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독특한 자기세계를 현실세계에 투사하여 거기서 나오는 빛을 독자들에게 비춰주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동일한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아고라에서 한 블로거는 "물리력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보여준 거리의 상상력으로 촛불과 함께 한껏 타올랐던 분노를 눅여두는 것도 좋겠다. 더욱 높고 크게 타올라야 하므로... 작가군은 편의상 두 개로 구분했다. 촛불문화제 거리를 누비며 르포를 매체에 송고한 '현장파'와 현장은 아니지만 촛불문화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 '관전파'이다. 그들이 언급한 내용에 따라 재구성했다. - 승주나무 주


<현장파 작가들>


이문재 시인은 6월5일 72시간 릴레이 집회를 체험하고 <시사IN> 제39호에 르포를 게재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키워드로 집회를 해석하였다.


소설가 김연수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빚어지던 5월31일 현장에서 본 것을 한겨레신문 6월2일자에 게재하였다. 그날의 따뜻한 햇살과 물대포의 차가운 공포가 교착된 문체가 어지러웠지만, 5월의 햇살은 끝났다는 의미심장한 상징으로 6월의 전운을 암시했다.


신현림 시인은 5월29일 밤 종로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군중들 속에서 본 것을 6월2일자 경향신문에 게재했다. 인간적이고 살갑고 질박한 생명의 온기를 느꼈다고 기록했다.


소설가 방현석(왼쪽)과 김남일(오른쪽)은 6월 9일부터 경향신문에 <한국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에 각각 현장르포를 기고했다. 방현석은 '상상력', 김남일은 '동지'로 촛불집회를 바라봤다.


<관전파 작가들>


이문열이 돌아왔다. 진나라 멸망 이후 유방과 항우의 결전을 다룬 '초한지'(민음사) 완간에 맞춰 귀국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의 본질은 위대하나 한편으로는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말했다. 기사는 연합뉴스를 참조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예술과 이명박 정부에 주목했는데, 예술이 진보에 기여할 때라고 주장했으며, 촛불집회를 색깔론과 배후조종설 따위로 가리려는 이명박 정부와 친 이명박 인사들을 묶어 콘크리안(뇌가 콘크리트화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6월 3일 한겨레와 프레시안에 기사가 실렸다.


김지하 시인은 6월 10일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복잡다단한 현실과 속도감과 집단지성으로 무장한 네티즌에 대해서 너무 단순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인류의 민주주의 방향을 고민하는 신인류라고 찬사를 보냈다.


현장에서 종이의 뜰채로 갓 건져올린 낱말들


촛불집회의 5월과 6월은 온도 정도가 아니라 공기 자체가 다르다. 5월 31일 강경진압을 전후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와 진을 차렸고 변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에서 시민으로 주체가 바뀐 것도 그 시점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때 아닌 초여름에 야누아리우스(Januarius : 야누스 신의 달)와 조우했다. 5월의 오후에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소풍 같은 집회를 즐기는 모습에서 느껴지던 따뜻함은 살수포로 급랭하였고, 김연수는 극적인 반전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를 구출해준 것은 진압경찰에 맞서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비폭력을 유지했던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6월의 대단원을 예고하였다. 안도와 혼란이 뒤섞인 어지러운 문장 안에는 송곳같은 전운(戰雲)이 감춰져 있었다.

신현림 시인은 다른 의미의 따뜻함을 소회했다. 그것은 질박하고 살가운 생명의 내음이었다. 시인에게 생명이란 질척거리는 성질이다. 온갖 모순과 욕망이 뒤섞여 있으면서 경이롭고 위대한 성질이 빛나는 것이 인간 생명체다. 그는 "세상 끝에 서 있는 절망감과 생생히 살아있다는 존재감 사이에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행렬. 이렇게 모두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생명은 15년 전 보길도에서 서럽게 울었던 누렁소로 옮겨간다. 고깃덩어리가 아니라 생명덩어리인 소. 광우병 이후로 많은 소들이 태워졌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장작을 태우는 것과 소를 태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그러면서 마지막 사자후를 내뱉는다. "소가 미치면 사람도 미치는 거야, 나무가 죽으면 산이 죽고, 물고기가 죽으면 바다가 죽는 거야, 라고! 연기 같은 탄식을 던지면서..."

