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을 하는 여러 명 중에 더 정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 도서관 이용자 중에도 유난히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 수강생과는 대체적으로 잘 지내지만 개인 공부하러 오는 취업 준비생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만나면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직원과 이용자의 보편적인 관계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와 K는 다르다. 대학을 졸업한지 1-2년이 지났지만 고등학생 또는 대학 신입생 같은 풋풋함으로 나를 만나면 큰 소리로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B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K는 초, 중,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단짝친구로 대학때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났다. 밥도 같이 먹고, 화장실도 같이가며 운동도 함께 하는 둘은 마치 고등학교때 짝꿍처럼 늘 깔깔거리며 소리내어 웃는다. 조용한 도서관이 시끌 시끌하다. 가끔, 오후 네시면 직원들과 간식 타임을 하는데 둘을 데려와서 함께 먹는다. 햇살이 따가운 오후 2시쯤 졸릴때면 슬쩍 불러내어 인근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B와 K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나는 조급해 하지 말고 공부를 즐기라고 당부 한다. "관장님 봄이 되니 초록이 보고 싶어요. 도서관에 식물 놓아 주세요" 하는 말에 당장 2층 로비에 나무를 들여 놓았다. 사시사철 푸른 조화 한 그루를 놓으니 싱그럽다. 시험에 합격하면 떡 돌리라고 하니 '당연하죠' 하는 말에 미소 짓는다. 때로는 딸처럼, 동생처럼 대하며 힘을 실어준다. 올해는 꼭 합격해서 맛있는 떡 먹어보자.

 

 

 

**

 

그런가 하면 안타까운 이용자도 있다.  

지적 장애가 있고 심하게 말을 더듬는 스물 셋의 L은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에 컴퓨터 하러 온다. 잘 씻지 않아 몸 냄새가 심하고, 다른 이용자의 ID를 이용해 하루종일 컴퓨터를 한다. 다행히 요즘은 장애인 복지회관에 나가 오후 5시 이후에 온다. 자료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머리 감고 샤워하고 와라, 다른 사람 ID쓰지 말라' 해도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비누가 없다고, ID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직원이 비누도 주고, 가끔은 머리를 감겨 주기도 했지만 늘 제자리걸음이다. 

 

해드셋을 사용하고나면 냄새가 심해 이 친구를 위한 전용 해드셋도 준비해 두었다. 얼마 전, 심하게 냄새를 풍기며 온 L에게 직원은 씻고 오라고, 안 그러면 컴퓨터 못한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L은 그 길로 교육청으로 쫒아가 도서관 직원이 불친절하게 대했다며 신고하러 왔다고 했단다. 내가 L을 불러다 놓고 어르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교육청 계장님에게 전화해서 L이 오면 혼내주라고 했다. 그후로 L은 교육청에 가지 않는다.

 

오늘, L은 장애인협회에 가서 도서관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해고 시킬 방법은 없냐고 물었단다. 직원이 비누와 샴푸를 제공하고, 개인 이어폰까지 주며 친절하게 대해준것은 잊고, 냄새 난다고 씻고 오라고 말한것만 서운해하는 L의 태도가 안타깝다. 교육청과 장애인협회에 가라고 부축인 사람도 아쉽다. 아이 몸에서 냄새가 나고 씻지 않는걸 방치하는 부모도 참.....
민원인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직원도 안쓰럽다. L이 오면 내가 상대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전적으로 볼때 내 말도 무시할듯. L은 저 하고 싶은대로 한다. 옆에 다른 이용자기 있어도 자기 말을 들어줄때까지 책상을 손으로 '통통통통' 계속 치며, '저....저....저....저' 하는 L이 오늘은 참 밉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컴퓨터 한대 놓아주고 싶네. (그럴 여유가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L을 어찌해야 좋을까?  직원들은 남과 다름이 안쓰러워 웬만하면 원하는 걸 들어주려고 노력하지만, 열번 친절하다 한번 불친절하면 서운함을 강하게 표출하는 그의 사고가 참 실망스럽다. 도서관에서 무작정 다 받아주어야 할까?       

 

***

 

오후 4시, 내일 진행할 도서관 운영위원회 일이 마무리 되었다. 위원들 앞에서 소개할 주요업무계획 PPT를 만들고, 인사말을 작성했다. 대학원에서 매주 PPT 만들던 노하우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결재만 하기 보다는 일을 할때 나는 엔돌핀이 생긴다. 리더보다는 참모 스타일인가?

   

가끔 도서관에서 여유가 있을때 1시간 정도는 책을 읽는다. <하루 10분 독서의 힘>은 내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이다. 언제 이런 책이 있었지? 저자 임원화는 간호사 출신으로 현재 책꿈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10분 몰입독서를 강조하는데 10분 독서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책꿈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신선하다. 강의 들어보고 싶네. 마치 자기개발 강사인듯(?)도 하다.   

 

나도 새롭게 시작할 때.   

 

 

  책 읽기 가장 좋은 곳은 침상, 말 안장, 화장실이다.

  책을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장소는 문제될 게 없다.

          - 구양수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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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3-2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전 감동!! 머리까지 감겨주는 관장님이라니!!! 이거 신문에 나야 하는 스토리 같은 걸??? 그나저나 좋은 점도 있지만 관장하기 쉽진 않구만요!!! 그래도 이쁜 관장님이 마음까지 알훔다우니 음성 도서관이 유명해 지는 건 시간 문제!!!! 싸랑해 세실님~~~~자랑스럽다 !!!!!!❤️

세실 2015-03-25 13:19   좋아요 0 | URL
어머나....주어가 빠져서 그렇구나. 에이 저는 스물세살의 총각 머리를 감겨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고 있진 않죠. ㅎㅎ 울 직원이 감겨주었어요. 혼돈 드려서 죄송!!!!!
이 총각 엄청 미워요.......이따 5시에 자료실에 가보려구요.

