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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1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직장에 이철수 판화 찍은 머그컵있는데. 풀로엮은집에서 비싸게 주고 주문했었어요.

마노아 2007-07-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펜을 창처럼 들고... 참 인상 깊은 판화입니다.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목동에 위치한 시사기자단 사무소는 하루 종일 시끌벅적하다. 저마다 일에 열중하다가 갑자기 '회의'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한켠에서는 봉투접기 같은 예상치 못한 잔작업이 눈깜짝 할 사이에 벌어졌다가 끝난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방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선 예비주자들일 것이다. 최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천정배 의원이 다녀갔고, 어제(7월 10일)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등이 방문했다. 손학규 의원은 영리하게도 포스트 잇을 한 봉지 남기고 갔는데, 다들 그것을 쓰면서 손학규 전 지사를 생각할지는 미지수이다. 정동영 의원도 세심하게 준비를 했다. 커다란 수박 세 덩이를 사온 데다 역시 기자 출신이라 취재용 수첩을 한 봉지 사들고 왔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강렬한 인상은 전혀 엉뚱한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 사진 기자가 정동영 전 의장의 수박 한 덩이를 데코레이션 하듯 썰어낸 것이다. 다이아몬드 형으로 먹기 좋게 썰어낸 모습에 동료 기자들은 '총각이 이렇게 수박을 잘 썰어도 되느냐'며 타박을 놨다. 말은 그렇게 해도 다들 집에 가서 그 모양으로 수박 써는 연습들을 할 것이다.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유명하지 않을 뿐더러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다. 여기서 문제. 생전 얼굴 한번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이 사건 때문에 매일같이 보게 된 사람이다. 기자들이 월급 때문에 투쟁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 역시 돈을 원해서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니다. 그게 누굴까? 바로 '독자'이다. 임태빈 씨(26세, 건국대 국어국문학/행정학 4학년)는 독자 서포터스를 자청해서 4학년 1학기의 귀중한 방학을 '헌납(?)'한 시사모 회원이면서 열혈청년이다. 한마디로 시사기자단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이다. 그와 인터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할 일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뷰 하는 것에 대해서 쑥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자는 머리를 짜내어 '메신저 인터뷰'까지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조르고 졸라 딱 30분간 인터뷰가 허락되었다. 그에게 서포터스 활동 중 생각나는 일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캐물었다.

<목동 오목교역(5호선) 옆 방송회관 9층에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시사기자단)이 위채해 있다. 그림은 시사기자단 명패.



서포터스 활동하러 간다고 했더니 아버지 왈 "그거 빨갱이 아냐?"

- 기자들과 참 친한 것 같다. 혹시 여기서 아는 사람 있는 거 아닌가?
"생면부지이다. 다 알고 있는 일 아닌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알게 된' 사람들이다.

- 취업준비로 한창 바쁠 텐데 감히(?) 서포터스를 자청한 이유는 무엇인가?(웃음)
"졸업을 앞둔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한 시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취업'으로 한정짓는 것은 좀 곤란하다. 넓은 의미로 '사회'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싶다. 친구들은 저마다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토익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학원 다니는 친구도 있고, 학과 공부를 더 하는 친구도 있다. 나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고, 그 형식이 '시사기자단 서포터스'가 되었을 뿐이다.

- 집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나?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셨다. 하루는 서포터스하러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께서 '어디가냐?'고 묻길래, '시사기자단 서포터스'하러 간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거 삼성기사 삭제 때문에 파업하는 기자들 아니냐?'하고 또 물으시는 거다. 그래서 '맞아요'하고 대답했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들 빨갱이 아니냐?'라고 언성을 높이시는 게 아닌가. 황당했지만 짧게 답변을 드렸다. '나 빨갱이 맞아요!'."(웃음)

- 친구들은 어떤가?
"다들 '잘 해보라'고 했다."
- 알고 잘 해보라는 것과 모르고 잘 해보라는 것은 다른 거 아닌가?
"월급도 주지 않는데, 그런 거 해서 뭐하냐 하는 친구들은 분명 모르고 하는 말일 거다. 그런데, '알고' 잘해보라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다."

