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정치에 속지 마라

 
<더 플랜>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케네디 대통령이 국민에게 했던 선언에 담겨 있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을 바라지 말고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라"

이 선언은 책 한권을 다 담을 만큼 크고도 명확한 개념이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내 영혼의 주인인 실존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직접 품을 들여 찾은 보금자리나 수고를 무릅쓰고 일궈낸 작은 가치들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연히 수고를 무릅쓴 사람이다.

국가 경영이나 상품 소비도 마찬가지다. 동참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관객으로 살다 그렇게 죽을 뿐이다. 이것을 정치에 적용해 보면, 동참하지 않는 정치는 '만병통치약 정치'를 낳을 뿐이다.

만병통치약이란 쓰기만 하면 감기도 낫고 배앓이도 낫고 심지어 불치병 환자도 씻은 듯이 낫는다고 한다. 아무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 그냥 뚜껑을 열고 한 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말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거짓말에 자꾸 속는가. 그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나 가족이 현재 암 말기나 불치병에 걸려 희망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병통치약에 혹하기 마련이다. 또는 매우 오랫동안 만병통치약에 속아 계속 복용해 와서 단 한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면 만병통치약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만병통치약은 그 말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모든 병은 사연이 있다. 심지어 마음의 병조차도 연원이 있고 오랫동안 관찰해 연구한 의사들에 의해 신중하게 치료된다. 어떤 치료법이나 치료약도 부작용 등 위험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방시 반드시 의사, 약사가 개입하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해 경고한다. 30년간 병원생활을 단골로 한 경험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만병통치약은 모든 병이 이 약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말과 같다. 이것은 약은 물론 병에 대해서까지 무지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낼 뿐이다.

만병통치가 횡행하는 사회는 이미 병이 깊다는 말인데, 오늘날 우리 현실정치만큼 만병통치가 기승을 부린 적은 없었다. 표만 주면 땅값을 몇 배로 부풀려주고(뉴타운 공약) 표만 주면 주가를 5,000 이상 끌어올린다거나 경제지표를 747 빛으로 도금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만병통치약 정치의 으뜸은 4대강 사업이다. 이것만 하면 치수로 인한 농지개간, 환경보호, 환경재해 대비,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등등 못하는 게 없다. 4대강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국민이 참여할 여지는 없다. 그저 돈만 내고 구경만 하면 된다. 가끔 삽이나 몇 번 들어주면 이명박 대통령이 집도 주고 쌀도 주고 홍수도 막아준단다. 사실상 생명줄인 생계유지비 등 복지예산, 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SOC 예산 등 수조원을 빼앗기는 수고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국민이 할애한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빼앗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감시할 야당 역시 만병통치약 정치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지난 30년간 다소 비슷한 정치적 틀에 갇혀 있어 왔다. 공화당은 사실 포지티브한 아젠다를 믿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 민주당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선거에서 이겼다. 하지만 근년에 민주당은 설득력 있고 이기는 전략을 너무 자주 무시했고, 대신에 공화당의 게임의 룰 하에서 그들을 이기려고 애썼다. (<더 플랜> 43쪽)

 

 

전국민복무제는 그리스 민주주의의 성공 비결이다

 

미국 민주당처럼 한국의 민주당도 국민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무엇을 해주겠다는 선심성 발언뿐이다. 한국의 공당들은 너나 할것 없이 이미 온전한 정치세력이 아니라 서비스회사로 전락했다. 민주주의가 그나마 숨쉬었다고 평가되던 김대중 정부를 떠올린다면 만병통치약 정치가 얼마나 극심해졌는지 알 수 있다.

