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 골로비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친지 여러분께 사랑하는 남편, 항소법원 판사 이반 일리치 골로빈이 1882년 2월 4일 운명하였음을 삼가 알리는 바입니다. 발인은 금요일 오후 1시 입니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항소 법원 판사로 재직했던 이반 일리치 골로빈은 마흔 다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부고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된 법원 고위급 인사들은 공석으로 남아 있는 그의 자리에 자신들의 측근이나 동료들의 자리 이동과 승진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품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자리로 이동하게 되는 이들은 개인 집무실은 물론 연봉까지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만 할 뿐 법원 동료들 중 어느 누구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없다.

그저 자리 이동과 보직 변경만 생각하는 동료들은 죽은 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깊이 안도 하고 있다.

이들 중 이반 일리치와 법률 학교를 함께 다녔던 뾰뜨르 이바노비치는 예의 상 추도식에 참석해서 미망인과 남겨진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위해 마지막 발인 날 이반 일리치의 집 앞을 찾아 간다.

그는 관 속에 누워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손가락으로 성호를 긋지만 머릿속은 카드 놀이를 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가족들로부터 이반 일리치의 마지막 순간, 사흘 밤낮으로 끔찍할 정도로 고통속에서 죽어갔다는 소리를 들은 뾰뜨르 이바노비치는 자신에겐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의 마음을 진정 시킨다.

떠나간 이를 향한 슬픔에 잠긴 가족들의 울음 소리를 뒤로 하고 친구 뾰뜨르 이바노비치는 서둘러 카드 게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친구 집으로 향한다.

'어쩌겠어. 죽었는데. 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 있잖아.'

빼쩨르부르그의 정부의 여러 부서와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출세 가도를 달렸던 고위 공직자의 셋째 아들 이반 일리치, 똑똑하고 활달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예의 바른 청년으로 성장 하면서 법률 학교 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십등문관 지위로 공직 생활을 시작 했다.

그는 최고급 상점들을 돌며 한 껏 치장한 이반 일리치는 성실한 직무 수행과 청렴 결백함으로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다져 나갔다.

예심 판사가 되어 새로운 부임지로 이사한 후 권력층과 상류층,정부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과도 두루두루 친분을 교류 하며 살아간다. 그는 이곳에서 명망 있는 귀족 가문 출신의 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라는 여자와 결혼 하고 난 후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인해 크게 충돌한다.

이반 일리치는 매사 모든 일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며 욕을 퍼부어 대는 아내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일에 매달리며 이전 보다 강한 출세 욕에 불타오른다.

사교계와 공직 사회에서 인정 받았듯이 이반 일리치는 가정에서도 일련의 원칙과 규칙을 세워 두고 적당한 거리를 둔다.

그가 아내에게 바라는 건 그저 따뜻한 식사와 집안 관리 그리고 잠자리 뿐으로 이 세가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틀어져 버리면 그는 일터로 돌아가 버렸다.

남편이 승진을 해서 새로운 근무지에 배정을 받아도 아내는 전혀 기뻐하지 않고 생활비를 대기 힘들 정도로 빠듯한 봉급 탓을 했다.

아이들의 양육 문제 부터 사소한 문제들로 인한 충돌로 인해 이반 일리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서서히 줄여 나간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이반 일리치는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을 가장 좋아 했다. 부하 직원과 피고인들로 부터 전해져 오는 존경 어린 시선,지역 사회에서 과시 할 수 있는 직위,고속 승진 하는 기쁨 까지 맛 볼 수 있는 곳

이반 일리치는 동료들과 대화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고 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카드 놀이를 벌이는 나날로 하루 하루를 채워 나갔다.

1880년 인사 이동에서 뒤쳐져 버린 이반 일리치는 생활비를 줄여 보기 위해 시골로 낙향 하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가족들을 먹여 살릴 정도의 연봉 5000루블이 보장 되는 곳을 찾아 다닌다.

러시아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인사 이동이 이뤄졌던 시기에 그는 뜻밖에도 이전에 근무했던 법무부로 부터 높은 연봉의 보직을 맡게 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었고 결혼 이후 처음으로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웃음 꽃을 터트리는 나날이 이어졌다.

원했던 연봉과 보직을 맡은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사교계로 진출하면서 허영심으로 잔뜩 부풀러 올라서 온갖 부류의 친구들과는 더 이상 연락은 커녕 집으로 초대 하지도 않았고 초라한 시민들 궁색해 보이는 이들과는 일절 교류 하지 않았다.

모든 가족이 건강했고 매주 주말 마다 열리는 파티에는 최 상위층 사람들만 찾아 왔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몸 속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인해 일터와 가정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자신의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증을 세심히 관찰하며 의사를 찾아 다니며 의학 서적을 읽고 치유 되고 있다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지만 병세는 빠른 속도로 악화 되어 갔다.

그는 극심한 통증은 오로지 자신만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 했고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병환 상태를 전혀 이해 하지 못하며 괴팍 해져 버린 성격 탓으로 치부 해버렸다.

가족으로 부터 외면 받고 함께 카드 놀이를 할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 조차 그의 병세가 악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았다.

스물 네 시간 멈추지 않는 통증의 고통 속에서 진정으로 이반 일리치의 병세를 함께 아파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 하지 않았다.

'내가 없다는 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가?

내가 없어지면 그럼 난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정말 죽음인가? 아니야. 죽고 싶지 않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여기, 죽고 싶지 않은 한 남자가 있다.

도쿄 시청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만년 과장 와타나베는 자신의 책상 위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서류더미를 떠올리며 현재 병상 침상에 누워 있다.


'그는 위암에 걸렸지만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영화<이키루>의 첫 화면에서 보이는 진찰실 장면은 섬뜻할 정도로 죽음의 공기로 가득 차 있다.

방금 전 위암 판정을 받은 와타나베를 제외하고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진찰실엔 마치 저 멀리서 지켜 보고 있는 저승사자가 대기자를 기다리듯 와타나베가 앓고 있는 위암 증상을 건조한 독백으로 읊조린다.


'그는 정처 없이 떠돌면서 인생을 살았습니다. 사실상 살아왔다고 보기는 어렵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와타나베는 이전처럼 먹고 싶은 데로 먹고 마시고 싶은 데로 마실 수 없다.

퇴근 후 평소 술을 입에도 대지 않던 와타나베는 이날 술집에 들어가 값비싼 술을 들이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술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항의 표시야.”


와타나베는 시청 공무원으로 30년이나 근무하는 동안 책상 위에는 늘 상 서류더미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부하직원들은 일하느라 분주한 척하지만 막상 실행되는 일은 하나도 없이 그저 그날 그날 접수되는 민원서류에 결제 도장만 찍는 만년 과장이다.

