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의지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므로 다각도에서 접근.
일단 스피노자의 '자유'라는 개념을 환기하고,
23쪽에 나온 내용을 덧붙여 아름다운가게의 동력을 어림함

2. 자유가 제대로 설명되어야 '창조적 자본주의' (또는 제3의 자본주의)가 설명될 수 있음. 창조적 자본주의는 185쪽을 참조할 것

3. 1,2를 종합하여 혁신, 효율성, 기업경영과 연결해서 결론 도출. 혁신, 효율성은 틈틈이 소개하고 특히 215~217쪽을 참고할 것

4. 아름다운 가게가 본질적으로 묻고 있는 '정신'을 담을 것. '헌 물건'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그 고유한 의미에 대한 33쪽/83쪽의 글을 참고하고 강연회에서 소개한 '변호사 시절'의 탐욕 사례와 38쪽에 나타난 '에리직톤'의 이야기를 곁들여서 박원순이 물질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를 추적할 것

5. 가장 처음에 소개되거나 아니면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표현하거나 아니면 핵심적인 내용에 붙일 부분은 그가 기부자가 아니라 영업자로서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설득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 유행가 등 비근한 예시를 활용한 강연의 내용과 117쪽의 예시를 활용할 것

6.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박원순씨의 자세를 덧붙일 것. 강연회에서 유리문 앞뒷사람 이야기와 아름다운가게를 구상하게 된 15년 전의 사례에다가 149쪽의 경험담을 연결해서 풀어낼 것

7. 6과 관련해서 왜 사회적 기업이 단순노동 중심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경향신문의 기획기사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를 인용할 것


기타 : 노동소외를 우려하는 82쪽의 글(이것은 4번의 물질과 정신을 설명하면서 덧붙이면 좋을 듯), 아름다운가게의 기본정신을 기록한 96~100쪽을 지켜볼 것. 제도의 모순을 비판한 187쪽의 생생한 사례들을 어디다가 붙일지 검토하다가 필요 없으면 놔둘 것. 글이 길어지지 않게 할 것. 마지막으로 리뷰를 쓰고 나서 이 페이퍼 맨 뒷부분에 링크를 걸어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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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0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0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7-12-20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욕심이 많구먼...

승주나무 2007-12-20 02:18   좋아요 0 | URL
기달려봐.. 글쓰기 욕심, 글쓰기 탐욕이 무엇인지 보여줄 텡께 ㅋㅋ
 

오직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서만 존재하며,

자기 자신에 따라서만 행동하게끔 결정되는 것은 자유롭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것에 의하여 특정하게 규정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도록 결정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거나 강제되었다고 한다.
- 스피노자 에티카(14쪽)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선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미친 듯이 글을 쓰면서 극복해야겠다~
나는 자유로운가.. 한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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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해서 잠이 안와요! 오늘 일찍 일어났는데 ㅠ
 

활시위 떠난 단일화... '반 이명박'은 어디로?(기사클릭)

이 글이 문국현 지지자들에게 동요를 일으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진심으로 '정치인 문국현'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문국현과 정동영이 단일화에 실패했다.
울 사장과 밥을 먹고 오면서
진심으로 문국현을 걱정했다.
이른바 '문국현의 정치적 죽음에 관한 방정식'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문국현 죽음 방정식이란

이명박 - 정동영 = 문국현
또는
정동영 + 문국현 = 이명박

위 방정식에 관한 설명을 붙인다면, 이명박 당선으로 진보세력이 좌절되었고 그것의 간극이 문국현 지지표만큼이라면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론은 정동영도 피할 수 없지만, 문국현이 정면으로 맞게 된다. 본의 아니게 문국현은 진보세력의 배신자가 되고 만다. 문국현이 친박주의자로 전향하지 않는 한 그의 정치생명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대선은 정동영에게는 불운이지만,
극적으로 문국현에게 더 불운일 수 있다.
그리하여 승주나무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본다.

1. 최상의 시나리오
이회창, 허경영, 정근모를 제외한 반 이명박 전선의 대선 승리

2. 차선의 시나리오
정동영 + 문국현 + 알파 = 이명박
'알파'가 클수록 좋다. 이것은 지극히 '친이명박'적인 발언이지만, 나에게는 정치인 문국현이 소중하다.