 

올 한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입니다. 우 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김대중 제15대 대통령 취임사 일부)

 

그러나 만병통치약 정치의 한계는 분명하다. 짧은 유통기한을 연장시키기 위해 착시현상을 계속 일으켜야 한다. 그것이 미디어 장악으로 나타난다. 끊임없는 감시와 공포분위기 조성도 주된 특징이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검찰 공안부 강화, 공안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등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이 바로 이와 같다. 이렇게 이성을 마비시키고 극소수만이 특혜를 나눠갖는 정치행태는 미국과 한국 등 극우 국가의 공통된 현상이다. <더 플랜>의 저자들은 시민들이 방관자로 있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까? 저자들은 시민 개개인이 소중한 것을 할애함으로써 책임을 공유하고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구체적인 모델로 존 케네디의 평화봉사단과 유사한 형태의 <전국민 복무제>를 제안한다. 이는 국민 개병제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이 제안은 국방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국민이 국가의 일을 전국민이 조금씩 부담함으로써 방관자를 줄이고 참여자를 늘리는 방법이다. 옛날 그리스 시대에 전국의 남성들이 전쟁에 참여했던 선례를 따르고 있다. 그리스 민주주의의 핵심은 참여인데, 그 참여는 전장에서 피를 뿌린 가운데 달성될 수 있었다. 귀족과 원로에서 1명의 호민관, 노동자 계층에서 1명의 호민관이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이라는 국가 대사를 만인이 함께 부담했기에 가능했다. 자기 의무에 대해 피를 바치고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발언권이 강화되고 권리와 책임이 존중받을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촛불 집회 이후로 시민들은 소비자로서 머물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이슈에 참여함으로써 주인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언론,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시민운동과 언론환경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더 플랜>의 저자들이 내세운 제안과 요구조건이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단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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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추석특별판,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시사인 추석특별판 논란 관련글 모음>

1. ★시사인은 조중동? 촛불들이 이용당한 것입니다!-진알시해명글 (진알시 입장표명글)
2. 의도적 기사일까요 '시사IN' 에 심기 불편한 민주시민들 ㅠㅠ (한글사랑나라사랑)
3. ★시사인에 전달할 또다른 해명 요구 글입니다 (시사인 창간독자 / 진알시 회원)


4. 시사인 추석특별판,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시사인이 추석특별판 논란과 관련해서 홈페이지에 입장표명을 발표했습니다. (
http://www.sisain.co.kr/bbs/list.html?table=bbs_1&idxno=23055&total=&page=1&sc_area=&sc_word=)

입장표명의 글을 요약해 보면 특별판이 나오는 시점이 추석합병호와 겹치기 때문에 한 주에 3권의 책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특별판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시사인이 언론노조 소속이고 미디어악법에 대한 입장이 같기 때문에 미디어악법을 제대로 알리는 데 일조하고자 특별판 제작 결정을 내렸습니다. 애초에 시사인은 추석귀성객이라는 대상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볼거리 제공'이라는 말랑말랑한 콘셉트를 잡았던 것이고, 언론노조 등 특별판 배포캠페인 주최단체들은 미디어악법, 용산참사, 4대강삽질 등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알리는 데에 무게중심이 있었습니다. 이 차이점은 특별판이 나오도록 끝내 조율되지 못하고 현재의 특별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 주에 3권의 책을 만든 시사인이나 추석특별 캠페인을 성공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언론노조가 조금의 여유만 있었더라도 이 정도로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시사인은 핵심적인 논점인 <시사인 독자>와 <불특정 다수>의 이해에서 착오를 일으켰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시사인의 기사를 오랫동안 봤던 독자들에게 별 무리 없이 읽혔던 분석기사가 불특정 다수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요컨대 <추석 귀성객>에 대한 이해에서 모든 문제가 생겼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시사인으로서도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제기된 10가지 문항에 대해서 성실하고 빠른 답변을 해주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단체의 하나로서 진알시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래 시사인의 입장표명(사과성명) 전문을 게재합니다. 사과성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추가 질문을 받고 시사인 구성원을 직접 만나 추가 질문을 전달하고 언론운동에 대한 달라진 상황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시사인은 오프라인 매체이기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촛불 시민과 시민들이 일을 하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만나야 언론자유가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내실 있는 대화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습니다. 시사인도 시민들이 일구어낸 소중한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아고라에도 입장문 전문을 게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링크 타고 가셔서 추천 부탁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082391