오랫동안 '생명'을 화두로 삼았던 김지하는 촛불시위의 운동방향을 '생명을 섬기는 문화혁신'으로 규정했다. 한국문화 전체가 '생명'과 '평화'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문재 시인은 이 생명이 머무를 수 있는 토대, 즉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에게 공간은 권력과 규제의 상징인 아스팔트였으며, 시간은 10대 여학생의 빼앗긴 미래로 대변된다. 법과 질서로 압축된 공적 공간이며 보행자에게 금지된 장소인 거리는 축제의 광장으로 역전된다. 기성의 경계가 완벽히 허물어지고 대신 그 자리에 사람과 사람이 몸을 맞대고 행진하는 축제의 장이 생긴 것이다. 시간은 10대 소녀가 번쩍 들어올린 피켓에 모두 담겨 있었다. "대학에 가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꿈을 이루고 싶다" 자신들의 미래가 대통령, 정치인, 기성세대에 의해 강탈당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성이다. 비단 소녀뿐이랴. 대한민국인의 미래는 불안이라는 짙은 구름에 갇혀 있고, 2단 짜리 컨테이너 장벽에 막혀 있는 상태다. 그는 촘스키를 인용할 뿐이었다. "당신이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당신은 정말 변화가 없는 현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소설가 김남일에게는 8~90년대와 2008년에 새로 만난 동지들이 서로 교차됐다. "저토록 해맑고 예쁜 여중생 동지들, 어디에서 저토록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그는 자신의 동지들을 소개한다. 학원 빼먹고 PC방 갔다가 거리로 나온 여중생 동지, '뇌'에 아직 세상이라는 '개념'이 형성조차 되지 않은 유모차 동지들과 함께 행진하는 것이 황황하기 그지없지만 낯설지는 않다. 그가 믿고 의지할, 그리고 소중한 것을 함께 지켜나갈 동지들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방현석은 촛불집회에서 두 개의 상상력이 충돌하는 것을 목격했다. 컨테이너로 대변되는 70년대의 상상력과 소통와 속도로 무장한 2008년의 상상력이다. 2008년의 상상력은 컨테이너를 넘지 못했다가 아니라 넘지 않았다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넘을 필요가 없다.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신인류의 상상력이다.


촛불의 원 밖에서 펼쳐진 올드보이의 리턴매치

그에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촛불보다 차가웠다" 불이라는 것이 뜨거움을 상징하므로 '차갑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용어반복일 수 있다. 완간 서적에 대한 홍보의 자리이기도 했고, 원체 이 문제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려 했다. 그래서 진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촛불을 양면적으로 해석했다. '위대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는 "촛불보다 차가웠다"는 말보다 묘한 풍경이 느껴진다. 포퓰리즘이 위대할 건 또 뭔가? 분노의 힘을 초농축하여 광장에 집결했으니 그 자체는 위대하지만, 그것이 습관병이 될 것이 끔찍하다는 말일까? 이런 댓글 하나 달고 가는 게 좋을 듯하다. "위대한 힘은 끔찍하게 변할 수 없다"

이외수 작가는 다혈질인가 보다. 이명박 정부에 화가 많이 났다. 심지어 "아가리가 백 개라도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무식한 것은 무식한 것"이라며 "이제 그만 닥치시라"고까지 했다. 그보다는 촛불집회에 관한 그의 인상을 스케치해두는 게 좋겠다. '진흙 속 저 연꽃 곱기도 하지'라는 시어로 인상을 대신 전했다. 스스로 양심을 간직한 맑은 연꽃이다. 국민들이 경제라는 환각에 한 동안 취해 있었지만, 이제는 양심과 도덕을 다시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이명박 정부의 저열함이 너무 심각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것을 꼭 알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지하의 칼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다음으로 교양이 없는 대통령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 씨는 대통령 시절 어느 행사에 가서 방명록에 이런 말은 남겼다. "自身感!" 사전에 없는 말이다. 아마 "自信感"을 쓰려다가 잘못 쓴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필에 수많은 오탈자를 남기기로 유명했다. 김지하가 이런 사연을 알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수적인 데다가 철학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고, 학문적으로 모자란 어중이떠중이에다가 결정적으로 당면 문제를 풀어갈 도덕성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 혹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권력이 시민들을 제압한 듯하지만, 이것은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촛불시위 참여자들은 사위에서 나타난 문화적 폭발을 통해 잠재된 문제의식을 깨달으며 매일매일 성숙해지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이명박 정부는 벌써 30년 전으로 되돌아가버렸다는 것이다. 갑자기 도스또옙스끼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몰락한 귀족 출신인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와 말단 공무원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의 문화적 간극.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바르바라에게는 애초부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마까르에게는 순정이라도 있었지.