3. 최악의 시나리오
'문국현의 정치적 죽음에 관한 방정식'이 불러주는 대로 현실화되었을 때

그러면 누구에게 한표를 써야 하나~
이런 정치적 딜레마에 승주나무를 빠뜨리게 만든 상황이 정말 밉다~미워!!
이제는 대선 결과가 아니라 결과의 수치까지 걱정해야 하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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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12-1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선의 시나리오대로 된 것 같아요..

정동영+문국현+알파 < 이명박

정동영으로 단일화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지만..
막상 이런 결과가 나오니..
정말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왜 다행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걸까요 ㅠㅠ

웽스북스 2007-12-2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동영 지지자인 친구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문국현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정동영 표 깎아먹으러 이명박 진영에서 내보낸 사람 같다고 -_-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의 그에게 있길 바랄 밖에요-
 

http://blog.aladin.co.kr/windshoes/1769914

바람구두님의 페이퍼를 읽고,
아니 읽기도 훨씬 전에~
자꾸 슬픈 마음이 들고,
거기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겹겹이 상처를 받아서
이 글을 씁니다.
먼댓글로 쓰려는 데 안 되더군요.

제가 갑자기 바람구두 님을 붙잡고 울고만 싶은 것은
12월 19일이라는 선거날,
아직 뚜껑도 열어보지 않은 이 아침에
두 가지 비교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모 대통령이 끌고갈(사실상 '해집어놓을') 5년의 파편을 상상하는 것이고
더불어 5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요식행위는 영원히 계속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눈을 뜨면 이것에 대해서 접하기 때문에
슬픔에 면역이 많이 됐습니다.
한미FTA를 하고 노동자들이 거리를 내몰리다가
피바람이 내 목까지 온다고 해도
나는 그럭저럭 이에 대한 슬픔을 맛봤습니다.
제가 다른 상황에 비해서 슬프지 않은 이유는
면역도 면역이지만,
이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있거나 또는 이 현상이 다른 상황에 파생되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다른 상황의 그림자에 불과한 모습입니다. '영원히'이라는 것은 사실 다른 문단에 있는 부사를 여기다가 옮겨왔을 뿐이니, 바람구두 님은 '영원히'의 그림자를 보신 겁니다.

제가 슬퍼하는 두 번째 문제는 사소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여럿이 오늘 즐겁게 타지에 있거나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즐겁게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를 겹겹이 접하면서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5년 후에도 이날을 잡아서 즐겁게 여행을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꺼이 투표를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고, 그렇게 죽을 것입니다. 영원히
저는 그를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을 생각도 없습니다.
호주 같은 나라처럼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법률 같은 것도 우리나라에는 없을 뿐더러, 그 법률을 설사 우리나라에 시행한다고 해도 그 법률은 호주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이 동의한 호주의 법률을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죠.
내가 지식인들에게 원망스러운 점은 이 문제를 환기시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식인의 많은 이야기를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지식인들이 이야기하는 요지는 투표를 하지 않게 할 지언정, 투표하는 행위를 돌아다보게는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투표를 독려하는 글에서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당위적 선언만 있지 투표를 즐겁게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습니다. 이것은 핵심을 잘못 잡은 상황 아닐까요.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현재 만연해 있는 '즐겁게 투표 회피하기' 문제에 대한 진단과 투표를 하는 행위에 대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서 결과적으로 언급할 내용이지만, 앞의 내용들은 전부 뺀 채 '투표합시다!', '자신의 권리를 찾읍시다!'라는 말만 한다면 그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서 지식인들조차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도 이해는 갑니다만, 그것은 지식인들의 문제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행동은 유권자가 하는 것이고, 지식인은 유권자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며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실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는 것이 대답일까요? 나는 좀더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너무 식견이 얕아서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글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면(사실 저는 구면)에 뜬금없이 이렇게 요청을 하게 됩니다. '즐겁게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가 문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만약 그것이 문제대상이 된다면 그것을 진지하게 논의한 글을 볼 수 있는지. 이것이 제 질문의 요지입니다.

