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        

 

집사경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긍지를 갖고 임하는 전문가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직업 윤리다.

                                                                <논어정독 / 부남철 역주. 푸른역사>

 

 

관장이 된지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자잘한 성과는 있었지만 과연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있는 예산으로 소소한 치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루종일 자료실을 들락거린다면 직원도 불편하고 이용자도 불편할 것이다.

 

좀더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어야겠다고 생각만 한 찰나, 우연히 '해밀포럼' 모임에 가입했다. 해밀은 '비가 온뒤 맑게 개인 하늘의 순 우리말'로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생각했다. 오자마자 가입을 권유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어제 모임에 합류했다. 군수님이 함께 한다며 건의사항을 준비하라는 말에 가볍게 생각하고 나갔는데 토론자에 내 이름이 있고 토론주제가 5개나 있다. 내가 준비한 '영유아실 설치 및 현관 리모델링'은 맨.위.에 놓.여 있었다. 그 외에도 반기문 생가 주변 관광지 활성화 방안, 공무원 공직기강 확충방안, 청소년 문화공간 확충방안, 한부모 가정지원센터 설치 건의 등 굵직한 주제를 다루었다. 포럼은 2달에 한번 이루어지며, 지역 인사를 모시고 지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수준있는 포럼이었다.

 

어제, 토론자가 질의하면 군수님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포럼은 마치 대학원 학술대회가 연상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도서관의 현안 사업을 이야기하며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군수님은 군에서 지원하는 교육경비가 도서관에 유입될 수 있도록 교육장님과 논의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읍.면지역에도 도서관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관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만간 꼭 만나자고 재차 말씀하셨다.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리더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반기문 생가주변 활성화 방안은 관광객이 스치듯 지나가는 코스가 아닌 유스호스텔과 테마공원을 만들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마스터 플랜을 제시했다.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음성에 반기문 생가라는 테마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리더의 노력으로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듯 하다. 

 

내가 학교 다닐땐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 진학은 청주로 나오는것이 당연했는데, 요즘은 지역의 고등학교를 선호한다. 중학교에서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2백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할 시 장학금을 차등 지원한다.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도 유리하며 장점이 많다. 규환이를 음성고등학교로 보낼까?

 

포럼 회원은 군청 공무원, 경찰, 교수, 사장, 유치원장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4-50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녁도 먹지 않고 밤 9시까지 이어진 시간이었지만 배고픔도 잊은채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군수님의 성의있는 답변은 믿음직스러웠다. 도서관에 오면서 계획한 '영유아실 설치와 현관 리모델링'에 가속화가 붙었다. 교육청 예산 30%도 확보했으니 내년엔 가능하다. 사소한 일은 직원에게 맡기고, 관장은 이런 일하면 조금은 능력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겠지? 직원들은 귀찮아할까?

 

남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말할수 있는 힘은 교육청 근무했던 경력, 대학원 힘들게 다닌 경력이 원동력이 되었다.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영어공부를 기필코 하겠다. 공자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 만큼은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능력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한다. 가끔은 나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제처럼!

 

반기문 사무총장은 자랑스러운 음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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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12-04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관장님 되셨었군요.. 이제야 안..;;;; 축하드리구요. 멋진 도서관장님이실 것 같아요~

세실 2014-12-04 1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조금씩 적응이 되어갑니다.
지금은 햇살좋은 유아북카페에서 책 읽고 있어요^^

바람돌이 2014-12-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관장님. 높은 분이 되시니까 고민의 수준이..... ^^
세실님같은 도서관장님이 있어서 거기 도서관은 좋겠어요. 잘 지내시죠?
저야 높은 자리에 갈 일이 전혀 없어서 저렇게 어려운 고민은 안해도 되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

세실 2014-12-04 19:08   좋아요 0 | URL
작은 공간이지만 리더는 좀 달라야겠죠? 사서연수때 초빙한 교수님이 도서관도 마케팅을 해야한다는 말씀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지금보다는 나은 도서관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교장샘 하셔야죠? 앞일은 모르는거예요^^
참으로 반가워요, 바람돌이님^^

라로 2014-12-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그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세실님 전국 도서관 담당장 뭐 이런 거 있으면 되면 좋겠다요~~~~👍

