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 - 악의 역사 1,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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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악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대로 존재한다. 그러나 악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악을 정의할 수 없다. 제한적이나마 의사소통을 위해서 자의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악은 애매모호한 개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적인 일관성을 갖지도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범주를 통해 정의하기보다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며 실존적으로 악을 인식해야 한다.-16쪽

지금껏 나는 악을 우리에게 행해진 어떤 것으로 다루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악을 행하기도 한다. 우리 중에 어느 누구도 악이 미치지 않는 삶을 살 수 없는 것처럼 어느 누구도 악을 행하지 않고 살 수 없다.
..............
적어도 악의 문제에 대한 대답의 일부분은 내 안에 들어 있다. 그런데도 나는 대개 악을 외부로부터 다가온다고 이해한다. 스스로 악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악을 저질렀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위험 가운데 하나는 우리 자신의 악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다.-21쪽

악마를 이해할 때 심층 심리학적인 입장, 특히 융의 견해가 가장 시사적이다. 융은 심리 발달을 개별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처음에 자신에 대한 혼돈스러고 미분화된 생각만을 갖는다. 그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차로 선과 악의 입장을 분별한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무의식 속에 어두운 그림자를 키워가며 악을 억압한다. 이러한 억압과정이 너무 지나칠 경우에 그 삶의 그림자는 괴물처럼 되어 결국 폭발해 그 사람을 압도해버린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세 번째 단계, 즉 조정의 단계가 있는데, 여기서 선과 악이 모두 인지되고 인식의 차원에서 다시 조정된다. -33쪽

①악마는 객관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② 악마는 역사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③ 악마에 대한 역사적 정의는 그 자체로 실존적인 악의 정의와 관련해서 얻어질 수 있다. ④ 악마란 사회 속에서 악으로 이해되는 인격화된 무엇이다. ⑤ 악마라는 개념은 이러한 인격화를 이해하는 전통으로 이루어진다. -53쪽

선과 악처럼 모든 것들이 신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기본 전제다. 그러나 사람들이 신이 선하다고 생각하고 악이 신에게서 기인하지 않기를 원하는 한, 사람들은 신성 안에 대립되는 힘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립은 점차 구체화되어 짝이 형성된다. 신의 본성은 여전히 악의 원천이지만, 이제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으로(문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짝을 이루게 된다. 선한 본성은 하나님과 관계되고, 악한 본성은 신의 적이 된다. 이러한 짝을 '이중체'라고 한다. -68쪽

우주는 단순히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것이고, 신성과 더불어 고동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신의 권위를 그러내는 이 세상에 악의 원리라는 것이 따로 존재할 수는 없다. 악의 원리는 신성한 계열의 일부로, 살아 있는 우주의 일부로만 존재할 수 있다. 죽음, 질병, 거짓, 사기 등 이 모든 것은 자연적인 질서가 파괴된 상태이며 따라서 악이다. -90쪽

플라톤은 전쟁, 살인, 착취, 거짓말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 악인 이유는 그 말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말 안에 진실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악은 선의 결핍으로만 존재한다. 마치 스위스 치즈에 나 있는 구멍들이 치즈의 부족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플라톤은 존재론적으로 악이 없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 도덕적인 악이 없다고는 주장하지 않았지만, 창조자에게서 악에 대한 책임은 없어진다고 했다. -186쪽

지하세계는 죽음뿐만이 아니라 다산성과도 연관되고, 신화나 제의 안에서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악마는 성과 연관되기도 한다. 디오니소스, 마그나 마터, 키벨레, 미트라, 이시스, 피타고라스주의와 연관된 의례들은 진위가 얼마나 의심스럽든지 간에 이후에 이교도와 마녀의 의식에 규범이 될 만한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
............
그리스에서 비록 철학(다이아드)이나 종교(헤카테, 에리니스, 라미아스)로부터 여러 근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성의 원리가 악의 원리로 인정된 적은 없다. 라미아스는 셈족의 릴리트와 쉽게 합쳐져, 밤에 나타나 남자를 유혹하거나 영아를 살해하는 음란하고 흉악한 여성성을 가진 영으로 창조되었다. 이 이미지는 중세에 점차로 초자연적인 영역에서 자연적인 영역으로 바뀌어, 결국 마녀라는 개념으로 고착되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기본 전제는 여자는 천부적으로 남자보다 열등하므로 악의 원리라는 위치까지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고전 시대에 수준 높고 지능적인 마술은 주로 남자의 역할로 여겨지고, 반면에 쉽고 경험으로 하는 마술은 여자들의 분야로 여겨졌다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223쪽