<시사기자단 서포터스를 지원해 지난 주 금요일(7월 6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임태빈 씨. 전화 받는 일이나 워드 치는 일, 봉투 접는 일 등 온갖 잡무에 능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심정적 도움과 실질적 도움

- 어떻게 해서 서포터스를 하게 되었나?
"시사저널 사태를 알게 된 것은 오래 전이었다. 하지만 대학생 신분이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전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오프라인 모임 때 처음 갔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스스로 부채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서포터스 모집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을 하게 되었다."
- 그때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말인가?
"상황도 상황이지만, 기자들이 투쟁을 할 때는 마땅히 도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자들처럼 머리띠를 메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심정적으로 도움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창간 이후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도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이 생겼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지원하게 됐다."
- 서포터스 활동을 하면서 독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아 보고 사이트 방문자의 반응도 살펴보았을, 어떤가? 독자들 중에는 '심정적'으로 돕는 사람이 많은가, '실질적'으로 돕는 사람이 많은가?
"그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나? 다만 그들이 전에는 도울 방법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후원금도 낼 수 있고, 정기구독도 신청할 수 있고, 소액투자도 할 수 있다. 그것도 안 되면 격려 전화도 할 수 있다. 이것을 보았을 때 '새매체 창간'은 잘한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은 '시사모'가 아닐까 한다. 시사모는 매체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매체를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가진 매체는 행복하다. 시사기자단이 행복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7월 10일 인쇄된 참언론실천기자단 특보1호를 여러 방면으로 보내기 위해 봉투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태 전 시사저널 기자, 임태빈 씨>

<전화를 받는 일은 임태빈 씨의 주된 업무이다. 시사기자단의 중요한 창구인 셈이다.>

 
<서포터스에게 지원하기 위해 새로 구입한 따끈따근한 노트북을 차지한 임태빈 씨. 때문에 일은 더 늘었다.>


언론은 '구조'에 갇혀 있어


- 독자로서 요즘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인쇄량 기준으로 등수 안에 드는 언론들이 시사저널 사태에 침묵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론사 역시 직장 아닌가. 조직과 개인 간의 갈등이 있을 거다. 언론사의 논조가 있듯이 기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분위기나 구조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부터 자유로운 기자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것이 조금 넓혀지면 '자기검열'이 되는 거고, '카르텔'이 되는 거 아니겠는가?
- 그러면 언론사는 '제조업'이나 다름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인가?
"잘 모르겠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언론'이 아닌가."

(인터뷰 와중에 정동영 전 의장과 김원웅 의원 등 유명인사가 다녀갔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도 '정치인' 이야기로 급선회했다.)

"여기서 일하면서 정치인 등 유명인사를 자주 보게 된 점은 생소한 경험이다."
- 정치인들이 시사기자단에 연이어 방문을 오는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기자는 '악의'를 가지고 질문했다.)
"세상사 계산 없는 '액션'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있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직함'이나 주위의 '시선'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 뿐, 거기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 나름대로 진정성이 있다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정치인들 중에 이곳에 방문하기는커녕 관심조차 두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여기에 방문하는 정치인들은 분명히 '의식'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그런가. 한나라 당 대권후보들은 잘 안 보이고, 범여권 인사들만 찾아오는 것 같다.(웃음)
"......"

- 마지막으로 앞으로 새 매체 어떤 모습가 되었으면 좋겠는가. 임태빈 씨가 보았던 전 시사저널 기자들의 미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
"(전) 시사저널의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팩트 중심의 객관성과 탐사보도, 전문보도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살려내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언론도 시장이라면 '수준 높은 매체'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나?"


<큰 수박 세 덩이를 들고 와서 일하는 사람들을 '해갈'시켜준 정동영 전 의원이 시사기자단 기자들과 함께 '화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다시 전화가 울려 인터뷰는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정동영 전 의장은 방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몇 개의 포즈를 남기고 돌아갔다. 얼마 후 약속이나 한 듯 김원웅 의원이 방문하고 또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돌아갔다. 국회의원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일개 시민기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겠지만, 그보다 기자가 '뉴스'로 다루고 싶었던 것은 '이름 없는 독자'였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뇌리속에 서성거렸던 광고의 문구를 떠올린다. 약자들을 친히 방문해준 정치인들, 정말 고맙다. 이 광고문구만 같았으면 더욱 고맙겠다.

