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다가 아침 첫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밤샘을 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밖이 갑자기 환해지는 거에요.
김포공항 거의 도착했을 때인데,
창밖에 눈으로 덮여 있어서 사진기를 들고 정신없이 찍어댔습니다.


비행기 왼쪽날개입니다.
밖이 잘 보이는 창 쪽에 앉아서 설원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즐감하시죠.




사람이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눈을 '숫눈'이라고 합니다. 숫처녀, 숫기 할 때의 그 '숫'을 '눈'에 붙이면 단어가 참 예뻐집니다.
숫눈이란 말이 얼마나 좋았던지 예전에 글쓰는 직장인 모임의 이름을 '숫눈동인'이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비행기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사람이 밟은 눈보다 사람이 밟지 않은 눈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잘났다고 날뛰어도 대자연을 따라갈 수는 없겠죠.



지평선이 하얗게 보입니다.
아침 시간이어서 이런 신비로운 광경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집들도 공장도 밭들도 모두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깎아내리는 듯한 계단식 논에 눈이 오니 큰 계단에 눈이 쌓인 듯합니다.




도시도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밤새 눈이 내려서 하얗게 다들 수염이 났습니다.



초등학교를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있는데,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 눈싸움하고 눈사람만들기 놀이하고 신나게 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밭들도 눈에 뒤덮였습니다.
눈이 오는 날은 비닐하우스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은데,
밭작물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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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12-2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집니다.
눈을 보면 아직도 설레이니 마음은 20대인가 봅니다^*^
님 메리 크리스마스!

승주나무 2008-12-29 10:58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지나갔지만^^)
눈 속에서 파묻혀서 눈싸움 하고 싶어요^^

뷰리풀말미잘 2008-12-2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트랑의 항공사진 같네요. ^^ 승주트랑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2008-12-29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는 참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전업블로거로서의 승주나무를 확인했다고나 할까ㅎㅎ

우리나라에서 블로거 시장(?)만 활성화된다면 전업작가 못지 않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몽상해본 한 해였다.

정확한 집계는 하지 못했지만, 이런 저런 곳에 글을 남겨서 번 수입이 200만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물론 마일리지 같은 현물을 제외하고...

열심히 연구해서 내년에는 연봉에 근접하도록 해서..

아예 그 길로 나가볼까도 생각해본다.

그러면 나도 세속의 모진 연을 끊고 산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이런 상상이 나쁘지는 않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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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스타 경제학자 우석훈이 자신이 공언했던 한국경제의 대안시리즈를 완간했다. 한 네티즌은 "우석훈이라는 함수가 지닌 장점은 일단 복잡한 상황들을 최대한 압축하여 먹기 편안한 알약으로 바꾸어서 돌려 준다"고 평가했는데, 과연 우석훈은 중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문제와 상황을 쉽게 설명하는 데 '달인'이 된 듯하다. 달인이 되기 위해서 우석훈은 복잡한 수식은 대부분 삭제했고, 이른바 '중딩', '고딩'과 온라인에서 소통을 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88만원 세대인데, 88이라는 수식어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우석훈을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한정하는 데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우석훈이 의도한 <한국경제 대안시리즈>라는 명칭 대신 <한국경제 대안시리즈>로 이해했다. 심지어 그가 제3섹터라는 대안을 제시한 제4부 <괴물의 탄생>조차도 제3섹터를 통한 제1,2섹터의 문제점들을 환기시킨 것으로 이해한다. 한국 경제, 나아가 한국 사회의 새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고민했던 우석훈의 전모를 4권의 압축 리뷰로 일별하고자 한다. - 승주나무 주

괴물이 태어날 최적의 환경 - 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레디앙)는 승자독식게임과 세대간 경쟁(더 정확히 말하면 착취)이 나타나게 된 사회적 문맥을 살폈다.

왜 세대의 문제가 나와야 하는가? 그것은 단자(單子)처럼 세대와 개인이 단절돼 있는 현 상황에서 당연한 결론이다. 단자란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용어로 모든 존재의 기본적인 실체는 단순하고 불가분하며 각기 독립돼 상호 간에 어떠한 인과관계도 가지지 않는 개념을 말한다.

‘모나드는 창(窓)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신리 미리 정한 법칙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이며, 이 다양성이 세계 전체를 이룬다는 예정조화설을 거부한 채로 이 개념을 차용했다. 즉, 즉 신의 정해진 질서에 따라서 움직이는 단절된 단자가 아니라 무질서한 세계에서 단절된 위험천만한 단자이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모두 위험천만한 단자인 셈이다.

