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방학을 하자마자 집으로 왔다. 빌라에서 두 명이 생활하는데 아침은 미숫가루 한 컵 마시고, 점심, 저녁은 밖에서 해결한다. 약속이 없을 때는 밥 먹기 난감했나보다. 농담으로 "방학때 서울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놀아" 했더니 난색을 표한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요" 집 밥을 많이 그리워했다. 아침 출근길에는 비몽사몽으로 인사하지만, 퇴근하면 아이가 기다려주니 집에 가는 길이 즐겁다.  

 

아이는 친구와 다음주에 떠날 제주도 여행 스케줄을 짠다. 3박4일 일정으로 2명이서 제주도를 일주한다. 용돈을 아껴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숙소까지 예약했다. 화장을 안했다고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나는 마태우스님의 `집나간 책`을 읽는다. 바쁜 분이 언제 책을 읽고 언제 쓰셨을까? 생각해보니 바쁜 사람들이 더 다이나믹하게 산다. 잠을 줄이고, 사람 만나는 일을 줄이겠지. TV도 안볼거야. 빈둥거리는 시간도 없겠지.

 

 

 

 

 이 책은 사회/ 무지에서 살아남기, 일상/편견에서 살아남기, 학문/오해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한

 서평집이다.

 자신의 일상과 책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읽고 싶은 책이 제법 많다.

 책속의 책을 뽑아내는 즐거움이 크다.

 

 

 

 

'집나간 책'에서 소개한 책속의 책으로 꼭 읽어야지 다짐해본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위화 저.

 

  책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대신 채팅하면서 손가락 순발력만 기르다 보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망각하지 않겠는가? 책을 통한 앎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듣는 팟캐스트는 말초신경 수준에서 소비될 뿐,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한다. 독서에 대해 위화는 말한다. "나는 매번 위대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작품을 ㄸ라 어디론가 갔다....... 위대한 작품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끌어준 다음, 나로 하여금 혼자 걸어가게 했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그 작품들이 이미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희진처럼 읽기 / 정희진 저.

 

  그분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도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나는 또다시 낙타가 된채 그 분의 말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 "권력 관계가 지배자의 성찰로 뒤바뀌는 경우는 없다."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안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손 하나 까닥 안 할 수 있는 권력, 남자들은 그걸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 '나라의 특수성', '임금 격차' 를 갖다 붙인 거였다. 다음 구절도 음미해볼 만하다.

"상대에게 떠난 이유를 따지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실리 측면에서도 그러고, 사실 진짜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원인을 찾고 싶은 심리에서는 누군가가 '끝냈다'고 생각한다. .... 왜 나를 떠났을까? 트라우마는 가해자 때문이 아니라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순간 시작된다."

 

 

  

  종횡무진 한국사 / 남경태 저.

   명성황후 역시 다를 바 없다. 살아생전 "친일-친정-친러로 이어지는 눈부신 노선 변화"를 보여준 그녀는 그저 권력욕의 화신에 불과했고, 개화와 쇄국을 오가며 원칙 없는 행동을 되풀이한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렇듯 나라가 망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지만, 칼잡이를 동원한 일본에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바람에 그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 <명성황후>에서는 명성황후의 친일-친정-친러 노선을 "다양한 나라와 교류했다"라는 식으로 표현했고, 그녀를 "복잡하고 어수선한 나라를 근심"한 여인으로 그려놓았다. 영화 <한반도>를 보시라. 자신을 죽이려는 일본인들 앞에서 명성황후는 단호히 말한다. "내가 조선의 국모다."

이렇듯 명성황후가 추앙받는 일도 어이없는데, 이런 식이라면 그녀가 독립투사 반열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 / 존 가트맨 ; 낸 실버 공저.

  첫번째로 해야 할것은 중립상태를 즐기는거다. 중립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이란다. 하지만 보통 부부들은 화나는 일이 있으면 상대를 비난하고, 상대는 야단을 들으면서 상대의 잘못을 기억해내 반박하려고 애쓴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안정효저

 

  "한국인은 그 세 단어 - 있었다, 것, 수- 를 문장에서 너무 자주 사용한다. ...... 이 세 단어를 모조리 제거하기만 해도 글이 얼마나 윤기가 나는지 스스로 놀라게 되리라.

  자신이 써놓은 글에서 접속사를 모조리 제거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불황 10년 / 우석훈 저.