그렇게 별탈 없이 굴러갔던 자신의 인생에서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와타나베는 술잔을 기울이다 여태껏 살아 오는 동안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 놓은 것이 없이 죽는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치밀어 오른다.

사직서에 도장을 찍어 달라는 여직원에게 와타나베는 단 하루 만이라도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며 파친코 장과 영화관을 돌아다니다 여직원에게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 여직원은 와타나베에게 어서 남겨진 자식을 만나러 가라고 부추기고 그는 여직원의 말대로 아들을 만나 자신의 위암 투병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가로 막으며 남은 재산 여자에게 탕진하지 말고 자신에게 달라고 소리친다.

그날 와타나베는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눈물을 터트리고 카메라의 시선은 멀찍이 방 한 켠에 놓여있는, 와타나베가 시청에서 받은 근속 25주년 기념 상패를 비춰준다.

밤 새 눈물을 흘린 와타나베는 마지막 자신이 죽기 전에 세상에 가치 있는 일, 즉 공무원으로 시민들을 위한 어떤 일을 하나라도 하기 위해 버려진 땅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원서류를 받자마자 즉각 빈민가 주택가의 한가운데 있는 물웅덩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 간다.

민원을 들고 각 부처들의 행정관련 서류를 챙기며 공사 허가를 받기 위해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와타나베를 보며 시청 직원들은 그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아무 능력도 없는 시체 같은 '미라'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던 그가 미쳐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한부 인생 3개월을 남겨 둔 와타나베 과장은 시청의 이 부서 저 부서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결국 물웅덩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도 된다는 시청 건축 심사를 통과 시킨다.


3개월의 시간이 흘러 시청 공무원들이 와타나베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와타나베가 마지막 순간 왜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는지 떠올려보지만 고인의 영정 앞에서 왁자지껄한 웃음과 시덥지 않은 농담들을 주고 받으며 먹고 마시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당신은 나라의 미래가 닫힌다 해도 자신은 나이가 들어 얼마 못 살 테니, 책의 지식 만은 어떻게든 지닌 채로 죽자, 라고 말할 사람 아닌가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까지 절망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을까.]

                                                          -오에 겐자부로의 <만년의 양식집> 중에서


2023년 첫 해의 시작인 1월의 마지막 날, 오에 겐자부로가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제2차 세계 대전 패전 이후 일본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는 동아시아 국가를 피와 폭력으로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자신의 국가를 향해 전후 평화 재건, 원폭 피해 고발, 천황제 및 헌법 9조 수정 반대와 같은 국내외 정치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평생 동안 국제사회 평화 운동에 헌신했던 실천적 지식인이였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베 집권 당시 헌법 9조 수정을 추진했던 2014년 평화 헌법 수호를 위한 ‘9조의 모임’ 일원으로 아베 뒤통수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일본은 중국을 침략했고 한국의 땅과 사람을 일본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일에 대한 속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전쟁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은 평생 아시아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속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의 근본입니다.'

                                                                             -오에 겐자부로(1935-2023)


2023년 1월 31일 일본에서 오에 겐자부로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열흘 뒤에 공식적인 발표가 났던 건 가족들의 요청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발생 할지 모르는 정치적 혼란과 동요를 잠재우기 위했던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 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원전 재가동 반대에 나서는 등 탈핵과 환경,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2023년 3월의 끝자락에 눈을 감았다.

인두암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였던 2015년 아베 정권이 자위대 국외파병의 길을 열기 위한 안보법안을 처리하려고 하자 반대집회에 직접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고 세상을 떠나기 일 년전인 2022년 도쿄신문에 일본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재운영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쓴 글을 기고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 건강 이상으로 큰 수술을 마치자마자 그린란드를 둘러 보며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삼림 보전 단체 ‘모어 트리즈’를 만들었고 암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갔음에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있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 했다.


[인간의 수명이 80세에서 90세까지 길어진 것은 기껏해야 최근 30~40년 사이의 일입니다. 20만 년으로 알려진 인류의 긴 역사와 의료 시스템이 없던 시대를 생각하면 과연 무리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괴롭고 힘든 치료를 거부하고 최소한의 케어만으로 마지막을 맞이하는 가치관을 조금 더 허용하는 세상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방사선 치료와 외과 수술을 받고 화학 치료까지 병행하려는 스스로의 모습에 모순을 느낍니다. 신체보다 의식이 훨씬 보수적이라는 사실에 고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살다 자연스럽게 죽어가는 것이 동물 본래의 순리이자 생명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인간만이 거기에서 벗어나 있죠.]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


오에 겐자부로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인생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던 20세기 최대 사상가이자 실천적 지식인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는 백혈병 투병 중에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가 발표한 팔레스타인 평화 안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제국주의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3년 생애 끝자락에서도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글을 썼고 오후에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를 반복하다 세상을 떠났다.


'죽음 때문에 우리는 단 하루도 한가하게 지낼 수 없다.'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


이 땅을 떠난 지식인들 에드워드 사이드, 오에 겐자부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평생 동안 모든 인간과 민족, 그리고 문화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며 다문화주의에 의한 인류 통합과 공존, 유연과 관용을 주장했다.

2023년은 기후 재난, 재앙, 전쟁, 전염병, 난민의 문제로 들끓어 올라 지구 반대편에서 지진과 재난으로 또 다른 반대편에선 무고한 생명들이 최첨단 무기와 폭탄으로 사라지고 있다.












[반세기 전 학생 시절, 재일본한국학생동맹(한학동)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본명을 이야기하고, 이제 막 조선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재일조선인 친구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미음(ㅁ) 받침 발음이 잘 되지 않아 자신의 성인 김을 일본식으로 ‘기무’라고 발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걸 비웃거나 창피 주지 않고, ‘기무’도 ‘김’도 모두 金이라고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너는 자기 성조차 제대로 발음 못하니까 더 이상 조선인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게 아닙니다. 좀 더 말하자면 저는 만약 조선어를 한 마디도 못하더라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지배 역사의 결과로,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 그런 사람이라면 충분히 대화할 수 있고, 같은 ‘조선인’으로서 만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서경식(1951-2023)


2023년의 마지막 몇 주를 앞 둔 12월 18일 서경식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 언론은 서경식 교수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먼저 장기수 가족이란 문구를 사용한다.

1971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던 서경식 교수는 당시 서울대에서 유학 중이던 두 형 서승, 서준식이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이라는 군사정권이 조작한 간첩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되자 그는 일본에서 두 형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명 운동을 펼치며 일본의 리버럴·좌파 지식인들과 연대 하며 목소리를 높여 나갔다.

