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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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에서 '고전'을 펼쳐야 하는 이유

셰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한국경제의 위기조짐을 두고 혹자는 제2의 IMF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번 위기는 단지 규모만의 위기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물신주의에 묻혀 있던 인간의 가치와 삶의 방식 등 근본적인 반성을 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에 맞춰 CEO들의 인문학강좌 열풍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몰린 증권회사의 한 간부는 "월가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도 곧 닥치겠지만 10년 전 외환위기때와는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수강신청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시사IN 58호)
하지만 '근본적인 반성'이라는 것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우리들은 자신의 앞가림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맘 편히 앉아서 사유하기가 쉽지 않다. 깊이 사유하고 반성하기 위해서는 선각자의 가르침이나 고전의 진수에 의지해야 한다. 우리는 사색적 생활이라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던 민족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사유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고전 읽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고전을 읽어야 할지에서부터 생각이 막히지만, 나는 셰익스피어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불안정하고 허무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운명과 감정을 낱낱이 드러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굳건한 지위는 협잡군은 얕은 속임수 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복수의 감정은 또다른 비극을 불러온다. 진정어린 사랑과 곧은 충성심도 머뭇거림과 편견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셰익스피어의 불행한 인물들은 우리들의 삶을 지나칠 정도로 명명백백히 고발한다. 불편할 정도로.


▲ 햄릿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미쳐버린 오필리아가 물속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것은 4막 7장에 나오는 장면이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 


배신, 맹목적 복수심, 광기의 이름은 '햄릿'

삼촌(클로디어스 왕)의 존속 시해로 허무하게 아버지를 잃게 된 햄릿은 아버지 유령에 의해 사건의 전모를 알아차리고 살인사건과 동일한 설정의 연극 초연에서 삼촌 왕이 당황하는 것을 보고 실상을 모조리 알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배신과 분노는 삼촌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맙소사, 하느님은 최상의 코미디 작가지! 사람이 유쾌하지 않을 수가 있나? 봐, 내 어머니가 얼마나 명랑해 보이는지, 아버지가 죽은 지 두 시간도 안 돼서 말야.
- <햄릿>(아침이슬), 100쪽

동양적으로 표현하자면 '남편에 대한 탈상이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네 영혼이 네 어머니께 어떤 벌도 획책하지 말 것. 그녀는 하늘에 맡길 것"(햄릿, 45쪽)라는 아버지 유령의 충고 때문가 햄릿으로 하여금 불 같은 증오를 표현하는 것을 막아세웠다. 햄릿이 왕비의 내실에 숨어 염탐하던 클로디어스의 충복이자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죽인 사건이 있고부터 국면은 급격히 악화되고 운명의 잔인한 장난이 시작된다.

맹목적 복수심에 사로잡힌 햄릿을 열렬히 사랑했던 오필리아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처를 입게 되고 사랑과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자살하고 만다. 이로 인해 오필리아의 오빠이자 폴로니어스의 아들인 레어트스의 복수심은 극에 달하고 클로디어스 왕은 이를 이용해 햄릿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햄릿>에서 가장 슬픈 대목은 햄릿의 맹목적인 복수심이 불러낸 또다른 살인과 복수, 사랑의 좌절이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레어트스와 햄릿, 클로디어스 왕, 거트루드 왕비가 모두 죽고 나서야 종국에 다다른다. 이 모두 삼촌인 클로디어스 왕이 불러낸 비극이지만, 사실 아버지 왕의 죽음은 이들의 가혹한 운명에 비하면 사소하기까지 하다.



▲ 햄릿의 맹목적 복수심은 또다른 불행한 복수심을 낳았다. 아버지 왕을 잃은 햄릿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은 레어트스가 결투하는 장면.


맹목적 신념, 절망 앞에 사라지는 삶의 가치

<햄릿>의 상황은 우리네 인생사에서 똑같이 재현될 수는 없겠지만, 그 이치만은 고스란히 다가온다. 경제성장이라는 맹목적 목표에 사로잡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삶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사소한 희생량'으로 치부해버렸던 근래의 모습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맹목적 공격은 옳은 주장도 쉽게 묵살해 버린다. 미군정, 독재 시절에 이미 사라졌어야 할 색깔론은 2008년 대한민국에서 더욱 찬란한 색깔옷으로 갈아입고 '좌파척결'이라는 치맛자락을 휘두른다.
당당한 사회의 일원인 시민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패배감에 젖어 있고, 삶을 포기한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사례는 너무 흔해서 뉴스에도 소개되지 않는다. 

