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온갖 정모를 다 다녀보았지만, 벙개불에 콩 구워먹을 듯한 진정한 정모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모임의 동인은 물론 항간의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 형식이었지만, (와이프에게 '대책회의'라고 되도 않는 뻥을 쳐댄 승주나무^^;), 다들 항간의 사태와는 전혀 상관 없이 웃고 떠들고 재미나는 분위기였습니다.
정겨운 형님같은 안티테마 님과 주몽처럼 수려하고 얌전하신 아프락사스님, 보이쉬하고 아름다운 아름다운단비님, 미소가 꽂히는 모과양님, 눈이 짙고 '싸움의 기술'에 나오는 여배우를 닮은 데이드리머님(맞나, 스펠 자신 없음) 이렇게 여섯 명이 모였습니다. 저는 모임을 위해 6시 수업을 4시로 옮기고, 자꾸 느릿느릿하는 녀석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장면을 자꾸 연출했었더랬죠~
제가 도착하니 3:3 소개팅 포지션이 완성되었습니다. 여성측(?)에서는 단비님, 아니 아름다운단비님이 분위기를 띄우셨고, 남성측(?)에서는 제가 분위기메이커가 되었습니다. 갠적으로 미안한 것은 괜히 '중복리뷰' 이야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 점입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는 학교교사와 논술강사, 간호사, 대기업 직원, 대학생이었지만(이렇게 적어놓으니 무미건조하고나), 그냥 사람을 그리워하는 정겨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선 안티테마 님께 매우 과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1차와 2차를 모두 책임지셨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책임감'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좌파 선배'로서 인생의 길 또한 적잖이 전수받았습니다. 제가 '아프 후배'를 많이 알키겠습니다^^ 10년 후의 저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나중에 염치 무릅쓰고 수원으로 쳐들어가겠습니다.
저는 좀 능청은 있지만, 얌전하고 숫기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술자리의 재미를 위해서 '라주미힌''(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 친구)의 칼라를 조금 발휘해서 온갖 잡담을 늘어놓았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은 '노무현'이었습니다. 1. 노무현씨의 독설로 고건씨가 서재를 폐쇄했지만, 노무현씨는 서재를 폐쇄한 것은 고건 자신이 찔리는 게 있어서이며, 청와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평하였습니다. 그리고 고건씨가 왜 서재를 폐쇄했는지 따져묻고 싶다, 나도 이 사태의 '피해자'이다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2. 노무현씨가 드디어 연임제 개헌안을 '터뜨렸습니다' 다들 개헌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방법적' 혹은 '각론적'인 측면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노출하는 것이 그와 그 집의 일상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프로패셔널한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개헌론자들을 순식간에 반 개헌론자로 만들었습니다.
'젊음'에 관한 접근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림'의 다른 표현입니다만, 젊기 때문에 논리에 온몸을 투영할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경험상 아픈 뒷맛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인생'의 발견을 통해 되돌아와야 하지만, 되돌아온 지점이 바로 '이곳'일 거라는 생각이 잠시 흘렀습니다.
역시 '항간의 사건' 이야기를 하니까 온라인에서도 숙연해지는군요. 그래서 의미없이 떠드는 잡담이 참 즐거운 것 같습니다. 안티테마 님은 뭔가 다른 일을 준비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런 면모로 보았을 때 '성실'이 느껴졌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일상에 파묻히기 마련인데, 자신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단비님도 대학생 때 많은 경험을 했고, 특히 많은 돈을 모았다는 점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100여개의 화장품 리뷰의 전모'를 밝혀서 시원합니다. 샘플 남은 거 있으면 저한테도 뿌려줘요.
막판에 아프 님과 데이드림 님과 '교육'에 대한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사교육에는 여러 스펙트럼이 있다, 나는 '다르다'고 한 말들이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군요. 아무튼 저는 진심으로 '사교육과 공교육의 화해'를 그렸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신 데이드림 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서울'에 사신다는 모과양 님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보는 일상을 들려주셨습니다. 인생 살 만큼 살았고, 관계가 이미 갖춰진 분들과 함께 있을 때의 소회를 잘 들었습니다.
언제나 나의 온화한 벗인 아프 님의 '바람끼'도 확인했습니다. 제가 술을 많이 퍼담았거든요. '주기'를 물어본 것은 정말 나빴다고 생각합니다. '주기'는 잊어주십시오. 그래서 2번만 옮깁니다. 다행히 목적지가 비슷해서 택시비가 적게 든 것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니까 '유부남 자본주의'가 생각나네요.
오늘 택시비하고 술값 나온 거 해서 가계부에 적어야겠습니다. 혹시 긴급 정모를 하게 된다면 아프 님께 연락을 해주시고요. 아프 님은 꼭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혹시나 궁금할까 하여 제 버전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