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예비군에게 제시되는 식단표. 10월 7일(화)에 '피망쇠고기볶음'이 써 있으나 원산지표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농수산식품부에 의하면 군 장병, 군무원, 예비군들에게는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해주어야 한다.

예비군들은 쇠고기 원산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동원예비군 훈련을 2박3일간 다녀왔다. 훈련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불쾌한 일이 있었다. 훈련 기간 3일 동안 쇠고기는 1회 제공되었으나 마지막날 석식의 '쇠고기불고기'를 포함하면 두 번이나 쇠고기 반찬이 나왔다. 식단표는 예비군 내무실과 현관에 부착돼 있었는데 원산지 표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에 가서 식단표를 확인했을 때도 역시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하지만 부대마다 원산지 표시를 하는 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 아이디 '이모씨'가 다녀온 춘천의 군부대에서는 원산지표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예비군에게 제공되는 식사는 부대의 식단과 같기 때문에 장병들에게도 동일한 식단이 제공된다면 장병들은 원산지를 알 수 있을까? 기간병들에게 물어봤더니 일주일에 쇠고기반찬이 2~3회 정도 제공된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원산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다. 한 장병은 '국내산'이라고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는데, 100% 한우는 아니고 외국산과 국내산이 반반 정도의 비율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보급되었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려오고 있지 않다.

"국방부는 살코기 급식을 장병 1인당 1일기준 국내산 15g, 수입산 20g이었으나 7월말에 수입계약이 종료돼 8월1일부터는 국내산 15g만 급식키로 하고 나머지는 꼬리곰탕으로 급식한다는 설명이다.
꼬리곰탕도 원래는 모두 호주산이었으나 국내 축산농가 보호차원에서 8월1일부터는 국내산 50%, 수입산 50%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08-06-16, 메디컬투데이, "촛불도 못드는 군인, 여름철 軍 급식 이상무?"


군대의 쇠고기 원산지표시, '군기'가 덜 들었다


아무리 군대와 사회가 다른 온도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쇠고기와 관련해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고 재협상을 한다, 쇠고기 원산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 난리가 벌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군대의 분위기는 너무 초연하다.
혹시 군대에서는 원산지 표시규정이 없는 것 아닌가 해서 찾아봤다.

정부는 다음 달 초부터 쇠고기를 재료로 조리한 모든 음식에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그 동안 100㎡ 이상 중대형 일반음식점 등에만 적용되던 원산지표시 의무를 모든 음식점들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점과 학교, 병원, 군대 등 집단 급식소를 포함해 64만 곳이 대상이다.
그 동안은 원산지 표시를 구이와 탕, 찜, 튀김, 육회 등에만 제한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국과 반찬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제부터 쇠고기를 원료로 조리한 모든 음식에는 전부 다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 2008-06-25, 노컷뉴스, "정부, 오늘 '쇠고기 고시' 강행… 정국 급랭"

이와 함께 올 7월에는 민주노동당이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군대와 학교, 병원 등 모든 급식소에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요컨대 예비군훈련장에서도 식단에는 반드시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12월부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배추김치 원산지도 표시해야 한다.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농수산식품부 소비안전팀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 감독은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지만 집행 기관은 해당 부처로 두고 있다. 예컨대 50인 미만의 어린이방급식소는 보건복지부에서, 학교 급식시설은 교육과학부에서 담당한다. 군 식당의 감독은 당연히 국방부 소관이다. 다만 국방부의 경우 식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농산물품질관리원과 공동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무부서는 국방부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담당자에게 군 식당의 쇠고기원산지표시 관리감독과 관련해서 문의전화를 했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담당관은 그런 사항에 일일이 답변해줄 수 없으며, 답변이 듣고 싶다면 '공보관실'을 통해서 서면 문의하라고 했다. 물자관리과에서 담당을 하는지나 국방부에서 군 식당을 관리감독하는지 같은 자잘한 것들도 모두 '공보관실'이나 '서면질의'를 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리고 군 식당의 쇠고기 원산지 표시의 감독 주무부서는 농수산식품부이며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을 뿐이라고 답변한 부분은 농수산식품부 담당자의 답변사항과 달랐다. 농수산식품부는 식품위생법을 집행하는 것은 농수산식품부이지만, 군 식당에까지는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식품위생법과 유사한 형태의 자체 규정을 만들어서 관리감독하도록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교육과학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자체 규정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담당자의 답변이 가관이다.