"한 번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생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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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시는 승주나무님이야말로 진정한 독자군요. 저도 오늘 사이트 들러서 정기구독 후원 약정했어요. 돈은 내일 넣겠지만요. :)

그나저나 이곳에 들르는 유명정치인들이 삼성과 매체가 싸울 때 어디를 편들어줄지 기대됩니다. 그저 얼굴 도장이나 찍으러 온게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승주나무 2007-07-1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 님//감사합니다. 저도 얼굴도장 찍으러 온 게 아니길 바랍니다^^
 
읽고, 또 읽고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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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자공리뷰'란 뭐란 말인가?

리뷰에는 두 가지 줄기가 있는데, 하나는 '목적성'을 가진 리뷰이며, 다른 하나는 '무목적성'의 리뷰이다. 하지만 무목적성의 리뷰라 할지라도 글을 쓴다는 '행위'는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무목적' 자체도 하나의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목적을 생각하지 않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목적성'을 가진 리뷰, 아니 목적을 가진 모든 글이다. 목적은 '결과'를 전제하기 때문에 목적에 대한 값어치가 결과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며, 결과에 관계 없이 목적 자체가 스스로의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이런 말들이 '자공리뷰'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자공리뷰'라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며, 방금 전에 태어난 단어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나밖에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독점'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만 소용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살았던 '자공'이라는 사람을 모델로 '소설'을 계획하고 있다. 만날 수 없는 두 단어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어색한 조우를 했기 때문에 서로 친하지는 않겠지만, 이 글에 보탬이 되는 책에는 '자공리뷰'라는 타이틀이 들어갈 것이다. 모델이 될 만한 책은 사마천의 '사기열전', 좌구명의 '국어', '춘추좌전', 유향의 '전국책', 조엽의 '오월춘추', 여불위의 '춘추좌전', 최인호의 '유림1~2', 안영의 '안자춘추', 그리고 '공자가어', '논어'이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대체로 '자공'이라는 카테고리에 담긴다. '달과 6펜스'는 매우 예외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소설'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합당하다. 이 예외적인 작품을 굳이 '자공리뷰'에 담은 이유는 자공이라는 인물을 '소설'로 그리려 하기 때문이다.


1인칭의 힘

1인칭 관찰자 시점 :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보조인물안 "나" 가 주인공의 외면을 관찰하여
서술하는 방식


소설을 쓸 때 '시점'(視點)은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1인칭으로 쓸 것인가, 3인칭으로 쓸 것인가. '주인공 시점'으로 쓸 것인가, '관찰자' 시점으로 쓸 것인가? 아예 '신'이 되어버려?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한 작품을 쓸 수도 없는 일이다. 유력한 방법이라면 그런 시점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작품들을 분석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달과 6펜스'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성공적으로 적용했다고 할 수 있다. 작중인물은 독자들에게 '감질'이 오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측불허로 몰고 가는 이른바 '끌고 당기기'의 귀재다. 이 1인칭 관찰자 시점은 도스또옙스끼의 '악령'과 비교할 수 있는데, '악령'에 비해서 관찰자의 성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소설 속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관찰자'가 아닐까 한다. 그 외에도 '관찰자'가 주인공이 경멸하는 '인습'에 동참하기도 하고, 주인공이 좇는 '절대성'의 진리를 꿰뚫어보기도 하고, 온갖 모순을 덮어쓰기도 하는 점, 화자로서의 한계를 낱낱이 '드러내'려 한 점, 중간에 '직접적인 역할'을 끝내고 구전에만 의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 그 역시 '믿거나 말거나' 또는 '허허실실'의 비기를 발휘하며 리얼리티를 존중하면서도 '어렴풋한 진리'를 조준하고 있다는 점 등은 아마도 1인칭 관찰자 시점, 혹은 '달과 6펜스의 시점'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일 것이다.

1인칭의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자공 이야기'는 1인칭의 서술 방법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 일단 2,500년이라는 시간적인 간극을 '현대화'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소설을 전개하는 방법은 '소설'과 '半 소설'이 있겠지만, 나는 '반 소설'의 색채를 예상해 본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전(傳)'의 형식을 취하려 하기 때문에 1인칭과 애초에 만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셈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매우 사소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결정적일 수 있겠다. 당시에는 철통같은 예법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존재인 '관찰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돼 있다. 만약 그의 위치에서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접근한다면 소설이 끝나기도 전에 '참수형'을 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찰자 시점 몹시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지인들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꼼수'를 쓸 수는 있겠으나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점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소설에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몇 가지 미덕이 있다.