하지만 일본 땅에서 한국 정부가 발급한 여권 없이는 국외에 나갈 수 없는 재일 조선인으로 일본 땅에 갇혀 별다른 희망이나 기약 없이 두 형의 구명 운동을 하는 동안 갑작스럽게 부모님 마저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가 병실에서 투병하는 동안 서경식 교수는 프리모 레비의 책들을 탐독 하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진보지식인들의 도움으로 유럽으로 3개월 간의 유랑을 떠난다.













[나에게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쁘게 움직이게 만드는 많은 일이 있었다. 어딘가 흘러 있을 빵조각을 발견하는 것, 육체를 소모하는 일을 피하는 것, 구두를 수선하는 것, 빗자루를 훔치는 것 혹은 나를 지켜보는 타인의 시선과 몸짓의 의미를 읽는 것 등. 인생에서 목적을 가지는 것은 죽음에 대한 최선의 방어다. 그리고 그것은 수용소에서 만의 일이 아니다.]

                                                                                                             -서경식


서경식 교수의 “차별과 박해에 짓눌린 증거, 이것에 저항하다 죽어간 증언”같은 기록을 써 내려간 책들이 일본의 주요 상을 수상하게 되고 마흔 살에 일본 대학 강단에 서게 된다.


'간토 대지진 때처럼 조선인을 죽이자고 이 강의실에 누가 들어왔을 때 이 방에 있는 학생 중 누군가가 나를 지켜줄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도 조선인을 죽이자는 무리에 들어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늘 합니다.'

                                                                                           -서경식(1951-2023)

분단국가의 ‘재외국민’, 비전향 정치범의 가족의 낙인이 찍힌 채 ‘난민’도 ‘국민’도 아닌 ‘반(半)난민’으로 살았던 서경식 교수는 생애 마지막 까지 ‘예술’의 시선으로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를 갖고 승산이 있든 없든 이념의 충돌이 극에 치닫는 이 시대에 ‘진실’을 이야기 했다.


영국 땅에서 11살 나이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이키루>를 처음 본 가즈오 이시구로는 매년 한 해가 끝나는 12월 마다 <이키루>를 보았다.

그는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 할  부터 영화 <이키루>를 여러 번 보면서  <남아 있는 나날들>,<너를 보내지마>, <클라라와 태양> 작품을 완성했다.

영미권의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비롯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가 된 가즈오 이시구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 런던의 늦은 밤 식사 자리가 끝난 후 택시에 누군가 함께 동석하게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탄 택시의 뒷좌석에 합석한 동승자는 유명 배우인 빌 나이로 그의 모든 연극 작품을 찾아 다녔던 광팬 이시구로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떤 섬광을 보게 된다.

그 날 집으로 돌아 온 가즈오 이시구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이키루>를 틀어 놓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평소 알고 지냈던 연출자와 감독에게 연락을 해서 단  몇 일 만에 쓴 어떤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클라라와 태양> 원고를 완성하자 마자 곧바로 비밀스러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갔고 택시에서 연락처를 주고 받았던  배우 빌 나이에게 전화를 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전화를 받은 빌 나이는 그에게 ' 방금 전 당신의 소설을 읽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영국 전역을 덮치며 전 세계가 락다운 되었던 시기에 빌 나이는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건네 받은 시나리오를 단숨에 외워버리고  앞으로 몇 달 안에 연기하게 될 <그 남자>의 생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화 <리빙> 시나리오를 감독에게 건네기 전에 이런 말을 시나리오 원고 맨 앞 장에 적었다.


'당신의 삶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남은 생에 진심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가즈오 이시구로(1954-)



2022년 마침내 영화 <리빙>의 제작진은 영화를 완성했고 빌 나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만년 과장 공무원의 연기를 뛰어나게 해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2년 영화 제목은 ‘삶(生)’이 아니고 ‘살다(生きる이키루 )로 와타나베는 삶의 마지막 시간 동안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놀이터를 완성하며 하루 하루 기적과 같은 나날을 살다 갔다.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반 평생 동안 글쟁이로 살았던 1949년 생 폴 오스터는 암 판정을 받았지만 두 권의 소설과 한편의 논픽션을 완성하며 마지막까지 글을 쓰겠다는 희망을 져버리지 않았다.


[왜 쓰는지 나도 모른다. 답을 안다면 아마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쓰고 또 쓰고 있다.

내가 글쓰기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나를 선택한 것이다.

글쓰기에서 돌아오는 보상은 거의 없다. 돈 한 푼 만져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 유명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없다 해도 나는 쓰고 또 쓰면서 투병 중에도 여전히 쓰고 싶은 책 목록들이 있다.]

                                                                              -폴 오스터(1947-)

나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일상에도 변화가 시작되어 생각 없이 구글링 하는 시간에 쓰고, 쓰기 위해 책을 집어 들며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단 하루에도 글을 쓰지 않고서도 살 수 있고 글을 쓰지 않아도 여러 최첨단 기기의 도움으로 쓸 수 있는 세상이지만 매일 글을 쓰는 동안 내 앞에 펼쳐진 자잘한 강 줄기를 발견하고 있다.

그 강 줄기는 지난 시절에 시작 했다 놓쳐버린 것들, 잊혀버린 것들, 지워버린 것들일 때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여러 실천 목록들이나 반드시 집고 넣어 가야 할 장애물일 때도 있다.

매일의 습관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균열에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있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보여 주기도 한다.

나에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몇 시간을 위해 매일 나는 무언가 읽고 생각하고 상념하고 되새기며 머릿 속에 여러 개의 시물레이션을 띄운다.

쓰기 위해 읽고 읽고 쓰는 생활을 지속하게 되니 한국어 책과 영어 책을 1년 동안 800여권 가까이 읽었고 오늘까지 투비로그에 714개의 노트를 발행했다.

https://tobe.aladin.co.kr/t/scott


평온한 절망 속에서 살아갈 지라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인생조차도 기적 같은 생을 살다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별을 품고 세상에 태어났다.

그 빛의 세기는 매일 무언가에 몰두하며 발 버둥 치며 어떤 목표를 향해 무모할 정도로 애쓰는 동안에도 빛이 날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별,

정직하고 완전한 인간을 만드는 영혼.

모든 빛과 모든 영향력과 모든 운명을 통제하는 존재이니....