2015-03-2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3-24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최선을 다하는 세실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세실 2015-03-25 13: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런 이용자가 2명 있어요.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이용자도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죠.

개인주의 2015-03-2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직업인 이십니다. ^^

세실 2015-03-25 13:42   좋아요 0 | URL
음 때로는 고생스럽기도 합니다. 사서고생하는 사람=사서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이 글을 읽으니 옛날 일이 생각나네요. 아마 그 친구도 L 과 비슷하고 씻지 않고 다니는 점. 그리고 시끄럽게 구는 것도 그 친구와 같군요. 제가 그 친구를 알게 된 계기는 휴게실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데 누가 와서 담배 하나만 빌려달라곻ㅏ더군요. 깜짝 놀랐던 이유는 대개 무엇을 말할 때 보통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말하는 데 이 친구는 30센티미터 앞까지 오더군요. 그래서 알게 됬는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이 친구는 지리`만 공부했습니다. 신기했죠. 까만볼펜으로 페이지 하나 전체를 지우는 방식으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는 지리`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내용인 즉슨. 대입시험 후 면접 볼 때 지방대 면접볼 때 상행선을 타야 하는데 거꾸로 하행선을 탔다는 겁니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눈 뜨니 부산쪽으로.. 그때 가슴이 아프더니 사람들이 자기를 미쳤다고 말하더라고... 하여튼 세실 님 글 읽다가 문득 그 친구생각이 났네요...


세실 2015-03-25 14:17   좋아요 0 | URL
음 그 친구는 한마디로 기인(?)이네요. ㅎㅎ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니 기인 또는 도인들이 몇분 계시네요.
1년내내 옷은 갈아입지 않아 냄새 심하고, 머리는 산발을 하고, 고무신 신고 댕기며 도서관에 와서 어려운 책 옆에 두고 빡빡이 하시는 분, 오전, 오후 6시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여자 아이돌 그룹 공연 보면서 고개 끄덕이는 분......참 다양한 사람이 있네요.

우리네 삶은 너무! 똑똑해도 안될거 같아요.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도 필요할듯요^^
그저 건강함에 감사하는 하루 하루 입니다. 애들도 혼 내키지 말아야지. ㅎㅎ

yamoo 2015-03-2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관장님이십니다!!!

그리고 L은....뭐시냐...닥치고 족쳐야 하는데....에휴~ 그럴수도 없고...난감한 캐릭터입니다..ㅎㅎ

세실 2015-03-25 14:18   좋아요 1 | URL
호호호 제 자랑 아닌데요^^ 감사합니다.
L은 마음 같아서는 안보이는데 끌고 가서 막 때려주고 싶더라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5-03-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을 하든지... 어떤 직업을 갖든지... 스트레스는 따르기 마련인가 봐요.
힘내시라고 파이팅 외쳐 드리고 갑니다. ^^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앞으로 100번...

세실 2015-03-27 16:52   좋아요 0 | URL
스트레스는 늘 도처에 있는듯요. 그걸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이 친구는 정말이지.....앞에서는 네네 하고 뒤에서는 교육청을 쫓아가니....
목하 고민중입니다. 근데 답이 없어요.
고집이 쎄서 남의 말을 듣지 않네요.

아....백번 좋아라~~~ 감사합니다^^
 

 

*

토요일에 만나는 그리운 아롬님을 위한 미스다 마리 책이랑 아직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규환이를 위한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그리고 나를 위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구입했다. 책을 사는 것은 마치 옷을 구입할 때처럼 설레인다. 때로는 옷보다 더 기분 좋을때도 있다. 오늘처럼 선물할 책과, 내 책, 아이 책까지 마음에 쏙 드는 책을 골랐을때 그렇다. 책을 주문하고 도착하는 동안의 기다림이 참 달콤하다.

 

책 부록으로 가방이 왔다. 도서관 가방이 많아 주문할 때부터 아롬님을 생각했다. 크로스끈이 마음에 들어 고양이를 골랐는데 뒷부분이 조금 허전하다. 요즘 독학으로 배우고 있는 프랑스 자수, 화사한 꽃으로 수를 놓았다. 세번째 작품(?)이라 조금은 손에 익는다. 무모한 도전이 익숙한 나는 밑그림 없이 직접 수를 놓는다. 가까이서 보면 우습기는 하다. 아롬님도 마음에 들어 할까? 

 

 

 

 

 

 

 

 

 

 

 



**

도서관 프로그램을 개설할때 내 취향도 반영한다. 직접 배우지는 못해도 대리만족을 통해 욕구를 충족한다.

지난 수요일, 캘리그라피 첫 수업이 열렸다. 요즘 봄바람이 드는 걸까? 싱숭생숭하니 뭐라도 배우고 싶어진다. 용기를 내어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의 미술 수업은 한달 동안은 선 긋기가 진행되는데 캘리는 첫 시간부터 글씨를 쓴다. 물론 30분은 붓으로 가로, 세로 선 긋기 연습을 했다. 붓 터치의 촉감을 느끼는 시간이란다. 그후에는 바로 글자 '봄'을 연습한다. 선생님 글씨(오른쪽)를 따라 쓰는데 오호라 재미있다. '봄'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캘리는 테크닉이 있지만 내 맘대로 쓸 수 있다. 글씨에 감성이 녹아나야 하며 글씨를 보면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샘 강의가 신선하다. 조만간 캘리테라피도 나오겠는걸. 