<시사IN 입장발표 전문>


'추석 특별판'과 관련한 시사IN의 입장을 밝힙니다


지난 추석 기간 귀성객을 상대로 배포된 ‘시사IN 특별판’으로 인해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독자·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먼저 이번 특별판이 나오게 된 경위부터 설명드리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이번 특별판은 “추석 귀성객을 상대로 홍보 책자를 만들고 싶다”는 언론노조의 제안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언론노조의 제안을 받고 시사IN은 고민했습니다. 시사IN이 특별판을 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가 유일합니다. 일종의 호외 개념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IN은 결국 특별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언론노조가 시사IN 창간 과정에 큰 도움을 주었던 인연이 있는데다, 특별판을 통해 미디어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 법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알리는 것이 언론사 본연의 정체성에도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촉박한 제작 기간이 문제였습니다. 언론노조로부터 특별판 제작을 제안받은 9월 셋째주 당시 시사IN은 추석 합병호(107·108호)를 마감하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기사량이 많은데다 추석 연휴 배송 문제로 마감일이 당겨지면서 편집국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습니다. 언론노조 또한 여러 사정으로 경황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제작 일정에 쫓기다 보니 서로간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별판은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된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시사IN은 평소 시사 문제에 관심이 없는 일반 시민일지라도 부담없이 특별판을 집어들 수 있게끔 가벼운 읽을거리 중심으로 표지를 구성하되, 내용에서는 미디어법 등 현안에 대해 생각하고 곱씹어볼거리를 던지는 방식으로 기본 틀을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4대강·용산참사 등과 관련한 기사를 게재할 수 있겠느냐는 언론노조 측의 추가 제안이 있었으나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번 특별판은 귀성길 읽을거리와 미디어법 이슈에 집중해 제작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와의 의사 소통에 혼선이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지면과 빠듯한 제작 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특별판에서 현안을 더 충분히 다루지 못한 데 대해서는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시사IN을 접해 오신 독자들이라면 그래도 시사IN이 이들 이슈에 대해 얼마나 집요하게 다뤄 왔는지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기대합니다. 특별판 중 논란이 된 MB정부의 중도실용 기사도 그렇습니다. 이 기사는 시사IN 106호 커버스토리로 이미 소개가 됐던 내용입니다. 현 정부의 중도실용 정책이 실질적인 내용보다 이미지에 치우쳐 있음에도 이것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책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앞으로 시민사회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문제 제기를 해 보고자 기획한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독자분께서 지적해 주신대로 시사IN 본지에 이 기사를 소개하는 것과 특별판에 기사를 싣는 것은 다른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시사IN 독자와 불특정 시민이 이 기사를 읽고 느꼈을 감수성의 차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희의 불찰입니다.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하지 못함으로써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나아가 특별판 배포에 자원 봉사자로 참여해 주신 시민들께 본의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시사IN은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매체입니다. 시사IN 구성원 모두가 그 사실을 늘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 나은 시사IN, 더 깨어있는 시사IN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기사원문 : http://www.sisain.co.kr/bbs/list.html?table=bbs_1&idxno=23055&total=&page=1&sc_area=&sc_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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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와 민언련, 미디어행동, 언소주, 진알시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이 추석을 맞아 10월 1일, 2일 이틀간 귀성객을 대상으로 전국 40개 거점에서 시사인 추석특별판 15만부를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시사인 추석특별판의 내용이 이상하다는 제보가 밀려들면서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게 밀려들었습니다.
제주도가 고향인 관계로 인터넷도 하지 않고 있어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시사인 취재기자의 전화를 받고 편집국장과도 두 차례 통화를 하고 나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는 시사인 추석특별판이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시민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틀 동안 명절 준비하랴 자원봉사 하랴 뼈가 가루가 되도록 열정을 다 바친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희생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되었습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에 걸쳐서 15만부를 배포한 것은, 시사인이 배포 취지에 맞지 않고 자사의 콘텐츠를 홍보하는 도구로 시민들을 이용했다는 인상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시사인 추석특별판에 대한 이런 비난은 단지 몇몇 네티즌이나 시민들뿐 아니라 오랫동안 언론 방면에 활동한 시민단체나 언론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3대 정론매체라 일컬어지는 한겨레21 관계자도 특별판 표지이미지와 기사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주로 비판받는 1. 대목은 시사인이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2. 때문에 특별판에 맞지 않는 기사로 상당 부분의 지면을 꾸미게 된 점, 3. 이명박 정부를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오해의 빌미를 기사 안에 노출한 점 등입니다.
심각한 것은 추석특별판 사건을 통해서 그 동안 시사인에 대해서 쌓였던 독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점입니다.

