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간만에 웹핑하다고 아프락사스 님의 오래된 페이퍼를 발견하고 마음이 동해서 글을 남깁니다.

서재에는 교육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있으므로, 정식으로 논재에 부치고 싶습니다.

아프 님의 페이퍼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09150

 

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611/27/pressian/v14858179.html

"나는 왜 사교육으로 돈 벌기를 포기했나"

[인권오름]"진보도 '학벌'의 기득권 버려야 하지 않나"

 [프레시안 임재성/'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그런데 어떻게 해서 먹고 살아요?"
  
  사회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활동가들 역시 생계 문제를 회피할 수 없는데, 사회단체들이 그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가들이 흔히 택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입시 과외다.
  
  물론 사교육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현직 활동가들의 경우만은 아니다.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 중 상당수도 졸업 후 사교육 시장에 진출했다. 수감 경력 등으로 인해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다. 이들 중 일부는 시장에서 꽤 성공했다. 게다가 최근 대학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들은 날개를 달았다. 운동권 동아리에서 사회과학 세미나를 하며 훈련한 글쓰기 및 토론 능력을 바탕으로 논술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이제 흔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언론은 "386 운동권 출신이 논술 시장을 장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한 이들은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낄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열에 편승해 돈을 버는 게 그다지 떳떳하지만은 않다는 자책이다. 또 최근 심화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도 이런 자책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쉽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힘든 이들이 생계를 위해 택한 일에 대해 함부로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행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 하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를 지향하는 이라면 사교육으로 돈 벌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인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 5월 출소한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임재성 씨다. 임 씨도 수감 전에는 입시 과외로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수감 생활 도중에 얻은 깨달음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노동자 한 명의 죽음에 대해 분노했던 이들이 해마다 입시 때문에 100여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 대해 무감각하다면 모순이라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학벌 기득권에 안주하여 편하게 밥 벌이를 하다보면 소외된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기 어려우리라는 것.
  
  이런 생각으로 그는 입시 경쟁에 편승한 사교육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사회단체 활동과 병행하기에 가장 손쉬운 생계 수단인 입시 과외를 포기하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임 씨 혼자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해서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입시 경쟁과 학벌지상주의가 사라질 리도 없다.
  
  하지만 애당초 임 씨가 수감 생활을 감수하면서까지 병역을 거부한 것 역시 당장 전쟁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누구라도 먼저 총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임 씨가 사교육으로 밥 벌이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임 씨는 "진보도 '학벌'의 기득권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글에 자신의 결심을 담아 인권운동사랑방에 보냈다. 다음은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 실린 임 씨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서 '양심적 사교육거부자'로
  
  수감시절, 출소 이후 활동을 하면서 돈을 어떻게 벌지를 고민하면서 사교육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수감되기 전까지 열심히 했던 사교육의 기억들을 감방 안에서 곰곰이 반추해보면서 그렇게 낯 뜨거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현실적인 금전적 이해에서 조금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그런 성찰의 시간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어쨌든 밥과 잠을 법무부에서 해결해 주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좌파'랍시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가 자신의 학벌을 밑천 삼아서 그 학벌에 목 매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벌다니. 정말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 사실 별 대단한 결심도 아니건만 감옥에서 "양심적 사교육 거부"라는 글을 써서 '전쟁없는세상' 소식지에 싣게 되었다. (당시 '전쟁없는세상 소식지'에 실렸던 글, "양심적 사교육 거부"를 보려면 다음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http://www.withoutwar.org/bbs/view.php?id=www_letter_11&no=6 )
  
