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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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즈음하여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새판짜기>(미들하우스), <나쁜 사마리아인들>, <법률사무소 김앤장> 등 책으로 계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독재 시대를 우려하는 출판계와 학계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으로는 약자와 강자의 화합이거나 약자들의 연대와 저항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궁극적으로는 '관계의 재구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사랑에 관한 두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푸른숲)의 작가 모모 카포르는 소중하게 가꾸고 지켜나가는 사랑의 모습, <첫사랑>(낭기열라)의 페르 닐손은 첫사랑이 흘러가는 야릇한 시간들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미 지나간 사랑이든, 현재 진행형인 사랑이든 '사랑'이란 인간을 키워내는 토양임에는 분명합니다. - 편집자




◈ 경제사회

민 대중이 집권자가 시혜적으로 던져주는 것을 받아먹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적 주체로 나서는 거지요. …… 지금까지 침묵했던 수동적 대중들이 그런 법적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기득권 구조를 바꿔낼 수 있는, 밑으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개혁은 국민이 자기 이익을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그리고 그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는 그런 방식의 개혁이어야 해요

그들의 비판에 수긍이 가는 이유는 그들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 명은 노무현 정부 안에서 경제 정책을 주도한 경제학자로서 자신이 입안한 정책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똑바로 목도했다. 한 명은 지속적으로 경제 시민운동을 전개한 행동주의 경제학자로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경제 모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던져 왔다는 점에서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경제학자들이 범할 수 있는 거대담론이나 이론에 함몰되지 않고 현장성 있게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양심과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든 도덕성을 저버리든 간에 ‘경제’만 살린다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경제살리기’란 우리 사회의 경제주체들이 공정한 룰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노동자, 자영업자, 일반 시민들이 소박한 삶을 안온하게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소한 품격 있는 시민으로서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천민자본주의 세상이 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천민’이 되는 것이다.

☆ 한국경제 새판짜기, 김상조 외(대담집) / 미들하우스 (2007)



글쓴이 : 알지나무

 



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 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케로의 이 말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발전 정책을 계획하는 분야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 말의 중요성은 이 분야에서 가장 흔히 간과되고 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들은 많지만, 우리는 이런 경험에서 배우려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 정책을 통해 발전했다는 널리 알려진 신화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98~99쪽)

‘개구리가 올챙이 적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에 꼭 맞아떨어지는 사람들이 바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성경 속의 착한 사마리아인은 욕심이 많기로 평판이 좋지 못한 족속이지만, 예수의 시험을 받은 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당해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쁜 사마리아인은 나쁜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나쁜 일을 하게되는 사람을 말한다. 두 사마리아인은 자신이 착한 일을 행한다고 믿는다는 공통점까지도 가지지만, 나쁜 사마리아인은 잘 못된 것을 선행으로 알고 행함으로써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사마리아인은 ‘더 나쁜 사마리아인’이 된다. 나쁜 짓을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에 항상 압박을 받지만, 자신의 일을 착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영원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이데올로그’다.

반면 장하준은 자신의 아들인 진규의 예를 들며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해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사마리아인들은 여섯 살때부터 생계에 참여해서 세계의 당당한 일원이 되라고 요청하는 반면, 장하준은 아이를 큰 인물로 키우고 싶기 때문에 일정한 기한까지는 부모의 보호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섯 살때부터 생계에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평생 원시적인 노동과 그에 따른 수입밖에 얻지 못하기 때문에 뇌과학자나 변호사 같은 고급 직종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업에 적용해도 똑같다. 자본과 시장을 개방해 버리면 경쟁력이 부족한 국가의 기업은 고사하고 영원히 세계의 리더가 되지 못한다. 노키아는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적자를 내면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세계 1류의 전자회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17년 전에 개방을 했다면 아직도 강대국의 조그마한 하청 중소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모든 장벽을 깨고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사마리아인들의 주장과 국가와 기업의 상생, 선진국과 개도국의 상생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장하준의 주장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 많은 논쟁의 여지를 선사해 준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이순희 옮김) / 부키 (2007)