"군대가 무슨 이북도 아니고 통제 못할 게 뭐가 있나?"

이번 사안을 취재하며 국방부의 벽이 높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물자관리과 담당자가 서면으로 질의서를 보내라고 했는데, 나는 이 기사로 서면질의를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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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10-1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장, 예비군 훈련장에서 메뉴가 하나라 무조건 먹었는데. -_-
 
맥베스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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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충성과 권력의 방정식

"유모차 부대까지 수사하다니, 경찰이 과잉충성이나 하라고 정권 교체한 거 아니다." -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

과잉충성과 '공'(功)은 권력을 향한 손짓이다. 권력을 가지기 위한 몸짓임과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권력이라는 것은 실체를 정의하기 무척 어려운데, 이를 알기 위해서는 권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를 보면 된다.
왕 밑에서 떡고물만 받아먹던 사람들은 권력이 항상 남으로부터만 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권력은 빌붙은 권력이며 스스로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권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권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행위 하나 몸짓 하나, 이렇게 인터넷에 쓰는 글 하나가 권력의 참여임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권력에 대한 오해의 첫 번째 특징이다.
권력의 두 번째 오해는 권력을 도구화하려는 행위에 있다.  쉽게 말해 권력만 생기면 당장이라도 엿바꿔 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청와대 청소부까지 끗발을 세우며 뇌물을 받아챙기며, 대통령의 일가친척들이 '권력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여기서부터 권력누수현상이 생기고 레임덕이 생긴다.
권력은 피와 같아서 흐르지 않으면 종국에는 생명 자체가 멈추게 된다.
이 시대에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권력이 머무를 한뼘 땅이 없다는 거다.

 

동양에는 '한신', 서양에는 '맥베스'

주말 동안 <맥베스>(아침이슬)를 찬찬히 읽어 봤다.
맥베스에게 가장 강력하게 보이는 키워드는 '욕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욕망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맥베스의 전모가 드러난다.

"두려운가요 당신, 자신의 행동과 용기가 욕망과 같아지는 일이." - 맥베스 부인


동양에서는 '공이 지나치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교훈이 있다.
한고조 유방이 항우와 결전을 벌일 때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한신이었다.
하지만 한신은 토사구팽을 면치 못했다. 그것은 공이 지나쳐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맥베스는 서양의 '한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토사구팽당하지 않은 것만 빼면 크게 다르지 않다.

맥베스는 반란군을 진압하고 노르웨이와의 전쟁에서 눈부신 공을 세워 왕으로부터 작위를 받기에 이른다.

그대가 너무 앞서 가니 가장 빠른 보상의 날개도 그대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느리구려. 그대 가치가 덜했다면 감사와 보상 양쪽의 균형을 내가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 덩컨 왕(맥베스에게 살해당하기 전)

동양은 노회해서 공(功)이 선을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지만, 덩컨왕은 선이 넘는 것을 자신의 덕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버린 것이 화근이다. 덩컨 왕, 당신은 정녕 듣지 못했는가? 욕망이 권력을 깨우는 소리를...


욕망과 권력에 관한 셰익스피어의 질문

권력은 욕망을 조작하고, 욕망은 행동을 조작한다. 권력이 얼마나 인간을 가지고 노는지는 맥베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맥베스는 덩컨 왕을 죽이고 나서, 뱅쿼 장군을 죽였다. 뱅쿼는 신실한 사람으로 덩컨 왕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 인물이다. 맥베스의 강력하고 두려운 적이다. 벌써 두 사람의 목숨을 끊었지만, 권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갑시다, 잠을 자야지. 이 이상한 자기기만은 초짜의 두려움이니 가혹한 훈련을 해야지. 우린 아직 범죄의 나이가 어린 상태요. - 맥베스