  그 글에서 나름대로 노렸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광고. 왜 성공적인 금연을 위한 조언 중 하나가 '주변에 금연 사실을 알려라'이지 않은가. "생각해보니까 이거 할 짓이 아닌 것 같아. 나 앞으로 사교육 안 할 거야." 당시 글의 내용은 길었지만 핵심이 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명의 욕심이었다. 사교육을 하면서 활동을 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맘 속의 무거움을 알기에, 그러나 그 무거움을 가지면서도 사교육을 계속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나름의 자극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내부적 비판은 당시 내 주변의 활동가들을 많이 불편하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글 일부를 다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페미니스트파시스트건 집에서 설거지 안하는 것은 똑같다는 이야기를 진보건 보수건 사교육 시장에서 학벌주의 조장하는 것은 똑같다고 대유(代喩)하면 비약일까. 페미니스트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진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학벌을 팔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밖에서 후원을 해주었던 친구에게서 대안교육잡지인 '민들레'에서 연락이 와서 글을 그 잡지에 싣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투박한 글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대안교육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권들의 사교육시장 장악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게 여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답답함에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면 정말 기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 광고를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입시학원가 풍경. 출처: 청소년 인터넷뉴스 <1318바이러스>

  학벌주의와 떨어질 수 없는 사교육 거부…쉽지 않은 결정
  
  지난 5월 충주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를 했다. 사람들을 만나며 나누는 여러 이야기 중 하나가 사교육 정말 안 할 거냐는 질문이다. 별것도 아닌데 글까지 쓴 것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화제다.
  
  사교육 아니면 돈 어떻게 벌거냐는 질문도 이어진다. 뭐, 계획은 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교육은 절대 안하련다. 이렇게 답을 하고나면 좀 어색해진다.
  
  함께 활동했던 이들은 여전히 사교육을 통해서 생활비를 벌고, 활동을 해 나가고 있었다. 다 안다. 그 사람들, 그 동지들 다 안다. 내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근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다들 힘들게 살고, 어렵게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급진적 사상과 주장을 가지고 늘 현장을 뛰어다니지만 먹고사는 일 앞에서는 현실적이 될 수밖에 없다.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교육만큼 적당한 게 별로 없다.
  
  과외를 10개 가까이 하면서 대학원 학비를 만들고 집에 생활비를 보내며 공부와 활동을 하는 한 선배는 나에게 그런다. 이것이 치열한 나의 삶이며 자신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교육 어쩌고 하는 비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또 어떤 선배는, 그럼 공교육이 대안이냐고, 사교육 안하는 것이 대안이냐고 묻는다.
  
  함께 평화운동을 했던 이는 그런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나 사교육 아니면 활동 못한다고, 활동을 하지 못하는 거 보다는 나은 거 같다고.
  
  
그 이후 다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는 자부심은 있지만 유혹도 있다. 사교육, 참 매력적인 돈벌이다. 스트레스야 좀 받겠지만 이만한 돈벌이가 어디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활동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리만 좋으면 한 달에 얼마 일하지 않아도 최저임금에 준하는 돈을 벌 수도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갑자기 '선생님' 소리도 듣는다. 이것저것 '왼쪽'의 이야기를 하며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근데 그 돈, 애들이 좋은 대학 보내달라고 내는 돈이다. 내가 4년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돈이다.
  
  입시 때문에 일 년에 백 명 정도의 학생들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노동자 한 명이 자살하면 눈물을 글썽거리며 살인정권이라 외치는 우리가 왜 그 백여 명의 죽음에는 이리도 무감각한지.
  
  최소한 운동권이라면, 진보주의자라면 현상 이면의 본질에 대해서 성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불편해야 한다. 비록 당장은 계속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어렵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강남 논술시장의 대부분을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교육 중에서도 논술 같은 경우는 운동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요즘 논술의 추세가 조금 진보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는 비결이라는 이야기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런 강사를 찾기도 한다고 한다. 곧 '한국판 소피스트들'이라는 타이틀 안에 운동권 출신들의 논술강사들이 다뤄질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트럭을 몰며 배추장사를 하는 선배가 있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하고 한 달에 백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번다고 한다. 운동하며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그리고 이 사회에서 돈은 번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인데 너무 고민이 없다고 말한다. 사교육이 쉬워 보이지만 그건 운동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운동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그럼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데, 역시 어렵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음에도 아예 생각이나 시도조차 없는 후배들에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비록 현실이 열악하더라도 삶의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 사회의 모순에 저항하고자 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여기서 '운동권'이라는 호칭의 일차적 지칭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누군가 먼저 총을 내려놓아야 한다면 내가 먼저 놓겠다는 신념으로 병역거부를 결심했다. 비록 어렵고 힘들었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늘 자랑스러운 결정이자 가치가 되었다.
  