화를 내며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치상황이 달라지면 투표장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즐겁게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치상황이 달라지더라도 투표장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죽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정치상황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간에 그것이 고착화되게 만든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혐의가 듭니다.

저는 저에게 할당된 투표소로 가면서 내내 즐겁게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 그리고 이 문제가 분명히 울면서 투표소로 달려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테니까요.

두서없이 긴 편지글을 쓰게 돼서 실례했습니다. 바람구두 님의 최근 글들을 보면서, 그리고 오늘의 글을 보면서 나의 대화상대로 인식하게 되어 말을 건넵니다. 답답한 이 마음 어디서 달래지 못해 바람구두 님에게 울면서 달려나간 것이니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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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진탕 먹은 다음날 술약이랑 같이 드시면 좋으셈~~
P.S. 웬디양(만나기 클릭) 님의 진지한 충고에 따라 제목을 <김수영의 낙타과음>에서 <음주페이퍼의 효시>로 바꾸다. 바꾼 이유는 역시 낚시에 있지 않을까 사료됨


駱駝過飮


Y여, 내가 어째서 그렇게 과음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예수교 신자도 아닌 내가 무슨 독실한 신앙심에서 성탄제를 축하하기 위하여 술을 마신 것도 아니겠고, 단순한 고독과 울분에서 마신 것도 아니다. 어쨌든 근 두달 동안이나 술을 마시지 않다가 별안간에 마신 과음이 나의 마음과 몸을 완전히 허탈한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나는 지금 낙타산이, 멀리 겨울의 햇빛을 받고 알을 낳는 암탉모양으로 유순하게 앉아있는 것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이는 다방의 창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Y여, 어저께는 자네집 아틀리에에서 춤을 추고 미친 지랄을 하고 나서 어떻게 걸어나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어떤 자동차 운전수하고 싸움을 한 모양이다. 눈자위와 이마와 손에 상처가 나고 의복이 말이 아니다.
오늘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누워있는 곳은 나의 집이 아니라 동대문 안에 있는 고모의 집이었고 목도리도 모자도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 머리가 무거웁고 오장이 뒤집힐 듯 메스꺼워서 오정이 지나고 한참 후에까지 누워있었다.
옷이 이렇게 전부 흙투성이가 되었으니 중앙지대의 번화한 다방에는 나갈 용기가 아니 나고 나가기도 싫고 몸도 피곤하여 여기 이 외떨어진 다방에나 잠시 앉았다가 집으로 들어갈 작정이다.
인제는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데가 내 고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서 어떻게 앉아있어도 쓸쓸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몹시 쓸쓸하다
B양의 생각이 난다. B양이 어저께 무슨 까닭으로 참석하지 않았는지? 그러고보니 나는 어제 억병이 된 취중에도 B양을 보러 갔던가?그렇다면 이렇게* 이 외떨어진 다방에 고독하게 앉아서 넋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B양에 대한 그리움이 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B양의 눈맵시, 그리고 그 유닉하게 생긴 입에 칠한 루즈가 주마등과 같이 나의 가슴을 스쳐간다.
Y여, 그리고 자네의 애인인 림양이 춤을 추다 말고 나와서 외투와 핸드백을 집어들고 B를 부르러 간 것도 아주 먼 옛날에 일어난 일같이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이 머리 안에서 마치 안개 속에 숨은 불빛같이 애절하게 꺼졌다가는 사라진다.
나는 지금 무엇에 홀린 사람모양으로 이 목적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이 무서운 고독의 절정 위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겠나?
자네의 모습이며 림양의 모습이며 B양의 모습이 연황색 혹은 연옥색 대리석으로 조각을 하여놓은 것처럼 신선하고 아름답고 부드러워 보인다.
이 아름다움으로 사람에게 느끼는 아름다운 냄새를 나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좋을지 모르겠다.
사람에게 환멸과 절망을 느낄수록 사람이 더 그리워지고 끊임없는 열렬한 애정이 솟아오르기만 하는 것이 이상하다.
갈 데가 없으니 다방에라도 가서, 여기가 세상을 내어다보는 유일한 나의 창이거니 생각하고 앉아있는 것인데,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은 언제나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있는 난로 가장자리는 아니고, 몸이 좀 춥더라도 구석쪽 외떨어진 자리를 오히려 택하여 앉기를 즐겨하는 나다. 이렇게 앉아서 고드름이 얼어붙은 창을 어린아이같이 내다보는 것이다.