이명박 대통령이여. 우리 벌써 100일 됐다. 헤어지면 안 되겠니~ 너무 수준차이나서 못살겠다!!


★ 작가들의 기사 출처(링크)

[시사IN 39호] 이문재, 세종로 한복판 ‘강한 민주주의’의 불씨를 보았다
[한겨레] 김연수, 물대포에 찢겨진 5월 마지막 ‘햇살’
[경향신문] 신현림, “오죽했으면 이 깊은 밤에 애 둘러업고 나왔을까”
[경향신문] [한국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1)김남일
[한국작가회의 ‘촛불 집회’ 릴레이기고](2)방현석
[연합뉴스] 이문열 "촛불집회는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
[한겨레] 이외수, “낚시 달인? 배스와 쏘가리 구분도 못해”
[프레시안] 이외수 "빌어먹을 배후설, 아직도 '콘크리안' 많아"
[서울신문] 김지하, “촛불시위는 4·19와 마찬가지”
[경향신문] 김지하 시인, 생명 섬기는 문화혁신 설득아닌 토론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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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1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단 나누기를 해주삼요. :) 요렇게 한데묶어보니 좋은데요? 이문열의 재등장은 끔찍합니다.

비로그인 2008-06-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비폭력의 아슬아슬한 우위

지금까지는 시민의식의 승리다. 촛불문화제 참여자들은 높은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는 등 높은 도덕성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5월 한달 동안 서울 지역에서 범죄 발생건수가 전년에 비해 10%나 줄었다고 한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5대 범죄 발생건수는 9104건으로 지난해 1만478건에 비해 1374건(13.1%) 감소했다. 폭력사건은 6642건에서 6415건으로, 절도는 3462건에서 2398건으로 각각 줄었다고 한다. (경향신문 6월9일자, "촛불집회 타오를수록 빛나는 시민의식…거리 ‘말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대놓고 컨테이너를 설치한 6월 10일 밤~11일 새벽에 이르기까지 7시간의 대토론을 벌였다. 컨테이너라는 폭력의 장치를 거부하고 넘어서자는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폭력의 맞서자는 주장이 충돌한 것이다. 결국 '비폭력 직접행동파'가 다수를 얻어 깃발만 컨테이너 위로 올림으로써 정부가 쳐 놓은 경계를 국민들이 넘어섰고, 또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평화적으로 집회가 마무리됐지만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광고판 낙서는 다른 차원의 문제

http://jagong.sisain.co.kr/105


6월 10일 집회를 마무리하고 자정쯤에 지하철 막차를 타고 가면서 재미있는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광고판의 카피가 기가 막히게 현재 국면과 어울리는 것을 한 시민이 발견해 그 앞에 '이명박'을 써놓았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무릎을 치면서 웃었고, 나는 그 광고판을 사진에 담아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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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사진을 보고 나서 몇몇 네티즌이 보인 반응이다. 하루를 웃음으로 마무리하자는 별 뜻이 없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여기서 향후 집회의 국면에 대한 우려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디 '참시민'은 "지하철 광고에 낙서하는건 너무 심한데..저런 행동은 다른 분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겁니다. 광고판 하나 제작하는데 얼마나 드는줄 아세요? 올바른 시민의식이 아닙니다."라고 비판했다. 촛불집회에 모인 수십만의 시민들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우월의식에 도취돼서 남의 사유재산에 대한 훼손을 쉽게 해버린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아이디 '역시 낙서는 아니지요..'는 심지어 도로에 쓴 글도 '낙서'로 규정해 잘못된 행동이라며 앞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곧이어 광고판에 이름을 직접 쓴 이로 보이는 아이디 '바보'가 광고판에 '낙서'를 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한 달간 퇴근하고 20일을 바깥에서 지내면서... 하루 4시간 도 못 자면서 투쟁을 하다보니 점점 거칠어 지데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유치장에 가서 40시간을 감금당하고, 물대포 맞고 다친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이란 경찰 간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조준해서 쏴대는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널브러지고, 옆에서 얼굴을 맞은 사람은 기절해서 쓰러지는 걸 보고, 물에 젖은 옷 때문에 덜덜 떨면서 모닥불에 옷을 말리다가, 개떼처럼 몰려드는 전의경과 경찰 특공대에 놀란 토끼마냥 도망치다가.." 