  수감 시절, 병역과 마찬가지로 사교육을 거부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사교육을 거부한다는 것은 병역거부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막상 사회 속에서 그 매력을 거부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또다시 사교육 거부자로서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도 실렸습니다.
 
임재성/'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이에 대한 승주나무의 견해

사교육에 머무는 사람으로서 할 이야기는 아닌 듯 싶지만, 제가 볼 때 이 글을 쓴 사람은 '사교육'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은 '사교육적'인 것과 '교육적'인 것 두 가지로 생각해야 합니다. '사교육적'인 것은 자본주의와 신분상승욕구 등 입시양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교육계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에 정진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교육을 거부하는 이유가 된다면 저는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공교육을 강화해서 사교육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제가 보았을 때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사교육에서 시작해서 사교육의 '사교육적 한계'를 극복하고 공교육과의 모색을 고민하여 '교육적'으로 거듭나는 것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손을 내미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구조의 문제가 담겨 있는 사안에 대해 단지 '거부'만 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군 생활 2년여 기간 동안 고민과 성찰을 거듭하며 '본격학문' 대신 '논술'(사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서양의 철학자와 철학사, 사서삼경에 침잠하고 성찰하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한국사회을 감싸는 유령의 근원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포지션이 문제가 됩니다. '공교육'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 의문이었습니다. 공교육은 '관료화'를 극복하기가 참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강의 외에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어느 정도 틀거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다소 유연하다 할 수 있는 사교육과 학생들이 많이 믿고 의지하는 곳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교육은 진정한 문제를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글을 쓴 사람에게 '사교육을 죄악시하지 마시오. 사교육에는 신분상승의 욕구 외에 현행 입시구조에 고통받는 학생들의 신음소리가 담겨 있고, 이곳에 진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욕구불만까지도 담겨 있는 슬픈 성이오'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교육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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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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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선생은 미워하되, 철학은 미워하지 마라."

소크라테스의 금언이다. 세상에 피어오른 새로운 교육(논술)이 꽃피기가 무섭게 시장에서 찢기고 짓밟힌 논술을 되돌리기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논술만 생각하고 내달렸다. 이제까지 읽었던 책과 신문기사들을 모두 뒤적여 스무 개 넘는 문제들을 만들거나, 이것저것 기획했다. 정작 나는 탈진해서 독서도 변변치 않고, 독서 소출이 없으니 리뷰나 시시껄껄한 게시판에 찌질이글도 남길 수 없었다. 이미 좋은 논술선생이 되리라는 기대는 버렸다.

하지만 신문은 그래도 꾸준히 읽고 있었으니, 반가운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정민 선생이 다시 책을 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다산의 이야기이다. 나는 과학자로서의 다산보다 경학자로서의 다산을 더욱 존경한다. 그리고 틀림없이 다산도 경학자로 불리기를 더 바랄 거라 생각한다. 이것이 책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바탕공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산의 내공이 들어간 '논어고금주'나 '맹자요의'와 같은 책들은 절판이거나 번역이 되지 않았다)

머리말에서 밝힌 정민 선생의 '다산치학 10강 50목 200결'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선언이다. 즉 다산의 학습법을 다산의 방법론으로 설명한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10강만 일별해보면 다 '~해라, ~해라' 하는 메시지로 들린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몇 개의 커다란 그릇 안에 다산의 정신과 학문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 즉 모든 지식을 하나로 관통하라는 금언을 '슬슬주'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전파하기도 했던 것과 같이 하나의 일관된 자세는 다산 학문의 가장 커다란 밑바탕이 된다. 그 안에 스스로를 연마하는 위기지학,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사구시, 항상 사랑으로 가득 넘치는 애민의 정신이 정족처럼 버티고 있다. 다산학문의 본령을 꿰지 못하면 다산은 '미신'이 되고 만다.