1. 정황묘사

나 같이 습작기를 벗어나지 못한 초보 작가들이 가장 빈번히 저지르는 잘못은 '순차적인 서술방식'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와 정반대에 있는 '선수'나 '꾼'들은 그것을 너무 습관적으로 '계산'한다는 점과 더불어 '과유불급'이 되기도 하지만, '달과 6펜스'는 특히 정황묘사에서 어떤 '양념'을 곁들여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결혼을 해서 십칠 년이나 같이 살아온 사람이 처자를 버렸다면, 아내 되는 사람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무슨 문제가 될 만한 점을 짐작이라도 했을 것 아닌가 말이다. (46쪽)
회사원과 여점원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노인들,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먹고사는 갖가지 직업의 남녀들이 있었다. (60쪽)
사실, 나로서는 잔뜩 호기심이 당기는 인물인데 그 사정을 조금밖에 알 수 없어 정말 감질이 났다. 마치 훼손된 원고를 읽어나가는 기분이었다. (107쪽)
그는 이제 탈진한 상태가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말을 그치려 하지 않았다. 싸울 때 주고받았던 말을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되풀이했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에서 하지 못했던 말도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어리석음을 또 한탄하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속상해하고, 왜 그 말을 빠뜨렸을까 하고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154쪽, 백배공감)
캡틴 니컬즈의 말을 그대로 따르자면, 그때 스트릭랜드는 내가 여기에 적은 대로 말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가정에서 읽힐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희생시키는 면이 있더라도 집안에서 익숙하게 여겨지는 표현을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240쪽)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단편적인 것들뿐이다. 나는 이미 소멸해버린 동물을 뼈 하나만 가지고 그 형상뿐 아니라 습성까지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물학자와도 같은 입장에 있다. (246쪽)

위와 같이 원전을 시시콜콜하게 나열한 것은 글쓰는 나 같은 사람에게 주의를 주기 위함이다.
인도의 현자들이 '경전'을 만들 때 한 글자를 줄일 때마다 '큰절'을 했다고 한다. 글자수를 줄이는 것은 정신의 정수를 가다듬는 것이므로 지성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기술이다. 특히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구질구질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몇 마디만으로 몇 페이지에서 수십 페이지까지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과감히 차용할 것이다.

2. 인물묘사

소설가들의 인물묘사는 대개 '골상학 전문가'들처럼 해박하고 치밀하지만 그런 수준에 오른 사람은 '중급' 정도라고 생각한다. 인물묘사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외모와 분위기와 주제와 내면과 개성을 복합적으로 드러내 주는 묘사가 아닐까. 정보값이 많은 묘사일수록 글자수도 경제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고 그 자체로 품위도 있다. 그런 인물묘사를 나는 '정황적 인물묘사'라고 부르기로 했다.

스트릭랜드 부인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방안의 대화가 고루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25쪽)
그는 무감정한 미소를 띠었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그 미소를 제대로 묘사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매력적인 미소였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되, 아무튼 평소의 침울하던 표정을 사라지게 하고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놓는, 짓궂긴 해도 천성은 나쁘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그런 미소였다. 눈자위에서 시작하여 때로는 눈자위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그런 느릿느릿한 미소였다. 그것은 육감적이면서도, 잔인하다거나 다정하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인간이 아닌 목신(牧神)의 환락 같은 것을 연상시켰다. (112~113쪽)
더크 스트로브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꼴은 우스꽝스러웠다. 좀 초췌하고 여위기라도 했더라면 동정은 살 수도 있었으련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몸은 여전히 뚱뚱한 데다 불룩한 뺨은 잘 익은 사과처럼 불그레했다. ... 게다가 배까지 나오는 중이어서, 슬픔의 흔적이라곤 도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감성은 유별나게 섬세하면서도 행동은 투박했다. 남의 일에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면서도 정작 자기 일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처럼 허다한 모순을 안겨주고선 이 사내로 하여금 당혹스럽고 냉엄한 세상에 맞서게 한 걸 보면, 조물주의 장난이 잔인하기만 하다. (163~164쪽)