 

 재테크를 잘하려면, 1년치 생활비를 모으라는 것.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라.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늘리는 것이 신용카드의 효과다. 그러나 더 큰 효과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습관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넌 그동안 날 너무 힘들게 했어! 잘 가. 필요없어, 너 따위!"

 

 

여전히 읽어야 할 책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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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6-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글 안좋아요 있으면 누르고 싶다!!! 아니 예쁜 보림이 사진을 올려줘야지!!!!ㅠㅠㅠㅠㅠ 화장 안 해도 이쁘더구만!!!! 버럭
그나저나 완전 멋쟁이 같아 보림이!!!!😍

세실 2015-06-25 00:02   좋아요 0 | URL
호호 보림 사진!
제 카톡 사진에 있어용^^
지금 제주도 여행중이라 실시간으로 사진이 오네요.
그나저나 언니 잘 지내시죠?
보.고.싶.다.요~~

페크pek0501 2015-06-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 중 세 권은 저도 가지고 있는 책이에요.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입니당~~

벌써 한 학기가 지나 방학이군요...

세실 2015-06-27 20:39   좋아요 0 | URL
페크님 잘 지내시죵?
요 며칠 우리 뜸했어요.
방학의 여유를 만끽하네요^^

프레이야 2015-07-0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저 책, 좋아요.
착한 보림양이랑 알콩달콩 예쁜 모녀도 보기좋아요. 칠월이다요!

세실 2015-07-02 11:52   좋아요 0 | URL
이미 읽으셨군요^^ 그 바쁜 와중에 언제 읽으시는지~~~
보림인 요즘 토익학원 다녀요.
오늘 늦잠 자서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후다닥 나갔다고 합니다.
저녁에 보림이랑 데이트하는 재미 쏠쏠합니다.
칠월은 쏠!!!!

율리 2017-01-06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정효.. 책정보가 가득하네... 나도 뭐 독서회 한 시작해볼가 함서 워밍업 삼아 여길 찾았다네^^

세실 2017-01-08 15:38   좋아요 0 | URL
음 누구실까요? 율리? 쥴리는 아는데.....
이름을 밝히시오^^
 

 

풀꽃 / 나태주 시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감성코칭 리더십' 과정을 듣고 있다. 지난 목요일에는 메인 강사 대신 스페셜 강사가 진행했다. 인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경희강사님. 주제는 '행복 Mom 감사미소' 다. 강사가 예쁘면 플러스가 되는데 얼굴도 예쁘고 날씬하며 강의도 잘하니 2시간 내내 즐거웠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아이의 마음을 망치지 말아야하며 소통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요즘 부모와 자녀가 카톡이나 문자로 대화하는 집이 많다며 부모와 자녀가 같은 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불행의 시초는 소통의 단절이란다. 한동안 아이와 각을 세우고 있을때 집안 분위기도 엉망이 되었다. 아이는 그저 "내가 알아서 한다고, 공부 얘기좀 그만하라고" 하는 말만 되풀이 했.었.다. '공부' 단어를 자제하고, 아이에게 그저 미소 띤 얼굴로 대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하니 조금씩 나아졌다.

 

이 세상 최고의 부모는 자녀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인데, 최고의 칭찬은 부모가 항상 웃어주는 얼굴. 규환이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어주기를 실천했더니 관계도 좋아진다. 감(사해요)사(랑해요)미(안해요)소(중해요)는 행복의 시작이라니 열심히 사용해야겠다.  

 

강사가 숙제로 내준 감사일기 100개를 쓰기 시작했다. 먼저 옆지기에게 쓰는데 20개를 넘기기 어렵다. 영화 볼때 내 취향 맞춰주어 감사하다고 추가로 써야겠다. 규환에게 학교갈때 뽀뽀해주어 감사하다 했더니 엄마가 내게 관심 갖고 챙겨주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Mother shock는 어릴적 엄마로 인한 상처를 칭하는 용어다. 그 상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게 전이되고 있다. "엄마는 상 타와도 칭찬도 안했다. 조금만 잘 못해도 혼냈다. 새끼 많은데 한명쯤 죽어도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아들 밖에 모른다." 등 사람들이 받은 어릴적 상처는 3대를 걸쳐 대물림된다네. 먼저 엄마에게 감사일기 100개를 쓰면서 상처를 치유하면 도움이 된단다. 감사의 단계는 1단계로 ㅇㅇ해서 미안합니다. 2단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3단계는 한사람의 성장과정을 생각하면서 100개의 감사일기 쓰기로 진행하면 된다. 미안함, 원망, 미움, 상처가 100개에 다 들어갈듯. 감사일기를 쓰니 배려와 이해가 생긴다.  