이 종말론적인 신정론이 가지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은 프라이데이가 로빈슨 크루소를 당황하게 했던 질문과 같은 것이다. 만일 주께서 악마를 멸망시킬 권능을 가지고 있고 그를 멸망시키고자 했다면, 왜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을까? 이 질문은 늘 신학자들을 괴롭혀왔다. 신은 왜 그렇게 엄청난 악을 허락했을까? 신이 다른 영에게 자신의 도움으로 파괴를 허락하고 심지어 권한을 부여했다면, 신은 그 파괴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는가? 신은 궁극적으로 그런 일을 스스로 원하지 않았단 말인가? 신이 져야 할 책임을 무마해보려는 히브리인과 예언서 시대의 유대인이 벌인 노력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었다. 마스테마가 하는 것이면 야훼도 한다. -261쪽

신약성서의 저자들은 예민하게 악마를 직접적으로 의식했다. 악마는 기독교의 본질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쉽게 내버려질 수 있는 정도의 주변적인 개념은 아니다. 악마는 신약성서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신의 왕국과 악마의 왕국이 싸움을 벌여 급기야 ㅅ힌의 왕국을 이기고 있다고 설파하면서 신약성서의 중심을 차지한다. 악마는 기독교의 신론에서 중요한 대안을 형성하기 때문에 신약성서에서 악마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80쪽

악마는 악한 인간들의 왕이기도 하다.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악마의 부하 또는 아들이라고 불린다. 베드로 자신도 예수를 꾀어 예정된 길에서 십자가의 길로 가도록 동요하게 했을 때, 악마라고 불렸다. 이상하게도 예수는 베드로가 수난을 피하려고 하자 악마라고 불렀다. 이들 두 사도의 공통점은 구원이라는 신성한 계획에 자신들의 개인적인 두려움을 개입시킨 것이다. 유다가 가장 일반적으로 악마와 관련되고, 누가는 유다에게 실제로 사탄이 들어갔다고 말한다. 유다는 너무나 가까운 예수의 상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둘의 관계와 신화에서 너무나 자주 나타나는 이중체들의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알 수 있다. 사탄이 유다를 선택해 악마의 영을 유다에게 집어넣은 것처럼 하나님은 예수를 택해 자신의 영을 예수에게 보낸다. 이러한 유비 관계는 더욱 가까워진다. 구원이라는 커다란 계획 안에서 신은 항상 예수가 구세주이고 유다가 배반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예수가 수난을 당하기 위해서는 유다의 배반이 필요했으므로 신의 입장에서 보면 구원의 과정에서 예수뿐만 아니라 유다도 자기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01쪽

악마의 이야기는 잔인하지만, 악의 실존적 공포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세계관은 모두 환영에 불과하다.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이반의 아이는 창조물 전체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창조물 전체와 같다. 유신론이든 무신론이든 어떤 세계관을 가졌든지 간에 그녀의 고통을 과소평가하고, 그러한 고통이 존재하지 않느다고 선언하거나 거기에 정교한 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거나, 더 위대한 선이란 관점-그러한 선에 신의 이름이든 아니면 인간의 이름이 부여되든-에서 그 고통을 설명한다면, 그러한 견해는 그녀의 삶과 모든 사람들의 삶을 공허하고 헛되게 만들 것이다. 악이 현존하고 그 와중에 세상은 끊임없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었다. "이 우주는 무엇으로 존재하든 창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우주에서 말한다. 내가 당신과 함께 사랑할 것이다"라고.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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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평 가 내 용  및  기 준

지시사항 불이행으로 인한 감점

∙답안길이 미충족

∙필기구 종류 및 색깔 위반

∙응시자의 신원노출

이해․분석력

(20점)

∙주어진 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분석 능력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분석(독해) 능력

∙논술문이 논제에 충실한 정도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한 정도

논증력

(30점)

∙근거 설정 능력

  - 주장에 대한 적절하고 분명한 논거 제시 여부 

  - 주장과 논거의 논리적 타당성

  - 논제에 대한 분명한 견해 표현     

  - 표현 견해가 제시문의 논의에 의거해 적절한 뒷받침

∙구성 조직 능력

  - 전체 논의 전개에 정합성 및 일관성이 유지 

  - 전체 논의 전개에 있어 논리적 비약은 여부

  -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

창의력

(40점)