이 외에도 '달과 6펜스'의 작가(서머셋 몸)는 '모순'과 '대비' 또는 '모순적 대비'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안다. 만약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지고지순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존재였다면 이 작품이 나에게까지 전달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스트릭랜드는 몹시 파렴치한 행위를 밥먹듯이 해대는 인물임과 동시에 '절대적 아름다움'을 평생 쫓아다닌 예술가의 혼이다. 이러한 '모순관계의 현실화'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에 '리얼리티'를 '현실'과 구별짓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실 세계의 모습을 대충 본따서 보여주는 것이 '리얼리티'가 아니라 현실과 당당히 대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실이 리얼리티라고 생각한다. 시사저널 사태와 기자실 폐쇄 국면은 각각 개별적인 '현실'이지만, 이것을 '언론자유'의 판 아래서 '언론자유의 과잉, 언론자유의 빈곤, 언론자유의 왜곡'의 모습으로 무리없이 그려낸다면 그것은 현실과 구별되는 '리얼리티'가 아닐까.

'자공 이야기'를 온전히 그려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소설이 재료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론에서 방법을 강구하기보다는 '작품' 속에서 이론을 만들어낼 것. 스트릭랜드와 같이 시행착오를 오랫동안 하더라도 그 '시행착오'는 바로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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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7-0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는데, 너에게서 이렇게 활어를 회쳐먹는 느낌을 갖게될 줄은 몰랐다. ㅎㅎ
음. 자공리뷰라...! 알듯 모를 듯. 어쨌든 너의 리뷰는 생각해 볼만하다.^^

승주나무 2007-07-1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누나//ㅋㅋ 자공리뷰는 아직 베일에 감싸 있어요. 실은 알맹이가 별로 없어서.. 거시기해요 ㅋ 앞으로 이런 '불온한' 리뷰를 많이 올릴 테니 많은 기대 바랄게요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 시사저널 사태가 pd수첩을 계기로 전환점을 마련한 것 같습니다. 저도 시사저널 사태를 겪으면서 변화를 한 것 같습니다. 이 계기를 통해 스스로 성숙하였기를 바라면서, 변화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봅니다.

1. 우선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이번 주 동안 '소액후원, 정기구독 약정금'만 2억여원이 모아졌습니다.

2. 개인투자 금액은 5억이 모였고, 10억 이상 투자의향을 밝힌 분도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 정기구독자는 1,500명 정도 확보되었는데, 시사저널 사태 발생 시점의 정기구독자가 13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 적어도 5만 정도는 되어야 광고와 구독료의 '황금비율'이 성립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4. '우군'의 동참도 좋은 소식입니다. 시사저널은 영업망과 편집부, 경영진 등이 갖춰진 하나의 회사입니다. 이번에 파업해서 독립한 사람들은 '편집부'였는데, 편집부에서도 '기자'들만 독립을 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기자들 외에도 제작에 참여했던 편집부 요원 7명이 새 매체 창간 작업에 동참함으로써 '편집부'는 온전한 진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5. 시사저널 독자모임은 시사모(www.sisalove.com)는 어제 모임을 가지고 '발전적 해체'를 결의하였습니다. 이름도 시사기자단의 제호에 따라 바꾸어야겠죠. 기존의 '원격지원체제'에서 '밀착지원체제'로 바뀔 공산이 큰 것 같습니다.

6. 시사모의 회원은 오늘 현재 2,500명이었는데, 시사기자단(전 시사저널 기자들로 구성된 창간준비위원회로 가칭 '참언론시사기자단'이라고 하며 제호는 현재 공모 중입니다) 이 홈페이지(www.sisaj.com)를 개통한 지 이틀 만에 회원수만 2,000명이 넘어섰습니다. 역시 기자들이 나서니까 다르군요.

7. 9월 중순에 창간을 목표로 여러 사람들이 다방면으로 달리고 있군요. 시사기자단 홈페이지에서 3,000원 이상 후원하시면 창간시 창간호를 보내드린다고 해요. 창간호를 구경해 보시고 필이 꽂히시는 분들은 정기구독을 해도 좋겠지요.