 

1. 내가 늦게 들어와도 잔소리하지 않아 감사합니다.
2. 반찬이 없어도 투정하지 않아 감사합니다.
3. 저녁에 혼자서도 잘 챙겨먹어 감사합니다.
4. 설겆이 잘해서 감사합니다
5. 아이에게 화내지 않아 감사합니다.

6. 아이랑 밝게 인사하니 감사합니다.

7. 아이랑 뽀뽀 자주해서 감사합니다.

8. 아이랑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니 감사합니다.
9. 모르는거 물어보면 조근조근 얘기해주어 감사합니다.

10. 내 취향 영화 함께 봐주어 감사합니다.

11. 가끔 뽀뽀해달라고 입 내미는 모습에 감사합니다.

12. 함께 자전거 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13. 함께 산책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14. 우리집 다림질 도맡아 잘해서 감사합니다.

15. 전등 나가면 바로 갈아끼워주니 감사합니다.

16. 고장난 물건 잘 고쳐주니 감사합니다.

17. 선풍기 깨끗히 씻어주어 감사합니다.

18. 가끔 음식물 쓰레기 버려주어 감사합니다.

19. TV 끄라고 하면 바로 꺼주니 감사합니다.

20. TV 잘 보지 않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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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8 1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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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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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6-0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에게 100개의 감사일기라고요? 이거 논문 쓰는 것보다 힘들것같은데요.
열심히 노력하면 한 20개까지 쓸수 있으려나????? 아 이것도 너무 많아요. ㅎㅎ
세실님 잘 지내시죠? 저도 늘 반갑게 맞아주셔서 세실님께 감사해요. 그리고 행복하고 마음 따뜻한 얘기를 들려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나머지 98개는 제 맘 아시죠? ^^

세실 2015-06-09 09:42   좋아요 1 | URL
호호호 그건 아니구요~~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자는 의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할수도 있구요^^
자자 언능 시작해보세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답니다. ㅎㅎ
바람돌이님의 생생한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어쩜 이리도 해박할수가 하면서 보고 있답니다. 감사해요.
밝은 에너지 보여주시는것도 감사요. 이쁜 해아, 예린 커가는 모습 보여주시는 것도 감사~~~ 끝도 없어요^^
오늘도 이렇게 인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cyrus 2015-06-08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개는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100개라는 숫자에 얽매인다면 스트레스가 조금은 생길 수도 있겠어요. 그래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훈련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세실님의 글을 읽고 나니 상대방이 나를 만족시키는 태도를 보이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세실 2015-06-09 09:54   좋아요 1 | URL
음 적다 보니 백개 금방 쓰겠는걸요^^ 사소한 것에 감사하면 된답니다~~~
10분만에 벌써 20개 채웠어요. ㅎㅎ
20개 썼는데도 벌써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하면 백 열개도 쓸수 있겠어요. ㅎ

어려운 주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cyrus님께 감사합니다.
늘 멋진 글 읽을 기회 주시는 님 감사합니다.

2015-06-09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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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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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6-09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지금 또 응급실 비슷한 곳에 왔어~~~^^;;; 사람이 아플때 가장 겸손해 지는 것 같아~~~ㅎㅎㅎ 아플땐 감사하는 이유를 100도 넘게 생각을 할 수 있고, 막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평상시는 뻔뻔하지니~~~^^ 이런 상황이라 그런지 자기 글이 콕 와닿는구만요~~~~^^;; 정갈하면서 요점 전달 완벽한 세실의 글에 감사합니다. ^^

세실 2015-06-09 13:04   좋아요 1 | URL
그랬구나. 아프시면 안돼요. 워드도 조금만 치시고, 쉬엄쉬엄 일하세요. 우린 이제 건강 체크하며 살 나이가 되었어요. 늙는건 아니구 익어가는 나이.....헤~~~
오늘은 푹 쉬기! 약속하세용^^

신랑에게 감사일기 쓰고 있는데 막 생각나요. 사소한 것도 감사하는 은총을 주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가지 채우기는 좀 시간이 걸릴듯요^^
늘 칭찬 듬뿍 주시는 나비언니 사랑해요^^
 

 