소주병에 쓰여있는 '참이슬' 글자의 캘리 가격이 3억이란다.  요즘 캘리로 쓰여진 글씨가 많은데 배워두면 활용도가 높겠다. 그래! 캘리를 평생 취미로 하자. 책을 선물할때 '봄' 글자 하나만 써줘도 고급스러울듯^^

 

질문 : '세실, 취미가 뭐예요?'

답변 : '캘리그라피 입니다'

오우 럭셔리 해라~~~  

 

 

 

 

 

 

 

 

 

 

 


 

***

 

도서관에 '무면허 부모 탈출하기'프로그램도 개설했다. 세상 알기, 부모 마음 치유하기, 자녀대화법, 감성 코칭등 12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주로 기업체 특강을 하는 리웨이 리더십 대표인 이호상 강사님을 모셨다. 충주에 잠깐 계실때 섭외했는데 다음주에 다시 서울로 가신다네. 적은 강사료가 죄송하지만 흔쾌히 오신다. 예산과 상관없이 도서관은 호의적으로 대해주시는 분이 많아 참으로 감사하다. 

 

'왜 사는가?, 왜 공부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올바른 피드백은 격려와 칭찬이다. 21세기는 경험 많은 사람이 최고다. 현재는 블루오션 시대이며 향후 10년 이내에 그린 오션(한 사람의 천재가 20만명을 먹여 살린다)이 온다. 상공하는 사람은 위트 있는 사람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입꼬리를 올리고 말해라. 사춘기는 소통이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부모와 소통만 잘되면 모르게 지나간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기, 아이, 주변 사람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기. 청년은 67세까지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

 

샘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관장님은 퇴직하면 은빛 어른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진로포함) 감성 코칭' 강의를 하라고 말씀하신다. 잘 어울린다는 말씀과 함께.... 음 진지하게 고민해볼까? 경험에서 우러난 열정적인 강의에 2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엄마들의 얼굴도 상기되었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나도 계속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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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허전한 가방 뒷면에 놓은 수라니요, 와. 멋진데요, 세실님?
제 주변 사람들은 저한테 `어떻게하면 더 맛있게 먹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세실님은 어떻게 하면 더 기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분이신 것 같아요.
수 놓으신거, 예뻐요.

세실 2015-03-13 20:29   좋아요 0 | URL
요즘 허전함을 잊고자 이것저것 막 손대고 있어요. 음! 나이가 좀 더 들면 먹는것도 덜하게 되요. 소화력이 떨어지거든요.
다락방님 칭찬 참 예뻐요. 어떻게 하면 더 기쁠수 있을지라니~~~ 아 좋아라^^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15-03-1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그라피 입니다`
취미가 멋지십니다.

미스다 마리의 책을 작년에 세 권 읽었고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오래전에 읽었어요.
제가 읽은 책 제목을 보니 반갑네요.

멋진 님의 멋진 취미 생활을 응원하며 물러납니다.^^


세실 2015-03-13 20:31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쵸? 캘리 활용도가 크더라구요. 책갈피, 엽서, 카드, 소품 등등. 열심히 배워서 페크님 만날때 작은 선물 해야지~~~
미스다 마리 참 좋아요. 제가 추구하는 삶^^

무스탕 2015-03-1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울 동네 올 생각 없수? 볼수록 약오르네... ㅎㅎㅎ

세실 2015-03-13 20:32   좋아요 0 | URL
나두 가고 싶어요~~~
시골은 좀 답답해요^^ ㅎ
캘리는 강추!

2015-03-13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5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5-03-1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캘리가 참 매력적인거 같아요.. 저도 배우고 싶더라구욤 ^^
자수도 너무 멋진걸요~!
나중에 캘리 배울거를 생각해봐야겠어욤 ^^
이쁜 세실님 멋져요^^

세실 2015-03-16 09:39   좋아요 0 | URL
그쵸?
초보자도 금방 실력이 느는 캘리~~~~
며칠만 연습해서 써도 이쁠듯요^^
실비님도 배워보세요. 꼼꼼한 성격이랑도 잘 맞을듯^^
수술 잘 되시길 기도할게요^^
 

 

시골 도서관 일상은 단조롭다. 출근해서 도서관 한바퀴 돌고 직원들과 차 한잔 마신다.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오늘의 도서관 행사를 공유한다. 과묵한 남자들이라 주로 내가 떠든다. 인터넷으로 교육관련 신문 스크랩을 보고 업무 관련 인터넷 결재를 한다. 자료실에 가서 이용자와 인사하고 중앙지를 훑어본다. 내일 있을 프로그램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며칠후 열리는 도서관운영위원회 회원들에게 전화한다. 대부분 교장샘. 장학사, 기자, 센터장이라 내가 직접 전화하고 챙긴다.

금요일에는, 도서관 행사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문학서평쓰기` 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내가 만들고 직접 참여한다. 내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도서관의 랜드마크(프로그램마크?) 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년 9월에 시작했는데 회원이 15명이나 된다. 3월에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토론했다. 회원중 건축학도는 배흘림의 원리(?) 에 대해, 도자기 작가는 도자기 분야에 대해 디테일하게 부연 설명을 한다. 전문가에게 들으니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이 더 와닿는다.

다음 책으로 4월에는 `그리스인 조르바`, 5월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6월은 `왕들의 부부싸움`, 7월은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골랐다. 내가 진행하기보다는 각 책마다 리더를 두어 발제와 진행자가 되도록 했다.