8. 개인적인 변화. 승주나무는 시사기자단의 서포터즈로 활약하게 되었고, 시사모에서도 새로운 운영위원으로 추대되었군요. 이 사실을 마눌님이 알면 역정을 내시겠네요. 더구나 좀더 기동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놋북'을 구입했습니다. 정말 '미친 거'죠. 한주 동안 본의아니게 '놀아버린 셈'이 되어서 지금 열심히 알바를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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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08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눌님께 들키기 전에 먼저 밝히세요..
그럼 3대 맞을 것 1대 반으로 끝나요 승주나무님...^^
그래도 좋은 일 하는 건데 뭐라 그러겠습니까...놋북구입은 예외지만..^^

stella.K 2007-07-0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 마음 먹은 거 꼭 하고 말잖니. 마눌님 때문에 못한다면 네가 아닐거다. 그냥 자수해서 광명 찾는 게 어때? 너의 마눌님도 그거 알고 너랑 결혼하지 않았을까? ㅎㅎ
시사저널이 그렇게 됐구나. 일단 잘 됐다 싶다. 나도 이참에 시사모나 들어 볼까? ㅋㅋ

마늘빵 2007-07-0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일 하는데 형수님한테 혼나기야 하겠습니다. -_-
놋북을 구입하셨다니. 타격이 상당하겠습니다.

승주나무 2007-07-0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 님//인생의 선배께서 말씀하시는 데 듣지 않을 수 없군요. 조만간 분위기 잡고 선언해야겠습니다. 결과는 보고드리죠. 살아있으면..
스텔라 누나//나답게 되는 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ㅠㅠ
아프 님//혼나기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생업은 뒤로 하고 맨날 자원봉사한다고 타박이 있었거든요. 이것저것 다 잘 될 방법은 없을까요~~현실아!!
 
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요즘 이 문제에 집착적으로 매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전체의 값으로 보면 너무 미약해서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버를 좀 해야 평균값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당분간 이 화두에 계속 매달릴 것 같습니다

민초들이 쏟아낸 1억원어치의 분노
PD수첩 보도 이후 전 시사저널 기자단 사무실 풍경
텍스트만보기   오승주(dajak97) 기자   
 

비가 무정하게 내리는 날이었다. 오목교에 위치한 시사저널의 새 둥지로 가는 길은 무척 고단했다. 공사장에서 새어나오는 빗물이 인도를 완전히 점령해 버렸다. 마치 자본에 의해 점령된 대한민국의 언론과 같았다.

기자는 우연히 그 길을 걸어오는 문정우 기자(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장)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무척 고단했으리라. 하지만 분명히 희망도 있다. 간밤에 MBC PD수첩 방영 이후 '각성한 민초'들이 하나둘씩 십시일반으로 모은 후원액과 구독 약정금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소액 계좌만 1억원을 넘었으며 이날 9시에는 9월 창간 예정인 창간 시사주간지(제호는 현재 공모중)의 구독 약정금만 1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날 한 포털에 뜬 PD수첩 관련글은 조회수만 2만회 가까이 되는 등 네티즌들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MBC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어제 방영된 방송분은 올해 2월 6일에 방영되었던 '삼성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라?'보다 시청률이 현저히 낮았지만, 방송에 대한 반응은 지난 방송때보다 몇 배나 더 뜨거웠다.

기자는 이와 같은 이유를 어제 방송분에 대한 관전포인트와 오늘 시사기자단 사무소의 밀착 취재를 통해서 추적해보았다.

PD수첩의 관전 포인트

① "우리나라 언론 전체가 졌다" 언론인들의 자성?

노순동 기자의 이 한마디는 많은 언론인들을 움직인 것 같다. 다음 날 주요 매체는 '당연히' 침묵했지만, 몇몇 언론은 노순동 기자의 발언을 큰제목으로 기사를 뽑았다. 미디어오늘은 7월 4일자 보도에서 "시사저널 사태 무관심, 대가 치를 것"을 큰제목에 "PD수첩 '기자로 산다는 것' 방송…주류언론 외면 지적"을 부제목으로 뽑았으며 기사 안에서도 편집권 문제에 침묵하는 한국언론의 행태에 대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지적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TV리포터는 "시사저널 못 지킨 건 전언론의 패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언론인들의 '자성'은 시사기자단 사무소 안에서도 이어졌다. 경인일보의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노순동 기자를 찾았다. 이번에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되었는데, 어제 PD수첩 방영에서 노순동 기자의 말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상금 전액을 후원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 7월 4일 저녁, X파일의 주인공 이상호 기자(오른쪽)가 시사기자단 사무소를 찾아, 정희상 전 시사저널 기자(왼쪽)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오승주
 

저녁에는 MBC의 이상호 기자가 사무소를 찾아왔다. 이상호 기자는 2년전 정치권과 언론, 삼성그룹간의 유착 비리를 고발한 이른바 X파일 사건 보도로 한국사회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그는 어제 PD수첩의 내용을 봤다며, 제작진이 말못할 어려움이 있어서 '할말'을 다 못했을 것이라며 미안해 했다.