맥더프의 아내와 아들도 살해된다. 맥베스의 권력에 위해가 되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셰익스피어가 권력의 본질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햄릿에서는 동생이 형을 살해하고, 리어 왕에서는 리어왕의 딸들이 모든 권력을 리어왕으로부터 회수하고 천둥번개 치는 광야로 리어 왕을 내쫓아 버린다. 맥베스는 왕의 친애하는 장군의 몸으로 직접 손에 피를 묻혀 왕위를 찬탈했다. 왕위와 권력을 빼앗은 자들의 행위를 탓하기 전에 극소수에게 밀집된 권력의 웅덩이에 자꾸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권력과 욕망의 합성어를 '권력욕'이라고 하는데, 타인과의 필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권력욕은 어린아이의 자잘한 수준에서부터 왕위를 찬탈하는 장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권력에 참여하기보다 권력을 소유하려 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데 있다. 한번 일어난 권력은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자잘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욕망'을 상대하기도 버거울 뿐만 아니라, '권력'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는 인간이 오죽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권력을 개인에게 주어 완전한 모습이 되게 하지 마라. 최대한 잘게 잘라서 권력이 전횡을 부리지 못하고, 나약한 인간을 더 이상 흔들지 못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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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10-07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전집을 사려고 하고 있어요..ㅋㅋ 서점에서 보니 판형은 작더군요.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5
남경완 지음, 정성화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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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10월 9일은 한글 창제 562돌 되는 날입니다.
자존심이 있는 민족일수록 자신들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애써 가꾼 우리말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가 하면

영어몰입교육이나 조기유학이다 하며 마음 속에서 언어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어에는 식물, 동물, 사람, 자연의 삶 일체가 담겨 있어서
편의에 따라 바꾸기 어려운 삶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기존의 언어에 다른 언어를 얹어놓는 것은 좋지만,
한글이 없는 빈그릇 상태에서 다른 언어로 가득 채워버리면 한글은 당연히 없어질 수밖에 없지요.
영어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영어 역시 영어를 기본언어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세대에서 세대를 거듭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언어 자체만을 빌려다가 우리에게 수혈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한글을 만든 이유는 당시 대중적인 언어가 없어서 사기피해나 형벌을 억울하게 당하던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약자들을 배려한 언어가 한글이었죠.
경고문을 볼 수 없으니 까막눈 백성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백성이 글을 모르고 법을 모르는데, 법률을 엄하게 적용하는 것을 가리켜 '망민'(網民)이라고 하는데
이는 백성들을 그물질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말하는 영어몰입교육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그물로 가두는 망민이 되지 않을까 두렵네요.

한글이 유치해서 쓰기 어렵다구요?
그것은 한글의 제작원리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한글은 한국인의 발음기관에 맞게 만든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기호입니다.
혀가 입 안에서 구부러지는 모습을 본떠 ㄱ과 ㄴ을 만들었고, ㅁ은 입 모양, ㅅ은 이 모양, ㅇ은 목구멍 모양이죠.
모음도 역시 하늘을 뜻하는 'ㆍ'와 평평한 땅을 뜻하는 'ㅡ', 똑바로 선 사람을 뜻하는 'ㅣ' 세 글자로 이루어졌는데, 하늘, 땅, 사람이 우주의 근본 바탕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지요.

하지만 이것도 옛날 이야기일 뿐일까요.
사람들이 한글에 대해서 도무지 관심을 갖지 않으니,
한글도 다른 제3세계의 언어의 운명처럼 사라질 날이 얼마 안 남은 걸까요.
한글뿐만 아니라 최근 200년 동안 반 이상의 언어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한글날만 되면 미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드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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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것을 이렇게 괄시하다간 낭패나지요~
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아라도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제대로 하자고요.^^

승주나무 2008-10-06 16:1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야겠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특히 유명한 정치인 중에서는 ㅎㅎ

바람돌이 2008-10-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 영어 수학은 좀 되지만 정말 국어가 안돼요. 어휘력도 떨어지고, 내용파악능력도 얼마나 떨어지는지 몰라요. 그러니 사교육으로 해결이 안되는 다른 과목들은 다 힘들어지는거지요. 단지 학습능력뿐만이 아니라 국어능력이 사고력의 깊이를 키워주는 것인데 말입니다. ^^

승주나무 2008-10-06 16:10   좋아요 0 | URL
영어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면 국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참 답답하네요

몽당연필 2008-10-06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이 학교가 영어몰입시범학교라 그런지...
선생님이나 엄마나 영어에 사활을 걸었더군요.
교육방송 듣고 기록장을 적어라...고 하는데,
텔레비젼 치우고 컴퓨터도 금지인 저희집인지라 큰아이는 숙제도 못해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승주나무 2008-10-06 16:11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성과를 내야 하니 더욱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네요.
답답하시겠습니다...
 