글쓴이 :
알지나무


◈ 청소년

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의 작가 모모 카포르는 고요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별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며, 새로 산 자전거를 가장 먼저 타게 해주고, 하트를 정성껏 그린 다음 그 안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첫사랑』의 작가 페르 닐손은 그 사랑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소년이었다가 그 사랑이 끝난 이후엔 남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기에 겪는 사랑은 생애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아픔과 상처가 깊지만 시간이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서서히 알게 되면서 그만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보여준다.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가 '길들이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모모 카포르가 말하는 사랑은 '지켜나가는 것'이다. 사랑을 시작하고 그 사랑을 변함없는 마음으로 지켜나간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 사랑에게 너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믿음을 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푸른숲, 2007년)은 진정한 사랑은 과연 무엇이며 그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 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작가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예쁜 일러스트와 더불어 따뜻하고 아름답게 빚어냈다.

유독 이성에 관심이 많아지는 청소년들에게 사랑은 이제 패스트푸드와 같은 일회용 사랑일 뿐이다. 예전보다 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에 사랑의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헤어지는 일이 더 쉬운 그들에게 참사랑의 본질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어쩌면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은 '사랑은 손만 뻗치면 닿을 만큼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정성 들여 가꾸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모모 카포르(김지향 옮김) / 푸른숲 (2007)


르 닐손의 『첫사랑』(낭기열라, 2007년)은 십대들의 사랑과 성性, 그 달콤씁슬한 통과의례를 진솔하게 다룬 청소년 로맨스 소설이다.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인상 깊게 연출해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상대방에게 퇴짜를 맞은 십대라면 누구라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십대가 아니더라도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첫사랑』은 첫 눈에 반한 상대에게 '사랑의 기쁨'을 느끼기 전과 '사랑의 기쁨'을 느낀 후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풀어 놓았다.

제목처럼 '첫사랑'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 간 사랑을 말한다. 그 사랑은 과거가 되었기에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처음 그 사랑을 만나 기쁨에 들뜨고 행복했던 순간은 사라지고 이젠 실연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과정, 과연 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걸까? 어른들에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첫사랑의 모습이지만 페르 닐손은 그들의 소란스러운 관계를 조심스럽게 밟아가면서 십대들의 생각과 감수성을 간결한 문장으로 섬세하게 드러냈다.

☆ 첫사랑, 페르 닐손(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2007)

글쓴이 : 알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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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0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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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리더스가이드에 들어오는 책들을 중심으로 신간브리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지 회원님들과 운영자들의 취향이 제각각인지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주의 신간브리핑>은 리더스가이드 회원들과 운영자들이 직접 읽고 추천할 만한 책만을 골라 한땀한땀 채워가는 착실한 도서정보 콘텐츠입니다.


신문을 창간하면서 기자들은 하루하루를 빚갚는 마음으로 산다고 합니다. "결호(缺號)를 내지 않는다"는 절대원칙을 지켜가며 기사를 애써 채워갑니다. <신간브리핑>을 힘들게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운영자들이 일주일에 2~3권씩 읽으며 원고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모든 회원들이 한권씩 감명깊은 책을 소개하며 착실하고 다양한 코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첫주의 책들은 인간적인 주제가 되었습니다. 조선시대를 군림하였지만, 이보다 조선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히 투쟁했던 왕들의 내면을 살펴보는 기회이자 그 관계의 역사적 의미를 궁금해하시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왕의 투쟁, 페이퍼로드) 마르크스는 노동자와 탄압받는 이의 관점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휴머니즘'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지적이고 낭만적인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에코의서재)에서 그 향취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일상적인 생활의 언어를 통해 삶을 차분히 관조하듯 그려가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베트남 이곳저곳의 풍경을 그림과 함께 수놓은 엽서 같은 책 <베트남 그림여행>(북노마드)에서 감성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 역사

선시대 왕과 신하의 관계를 성군과 폭군으로 알려진 네 명의 왕을 통해 조망했다. 조선시대의 역사, 위기 극복, 그리고 임금에 대한 다양한 역사서가 있어왔다. 하지만, 이 책만큼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한 조선조 임금과 신하들의 관계 속에 있는 밝음과 어두움을 잘 보여주고, 폭군과 성군이 종이 한 장 만큼의 차이로도 가능한 상황설명을 잘해주고 있지는 않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역사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만인지상의 위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선시대 왕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권력을 잡기위해 힘쓴 조상 덕에 왕에 오를 핏줄을 이어받고, 지난한 권력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등장한 왕. 조선 팔도가 임금의 것이요. 하늘과 같은 존재인 임금을 누가 감히 따지고 피곤하게 할까?