세실 2014-12-04 19:09   좋아요 0 | URL
제 그릇은 요기? ㅎ
그저 작은 공간에서 스트레스 받지않고 살래요~~~ 조금 따분하지만요^^

라로 2014-12-05 13:47   좋아요 0 | URL
요기라니??? 그것도 대단한 거임!! 자랑스럽다우, 난~~~~~❤️

세실 2014-12-05 15:01   좋아요 0 | URL
감사감사~~~~
언니의 기대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할게요^^

순오기 2014-12-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멋져요!
역시 기관장은 놀아도 큰물에서 놀고 일도 척척 만들어내는군요.^^

세실 2014-12-04 19:11   좋아요 0 | URL
전 직장 복이 있어요. 마음 먹은대로 됩니다. 제 능력보다 더! 복이겠죠?
이곳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요~~

마녀고양이 2014-12-04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멋져요2!
스마트폰으로 댓글 쓰기가 어렵지만
언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면서 사회에 도움을 주는 언니를 아는게 참 자랑스러워요~♥♥♥♥♥

세실 2014-12-04 20:14   좋아요 0 | URL
최고의 찬사네요~~~
늘 힘을 주시는 마고님^^
일상업무에서 벗어나니 좀 따분하기도 하고ㅎ
무언가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cyrus 2014-12-0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을 향한 세실님의 진심어린 애정과 노력이라면 도서관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거라 믿습니다.

세실 2014-12-04 2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시골일수록 생업에 종사하느라 도서관을 잘 못오시네요. 책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하네요.
좀 안타깝기도 하고...조금은 심난합니다. 어쨌든 책을 읽는 분위기는 만들어가야죠~~~

무스탕 2014-12-04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멋져요~~♥ 라고 댓글을 달아주려고 했는데 이건 사진이 문제가 아니네..
세실님. 당신 정말 멋져요~ 꺄~ 울 동네 도서관장님으로 오셨으면 정말 좋겠네~~!!!
사회지도층이란 그 만큼의 고민이 있을테고 그 만큼의 수고가 있을테고 그 만큼의 보람과 존경이 따를테죠.
(할 수 있는데 하지도 않고 바란다면 그건 사회지도층이 아니고 사회기생충이지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도 힘들었을테지만 그 자리에 올라 멋지게 해내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선후배들에게, 보는 많은 눈과 입들에게 `내가 거져 이 자리에 앉은게 아니거든!!` 크게 보여주세요 ^^

세실 2014-12-04 20:22   좋아요 0 | URL
나도 무스탕님 동네 도서관에 근무하고 싶어라~~~
에이 사회지도층은 무슨...부끄러워요^^
그저 제 고향 도서관을 조금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소망입니다. 첫 관장이라 애착도 많아요^^
무스탕님의 진심어린 칭찬에 힘이 나네요. 우리 직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면....ㅎ
내년에 청주기계공고 오실일 있음 하루전에 알려주기!
얼굴 꼭 봅시다~~~ 보고 싶다요♥♥

섬사이 2014-12-0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멋지십니다.
영유아실을 만든다니, 주변 아기들과 엄마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겠어요.
지역과 주민들을 위한 열띤 논의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도 너무 기쁘네요.
뭔가 희망적인 에너지가 흘러나오잖아요.

세실 2014-12-05 15:03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영유아실도 없다니....좀 안타까웠어요^^
저도 놀랬답니다. 4-50대 분들이 이렇게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다니.....
군수님의 열정도 놀라웠구요.
민선이 이래서 좋으네요^^
울 군수님의 목표가 읍, 면 단위에 도서관을 짓는거라니......감동했답니다.
 