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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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이 꺼내놓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한국사회를 강타한 문제작 <88만원 세대>(레디앙)를 내주겠다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해 원고를 안고 '출판사 삼고초려'를 했던 우석훈이 자신의 경제대안시리즈(4부작) 최종 작품에서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꺼내놨다. 천하삼분지계란 후한 말기에 군사 제갈량이 유비에게 설파한 비책이다. 적벽대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유비가 형주. 익주를 얻으므로서 조조의 위국(魏國), 손권의 오국(吳國) , 유비의 촉국(蜀國) 으로 천하가 삼분되어 수십년간 천하는 정족지세(鼎足之勢 : 다리가 세개 달린 화로에 빗대어, 삼국이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는 형세를 말함)의 형세를 유지하게 된다. 비록 정사(正史)에서는 조조의 위국과 손권의 오국이 사실상 이파전을 벌였고 유비의 촉나라의 존재감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은 있지만, 유비의 촉나라가 의미 있는 균형감을 제공해준 것은 주지하는 바다.
우석훈에 따르면 제1부문은 시장주의를 따라 작동하는 시스템, 우리의 경우는 재벌/대기업 부문을 말한다. 제1부문의 기업들이 독점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시장의 폐해가 나타났고, 193년 대공황 이후 재정/금융정책 또는 제도로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도래하자 이 문제를 정부 또는 국가라는 '공공 부문'으로 통제하는 흐름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국가개입이나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일련의 흐름을 제2부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전두환 등이 재벌을 휘어잡고 경제정책을 통제하며 '국가독점주의'를 유지하던 시절이 제1부문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개입은 선진국들이 쏠쏠한 재미를 본 정책이며 개발도상국들도 국가개입으로 인해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한국의 경제적 성공은 제3세계 국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으나 대체로 '독재'를 통한 경제성장을 하고자 하는 국가들에서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사항이다.
최근 외국의 사례를 보면 리먼브라더스 등 미국의 대규모 투자기업이 정부의 통제 없이 파생상품을 남용하면서 한창 대박을 터뜨리던 시기는 제1부문이 강성했던 시점이며, 부동산 위기에 이어 파생상품의 위기가 폭발해서 대규모 구제금융 처방으로 국유화되는 최근의 과정은 제2부문의 활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개의 부문은 경제시스템의 주된 주체이지만, 우석훈은 두 축만으로는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결국 신자유주의의 폐해(비정규직의 대규모화, 금융사태 등)와 개발독재의 전횡(경제규모의 수 배에 달하는 부동산 과잉성장(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는 GDP의 3.6배,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과 제3세계의 독재 등)을 빈번하게 노출시키며 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3부문이라는 조정자가 필요한데, 이는 '가공'의 기구가 아니라 3~4만 달러 이상의 국민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논증하며 실제 사례를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왜 제3부문이 필요한가 - 스위스 성공사례 분석