조선조에 들어서 유교의 원리를 지배이념으로 삼으면서 성리학은 임금에게도 도리가 있고, 신하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백성들의 어버이가 되도록 매일 실천하여야 한다는 ‘마땅한’이념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언관들은 각종 경전해석을 연구하여 임금에게 건의하고, 의정부에서는 조정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임금도 신하들과 함께 경연을 통해 지배 이념에 대한 학습을 토론식으로 수업하여야 했다. 성리학에 심취한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상소로 임금을 비판한다. 한편으로 피곤하고 한편으로 귀찮고 한편으로는 가당찮다. 이런 끊임없는 견제는 절대권위의 왕으로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에이 피곤하니 내쫓자, 귀양 보내자 해도 또 들어오는 관료들이 그 모양이고, 좀 심하게 몰아치니 싶으니 쓸 만한 인간들 모두 일하려 하지 않는 사보타지를 감행한다. 무엄한 것들. 나를 이해해줄 후중을 찾아 위안을 얻으려하니 대비전에서 또 말이 나온다. 무시하려 하니 이제는 쿠테타가 왕를 기다린다. 그래 어쩌면 차라리 목숨만 살려주어 시골에 가서 나의 시간을 가진들 어떠하리~! ”

조선조뿐만 아니라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론과 언로의 보장은 중요하다. 도와 의를 숭상한 선비들이 ‘실’을 숭배하지 않아 조선이 망했다고 하지만, 자기 이득만 추구하는 언론 권력들이 ‘도’와 ‘의’에 대한 배반이 존재하는 비뚤어진 현세를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 왕의 투쟁 / 함규진 / 페이퍼로드(2007)

 

◈ 철학

연 현실의 좌파는 있는가? 좌파에 대한 정의조차 모호한 이때에 ‘좌파는 휴머니스트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담은 책이다. 자본주의 모순은 극대화 하지만 아직 대안에 대한 모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현실에서는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이유가 되는 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의 본질은 개인과 전체가 서로의 발전과 행복을 돕는체제, 다른 무엇보다도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목적이 되는 체제이다. ’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 등의 철학적 에세이들로 잘 알려진 에리히 프롬이 마르크스를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마르크스의 사상이 경제주의적이고 쾌락주의적인 유물론이라는 비판과 개인의 창의성을 부정하고 인간을 획일적으로 몰고갔다는 세간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논지를 펴고 있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한마디로 저항의 철학이다. 그의 철학에는 인간의 소외, 그러니까 인간이 자신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사물로 변모하는 사태에 대한 저항이 담겨있다. 이런 저항의 정신의 밑바탕은 휴머니즘이다. 저자는 스스로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 자산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또한 휴머니스트라는 뜻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휴머니즘 관점에서 바라보는 마르크스의 사상은 인간성이 끊임없이 상실되어가고, 갈수록 생산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실의 우리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싶다.

☆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에리히프롬(최재봉 옮김) / 에코의서재(2007)

 

◈ 문학

'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레이먼드 카버는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지음/김연수 옮김/문학동네 2007년)은 전미비평가모임상과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는 등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그는 이 작품에 수록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을 두고 그 두 작품이 살아남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버의 문체는 늘 간결하고 일상적인 대화로 삶의 상처들을 무심하게 내뱉으며 소통을 구하고 있다. 특히 위의 두 작품이 보여주는 소통의 단절은 그 절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카버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스물두 살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으며 실직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런 경험들이 고스란히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든 것은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쓰기밖에 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카버가 말하는 삶이란 희망을 품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무의미하고 무심한 등장인물들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카버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런 불편함과 고통을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적확한 언어로 표현함에 있다.

1983년에 출간한 『대성당』은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서로 단절된 채 소통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거나, 직장을 잃거나 알코올에 취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 그들의 삶은 어딘지 어긋나 있는데다 삶의 방향 감각마저 상실한 상태다. 카버는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이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카버의 작품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능한 의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카버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미학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2007)

 

◈ 취미

트남은 요즘 떠오르는 여행지이다.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 최수진이 두 번이나 다녀왔다.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베트남 종단 여행을 하더니 그게 아쉬웠는지 '사파'로 다시 찾아가 머무는 여행을 했다.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베트남 그림여행』(최수진 글·그림·사진/북노마드 2007년)에 담겨 있다.