-랄프 월도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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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12-27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00권!!!!스콧님 정말 어마어마하게 읽으셨군요 게다가 쓰기까지👏👏👏 대단하십니다👍 저 어제 빌 나이 나오는 러브 액츄얼리 봤는데 스콧님 페이퍼에서 또 이렇게 보네요ㅋㅋㅋㅋ근데 저 영화는...시한부 인생ㅜㅜ 우울할거 같아요

2023-12-27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7 1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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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3-12-27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해 300권 넘게 읽었는데 scott님는 2-3배가 넘으니,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아요.
저도 부지런떨며 2023년에는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써야겠어요!
scott님이 올려주신 글 덕분에 매년 제가 성장하고 있어요.
알고 있던 상식에 덧대기도 했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때는 새겨들으며 기록하고 싶은 건 제 글쓰기 노트에 따로 기록하기도 했고요.
언젠가 인문책 하나 내셨으면 좋겠어요^^
scott님ෆ 많이 존경하고 좋아해요!

2023-12-27 1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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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2-27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3년에도 소중한 분들이 세상을 떠났네요... 얼마 전 서경식 님 부고는 진짜 충격이었어요. ㅜㅜ
스콧 님이 정리해주신 거 보니까 더더욱 빨리 이 분들의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진짜 대단하세요!! 읽는 것까지야 읽는다해도 글로 정리하는 게 에너지 소모가 더 크더라구요. 스콧 님 진짜 진짜 멋져요^^

2023-12-27 2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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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냥장판 2023-12-27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00권 이게이게 가능한거군요? 이반일리치 초반에 읽다 놨다 졸다 읽다 했더랬는데 나이든 지금 읽으면 다르게 읽어질려나요..
리뷰글에 급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지네요
얼마 안남은 23년도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도 늘 유념 하시구 내년엔 원하시는 일들만 가득 하시길 빌께요
오늘 갑작스런 뉴스소식에 안타깝던데 내년은 자살 뉴스는 없어음 좋겠어요
겨울 독감 조심하세요~~

2023-12-27 2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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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냥장판 2023-12-27 23:25   좋아요 1 | URL
오 유년시절과 함께 감사합니다 꼭 같이 읽어볼께요 제가또추천해주시는 건 무조건적으로 믿고읽죠
아 스캇님처럼 글은 못쓸지언정 한줄이라도 쓰자 했는데도 어김없이 깨어지네요 읽고 후기는 시간날때 하다 하나도 못쓰고 읽고만 있습니다 ㅋ 내년부턴 정말 한줄이라도 써야겠어요 기억이라도 하게

어쩌다냥장판 2023-12-27 23:2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약사아빠 소식에 ㅜ 어째어째만 되풀이 했네요 에효 불행한 사고 소식도 없어야 해요 내년엔 ㅜ

희선 2023-12-30 0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2023년에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네요 2023년 얼마 남지 않은 날에도... 다들 저세상에서는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하루하루 죽음으로 다가가겠지만, 그것보다 그저 살아간다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죽음도 삶의 한부분이죠 별 일 없을 때는 그런 거 잊고 살지만, 아주 가까이 다가오면 다른 느낌이 들겠습니다 그때도 그저 하루하루를 사는 것밖에 다른 건 없을 듯합니다


희선

2023-12-30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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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2-26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모르겠어서 북친님들 리뷰를 찾아보는데 스캇님 리뷰가 제일 먼저 보였는데 정말 긴데 한참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마침 얼마전에 저도 리빙이라는 영화를 봐서 반갑기도 하고 아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구나 생각도 하고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도 꼭 보고 싶네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도 많이 사두었는데 얼른 읽어봐야 겠다는 다짐도 하고요. 😅

scott 2024-02-26 11:15   좋아요 1 | URL
이시구로 각본의 <리빙>도 좋았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 정말 오래전 제작되었지만 세기의 명작입니다.
아키라 감독이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참고하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키루>의 마지막 그네 장면에서 밀려오는 뭉클함은 이시구로의 작품을 잊게 만들 정도 입니다.

깨비님 2월의 꽃샘 추위 건강 잘 챙기세요.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북깨비 2024-02-26 14:40   좋아요 1 | URL
저도 대체로 오리지널을 좋아하는 편이라 꼭 이키루를 찾아 보겠습니다 ㅎㅎ

scott 2024-02-26 16:54   좋아요 1 | URL
오리지널이 쵝오 ^^
 

'오직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인류의 남녀를 비교할 수 있다. 인간은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 2의 성>을 출간 할 당시 프랑스 전체 사회를 뒤흔들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그동안 '여성은 자궁이다'라고 말해 왔던 프랑스 전체 지식인 계층을 넘어 오로지 남성의 시각만 반영 되었던 기존의 사회 법과 질서의 근간에 폭탄을 던져버릴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유럽 전역을 너머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동안 여성이라는 생명체에 관해 이토록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면서 총제적인 연구서가 세상에 나온 적이 없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부아르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탐구 했던 실존주의 철학의 관점으로 여성의 모성과 사랑, 권리와 기회를 주장 했기에 사상과 이념, 종교적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으로 부터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고자 고심하는 모든 개인은 초월하고자 하는 무한한 욕구로써 자신의 존재를 경험한다.'


<제 2의 성>이 페미니즘의 초석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정치, 신화,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와 남성이 부여한 역할, 이미지, 사회적 활동 영역의 제한과 구분을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철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정신분석학이라는 도구를 총동원해 분석했기에 페미니즘 이론의 사상적 기원은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출간 전 후로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읽었다.

당시 이 책은 우리 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버지가 구입해 놓았던 책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보부아르의 <제2의성>은 미국에서 1970년에 출간된 영역본 요약판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 한 책이여서 읽는 동안 머릿속에 어떤 명확한 사상의 흐름이 형성 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집어 든 <제2의 성> 역시 도서관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던 미국판 요약본이였지만 다행히 그 책에 수록된 상세한 주석에서 인용된 책들 참고해서 앞으로 내가 읽어나가야 할 책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나갔다.


'겉으로 보기에 사회적 차별은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그것이 여자에게 미치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영향은 아주 깊어서 마치 자연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중에서


<제2의 성>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되고 나서 부터였다.

나는 첫 사회 생활 시작을 절대 다수의 남성들이 상사로 군림하는 조직 세계로 들어갔다.

남성의 언어와 규율 체계가 조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몸 소 체험하는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체계와 법률 그리고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글자를 처음 떼고 책을 읽기 시작 할 때 부터 부모님은 나에게 여성이 주인공인 스토리, 여성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스토리를 선별해서 읽게 하셨다.