우석훈을 몇 번 만나고 인터뷰를 해본 바에 의하면 그는 매우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사회적 모순을 가장 먼저 체감하며, 위험한 경제정책이 가져올 폐해의 쓴맛을 가장 먼저 본다. <괴물의 탄생>(개마고원)에서 그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신분열증적 국민경제'라고 평가하며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몇 달을 보냈는데, 아마 저의 이런 심정을 공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고 썼다. (256쪽)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가지고 인터뷰할 때 그는 "전쟁이 일어나면 내가 가장 먼저 희생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쟁이 과연 멀리 있지 않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래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 등을 맡으며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에서 지냈는데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적합한 경제모델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중앙형 시스템이 가장 두드러지는 나라인데, 좌파들이 국가기구를 장악하면서 중앙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갖게 된 나라가 되었다. 수도가 비대해진 점이 대표적 증거다. 우석훈은 프랑스가 우리나라에게는 대안적 모델 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스웨덴의 '대타협 모델' 혹은 '사민주의 모델' 역시 한국에서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부수립 당시부터 극우 혹은 우파가 정권을 장악해 장기간 국민들을 세뇌한 상황에서 사민주의 모델이 무슨 수로 정권을 장악하겠는가. 김대중과 노무현이 우파 정권에 대해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않았느냐고?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카리스마나 화려한 투쟁경력이 기업카르텔의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혹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야당에서 정부 쪽으로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또는 이른바 좌파라는 사람들이 정권창출의 깃발을 손에 잡는 순간 갖가지 위협, 특히 그 중에서도 어떤 정부건 하룻밤 사이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악질적인 위협, 즉 '자본이탈'이라는 위협의 볼모가 된다. 브라질의 룰라와 남아공의 만델라가 그러하다. (<9월이여,오라>(녹색평론) 168쪽)
그러면 우파들이 숭앙해 마지않는 '미국식 모델'은 어떤가? 우석훈은 미국식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처럼 전형적인 중남미형으로 급속히 양극화되기 쉽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미국식 모델의 주된 구호는 '대기업의 고성장을 이룬 후 국민들에게 분배한다'는 것이지만, 언제 한번 고른 분배가 이루어진 적이 있을까? 재벌들은 항상 배고플 뿐이다. 기업의 수익이 극대화되도 직원들의 연봉은 올라가지 않는다.
우석훈이 주목하는 것은 '스위스 모델'이다. 스위스는 이렇다 할 지하자원이 없고 겨울도 6개월이나 되고 유럽에서 가난하기로 유명한 나라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게다가 세 지역의 언어가 달라 지역분쟁이 적지 않으며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마저 비슷하다. 1971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었을 정도니 말 다한 셈 아닌가.(우리나라는 1948년, <대한민국 선거이야기>(역사비평사))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독일이나 프랑스의 위성경제 정도로 간주되던 스위스가 잘 살게 된 것은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스위스의 잠재력은 노동에 대한 전혀 다른 가치관 위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며, 생태나 환경의 문제가 국민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체제가 정착된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나 충전이 필요한 직장인의 경우 봉급을 낮추는 대신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는 시스템이 현실화된 것이다. 일주일에 5일 동안 이들은 식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독서하고 사색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
대학등록금은 연간 50만원밖에 안 하는데, 그것도 갑자기 올랐다며 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나섰다. 대학진학률 역시 18~20% 정도밖에 안 된다. '학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스위스의 경제 특징들이 일견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목을 조르는 내부 모순들(비정규직, 등록금 1,000만원, 일중독증 등)에 대한 완충장치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가를 보면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분산형 구조이며 지역공동체 혹은 지자체의 힘으로 만들어낸 제3부문이 경제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복지국가의 모델이 아니라 직접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치의 힘으로 제3부문을 일궈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우석훈은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파시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좌와 극우의 격한 대립을 경험했던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환멸과 정치에 대한 반감을 악용한 지도자가 포퓰리즘을 이용해 파시즘을 실현하고 내부모순을 상대국에 대한 적대감(이를테면 일본)을 극대화시켜 전쟁상황을 만들 수도 있고, 전쟁상황 속에서 평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몰살시키는 일이 상상 속에서만 머무르리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이미 우리나라에 한번씩 있었던 일이다. 우석훈이 말하는 공포의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사진은 1976년 태국 정치파동 당시. 극우 단체가 국경 수비대의 지원에 힘입어 방콕의 타사마트 대학을 점령하고 좌파 여학생을 목매달아 죽이고도 모자라 사체를 의자로 내리찍고 있다. 사진을 찍은 닐 울비치는 이 작품으로 197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전쟁과 파시즘 얼마나 가까이 왔나 - 괴물과의 혈투