최수진의 글은 유쾌하고 물먹은 듯한 색들이 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베트남 스케치는 사진이 주는 매력도 좋지만 사진에 길들인 우리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기도 한다. 도착하자마자 내리는 비를 헤치고 버스를 타면서 시작된 그녀의 베트남 종단여행은 호치민을 시작으로 무이네, 달랏, 락 호수, 호이 안, 사파, 하롱 만을 거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 쓰듯,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 소제목을 담아 그곳의 정보를 알려준다.

무이 네에는 Desert가 아니라 Dune이 있을 뿐이며, 베트남의 카페는 우리네 '서울집', '마포상사', '최씨네'와 같은 영업소를 일컫는 일반적인 명칭이고, 달랏에 가면 그곳의 명물인 이지라이더(자유계약직 오토바이 가이드)를 타고 관광을 할 것이며, 하롱 만에서는 꼭 보트 위에서 하룻밤을 자 보길 권유한다. 그리고 그가 다시 찾은 사파, 방에 들어온 구름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모든 것을 잊고 머물게 만든 그곳에서 현지인이 되어 머물러보길 권하기도 한다. 어떤 여행 가이드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으로 채워진 최수진의 유쾌한 베트남 여행 에세이, 따뜻함이 전해온다.

☆ 베트남 그림여행, 최수진(글과 그림) / 북노마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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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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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빈첸치오 갈릴레이의 아들로서 피렌체에서 태어나 올해 70세가 된 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그리스도교 국가 내의 모든 이단적 비행을 처단하는 명망높은 추기경님들로 구성된 이 종교재판소에 죄를 지은 혐의로 불려나와, 무릎을 꿇고서 제게 주어진 성경에 손을 얹고 …… 장차 제가 비슷한 혐의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것들을 말로든 글로든 다시는 주장하거나 단언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 이상의 내용이 모두 진실임을 증거하기 위해 씌어진 단어 하나하나 모두 읽었음을 확인하고, 제 손으로 직접 서명합니다 .” <갈릴레오의 진실(동아시아 출판사) 299~301쪽>


1633년 종교재판소에서 갈릴레이가 자신의 학설을 포기하겠노라고 제출한 굴욕적인 각서이다. 2006년 12월 21일자에 경향신문의 자회사인 뉴스메이커는 이와 같이 굴욕적인 정정 보도문을 게재한다.


“본지(뉴스메이커)가 2006년 12월 12일자(703호)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김&장-론스타-외환은행 커넥션 집중해부’, ‘김&장은 론스타게이트의 숨은 몸통?’이라는 제목하에 10쪽에 걸쳐 보도한 기사 중 일부 내용은 대검찰청 수사 결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기에 다음과 같이 정정합니다. 김&장 법률사무소 관계자들의 명예에 손상을 끼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합니다.……결과적으로 본지의 제목 ‘김&장은 론스타의 숨은 몸통?’과 본지에 실린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은 주장이라는 것을 밝혀드립니다.”<책 20~21쪽>


김&장은 뉴스메이커의 보도가 나가기 직전까지 기사 게재를 무마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였으며 종국에는 10억원대의 소송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해 끝내 사과를 포함한 정정보도문을 받아낸다. 이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취재기사의 사표를 수리하였다. 기사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도하였는데 기사 제목은 떴지만 본문은 광고화면으로 대체되었다. 기사가 삭제된 것이다. 삭제된 3쪽짜리 기사를 위해 14개월 동안 거리로 내몰린 시사저널 기자들과 함께 싸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러한 언론 탄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서 경악한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김&장은 최소 다섯 가지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법률, 정치, 경제, 언론, 공공성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그것이다. 이에 비하면 김&장이 벌어들이는 재화는 얼마나 작고 초라한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경제민주화’란 경제정의와 질서에 국한되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강자의 이익’으로부터 전 사회의 시스템과 기반, 신뢰 등 소중한 가치를 구해내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네이버 뉴스에서 '뉴스메이커' 찍고 '김&장' 키워드 누르면 미리보기 화면은 착하게 잘 나온다. 그러나>