다산의 학문적 위대성만 말하자면 이는 백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이 책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사람이 가지는 두 가지 커다란 장애물을 극복한 다산의 모습과 함께 이를 생생히 전한 저자의 필치이다. 저자는 다산의 병통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것이 다산의 역량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였다.

첫째, 다산은 성정이 급했다. 그래서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고, 궁금한 것 역시 알 때까지 잠을 이루지 않았다. 현대사회에 살았으면 매우 피곤한 스타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학문의 길에서는 매우 훌륭한 무기이다. 끊임없는 탐구열이 다산의 초인적인 저작을 가능하게 했다.
둘째, 다산은 대쪽처럼 타협할 줄 몰랐다. 자신을 미워하는 정적에게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전통과 관습이라도 짓궂은 장난에 장단을 맞추지 않아 미움도 많이 받았다. 정조의 곁에서 개혁작업을 잘 이뤄냈지만, 그만큼 적도 많았다. 18년간이나 유배생활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으며, 그 중에서 마지막 4년은 형 집행이 정지되었지만, 정적의 상소 때문에 추가로 귀양했다. 이런 특성은 본인에게는 매우 불행하고 피곤한 성정이 되지만, 후손들에게는 매우 득이 된다. 당시의 실상은 낱낱이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사회문제가 되었던 열녀와 충신의 제도에 대해서 극언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효자를 부모의 죽음을 빌미로 명예를 구하고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 도둑놈이라고 말했다. 분명하게 살펴서 거짓이 드러날 경우 용서 없이 베어야 한다고까지 극언했다.  - 395쪽


셋째, 다산은 고집쟁이였다. 자신이 정의로 믿는 것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공부 욕심을 끝내 버리지 못해 병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이것은 존경받는 학자의 숙명이 아닐까. 나는 솔직히 이렇게 할 자신이 없다.

이것이 다산의 내적인 장벽이다. 외적인 장벽은 역시 유배 생활을 빼놓을 수 없다. 18년이라면 지금으로 따지면 군대를 9번 다녀와야 하며, 18개월로 줄어든 것으로 계산하면 15번 가까운 햇수다. 명예도 명예일 뿐더러, 죄인으로 낙인찍힌 자의 생활이라 더 말할 것 있겠는가. 다산의 형 현산(정약전)은 유배지에서 끝내 눈을 감았다. 이 구절을 보고 있자면, 사마천의 궁형이 생각난다. 사마천은 궁형의 치욕을 열정으로 승화시켰으나, 다산은 차분히 하늘이 18년간의 학문 기간을 주어서 매우 행복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커다란 장애를 극복한 단계와 열정의 모습이 학문의 여러 면모에 드러나 있다.

특히 독자를 즐겁게 하는 것은 '결(訣)'마다 마무리되는 저자의 요약이다. 5~6줄로 짤막한 저자의 정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제목 역시 상큼한 게 많다. 예컨대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는 것을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 : 어망을 걷어올려 기러기를 취한다)'고 묘사하였고,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는 조선중화법(朝鮮中華法 : 조선이 곧 중화임)이다. 읽을수록 새기는 맛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학문방법에 너무 치우쳐 대작을 탄생시킨 학문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며, 초입에 인용문을 넣을 때 한문을 병기하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쉽다. 그리고 '10강 50목 200결'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그림으로 모아져 있기보다는 나열한 듯한 인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지식의 경영과정을 폭넓고 체계적으로 배열하여, 두고두고 배울 점이 많다. 이 외에 구체적인 학문 방법은 본문 안에서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마다 마치 교열자처럼 축자식으로 오탈자를 검증하는 데 이번 책은 완벽하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끄럽기까지 했다. 몇 쪽인지 모르지만 "불경보다는 잿밥을 탐낸다"는 구절이 있다. 당연히 "젯밥(祭 -"라고 생각해 따지려고 하였다가, 의심스러워 사전을 찾아본 나는 매우 부끄러웠다. '49재' 할 때의 '잿밥(齋-)'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참으로 다양한 다산의 면모를 살펴보았다. 어떤 것은 나와 비슷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내가 차마 따르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산의 위대함과 다방면의 족적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내게는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다산은 정치인이다.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사랑한 정치인이다. 이런 사람이 정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 중 지식인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덧 : 제목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은 논술공부에 당장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차라리 논문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학습과 교육 과정 등을 세부적으로 면면히 살펴봄 직하다. 나도 몇 번이고 훑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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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6-12-2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문쓰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제가 봐야겠군요! 오랫만여요.