논어정독
부남철 역주 / 푸른역사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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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서관의 12월 인문학서평쓰기 토론 도서는 `논어정독`이다. 회원이 부담을 갖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그동안 깊이있는 책읽기에 목마른 이들은 포스트잇과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덕분에 나도 혼자였다면 읽기 어려웠을 이 책을 열심히 읽는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그동안 동양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등한시했는데 읽어보니 주변에서 많이 접했던 내용이 고루 들어있다.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사랑.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수 있도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자존심, 자신감, 자기 몸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 p.16

 

말을 교묘하게 하고 거짓으로 낯빛을 선한 척하는 사람중에서 인(仁) 한 사람은 드물다.   p.35

 

증자가 말했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나 자신을 반성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할 때 최선을 다했는가? 친구와 사귈 때 진실했는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을 복습했는가?"   p.36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      p.138

 

자유가 말했다. "임금을 섬길때 자주 충고하면 이로 인해 욕을 당한다. 친구와 사귈 때 자주 충고하면 이로 인해 우정에 틈이 생긴다.       p.144

 

자공이 말했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야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p.161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갈 때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선한 사람을 택해서 장점을 따르고 선하지 못한 사람에게선 그 잘못됨을 거울 삼아 자신의 잘못을 고쳐라.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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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12-01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정근 저자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구입했어요. 이번 겨울에 공부 좀 하려고요.
이것 다음엔 <논어 정독>을 읽어야 할까요?
<논어>는 오래전에 읽었는데 좋았던 몇 구절만 기억날 뿐이어서 더 읽어야 할 것 같아서요.

세실 님... 첫 눈 내린 아침에 첫 댓글(이 페이퍼의 첫 댓글이면서 동시에 오늘 나의 첫 댓글)을 씁니다.

세실 2014-12-01 22:59   좋아요 0 | URL
신정근 저자의 책은 2프로 부족합니다. 단편적인 느낌? 소설을 압축해 놓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전 이책으로 시작했답니다. 시작을 이책으로 하시고 그책을 읽으심이ㅎ

첫눈이면서 함박눈이 펑펑내리니 하루종일 기분이 묘했답니다.
학교운동장에선 아이들이 막 뛰어놀고...
나이랑 마음이랑은 확실히 따로 노네요.
페크님 늘 감사합니다! 첫댓글이라니요~~ 영광, 영광♥♥

라로 2014-12-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옳은 말! 하지만 따르기 힘든 말!들~~~~ㅎㅎㅎㅎ

세실 2014-12-02 21:50   좋아요 0 | URL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전 기억만해도ㅎ
사람 셋이 있을때 스승이 있으니 장점을 따르고 단점을 가진이를 거울삼아 고쳐라.
인은 자기사랑, 가족사랑, 그리고 타인사랑....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을 몰랐다. TV 프로그램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개그 콘서트 정도만 보니 그가 2-30대에게 인기가 많은 대세남인지, 마녀사냥에 나온 연예인(?)인지 조차 몰랐다. 허지웅을 알게된건 알라딘의 베스트셀러 상위에 링크된 책을 통해서다. 외모와 스타일이 궁금해 네이버에 물어보니 마녀사냥, 택시 등 그가 출연했던 방송을 보여준다. 외모는 살짝 유희열을 닮은듯하지만 훨씬 까칠해보이고 시크하며 거침이 없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여느 에세이처럼 잘 보이거나 꾸밈 없이 적나라하게 민낯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교수였음에도 엄마와 자신을 방치했던 아픈 과거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벼랑 끝까지 갔던 과거가 있으니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논리도 작용했으리라. 참 솔직한 사람이다.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고 믿는' 그의 표현은 비루하면서도 내 삶의 방식과 닮아 있다. 공무원이라는 허울 좋은 틀 속에 살아온 24년......앞으로 남아있는 13년....한번 뿐인 삶을 어쩌면 재미없게 우물안 개구리처럼 산다는 비난을 받을 지언정 난 꿋꿋하게 버틸 것이다. 다른 길이 없기도 하겠지만.  

 

 끝까지 나를 책임지고 챙긴 건 엄마였다. 몇 푼 안 되는 돈이라도 지원해주기 위해 엄마는 친가 식구라는 사람들에게 뺨을 맞아야 했고 리어카를 끌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나를 만들어냈다. 우리 엄마는 내게 충분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책 읽는 삶에 관하여

 

잠자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책만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하루 십오 분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읽어야 한다. 재미있는 건 하루를 아무리 바삐 보내보았자 결국 그 시간만이 온전히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는 거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것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웹상의 DB를 상상해보라.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TV만 보면 테이스트가 없는 사람이 되고, 인터넷만 보면 자기가 해보지 않은 모든 것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틀렸다고 말하게 되며, 경험만 많이 쌓으면 주변 세계와 격리된 꼰대가 됩니다. 종류가 무엇이든 책을 읽으세요. 가장 오랫동안 검증된 지혜입니다.                        p. 83