개인과 개인의 협력이 없기에 사회적 연대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수밖에 없고, 세대와 세대 간의 협력이 없기에 문제의식과 투쟁의식이 계승되지 않는다. 어떠한 액티브한 캠페인도 세대의 결계를 벗어나는 적이 없다. 결국 이 사회는 쳇바퀴 다람쥐 사회일 수밖에 없고, 다람쥐의 주인은 언제나 똑같다. 배틀로얄 구조와 세대 간 불균형의 극단은 멕시코처럼 눈사람 모양. 그것도 대가리가 쥐방울 만한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대운하 같은 거대한 눈덩어리를 굴린다. 나는 괴물보다 대가리 작은 눈사람이 더 무섭다. (대가리가 작은 눈사람은 우석훈의 8자형 시스템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전근대적 조직과 미래지향적 조직의 박터지는 싸움 -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조직의 재발견 구판)

갑자기 조직이 툭 튀어나와 생뚱맞다? 88만원에서 보여주었던 배틀로얄, 세대 간 불균형, 개별 해법 현상(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국한시켜 이해하는 방식)은 대한민국의 특수한 ‘조직’에 의해서 예쁘게 반죽되고 포장된다. 일종의 활주로라고나 할까? 배틀로얄의 개인은 조직에 숨고, 조직은 개인을 통제할 수 있다. 조직은 오래된 논리로 아주 쉽게 사회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의 조직 문화를 분석하지 않고 문제의 전체를 도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조직의 재발견)는 4개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실증적인 분석이 담겨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석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거칠게 단문 형식으로 요약하면

- 노사모 - 돈도 필요 없고 영광도 필요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미래지향적 조직의 모델...내용과는 무관하게(38~40)

- 한국사회에서 기업은 오랫동안 군대 자체였다.(156)

한국 포디즘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은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적 성장으로 해소해 왔다는 것이다. 기업의 내부까지 완벽하게 시장원리로 구성된 조직은 망한다. (194, 223)

사회적 약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은 조폭과 다단계. 다만 벗겨먹기 위해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므로 사회적 약자는 절대로 위로받을 수 없다.(273)

한국 자본주의 위기는 조직모델의 부재(285)

한국형 국민기업 모델과 중남미형 지옥 모델(325)

<조직의 재발견>에서느 뮤턴트(돌연변이)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석훈도 386에서는 뮤턴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기회가 날 때마다 온몸과 온맘으로 386 욕을 해대기 때문이다. 동시에 386에게 엄청 욕을 먹는다. 한국은 기업과 권력기관(서울대, 법조계, 정부 등)이 균질성이 높은 편인데, 균질성이란 특정 지역 출신이나 특정 학교 출신 등이 매우 한정된 것을 말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뮤턴트가 태어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괴물은 태어나기 쉽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는 친족끼리 정을 나누면 괴물이 태어난다는 전설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는데, 소설의 결론에서 정말 괴물이 태어난다. 창조의 능력을 이론의 핵심으로 전제하는 진화경제학은 뮤턴트의 등장과 함께 일종의 생존경쟁이 시작되고, 기존 우점종보다 더 잘 적응된 뮤턴트들이 새로운 우점종이 되면서 창조가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이런 뮤턴트의 탄생 과정을 우리 사회에 적용시키면 매우 의미심장한 꿈이 만들어진다.

동북아 전쟁시계는 몇 시일까? - 촌놈들의 제국주의

 

사마천의 『십팔사략』에 보면 중국 북방부의 유목민족(오랑캐라 통칭함. 흉노족 혹은 월지족)의 수탈사를 다루고 있다. 힘이 강성한 오랑캐의 남성들이 약한 오랑캐에 쳐들어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겁탈하고 살해하는 등 패륜적인 범죄를 자행한다. 그리고 이를 일삼는다. 약한 오랑캐는 이에 분루를 삼키며 와신상담하다가 강한 오랑캐를 꺾고 강한 오랑캐가 되지만, 예전에 강한 오랑캐에게서 당해 왔던 수탈을 다른 약한 오랑캐들에게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우화를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면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어느 정도 이해될 것이다.