 

 

 

 

 

 

 

 

 

 

 

 

 

점심시간에 간단히 밥을 먹고 회원 공방으로 차 마시러 갔다. 홍익대,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으로 부부가 시골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신랑은 청자를 굽는 몇 안되는 유명 도예가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때로는 정지된 느낌도 든다. 햇살 가득한 사랑방(?)에서 차를 마시니 마음이 정갈해진다. 혜원의 `월하정인` 작품을 이야기하며 상상하고는 깔깔거린다.
한달에 한번 포트럭파티를 하기로 했다. 각자 음식을 한가지씩 가져와 맘에 드는 그릇에 세팅해서 먹기. 난 주로 김밥이나 과일을 담당하기로...

시골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이다. 행복은 내가 만들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도처에 있다.

여우꼬리

 

첫 사진은 공방에서 사온 오목한 접시에 과일 담고, 주전자에 우유 담아 먹은 우리집 토요일 아침 식사.
두번째 사진은 공방에서 마신 차 한잔!
세번째 사진은 아이 학원 데려다주고 인근 카페에서 책 읽는 중! 

문득 간송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혜원의 '월하정인'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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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3-08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은 정녕 제가 알고 있는, 스스로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거리를 찾을 줄 아는 분 중 한분이십니다.
주구장창 코닝 그릇과 접시만 쓰는 제 집 밥상보다가 공방 그릇에 담긴 상차림 보니까 격이 달라보여요 ㅠㅠ
저 접시에는 떡을 담아 내어도 예쁠 것 같네요.

세실 2015-03-08 21:24   좋아요 1 | URL
칭찬 감사합니다. 반복적인 일상보다는 변화를 좋아하다보니 소소한 일이라도 즐깁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끼거든요.
코닝도 심플하니 예쁜걸요^^
평소엔 대충 쓰다가 주말에 여유를 누려봅니다.
떡도 종류별로 있으면 좋겠죠? 해봐야겠군요^^

blanca 2015-03-08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이 전해져 와요. 넘 따뜻하네요.

세실 2015-03-08 21:25   좋아요 1 | URL
코드가 맞는 새로운 사람을 아는것도 즐거움이네요. 선뜻 마음을 열게하는 매개체는 단연 책이네요^^

프레이야 2015-03-0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 알차게 사시는 세실님, 리더로서 전문가다운 능력이 엿보여요. 인문학서평쓰기는 회원이 각자 서평을 쓰는 것으로 독후 마무리 하시나요?? 가까이있으면 함께하고픈 음성도서관 프로그램들^^ 간송미술관 가봤던 게 어언 십년‥은 아직 안 됐고 오래되었네요.

세실 2015-03-09 12:30   좋아요 0 | URL
호호호 언니 땡큐^^
조만간 출발하시는군요.
인문학 서평쓰기 서평을 써와서 읽고 느낀점을 나누어요.
그 중에 토론거리를 한, 두개 다루면 좋겠는데 아직 수준이.....
그동안 간송미술관 가볼 생각을 왜 안했는데...올해 꼭 가보렵니다^^
토욜 가자고 할까? ㅎㅎㅎ

달걀부인 2015-03-09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송미술관에 가고픈 일인도 공감누르고가용.

세실 2015-03-09 12:30   좋아요 0 | URL
제가 올해 안으로 다녀와서 후기 올릴게요.
혜원 작품이 꽤 많은듯요. 요염한 작품들. ㅎㅎ

프레이야 2015-03-0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간송도 좋고 서촌도 강추~ 공주들 같이가봐요. 대오서점이랑 ㅎㅎ

세실 2015-03-09 16:11   좋아요 0 | URL
서촌나들이도 좋겠네요^^
시아언니 소식이 없어요. 베트남 도착하신듯한데......

보물선 2015-03-0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 부러워용!!

세실 2015-03-09 16:12   좋아요 0 | URL
아주 가끔 있는 여유로움입니다.
봄엔 이런 나들이 좋은데요~~~~

마녀고양이 2015-03-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리게 가고, 때로는 정지된 느낌의 시간.
언니의 삶이 참으로 좋네요.

세실 2015-03-09 16:12   좋아요 0 | URL
가끔, 아주 가끔 있는 일이어요.
매일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그냥 근처 카페에 가서 책 읽는 시간도 좋더라~~ 요즘은^^

하양물감 2015-03-11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는 내내 그림이 그려졌어요.
햇살 따뜻한 도서관 창가에 앉아 있는 기분이네요.

세실 2015-03-11 1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햇살 따뜻한 도서관 창가 참 좋지요~~
우리도서관 햇살 가득한 창가엔 푹신한 의자도 있어서 가끔은 그곳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전화통화도 한답니다. ㅎㅎ

다크아이즈 2015-03-12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웨하스 담긴 저 그릇 탐나요.
웨하스도 저기 담기니 고급 디저트 ㅋ
간송미술관은 기획 전시라 원하는 작품을 다 볼 순 없더라고요.

세실 2015-03-12 09:39   좋아요 0 | URL
이쁘죠 언니~~~ 다양한 과자, 쿠키 들어 있었는데 다 먹고 웨하스만 ㅎㅎ
저런 주물거린 그릇도 비싸더라구요. 웬만하면 20만원이 넘어요. ㅜ
기획전시때 가보면 좋겠어요. 일년에 한,두번 하는거 같죠?

2015-03-12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03-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많은 댓글... 이 인기라니... !!!!!!!!!!!!!!!
인기쟁이 님 안뇽?

님의 생활이 머릿속에서 그림 그려져 훤히 보이네요. 멋져요.^^

사진을 보니 군침이 돌고요.