<햄릿>이 절박한 우리 삶의 단면에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은 좌절과 불행에 대한 카타르시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햄릿>에서 보이는 불행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아버지 왕의 불행을 첫 번째 불행이라고 한다면, 복수에 사로잡힌 햄릿이 불러낸 불행은 두 번째 불행이다. 첫 번째 불행은 피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불행은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이 <햄릿> 비극의 핵심이다. 어려운 경제상황,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 날마다 나를 괴롭히는 좌절과 공포는 피하기 어려운 불행일 수도 있지만, 이후에 만나게 되는 자살과 패배감 등의 불행은 피할 수 있는 불행이다. 누구나 불우한 순간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다음의 불행을 자초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본인의 몫으로 남는다.


▲ 이번에 새로 번역된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작품 5편은 번역자가 오랫동안 숙원했던 작업으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집필의도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온전히 드러내 보인 것 같다. 실제로 번역 문장 한줄 한줄에 번역자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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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10-2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인문학 강좌... 가격 보셨나염? 1200만원... 헐~~~~~~
요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읽고있는데, 데이비드덴비란 영화비평가가 콜럼비아 대학에 가서 청강하는 이야깁니다. 무료 청강과 1200 만원의 간극이란...

승주나무 2008-10-30 11: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비싼 거였군요.
하기야 그런 분들은 1억원이라도 내셔야 프로그램도 좋아지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겠죠.. 모처럼 의미 있는 데 돈 쓰는 기분 아닙니까^^

드팀전 2008-10-2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사in> 기사를 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해악은 돈을 벌기 위해서 철학을 하는 자들이다.' 라는 말이 있더군요.CEO들이 그렇게 되질 않길 나이브하게 기대해봅니다. <햄릿>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는 정신분석학적 비평들이 흥미롭더군요. 오랫동안 무대 위에서 연출되고 또는 텍스트로 해석되었으니까 이런 다양함이 <햄릿>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승주나무 2008-10-30 11:4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햄릿을 그냥 콤플렉스 수준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원전을 살펴보니 햄릿의 인간상에는 분석할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많았습니다.

햄릿의 직관과 고뇌에 대해서만 살펴보려고 해도~~ 어휴~~
이번에 운 좋게 뮤지컬 햄릿에 당첨됐는데.. 후기를 곧 올릴게요^^
 
야, 생선이다! 작은 곰자리 6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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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아무래도 결혼을 해서 그런지, 어린이책이 많이 땡긴다. 책읽는곰은 어린이책 출판사 중에서도 나랑 감수성이 잘 맞는 것 같다. 마음속의 어린애가 아직 떠나지 않아서 책곰이 오는 날이면 마음속의 어린애를 불러서 재밌게 놀곤 한다.



어릴적 바닷가 소년이었던 까닭에
아빠는 집에 올 때마다 목욕탕으로 들어가셔서 생선을 손봤고,

엄마는 해산물을 손봤다.

작은누나와 나는 생선에 소금을 치는 일을 도왔고,

아빠는 완숙한 솜씨로 내장을 골라내고 삽시간에 깨끗하게 헹궜다.

 

나도 생선을 만져봤지만,

우럭 같은 생선은 가시가 많은 데다 성질도 고약해서 파다닥거리는 통에

가시에 찔린 적도 많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한손으로 꾹 누르니 땅꾼 만난 뱀처럼 꽁지를 빼는 거다.






 

책읽는곰의 <야, 생선이다>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시장에서 사온 큼지막한 생선을 보고 재밌어 하는 모습을 그렸다.

어린이마다 말풍선에 생선을 본 느낌들이 담겨 있는데 천차만별이다.

무서워서 뒷걸음질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용감하게 생선대가리에 올라타는 아이도 있고,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여러 가지 반응들이 마치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느낌을 준다.

 



 

생선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버릴 데가 없는데,

아이들에게도 생선은 버릴 구석이 하나도 없다.

큼지막한 생선이 파닥거리면 파닥거리는 대로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고,

다 먹고 뼈만 남은 생선을 가지고 또 한참을 놀 수 있다.