우석훈이 우려하는 평화의 붕괴 요인을 들면, 첫째 일본 극우와 한국 극우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긴밀하며 사회적 증오를 외부로 돌리는 낡은 수법이 아직도 통하고 있다. 일본과 일본인, 독도에 대한 과도한 분노, 동북공정 중국에 대한 또 다른 과도한 분노와 이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보라. 둘째, 평화학에 연구비를 지출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평화의 비용과 수익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셋째, 전쟁이 자본주의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도 우려스럽다. 전쟁도 비즈니스, 즉 민영화의 영역으로 이미 깊숙이 들어왔다. 미국을 보면 알 수 있고, 블랙워터를 보면 두말 할 여지 없다. (평화에 대한 대안이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등은 책을 참조하라)

누가 괴물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 괴물의 탄생

<괴물의 해체>라는 제목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작가와 출판사. 결국 괴물의 탄생으로 제목을 바꿨다고 하는데, 참말로 다행이 아닌가. 괴물이 해체될 여지가 별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괴물의 은유법에 담긴 두 가지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괴물’은 무미건조하지만 어느 정도 ‘질서’가 있는 체제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의 요지는 모두가 모두와 생존을 위해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너무 피곤한 것이라서, ‘괴물’ 즉 ‘리바이어던’에게 각자의 권리 일부를 양보함으로써 오히려 각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국가라는 것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격조 높은 은유인가. 하지만 우석훈이 말한 ‘괴물’은 은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형이하학적이고 직접적이다.

우석훈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현상들을 보면 건설자본/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과 극단적인 중앙형 시스템(경기/서울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 토호형 경제를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완충장치가 없다는 것이 괴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주의사항!!!! 괴물은 한 마리가 아니다. 우석훈은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식인괴물들을 봉준호처럼 잘 그려냈는데, 승자독식사회와 멕시코형 8자 모델 등 온갖 패권주의와 처절한 무한경쟁이 섞여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약자들이 죽어가는 단계가 매우 발전(?)돼 있다. 배틀로얄 게임의 승자들은 한국 대기업의 조폭스럽고 군대스러운 조직 문화에 쩔어 쓸모 없이 되어 버리고, 배틀로얄 게임의 약자들은 비정규직, 다단계, 조폭, 지역 토호 등에게 살점을 다 뜯어먹힌다.

우석훈은 괴물의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으로 ‘제3섹터’를 제안했다. 제3섹터라는 것이 명확히 개념화되지는 않았지만, 시장 근본주의인 대기업(제1섹터)이거나 개발독재(제2섹터)를 갈마들며 해먹어 왔던 장구한 역사에 제3섹터라는 완충장치를 접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역설적으로 제3섹터는 제1, 제2섹터에 대한 환기를 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제3섹터(제3부분, 제3부문이라고도 한다)는 대어(제1,제2섹터)를 잡기 위한 밑밥에 불과하다.

스위스의 국민경제 모델이 대안이라면 대안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우석훈이 유럽 여러 나라의 경제모델을 하나씩 검토하면서 하나씩 폐기하다가 끝내 스위스 모델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가설을 시도해 본 것이 바로 <괴물의 탄생>이다. 스위스 경제모델이란 삶의 질과 생태적 효율성,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국민경제 모델이다. 일 주일에 이틀 일하면서 여유롭게 일하는 삶이 일상적일 정도로 ‘인간적인 노동’이 정착돼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들의 노동은 ‘낡고 낡은 기계적 노동’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의 현재 삶이 ‘피’의 대가로 얻어진 사실이라는 점과, 오랜 시간 동안 계승되고 존중돼 온 문화의 축적이라는 사실이다. 교육구조의 왜곡, 수도권집중형 경제구조, 지역토호들의 확산, 부동산과 건축경기에 지지하는 국민경제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로서는 '스위스'의 '스' 자도 어림 없을 듯하다.

우리에게는 '스'가 아니라 '시'가 필요한데, 바로 시민이다. 자각된 시민들과 뮤턴트들이 많이 나타나 촛불의 거대한 감수성을 발휘해 사회적 충격을 던져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유럽의 시민들은 대운하, 뉴타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에 쉽게 반하며 힘센 사람들의 부당한 행태를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들과는 ‘시민’이라는 명함부터 다르단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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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씨가 꼭 읽어보라고 한 책 중에서 <빨간머리 앤>이 있었다.

빨간머리 앤은 어릴 때 만화 프로그램으로 보았는데,

그림이 여자애들(그 당시의 관점으로) 스타일이라 별로 끌리지는 않았는데, 보다 보니 그 감수성과 캐릭터에 반하게 되었다.

특히 린드 아줌마의 엄격하면서도 차분하고 따뜻한 성격은 <빨간머리 앤>의 주요 인물들을 대표한다.