본인 스스로도 중요한 인터뷰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것이 무마되었던 사실을 고백했다. 결국 시사기자단 기자들에 의해서 '오마이뉴스 릴레이 기고'의 필자로 선정되는 '벌칙'을 받게 됐다.

물론 이와 같은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지기 쉽다. 하지만 몇몇 의식 있는 언론인들은 시사저널 기자들이 고백하는 한국 언론의 패배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데서 한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② 누가 이 기자들을 아프게 했는가.

PD수첩은 첫 장면부터 매우 '심각'하다. 집회에 관해 기자들과 경찰 사이의 '교섭'이 진행되는 중 갑자기 들이닥친 '회사 관계자'들이 천막을 마구 찢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의 목을 조르는 등 공중파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상황을 정리하는 문정우 당시 시사저널 기자는 "노순동씨가 욕하는 것을 보는 게 고통스럽다. 신호철 기자가 핏대 올리는 것을 보는 게 민망하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기자들이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한 데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그 중에서도 기자들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바로 두 경영자의 '말바꾸기'였다. '몰상식의 표본'에 이어 그들은 '말 바꾸기의 표본'이자 '말 바꾸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금창태 사장은 편집인으로서 '문제의 기사'를 보지도 않고 삭제를 지시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부정했지만, PD수첩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창태 사장은 '기사'를 보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꺼내든 논리가 더욱 가관이다. "기사내용은 보지 않았지만 삼성으로부터 이미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으므로 본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금창태 사장이 삼성의 관계자인지 시사저널의 관계자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보다 더한 것은 심상기 회장이다. 기자가 6월 20일 심상기 회장 자택 앞 단식농상장에서 이숙이 기자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숙이 기자는 "당시 심상기 회장이 발행인을 겸하고 있었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금 사장에게 발행인의 권한을 부여한 점이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이를 의식해 심상기 회장은 기자들에게 금 사장은 오로지 경영에만 관여한다는 약속을 해주었다"고 말했다.(오마이뉴스 6월 21일자 보도, "금권에 갇힌 언론자유")

하지만 오늘 시사기자단 사무소에서 "심상기 회장이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보였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기자들은 "심상기 회장은 그런 약속을 해준 바가 없다"고 답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러면서 꺼내든 논리는 금창태 사장의 것과 몹시 흡사한데, "기자들이 저돌적으로 나와서 달래느라고 둘러댔던 것이지 그와 같이 명확히 약속을 한 적은 없었다. 경영인은 편집권과 경영권을 모두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순간 기자들은 철없는 어린애로 전락해 버린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와 같은 두 경영인과 함께 1년간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니, 홀로 '허공'과 대화를 나눴다는 편이 더욱 정확하리라.

③ 기자들의 '가족' 이야기

기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가족들이다. 기자들이 싸우는 만큼의 '짐'을 가족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이들의 생활고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생활고'와 '투병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이숙이 기자의 상황이 독자들의 눈물샘을 가장 자극했으리라. 이숙이 기자의 아버지는 현재 모 병원에서 암 투병 중이다.

이숙이 기자는 "딸내미가 회사가 힘든 거하고 겹쳐서 안팎으로 힘든 모습이 함께 비춰서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메모 일정을 확인하며 빨리 취재하러 가지 못하는 상황에 초조해했다.