우석훈은 기회가 날 때마다 '전쟁'과 '파시즘'의 발생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는 나치의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은 경제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로, 인접국 프랑스는 독일이 침공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경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석훈은 '파시즘'의 징후를 분석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는 현재를 '파시즘 전 상황'으로 규정했다. 파시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대중들이 지도자를 거부하기 어려운 하나 이상의 미덕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명박에게는 반감만을 갖기 때문에 그가 파시즘의 주인공이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즉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포퓰리즘 단계가 극우파와 결합되면 일반적으로 파시즘이 발동할 조건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정도가 파시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물 정치'와 '지역 정치' 같은 후진적 정치 성향이 대중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파시즘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명박에게 환멸을 느낀 대중들을 황홀하게 홀릴 수 있는 지도자가 갑자기 나타나 '시스템'이 아니라 '카리스마'로만 권력을 이어나가려고 한다면 파시즘적 상황이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우리가 목도한 '허경영 신드롬'은 우리가 파시즘 위험도에 노출돼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석훈은 한국에서 파시즘이 일어난다면 '건설자본+성장주의'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우파나 좌파 모두에게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우파는 시장 절대주의자들이고, 좌파는 공공성 절대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극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우석훈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현상들을 보면 건설자본/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과  극단적인 중앙형 시스템(경기/서울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 토호형 경제를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완충장치가 없다는 것이 괴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승자독식사회이자 패자멸망사회인 한국에서는 게임을 할수록 선수가 줄어들어 나중에는 단 한 명의 게이머만 남는 극단적인 '배틀로얄' 시스템이다. 패자는 일단 게임에서 지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다음 경기는 승자들로만 이루어지며 이런 구조가 반복된다.


▲ 약자들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자 수는 2000년 6437명에서 2007년 1만2174명으로 연평균 13%씩 늘었다. (도표 : 경향신문)

우리나라는 현재 약자들이 죽어가는 단계가 매우 발전(?)돼 있다. 우석훈은 '개미지옥'이라고 불렀는데,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다는 점에서 이 비유는 무시무시할 만큼 적절하다고 하겠다. 일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비정규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미 1,000만에 육박했다. 이쯤 되면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 역시 '영혼'을 팔지 않을 수 없다. 직장만 준다면 몸도 마음도 영혼도 다 내다 버릴  수 있다는 정서가 매우 강력한 것이 한국사회다. 반대로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너 말고도 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운동장 한 바퀴야'라며 직원을 기계 다루듯 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무시무시한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 '지하경제'라고도 부른다)가 도사리고 있는데 '다단계'와 '사채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는 2005년 집계 당시 160조 안팎으로 GDP의 20%로 추정됐는데 지금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의 뉴스에 의하면 사채이자는 3,00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만약 제3부문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약자들은 지하경제의 먹잇감이 되거나 파시즘 전체주의가 되어 내부모순을 '전쟁'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해소하려 할지도 모른다.


실패에 대한 경쟁력과 완충장치(안전장치)