시사저널 사태의 과정을 통해서 시사인을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은 "구독해야만 할 매체"라는 생각에 "닥치고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1~2년 동안 구독을 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시사인에 상당히 우호적인 독자층이지요.
이 분들이 상당 부분 돌아선 것이지요. 그것도 무척 오랫 동안.

물론 시사인의 논조와 기사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하는 분들도 많지만, 시사인이 창간 당시의 초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으며 조중동과 현 정부의 폐해를 증언할 수 있는 정론매체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존재했습니다.
시사인 추석특별판 사건은 본의 아니게 창간 이후 2년 동안 시사인을 바라본 아쉬움과 불만의 종합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헤드와 사진배치의 문제입니다.
적의 가치를 나의 가치로! 라는 헤드 자체가 중도실용정책의 본질을 말해주기에는 너무나도 어울리지않는 표현입니다.


또 환하게 웃는 표정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인 사진은 분명

본문 내용 보다는 이미지에 좌우되는 일반시민들에게 ..

충분히 이미지 각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점을 담아 시사인에 공개질의서 10문항을 전달했습니다.

시사인 편집국장과 사장이 직접 검토를 하고 오늘(10월 7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습니다. 시사인 역시 이 사안을 무척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개질의는 트위터와 진알시 사이트를 통해서 수집했습니다.







추석배포 시사인 특별판 논란에 관한 공개질의서


 

- 진실을 알리는 시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이명박뿐만이 아닙니다. 진보개혁세력이나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시민과 정론을 추구하는 언론들도 소통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론노조 언소주 진알시 미디어행동 민언련은 이번 추석 전국 38개 거점에서 추석 귀성객에게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배포 매체로 결정된 시사IN의 내용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하여 어떤 점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목조목 정리해 시사인에게 공개질의서를 전달합니다. 배포에 참여한 시민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시고 성실히 답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답변 내용은 진알시의 “정론매체 할말 있어요!”(정론매체 옴부즈만)과 다음 아고라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시민들의 추가 질문이 있을 시 재작성해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기획단계에 관한 문제제기

1. 기획 단계에서는 분명 4대강 용산 부분이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 내용에서는 제외된 이유는? (추석특별판에서는 미디어악법 의제만 제한적으로 소개)


2. 본판과 특별판을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별판의 취지와 의미를 어떻게 이해했나? 

독자지적▶<특집: 중도 실용주의 분석- 적의 가치를 나의 가치로!>가 시사인 본판에 실린 것은 관계없다. 시사인이라는 잡지의 가치관을 반영한 글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공공영역의 침탈에 보다 예민한 시민들이 기획한 홍보전 특별판에 실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자원봉사 시민들에 대한 시사인 측의 관심과 이해가 전무하다고 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3. 특별판이 나오기까지 주로 소통한 채널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특별판이 나오게 되었나? 이후에 기획, 주최 단체의 요구를 반영할 수 없었나?

4. 특별판 배포캠페인을 기획, 주최하고 참여한 사람들의 특징과 요구, 그리고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대상을 충분히 파악하였나?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가장 화가 나는 대목은 시사인이 시민들을 홍보도우미로 이용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기사내용에 관한 문제제기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독자들의 비판

6.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위한 예산을 늘였다고 하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서민과 관련 없는 각종 기금 예산이고 보금자리 주택 예산이다. 특별판에서 ‘첫 집을 싸게 장만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한 보금자리 주택은 분양가가 평균 3~4억이라 소외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7. “‘우리의 정체성이 흐려진다’고 걱정하는 사이에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인 복지와 서민 부문으로 거침없이 전진했다”는 대목으로 대표되는 기사의 메시지는 정책대결을 주문하고 있는데, 지금이 정상적인 정책 경쟁이 가능한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의 짝퉁 중도실용 꼼수를 정책대결로 해석하면 결국 이명박 프레임에 진보개혁세력, 중도세력들이 갇히는 꼴이 되지 않는가?

