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은 마술사전 2
이제 국어사전을 어떻게 활용하면 유익한지 아셨나요? 국어사전의 기본적인 기능은 ‘어휘에 대한 지식’이지만, 우리말의 사용법 전반에 대한 이해가 국어사전에서 나옵니다. 앞에서 소개한 지식 외에, 국어사전에서는 ‘장단음’에 대한 정보도 들어 있습니다. 예컨대, 물건의 가격을 정한다는 의미의 ‘평가(評價)’는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기(空氣)’는 짧게 발음해야 하는데, 길게 발음할 경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기’가 되어버리니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말도 역시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능력에 따라 성패가 결정나는 정보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직관력이 있어야 하며, 그 정보에 ‘익숙해’ 있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쓴 표현이 맞춤법인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 그것은 언어생활에 충실했다는 반증입니다.
우리는 “어물쩡하다”는 말을 무심코 사용합니다.
① 어물쩡 넘어가다
② 어물쩍 넘어가다
위의 경우 ‘어물쩍’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있다면 올바른 표현을 찾을 수 있지만, ‘어물쩍’을 전혀 알지 못할 경우는 아무리 사전을 찾아도 알 수 없습니다. 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① 편지풍파를 일으키다
② 평지풍파를 일으키다
한자에 익숙한 세대라면, 어느 것이 옳은지 쉽게 찾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세대에게는 어느 것이 옳은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평지(平地)는 ‘평평한 땅’이라는 말이니, 예기치 못한 ‘풍파’가 찾아왔다는 ②번을 찾을 수 있습니다. 편지는 ‘편지(片志 : 자그마한 뜻)’와 ‘편지(便紙 : 안부를 보내는 글)’밖에 없으니 ‘풍파’가 일어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① 여가 시간에 너는 무엇을 하니?
② 진위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우리들이 대표적으로 자주 틀리는 표현으로 ①은 중복 표현입니다. ‘여가(餘暇)’가 이미 ‘일이 없어 한가로운 시간’라는 뜻이므로 ‘시간’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불필요하겠죠? 그것은 ‘여가’만 찾아보아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②는 ‘진실여부’라고 쓰든지 ‘진위’라고 써야 합니다. ‘진위(眞僞)’ 는 ‘진실과 거짓’이라는 뜻이며, ‘여부(與否)’는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라는 뜻으로, ‘진위인지 아닌지’라는 말은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진위’를 찾는다면, 굳이 ‘여부’까지 사용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 신문지상에서 ‘진위여부’라는 말이 자주 쓰이므로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사용되지만, 그 사실을 안다면 틀린 표현을 삼가고, 고쳐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어사전은 모든 정보를 알려줄 수 없으며, 어떤 경우는 잘 찾아야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에 소개한 대로, ‘기본형’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찾을 수 없는 단어도 많이 있습니다. 즉, 국어사전이 ‘마술사전’이 되느냐 ‘국어사전’에 머무느냐는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