<2. '뉴스메이커'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기사가 나올 듯 하더니>


<3. 화면이 확 바뀐다. 김앤장이 10억대 소송을 내겠다고 협박해서 경향신문은 취재기자의 사표를 받고 정정 보도문과 사과문 비슷한 글을 게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해당 기사도 삭제를 해야만 했나보다. 요즘은 삼성광고 말라서 어려워진 진보매체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4. 그것도 모자라 겁을 잔뜩 먹어는지. 경향신문 인터넷 검색에서 '김&장'을 누르면 기사가 하나도 없다. 데기는 제대로 뎄나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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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01-2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이책 승주나무님 때문에 사요. (방출을 해도 모자란 판에!!) ㅠㅠ

(저, 근데 제가 인사를 드렸던 가요....? 들락거린 것은 오랜데 인사를 드렸는지가 가물가물.... 안녕하세요? 저는 네꼬라고 하는.... 악악 쑥스러워요.)

승주나무 2008-01-24 16:44   좋아요 0 | URL
네꼬 님 안녕하세요. 저도 지나다 한번 뵌 것 같은데, 인사는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지름신을 부추겼나 보네요. 어제 시사기획 쌈이란 프로그램을 다시 봤는데, 책과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김앤장을 말한다 1,2부)
리뷰 기대할게요 ㅎㅎ

웽스북스 2008-01-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승주님에게 땡스투했어요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장을 지탱하는 모든 소유권과 기타 권리들은 정치적인 기원을 가진다는 점에서 시장 역시 정치의 산물인 것이다. 경제적 권리는 정치적인 기원을 갖는다.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많은 경제적 권리들이 과거에는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런 사례들 중에는 아이디어를 소유할 권리(19세기에 지적소유권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이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는 일하지 않을 권리(많은 가난한 어린이들은 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였다)가 포함된다.
                                                                                                     - 책 270쪽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의 거리이다. 혹은 그 둘 사이의 대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프롤로그에서는 삼성과 노키아를 모델로 한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가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가상으로 정리돼 있고, 에필로그에서는 한 유망 있는 개도국의 중견기업이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이것은 모두 우리의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다. 따라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읽어도 이 책이 주려는 메시지를 알 수 있다.

그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나쁜 사마리아인과 그들에게 허구헌날 매를 맞는 개발도상국이나 약소국의 처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하는 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돈만 아는 수전노이자 약자들의 고통 같은 것은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비정한 집단이라는 식의 감정적 캐릭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 역시 시장의 구조에 지배되어 있으며 스스로 어떤 저항을 할 수조차 없는 구조적 캐릭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근한 예로 재벌기업집단의 행태를 바라보면 무한한 이윤을 위해 온갖 불법, 편법을 저지르는 처사를 주도하는 자들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즉 그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인간적인 연민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불쌍하지 않은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사람들의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행태들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하는 방식을 보면 그것은 악감정을 품은 캐릭터처럼 보인다.


1. 사악한 삼총사(IMF, WTO,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 지원을 볼모로 법제도를 신자유주의에 맞도록 바꾸도록 협박한다. 한국은 IMF 이후에 거의 모든 것을 개방했다. (58~62쪽)
2. 사마리아인들은 개도국에 세금이나 관세를 낮추라고 강요한다. 그러면서 세금을 이용해 꾸며놓은 인프라는 공짜로 향유한다. (143쪽)
3. 수백년 동안 정부의 철통같은 보호 아래 육성된 산업을 보유한 사마리아인들은 과거의 일을 까맣게 잊고 이제는 정부의 모든 보호와 육성을 포기하고 완전개방, 완전자유화를 실천하라고 강요한다. (83~85쪽을 포함한 책 내용 전반)
4. 경기 침체기에는 국가 부채를 늘려 재정을 확대하고, 자연스럽게 재정 적자를 확대하고 저이율로 자금이 원활히 융통되게 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지만, 사마리아인들은 반대로 흑자 예산, 고이자율 정책,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강화, 즉 '자폭'을 강요하여 개도국을 말려 죽이려 한다. (240~241쪽)


사마리아인들을 만난 개도국은 난감한 상황을 만나는데, 문제는 그런 일이 매번 일어난다는 점이다.