무서워서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생선뼈를 흔들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활기차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보면

생선은 아이들과 잘 맞는 것 같다.

바닷가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고,

파닥거리는 역동성이 무섭기도 하면서 또 재밌다.

한 접시 생선요리는 맛이 끝내주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해먹을 수 있으니까 맛난 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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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03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그림도 재밌고 아이들이 좋아하겠는데요.
물론 애어른이 저같은 사람도요.^^
 

공황공포에 시달리는 금융시장




한국의 주식시장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사실상 주식시장이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달 9월 1681억원으로 8월의 5212억원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초이후 외국인들이 거래소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29조3천억원에 달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2조7천억원을 순매도해 총 32조1천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9월까지의 주간 환율과 10월의 일간 환율을 비교해보면 10월이 얼마나 폭등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대체로 10월은 폭등세인데, 주식을 대량매도한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달러송금을 하면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했기 때문이다.

자본이 자유롭게 들어온다는 것은 자유롭게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금융시장 자유화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경고다. 그에 따르면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변동 환율제 아래에서 대규모 자본이 급작스럽게 유입되면 해당 국가의 통화에 대해 절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국내 통화의 대폭 절상은 (국내 소비재에 비해 가격이 낮아져) 수입을 증가시키고 (다른 나라의 소비재에 비해 가격이 상승해) 수출을 감소시키므로 국제수지 악화라는 문제를 초래한다. 또 해외 자본의 유입은 국내 정책 결정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강화시킬 수 있다. 극리고 국내 자원에 대한 외국인의 통제와 소유권 역시 도에 넘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 151쪽)
여기까지가 IMF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시장 상황이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되는가? "급작스런 대규모 자본 유출은 국내 통화를 절하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본 이탈은 종종 추가적인 자본 이탈과 통화 가치 하락, 부채 상환 압력, 그리고 주식 가치 하락을 불러 온다. 이는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이 앞 다퉈 보유 자산을 팔아 예상되는 통화 가치 하락에서 발생하는 자본 손실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본 이탈은 이런 방식으로 기존 거시 경제의 취약성과 금융 불안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킨다. 이런 사오항은 금융 위기 때 최고조에 달해 경제 실적과 생활수준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때때로 외국인이 국내 정책 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게 만든다. 끝으로 시장을 통한 자본의 국제적 배분 역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며, 장기적 발전의 측면에서 비생산적인 방식으로이루어지는데, 그 폐해 정도는 정부가 자본 배분을 주도하는 경우보다 심각하다."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 151쪽)

말 그대로 금융시장 자유화는 상황이 좋든 나쁘든 최악이든 외국 자본의 권한만 비정상적으로 늘려줄 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피해갈 수 없다. 외국 자본이 많이 유입되면 사사건건 정책에 대해서 시비를 걸고, 외국 자본이 유출되면 정책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자유의 비용'은 비효율, 낭비, 비생산적 그 자체다. 금융 선진국들이 초유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바라보는 공통점은 '통제'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자유'에 기대고 있다. 금산분리, 종부세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인 한물간 정책을 펴면서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지만, 후진국 다운 발상이다. 강만수 장관은 1997년 IMF 위기 직전에도 '펀더멘털' 이야기를 하더니, 올해도 펀더멘털 이야기를 한다.

"11년 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해졌다. 하지만 정부 위기대응의 펀더멘털을 제자리걸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경향신문 사설(2008년10월25일)

경향신문의 사설이 현재 정부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강만수의 펀더멘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영화 <타짜>의 '호구' 생각이 났다. 호구는 타짜와 설계사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돈 많고 멍청한 사람'을 가리킨다. 허구헌날 돈을 잃고 속는 줄도 모르면서 돈을 갖다주기 때문에 호구라고 한다.