 

첫 부분은 자신의 가정사를, 그 후로는 정치, 사회, 영화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영화평론가이면서 전직 기자답게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영화 '킹콩', '록키', '설국열차', '도가니' 등 익숙한, 혹은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눈을 키워준다. 마치 '책은 도끼다'를 읽고 관련 책을 읽는 것처럼 영화를 보고 싶게 한다. 도서관 책이 아닌 내 책으로 소장하고 싶다. 에세이는 절대 읽지 않겠다는 말 무효다.

 

 

조금은 따뜻해진 공간

 

우리도서관 종합자료실은 어른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선입견에 어울리게 참으로 썰렁하다. 발령 받은 날부터 고민하다 예산을 지원받아 카페 분위기로 만들 결심을 했다. 빈 공간에 책상을 짜 맞추고 의자를 구입했다. 사무실에 있던 화분을 갖다 놓았지만 썰렁한 벽 때문에 2% 부족했다. 수능이 끝나고 기특하게 도서관으로 책을 보러 온 고3 아이에게 물어 봤다. '허전한 벽을 어떻게 꾸밀까? 액자가 좋을까?' 아이는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액자 말고 나무 스티커랑 레터링 붙이면 좋겠어요' 한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자료실은 미니 카페가 되었다. 새로운 공간이 생겨 신기해하는 이용자에게 '커피 마셔도 되요' 하니 행복해한다. 우리도서관은 자판기가 없는 대신에 원하는 사람에게 봉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소한 기쁨이다.      

 

지난 11월 11일에는 초콜렛 대신에 가래떡을 구입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프로그램 수강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도서관으로 가래떡 드시러 오세요' 하고 보냈는데 지역 신문에도 두 줄 기사가 났다. 어느 친절한 분이 기자에게 알려주었나보다. 작은 이벤트가 기대 이상의 큰 보람을 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작은 선물을 준비할 예정이다. 대출 회원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에 오면 즐거운 일이 생깁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 선착순 50 가족에게 머그컵을 주려고 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는 빨간색에 도서관 이름도 새긴.....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정가제 되기전 구입한 책들.

 

 

   김선우 시집은 나를 위해,

   그외 책들은 도서관에 오는 지인을 위한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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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2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지웅~ 까칠하지만, 그래서 좋아요~ 개인적으로 괜찮은 남자로 꼽아요.
그의 책 <대한민국 표류기>도 보세요~ ^^

도서관 카페 멋져요~ 역시 관장님의 마인드에 따라 달라지는 도서관 풍경!
아이들의 참신한 발상은 단단해진 중년의 머리를 말랑하게 만들어요.ㅋㅋ

2014-11-2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11-23 00:47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는 그리 바쁘시면서 언제 책을 읽으실까요? 존경스러워요~~~~
<대한민국 표류기> 알겠습니다.

도서관 카페 생각보다 아늑합니다. 이용자들이 벌써 애용하네요. 커피도 마시게 하니 더 좋아합니다. 작은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이죠^^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왜이리 예쁜지요^^

오기언니 땡큐!!

하늘바람 2014-11-2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미니 카페 진짜 멋져요

세실 2014-11-23 00: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최저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고 있답니다.
일주일에 하나씩 바꾸려고 합니다. 직원들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겠죠? ㅎㅎ

허지웅 좋아하시는구나^^

하늘바람 2014-11-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허지웅 좋더라고요

다크아이즈 2014-11-2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관장님이 꾸린 도서관을 보면서
도서관은 관장님하기 나름이란 큰 깨달음을 얻었지 뭡니까!
복지부동의 공무원이란 말을 이젠 아끼겠어요 ㅋ

세실 2014-11-24 11:10   좋아요 0 | URL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날엔 행복합니다.
큰 공사 아닌 작은 일에 행복해하는 소시민 공무원~~~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벤트 생각하면서 막 설레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에 오면 크리스마스를 닮은 빨간 머그컵을 한개씩 주는거예요~~~ ㅎ
저 책만 읽는날도 꽤 되어용. 헤~~~

프레이야 2014-11-25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지웅, 매력남이던데요.
어느 곳이든 그렇겠지만 음성도서관장님을 보며 리더의 자리란 참 중요하구나 싶어요.
오늘도 행복한 도서관을 만드느라 센스 발휘하시는 세실님 ^^

세실 2014-11-25 14:39   좋아요 0 | URL
그쵸? 매력남. 까칠하면서 진솔한......
감사합니다. 언니들이 이리도 칭찬해주시니 힘이 나요^^
그래서 막 더 하게되나봐요.
크리스마스 이벤트 준비하면서 막 즐거워합니다.

