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거리의 풍경

 

이제 논술을 보지 않고는, 웬만한 대학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되었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대학은 죄다 이 시험을 보고 있으니, 논술을 보지 않는 대학을 골라 들어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겁지 않고서는 무슨 발전이 있으랴.
지금까지 논술을 풀고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과, 그 선배들을 가르쳐온 선생님들과, 시험을 출제했던 선생님들이 과연 논술을 재미있게 하였는지 생각해 보자.
논술 시험 도입의 큰 뜻을 어찌 알랴마는,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상징되는 ‘교과서’를 벗어나,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곳곳에서 ‘타도 교과서’ 또는 ‘포스트 교과서’ 열풍이 심상치 않은 것은 논술 시험 취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다져진 ‘지식 위주의 교육 마인드’가 깨질 수 있을까.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간다”고 한다. 학생들은 ‘정답’에 익숙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던 선생님들도 ‘정답’에 익숙하고, 시험을 출제한 선생님들도 ‘정답’에 익숙하다.
그들은 ‘새로운 사고’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정답’이 ‘논술’을 먹어버렸다. 논술 선생님들은 자신만만하게 ‘모범 답안지’를 가르쳐주고, 출제 위원 선생님들은 학생의 자질을 정량적으로 산출한다고 하여 장문의 제시문을 넣고, 아래와 같이 조건을 세밀하게 달아 정답을 강요한다.


[제시문 1]은 기계의 발달이 시장체계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제시문 2]는 철도의 부설이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변화시켰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제시문의 논지를 발전시키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여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계의 발전이 인간의 ①사회적 관계와 ②문화적 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으며, 이러한 변화가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논술하시오.


이 결과 논술은 또 하나의 지긋지긋한 교과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말의 위상


그렇다면 우리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써내는 논술문에는 얼마나 세련된 글이 구사되어 있을까. 한마디로 참담하다. 기본적인 맞춤법은 물론, ‘구어체’와 ‘문어체’에 대한 구분이 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논술문제마다 논제가 있다. 논제에는 글에 대한 조건과 몇 가지 규칙들을 설명해 놓았다. 그 규칙들 중 맨 마지막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한글맞춤법을 준수할 것.


그렇지만, 맞춤법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이다. 논술문에 대한 배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출제의도’와 같은 출제자의 입장을 접했을 때 ‘논리전개’와 ‘이해력’에 대한 내용이 있을 뿐 ‘표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학생들은 ‘맞춤법’이나 ‘표현법’ 등을 교과목으로 치면 ‘기술/가정’처럼 등한시한다.


표현이 내용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일까, 내용이 표현에 가치를 부연하는 것일까. 마음만 좋고, 취지만 좋다면 표현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일까.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과학자인 파스칼은 "의미는 말에 품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에서 품위를 얻는다"고 지적했는데,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젊은이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와 우리 경제가 투자부진에 활력을 잃은 이유와,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어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모두 여기에 담겨 있다. 이것들은 공통적으로 ‘표현의 부재’라는 병통을 안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자신의 애인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의 표현’에 소홀해 결국 다른 ‘로맨티스트’에게 애인을 빼앗겨 버렸다.

우리 기업들은 ‘손해’를 두려워해 투자를 줄이면서 돈만 불릴 생각을 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는 마땅한 표현을 얻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양극화에 대한 우려만 있을 뿐 이에 대한 대안은 없다. 정신의 양극화, 정치의 양극화, 경제의 양극화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양극화를 이겨낼 방안은 당사자들이 ‘타협안’을 내놓고, 이를 위해 각자 양보하는 것이다. 즉 어떤 아이디어든 ‘표현’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표현’은 없고 ‘걱정’만 만연해 있다.


논술에서도 역시 표현의 문제에 대해서 소홀하다. “자꾸 써봐야 한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제시되고 있다. ‘어떻게’ 자꾸 쓴다는 말인가. 자꾸 똑같은 글을 쓸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리고 논리전개가 완성되고, 생각이 갖춰지면 표현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다. 지금까지 글 한 줄도 자신의 생각을 써오지 않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마음에 있는 생각을 강물처럼 술술 쓸 수 있을까.