승주나무 2006-12-2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논문 쓰시게요. 요즘 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몽을 볼 때마다 아프 님이 생각났어요~ 아프님도 오랫만이에요.

stella.K 2006-12-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 잘 지내지?
이 책 살까말까 생각중이다.
이달까지 3천원 더 싸게 해준다고 하던데...
너의 리뷰를 보니 더 사고싶네.^^

승주나무 2006-12-2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누님 잘 지내시죠. 메리크리스마스 인사도 못 드렸네요.
요즘 셤 때문에 정신을 놓고 살아요. 그래도 짬을 내서 이 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은..뭐랄까~ 술술 읽혀서요^^ 재밌어요 ㅋㅋ

woosunhye 2021-05-1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감동받았어요^^
 

참 슬프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여성이 아닌 내가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
간만에 와서 슬픈 글을 남긴다.

무슨 방법이 있겠지, 있지 않을까? 혹 있을지도.........................

 

[사설] 여군 헬기 조종사의 날개를 꺾지 마라

입력: 2006년 11월 29일 18:19:15
 
대한민국 최초의 여군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중령이 오늘 강제 전역 조치된다. 가장 남성적인 조직인 군대에서 갖은 불리와 차별을 딛고 그는 27년여 동안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복무해 왔다. 1,000시간 비행 기록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책을 통해 군대내 성 차별과 성희롱 등 그릇된 군대문화의 타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하지만 정년의 그날까지 조종간을 잡고 싶어했던 그의 꿈은 무참히 좌절됐다.

피중령은 2002년 10월 왼쪽 가슴에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군 생활을 더 잘하고 싶었던 그는 “평소 항공비행 중 불편하다고 느낀 유방을 양쪽 다 절제해달라”고 간청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군에 복귀, 아무런 문제 없이 2년여 동안 조종사의 길을 다시 걸었다. 체력검정에서는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정례 신체검사에서 양쪽 유방을 절제한 것이 문제가 돼 결국 퇴역 처분을 받았다. 신체 일부가 없으면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장애등급 2급에 해당된다는 이유였다. 이제 피중령이 마지막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다음달 열리는 인사소청위원회뿐이다.

피중령의 꿈을 좌절시킨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교조적이고 불합리하다. 암이 완치됐고, 이후 2년여 동안 아무 지장 없이 군 생활을 했고, 체력검정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오로지 암 병력과 양쪽 유방이 없다는 이유로 퇴역 처분을 내린 것은 설령 군의 특수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남성 군인과 똑같이 가슴이 없다는 게 문제될 줄은 몰랐다”는 피중령의 고통스러운 언어는 차치하고라도 완치된 암 병력, 군복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신체 부문을 이유로 강제 전역을 시키는 규칙은 당연히 개정되어야 한다. 국방부도 뒤늦게 개정 논의를 하고 있다니, 이참에 시대에 뒤떨어진 규칙의 전면적 개정이 이뤄져야 할 터이다.

그리고 불합리한 규정에 의해 27년의 군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끝내게 된 피중령의 소청이 인사소청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길 기대한다. “저는 여전히 군을 사랑하고, 다시 태어나도 군인이 될 것이고, 그리고 우린 군대를 믿습니다.” 갖은 차별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길을 자랑스럽게 여겨왔고, 멀쩡한 나머지 유방 하나를 잘라서라도 조종사로서의 삶을 지키고 싶어한 피중령의 날개를 꺾지 않기를 바란다.