특히 아버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긍심, 자존감을 세우는데 주력 하셨고 친인척들이 행하는 사소한 발언이나 행동에서 배어 나오는 성차별적 발언을 극도로 경계하며 그들에게 과감하게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장 먼저 가부장적인 관습인 제사부터 없애 버렸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날이면 그동안 쌓여 있었던 양쪽 가족의 묻혀있던 문제들이 모두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에 명절 날이면 친인척들 모두 멋진 곳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고 식사를 마치면 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 정해진 스케줄대로 이동하고 움직였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폐혜와 병폐를 완전히 뿌리 뽑지 못했다.

'여자를 알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 안에서 오직 경제적 실체 만을 보는 유물사관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보부아르


1949년 보부아르가 제기한 남녀의 성적구분, 여성성, 모성 등의 문제는 여전히 페미니스트들 간에 이견과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론의 초석이 되어 활발하게 논의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 큰 동력이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영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도 완전한 성평등은 존재 하지도 않았고 이들 국가의 법과 제도 역시 구시대 관습을 유지 하기 위해서 정치적, 종교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부유한 계층으로 올라 갈 수록 그들만의 규율과 관습은 여성에게 특히 엄격하면서도 차별적이였고 사회적인 이목과 관심에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유교적 관습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만큼 보수적이였다.

특히 백인과 히스패닉, 아랍계, 흑인, 아시안계 그리고 이민자, 난민 사이에서 서로를 향한 차별과 증오는 페미니즘으로 화합 하지 못할 정도로 집단과 계층, 피부색이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내가 다시 보부아르의 <제 2의성>을 펼쳐 들었을 때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생각 보다 '어떻게 쓰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 첫 장을 펼쳤다.


<제2의 성>을 집필하기 전 보부아르는 타자로서 여성이라는 생각 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사상과 철학을 사르트르의 사상과 철학과 연결 시켰고 사르트르가 그녀의 논리에 동의 하면 그제서야 이론적으로 체계를 다져나갔다.


이 시기가 보부아르의 나이가 서른 일곱 살 무렵으로 조금은 집요할 정도로 사르트르는 남성이고 나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그와 나는 다르다'라는 매우 단순한 명제에서 역사적인 저술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을 오랫동안 주저해 왔다.'

보부아르


여성이 자기 삶의 '타자성'을 보지 못한다면 영원히 남성들이 주도하고 관할 하는 사회 속에서 영구적인 미이라처럼 어떤 성취도 어떤 결과물도 온전하게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예들은 주인에게 복종했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이 주도하는 질서와 사회에 순응했다.

가족의 화목과 사회적 체면을 위해 여성들은 남성들이 제시하는 강압적 규율과 제도에 합의 했고 지지하며 서로 공모를 공유하며 어리석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자책하는 노예가 되었다.











[그중 외로운 여자 다섯 명은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데도, 혹은 그들 탓에 조용하게 혼자서 미쳐가고 있었다. 모두 스스로에게 의혹을 품고 있었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이유에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었다. 예외 없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도리스 레싱의 <금색 노트> 중에서


여성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이등 시민 지위라는 건 어떤 문서에도 표기 되지 않고 있지만 사회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자발적으로 지속적인 긴장 상태 속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 시대에 '여성이 어떻게 여성이 되었을까?'


'내가 보기에 여성의 종속은 여성의 결혼이 중추적인 경험이라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공유하는 -확신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확신은 주로 여성들의 정신 에너지의 흐름을 감소 시켜 궁극적으로 파괴해버리지만 남성들에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 나 혼자이고, 절대 보살핌을 받을 수 없으며 삶은 공포와 욕망 사이 벌거벗은 전쟁이고 공포는 오직 스스로 즉 독립적으로 경험하는 능력에 의해 강화되고 갱신 되는 욕망의 급증을 통해서 만 잠시 물러난다는 불안한 지식 때문에 계속해서 정신 에너지가 주입된다.

                                                                                                  -비비언 고닉


현 시대 페미니즘의 가장 큰 과업은 여성의 경험적 자아를 다시 창조해서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그동안 각종 언론 미디어에서 늘 상 쓰여졌던 상투적인 문구들, 제도적 관습과 병폐, 성차별로 인한 불신과 왜곡을 새로운 의식의 관점으로 재 검토해서 광범위할 정도로 내부 변화가 일어 나야 한다.


'모든 정신분석학자에게는 선택이라는 관념과 그와 상관 관계인 가치라는 개념에 대해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학 체계의 본질적인 취약성을 구성한다.'

                                                                                                        -한나 아렌트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특정 대상에 대해 분석 할 때 마다 환상과 망상에 젖어 들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원시적인 상태로 정신분석학에서 이런 상태를 분석할 때 프로이트의 '거울 이미지' 도구로 사용한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나 장난감, 선호하는 색깔, 취향, 성형들은 단순한 체계 분류로 선별해서 구별하고 특징 지으며 이것은 부정적인 징후 이고 이것은 긍정적인 상태라고 정신분석학 적인 분석을 내린다.

성의 구별을 떠나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태생적, 환경적, 유전적으로 다르다 이는 정신분석학 적으로도 사라져버린 기억이나 섬망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남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질병이나 여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질병의 원인을 마치 거울 이미지에 비춰서 좌뇌와 우뇌의 인지적 통제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

프로이트는 '정신이 잠자는 상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평생 동안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꿈 작업'에 몰두하며 의식에 감지 되지 않은 이미지를 사고 체계와 연결 시키는 연구를 했다.

이러한 정신분석학 적 관점에서 보면 페미니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석을 하는 동안 어떤 카타르시스가 발생하지도 않고 어떤 트라우마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래된 자아를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과 경험을 기억해 내고 기억을 회복 시켜서 자아 의식에 투영 시켜 보는 과정 그 자체가 정신분석을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정신분석과 같다.


두 가지 모두 인간 성장의 과정을 분석하며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하나로 연결된다.

나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고 발전했는지 명징 하게 보고, 더 정확하게 기억해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온전하게 묘사하고 분석하는 동안 비로소 이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여성에게 어떤 차별을 부여하고 동등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짓밟고 있는지 알게 된다.


[여성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자연 크기의 두 배로 비춰주는 마법과 근사한 힘을 지닌 확대 경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힘이 없었다면 아마 지구는 아직도 늪과 밀림의 상태일 것입니다.