1. 개도국은 1980년, 1990년대 사마리아인들의 협박을 못 이겨 자본 시장을 개방한 뒤로부터 금융위기를 훨씬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139쪽)
2. 개도국이나 잠재성 있는 중견 기업들은 사마리아 인들과 통합되면 기술이전 등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이는 꿈도 못꿀 일일 뿐만 아니라 점령 자본에 의해 시장에서 공중분해되거나 기업의 알짜정보나 자본, 잠재적 가치에 대한 현실적 수익 등을 강탈당할 수 있다. (141~144쪽)
3. 개도국은 사마리아인에 따라 '경기장을 평평히 만들기 위해' 관세율을 '적정 비율'로 낮추었다가 쪽박을 찼다. 예컨대 WTO 협정 이후 인도의 평균 관세율은 71%에서 32%로 축소되었지만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7%에서 3%로 겨우 4% 줄었을 뿐이다.
4. 개발도상국이나 극빈국은 부정부패가 심하다. 재정이 부족하므로 징수 시스템을 개발할 수도 없고, 공무원에게 봉급을 제대로 줄 수 없기 때문에 징수나 감시 기능이 약하다. 그러면 공무원은 다른 수입처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부정부패이다. 반면 기업들은 이런 환경에 한 번 '해먹기가' 수월해진다. 다국적 자본이나 사마리아인들이 군부나 독재정권을 후원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257~259쪽)


'선진제도'의 도입도 일방적인 게임이 되기 십상이다. 저작권, 관세 자유화, 자기자본비율 등을 대체로 사마리아인들이 만들어낸 제도인데, 개발도상국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거나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마리아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게임방식'을 적용하고 싶어한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을 보았을 때 사마리아인들의 행태는 18~19세기 식민지 팽창정책에 빠져 있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연상시킨다.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정책을 쓰다가 세계대전에 빠졌다. 그것은 당연하다. 식민지는 한정돼 있는데, 제국주의자들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빅뱅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업그레이드된 빅뱅은 무엇일까?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훠씬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안적인 정책들을 허용하면, 장기적으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나쁜 사마리아인 부자 나라들이 팔 수 있는 시장이 크게 넓어진다.
                                                                                                  -  책, 333쪽
 
   

반대로 말하면 사마리아인들이 사마리아스러운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신시장이 말라붙어 세계대전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미래는 점점 좁아진다는 말이다. 이것을 사마리아인들도 모르지는 않겠지만, 장하준의 말대로 '이데올로그'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결국 감정적 캐릭터나 구조적 캐릭터라는 수사보다는 이들이 세계경제를 구성하는 경제주체이며, 특히 사마리아인들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권력세력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그들에게 대항해서 '전선'을 만들어가느냐가 이번 책이 암시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가 정치의 산물이라고 한 장하준의 말에 동의한다면 '민주주의'는 경제 시스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정도의 기능은 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만일 투표가 무언가를 바꾼다면, 그들은 그것을 진작에 없애 버렸을 것이다."

좌파인 런던 시장 켄 리빙스턴이 1987년에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사마리아인들이 원하는 것은 몹시 무력한 민주주의인데(271쪽),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그들의 뜻이 관철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대안이라기보다는 장하준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삽입했던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나도 '진규의 이야기'로 나의 뜻을 기탁할 수밖에 없다. 진규는 장하준의 여섯 살배기 아들로 107~109쪽에 걸쳐 비유의 모델로 인용하고 있는데, 진규 이야기는 책 전반에 두루 인용된다. 