세실 2015-03-13 11:31   좋아요 0 | URL
호호호 듣기 좋은걸요?

페크님은 한번 뵈면 바로 언니라는 호칭으로 바뀔듯요^^ 지금도 참고 있답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전 물밑에서 쉼없이 발길질하는 백조예요^^
토스트 위에 딸기 생각보다 맛있어요^^
 

 

*


옷가게, 식당, 커피숍은 한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간다. 옷은 거의 같은 매장에서 구입하니 스타일이 비슷하다. 심지어 특정 커피숍에 가기위해 근처 식당에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한권의 책이 마음에 들면 다음 책이 생길때까지 열심히 선물한다.
요즘 논어정독에 필 받아 사장님, 실장님, 퇴직하시는 교육장님 등 여러분께 선물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군수님께도 드렸구나. 책이 묵직하고 내용도 좋아 한 권만 드려도 좋아한다. 비싸긴 하다. 쬐금 나오는 업무추진비를 유용하게 활용한다.
책을 구입하며 노트가 욕심나서 마스다 미리 에세이를 구입한다는게 그만 만화책을 골랐다. 규환 `원피스`에 질려 만화는 싫은데....


 


**


지난 토요일 운전하고 가다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아이와 부딪혔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이가 넘어졌다. 너무 놀라 `괜찮니 아가야.` 하는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아줌마 차 얼른 타. 병원가자`하니 아이는 하나도 안아프다며 '아줌마 죄송해요!' 하고는 그냥 집으로 가려한다. 급한 마음에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 상태를 말해주니 금방 온다. 엄마도 아이를 보더니 대수롭지않게 `괜찮아요. 병원 안가도 되겠어요` 한다. 지갑을 열어 보니 달랑 3만원 있기에 주며 청심환 먹이고 병원 꼭 가보라고 했다. 명함도 건네며 연락하라고 했다. 집에 왔는데 심장이 어찌나 벌렁거리고 앞이 노랗던지....
저녁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문자했더니 걱정마시라고 괜찮다고 답이 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 안에 수호천사가 분명히 있다! 십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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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2-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정말 다행이에요.

세실 2015-02-24 14: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부딪히는 순간 앞이 깜깜했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지요. 샘도 운전 조심하세요^^

cyrus 2015-02-24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겉으론 상태가 멀쩡해도 병원에 꼭 데려가셔야 합니다. 세실님은 슬기롭게 대처하셨지만, 저런 상황이면 놀란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서 아이가 괜찮다는 말을 무심코 믿어버립니다.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아이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천만다행입니다.

세실 2015-02-24 14:54   좋아요 0 | URL
아이 엄마가 의외로 무덤덤해서 놀랐습니다. 제 아이였다면 무조건 엑스레이부터 찍었을텐데요....오늘도 연락 없는걸 보니 아이가 정말 괜찮은가 봅니다. 다행이지요.
사고 후유증은 다음날이 최고더라구요. 님 말씀 들으니 여전히 무섭지만 그냥 맘 편히 생각하렵니다.
안전 운전이 최고입니다^^

순오기 2015-02-24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다행이네요.
우리 큰딸도 초딩때 이런 일 겪었어요. 나는 잊었는데 아이는 트라우마가 생겼더라는...ㅠ

세실 2015-02-24 14:56   좋아요 0 | URL
그래요? 청심환 먹여야 하는데...저도 먹었거든요.
보림이는 유치원 다닐때 차 바퀴가 발을 지나간적이 있어요. 뼈도 멀쩡하고 외상도 없었다는...
트라우마는 없고, 가끔 웃으며 얘기합니다.

마태우스 2015-02-2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행이네요. 글 읽다가 식겁했다는.... 그런 관대한 어머니가 계시네요. 세상에. 이게 다 세실님이 평소 덕을 잘 쌓아서 그런 겁니다.

세실 2015-02-24 14: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식겁하죠 ㅜㅜ 전 정말이지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내게....하고 말이죠.
이만하길 정말 다행입니다. 안.전.운.전! 정신통일! 요즘은 조신하게 운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골목길에서는 일단 멈춤, 전후좌우 살피기......아직도 떨려요.

다락방 2015-02-24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다행이네요.
저는 일전에 자전거 타고 가다 아이를 치었는데, 뒤에 아이의 부모님 두 분이 다계셨거든요. 아이가 귀에서 피가 나서 제가 놀라가지고 어쩌냐고 병원 가자고 하는데 아이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장난꾸러기라 그렇다며 물티슈랑 밴드를 항상 같이 가지고 다니고, 보니까 귀가 조금 까진거라고 괜찮다고 오히려 저를 안심시키더라고요. 그러다 놀라 벌벌 떠는 저를 보더니 제가 더 많이 다쳤다며-손과 무릎이 다 까졌거든요- 오히려 제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손도 벌벌 떤다고. 어휴.. 그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자전거를 탈 수가 없어서 끌고 갔어요.
세실님,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휴..