그는 웃으며 싸워보자는 의미로, 울화통을 유머로 극복해 보자는 의미로 낙서를 했다고 말했다.


피로와 실망감은 쌓이고 인내심은 바닥나고

5월31일에 벌어진 경찰과의 충돌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촛불집회의 국면이 점차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오리무중이다. 광고판의 낙서는 조그마한 행위에 불과하지만, 이번 국면과 상관이 없는 기업에 대한 폭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닭장차'에 대한 분노의 표출과는 다른 차원이다. 중고등학생들이 100만의 촛불을 키워낸 것과 같이 조그마한 사건이 국면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영상에 담기면서 보폭이 훨씬 좁아진 것을 생각할 때 이것이 시위대 측에 악수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피로와 실망감이 쌓이고 인내심이 점점 바닥이 나는 상황에서 국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중은 무관심으로 돌아서거나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 비폭력파가 언제까지나 우위를 점할 지는 알 수 없다.
2.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지금 이 시간까지도 보이고 있다.
3. 야당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내부 권력투쟁만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곧 떠밀려 등원은 하겠지만, 등원을 할 명분을 얻기가, 특히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4.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20일을 시한으로 못박고, 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으나 추상적인 차원에 불과하다. 20일 이후의 행동방침과 전략을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5. 이명박 정부의 방송사 점령 작전이 완성 단계에 다다른 듯하다. 하지만 이에 대항하는 언론사는 영향력이 극히 미미해 언론전선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을 것 같다.
6. 최장집 교수는 대통령 독단 견제할 개헌을, 김상봉 교수는 미국의 폭력에 맞서는 장기전을 이야기하지만 이와 같이 학자들의 대안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지금의 촛불국면과는 맞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월10일 인파로 가득 찬 청계광장 옆 동아일보 사옥 유리창으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분노에 찬 시민이 언제 유리창을 부술지 알 수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재협상 형식으로 국민 여론을 무마하려 한다고 할지라도 미국에 오히려 더 큰 것을 빼앗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은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격'이었다. 시사IN의 남문희 한반도전문기자는 한미간 이면 접촉에 밝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의 요구인 재협상에 응하고 그 대신 미국산 자동차와 무기 수입에서 대폭 양보하는 이면 협상이 진행돼왔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부뿐만 아니라 미국정부 또한 촛불국면을 적절히 이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버시바우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이면계약을 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명박 정부도 혹을 붙이고 올지, 또는 어떤 혹을 붙일지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명확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도 미국 정부도 100만 시민이 일어난 촛불의 분노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구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령 100만의 힘이 모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들은 '바람 앞의 촛불'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카드가 없고, 사면초가인데 20일은 자꾸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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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8-06-1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길이 어디로 향할는지 의문이 듭니다. 기쁘기도 하지만 안타깝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움직임도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주민소환제 말입니다.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편이지만 서울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덩치가 너무 큰 듯 합니다. 제 생각은 구나 군단위가 적절치 않나 싶습니다. 모든 구나 군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몇 곳을 대상으로 하면 좋지 않나 싶습니다. 민영화-교육-대운하-쇠고기 공약과 입장을 확인하고, ....사실은 끌어내리는 것보다 쇠고기 전수검사를 약속하게 하거나 정책을 받아들이고 공동협약 발표가 오히려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실로 돌아오면 병행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서울시장을 주민소환하는 것보다 작은 단위의 승리를 얻는 것이 절실하지 않나 합니다. 몇 곳만 집중할 수 있어도, 향후 움직임의 근거를 새롭게 확보하거나 최소한의 뿌리내릴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점에서 그렇기도 합니다. 뿌리를 내리는 지점이 있으면 좋을텐데...이후 국면에 있어서도...