∙심층적인 논의 전개

  - 본인의 주장이나 논거에 대해 스스로 가능한 반론들의 고려

  - 본인의 논의가 지니는 더 나아간 함축이나 귀결들에 대해 고려

  -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맥락이나 배경 상황에 대한 적절한 고려

  - 묵시적인 가정이나 생략된 전제에 대한 더 나아간 고찰

∙다각적인 논의 전개

  - 발상이나 관전 전환을 시도       

  - 가능한 대안들에 대한 고려

  - 여러 개념들의 종합 

  - 암묵적으로 가정된 전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독창적인 논의 전개

  - 주장이나 논거에 새로움

  - 문제를 통찰함에 있어 특이함  

  - 관점이나 논의 지평에 참신함

표현력

(10점)

∙표현의 적절성

  - 문장표현의 매끄럽고 자연스러움, 적절한 비유 등

  - 단락구성 및 어휘 사용

  -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

<논술 채점 항목 기준(서울대)>

주의사항
1.  제시문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접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과 표현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익숙한 주제인 기계문명의 폐해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제시문은 기계문명의 폐해라는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기계적인 체계의 인위성과 자연성사이에 놓인 인간의 모순적 상황을 다루고 있다. 기계의 발전 과정이나 산업혁명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인간을 둘러싼 인위적 체계가 작동하는 양상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해분석력을 키우려면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고 그 속에서 핵심 어구를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2.  자신의 주장을 제시함에 있어서 일관적이지 못한 글의 흐름과 논리적 비약은 빈번히 나타나는 문제점이고 무엇보다도 반대 주장과 논증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형식적으로는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논의가 전개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3.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슷한 문장으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교훈조의 결론으로 끝맺는다. 이는 기존 논술 참고서에 제시된 정형화된 방식에 기초하여 비슷한 예상 문제를 가지고 연습한 결과로 추정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사고능력을 표출하기보다는 예상문제에 대한 답안을 암기하는 방법으로 논술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교과형 논술
1. 개별 교과 지식이 통합되고 교과 영역 간에 전이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
2. 통합교과형의 개념은 교과와 교과의 단순한 통합이 아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학생의 내면에서 길러지는 사고력의 통합을 의미 함. 따라서 통합교과형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별도의 교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별 교과가 제안하는 여러 학습활동을 자기주도적으로 충실히 수행하는 것 자체가 논술을 준비하는 바람직한 방법임
3. 논술고사에 대한 준비가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준비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계
4.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토론 위주의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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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점수매기기군요 저도 퍼갑니다 직업병^^
 
 전출처 : 하늘바람 > 브레인 스토밍

1941년 오스번(A. Osborn)이 개발한 브레인스토밍은 누구라도 어디서든지
간단히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파 속도가 빨랐다. 브레인스토밍은 혹자에 따르면 발상기법이라기보다는 발상을 하기 쉽게 만드는 사고방법, 다시 말해
'발상법의 발상법'이라고도 불린다.

브레인스토밍의 사고방법, 특히 그 네 가지 법칙은 어떤 발상을 할 때 항상 전체로 머리 속에 넣어두면 좋은 것으로, 즉 일종의 아이디어 생산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법칙은 개인 및 집단 양쪽에 모두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발상의 연금술이라고 부르는 브레인스토밍의 네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제1법칙-자유자재로 사고한다.
'자유롭게 방만하게 생각하고'라고 다짐해도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메게 마련이지만 발상방법으로 귀중한 자세이다.

2. 제2법칙-비판을 엄금
마음을 비운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적 법칙이며, 네 가지 법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디어의 질과 타당성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맨 마지막에 하는 방법이다.

3. 제3법칙-질보다는 양
한번에 만루 홈런을 치겠다는 것은 무리이다. 긴장을 풀고 아이디어를 낳는 리듬을 탈 것, 사고하는 양이 많아지면 당연히 질은 높아진다.

4. 제4법칙-결합 개선
기존의 정보 및 아이디어를 조합시킨다는 법칙이다.
몇 가지 제안된 아이디어를 크로스로 연결해 그 맛을 잘 음미해본다.
발상이 필요한 모든 경우에 요긴하게 쓰이는 보편적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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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예도 좀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저도 매달 쓰는 논술 교재에 브레인 스토밍부분이 들어가는데 쓸때마다 고민입니다.
 