8.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비행’ 중이다. 최근 지지도 조사에서는 50%가 넘기도 했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지지율은 10% 정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와 미디어법 진통을 딛고 그래프 곡선이 상승세를 타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다”라는 대목에서 50%의 지지도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독자 대중이 읽기에 기정사실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표현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하지 않는가?

시사인 논조 전반에 관한 독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9. 시사인 창간 독자로서 각별한 애정이 있었기에 이번 특별판을 보면서 아쉬움이 더 컸던 점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시사인이 내부적으로 정체되었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 시사저널 사태 때도 귀족노조라는 비판과 차가운 반응이 언론계 일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사인 창간 후 환골탈태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랐으나 구태의연한 권력의 징후가 느껴져 안타깝다

10. 시사인 1년 정기구독하다가 도저히 조중동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재벌권력과 잠시 적대시 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보겠다. 시사인이 앞으로 제2의 조중동이 되려는지를.

<시사인 추석특별판 논란 관련글 모음>

1. ★시사인은 조중동? 촛불들이 이용당한 것입니다!-진알시해명글 (진알시 입장표명글)
2. 의도적 기사일까요 '시사IN' 에 심기 불편한 민주시민들 ㅠㅠ (한글사랑나라사랑)
3. ★시사인에 전달할 또다른 해명 요구 글입니다 (시사인 창간독자 / 진알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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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석특별판 논란, 시사IN의 빠른 사과표명 환영한다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09-10-07 16:53 
    <시사인 추석특별판 논란 관련글 모음> 1. ★시사인은 조중동? 촛불들이 이용당한 것입니다!-진알시해명글 (진알시 입장표명글) 2. 의도적 기사일까요 '시사IN' 에 심기 불편한 민주시민들 ㅠㅠ (한글사랑나라사랑) 3. ★시사인에 전달할 또다른 해명 요구 글입니다 (시사인 창간독자 / 진알시 회원) 4. 시사인 추석특별판,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시사인이 추석특별판 논란과 관련해서 홈페이지에 입장표명을 발표했습니다. (htt
 
 
 


▲ 한 기고문에서 장하준 교수는 <국가의 역할>을 소개하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근원이 어디에 있고, 자유화ㆍ민영화ㆍ탈규제로 요약되는 그들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볼 때 타당한 것인지, 이론적으로 볼 때 문제는 없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번역자와 출판사에 항의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책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사장 이재정)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노무현 강독회>의 본격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국가의 역할>(장하준)은 "고약하게 어렵기"로 소문이 난 책이다. 오죽하면 오연호 대표기자가 이 책의 번역자(시사IN 이종태 기자)와 출판사 사장(부키)에게 직접 전화해서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느냐"고 물었을까?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비판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국가, 정치, 조정의 의미를 깊이 추구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11개(제1강을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한다면 10강) 강연 전체의 총론으로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 <쾌도난마 한국경제>(2006), <나쁜 사마리아인>(2007),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2008) 순서로 읽고 네 번째로 읽은 게 이 책인데, <국가의 역할>이 가장 인상에 많이 남았고 읽기에 즐거웠다. 마치 유명한 작가의 신춘문예 작품이나 데뷔작을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장하준 교수는 대중에게 말을 거는 법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하는 학자이고, 그런 문제의식이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후로 풍성하게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학자로서 마음먹고 쓴 책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장하준 교수가 직접 소개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코멘트를 옮겨 본다.

"<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근원이 어디에 있고, 자유화ㆍ민영화ㆍ탈규제로 요약되는 그들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볼 때 타당한 것인지, 이론적으로 볼 때 문제는 없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한다."
- 부키 출판사에서 부록으로 내놓은 장하준 인터뷰 페이퍼(<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장하준을 만나다) 일부


논문투의 문장이 곳곳에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거친 면이 장하준 교수의 진면모를 드러내주는 것 같다.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을 방해한다. 만약 장하준 교수의 최근작을 읽고 허기가 달래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국가의 역할>을 읽어 보라. 반대로 <국가의 역할>이 너무 어려워서 페이지를 걷기조차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앞서 언급한 3권의 책을 곁들여 읽을 것을 권한다. 장하준 교수와의 첫 만남으로 <국가의 역할>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다.