충주시의원들이 외유와 다른 문제로 주민소환제를 시민사회단체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편의적인 발상이지만 끼워넣을 수는 없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답답함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데 님의 의견처럼 연동된 다른 불씨로 살려놓는 과정들이, 분산되어 나타나지 않으면 우려스러울 국면이 전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을 가다듬지 못하고 이렇게 겉핥기로 뱉어놓기만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L.SHIN 2008-06-1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글샘 2008-06-14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조중동과 한나라당과 정권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보이는군요. ㅎㅎㅎ
 

일본 오사카와 나라시에 갔다 왔습니다.
나라국립공원과 동대사에서 사슴과 놀기도 하고
오사카시립박물관도 놀러 갔습니다.
친지의 안내를 받으며 사람냄새 나는 곳 위주로 찾아갔는데도
음식점의 서비스가 좋고 전반적으로 깨끗해서 소비를 부추겼습니다.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려고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웬 광우병 소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밀크아이스크림에서 젖소가 머리에 꽃을 꼽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머리에 꽃을 꼽은 소를 아이스크림에 새겨서 팔 정신나간 상인은 없겠지만, 일본에서는 꽃을 꼽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꽃을 꼽는다는 것은 반쯤 나사가 풀렸다는 뜻이지만(웰컴투동막골에 나오는 이 배우(강혜정) 아시죠?^^)
일본인 동서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꽃을 달았어도 별다른 뜻이 없다고 합니다.



신문에서 광우병 소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볼까요?



일단 광우병 하면 '미쳤다'는 이미지니까 '꽃'을 머리 한쪽에 꽂고 있는 게 가장 일반적이겠지요. '미쳤다'는 뜻에 부패의 이미지를 조금 섞어서 검찰복 입히고, 경찰모 씌우면 그대로 공권력에 대한 풍자가 됩니다.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5월 8일자)




한겨레는 흑백인데 꽃리본을 더 강조했군요. 6월 2일 한겨레그림판



광우병 아이스크림 뚜껑을 열어보면 그냥 아이스크림과 별반 다를 바가 없네요.


일본은 광우병에 있어서는 참으로 부러운 나라입니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미국의 압력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스나미 케이스케 일본 프리랜서 기자에 따르면 2003년 식품안전기본법을 만들어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아시는 바와 같이 국내 소 전수 검사를 시작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1,2차 검사를 해서 BSE의 검출 정밀도를 높였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쇠고기 유통에 가장 엄중한 나라라고 평가된다고 합니다. (시사IN 39호 "정부도, 시민도 '과학적 근거'를 논합시다) 한국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만2493마리를 검사했을 뿐이고, 2007년에도 210만 마리의 총 소 중에서 검사 대상은 0.5%밖에 안 됩니다. 한우에도 동물성 사료가 적지 않게 사용되었다는 사실로 볼 때 한우 역시 광우병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도 말이죠.

일본처럼 우리도 BSE에 대한 지식을 쌓아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한국처럼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국민의 건강이 쉽게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들이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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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미친소 아이스크림! ㅋㅋㅋ

승주나무 2008-06-12 10:03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 대량 수입해와서 청와대로 선물해 줄까요 ㅋㅋ

웽스북스 2008-06-1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승주나무님, 저 아이스크림 케이스 최고에요!

승주나무 2008-06-12 10:04   좋아요 0 | URL
네~ 우리 일행도 그거 보고 큰웃음을 지었다는 ㅋ

L.SHIN 2008-06-1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럽다. 명바기 좀..일본에 갔다오면 안되겠니.ㅡ.,ㅡ^

승주나무 2008-06-12 10:04   좋아요 0 | URL
일본에 현장학습을 좀 보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ㅋ
 