우리말의 심각한 오염은 ‘우리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우리 국어학계에서는 무슨 일을 했는가. 과학은 세계적으로 ‘대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과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전 지구적으로 시도되는 가운데, 세계 문화유산인 한글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어떤 평가를 해야 할까. 물론 리이도 교수를 비롯해 몇몇 의식 있는 학자들이 우리말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일반 대중과 호흡을 맞춰 왔다. 하지만, 우리말의 원리와 그 복잡한 용례를 단순히 ‘한글맞춤법’에만 맞추기를 원하는 것은 또 다른 오만에 해당한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안고 씌어졌다. 우리말과 ‘한글맞춤법’은 문학과 인문학의 세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만큼 재밌고 철학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글을 제자원리가 대단히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반면, 이를 이해하는 수준이 ‘기계적’이어야 되겠는가. 먼저 1부에서는 ‘맞춤법’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사전 찾기’와 같은 실용적인 이야기가 채워질 것이다.

2부에서는 ‘한글맞춤법’에 대한 원리를 각 장을 통해서 풀어낼 것이다. 한글맞춤법은 ‘법규’가 아니라, 우리말의 자모의 성격과 그 합성에 따라서 달라지는 화학반응을 그려낸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준하는 형태로 그려질 것이다.

3부는 표현 영역이다. 학생들이 실제로 쓴 ‘논술문’을 바탕으로 ‘글쓰기/표현’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을 다룰 것이다. 가칭으로는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논술 clinic’이다.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론에서부터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일반인들도 거기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올바른 표현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글쓰기 전문가(기자, 문학가, 평론가 등 전문 저술가)의 잘못된 사례와 잘된 사례를 토대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예술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뤄 본다. 한 국어학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말이 번역투 문장으로 전락하거나 심각한 오염을 빚은 것은 전문 저술가의 잘못이 크다. 그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논술과 글쓰기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를 제대로 밟아 나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논술교육은 희망이 있다. 종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교과의 한계를 벗어나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결정적인 대안은 될 수 없지만, ‘미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하나의 가능성은 될 수 있다. 나는 논술 교육의 현 상황을 ‘논술1기’로 보고 하루빨리 ‘과거’로 바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자면 이 모든 폐단을 아우르며, 커다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논술2기’가 찾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논술 교육자뿐만 아니라, 논술 출제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논술이 바뀌지 않고 이대로 묻힌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가능성은 몇 단계 퇴보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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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 생각하며 아픔 이겨낸 다산

 

서울에서 8백리가 넘는 경상도 포항 곁의 장기에서 귀양 살 때의 다산의 시가 우리의 마음까지 아프게 합니다. 유배살이의 초기인데다 낯설고 길들지 않은 생활이어서 참으로 견디기 힘든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그 참기 힘든 고통을 끝내 이겨내는 지혜를 찾았습니다. 자신처럼 억울한 유배살이를 넉넉히 이겨낸 옛 어진이들의 삶을 본받아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았던 것입니다. 「아사고인행(我思古人行)」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한(漢)나라 때의 소무(蘇武)라는 사람이 흉노(匈奴)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그들에게 억류되어 19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온갖 수모와 고통을 당했지만 끝까지 절개를 굽히지 않고 버텼으며 마침내 허연 백발의 노인으로 한나라로 돌아왔습니다. 다산은 그분을 본받아 자신의 고통도 이겨내겠다는 시를 읊었습니다. “지금부터 힘써서 하늘의 화기를 보전하고 그 옛 분을 생각해 번뇌를 없애야겠네.”

이어서 마지막 장에서는 자신보다 더 먼 곳에서 귀양살이를 했던 당나라 대문호 한유와 그가 겪은 어려움을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옛날 분 한유(韓愈)를 생각하네
불교를 공격했던 죄로 남쪽으로 귀양 갔네.
한유가 귀양 간 곳은 8천여 리의 먼 곳인데
거기 천리가 나는 백리니 고금의 다름이네.
이제는 떠돌이 신세 슬픔일랑 말하지 말고
옛 분을 생각하며 사람 그릇 키우려네.
我思古人思韓愈  坐攻佛法謫南土
韓愈八千餘里謫  彼千我百殊今古
自今勿言萍梗悲  我思古人恢器宇

19년의 유수(幽囚)생활을 끝까지 이겨낸 소무를 본받고, 8백리보다 10배나 더 먼 8천리 밖에서 귀양살이하는 어려움을 극복한 한유를 본받아 자신의 억울한 귀양살이를 이겨내겠노라는 의지를 다짐한 시가 바로 「아사고인행(我思古人行)」이라는 시였습니다. 고통일랑 슬픔일랑 번뇔랑 다 버리고, 마음껏 연구하고 공부해서 오히려 대학자가 되겠다는 뜻이 담긴 글입니다. 이런 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다산은 귀양살이를 하지 않은 정승이나 판서 등 어느 누구도 남기지 못한 업적과 명예를 세상에 전하게 되었습니다.