최소한 한달에 한번은 책을 구입한다. 읽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구입 버튼을 누른다. 간절함을 담아 복불복 이만원 마일리지를 눌렀지만 꽝이다. 삼세번도 훨씬 넘었다. 다음엔 이천원 마일리지로 만족해야겠다. 내 장점중 하나는 포기도 빠른 것이다. 책을 기다리는 동안의 행복감으로 충분히 보상된다. 먹거리나 옷을 주문했을때의 그 느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치 오랜만에 집에 오는 딸래미를 기다리는 설렘이라고 하면 오버일까?
이번 사은품은 유리보틀과 파우치다. 초록, 파랑, 주황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을 했지만 산뜻한 주황으로 골랐다. 북파우치, 내 지갑과 깔맞춤이다!
얼마전 투썸에서 음료수 병이 예뻐 잘 마시지않는 음료를 구입했는데 비슷하다. 입구가 작아 레몬이 구겨지는 단점이 있지만 훌륭하다. 특히 파우치가 마음에 든다.
책이 사은품이고 보틀이 메인인듯.

어제, 커다란 박스에 뻥튀기가 한가득 들어있는 택배를 받았다. 수취인 불명이라 잠시 당황했지만 곧 보낸이를 짐작했다. 전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으로 어린 아이 키우면서 직장 생활하느라 힘들텐데 가끔 서프라이즈 간식을 보낸다. 직원, 이용자와 나눠 먹으면서 지루한 금요일 오후가 행복해졌다. 작년 여름엔 팥빙수를 보내줘서 무더운 여름 하루를 잘 보냈다.
누군가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그녀의 마음씀에 감동한다. 나이 어린 사람은 대부분 받는거에 익숙한데 이 친구는 더 베풀려 한다. 난 어떤 서프라이즈를 해줄까?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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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6 1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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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7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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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5-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똑같은 보틀이에요 ^^ 입구가 좁아 작은 얼음만 들어가지만, 마시기 좋다고 엄마는 좋아하더라구요 ㅎㅎ

세실 2015-05-17 08:59   좋아요 0 | URL
초록이 파랑이 유혹했지만 주황으로~~ 산뜻함이 좋으네요. 울집엔 작은 얼음이 없으니 그저 시원한 물로 아쉬움을 달래는~~
파우치가 촘촘해서 특히 좋으네요.
나만의 보틀~~~ 굿이어요^^

하이드 2015-05-16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한달에......

Juni 2015-05-16 18:20   좋아요 0 | URL
한달에 .... 뭐요?? 궁금 ㅋㅋ

세실 2015-05-17 09:00   좋아요 0 | URL
네번은 산다? ㅎㅎ
하이드님은 책 자주 사시는듯요^^

blanca 2015-05-1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합산하면 사은품 받을 수 있는데 꼭 나누어서 주문을 해서... 오늘도 그렇네요, 마일리지도 못 쓰고 말이에요.
보틀 이뻐요.

세실 2015-05-17 09:0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모아 모아 한달에 한번 구입해요^^ 읽고 싶은 책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한번에 지른다! 이 방법 써보세요~~
근데 블랑카님도 한달은 길듯? 전 도서관 책도 보니 견딜수 있지만요^^

프레이야 2015-05-1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보틀 이쁘네요. 또 장을 봐야하나요 ㅎㅎ 보관함에서 슝~
지름신이 너무 바빠요.

세실 2015-05-17 09:04   좋아요 0 | URL
이뻐요~~~ 우리 만날때 물병으로 가져가기? 진정한 알라디너임을 증명하는 인증샷으로ㅋ
언니 롸잇 나우~~~~~~
무슨 색을 고르실까?

라로 2015-05-17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보틀은 관심 없으니 이번은 배 안 아픔!!ㅋㅎㅎㅎㅎ규환이를 위한 원피스가 젤로 눈에 든다는!! 아들 사랑~~~~❤️ 성경은 어디 쓰고 있어??? 난마가복음. 이거 쉽지 않네~~~~오래 걸릴듯~~~^^;;;
노란색 벽에 주황 파우치 투명한 보틀, 멋진 책들!! 사진 좋아~~~!^^

세실 2015-05-17 09:08   좋아요 0 | URL
진짜? 레알? 헤~~~
북파우치와 보틀이 어설픈 깔맞춤이 되었어용^^
원피스는 대체 언제 종결될지...ㅎ
다행스럽게 시험 끝나고 선물처럼 사주네요.
성경쓰기는 아직도 마태복음에서 주춤해요. 의욕 상실 ㅜㅜ 작심삼일 되었어용~~~
어제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읽다가 울었어요. 내 지금이 참 행복한걸 모르고 살았다는....