안녕하세요.
어제 6.10촛불대행진에 다녀왔습니다.
엄청난 열망이 광장을 입추의 여지 없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척의 거리를 가는데 30분 넘게 걸렸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과 같은 뜻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서울에 사는 이유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전국에서 타오른 촛불 하나하나가 우리 시대를 밝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일간지에 최장집 선생이 올려놓은 글을 보았습니다.
"거리의 정치는 오늘 이 선에서 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도권 정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최 선생은 "정치를 통해 풀어야지 이 단계를 넘어서는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신문에서는 자리다툼이나 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소식뿐입니다.
최 선생의 말을 인용하지 않고서도 촛불집회는 제1막이 끝나고 제2막을 준비하는 전환기에 놓인 것으로 보입니다.
촛불이 꺼지지는 않겠지만, 계속 지금과 같은 모양과 색깔로 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총리와 장관의 전면 쇄신을 시사하고 있지만,
고위관료 몇 명 날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추진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지금 상황에서 책이 눈에 들어올리는 없지만
우리들의 현실을 깊이 있게 진단해주는 책을 서로 권해 읽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미 거리의 학교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워가고 있지만,
독자들이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언제 또 속게 될지 걱정됩니다.

참여방법은 간단합니다.
광우병, 대운하, 공공민영화, 0교시, 촛불시위, 인터넷 민주주의 등 현재 상황과 관련이 있거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책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간단히 써주시면 됩니다.
올려주신 자료는 누구나 공유가 가능하며 저는 따로 모아서 블로그나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에 정리해서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정리해보겠습니다. 물론 어느 곳에서 누가 의견을 주었는지 출처를 밝힘은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행동으로 나섰다면 이제는 차분히 현 상황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예1)
분야(키워드) : 광우병, 식탁


책제목 : 죽음의 밥상(산책자 / 피터 싱어, 짐 메이슨)

 

선정이유 :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가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과 함께 썼습니다.소뿐만 아니라 돼지, 닭을 포함해서 어류, 양식류 등이 마치 프레스처럼 공장식으로 찍어내고 있다는 점이 충격입니다. 단순히 자연적인 것이나 채식주의를 찬양하는 주장이 아니라, '식탁의 선택'에 대한 소비자 정신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가 식탁에 무심코 올려놓는 음식들이 최초로 태어나고 길러지고 도살되거나 수집되는 과정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선량한 소비자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식탁문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2)
분야(키워드) : 인터넷 민주주의

 


책 제목 : 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책세상 문고, 강원택 저)

 

 

선정이유 : 이 책은 정치적 쟁점이 집중되는 시기(선거나 국회 회기 등)가 아니라도 인터넷이 우리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며 소통하는 일상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사소통의 구실이 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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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古典)과 고전(苦轉)하기 - 그 법고창신의 비결
    from 2008-06-16 22:40 
    1. 알랭 바디우, <윤리학> 2. 칸트,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3. 리처드 로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 4.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선악을 넘어서>/<우상의 황혼> 5. 에른스트 카시러, <인간이란 무엇인가> 6.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2. 촛불이 가야할 길을 모색하다
    from 2008-06-29 14:24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켜졌던 촛불이 장맛비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되레 불씨는 곳곳에 닿았다. 촛불문화제에서 거리행진으로, 쇠고기 문제에서 언론 문제, 대운하 문제로 그리고 정권 퇴진 운동으로 불꽃이 옮겨 붙는 양상이다. 그냥 촛불이 아니라 삼단 같은 불길이다. 촛불문화제에서 들리는 시민들의 구호와 시민들의 피켓은 분노 그 자체다. "이명박 물러가라!"는 말은 점잖은 축에 속할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 답답하다. 힘이 빠진
  3. 국방부 지정 불온서적
    from 이상과 현실사이 2008-07-31 14:45 
    2008년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도서입니다. 국방부 선정 불온 서적이니 판단은 스스로 하시기 바랍니다.   -북한찬양 분야 불온서적 <북한의 미사일 전략>, <북한의 우리식 문화>, <지상에 숟가락 하나>,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4. 성지순례 왔습니다. 이 책이 이번에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그 책이군요
    from 양산박 2008-08-01 11:14 
    국방부 지정 불온서적이라. 하늘에서 권정생 님이 허탈해서 웃는 쓴 웃음소리가 귀에 들이는 듯합니다. 성지순례를 하고 싶게 만들어서 한번 해 봤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이번기회에 홍보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합니다. 이 책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5. 17년 후 / 광우병 - 지식채널e(2008.05.12)
    from 천국보다낯선 2008-08-23 13:16 
  6. 지식채널e PD 김진혁PD의 부당한 인사 논란 영상
    from 천국보다낯선 2008-08-23 13:29 
 