라로 2014-11-2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기자기한 공간이네!!! 세실 관장님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자랑스러워요~~~~❤️

세실 2014-11-25 14:39   좋아요 0 | URL
작은 도서관이지만 리더는 즐겁네요.
제가 하고 싶은건 얼마든지 할수 있으니.....ㅎ
저만 즐거워하고 있어용^^
늘 땡큐 시아언니^^

희망찬샘 2014-12-0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예쁜 공간이에요. 저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은 맘 가득 차 오릅니다.

세실 2014-12-06 22:37   좋아요 0 | URL
저도 앉고 싶은데 늘 사람들이 있네요. 남자들도 좋아합니다.
벽이 아닌 창밖이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산 넘고 물건너 바다 건너까지는 아니라도 포항, 부산, 광주에서 우리 도서관에 오기란 참으로 어렵다. 국화가 지기전에, 일일초가 떨어지기 전에, 꽃패랭이가 스러지기 전에 오셔야 할텐데하는 조바심만 생겼다. 며칠전, 그녀들이 우리도서관에 왔다. 오송역에서 도서관까지 픽업해준 후배가 없었다면 결코 오지 못할 거리였다. 우린 현관에서 깊은 포옹을 하며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요즘 숲해설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순오기님은 웨이브 퍼머에 헤어 코팅을 해서 십년은 젊어 보이셨다. 문학 강의와 강연회 사회로 바쁜 팜므느와르님은 보브 스타일의 단발이 잘 어울리셨다. 그리고 물광 피부에 나이를 거꾸로 먹는 프레이야님은 여전히 소녀 같았다. 봄에 경주에서 만나고 가을에 음성에서 만.났.다. 우리는 작가강연회를 듣고 봉학골 계곡, 반기문 총장 생가, 운보의 집, 플라워 카페 빈센트 마퀴스까지 바쁘게 움직였다. 요즘 보림이를 위해 성당에서 9일기도 중이라 일찍 헤어져야 했지만 짧아서 더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순오기님께 받은 '나, 꽃으로 태어났어'와 내가 드린 책들......

 

 

 

 

 

 

 

 

 

 

그 날은 김이설 작가도 우리도서관에 왔다. 도서관 '인문학 서평쓰기' 회원과 5공주를 위해 '무용한 소설을 읽는 유용한 소설'을  주제로 강연을 해주었다. '문학이란 시멘트 바닥에 피어난 민들레와 같다. 그만큼의 모양과 그만큼의 의미로 족하다.'고 말한 노학자 김윤식 선생의 당선 축사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소설이 민들레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무용한 소설을 읽는 의미에 대해 김현 선생의 '내가 사는 세상이 과연 살만한 세상인지,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문하기 위해서다.' 를 예로 들면서 나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둘러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소설이 대부분 '햇빛을 덜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것도 같은 의미다. 그들의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지, 그래서 그 사람들을 닮은 나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의심을 품고, 의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세상에 아무 도움 될 것 없는, 쓸모없는 무용한 소설, 을 읽는 의미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무용한 소설을 읽는 것이 유용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 까닭이다.'

 

아담한 키에, 해맑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활짝 웃는 김이설 작가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평상시에는 수줍은듯 다소곳 하지만, 강의할때는 강단있는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똑부러지는 열정적인 목소리에 다양한 제스처는 눈을 뗄수 없게 한다. 한시간이라 아쉬웠지만 그만큼 임펙트가 있었다.   