매슈나 마릴라 역시 '화음'처럼 다채로운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인격이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세파를 견뎌내며 방어적이 되고 거칠게 되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순수한 본성과 감수성을 소중하게 길러 온 인물들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개울은 숲 속 상류에서는 은밀한 비밀로 가득한 웅덩이와 폭포를 이루고 구불대며 세차게 흐르지만, 린드 부인네 집 앞을 지날 때는 얌전하고 조용한 시내로 변했다. 개울물조차 레이첼 린드 부인의 집 앞을 지날 때는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예절을 갖춰야 한다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 13쪽


나도 어릴 적에는 상상력이 가득한 소년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우스운데, 집에 갔다 돌아와 보니 현관문 꼭대기 현관문틀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 숫자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고 보지 않으려면 보이지도 않는 표시였다. 누가 문틀에 박힌 숫자를 신경쓰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것이 우주 외계인이 남긴 표식이라고 생각해서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고민한 끝에 가방을 마루에 던지고 쏜살같이 도망나왔다. 마치 뒤에서 외계인이 쫓아오기라도 한 듯이.

빨간머리 앤을 읽고 나서야 나는 상상력과 감수성은 과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상상력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퍼~~" - 영화 <타짜>의 아귀

빨간머리 앤은 풍부한 상상력이 나오는 사춘기 소녀가 나오는 소설에 멈추지 않는다.
그 상상력은 저마다 사정이 있고 상처가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가 느끼는 '사랑'은 어떨까? 모든 상상력은 사랑으로 향하며, 상상력은 촉감으로 만져질 것만 같다.

보편적인 감수성, 보편적인 상상력, 보편적인 사랑..

나는 이 책을 이 정도로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

나머지 부분들을 읽고 나서 이 책에 관한 제대로 된 한 편의 글을 써보고 싶다.
읽기도 전에 이렇게 김칫국물을 마시게 하는 책은 참 오랜만이다.

 

덧 : 제목에 대해 부응하는 글 내용이 없어서 덧붙여 둔다. 최근 고단하고 힘든 일이 많이 있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나는 얼핏 이것이 '상상력 부족'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맞는 것 같다. 보편적인 상상력은 현실을 바꿔낼 수 있는데, 빨간머리 앤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상상력만으로 상황과 자신을 하나로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또 하나의 감화다. 시인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뿌리를 적셔 가듯, 나는 <빨간머리 앤>에서 상상력과 감수성을 한껏 적셔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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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2-1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완역판이 열권이 넘는데 큰 맘먹고 읽어야 하겠네요.
 

대안학교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만든 형태의 교육기관입니다.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1990년대 말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전일제 대안학교가 이제 130개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일제고사나 왜곡된 현대사 강좌 등 현 정부의 경쟁 교육정책이 본격화되는 내년쯤 대안학교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안학교는 지고의 이상만을 추구할 수는 없겠죠. '대학입학'이라는 목표와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뿐 아니라 재정이나 운영, 인가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습니다.
 
‘대안학교법’이라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제60조 3항을 적용받아 정부 인가를 받으면 지원금도 나오고 학력 인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시행령이 통과된 뒤 인가 신청을 낸 학교는 단 한 곳뿐이죠. 인가를 받으려면 40억원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국민공통 교육과정을 50% 이상 이수하며 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선발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가치와 방향을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대안학교 나오면 어떤 대학에 가야 할까요. 대안학교 졸업생 중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85%(2006년 말 현재)에 이른다고 합니다. 특히 대안학교 출신을 특별 전형으로 뽑는 대학이 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학에서 대안학교를 환영할 만한 이유는 많습니다. 우선 대학이 내세우는 교육철학이 대학의 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안학교는 시대 흐름에 맞춰 다양한 학교 형태와 교육과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대학의 신입생 수시 선발 취지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안학교 출신이 지닌 잠재력은 대학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입니다.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은 생각이 굉장히 자유롭기 때문에 수업에 큰 활력소가 된다고 말합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들어온 학생보다 오히려 뛰어난 점이 보일 정도입니다. 대학 입시에서 면접을 주재하는 교수들에 따르면 대안학교 학생의 경우 면접에서부터 티가 난다는 합니다. "모범 답안을 외는 일반학교 출신과 달리 대안학교 출신에게 논술형 질문을 던지면 대학 2, 3학년생 수준의 답변이 되돌아온다"는 것이죠.

어찌 되었건 우리 교육은 '대안'이 필요한 상황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글숲산책)을 보면 교육이란 하나의 이상적인 인간상에 도달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공부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의 목표를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관리'를 위한 교육입니다. 그러니까 통치자들의 생각에 따르도록 하고 반항하지 못하도록 교육 현장에서부터 세뇌를 시키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길러지는 사라들은 주체적으로 살기보다는, 항상 권력자에 기대어 자신의 영혼을 저당잡힌 채 살아야 합니다.

우리 시대에 대안교육, 대안학교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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