이야기로 된 논술 연재를 오늘 한 편 썼습니다.

신문사와 공동으로 기획한 원고는 8편까지 넘겼지만,

원래 의도했던 저의 원고는 이제야 6편을 완결지었군요.

이야기를 만들고, 인물을 만들어내는 소설가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번 회에는 드디어 '지성이'가 마음을 들킵니다.

하지만 해원이의 단호함에 상처를 받는 불쌍한 지성이.

그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한 권의 책 분량으로 다 쓰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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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4-0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터지는 거긴 하죠. 홧팅!

승주나무 2006-04-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정말 머리 쥐어터지네요^^ 감사, 감사
 

 

큰샘이의 논술일기

6. 개요는 왜 작성해야 하나요?


바람샘은 친구들에게 논술문을 작성하게 하였다. 매번 그렇지만 해원이는 뭔가 열심히 작성하고 있고, 지성이는 볼펜만 쪽쪽 빨고 있다. 큰샘이는 골똘히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를 한다. 그런데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가 들려, 바람샘은 시선을 돌렸다. 지성이와 해원이가 또 실랑이다.


개요를 짜는 이유


“너희들 시험 보는 데 왜 이렇게 시끄럽니?”

“아니, 저는 해원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지성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또 불만을 터뜨린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이야기해 봐라.”

바람샘은 미소를 지으며 지성이에게 물었다.

“지금은 논술 시험중이고, 열심히 써도 모자랄 판국에 해원이가 자꾸 뭔가를 그리고 있잖아요. 그림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도 아니고 뼈대 같은 걸 그리는 것이 해원이답지 않은 것 같아요.”

“참, 웃기지도 않아!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해원이가 분개한 듯 지성에게 묻는다.

“해원이다운 것이 뭐냐 하면 말야, 논술시험볼 때 딴 짓을 하지 않는 거지.”

지성이는 능청스럽게 딴소리를 한다.

“지성이가 자꾸 해원이에게 시비를 거는 거 보니 해원이를 좋아하는가 보구나.”

바람샘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 선생님 무슨…….”

“저는 지성이처럼 비논리적인 남자 싫어요!”

지성이가 대답도 다 하기 전에 해원이가 단호히 끊어 말한다.

“하하, 농담이다 친구들아. 그나저나 지성아! 해원이가 네게 왜 비논리적이라고 하는지 아니?”

“해원이가 저를 싫어하는 모양이죠, 뭐!”

지성이가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답한다.

“아니야, 지성아. 너의 생각은 참신하고 기발한데 그 생각들을 지탱할 뼈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큰샘이는 개요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개요를 짜지 않으면 지성이처럼 횡설수설하게 돼요.”

큰샘이가 역공을 펼친다.

“큰샘이, 이 배신자!”

“너야말로 논술에 대한 배신 아니니? 건물 설계도도 만들지 않고 건물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것은 논술점수를 거저 얻겠다는 거 아냐?”

큰샘이의 공세가 날카롭다.

“지성아, 큰샘이의 말이 일리가 있단다. 신문의 칼럼이나 논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핵심적인 주장이나 단어가 들어 있어. 그것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개요란다.”

“그것이 논술문을 작성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죠? 어차피 자수를 채워넣으면 되잖아요.”

지성이는 골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불만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지성아, 네가 좋아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세네갈과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해보자. 4-4-2와 4-3-3 전법을 굳이 쓸 필요가 있니? 그리고 전술훈련이나 프리킥 훈련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니? 어차피 골대에 공만 넣으면 되고, 공이야 무조건 차면 되지 않을까?”

“그야 축구에서 이기려면 작전을 짜야 하니까 그렇죠. 그냥 공을 차는 것은 동네축구죠. 그리고 4-4-2와 4-3-3은 세네갈이 자주 쓰는 전술이에요. 그건 네이버 아줌마들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축구 이야기를 하니까 지성이의 눈빛이 번득인다.

“네 말대로라면, 축구에서는 작전을 짜면서 논술에서는 작전을 짜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

“논술에서의 작전이 개요짜기라는 건가요?”

“정확히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논술을 어떻게 서술할지를 구상하는 사전 준비는 될 수 있겠지. 전략 없이 논술을 쓰거나, 전략 없이 토론을 하면 백전백패지.”