비애와 절망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는 자제력을 지닌 사람만이 역사적 인물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다산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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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金尙憲)의 청백(淸白)

 

청음 김상헌은 조선의 사나이였습니다. 안동김씨 명문을 일으킨 훌륭한 선비이자 벼슬아치로 정승의 지위까지 오른 당대의 위인이었습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 남한산성에 피신했던 인조가 청나라 임금에게 항복하겠다고 항복서를 바치려하자, 청음은 그 항복서를 찢으며 나라의 정기를 살리자고 외쳤던 분입니다.

끝내는 화의에 반대한 척화파로 몰려 중국으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던 것은 역사에 너무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세월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라는 시조를 읊으며 청나라로 끌려가던 김상헌의 기개는 대단했습니다.

역시 그런 선비는 벼슬살이를 하면서도 청백했습니다. 『목민심서』에는 그에 대한 칭찬이 자주 등장합니다. “김상헌이 벼슬살이에 청백했다. 어느 벼슬아치가 자기 부인이 뇌물을 받아 비방을 듣고 있음을 걱정하자, 김상헌은 ‘부인의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으면 비방이 그칠 것이다’고 일러주었다. 그 벼슬아치가 크게 깨닫고 그 말대로 하였다. 그 부인이 항상 김상헌을 욕하기를, ‘저 늙은이가 자기만 청백리가 되었으면 그만이지 왜 남까지 본받게 해서 나를 이렇게 고생하게 하는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金淸陰尙憲 居官淸白 有一官人 憂其婦女受賂有謗 公曰婦人所請 一不施行 則謗息矣 官人大悟 一如其言 婦人常罵金公曰 彼老漢 自爲淸白吏足矣 何令人效之 使我喫苦如此)

청백리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이유로 욕을 먹는 김상헌, 그 욕은 얼마나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욕인가요. 세상에 전해지는 말로 ‘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편이 고관인 경우 부인에게 뇌물을 주면 가장 약효가 크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부인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약한 남자들에게 주는 경고의 말입니다. 아무리 부인에게 뇌물을 바쳐도 남편이 부인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뇌물의 효험은 없어지고 부인에게 뇌물 바치는 일도 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상헌 같은 청백리에 그의 가르침을 실행한 벼슬아치, 오늘은 그런 분들이 그리워지는 세상이 아닌가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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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작은글씨) -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주요한 모랄리스트> 못마땅한 인생사, 풍자, 불만, 그리고 시 - 라로슈푸코

 

흔히 모랄리스트를 이야기할 때는 '파스칼'과 '라로슈푸코'를 지목한다. 라로슈푸코는 국내에서는 잘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세계의 수많은 저술가들이 '라로슈푸코'가 남긴 구절을 애용한다.

파스칼과 라로슈푸코는 똑같이 인간성을 탐구했으나,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다. 파스칼은 사상의 근원을 영성에서 찾고 있는 반면 라로슈푸코는 허무하지만 생동감 있는 현장의 삶에서 찾고 있다. 자연히 파스칼의 어조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세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고귀하고 벅찬 '원천'이 그에게는 있는 것이다. 라로슈푸코는 정치하다가 숙청된 인물로 세상에 대한 강한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너무 노골적으로 염세적 풍자를 드러내기 때문에 당대에도 많은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 없었으나, 그가 인생의 리얼리티를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점은 찬사를 받는 점이다. 다만 파스칼은 '실존'을, 라로슈푸코는 '염세'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생각하는 인생이란 '녹록치' 않거나 '탐탁치' 않은 둘 중의 하나이다. 이것이 두 사람이 만나는 '최소한의 지점'이다.