세실 2015-02-24 15:00   좋아요 0 | URL
자전거도 차와 똑같이 취급한다는.....귀에서 피가 나왔어요? 더 놀라셨겠네요. 아이는 무릎만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요즘 엄마들 자기 아이 끔찍한데 가끔은 이런 대범한 엄마도 있네요. 지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끔찍해요. 조금만 더 세게 부딪혔더라면.......큰일날뻔 했죠.
어제 그 장소 지나가는데 소름이 끼쳤습니다. ㅜ
안전운전은 생명이예요. 이렇게 내 일처럼 걱정해주시는 다락방님이라니....감사합니다^^

라로 2015-02-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십년 감수 했겠네!!!! 너무 놀랐겠다!!! 나도 그런 적 있었거든. ㅠㅠ 그때 넘어진 아이보다 내가 혼비백산 했던 기억이~~~~. 제발 아이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세실 2015-02-24 15:02   좋아요 0 | URL
언니도 그랬어요? 저도...아이에게 무조건 병원가자고 했다는.....정신도 없구요. 옆에 있던 아이 친구가 ˝모르는 아줌마 차 타면 안되요. 그냥 가세요`하는데 황당하기도 했다는...
일요일 그랬는데 아직 연락없으니 다행인거죠? 생각해보면 전 급정거했고 아이가 달려오면서 서 있는 차에 넘어진듯요. 얼굴 다치지 않기를 다행입니다. 콩닥콩닥. 언니 저 액땜한거죠? ㅜㅜ

yamoo 2015-02-2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아이에게 아무 일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나저나 왼쪽 프로필 사진...세실님이신가요?? 정말 끝내주네요. 저런 룩은 좀처럼 볼 수 없는데...저 프로필 사진이 세실님이시면...세실님이야 말로 진정한 패셔니스트이십니다! (옷은 같은 매장에서 구입하신다니...그것도!^^)

세실 2015-02-26 10:08   좋아요 0 | URL
오늘도 연락없는걸 보니 괜찮은듯요^^ 저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입니다.

호호호 세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지요. 실은 딸내미 원피스예요. 쿄쿄~~
평소엔 보수적인 공무원 스탈이어용^^

실비 2015-02-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하고 비슷하시네요.. 저도 옷가게도 한번 간데는 꾸준히 갑니당
그나저나 많이 놀라셨겠어요. ㅠ
그 아이 괜찮을거라 믿어요 ㅠ
마음의 안정을 찾으시길 바래요 ㅠ

세실 2015-02-26 10:09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우린 비슷한 점이 좀 있죠^^ 아이는 괜찮은듯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다크아이즈 2015-02-26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놀랐을까요. 내 심장이 벌렁벌렁. 수호천사님, 저도 감사드립니다.

현명하게 대처 잘하셨어요.
아그가 탈 없는 것도 고맙고, 소 쿨한 아이 엄마도 감사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배달할게요. 맘 다독이고 오늘도 파이팅^^

세실 2015-02-26 10:11   좋아요 0 | URL
언니 감사해요^^ 순간적으로 얼마나 당황했는지ㅜㅜ
안전 운전 필수! 언니도 조심하세요^^
아이도, 엄마도 참 고맙더라구요.

오늘 보림이랑 서울갑니다. 방 구하러... 참 느긋하지요? 잘 되어야될텐데ㅜㅜ

2015-02-28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2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거실 한켠에 내 공간을 만들었다. 십년된 나무 책상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좋은 나이인가보다. 독서하는 여인들의 그림이 있는 알라딘 달력은 깔끔하면서 고급스럽다. 지인 사무실에서 얻은 몽글몽글 보라색 꽃을 피운 난 화분은 우아하다. 나랑 어울린다며 보내준 시아언니의 선물, 꽃병은 볼수록 귀엽다. 보랏빛 다이어리는 애장품중 하나이다. 매일의 지출을 적고 일정과 간단한 일기를 적으며 그림도 그려 넣는다. 올해 읽고 있는 책 리스트를 작성한다. 얼마전부터 규환이를 위해 성경을 쓰고 있다. 시작할때 '규환이가 공부에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꿈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하는 소망을 담는다. 3년후 네가 누나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주렴.


 

 

 

그리고 읽을 책들이 놓여있다. 일요일의 밤을 아이들과 책 읽으며 보내고 있다. 바삭 소리나는 꼬깔콘, 꿀 꽈배기는 필수! 다이어트는 언제 시작할까?

 

 

 

 

 

 

 

 

 

 

 

 

문득 집안에 살림 도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이사를 가지 않아 책, 옷, 이불, 화장품, 가방, 화분 등 온갖 물건들로 넘쳐났다. 서랍에는 아이들 어릴적 쓰던 크레파스며 색연필이 즐비하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서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선현경. 예담)'를 읽었다. 만화가 이우일의 부인이기도 한 선현경의 글은 간결하고 깔끔해서 좋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마스다 미리와 닮았다. 

 

이 책은 저자가 1년 동안 실천한 '하루에 1가지씩 버리기' 프로젝트다. 물건을 버리며 추억을 꺼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는 과감히 버린다. 지인에게 선물받은 양말, 과월호 잡지, 유행 지난 옷, 오븐 장갑, 굽 높은 구두, 더이상 쓰지 않는 모자, 색색의 원석들이 박혀 있는 목걸이 등 저자는 매일 하나씩 버린다. 여행하면서 산 목걸이, 티셔츠, 장식품들은 그 당시엔 예뻐보이지만 일상에서 하기에는 대부분 부담스럽다. 여행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친구들 만날때 주렁주렁 매달고 나가 예쁘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선물한다. 내게는 더이상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 유용한 물건이 된다면 소소한 기쁨이다.