▲ 노무현 대통령과 16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병준 교수는 장하준 교수의 책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인 예를 들며 소개했다. 특히 다른 길을 걸어온 경제학자로서 장하준 교수의 이론이 현실정책에서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증언하는 대목에서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신선한 지적 경험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16년 파트너 김병준 교수와 함께 읽어본 장하준

김병준 교수(국민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3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정책전문가다. 당시 지방자치 연구를 하고 있던 것이 인연이 돼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국장,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교육부총리에 내정됐으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복 논문 논란으로 낙마하고 말았다.

우선 김병준 교수가 탁월하게 평가했거나 노무현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 하는 대목을 살펴보면, 국가가 대내외적으로 '신뢰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장하준 교수는 전략적 불확실성 속에서 조절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바로 신뢰 환경의 조성인데,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신뢰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국가의 역할, 284쪽) 김병준 교수는 참여정부 기간 내에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한 것도 바로 '신뢰 문제의 극복'이라고 말했다.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대외적 환경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게 갖은 모욕을 겪으면서도 '평화적인 협력관계'라는 기조를 유지해 남북 정상선언까지 이끌어냈다. 투자환경이 개선된 것이다. 이런 일을 삼성이 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고용안정센터'와 '평생교육원'이었다고 한다. 교육을 통해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재기에 성공해 안정적인 직업전환을 할 수 있도록 체제를 마련하면 현재와 같은 극한적 구조조정과 옥쇄파업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결국 이것도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노동자가 기업과 국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목숨 걸고 파업에 결사반대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과거사 정리" 문제도 잃어버렸던 국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장하준 교수의 입장과 원칙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의 이면에는 국가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잘못을 많이 해서 신뢰를 잃었다는 자성이 담겨 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이나 극우세력들은 국가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별로 없거나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주장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장하준 교수는 서두부터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며 이론적으로 볼 때도 국가와 시장은 명백히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이 성립되기 위해서, 또는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필수적인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국가가 없다면 시장도 없다"(노무현 대통령)


▲ 필기도구를 가져와서 적는 수강생들이 많았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했다. 강연회에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런 반응을 보여준 수강생들은 처음이다. 강사와 스탭들도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경제학자와 정책가가 갈리는 틈새

김병준 교수의 장하준 읽기 부분이 강좌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차이점을 말하는 대목이었다. 왜냐하면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또는 정책참여자)의 차이점을 읽게 됨으로써 장하준 교수가 주는 메시지의 선을 분명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는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현상을 진단하고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과거의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명쾌하게 지적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학자의 덕목은 학문적 분석에 머무른다. 하지만 정책결정자는 비록 경제학자처럼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이라는 자료를 분석하지만 결국 '대안'이나 '정책'이라는 방식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경제학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제학자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을 매번 맞이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경제학자는 경제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고, 정책결정자는 방어직일 수밖에 없다. 김병준 교수와 함께 읽어본 '장하준'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 간의 한판 대결이면서 동시에 공통의 문제를 모색해보는 시간이었다.

장하준 교수는 제도주의 경제학이다. 제도주의 경제학이란 인간의 행위, 사회에 제도가 미치는 영향과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태생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장하준 교수는 제도주의 이론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을 대입했는데, 참여정부와 생각이 많이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김병준 교수는 장하준 교수가 제도와 국가정책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분석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국가가 총칼 진압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관리했고, 갖가지 특혜와 국가 보증, 일방적인 정책 금융으로 기업의 위험부담을 과도하게 책임졌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공장이 망해도 땅값이 오르게" 만들었다. 이는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의 이른바 '황금시대'와 비교했을 때 단적으로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은  가장 높은 정도의 소득 균형을 달성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전보다 더 많은 경제적 안정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와 정부를 높이 신뢰했다. 이 과정을 보면 한국의 이른바 '황금시대'라 일컬어지는 박정희 시대는 왠지 작위적이고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다.