2015-05-1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7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7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7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8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8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 학원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생각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카페는 50대 초반의 우아한 사장님이 주인이다. 미소가 참 곱다. 옆에 투썸이 있지만 젊은 아이들 속 번잡스러움이 요즘은 부담스럽다. 늘 함께 하던 친구가 오늘은 집안 행사로 올 수 없단다. 가끔은 혼자만의 여유도 좋다. 카페는 벌써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하다. 모처럼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마신다. 커피 한잔과 책만 있으면 행복하다.

 

 

 

 

 

 

 

 

 

 


 

`미움받을 용기`가 대담 형식이라면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한다. 때로는 쉬움을 강조하느라 군더더기가 많지만 술술 넘어가는 장점도 있다.

전폭적인 신뢰로 아이를 대하라.

트라우마는 없다. 인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와 나의 관계는 편안하다. 한때 서로에게 뾰족한 말로 상처를 입히면서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내가 먼저 전폭적인 신뢰로 대하니 라포가 형성되었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하지. 오늘도 수고 많았어했더니, 아이는밤늦게 학원으로 데리러 오느라 엄마가 더 힘들지. 고마워!한다.

 

 내 별자리가 게자리여서 모성 본능이 강하다는 정답에 맞추고 싶은 무의식도 작용한걸까?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이, 힘들지만 엄마를 웃겨주려고 하는 그 마음이 그저 감사하고 대견하다.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서기전에 여전히 뽀뽀를 한다.

 

아들러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프로이트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견해를 달리한다. 프로이트는 어릴 적 트라우마가 성장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는데 아들러는 트라우마는 없고, 인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성격, 행동 말투도 고칠 수 있다. 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용기의 심리학자로 불리 우기도 하는 아들러는 미움 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에 대해 말한다.

 

특히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은 육아와 교육이다. 힘으로 아이를 윽박지르지 말고 전폭적인 신뢰로 아이를 대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자녀 교육의 목표는 자립할 것과 사회와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가르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라는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능력은 곧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연결되며 인생의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힘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용기 있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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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5-05-02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의 이런 긍정 의 힘이 부럽습니다

세실 2015-05-06 13: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랜 직장생활의 결과인듯요^^

hellas 2015-05-0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 준비물이 저랑 똑같네요 :) 책. 북마크. 플래그포스트잇. 음료. :)

세실 2015-05-06 14:01   좋아요 0 | URL
프스트잇 중요하죠~~~~ 거기에 분홍 형광펜도 추가하면 완벽^^
그래서 우리에겐 북파우치가 꼭 필요한거죠. ㅎㅎ

다크아이즈 2015-05-0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러 심리학~ 표지 봄빛이다요
부러 카푸치노 잔이랑 깔마춤한 것 같아요 간만에 집에 있으니 북플도 펼쳐봐요 다들 열심히 사시는데
세실님은 언제나 그 선두 그룹 ㅋ

세실 2015-05-06 14:04   좋아요 0 | URL
언니~~~ 빛깔 이쁘죠? 고운 연두빛^^ 전 미움받을 용기보다 이 책이 더 나아요.
으음....제가 연휴 내내 집에서 뒹글거리며 아몬드랑 튀밥 먹은 모습을 보셨더라면 ㅜㅜ
규환 시험이라 방콕하면서 스텐바이 했어요. 아이는 정작 학교 가서 밤 10시에 왔답니다.
내 연휴 돌려도~~~~~~~ ㅎㅎ
결론은 보이는게 다는 아니랍니다!

프레이야 2015-05-0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랑 뽀뽀를‥뿌잉뿌잉 닭살모자 좋다요
애들한테 사랑을 주려면 뼈에 사무치게 줘야된다죠 응~

세실 2015-05-06 14:05   좋아요 0 | URL
제가 뽀뽀를 잊으면 아이가 입을 내밀어요. 왜 신랑한테는 안되는지....ㅎㅎ
뼈에 사무치게.....와 이 말도 좋으네요^^
실천해야겠어요~~~

blanca 2015-05-0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와닿고 언젠가 사춘기를 맞을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해 아들러를 읽어야겠어요.

