실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제가 기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글샘 2004-12-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라가라 하는 놈들은 잘만 사는데... 아쉬운 소식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통해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몇 달 전  그에게 닥친 불행은 그에게 있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었다.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오는 상실감과 고통을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졸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고통과 상실감을 지켜보며, 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고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고도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련을 고스란히 몸으로 겪으면서도 새로운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마음공부를 통해 우리가 도달하는 것은 삶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시련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그것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수용하면서도 극복하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데 있다고....

망자를 배려하면서 동시에

남은 자도 생각하는 일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성숙한 자세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아직 어린 자녀를 둔 그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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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1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이 좋아하시는 그 분이 부디 건강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겠네요.


비연 2004-11-1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얼마전 이런 경험을 했었죠...타인의 고통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었습니다.무엇보다 그 분이 건강해지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라지면 또한 이 많은 생각들도 사라지고 삶에 대한 깊은 불신(!)만이 남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해지셔서 시련을 이겨낸 모습으로 우리에게 더 큰 것을 주시길....아멘.

파란여우 2004-11-1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있음의 행복했던 날의 추억들만을 간직할 수 있다면요...다시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달팽이 2004-11-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비연, 파란 여우님 모두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