 

홍대 앞을 걷다가 산 빈티지 패딩 점퍼

 

이 옷은 안 입은지 벌써 육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이 옷만 보면 생각나는 친구 때문에 버리지 못했다. 지금은 그 친구와 애매한 관계라서 더더욱 그랬다. 이 옷마저 버리면 그 친구와의 모든 관계도 사라질까봐. 관계라는건 참 묘하다. 해를 넘길수록 친해지는 관계가 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관계도 있고, 그저 그런데도 편한 관계가 있는 반면 자주 마주쳐도 불편한 관계가 있다. 한때 모든 걸 나눴던 친구였다. 이 옷을 입은 나를 좋아해주고, 같이 술을 마시면서 웃고 울었던 친구...... 그런 친구가 없어진다는건 내 과거도 다 사라지는 것만 같아 관계가 틀어질 때마다 붙잡고 아등바등했다. 이제 친구와 나 사이에는 넓은 강이 흐르는 기분이다. 사는 데 급급해 신경쓰지 않고 배려하지 않았던 내가 있었다. 이 옷과 함께 친구를 내려놓아야 할 시간인 모양이다.

 

 

교복 느낌이 나는 회색 개더 스커트

 

예전에 딸과 백화점을 기웃대다가 단정한 라인이 예뻐서 샀던 치마다. 딸이 중학생이 되니 교복 치마를 뺏어 입은 것 같아 민망해서 못 입겠다. 그때 나는 어려지고 싶었나보다. 한 해가 지나가려 하니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들을 얼마나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멀어지기도 하고 소원해지기도 하며 틀어지기도 한다. 관계에는 각각 저마다 다른 유통기한이 있나 보다.


입지 않는 옷을 보며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학창시절에 늘 붙어다니고 모든 걸 공유하던 사이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친구라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헤어지고 만남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가슴 한켠에 아린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집 거실을 정리했다. TV 거실장 옆에 놓여있던 2단 책꽂이는 서재로 옮겼다. 책꽂이가 있던 자리에 테이블을 놓고 내 공간으로 꾸몄다. 벽에 걸어 두었던 드라이 플라워를 버렸고 조화를 꽂아둔 화병 두개는 도서관으로 가져가 허전한 공간에 두었더니 조금은 따뜻해졌다. 다음 날은 화장대를 정리했다. 화장대 위와 서랍속의 오래된 매니큐어와 립스틱, 쓰지 않는 아이섀도우, 샘플로 받은 스킨, 로션들을 버렸다. 마스크 팩 케이스를 버렸고, 팩은 냉장고 한켠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깔끔해진 화장대를 보니 마음까지 산뜻해진다. 샘플은 쓰는 제품 이외에는 가급적 받지 말자.

 

내게 필요없는 물건은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겠다. 조만간 악세서리도 정리해서 하나씩 떠나 보내야겠다. 저자처럼 사람들 만날때 주렁주렁 달고 나가 예쁘다고 하면 선뜻 내어줄까? 언젠가 선배의 팔찌가 예쁘다고 하니 즉석에서 주어 기뻤는데 나도 지인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하나씩 버리기 시작하면서 식료품 외에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 소유하고 욕심내지 말아야겠다.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할 때가 있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독서클럽 회장님이 상담 공부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추천한 책이다. 요즘 규환이와 내 관계는 좋다. 우리는 여전히 양 볼과 입술에 뽀뽀 세번을 하며,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날린다. 내가 말을 예쁘게 하면 아이도 예쁜 말로 대답한다. 명령이 아닌 "멋진 아들, ~ 해줄래?" 하는 표현을 하면 아이는 거부감없이 들어준다. "공부해!" 하기 보다는 "규환아, 방학 숙제 해야지? 스케줄 직접 작성해 볼래?" 하니 열심히 적는다.

 

자기 진정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트매스 연구소 수석 연구자인 롤린 맥크레이티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천천히 고르게 호흡하고, 고마운 마음을 진정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약 3분 안에 스트레스가 진정되고 마음이 안정적인 상태가 됩니다.         p.150

 

 

감성코칭의 세 번째 단계는 바로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자녀와 학생들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감정코칭의 1단계와 그것을 좋은 기회로 삼는 2단계는 부모나 교사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이제 3단계에서 비로소 부모나 교사가 아이에게 능동적으로 개입합니다. 감정코칭의 3단계는 코칭의 기본 도구인 대화(소통)의 방법론입니다. 그 핵심은 경청과 공감입니다. 잘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주는 것이지요. 단, 여러 번 강조했듯이 감정을 받아들여주는 것이지 행동을 받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p. 175

 

**

보림이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선정은 무작위 추첨이었다. 명단에 이름이 보이지 않을때의 좌절감이란.... 어제 아이와 신랑이 학교 근처의 하숙집을 구하려고 하루종일 헤맸다. 나는 규환 일로 함께 갈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다. <응답하라 1994>의 로맨틱한 하숙집을 꿈꾸었지만 하숙집을 구할수 없단다. 원룸을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아이 혼자 생활하기에는 나도, 아이도 불안했다. 결국 아이 사촌과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 독립할 자신감이 생길때 원룸을 구하는 것으로..... 혼자 살수 있을까?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보내는건 참 힘든 일이다.
나도 따라가고 싶다. 이참에 서울로 내신을? 거의 불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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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2-1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 아드님과의 건강한 관계가 부러워요. 힘든 경우를 많이 봐서요. 저도 조금씩 사랑과 신뢰를 세 살 아들한테 저축해야겠어요. 보림양이 신경 쓰이시겠어요. 빨리 든든하고 안전한 거주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실 2015-02-16 11:50   좋아요 0 | URL
그 건강한 관계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서로 노력하고 있으니 잘 이어지겠죠? 공부 하라는 소리만 안하면 좋은 관계 유지됩니다. 명령이 아닌 경청과 공감을 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엄마의 참을성과 관대함은 필수....사춘기는 중2가 최고조였다가 중3부터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어요^^
보림이. ㅜㅜ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2-1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그러고 보면 참 불공평한거 같아요, ㅋ~.
전 아들이 부디 지방 국립대를 가보길 원했는데, 꾸역꾸역 부모 옆에 있겠다네요~--;
네에~, 서울로 오세요.가까이 살면서 마실다니면 잼날것 같아요~^^

세실 2015-02-16 11:52   좋아요 0 | URL
전 보림이가 청주에 있는 국립대를 가길 내심 바랬지만 단호하게 싫다고 하네요.
서울이 좋은가 봅니다. 우리가 싫은건가? ㅎㅎ
아이는 서울에서 놀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나이가 조금만 젊었어도.....내일 모레면 50이 되는 공무원을 누가 받아줄까요? 으.....슬프다!!