 

 

헬기女조종사 피우진씨 퇴역취소 소청 국방부서 기각
입력: 2006년 12월 13일 22:14:06
 
‘대한민국 여성 헬기조종사 1호’ 피우진씨(52)와 공군 조종사 35명이 제기한 인사소청을 국방부가 모두 기각했다.

국방부는 13일 ‘중앙 군인사 소청 심사위’를 열어 퇴역처분을 취소하라며 피씨가 제기한 인사소청에 대해서 “현행 군인사법령의 ‘심신장애 전역’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의결, 발령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1978년 소위로 임관해 육군 항공병과에 자원, 81년 첫 여성 헬기조종사가 된 피씨는 2002년부터 유방암을 치료했으나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이 내려져 퇴역명령을 받고 지난달 29일 퇴역했다.

국방부는 피씨의 인사소청을 계기로 제기된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전역’ 문제의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에서 심층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는 또 공사 42기 출신 공군조종사 35명이 전역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인사소청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사위는 “다수의 조종사가 한꺼번에 전역할 경우 현 국가안보 상황에 비춰 군 전투력 운용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성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피우진 중령 “부당한 軍인사법 행정소송 낼것”
입력: 2006년 12월 14일 18:23:28
 
대한민국 1호 여성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예비역 육군중령(51). 1979년 27기 여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 여군 최초로 1,000시간 비행기록을 수립한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군생활 역정을 담은 에세이집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지난 9월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는 이유로 전역 명령을 받은 그는 국방부 중앙 군 인사소청 심사위원회가 퇴역처분 취소 소청을 기각하자 14일 행정소송을 하겠다며 변호사를 찾았다. 그에게 그간의 사정과 함께 “책을 출판하고 새삼스럽게 과거의 문제를 들추는 배경이 뭐냐”는 비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에세이는 軍사랑해서 쓴것뿐

-최근 몇년간 암에 걸린 여군 고급장교가 많았다는데.

“맞다. 1999년에는 동기생인 양혜정 중령이, 2000년에는 엄옥숙 대령이, 2002년에는 내가 암에 걸렸다. 이것은 남군 위주의 군대에서 여군으로서 살아 남으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 30년 가까이 군에 복무한 여군 최고참 5명 가운데 3명이나 암에 걸릴 수 있겠는가.”

2002년 유방암에 걸렸을 때 왜 멀쩡한 오른쪽 유방까지 절제했나.

“그전부터 유방이 임무수행을 하는데 불편함을 줘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체력 테스트를 할 때나 헬기 조종을 할 때 그랬다. 그렇지만 이를 극복하고 생활했다. 군복을 입었을 때 가슴이 안보였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군 문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는 군 임무의 특수성 때문에 완치 진단서를 내라고 했다던데.

“의사의 진단서와 소견서를 다 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완치란 용어를 쓰지 않는다. 예후를 5~10년 동안 봐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여부다. 지난 4년간 임무를 훌륭히 해왔고 의사도 임무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소견서를 써줬다.”

-여군에 대한 성추행 등 왜 책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사건 당시에 강력하게 외부에 제기하지 않았나.

“얘기했다. 그러나 정식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 경로에 있는 사람이 그런 문제들을 일으키곤 했다.”