 

 

 

 

 

 

 

 

 

 

 

 

동아리 회원은 간식을 준비했다. 도자기 작가이자 회원인 L은 '선화'를 생각하며 직접 만든 도자기에 약밥과 송편, 팝콘을 이용해 꽃으로 만든 음식을 선보였다. 우리도서관 우쿨렐레 강사이기도한 회원 B는 우쿨렐레로 '선화' 노래를 만들어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고운 마음이다. 우리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작가에게 궁금한 질문을 하고,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는 행복을 누렸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은 내 삶을 더욱 가치있게 한다. 책이라는 공감대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알라딘이 맺어준 소중한 분들인 5공주, 또한 알라딘에서 만난 좋은 인연 이설 작가님, 사랑하는 후배, 새롭게 만났지만 소중한 인연이 될 인문학 서평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고 참으로 소중하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며,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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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4-11-0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습니다. 좋은 시간 행복하셨겠어요.

세실 2014-11-08 10:27   좋아요 0 | URL
먼 걸음 해주셔서 더욱 감사하고 행복했지요^^
귀한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순오기 2014-11-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김이설작가 강의를 어쩌면 요렇게 잘 요약했을까? 역시 세실님은 똑똑해~ 엄지 착!!
나한테 준 책은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에요. 딱 맞춤한 책이죠!^^
짧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던 행복한 가을나들이~~~~~~~

세실 2014-11-08 10: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똑똑한데 책 제목도 기억못하고.....ㅎㅎㅎ
짧은 시간의 만남이라 많이 죄송하고 안타까웠어요.
날짜도 참....ㅎㅎ
더 늦어지면 도서관 꽃이 떨어질까봐 미루지도 못했어요^^
내년 부산에서는 여유있게 만나요.

섬사이 2014-11-0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 서늘한 밤에 차분히 읽고 있자니 저절로 제 입끝이 올라갑니다. ^^

세실 2014-11-08 10: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 행복을 공감해주시니 더욱 포근해집니다.
알라딘은 제 삶에 참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섬사이님도 뵙고 싶은 한 분!

마립간 2014-11-0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글을 읽다가 ... 궁금해서요.
알라딘 5공주 ; 순오기 님, 팜므느와르 님, 프레이야 님, 그리고 세실 님. 한 명은 누구인가요?

세실 2014-11-08 10:46   좋아요 0 | URL
호호호 마립간님~~~~~ 궁금하시죠^^
나비님(=시아님) 이랍니다.
지금은 미국에 계셔서 함께 할 수 없지만 우린 영원한 5공주예요^^
언젠가 미국에서 만날 수 있겠죠?

페크pek0501 2014-11-0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공주께서 드디어 만남을 가지셨군요. 축하드려요.

˝포항, 부산, 광주에서 우리 도서관에 오기란 참으로 어렵다.˝ ㅡ 그래서 그 뜨거운 열정의 걸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정이라는 것도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이에 와 있어요. 저는.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책도 풍성, 음식도 풍성... 세실 님의 마음도 풍성한 가을이 될 것 같군요.
잘 구경하고 갑니다. ^^

세실 2014-11-17 10:00   좋아요 0 | URL
참 멀리 있는 분들이지만 거리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네요.
체력이 약하시구나.....
아이 시험 잘 치렀나요?
전 기대 이하의 수능 성적으로 멘붕이 왔지만 이것 또한 이겨내야지...하고 있습니다.
뭐가 옳은건지....
이런 저런 후회가 듭니다.
다행히 아이는 수능 후의 즐거움에 빠져있습니다. 초 긍정적인 아이라 잘 이겨내는듯 합니다만 제가 더 힘드네요.
화이팅 해야겠죠?

다크아이즈 2014-11-16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이런 후기를.
세실 관장님이 얼마나 바쁘고 얼마나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알기에...
시간 쪼개어 알차게 쓰는 건 세실님 따라갈 자가 없을 듯.
음성도서관이 관장님을 닮아 얼마나 깔끔하고, 이쁘고, 완벽하던지요.
도서관을 가고 싶어지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세실님의 세심함에 몇 번이나 감동했답니다.