마녀고양이 2015-02-1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이 대학 입학 축하드려요~
전 아직도 코알라 떼놓고 사는게 그려지지 않아서 ㅠㅠ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저도
냉장고가 너무 가득차 있어서 있는 식재료부터 처리하자를 당분간 목표로 삼으려구여 ^^

세실 2015-02-16 11:5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난 보림이가 혼자 지내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ㅜㅜ
저도 혼자 생활한적이 없어서....
당분간 언니랑 지내면서 독립할 준비를 해야겠죠.

냉장고 비우기도 참 괜찮죠. 우리 새해엔 슬림하게 살아보아요.
몸도 집도~~~~

다크아이즈 2015-02-1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오, 누가누가 준 포트메리온 꽃병도 보인다!!!
역시 그 꽃병은 세실님께 가야 어울리는 것.
아롬님 센스에 어울리는 세실님 센스 또한 찰떡 궁합입니당~

세실 2015-02-16 22:42   좋아요 0 | URL
꽃병 볼수록 예뻐요~~ 덕분에 꽃은 늘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시아님에 대한 예의(?)로 꽃 한송이씩 담아두려고요^^
아롬언니가 한수 위~~~~ ㅎ

라로 2015-02-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에게도 물론 어울리기는 하지만 자기가 포트메리온 차셋트를 갖고 있기에~~~^^;; 저렇게 놓으니 세실의 센스가 돋보여~~~멋쟁이 세실^^*
나도 요즘 N군이랑 사이가 좋아졌다는~~~ 져주니까 그렇게 되네~~~^^;;;; 성경쓰기 할 건데,,꼭!!! 성경쓰기 할 노트 아직도 찾고 있어~~~ㅠㅠ 이왕이면 자기처럼 성경쓰기용 사고 싶어서~~~ㅋ
그러니 좀 천천히 쓰시길~~~^^;;;;

세실 2015-02-16 22:45   좋아요 0 | URL
포트메리온이 아직은 예뻐요~~보고있으면 기분이 산뜻해져요^^
우리 아이들 사춘기 끝난듯? 규환이 지금 열공중이예요~~
시험기간도 아닌데 밤11시까지 공부하는건 처음인듯요.
성경쓰기노트 음.. 전 카톨릭용이라 이거라도 드릴까요? 하루에 달랑 노트 반장씩 채우고 있어요~~~

라로 2015-02-18 00:54   좋아요 0 | URL
으응~~~아냐아냐!!! 어제 드디어 장만했어~~~. 밤색 커버로. 가죽이랴~~~.ㅋㅎㅎㅎㅎ 용두사미가 되지 말아야 할텐데만 바랄뿐!!!
규환이가 그렇게 될 거라고 했잖우????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 것 기억나~~~.ㅋ
자기가 잔소리 할수록 안 된다고 했던 말도 기억나네~~~.ㅋㅋㅋ
우리 그저 아들들에게 입 꼭다물고 성경이나 열심히 쓰자규~~~~.ㅋㅎㅎㅎㅎㅎㅎ

세실 2015-02-19 22:26   좋아요 0 | URL
오홋 럭셔리한 가죽으로.......전 레자~~~ ㅎㅎ
요즘 규환이가 하루 공부할 양은 책임지려고 하는 노력이 가상합니다.
벌써 성경쓰기의 힘?은 아니겠죠?
좀전에 둘이 맞고 쳐서 6천원 떼이더니 삐져서는 방에 들어가 잔다고 합니다.
세뱃돈으로 수십만원 받았서도 단 돈 6천원에 목숨거는......소심쟁이^^
전 알라딘 글 수정하고 이제 성경 쓰려고요^^
생각보다 진도는 안나가용.

yamoo 2015-02-1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이 멋집니다!

대학에 합격했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청주국립대보다야 서울이 좋지요~~~예비대학생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걸요~ㅎ

세실 2015-02-16 22: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고집을 피우기에 보내긴 하는데 맘이 놓이지 않아요^^
그저 인서울에 의미를 두는 정도랍니다~~~

cyrus 2015-02-1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의 대학합격 축하드립니다. ^^

세실 2015-02-16 22: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이런저런 걱정이 생깁니다. 좀더 대범해야겠죠.

페크pek0501 2015-02-1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는 아니지만 쓸데없는 걸 쌓아 놓고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입지 않는 옷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기꺼이 버린답니다.
책도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은 버렸어요.
물건을 사는 것도 신중을 기합니다.

딸의 대학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방 문제는 행복한 고민이에요. ^^

세실 2015-02-16 22:50   좋아요 0 | URL
오늘은 주방 서랍장 정리했는데 버릴게 많았어요. 행주, 수세미, 일회용 젓가락 등등
최소한만 두고 다 버렸답니다. 사은품은 절대 사절해야겠어요.
옷도 버려야겠네요. 욕심에 두었는데 입지를 않으니...
버릴수록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기에는 스트레스가 커요. 몇개월 지나면 원룸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