-사단장 성희롱 사건 등은 과거의 일인데 왜 지금 꺼내 군을 비난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여전히 여군을 보는 문화는 다르지 않다. 비록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력은 아니지만 아직도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군을 보는 눈을 바꾸고 싶었다. 군대는 여전히 힘의 논리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정말 군을 사랑하기 때문에 썼다. 여러 부정적 영향을 얘기하지만 그 정도로까지 미숙한 군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여군에 대해서는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책은 지난해 1년 동안 시간이 있어 정리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현역에 있으면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후배들 위해서라도 포기 못해

피중령은 2005년 현역 간부 정례 신체검사를 받던 중 심전도 검사에서 양쪽 유방이 없는 것이 드러나 심신장애등급 2급을 판정받았다. 장애등급 1~9급이면 군 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전역 처분된다. 이에 대해 피중령은 팔굽혀펴기 23회 특급, 윗몸일으키기 58회 특급, 1.5㎞ 달리기 9분30초 1급이 적힌 체력검정 보고서를 들고 처분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또 지난달에는 해남~고성 800㎞ 거리를 23일간 종단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 9월19일 피중령에 대해 퇴역 처분을 내렸다. 국방부는 군 임무의 특수성과 함께 다른 암질환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퇴역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가 남긴 발자국이 다음 사람에게 길이 되길 바란다’(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는 글귀처럼 후배들에게는 남군과 공평하게 군인의 길을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박성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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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6-12-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인가 그제 기사에 전역으로 판결인지 결정났다고 본거 같아요.. 참 우울하죠..

승주나무 2006-12-2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 님// 우리의 현실인 것 같네요~
 

우편함을 정리하다가 옛 은사님의 편지를 보았어요.

그때의 저의 모습이 이러했나 생각하다가,

지금도 이러한가 하고 생각하니

몹시 부끄러웠어요~


승주야

 

스물다섯 살의 너를 보면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가 모두

너에게 있는 것 같다.

 

너는 내가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바다이야기를 해도 다 알아들을 것만 같다.

너는 내가 잃어버린 사람이야기를 해도 다 이해할 것만 같다.

너는 내가 집착하는 사물이야기를 해도 다 흔쾌해 할 것만 같다.

너는 내가 아쉬워하는 사랑이야기를 해도 다 동감해줄 것만 같다.

너는 내가 희망하는 시간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줄 것만 같다.

 

너를 문득 문득 생각한다.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나는 네가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배고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안녕

by Rim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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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11-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상한 분이시네. 혹시 여자 분이신가? 오랜만이다. 장가는 갔나?^^

승주나무 2006-11-1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장가갔지요.. 왜 이리 세월이 정신없이 가는지 모르겠네요.. 알라딘의 온도도 좀 느껴보고 싶은데^^
 

문학동아리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결혼식때 동아리 후배들에게 축시를 헌사받았습니다.

거기에 신랑 특별 이벤트로 주위의 마다를 뒤로 한 채, 자화자찬 축시를 낭송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식 때 신부를 위해 시를 낭송한 사람은 나뿐 없을 것이다 하는 자뻑스러운 마음을 가져봤다가 얼른 감췄습니다. ㅋㅋ


너는 나를 대표한다


나를 애써 찾지 마라
너의 앉은자리에서 서너걸음 떨어진 곳에
나는 있다

벗도 그늘도 없는
세상의 반대쪽에서도
너는 있었다
나는 있었다

어제 제주로 오는 비행기 창문에 걸린
하늘바다 하늘수평선과 빛나는 조각구름 같은 시덥잖은 이야기에
즐겁게 웃어준 것도 너다

소소하고 무심한 말 한마디와
잠깐 찌푸린 눈썹 한올 한올이
너를 대표한다 나를 대표한다 우리를 대표한다

여기 예식장에 모인 사람들과 부모님, 주례선생님
키득거리는 친구들과 까불거리는 화동 녀석들 사이에서
실수투성이 신랑인 나와
훌쩍쟁이 신부인 너
너는 나를 대표한다
나는 너를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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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3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행복하게 오래오래 재미나게 사세요^^ 대표님 늘 떠받드시구요^^

이잘코군 2006-10-3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결혼 하신 거에요 그럼?

승주나무 2006-10-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관심가득 물만두님 감사합니다. 우리대표님은 잘 계십니다.
아프 님//뒷북쎈쓰는 여전하군요. ㅋㅋ 동년이신데 얼른 하셔야죠. 그럼요, 그렇구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