오공주와 음성 인문학 클럽과 이설작가님이 함께 한 늦가을을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고맙습니다. ^^*

세실 2014-11-17 10:03   좋아요 0 | URL
팜므님 그날 뵈어서 참으로 행복했지만 몇마디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안타까웠어요.
우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다녔지요. ㅎㅎ
언니들이 그저 예쁘게 봐주셔서 그렇겠지요.
소박한 시골도서관........
내년엔 좀 더 나아질듯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날의 풍성함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참 다이나믹한 하루였죠^^

프레이야 2014-11-25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이 페이퍼를 보는 게으름뱅이ㅜㅜ
기억이 새록새록, 그날 세실님 비롯 여러 분들 덕분에 아주 많이 행복했어요.
날씨도 어찌나 좋았던지요. 빈센트 마르퀴스에서 가져온 그 꽃 한 송이는
드라이플라워로 잘 매달려 있어요. 볼 때마다 기분 좋아요. 고마워요들^^

세실 2014-11-25 14:45   좋아요 0 | URL
언니 알라딘 넘 안들어오시긴해요^^
알라딘에 와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아요.
그 날은 날씨도 한 몫 했죠. 덕분에 운보의 집 산책도 하고.....
넘 짧은 시간 함께 해서 아쉬운 마음뿐.....
 

1. 우쿨렐레 배우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겨울에도 밖에서 놀았던 덕분에 지금까지 잔병치레없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손등은 갈라져 피가 나고, 볼은 누룽지처럼 까슬까슬했지만.  반면에 피아노학원조차 없어 악기를 배운적이 없기에 다룰줄 아는 악기는 전무하다. 피아노 학원은 청주로 나오면서 고등학교때 수행평가로 한 달,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근처 학원에 세달 다닌게 전부다.

 

친구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능숙하게 칠때면 나는 부러움과 질투, 시골에서 태어났음을 원망하기도 했다. 피아노로 가요라도 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나이 들어 학원에 다녔지만 악보를 보는 자체가 힘들었다. 결국 바이엘도 떼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소질이 없는걸까? 

 

두 아이는 7살 무렵부터 피아노학원에 보냈다. 보림이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학원에 다니면서 체르니 40번을 중간 정도 쳤다. 성당에서 학생 미사때 반주를 하며 중학교까지 꾸준히 피아노를 쳤다. 플룻도 배우고 싶어해서 초등학교 6학년때 가르쳤다. 지금도 가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같은 잔잔한 음악을 연주해준다. 규환이는 한달 가량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고는 갔다고 거짓말을 하다 들켜 일찍 그만두었다.

 

다행히 규환이는 중학교 1학년때 사촌형이 할머니 생신에 우쿨렐레 연주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다 우쿨렐레를 배웠다. 처음에는 독학으로 시작했지만 도서관에서 토요일마다 배웠고, 지금은 방과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규환이도 엄마를 위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를 들려주고 있다. 시험 공부중에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우쿨렐레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도서관에 온지 10개월이 지났다. 휑하던 공간에 국화랑 일일초가 만발하고 2층 휴게실에 북카페가 탄생했다. 커다란 공중전화박스가 덩그러니 있던 자리에 유아 북카페를 만들었다. 조만간 내부에 도색을 하고 자료실 벽쪽으로 원목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할 계획이다. 내년도에 영유아실 설치를 위한 예산을 올렸는데 해줄지는.......당분간 도서관에 손 볼 곳은 없다. 

 

무얼할까 고민하다 우리도서관에서 목요일 저녁에 진행하는 우쿨렐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규환이가 쉽게 하는 것을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화요일 첫 수업을 했는데 초보 책의 진도를 반이나 나갔다. F코드, C코드만 알아도 음악이 된다. 샘께 나만의 우쿨렐레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니 우아한 장미를 그려주셨다. 시작이 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는 마담이 우쿨렐레를 들려주며 폴이 과거로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표정하지만 진정성있는 마담 프루스트와 우쿨렐레 잘 어울린다.

 피아노가 아닌 우쿨렐레를 선택한 폴의 행복도 내가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은 이유중 하나!

 

 

 

 

 

 

 우쿨렐레는 독학도 가능하다!