세실 2015-05-08 15:09   좋아요 0 | URL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예요. 아이가 `나는 능력있다,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 이 생각만 가질 수 있다면 성공적인 육아 ㅎㅎ
 

*

 

도내 ㅇㅇ교육청에서 진행한 학교도서관 담당교사 연수에 <사서의 즐거운 책 읽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도교육청에서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후배 사서가 강사로 나를 추천한 것이다. 연수중 한 꼭지를 담당하는줄 알았는데 내 강의가 행사의 전부다. 대부분 도서관 또는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초.중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했다. 일주일전부터 어떤 강의를 할까 고민하다 담당장학사님이 도서관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열정을 불어 넣어달라는 부탁을 하셔서 내 삶을 들려줬다. 

 

책 안읽던 아이가 문헌정보학과에 들어와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 도서관장의 꿈, 도교육청 및 중앙도서관에서 추진한 독서관련 사업, 늦은 나이에 대학원 진학, 꿈을 이룬 이야기, 신문에 서평쓰는 일 등.....조금은 포장해서 풀어나갔다. 그리고 책은 네모다, 내 인생의 책, 사서의 마인드, 책은 왜 읽는가,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진행한 사례 중심으로 노하우를 전수(?)했다.


내 인생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인문학의 기본이며 문학의 개론적인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읽은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니 한명도 없었다. 쑥스러워서 손을 들지 않은 걸까?  꼭 읽으라고 신신 당부했다. 그리고 백석평전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를 들려주면서 책 내용도 설명해주고, 논어정독도 소개했는데 넘 부담스러우려나?

 

 

 

 

 

 

 

 

 

 

 

 

책은 네모다에 네모를 채우라고 했더니 '책은 무겁다. 책은 눈꺼플을 무겁게 만드는......', '책은 가까워질 수 없는 친구이다' 라는 대답도 의외로 나왔다. '책은 내 삶을 알록달록 채색해주는 물감이다', '책은 나의 편한 친구이다'라고 쓴 선생님께 각 책 1권이랑 내가 만든 캘리그라피 책갈피를 선물로 줬다.

 

2시간동안 열강(?)을 해서 2교시에는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대부분을 들려준 듯하다. 역시 난 1회성 특강 체질이다. 내년에 똑같은 사람에게 강의하라고 하면 할 내용이 없을듯. 초롱초롱한 눈빛, 열심히 받아적고 사진 찍는 모습 보니 성공이다. 


**

 

내게 기차는 설렘이다. 청주에서 기차 타고 제천 가는 길에 창밖으로 보이는 연두빛 나무 빛깔이 참으로 싱그럽다. 내 차를 타고 다닐때의 느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역시 여행의 꽃은 기차다. 일본 여행에서 후쿠오카, 유후인, 나가사키로 이동할때 탔던 기차 밖 고즈넉하고 정갈한 풍경, 기차에서 먹던 에키벤이 생각난다. 아 그리워라! 

 

기적의도서관장인 친구랑 미리 만나 박달재 식당에서 한방 불고기 정식 먹고, 분위기 좋은 Thursday 카페에서 커피 마셨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맑은 하늘, 고운 햇볓아래 우리는 여유롭게 도서관 일상을 나누었다. 친구이자 도서관 동지로 서로 윈윈하는 사이가 참 좋다. 밥이랑 커피 사준것도 고마운데, 빵이 맛있다며 아이 주라고 빵까지 안겨준 친구에게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든다. 다음엔 청주에서 보자구~~~~ 모처럼 여행하듯 봄을 제대로 즐겼다. 역시 오랜 친구가 그 곳에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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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4-28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도 나들이같이 나들이도 일같이 !! 능력자의 경험을 잘 풀어주셨군요. 제천, 한번 가봤지만 다시 가보고픈 곳이더라구요. 기차만 봐도 설렘설렘ㅎㅎ 근데 책은도끼다,는 제목만이라도 들어봤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적어도 책관련 일하시는분들이 ㅠ

세실 2015-04-29 23:18   좋아요 0 | URL
요즘 여행을 가지 못해서 살짝 의기소침했는데 덕분에 잘 다녀왔지요. 친구가 픽업도 해주고, 맛난거 잔뜩 사주어서 더욱 즐거웠답니다. 강의는 뒷전~~~ 이었지만 강의할때는 또 열정적으로 ㅎ.
그쵸 언니? 기차가 멀리서 진입하는데 어찌나 설레던지요....우리 만날때 KTX 타서 더 좋아요^^
`책은 도끼다` 이 멋진 책을 아직도 모르다니 좀 불쌍하기도 했어요^^ 저에게 고마워 할까요?