남성이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에서 최소한 실제 크기의 두 배인 자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계속해서 판결을 내리고 원주민을 문명화 하고 법을 제정하고 책을 집필하며 정장을 차려 입고 연회에서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버지니아 울프


수 세기 동안 문화와 역사의 기록은 곧 남성들이 저지르고 이룩하고 완성한 경험의 기록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삶을 분석하고 묘사한 것들 모두 남성의 감수성에서 나온 것으로 특히 문학에서 남성이 묘사하고 창조한 여성의 이미지는 거대한 환상의 늪을 꾸준하게 발전시켜 나갔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으로 여성들이 사회에 전면 나서게 되면서 부터 남성들이 창조하고 기록한 여성의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여성성'과 '여자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전 우주적 질서 속에서 여성성을 찾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결국엔 이 지구상에서 여성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즐거움을 위해서 라면 몰라도 위대한 남성작가들에게 도움을 구하러 가봐야 소용 없습니다. 찰스 램, 토머스 브라운, 윌리엄 세커리, 버나드 뉴먼, 로런스 스턴, 찰스 디킨스... 누구도 여성을 도운 적이 없습니다.

여성이 종이에 펜을 대자마자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은 자신의 용법에 맞는 일반적인 문장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현대 사회는 숨막힐 정도로 빡빡하다.

우리는 도시 속에 갇혀서 온갖 기술에 둘러 쌓인 채 매일 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감정의 죽음을 당하고 있다.

나와 너도 차별 당하고 있고 피해 당하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이 모든 걸 운명이라고 받아 들이며 체제 안에 제도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어떤 인간의 문제도 편견 없이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 초에 페미니즘이 부활하고 난 뒤 몇 년 간 미국 여성들은 워낙 빠르게 승승장구해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워낙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워낙 많은 장벽들을 무너뜨리다 보니, 페미니즘을 가장 열심히 반대했던 사람들마저도 여성운동이 일구어 낸 변화들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결승선에 다 와서 정신이 딴 데 팔려 버렸다. 우리는 명백한 흠모자에게서 반짝이는 싸구려 장신구를 받아 내려고 멈춰 서 버렸다. 그 흠모자는 시장이고, 싸구려 장신구는 해방의 언어를 새롭고 강력한 예속의 도구로 사용해 온 상업 문화의 풍료오움이다. 상업 문화에 예속된 미국 여성들은 이제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너 자신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이행할 위험에 처해 있다.]

                                                                       -수전 팔룬디의 <백래시>중에서


2023년 현 시대를 곰곰이 살펴 보면 어쩔 수 없는 사회 문제에서 발생하는 가정 폭력과 학대, 데이트 폭력, 스토커 범죄 그리고 무차별 살인, 가벼운 처벌로 인한 보복 범죄로 조금씩 제도적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지만 법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고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폭력과 폭언,고발과 고소만이 끊임없이 전개 되고 있다.


[젠더 폭력의 트라우마를 논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단 한번의 끔찍하고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계였던 것처럼 묘사한다. 마치 별안간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평생 물속을 헤엄쳐왔다면 어떨까?]

                                                                                             -리베카 솔닛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영화에서, 노래에서, 소설에서, 세상에서 살해되었고 지금도 어느 도시의 어떤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고 어떤 국가 도시에서 여성은 가문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이나 돌팔매로 잔인하게 살해 되고 있고 그리고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그리고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이스라엘 땅에서도 살해 되고 있다.

이런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고 어떤 단체에선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을 구금하고 고문하고 학대하고 살인 하는 극우 단체에게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칼을 쥐고 총을 들어야 할까?

“구성적이고 인공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의 본성을 음미하는 행위는 불가능하지만 너무나 강고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를, 가능하지만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다른 곳(elsewhere)으로 이끌어 줄까?

우리 괴물들은 기존과 다른 의미화의 질서를 밝혀낼 수 있을까?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도나 j.해러웨이


여자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종속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생각과 사고를 도출하기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잔혹하지만 태생적인 운명으로 살아야 한다면 세상의 낙원은 영원히 존재 하지 않을 것이다.


'노예제가 노예의 소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결코 여자의 소명이 아니다. '


2023년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다시 펼쳐 놓고 내가 누군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온전하게 깨닫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탐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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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10-12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제2의 성에 정말 도전하고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항상 스콧님 글은 좋아요 말고 땡큐 백만개쯤 날리고싶은데 그건 왜 없을까요? 책은 이미 산 책이라 땡스투를 누를수도 없고... ㅠㅠ

2023-10-1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10-12 14:14   좋아요 2 | URL
저라도 땡투 남기겠습니다^^
넘 길어 길어 이러며 읽다보니 거의 있는책인데... 전 왜 읽지를 않고 있을까요!
ㅠ.ㅠ

scott 2023-10-12 16:05   좋아요 3 | URL
이 책 첫 장 부터 읽다가는 끝까지 읽지 못합니다.
은하수님의 눈에 들어오는 텍스트 부터 읽고 난 후에 부분 부분 읽다 보면 전체를 통독 하게 됩니다 ^^

2023-10-1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0-12 15: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스콧님은 제2의 성을 세번 읽으신 건가요? 이제 네번째? 우와.
아버님도 넘 멋지시네요. 그 시대 쉽지 않았을텐데...
이 글을 이달의 페이퍼로 추천합니다!!

scott 2023-10-12 16:07   좋아요 3 | URL
완독만 세번 !^^
틈틈이 부분 부분 읽는 건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울 아부지 그리하여 집안에서 눈엣 가시!^ㅎ^

괭님 행복한 오후 시간 보내세요 ^^

책읽는나무 2023-10-12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사다 놓으신 <제2의 성>이라니 참 인상적입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딸의 양육에서 주변 친인척들의 말에서도 신경을 쓰신 대목을 읽으니 스콧 님의 행복했을 것 같은 성장배경이 상상됩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선 좀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주셨으니..^^

2023-10-1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10-13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사다둔 《제2의 성》이었다니...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셨군요 이번에 다시 보시다니... 저것만 읽지는 않으시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곳에서는 아이와 여성이 가장 힘들죠 전쟁은 남자가 일으키기도 하는군요 여자 남자 다르기는 해도 사람이라는 건 같은데... scott 님 아버님은 집에서 제사도 빨리 없애다니 대단하시네요 모두가 함께 한다면 모를까 집안 행사 때 음식을 하는 건 거의 여성이겠지요


희선

2023-10-13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10-13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정말 좋네요. 저 위에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좋아요를 백만개 누르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아쉽네요.

scott 2023-10-14 12: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환절기 건강 잘 챙기세요 ^^

억울한홍합 2023-10-14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세대에서는 누구나 나서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텐데 너무 든든한 아버질 두셨어요, 부러워요~~

scott 2023-10-14 12:50   좋아요 2 | URL
그리하여 저희 아부지
가문에서 빌런이 되셨습니다 ㅋㅋㅋ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한국 야구 대표팀 궂은 날씨에 극적으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예선전에서 0-4로 패배 했던 대만을 2-0으로 꺾었다.