화투는 운7기3이야. 운이 70이고 기세가 30이거든. 기세란 게 결국 판돈이거든.
노름이 뭐야? 그래 파도,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야. - 영화 <타짜>의 호구

그때와는 다르죠. 지금은 우리 경제 체력도 달라져 있고, 기업들도 부채들이 많지도 않고 보유고도 많고, 그때와는 어려움이 전혀 다릅니다. 비교가 안 되죠. KBS1 <단박인터뷰>의 강만수 장관(2008년 9월 3일 방영)

영화 <타짜>에서 설계사 정마담에게 노름에 대해 한수 가르치려 드는 호구(왼쪽). 나중에 전재산을 털린다. 오른쪽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IMF를 두 번 자초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영광(?)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 장하준의 신작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의 내용을 참조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싣고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식으로 서술돼 있는 신자유주의 본격 비판서다.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의 허름한 기조를 뛰어넘기 위해 머리를 골몰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철저하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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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는 운7기3이야. 운이 70이고 기세가 30이거든. 기세란 게 결국 판돈이거든.
노름이 뭐야? 그래 파도,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야. - 영화 <타짜>의 호구

그때와는 다르죠. 지금은 우리 경제 체력도 달라져 있고, 기업들도 부채들이 많지도 않고 보유고도 많고, 그때와는 어려움이 전혀 다릅니다. 비교가 안 되죠. KBS1 <단박인터뷰>의 강만수 장관(2008년 9월 3일 방영)

▲ 영화 <타짜>에서 설계사 정마담에게 노름에 대해 한수 가르치려 드는 호구(왼쪽). 나중에 전재산을 털린다. 오른쪽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IMF를 두 번 자초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영광(?)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지난 9월 강만수 장관을 인터뷰한 '단박인터뷰'에서 강만수 장관이 10년 전에 들먹였던 '펀더멘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을 보고 영화 '타짜'의 호구가 생각났다. 그때부터 나는 강만수 장관의 별명을 '강호구'로 정해놓고 있었는데, 타짜의 스토리 중후반부 정도에 와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니 확신이 생겼다. 9월에 이야기했던 펀더멘털은 10월에 아마도 반타작났을지도 모른다.

그 인터뷰를 보고 생각한 것은 '강만수가 10년 동안 배운 게 하나도 없구나'이다. 그야말로 경제 지체아다. 지금까지 좌청수 우만수를 끼고돌며 강만수를 붙들어주던 이명박도 아마 지금쯤이면 마음에서 강만수를 떠나보냈을 것이다. 그 날 강만수가 발언했던 또 다른 충격적인 내용은 "돈을 갖고 돌아가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그러면 우리 펀더멘털이 괜찮지 않다고 말하겠느냐"는 것이다. 외국인이 보기에 이 발언은 말 그대로 사기 아닌가. 그 때 외국인 투자가들은 강만수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깨뜨렸을 것이다. 한 번 깨진 신뢰가 10년이 지났다고 복원될 수 있을까? 지금도 강만수는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이야기하는데, 10년 후 이 대목에 대해서 질문한다면 또다시 그는 "외국인이 돈 가지고 나가려고 하는데 그러면 펀더멘털이 괜찮다고 하지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능력도 신뢰도 책임감도 없는 인사에게 경제부총리를 안기려는 청와대의 내부문건이 코미디인 까닭이다.

단박인터뷰 강만수편 보러가기(9월3일)=>클릭


"11년 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해졌다. 하지만 정부 위기대응의 펀더멘털을 제자리걸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경향신문 사설(2008년10월25일)

경향신문의 사설이 현재 정부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강만수의 펀더멘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영화 <타짜>의 '호구' 생각이 났다. 호구는 타짜와 설계사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돈 많고 멍청한 사람'을 가리킨다. 허구헌날 돈을 잃고 속는 줄도 모르면서 돈을 갖다주기 때문에 호구라고 한다.


호구가 돈을 따는 법은 없다. 호구가 돈을 딴다는 것은 그의 수십 수백배를 긁어먹고자 하는 타짜들이 미끼를 던진 것뿐이다. 어떻게 호구가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수 있을까. 선수를 바꾼다고 딱히 대안이 없겠지만, 그래도 호구보다는 어린애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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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소주의 주요 목표는 조중동 폐간과 함께 대안미디어에 대한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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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폐간이라는 우리의 꿈은 수많은 의인들과 단체들의 단결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소주 공지로 미디어스 설문에 참여를 독려하는 모양새가 어찌 보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좋은 뜻과 탄탄한 기획으로 시작하는 우리 동료들의 행사에 멋진 손님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언소주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현재 300여 명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10월 29일까지 적어도 수천명의 참여자가 몰려 이 기획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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