우리가 진규를 진정 사랑한다면

진규는 여섯 살 난 우리들의 아이이다. 사마리아 인들은 진규가 네 살때부터 생활비를 벌 수 있으니 최소한 여섯 살에는 생업전선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해다. 그것이 진규의 성장을 위해서도 이로울 것이라고 한다.(197쪽) 하지만 우리는 진규가 더 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섯 살 진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해봤자 들고 옮기고 빼고 걷고 하는 원시적인 기술뿐이다. 이런 일의 수입은 보나마나 뻔하다. 문제는 진규가 이 일을 30년 넘게 하더라도 지금 받는 수입에서 별로 나아지는 법이 없을 것이란 점이다. (198쪽) 이웃에 사는 녹규(노키아)라는 친구는 17년 동안 인내심 있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은 덕분에 유망한 청년이 되었다. (158쪽)  특히 진규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진규의 친구 부모님들은 '지금까지 부모님이 네 학비를 대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부터는 스스로 돈을 벌어서 대학에 다니거라'라고 가르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에게도 권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진규가 많은 책을 사서 보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26~227쪽) 다만 언제까지 진규의 뒷바라지만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진규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 예컨대 진규가 장학금을 획득해 학비 보조를 줄여줄 수 있다면 그만큼의 후원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학기 결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진규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를 환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진규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진규가 세상에 보석이 되게 하기 위해서 부모는 우주 만큼의 공력을 들여야 한다. 하물며 진규와 같은 사람이 무수히 많이 살고 있는 세계를 잉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관심과 투자, 감시와 격려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 진규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마리아인 부모는 거기에 대해서 좋은 답변을 해주지 않는 것 같다.
옆동네에서는 아버지가 죄를 지었을 때 경찰에 일러바치는 것을 '정직'이라고 가르치지만, 우리 진규에게는 아버지가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특수상황 등을 감안하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논어) 그것이 바로 중용이다.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는 식의 뻔한 '수학적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세계는 너무나고 크고 복잡하고 오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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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짐이 크면 큰만큼 다시 돌아오는 기울기도 크다.

 

 


이렇게 오만한 정권-인수위는 처음 봤다
[데스크 칼럼-김당 정치부장] 정부조직 개편안, 소포 배달하듯 예비야당에 전달

김당 (dangk)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과제 1차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의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87년 헌정체제 이후 직선으로 뽑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처럼 오만하지는 않았다. 아니, 이런 오만은 군부독재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18부 4처를 13부 2처로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18개 부에서 통일·정보통신·과학기술·해양수산·여성가족부의 5개 부를 폐지하고, 4처 중 기획예산처와 국정홍보처를 각각 재정경제부와 문화관광부로 통폐합시키는 것이 골자다.

 

인수위는 이에 앞서 김형오 부위원장을 한나라당에 보내 강재섭 대표에게 정부조직 개편안을 설명하고, 당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대통합민주신당 등 주요 정당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명박식 속전속결'의 부작용

 

한나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 21∼25일 국회 행자위·법사위 처리 ▲ 28일 본회의 처리 ▲ 29일 국무회의 의결 ▲ 30일 공포의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고 한다. 건설회사 CEO 출신다운 이른바 ‘이명박식 속전속결’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좋은 정부조직 개편안이더라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이명박 당선인이 총리와 장관을 인선하고 또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과해야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그런 통과의례와 절차는 한나라당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난 98년 당시 제1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김종필씨를 국회에서 인준해 주지 않아 6개월 동안 '총리서리 체제'로 국정을 절름거리게 한 바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장상·장대환 총리 지명자와 전효숙 헌재소장, 윤성식 감사원장, 이헌재·김병준 부총리, 강동석·오장섭·주양자 장관, 홍석현 주미대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 많은 인사들을 위장전입 및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인준을 거부했거나 현직에서 낙마시켰다.

 

국민은 이처럼 한나라당이 지난 정권에서 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한나라당 정권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하려는 행태를 보면, 이들이 과연 개편안을 제때에 처리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개편안의 내용은 물론 그 형식조차도 오만과 독선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를 13부 2처로 축소하는 개편안을 발표하기 1시간 전인, 16일 오후 1시 국회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실에서 최재성 원내대변인이 인수위 행정실 이윤호 행정관으로부터 정부조직개편안을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는 각 정당에 별도의 추가설명등을 하지 않고 개편안만을 일괄 전달했다.
ⓒ 이종호
정부조직개편

 

인수위 행정실 직원이 소포 배달하듯 전달한 정부조직 개편안

 

인수위는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식 발표하기 1시간 전에야 개편안을 인수위 행정실 실무자를 보내 통합신당 원내대표실에 전달했다. 아무런 배경설명도 없이, 단지 소포 배달하듯 책자를 전달했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최재성 통합신당 원내대변인이 "이럴 거면 퀵서비스로 하는 것이 빨랐을 것"이라며 "왜 발품을 팔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가 예비 야당을 무시하는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다른 대통령 당선인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2003년 1월 2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한나라당사와 민주당사를 방문해 고건 국무총리 지명 사실을 통보하고 국회 인준에 협조를 구했다. 당시 노 당선인은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에게 "한나라당과 청문회의 정서, 분위기를 고려해서 (고건 총리 지명을) 했다"면서 "저도 색깔이 선명한데 총리까지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고 총리 인준 협조를 부탁했다.