개요는 키워드의 정렬이란다


“그러면 선생님. 개요는 어떻게 짜는 건가요?”

큰샘이가 물었다.

“개요는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니, 우선 네 핵심 주장이 서야 한단다.”

“핵심 주장을 중심으로 앞뒤로 살이 붙어서 근사한 글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시를 쓰는 것과도 비슷하네요. 기발하게 생각난 한 문장을 중심으로 살을 붙이다 보면 시 한 편이 만들어져요.”

“꼬마 시인이 나타나셨구나. 네 말처럼 개요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일성을 갖는 거란다. 이 종이를 한 번 보렴. 개요를 형성하는 기본 틀이야.”

Ⅰ. 서론(글 전체를 포함하는 부분)

  1. 관심의 환기 - 도입 문장

  2. 문제의 제기

 

Ⅱ. 본론(주장의 핵심)

  1. 주장1 (문제의 요구사항1)

    (1) 주장의 근거1

    (2) 주장의 근거2

  2. 주장2 (문제의 요구사항2)

    (1) 주장의 근거1

    (2) 주장의 근거2

 

Ⅲ. 결론(주장 환기/정리)

  1. 해결 방안 제시  (문제의 요구사항3)

<개요의 기본 요소>


“이렇게 써놓으니까 이해가 잘 안 돼요.”

지성이가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

“여기서는 일단 서론, 본론, 결론의 틀에서 각 부분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만 알아두렴. 실제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는 이 틀 안에서 글을 쓰게 되지. 그렇지만 이 틀을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단다. 다만 각 부분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필요는 있지. 해원아, 이 그림이 네가 짠 개요와 비슷하니?”

“대충 비슷한 것 같아요.”

해원이가 대답했다.


서론은 왜 맨 마지막에 써야 하나요?


“그런데 선생님. 개요를 작성할 때 서론을 마지막에 써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해원이가 물었다.

“서론을 첫머리에 써야 한다는 주장은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에 의해 알려졌단다. 그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지.”


저술을 할 때 맨 나중에 깨닫는 것은 무슨 말을 첫머리에 가져와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파스칼, 『팡세』 중에서


“파스칼은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서론’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것을 논술에도 적용할 수 있단다. 개요 작성에서 ‘서론’이 마무리 단계가 되는 이유지. 여기서 서론의 특성이 드러난단다. 서론은 글 전체를 아우르는 성격을 갖지. 때문에 서론을 보면 이 글의 대강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글이 잘쓴 글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좀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는 없나요?”

“그럼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보렴.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그 여자에게 다가가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 나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말했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할까?“

“아마 뺨을 때리거나,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해원이가 흥분하며 대답하다가 문득 지성이와 얼굴이 마주쳤다. 지성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해원이를 보고 있었다.

“해원아, 네 말이 맞다. 이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얻으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구나. 논술도 마찬가지란다. 네가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배경이나 그와 관련된 현상, 당위성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겠지?”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서론의 역할은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서론을 맨 마지막에 써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큰샘이가 날카롭게 묻는다.

“서론은 본론, 결론과 모두 연결돼 있다고 이야기했지. 그것은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서론’이 본론과 결론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과 같아. 본론과 결론을 고려하지 않고 서론을 썼다고 생각해 보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본론과 결론이 바뀌면 너는 서론을 다시 바꾸어야 한단다. 때문에 본론과 결론을 작성하고, 그것을 서론에서 정리하면 깔끔한 구성이 된단다.”

“아, 그렇군요. 그렇지만 개요 쓰기 연습을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지성이가 물었다.

“아니야. 오히려 시간 낭비를 줄여 준단다. 네가 개요에 익숙해 졌을 때는 굳이 개요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때가 올 거다. 그때는 보다 안정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 논술 시험은 안 보고 이야기만 했네”

“선생님, 매사가 그렇죠 뭐.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요?”

“하하하!”

지성이의 한마디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큰샘이의 일기

 

나는 개요 작성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쓰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것은 아닌 것 같다. 새가 높이 날기 위해 날개를 오므리듯 장문의 글을 논리적이고 호소력 있게 쓰려면 개요로 뼈대를 다져야 할 것 같다. 마치 집을 짓듯이 글감을 고르고, 뼈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바람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부터는 개요 정리를 꼬박꼬박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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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사랑은 단계적으로, 글도 단계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