 

 자연은 모든 진리를 각각 그 자신 속에 두었다. 우리는 그들 중에 일자를 타자에게 포함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각자는 그 자신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 - 파스칼, '팡세'

 

라로슈푸코에게서 위와 같은 언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자기가 자기를 깎아내는 것은 다만 남에게 칭찬을 받기 위함이다. - 라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위의 언어는 부분에 불과하지만, 진정 '라로슈푸코적'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간성의 허위를 이토록 적나라하며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그려내는 것은 '라'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러나 라로슈푸코의 사상은 삶과 현실, 생활과 허위 등 인간의 '드러나 있는 면모'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글의 '문학성' 측면으로 본다면 '라로슈푸코'가 파스칼보다 더욱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라로슈푸코의 언어는 '시'에 가깝거나, 그 자체로 '시'인 경우가 많았다.

 

운명과 운명 사이에 얼마만한 차별이 보이게 될지라도, 거기에는 여전히 길흉화복의 어떤 상쇄가 있어서 운명과 운명을 평등하게 한다.

 

운명은 이성도 교정할 수 없는 많은 결점을 교정하여 준다.

 

위선이란 악덕이 미덕에게 바치는 찬사인 것이다.

 

늙음의 고개를 오를 무렵이 되면, 육신이 쇠퇴하는 소식을 알려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젊지만 아름답지 않고, 또 아름답지만 젊지 않은 것은 아무 쓸모도 없다. - 이상, '잠언과 성찰' 본문

 

위의 문구를 접하며 우리는 달관한 인생관이 묻어나는 시 구절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라로슈푸코를 '염세와 불만'의 사상가로만 보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글귀 안에는 '정의'와 '섭리', 세상사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작가는 자신의 글 속에 풍자와 애정을 골고루 섞어 놓았다. 가끔 번뜩이는 심리학자의 면모 또한 곳곳에서 포착된다.

 

아무리 화려한 행위일지라도 그것이 위대한 계획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닌 한 위대하다고 간과할 것은 못된다.

 

군자의 무리에게 끊임없이 주목을 끌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야말로 참다운 군자의 몸가짐이다.

 

너무 성급하게 은혜를 갚고자 하는 것은 일종의 배은망덕이다.

 

얻어진 명예는 얻어야 할 명예의 담보물이다.

 

우리들은 왕왕 우리들을 괴롭히는 사람의 죄를 용서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쪽에서 짓궂게 구는 상대의 죄를 용서할 수 없다. 

 

인간 전반을 안다는 것은 개개의 인간을 아는 것보다 쉽다.(히틀러 : 군중을 속이는 것이 개인을 속이는 것보다 쉽다.) - 이상, '잠언과 성찰' 본문

 

보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문학자의 첫째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스칼은 철학자에 가깝고, 라로슈푸코는 문학자에 가깝다. 인생을 함께 할 든든한 벗 하나 없고, 허위와 기만에 가득 찬 사람들을 쳐다보아야 하는 고통을 우리는 라로슈푸코에게서 더 많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모랄리스트들은 도덕과 가치를 위해서 '인간성'을 탐구하는 사명을 가지지만, '도덕과 가치'보다는 '인간성 반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각자가 '모랄리스트'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며, 나와 당신의 생각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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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0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모랄에 관심은 있는데 깊이 생각해 보는 건 싫네요.
그래도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아침에 읽고 답글은 지금.

승주나무 2006-02-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엔 깊이 생각하는 것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자꾸 우려내는 것 같잖아요.
그래서 '한적한 생각'이 좋습니다. 요즘은^^
 

의뢰인 책비싸(가명 : 23세)의 고민

어제는 4만원을, 그리고 오늘은 9만원을 질러버렸습니다.
이제껏 서점을 이용했었는데 없는 책이 많아서 많이 못 샀었거든요.
헌데 인터넷으로 책을 구하니까 없는 책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이틀만에 13만원이라는 거금을 부었습니다.
아, 이러다가 거지 되겠어요. 좀 싸게 구매할 수 있는 tip이 있으시면 한 수 가르쳐 주시죠