편집권의 독립은 마땅하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금 하는 투쟁이 의롭고 옳은 것이지만, 동시에 (가족들에게는) 무책임도 된다는 상황이 여러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생활비를 가져다 주지 못해 집에 있는 에어컨을 떼다 팔아야 했던 기막힌 사연을, 백발이 성성한 50대 기자가 누이들에게 생활비를 얻어다 쓰던 날의 열패감과 쓴맛을 기자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미안하게 하고 끝내 눈물짓게 만든 것은 가족들이 던지는 의연한 충고이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끝까지 순수하게 사랑을 지켜왔어요. 그 사랑은 변하지 않고, 그 사랑은 지속되리라 생각해요. 불필요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백승기 전 시사저널 기자의 아내인 박정미 씨가 울먹이며 전한 이 말에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며 강단있게 버티던 김은남 기자가 무너졌다. 22명의 기자들과 그 가족들의 역사,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짧은 시간에 볼 수 있었으리라.

시사저널 방영 이후 전 시사저널 기자단 사무실 풍경


 
▲ 시사기자단 사무소 의 게시판에는 기자와 독자들이 '제호'에 대해 응모한 포스트잇이 수없이 붙어 있다.
 
ⓒ 오승주
 

예상 외의 대폭발이었다. 하루 종일 전화통에 불이 났고, 한 기자는 전화를 받느라고 전화기 옆에 음식을 옮겨 놓고 혼자 밥을 먹기도 했다. 한 아주머니 독자는 시사기자단 홈페이지에서 전화기가 한 대밖에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화 계정 하나를 선뜻 내놓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모 신문사의 소액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독자는 자신이 주주로 있는 신문사가 요즘 심하게 삐뚤어져 가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은 후 이를 팔아 후원금으로 삼고 싶다고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 한 독자는 자신이 지방 유지임을 소개한 후 자신의 아버지가 수십 억의 노후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있으시다며 아버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것이 작품이다.

"선비는 자고로 의로운 행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데, 지금 여러분들을 돕지 않으면 누구를 도울 것인가?"

전화는 사무소 문을 닫고 음식점으로 이동한 시각에까지 끊이질 않았다. (이에 대비해 한 기자는 '착신'을 걸어두었다) 미국에 산다는 어떤 독자는 "왜 해외 독자를 위한 계좌는 마련돼 있지 않으냐"며 화를 냈다. 독자들은 때로는 쌓였던 울분을 쏟아놓기도 하고, TV 시청에서 느꼈던 감정을 울먹이기도 했다.

기자들이 일이 너무 더디다며 개선해야 할 점을 일일이 지적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한 기자는 "기존 매체에 대한 불만의 골이 시사저널을 통해 분출된 것 같다"며 이 현상에 대해서 논평하기도 했다.

이날 가장 바빴던 사람은 두 기자이다. 창간호 예약 및 후원에 관한 전화를 받았던 기자와 독자 서포터즈 지원을 받았던 기자이다. 독자 서포터즈 지원을 담당한 오윤현 기자는 빗발치는 신청자들의 전화로 하루 종일 전화기를 놓지 못했다. 오윤현 기자에 의하면 "부산 등 먼 지역의 독자들의 열의가 매우 왕성했는데, 뭐든지 돕겠다며 나서는 이 독자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며 난처함을 고백했다.

현재까지는 서울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독자들의 도움이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무소 한켠의 게시판에는 기자들과 독자들이 신매체의 '제호'에 응모한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시사기자단은 7월 중에 제호 공모를 마감하고 제호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제호를 대대적으로 공모하고 있다. 제호에 당선된 독자에게는 '평생구독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7월 2일 성인 남녀 1502명을 상대로 한국 사회의 25개 파워집단에 대한 인식을 좋아한 결과 상위 3개를 모두 삼성, 현대차, SK가 차지했다. 특히 이 세 기업은 조사가 실시된 3년 내내 1~3위를 갈아치워 왔다. 정부기관, 시민단체, 정당 등 유력기관들은 모두 하위를 면치 못했다.(경향신문 7월 4일자 보도, "시민단체 갈수록 '퇴조'") 그야말로 '금권의 제국'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타락하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은 기업과의 오래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사저널 사태가 독자들, 국민들에게 안팎의 호응을 얻는지도 모른다.

자본에 빌붙어야만 언론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이를 시원히 깨뜨리며 '오래된 상식'을 구경시켜준 시사기자단 기자들이 국민들의 눈에는 예쁘고 신선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승주 기자는 4일 하루 동안 시사기자단 서포터즈 활동과 함께 밀착취재를 했으며, '시사모'에서 '안일(安逸)'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회원이다.

 
  2007-07-05 09:2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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