 

이에 서 대표는 이날 오후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노 당선인을 만나보니 앞으로 대화를 통해 여야 상생정치를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의원들에게 회동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 한나라당이 이런 오만을 부리는 것은 영락없이 '올챙이 시절 모르는 개구리'의 모습이다.

 

불과 이틀 전에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대야 관계 설정 및 정국 대처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가의 미래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긴밀히 협조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야당이 4월 이후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야당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여야가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아직 여당도 제1당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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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보좌역을 맡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 들어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두언

사실 한나라당은 아직 여당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2월 25일 0시 전까지는 야당이다. 원내 다수당은 더더욱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석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4?9 총선 전까지, 아니 6월 18대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한나라당은 통합신당의 협조가 절실한 원내 제2당이다. 

 

당선인이 '협력 모델'을 얘기해 놓고 인수위는 실무자를 시켜 정부조직 개편안을 툭 던져놓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처사다. 이처럼 어제 한 말과 오늘 행동이 다르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그럴 조짐이 이명박 당선인의 이른바 실세니 측근이니 하는 사람들의 행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보좌역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1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내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을은 한나라당이 의원이 당선된 게 내가 처음일 정도로 호남 성향이 강한 곳"이라며 "4월 총선에서 센 사람(거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동영·이회창 후보 정도는 돼야지"라고 호기를 보였다.

 

이 당선인의 핵심 실세로 통하는 그는 11일에도 "DY(정동영) 나오라고 했더니 도망갔더라. 그것을 두고 우리 동네 사람들이 '오만하다'고 하는 데 그게 무슨 오만이냐"면서 "내가 강남에 나간다고 하면 그게 오만한 거지, 서대문에서 DY랑 붙겠다는데 그것보다 더 겸손한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명박 몸체와 따로 노는 '머리'(정두언)와 '입'(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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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7일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인수위원회

그뿐이 아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15일 "인수위 대변인을 맡으면서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만큼 어려운 지역에 나가 한 석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봉갑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통합신당의 재야 간판격인 김근태 의원(3선)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이 당선인의 대선후보 경선 때 캠프에 합류해 공보팀장을 맡았다.

 

그는 "이 당선인의 재가를 받은 상태가 아니며 최종 결정은 이 당선인의 뜻에 따르겠다"고 전제를 달았다곤 하나, 공천은 공천심사위에서 하는 것이지 이명박 당선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박근혜 전 대표 진영으로부터 "한나라당이 이명박 사당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당선인 보좌역과 대변인은 말 그대로 이명박의 '머리'이자 '입'이다. 이쯤 되면 이명박 당선인의 어제 말과 오늘 행동이 다를 뿐 아니라, 한 몸의 머리와 입도 당선인의 몸체와 따로 노는 셈이다.

 

대선전의 적장(敵將)인 정동영은 비록 '패장'이지만 617만표를 받은 제1당의 대통령후보다. 또 아무리 이념의 시대가 지났다고 해도 김근태는 우리나라 민주화세력의 간판이다. 이명박의 머리와 입이 그의 재가를 받은 상태가 아니라면서도 적장에게 '한판 붙자'고 하는 것은 정치 도의를 벗어난 안하무인의 결례다.

 

이 대변인은 지난해 논설위원 시절 김근태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6월 13일)에 쓴 ‘김근태의 2007년 여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를 '시대착오적' 인물로 묘사하며 이렇게 썼다.

 

"그는 20년 전 6월 민주항쟁 때 감옥에 있었다. 그때와 2007년 여름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직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어쩌면 이때부터 김근태와 맞짱을 붙으려고 칼을 갈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들이 입신과 양명의 제물로 삼을 만큼 허튼 정치인은 아니다. 그는 아직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동지들이 주민등록지 이전이라도 해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정치인이다. 이런 오만과 독선이 계속되면 나라도 거주지를 옮겨 그에게 투표할 참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한없이 겸손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래는 노무현 정부-열린우리당의 과거와 통합신당의 오늘에 다름 아니다. 민심은 늘 무섭게 변한다.


2008.01.17 09:1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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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고보자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알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