 

 

 

 

 

 

 

 

 

 

 

 

2. <오만과 편견> 읽기

 

 

   베넷 씨는 재기 발랄함과 냉소적인 기질, 내성적인 기질, 충동적인 기질이 묘하게 뒤섞인 인물이라, 23년을 같이 산 아내도 베넷씨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내의 머릿속을 이해하기는 비교적 쉬웠습니다. 베넷씨의 아내는 머리도 나쁘고, 아는 것도 없고, 변덕스러운 여자였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평생의 일은 딸들 시집보내기였고, 평생의 낙은 이웃집에 놀러 다니면서 소문 퍼뜨리기였습니다.

 

  언니는 모든 사람들을 좋게 보려고 하잖아. 누구에게도 결점을 보는 법이 없어. 언니 눈엔 세상 사람들이 다 선량하고 친절하지. 나는 지금껏 살면서 언니가 누구를 욕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

 

  교만은 정말 아주 일반적이고, 인간은 본성상 특히 교만해지기 쉬우며, 자기가 실제로 갖고 있는 소질이건 자기가 갖고 있다고 상상하는 소질이건 간에 자기의 소질에 대해서 자만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우리 중에 거의 없어. 허영과 교만은 비슷한 뜻으로 쓰이곤 하지만 사실 다른거야. 허영이 없어도 교만할 수 있거든. 교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  

 

 

3. 책베개 세트의 즐거움

 

드디어 책베개 세트가 완성되었다. 하나는 외로워 둘도 아니고 왜 꼭 두개를 갖춰야 하는거야...라고 하지만 둘이 되니 꽉 찬 느낌이다. 등받이를 하기에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상품에 눈이 어두워 책을 급하게 선택하면 반은 후회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제 에세이는 구입하지 말아야겠다. 가을엔 역시 소설책이 좋다. <오만과 편견>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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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4-10-2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는 연초에 바이올린이 배우고 싶다고 그러다 한동안 조용하다 요즘 다시 바이올린 타령을 시작했어요.
독학을 하겠대요 -_- 바이올린이 독학으로 가능한 만만한 녀석이 아닐텐데..
하고 싶다면 주말이라도 학원엘 보내주겠다 했는데 구태여 독학을 하겠다고, 얼른 시작하자고 조르고 있어요.
자기가 정말 하고 싶다면 일단 중고 악기를 사줘서 네가 해 보라 하려고요.
이러다 저도 정성이한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연주를 들을수 있을지도 몰라요. ㅎㅎㅎ

세실 2014-10-31 09:56   좋아요 0 | URL
보림이도 바이올린 타령을 했지만 무시했어요. 플룻이나 열심히 할것이지.....ㅎ
바이올린은 독학은 어려울듯요.
그냥 우쿨렐레 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가격도 저렴하고, 독학도 가능하구, 휴대도 편하고...일석 삼조?
10월의 어느 멋진날에도 1달후면 가능해요^^
선택, 선택~~~~

페크pek0501 2014-10-3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세실 님의 우쿨렐레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앞으로 있기를...
그거 들고 다니면 멋질 거 같군요. 예전에 그래서 제가 첼로를 배울까 했어요. 동네에서 첼로를 들고 다니는 주부가 있었는데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우쿨렐레도 좋겠군요.

저는 친구들 결혼할 때 피아노로 웨딩마치를 쳤던 사람인데, 안 친지 오래되어 이젠 아마 못 칠 것 같아요.
뭐든 꾸준히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교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 - 이와 비슷한 문장을 아담 스미스 저,<도덕감정론>에서 본 것 같아요. 이 책엔 감정에 관한 문장들이 많지요.

전, 세실 님의 일상 이야기 재밌어요. 공감을 누르는 이유입니당~~

세실 2014-10-3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페크님을 위해 열심히 연습할게요~~~ 작아서 가지고 댕기는건 어렵지 않아요^^ ㅎㅎ
오홋 페크님 제가 부러워하는 피아노치는 여자 1호십니다. 페크님 연배에는 쉽지 않으실텐데......
제 친구는 결혼식 알바로 피아노 쳤어요. 그것도 많이 부러웠죠. 페크님은 친구들 결혼식때 쳐주셨다니 더 부러워라.
조금만 연습하시면 기억나실듯요. 기본기가 있잖아요.

아담스미스의 <도덕감정론> 기억하겠습니다^^

페크님을 위해 일상이야기를 더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늘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것.....큰 지원군이신거죠.
마치 마니또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