김병준 교수가 이런 비판을 보이는 것은 학자의 견해와 달리 정책결정자는 많은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정부의 조정 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국인의 특성이나 잠재력 등 장하준 교수가 세심히 관심을 갖지 않는 미시적인 요소들을 활용해야 불확실한 미래에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은유적이기는 했지만 김병준 교수의 '어머니 역할'과 '아버지 역할'의 구분은 인상적이었다. 참여정부가 추구하고 정책에 비중을 많이 실은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역할이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패자부활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즉 산업정책보다는 사회, 문화적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 패자부활전이 없어져 가고 있다. 한 번 넘어지면 아들도, 손자도 탈락되게 생겼다. 한 번 직장에서 떨어져 나오면 재기할 기회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하준 교수가 다소 '아버지의 역할'에 비교 우위를 두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아버지의 역할이 옳으냐 어머니의 역할이 옳으냐는 논쟁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처방을 내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보자는 제안으로 들렸다.

장하준, 김병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시급한 처방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을 달리하지만, 궁극적인 방향에서는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하준 교수의 한 인터뷰에 대해서 김병준 교수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매우 훌륭한 생각이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경제학자들이 접점을 찾은 모습을 본 것 같아 반가웠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가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무시당했고요. 50년 전 후진국들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테러리스트가 되어 감옥에 갔죠. 20년 전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을 철폐하고 만델라가 풀려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가 계속 발전을 합니다. 그러니까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를 해야죠.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장하준 교수의 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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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경향신문)

 

2003년 4월 미군이 이라크를 '접수'할 때 이라크 국민들은 물건을 두 번 던졌다. 처음에는 호산나, 두 번째는 신발이었다.

종려나무는 성경과 코란에서 생명과 평화,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을 상징하는 나무다. 예수가 나귀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손에 잡고 흔든 나무가 바로 종려나무다.

2008년 12월 바그다드를 방문한 미군의 최고통수권자에게는 종려나무가 아니라 신발세례가 퍼부어졌다. 아랍에서 신발을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중대한 모욕행위다. '신발의 자식'이라고 하면 최상급의 욕설이라고 한다. 후세인 동상이 쓰러졌을 때 시민들이 동상을 신발로 때리면서 내뱉은 말이 그런 욕설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사건에 관한 한 피해자임에도 그를 동정하는 여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거사(擧事)를 한 알 자이디 기자는 하루 아침에 아랍권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징역 9개월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신발을 던지는 이라크인은 9개월 감옥행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신발을 던지는 이라크인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미군 차량에 신발을 던진 이라크인이 미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AF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이라크 팔루자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흐메드 라티프(32) 씨는 이날 팔루자 중심지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던 미군 차량에 신발을 던졌다가 미군의 총격에 숨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 관계자는 라파트의 신발 투척을 수류탄 공격으로 판단, 방어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구속됐던 문타다르 알-자이디 이라크 기자가 수감 9개월만에 석방된 다음 날 발생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맹자>의 '이연벌연'(以燕伐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춘추전국시대 연나라가 폭정으로 백성들을 괴롭히고 자중자란으로 국가가 내전의 혼란에 빠졌을 때, 제나라는 손쉽게 연나라를 '접수'할 수 있었다. 연나라 백성들은 안에서 성문을 열어주고 제나라 군사들을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없는 살림에 술과 음식을 내와 제나라군에게 베풀었다.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에게 호산나를 던진 것과 같았다. 제나라가 연나라의 혼란을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나라는 '점령군' 행세를 하며 모든 이권을 몰수하고 제나라로 재산을 빼돌렸다. 높은 자리는 모두 제나라의 차지였다. 그러자 연나라 백성들이 힘을 모아 제나라를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했다. 맹자는 제나라의 이런 행태를 두고 "결국 연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한 셈"(以燕伐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왜 호산나를 맞다가 신발을 맞은지 이유를 알면서도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그 기자를 죽이고 말았으니 이라크 국민들이 폭군 후세인을 더 그리워할 단서를 남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 일로 인해 이라크에 소요사태가 다시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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