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구판절판


내가 보기에도 면은 나를 닮았다. 눈썹이 짙고 머리 숱이 많았고 이마가 넓었다. 사물을 아래서부터 위로 훑어올리며 빨아당기듯이 들여다보는 눈매까지도 나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눈매는 내 어머니의 것이기도 했다. 시선의 방향과 눈길을 던지는 각도까지도 아비를 닮고 태어나는 그 씨내림이 나에게는 무서웠다. 작고 따스한 면을 처음 안았을 때, 그 비린 젖냄새 속에서 내가 느낀 슬픔은 아마도 그 닮음의 운명에 대한 슬픔이었을 것이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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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서재영 지음 / 부키 / 2005년 4월
절판


잘 말린 국수 반죽을 잘 접어서, 잘 썰어 놓으면 칼국수 면발 봅기는 끝난다. 여기까지가 가산이 칼국수에서 내가 할 일이다. 국수 다시물을 내는 건 안해의 할 일이니 내가 상관할 바 없다. 가산이 칼국수의 마지막은 짓고추-김치 고추 또는 삭힌 고추라고도 부르는-가 장식한다. 약 오른 늦고추를 소금물에 재웠다가 겨울에 꺼내 먹는 짓고추를 잘 다져서 한 대접 상 위에 놓고 식성껏 넣어 먹는 것이다. 그 알큰한 맛에 반한 사람들은 칼국수에 짓고추가 없으면 으레 서운한 맘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칼국수의 본질이 면발이라고 해도 그 국물 맛을 소홀히 하면 보는 맛과 뒷맛이 떨어지게 되니, 잘 가꾼 여자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허나, 잘 가꾼 여자가 그 속마음까지 이쁘기가 어디 쉬운 노릇인가.-128~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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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구판절판


사람은 노동을 통해서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고역은 사람을 삐뚜러지고 잔인하게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노동의 고역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사람들은 일 자체를 부정합니다. 그래서 고들은 자식들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사무원,공무원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일을 변화시켜 노동의 고역(비지깜 흘리며 하는 일)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게 아니고 나와 내 자식만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입니다. 일을 변화시키는 일이 생활을 변화시키고 삶의 방식과 태도를 변화시켜 결국은 자신과 세상도 변화시키는 기초가 될 수 있지 않느냐 하고 생각해 봅니다. -P.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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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문이 터지는 3.6.9 프로젝트 1권 3.6.9 프로젝트 3
문단열 지음 / 길벗이지톡 / 2002년 7월
절판


대학 때인가, 후배들을 모아 놓고 영어 표현과 발음에 대해 일장 연설을 놓어놓고 있었다. 그때 마침 우리 영어 서클의 대선배 한 분이 들어와서는 < 과격하게 생략된 발음 >의 중요성에 대해 침을 튀겨 가며 얘기하고 있던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나가버렸다.
"씰데없는 것만 골라 가르치고 있구만!"
나는 그 후로 두고두고 그것이 참 쓸데없는 짓이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 생략 된 발음의 덩어리로 먼저 배워야 한다 >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영어 학습, 그리고 그 어떤 외국어 학습에서도 < 진리 > 라는 확산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 과격한 발음이야말로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최종 발음이고,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 소리 > 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워 써먹어야 할 상황에서 의사 소통하는 데 가장 필요한 발음이 바로 그처럼 생략되고 뭉뚱그려진 소리이기 때문이다.-P.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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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 Dear 그림책
숀 탠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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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 "버려진 것"을 생각하곤 하지.
특히 거리를 지나다, 그 자리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보게 될 때에는.
알고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왠지 이상하고, 슬프고,
버림받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하지만 요즘 들어 그런 것들은 점점 더 작게 보여.
아마 이제는 우리 둘레에 버려진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일 테지.
혹은 그것들을 보고도 단지 잠깐 멈춰 설 뿐,
이내 그냥 지나치기 때문일지도 몰라.

이젠 나도 너무 바쁜 탓이겠지.-p.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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