한국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착착 쌓아 나갔고 2회초 공격에서 2루타로 진루한 선두타자 문보경이 상대 투수 폭투를 틈타 3루까지 진루하더니  김주원의 희생플라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 들어 선취점을 올렸다.

이번 결승전에서 김주원의 희생플라이가 우승에 결정적이였던 건 야구에서 [희생플라이]는 공격팀이 노아웃이나 원아웃인 상황에서 타자가 공을 의도적으로 멀리 쳐서 3루 주자가 득점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새크리파이스 플라이로 득점을 올렸을 경우, 타자의 타수에 오르지는 않지만 타점은 기록되기 때문에 이번 경기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9회 말에서 몇 차례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지만 2003년생 한화 이글스 팀 소속 문동주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았고 이어 등판한 최지민과 박영현도 7회와 8회를 각각 깔끔하게 틀어 막아버려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 한 사회적 경험이 후성유전적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영향에는 “지배 서열 같은 사회구조적 요소도 포함되는 것 같다.'

                                                                                           -데이비드 무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 모두 훌륭한 기량으로 멋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회에 나간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단 하나 일 것이다.

성공과 성취에는 엄청난 노력과 함께 운도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얻은 모든 경험들이 몸 속 깊이 새겨져서 앞으로 더 높이 더 멋진 삶이 펼쳐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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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08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림픽 참가하신 분들 모두 대단한거 같아요~!!

저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게으른거 같습니다 ㅋㅋㅋ

scott 2023-10-09 12:2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게으른 천재 ㅎㅎㅎ

희선 2023-10-09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야구 이겼군요 아시안 게임 하는구나 하기만 했네요 축구 이긴 거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결승 같은 거 하면 봐야지 하기도 했는데... 야구 축구 다 이기다니 대단합니다 아시안 게임뿐 아니라 올림픽 경기에 나가려고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메달 따지 못해도 거기에 나간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나 싶어요 한국 선수들 다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scott 2023-10-09 12:24   좋아요 1 | URL
이번 야구 비가 왕창 내렸다면 경기 취소하고 대만이 금메달 낼름 가져 갈 뻔 했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없지만 우승의 고지에 섰을 때 은보다는 금을 ㅎㅎ
실제 선수들은 동메달 목에 건 이들이 가장 행복해 한다고 합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쵝오!^^
 















'지성인이라는 것, 그것은 또한 노동으로 성이 나거나 망가진 두 손을 떼어 내버리고 싶은 욕구를 겪어 본 적이 결코 없음.'

-아니 에르노의 <바깥 일기> 중에서


드디어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몇 시간 (저녁 8시) 후면 발표된다.
지금 영국 도박 사이트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지목한 작가는 바로 <찬쉐>로 올해 스웨덴에서 출판된 찬쉐의 '신세기 애정 이야기'는 스웨덴 현지에서 찬쉐 열풍을 일으켰다.















중국의 카프카, 보르헤스로 불리고 있는 <찬쉐>는 영역판으로 출간 되자 마자 수전 손택이 극찬을 했고 미국 대학의 창작 수업에서 교과서로 쓰일 정도로 <찬쉐>는 미국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는 작가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만 루슈디'를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뽑히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세계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아프리카 대륙 출신들이다.















지난 4백여 년 동안 지속된 식민지배가 역설적이게도 아프리카인들을 가장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문학가로 만들었다.














만일 이번 2023년 노벨 문학상에 찬쉐가 수상하게 된다면 중국은 2012년 모옌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소련이 노벨문학상 받고 붕괴했기 때문에 각종 매체에서 찬쉐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불쾌하다는 논평을 내고 있다.















영국 부커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앞으로 매년 노벨 문학상 한국인 유력 후보에 늘상 올라가 있는 시인과 소설가를 제쳐버리고 한국의 장르 문학을 세계로 널리 알린 작가들의 이름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2023년 노벨 문학상은 욘 포세













문학동네 2023년 하반기 매출 업!^^



2023년 3월에 영역판으로 출간된 욘 포세의 신간 『멜랑콜리아 I-II(Melancholia I-II)』가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으로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내일 10월 6일 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한국 최대 출판사 민음사의 발빠른 판권 인세 계약에 이번 노벨 특수까지 잔뜩 누리게 될 것 같다.
영국 도박 사이트에서 2위로 올려 놓은 욘 포세

2022년 맨부커상 후보작인 The Other Name: Septology I-II은 욘 포세의 최고작으로 손 꼽히기 이 작품도 어서 번역되길 바란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다.
평생 성실하게 글로 생계를 이어왔던 작가에게 상금 이상의 가치와 세계 문학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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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10-05 1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만 루슈디^^사실 저 중에 살만 루슈디 책만 읽어 봐서요ㅋㅋㅋㅋ

2023-10-05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0-05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욘포세? 래여. 누군가요..? ^^;;

scott 2023-10-05 20:07   좋아요 2 | URL
노르웨이 출신 작가 입니다
수년 동안 유력 수상자! 였습니다 ^^

독서괭 2023-10-05 20:26   좋아요 2 | URL
오 그렇군요~~ 국내 출간작도 제법 있네요!

햇살과함께 2023-10-05 20:31   좋아요 2 | URL
저도 첨 들어봐요~

scott 2023-10-05 21:56   좋아요 2 | URL
욘 포세 수년 동안 유력 수상자로 영국 도박 베팅 사이트에 이름이 자주 올라갔습니다 ㅎㅎ

망고 2023-10-05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에요 이 초면인 작가ㅜㅜ노벨문학상은 매번 예상밖이네요 서양 작가들을 골고루 알지 못하는 한국독자들의 한계인가요ㅠㅠ

scott 2023-10-05 21:57   좋아요 1 | URL
딱 노벨이 좋아 하는 스톼일에 작품이 올해에 ㅎㅎ
망고님 10월 독서에 욘 포세 작품 한 권이 ^^
잔잔한 문체와 구성이 시적인 음률이 담겨 있는데 한국에선 많이 낯설죠.

coolcat329 2023-10-05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만 루슈디를 응원했어요.
욘 포세 책 <보트 하우스>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읽어봐야 겠네요.

scott 2023-10-05 21:58   좋아요 0 | URL
쿨켓님도 루슈디옹을 ^^
보트 하우스 삼부작이 영미권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 보세요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5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이번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맞추는 이벤트하던데 대다수의 분들이 예상치 못했던 분이 수상을 하시게 되어서 많이들 놀라셨을거 같아요. 저또한 그렇고요.ㅎㅎ

scott 2023-10-05 21:59   좋아요 1 | URL
맞춘 사람 있을 것 같습니다
욘 포세
문동에서 유력 수상 후보로 많이 광고를 했지만