창을 내다보며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무슨 무기체와 같이 그냥 앉아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창밖에는 희고 노란 빛을 띤 낙타산이 바라보인다.***
지금 내 몸은 전부가 공상의 덩어리가 되어있다. 내가 나의 작은 머리를 작용시켜서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전신이 그대로 공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거추장스러운 말을 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이 사실인즉 미안하지만 자네는 이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목적이 없는 글이니 목적이 없는 정서를 써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나는 스스로 자인한다.
어느 거리, 어느 다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계집아이들.
붉은 양단저고리에 비로오드 검정치마를 아껴가며 입고 있는 계집아이들. 내가 이 아이들을 볼 때는 무심하고 범연하게 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이 생각에 잠겨있는 지금의 나를 볼 때는 여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걸세.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공연히 엄숙한 마음이 드네. 그리고 그들이 스치고 가는 치맛바람에서 나는 온 인간의 비애를 느끼고 가슴이 뜨거워지네.
술이 깨어날 때 기진맥진한 이 경지가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좋으이.
이것은 내가 <안다는> 것보다도 <느끼는> 것에 굶주린 탓이라고 믿네. 즉 생활에 굶주린 탓이고 애정에 기갈을 느끼고 있는 탓이야.
그러나 나는 이 고독의 귀결을 자네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네.
거기에는 너무 참혹한 귀결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
내 자신에게 고백하기도 무서워. 이를테면 죽음이 아니면 못된 약의 중독 따위일 것이니까.
자네는 나를 「잊어버린 주말」에 나오는 레이 미란드 같다고 놀리지만 정말 자네 말대로 되어가는 것같애.
운명이란 우스운 것이야.
나도 모르게 내가 빠지는 것이고, 또 내가 빠져있는 것이고 한 것이 운명이야.
실로 운명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야. 그것은 말할수없이 가벼운 것이고 연약한 것이야.
Y여, 자네의 집에서 열린 간밤의 성탄제 잔치는 화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아하고 구수한 것이었어.
나는 이대로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으이. 이것은 결코 단순한 비관이 아닐세.
낙타산에 붙어있던 햇빛이 없어지고 하늘은 금시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이 무거우이.
Y여, 나의 가슴에도 언제 눈이 오나?
새해에는 나의 가슴에도 눈이 올까?
서러운 눈이 올까?
머릿속은 방망이로 얻어맞는 것같이 지끈지끈 아프고 늑골 옆에서는 철철거리며 개울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네.
이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이 다닥칠 때 나라는 동물은 비로소 생명을 느낄 수 있고 설움의 물결이 이 동물의 가슴을 휘감아 둘 때 암흑에 가까운 낙타산의 원경이 황금빛을 띠고 번쩍거리네.
나는 확실히 미치지 않은 미친 사람일세 그려.
아름다움으로 병든 미친 사람일세.

 

원주
* 뼈가 말신말신하도록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니된 것도 B양이 오지 않은 외로움에 못이겨 무의식중에 저지른 일종의 발악이었던가.
** 아무튼 나는 내 자신이 우습다. 한없이 우습기만 하다.
*** 낙타산은 나와는 인연이 두터운 곳이다. 낙타산 밑에서 사귄 소녀가 있었다. 나는 그 소녀를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약 십오년 전에 동경으로 갔었다. 내가 동경으로 가서 얼마 아니 되어 그 여자는 서울로 다시 돌아왔고, 내가 오랜 방랑을 끝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그는 미국으로 가버렸다. 지금 그 여자는 미국 태평양 연안의 어느 대도시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영원히 이곳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편지가 그의 오빠에게로 왔다 한다. 나와 그 여자의 오빠는 죽마지우이다.

<195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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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주페이퍼의 효시 격이로군요, 대선배님!

승주나무 2007-12-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거 좋은 말이네요.. 당장 제목을 바꿔야겠따~~ 그러면 사람들이 좀 낚일 거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