물론 우석훈은 우리나라에서 제3부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모델도 몇 가지 제시해 놓았다. 그 부분은 책의 내용을 참조하는 게 좋겠다. (이미 많은 내용을 발설해 버려서) 여기서는 마지막으로 우석훈이 시원하게 제시해놓지 않은 제3부문의 '실패에 대한 경쟁력'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 우석훈은 제3부문이 추구하는 지상가치는 '공공선'이라고 규정하였다. (258쪽) 공공선이란 쉽게 말해서 사라들이 아끼고 사랑해서 없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게 만드는 가치를 말한다. 예컨대 org라는 공공기관의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제아무리 이해관계자들이 집단적으로 '삭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1시간도 되지 않아 복구된다. 그것은 위키피디아의 키워드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애정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말미에서 우석훈은 "평화의 맛을 한번 본 사람은 이를 잊을 수가 없다"고 썼는데, '평화'라는 말을 제3부문으로 고쳐 써도 틀리지 않다.
제1부문과 제2부문은 모두 '절대강자'를 주요한 역할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삼국지를 보면 장수의 목이 날라가면 군대는 와해되고 전멸되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제1부문과 제2부문 역시 절대강자가 사라지면 모든 부문의 구성원들이 위태롭게 된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3부문의 경우 직접민주주의와 풀뿌리 자치주의에 기반한 공동체들의 연대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 효과와 실패 경쟁력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의 저자 클레이 서키에게 들을 수 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오픈 소스(제3부문의 약자공동체와 비교할 수 있다)와 상용 소프트웨어 업계(대기업과 국가 중심의 제1부문, 제2부문과 비교할 수 있다)가 실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며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증명하였다.
클레이 서키에 의하면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실패하고 그나마 성공작들도 대부분 평범한 수준이지만, 오픈소스는 상용 소프트웨어보다 많은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위력적인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위협적인 경쟁자이다. 즉 오픈소스의 실패는 공유가 되고 집단학습이 이루어지지만 상용소프트웨어의 실패란 곧 '시장 퇴출'을 의미하므로 상당히 많은 경쟁자들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3부문(오픈소스)의 개방적인 사회 시스템 전반은 동등계층의 생산에 의존하므로 어느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실험적이면서도 비용은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 자체가 실패로 인한 비용을 낮춰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과 인식의 증진이 생겼다면 '저작권'이나 '특허'를 걸어서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 때문에 이런 자산은 금방 불어날 수 있다.
이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약자들을 위한 '완충장치'가 생기는 셈이며, 우석훈이 말한 '개미지옥'은 '그물 보호대'로 바뀌므로 빠지더라도 곧 나올 수 있고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곳에 함정이 있다고 알려줄 수도 있다.
봉준호가 한강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듯이, 우석훈은 우리 사회 전체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괴물을 어떻게 가두는지에 대한 매우 유력한 해법도 제시했다. 저자의 진단에 대해서 한국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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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강만수 장관 ‘금융 혼란’ 자초




▲ 경향신문은 10월2일자 1면에 강만수 장관에 대한 비판기사를 실었다. 금융위기에 대해서 대증적인 요법으로만 대처하는 데다가 세제와 부동산 정책, 실물경제 정책 모두 헛발질만 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경향신문 1면에 또 강만수 기사가 났다.
금융불안에 대해서 달러를 퍼붓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최근에 발표한 실질경쟁률 목표치는 마치 '받아쓰기'하듯 지수를 정해놓고 발표했다.
정부는 실질 경제 성장률을 올해 4.7%, 2009년 4.8~5.2%, 2010년 5.2~5.6%, 2011년 5.8~6.2%, 2012년에는 6.6~7.0%가 된다고 하는데, 과도하게 7%로 맞춘 듯한 느낌이다.


부동산 정책에 가서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 토론회에서 "그린벨트는 어떤 나라에도 없는 제도"라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그린벨트는'후손이 걱정해야 할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른바 '후손 발언'까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우석훈은 경제도 좀 알고 행정도 하면서 대운하도 찬성하는 데다가 747까지 확신하는 인재는 강만수밖에 없다며 강만수 건재의 이유를 꼬집었다. 우파는 좌파에 비해서 인재풀이 넓지만, 똑똑하면서 대운하까지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고 한다. 그렇다고 강만수가 똑똑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끈질기다고 해야겠다.  

우석훈은 최근 <괴물의 탄생>(개마고원)을 끝으로 경제대안시리즈를 완결했는데, 거기에는 이른바 '3부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국가와 기업이라는 2부문만으로는 성공적인 경제부문을 만들 수 없다는 거다.


스위스의 경우는 소상인연합, 덴마크와 영국은 소규모 자영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운동단체, 프랑스는 소규모 가족형 기업들, 북이탈리아는 클러스터라는 조합이 제3부문의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딱히 생각나는 게 노동조합밖에 없지만, 이미 이익단체가 돼 버렸기 때문에 공공성과 분배를 위한 3부문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로서 경제대안시리즈는 완결되었고, 나도 우석훈의 4권을 다 읽었으니 우석훈 경제대안시리즈 결산 같은 것을 하나 쓸 만도 하다.





▲ 세계사와 경제학사, 경제학의 인물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일괄하며 '제3부문'이라는 대안으로 넘어가다 보면 저자 말처럼 정말로 대학에서 교양강좌를 하나 듣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찬찬히 한국과 세계의 경제 상황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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