 
 

10대 학생들이 주도한 5월2일 첫 집회는 6월 10일 100만인의 촛불을 만들어낸 기폭제였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가르쳐준 것을 거부하고 물질주의적 욕망과 대비되는 ‘먹거리 안전’이라는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깊은 가르침을 얻습니다.
특히 이들은 정치적인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통해서 '권리'를 어른들보다 먼저 더 깊이 이해하고 시민들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역사적인 촛불집회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모둠을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여학생 몇 명이 지하철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사진기를 들자 학생들은 수줍은 듯 흩어졌습니다. 제가 학생들의 청소작업을 방해한 꼴이 되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고맙다며 생수를 한통 건넸습니다. 학생들은 생수를 나눠먹고 다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본 시민들이 하나둘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웃으면서 격려도 하고 쓰레기통은 금세 가득 찼습니다. 주위도 쓰레기 하나 없이 환해졌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니 얼마 전 시사IN에서 효자동, 청운동, 통의동 등 6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김용휘(가명)씨와 인터뷰했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경찰청장에게 쓰레기 벌금 고지서 보내겠다")
김용휘 씨는 “시민들은 분리수거도 잘 해주는데 경찰은 골목길마다 먹은 도시락을 버려두고 간다” 고 말했습니다. 특히 계급이 좀 있는 높은 분들은 좋은 밥 먹고 치우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솔선수범이라는 말이 참 무색합니다. 권력이 높은 데로 올라갈수록 무책임이 커지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책임만 무거워지는 세태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정치적 권리도 없어서 책임질 것도 없는 학생들이 나서서 권리와 책임이란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는데, 참 할말이 없이 우두커니 서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하루를 이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학생은 시민의 선생님이다."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학생들이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시키지 않은 일을 해보면 알지만 무지 쑥스럽고 머쓱한 기분이 듭니다. 단지 잘 보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거리의 큰 촛불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으로 읽혔습니다.



한 시민이 학생들에게 고맙다며 생수 한병을 건넸습니다. 저도 손에 무엇인가 있었다면 주었을 테지만, 그냥 생수 한 병에 몰래 고마운 마음을 담았습니다.



주위가 금세 깨끗해지고 환해지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무거운 쓰레기 봉투를 외소한 몸으로 들고 낑낑대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하나둘 청소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합니다. 이 거리에 쌓인 쓰레기가 우리들의 흔적이라는 것을 하나둘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광화문역 안쪽으로까지 깊이 들어갑니다. 계단 맨 앞쪽에 있는 사람은 행인이 아니라 쓰레기를 주으러 다니는 학생입니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자꾸 들어가려 하지는 않았겠죠. 쓰레기줍기 하나로 '책임'을 이야기하기에는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가 시민들을 움직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조그맣게 일으킨 촛불이 100만의 거대한 은하수 모양의 촛불행렬을 만들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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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들~ 우리의 희망입니다! 눈물까지 돌며 감격했어요.
어제 광주도 학생들이 열심히 청소했어요. 작은 것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이뻤어요!

승주나무 2008-06-12 10:02   좋아요 0 | URL
네~ 몇몇 학생만 그런 게 아니라 어딜 가든 학생들이 저렇게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답니다. ^^

무스탕 2008-06-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쁜 마음, 이쁜 손들이네요.. ㅠ.ㅠb
이 아이들이 희망이에요.
부끄러운 어른들은 더 할 말이 없네요..

승주나무 2008-06-12 10:03   좋아요 0 | URL
네~ 그 앞에서 저는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대견하기도 하구요^^

마늘빵 2008-06-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런 학생들 가서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싶어요. 나만 좋은건가? ( '')

승주나무 2008-06-12 10:03   좋아요 0 | URL
자꾸 뽀뽀할라구래~ 아프 님~
그러니까 제이드님한테 맨날 구박받는 거 아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