이번에 노르웨이 출신 작가에게 줄지는 몰랐네요 ㅎㅎ

하나의책장 2023-10-05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딱 후보 두 명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욘 포세였어요!
제가 우연스럽게도 아침 그리고 저녁이랑 3부작을 출간할 때 읽었었거든요ㅎㅎ
scott님 말대로 문학동네 하반기에 매출 업! 하겠네요>.<

scott 2023-10-05 22:00   좋아요 0 | URL
하나님 알라딘이 주는 상금 얼릉 받으셔야 합니다 ㅎㅎ
문동 이번 판형 절판 시켜 버리고
새 표지로 갈아 입혀서
책 값 올릴 것 같은 예감이 ^^

바람돌이 2023-10-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작년에는 아는 작가가 노벨상을 받으니 왠지 막 내가 으쓱으쓱했는데 말이죠?
올해 진짜 처음 듣는 작가가 받으니 마음이 그냥 ?????? 이런 상태. ㅎㅎ
그래도 아는 작가의 이름을 하나 더 알게 되었고, 읽게 될 몇권의 책이 늘어났으니 좋구나 좋아입니다. ^^

scott 2023-10-05 22:58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하반기 독서 리스트에 욘 포세 추가!^^
문동과 민음 매출 늘어 날 것 같습니다
노벨 특수 ^^

새파랑 2023-10-06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전 처음 들어본 작가입니다 ㅡㅡ

이번에 읽어봐야 겠습니다~!!

scott 2023-10-06 11:02   좋아요 1 | URL
재미는 없지만
올해 노벨을 받았으니 ㅎㅎㅎ

희선 2023-10-07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대단합니다 노벨문학상 받을 걸 알지 못했을 때 이 책 한국말로 옮겼을 거 아니예요 노벨문학상 발표했을 때, 이번 책 내기로 한 걸 잘했다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민음사 사람 다 좋아했을지... 저는 욘 포세 잘 모르는군요 소설뿐 아니라 희곡도 있더군요


희선

2023-10-07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냥장판 2023-10-07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랑꼴리아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역시 글에 올리셨군요 수상작가의 책이였군요
선 탱투후 오늘에야 글을 찬찬히 읽어보네요
살만루슈디의 책도 추천해주셔서 읽어봤는데 전부 모르는 책들 투성이군요
지금 읽고 있는 책도 테리이글턴의 비극이라는 책인데 어휴 이책에도 얼마나 많은 읽을 책들이 존재하는지 ㅋ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책이 아직도 더 많다는건 좋은거겠죠? ㅎㅎ
날씨가 급 써늘해졌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추천 책들 늘 도윰 잘 받고 있어서 감사드려요~~❤

2023-10-07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2020년 3월 초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3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 했습니다.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거의 외출 하는 일도 없었고 장기간 동안 여행을 하는 일도 없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매일 끈질길 정도로 소설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마치 제가 완성한 이 작품 속에 나오는  <꿈읽기>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 것처럼 무엇을 의미 할지 또는 아무것도 의미 없는 그저 <꿈> 일지도 모릅니다.]

                                          -2023년 4월 13일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2017년 2월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약 6년 만에 발표한 15번째 장편소설로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았던  중편 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전체적으로 고쳐 쓴 작품이다.

[그 당시 작가 초기에는 아직 소설을 쓰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스물 아홉 살에 완성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기 전 까지 단 한번도 소설 같은 형식의 글을 써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문장 쓰는 법이라든가 소설 형식의 작품을 쓰는 훈련이 없는 상대로 어느 날 이름 앞에 작가 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습니다.그 다음에 발표한 <1973년의 핀볼>을 쓰고 난 후에도 계속 재즈 바를 경영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지만 제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문예지에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발표 하고 굉장히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대로 완성된 작품으로 꼭 쓰겠다고 결심 했기에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출판 하지 않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재즈바를 정리하고 난 후 허리를 졸라 매고 <양을 둘러싼 모험>을 완성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하고 1985년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하며 일본 내에서도 162만 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리며 1980년대 일본 문학계에서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하루키가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미완성으로 남겨둔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쓰면서, 저 스스로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이것 만으로 다시 쓰는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겨 났습니다. 따라서 일단 1부만 다시 쓰고 그대로 내버려 두고 나서 그렇게 반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가니 어느 날 문득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집필 했을 당시 저는 갓 서른을 넘겼을 때이고 지금은 70이 넘은 나이로 면허증 갱신 신청을 해야 하는 고령자로 접어 들었기에 40년 전에 쓸 수 없었던 노년의 모습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다시 쓰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3부로 구성된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제1부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17세의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살 연하의 여고생을 만나면서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그 여고생은 자신이   사는 곳은 그 거리 라는 말하고는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 소녀가 사라진 후 소년은 벽에 둘러싸인 조용한 거리의  벽 안에 머물러야 할지 바깥 세상으로 나가야 할지 갈등 하기 시작한다.

 2부에서 마흔에 접어든 주인공은 지난 시절의 그  소녀를 잊지 못해 누구와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채 도쿄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후쿠시마 현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이 마을 도서관에 찾아온 이들이 차례 차례 등장 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책과 책 사이를 부유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3부에서 앞서 등장 했던 1부와 2부의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 된다.


[저는 외동으로 자라면서 항상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상상의 세계> 라든가 <여기가 아닌 세상>의 이야기를 즐겨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이따금씩 제 자신 조차 소설가로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29살 때 까지 작가의 삶은 단 한번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고 제 책이 번역되어서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을거라는 건 꿈조차 꾼적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제 인생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인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게 그저 신기 할 뿐입니다.

 70세를 넘겨보니 만일 그 시절에 이 길이 아닌 저 길로 갔었다면 지금쯤 나라는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꿈 속에서 저는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보다 영상에 익숙한 이들이 넘쳐 나는 시대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책을 내면 사람들은 종이책으로 돌아간다.

읽고 싶은 이야기,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은 이야기가 존재 하는 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종이책을 집어 들 것이다.



'처음 이 작품을 쓸 당시 작품 자체에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제목 만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제목 이외에 다른 제목은 떠오르기 않아서 그대로 썼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2023년 4월13일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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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8-31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월까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2023년 팔월이 가는군요 이번주는 흐린 날만 이어질 것 같기도 하고... scott 님 팔월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8-31 11:42   좋아요 1 | URL
비 온 뒤 바람이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어느 해 보다 길게 느껴진 여름 가면 시원하고 청명한 가을인 9월이!
휴일이 많은 달
희선님 행복하게 건강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