2015-04-28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30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4-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천..기차로는 못가봤어요..가보고싶네요.

세실 2015-04-30 15:14   좋아요 1 | URL
제천 기차 타고 가는 길 운치 있어요.
청풍도 좋구요~~~
전 청풍에 있는 이에스클럽(리조트)에 가끔 간답니다.

순오기 2015-04-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 세실 관장님 멋져요!!
학교도서관 담당샘들이 알라디너가 아닌가봐~책은 도끼다 모르는 걸 보니.ㅋㅋ

세실 2015-04-30 17:40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댓글을 이제야 달다니~~~~~
늘 감사해요^^
알라디너 아니어서 모르는 걸까요?ㅎㅎㅎ
이젠 저로 인해 알게되었으니 다행이죠?

blanca 2015-04-29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차 타는 것 너무 좋아해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젖는 것도 좋고요.

세실 2015-04-30 15:17   좋아요 0 | URL
차를 끌고 갈때와 사뭇 다르네요. 저도 연두빛이 그렇게 고운지 몰랐어요.
기차에 간식 파는 수레가 다니지 않아 조금 아쉬웠답니다^^

개인주의 2015-04-2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끼를 모르다니. - -;;
다 읽지 못하더라도 훑어보는 양이 상당할텐데..

세실 2015-04-30 15:18   좋아요 0 | URL
그쵸? 도서관에 책을 구입안했을수도?
아는 만큼 보인다....ㅎㅎ
어제 참여하신 분중 열명이라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4-2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강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세실 2015-04-30 15: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싸이러스님 혹시 관계자? 농담이어요.
오랜만에 열강 했어요^^ 으쓱! ㅎㅎ

페크pek0501 2015-04-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강의, 힘드셨겠지만 하고 나니 속시원하셨겠죠?

기차 사진이 있어서 페이퍼가 더 빛나는군요. 이 페이퍼도 멋지고...

세실 2015-04-30 15:33   좋아요 0 | URL
네. 하기 전에는 살짝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속도 시원했어요^^
할만 합니다~~~~ 호호호

기차 보면 여전히 설레입니다. 출장을 여행처럼! 느낌도 나구요.
장거리 여행은 가급적 기차를 타려고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oren 2015-06-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 만큼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는 대상도 드문 듯해요.

제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여행도 `기차`를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답니다. 안동에서도 한참이나 더 떨어진 `경북 영양`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살던 제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작은 할아버지댁`으로 놀러 간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가물거립니다. 그때 제 나이라고 해봤자 고작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모르겠네요. 암튼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첫 여행`이었던 그 때, 시골에서 비포장도로로 2시간 가까이 걸려 안동으로 나와서, `안동역에서 문수역까지` 난생 처음보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고, 문수역에서 내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아버님의 겨드랑이에 덜렁 붙잡혀` 건너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리고 작은 할아버지 댁에서 `성냥불`로 불장난을 하다가 짚더미를 홀랑 태운 기억도 나고요.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어서 부모님한테 그 당시 얘기를 들은 바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안동역에서` 저를 잃어버려 한동안 아이를 찾느라 무지 애를 잡수셨다고 하더라구요. 어디를 가든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금세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제가 바로 그랬던가보더라구요. 나중에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진학하면서 정말 `기차`를 자주 탔답니다. 중간고사 끝날 때와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할 땐 어김없이 중앙선을 타고 서울과 고향을 오르내렸죠. 원주역, 제천역 뿐만 아니라 단양, 풍기, 영주역 등 큰 역도 매번 지나다녔지만, 가끔씩 완행 열차를 탈 땐 안동을 지나 옹천, 평은, 문수 등등 간이역을 일일이 섰다가 출발한 기억도 나네요. 완행열차를 타면 안동에서 서울까지 대략 10시간 이상씩 걸리곤 했었지요.

그래도 기차는 언제나 늘 타고 싶은 교통 수단이에요.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치그덕 치그덕 쇳소리를 내며 철로를 달리는 것부터, 가끔씩 굴 속을 들락거리는 재미도 있고, 열차의 좌석에 앉아 차창 밖으로 끝없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라지는 풍경들을 아스라히 내다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