나의 진단

1. 일단 하나의 서점을 공략할 것.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서재' 등을 만들 것.
☞ 서점을 여기저기 분산시키면, 그에 대한 마일리지도, 멤버십도 떨어지기 때문. 일례로 13만원을 '알라딘'에 가입해서 풀었으면, '실버회원'이 되어서, 사는 책마다 '1%'의 추가 마일리지가 붙었을 것임
※ 주지하다시피 서점들은 망해가는데, 인터넷 서점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책을 구입하는 것은 인터넷 서점, 특히 1,2위를 달리며 전체 시장의 5~60%를 지배하는 '예스24'와 '알라딘'이 혜택이 많음

2. 인터넷 서점(위에 예시한 두 서점도 좋음)에서 의외로 자신이 읽고 싶던 책에 대한 이벤트가 많이 있으므로(이벤트는 대개 마일리지나 할인, 할인쿠폰 등의 이벤트가 많음), 그런 세일 상품을 점검할 것

3. 책에 대한 서평인 '리뷰'와 '페이퍼'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블로그 풀'에 가서 심심찮게 댓글을 달면서 이웃들과 친해질 것. 특히 '우수 리뷰'에 대한 '상금(적립금)'이 있으므로, 열심히 쓴다면 비용을 많이 덜게 될 것임.
※ 알라딘의 경우 'thanks to'라는 제도가 있어서 도서 구매에 도움이 되었을 때 '클릭'하는 것이 있는데, 구매시 '찍은 사람'과 '찍힌 사람'이 1%의 마일리지가 붙는데, 이것도 모이면 만만치 않음. 어떤 사람은 이것으로 수십 만원 짜리 니체 전집을 구매했다는 소문도...

4. 책 비교검색 사이트에 가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를 것
☞ 마북 : http://www.mabook.com/(13개 출판사 비교검색), 노란북 : http://www.noranbook.net (14개 출판사 비교검색) 등

5. 서점마다 홍보 활동으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데, 지속적으로 응모해 볼 것. 가끔 눈에 띄는 책들도 있으며, 잘만 되면 공짜로 볼 수도 있음

6. <좀더 현실적인 방법>

'뭐 죄다 신간으로 구매할 거 뭐 있어. 헌책 사다 봐'

책의 출판시기를 잘 선별하면, 반드시 '신간'이 아니더라도, 헌책방에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50% 선의 초저가로 구매해서 볼 것. 일단 그 책을 검색해서, 출판년도를 보고, 현재에서 1년 정도 넘은 책이면 헌책방의 루트를 통해 알아볼 것.

헌책방에 대한 정보는, 나의 절친한 이웃 '라주미힌'님의 친절한 설명을 참고할 것(절친한..친절한..^^?)

링크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10623

사례..
내가 자주 애용하는 알라딘에서 최근 80000원 가량의 책을 구매했는데, 마일리지가 15,830원이었다.
기본 마일리지 : 2,160원 (20%), 900원 (10%), 3,510원 (30%), 1,890원 (15%),  1,260원 (10%), 1,260원 (10%), 1,260원 (10%)
추가 마일리지 : 책에 대한 리뷰나 페이퍼에 'thanks to'를 찍으면, 구매할 때 1%의 추가 마일리지 제공, 380, 120,  130, 90(작지만 큰 힘), '골든 회원'이기 때문에 '2%'의 추가 마일리지를 얻는다. 총 구매액 80,000원의 추가 마일리지는 1,600원 정도, 4만원 이상 구매시 2,000원의 추가 마일리지가 붙는다.
그래서 총 15,830원의 마일리지를 남겼으며, 그걸로 그대로 다음 책을 구매할 수 있다.

※ 이상, 알라딘에 대한 광고성 글은 아니었음. 하지만 다분히 그런 성격이 없지 않음.


덧 : 그렇지만 최근 인터넷 서점만의 '나홀로 성장'과 같은 '기형적 현상'은 출판 시장 전체를 볼 때는 심히 우려할 만한 부분이며,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는 인터넷 서점도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을 할 수 있음. 이 점은 인터넷 서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중소, 대형 출판사'와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이 모두 상생하는 윈윈전략을 다각도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은 우리나라 출판 시장 활성화와 '독서 활성화'라는 커다란 지향점 위에서 행해져야 할 것임.

이상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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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마일리지 주는곳에 서평써서 마일리지 모으면 공짜로도 책살수 있어요 - 마일리지 인생인 만두 드림 -^^

승주나무 2006-02-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잘 해석이 안 되는데요. 초심자들을 위해서(실은 저를 위해서)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2006-02-0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04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