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너무 힘들었어요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들 외에는 모두 오랑캐입니다.
중국은 그야말로 가운데에 있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中國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4방위에 있는 나라들은 모두 이름이 있는데,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합니다. (조선은 활을 잘 쏜다고 해서 화살 모양의 글자를 새겨 넣었는데 오랑캐 중에서도 상급 오랑캐로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랑캐는 오랑캐죠) 중국의 배타주의는 수천년 동안 워낙 강성하다 보니 중국 내에서도 오랑캐 도시와 제국 도시가 나뉠 정도였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본토라고 생각했던 곳은 지금의 산둥 반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도의 땅에 불과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그곳에 제나라,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 등이 있었습니다. 북쪽의 월나라와 서쪽의 진나라, 남쪽의 초나라, 오나라 등은 오랑캐 취급을 받았습니다.
거대한 국가의 역사가 이러한데 이 바다에서 서식하는 플랑크톤 같은 개인에게 제국 컴플렉스와 오랑캐 컴플렉스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사람들은 오랑캐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사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오랑캐와 제국주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 문화를 배태한 숙주와 같습니다. 88만원세대를 아십니까? 88만원 세대의 다른 이름은 <배틀로얄> 세대입니다. 1%의 승자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목숨을 잃는 배틀로얄 게임에서 자신은 1%에 들 수 있다는 욕망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개미지옥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사람들이 주류와 비주류 신화를 만듭니다.

나도 대학 시절 때 스펙 맞추려고 토익 공부 하고, 학점 좇아다니고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몇 학기 그렇게 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비주류가 뭐 어때서? 자발적으로 비주류가 될 테다"
대학 시절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남들처럼 토익책, 전공책을 배고 자지 않고 정말 읽고 싶었던 플라톤, 스피노자, 서양철학사, 사서삼경, 사마천, 도스또옙스끼, 김유정, 기형도, 김수영 등을 섭렵했습니다. 취직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을 읽으면서 두려움도 많았지만 이미 결심하였던 '자발적 비주류' 운동은 내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한문과 교양, 시사 등에서 익힌 교양으로 논술강사, 출판업계 등의 일을 하며 주류 콤플렉스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최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을 보면 주류에 들어간 사람들이 수족이 꽁꽁 묶인 채 평판에 덜덜 떨며 하고 싶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인생의 포로가 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고시원에서 무척 오랜 시간 동안 책에 파묻히며 고시 공부를 하다가 합격의 행운을 얻으며 지옥에서 천국으로 급격히 신분상승이 되었지만, 그 신분상승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류 콤플렉스에서도 영영 헤어나오지 못한 분들을 보면서 나의 인생에 비해서 무엇이 더 보람될까 하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자발적 비주류, 자발적 바보, 자발적 오랑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죠? 바보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영결식을 하고 나서 처음 펼쳐든 <시사IN>에는 다른 매체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노무현 기사>가 떠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 그 마지막 페이지를 기록해 둔 것이었습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을 들어보실래요?


노 전 대통령은 비공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참모들과 함께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덧붙이고 자료를 올리고 책도 추천하면서 주제에 접근해갔다. 학자 출신 참모들이 전공별로 ‘독선생’ 노릇을 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사회학),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정치학), 정책특보를 맡았던 이정우(경제학),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정치학),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김창호(철학) 등 전·현직 교수가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같이 공부하자. 월급은 못 주고 차비는 드릴 테니 자주 오시라”고 열의를 보였다.
...
임기 중 노무현은 ‘큰 그림’을 그리고 ‘가치’를 지향한 대통령이었지만 그가 지향하는 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명료하게 전달되지는 않았다...권력이 있을 때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말을 해도 되지만 자연인 노무현으로 돌아온 지금은 튼튼하고 정교한 담론이 있어야 대중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라고 말했다.
...
대통령은 일상적으로 인터넷 내부 게시판에 질문을 던지고 인터넷에서 직접 찾은 자료도 올렸다. 참모들이 수시로 책을 권했는데 ‘인간이 무엇이냐’라는 철학적 주제로까지 확대되어 갔다.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인데 그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사회생물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사상가 수준의 전환이었다. 현실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철학 공부를 했을 거라는 말씀도 하셨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참여정부))
...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록한 목차와 메모들이 남아 있다. 가령 ‘역사적으로 진보의 시대를 설명하고 1970년대 이후 보수의 시대에 대해서도 설명’ ‘진보의 시대, 보수의 시대 각각의 주요 정책’ ‘보수의 시대의 결과: 감세정책, 양극화와 복지 축소, 일자리 대책, 규제완화와 금융시스템 붕괴’ ‘논의되고 있는 진보의 대안과 전략: 양극화 원인에 대한 인식’ ‘교육과 시장에서의 경쟁’ ‘자원과 환경, 생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개념들: 성장과 복지, 신자유주의’ ‘대립과 투쟁의 본질’ ‘진보·민주주의·자유주의·신자유주의의 관계’ ‘한국의 진보주의 역사’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진보 정권이었나’ 등이다.


기사출처
시사IN 90호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69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48




시사IN 편집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시사IN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관련해서 나간 기사 중에서 이 기사를 가장 잘 된 기사로 뽑았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뜻을 이어받고 싶어 하지만, 노무현의 정신이 무엇이고 노무현의 뜻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시간들을 추적하면서 취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의 최고 권력자 지위에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그를 '주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죠.  주류는 자기들끼리도 끊임없이 배척하려는 배타적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조선일보는 주류의 배타성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결국 밀어내 버린 것이죠. 하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은 애초부터 조선일보와 주류를 가지고 다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일보만 혼자놀기를 한 것이죠. 오히려 고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는 '자발적 비주류' 운동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비주류, 오랑캐, 약자들이 어떻게 강자들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는지 제가 연구한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랑캐가 제국을 이기는 방법 - 모델1. 흉노족 모델

중국 한나라 시절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융성하고 강성했던 시대 중의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무제 시절은 제국이 가장 강력했던 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정을 보면 한무제의 한나라는 골병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변방의 흉노족 때문이었습니다. 흉노족은 중국의 전체 역사에 등장합니다. 북방민족으로 끊임없이 본토를 위협한 종족입니다. 주대()에 중국의 북변을 위협하였던 험윤(玁狁)·훈육(獯鬻) 등의 후예라는 설도 있습니다. 진시황 시절에도 흉노족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은 사례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왕권강화를 통해 힘을 쌓은 한무제는 흉노족과 전면전을 벌입니다. 국가의 모든 재정을 기울여 흉노와의 전쟁을 벌이지만 끝내 흉노족을 없애지 못합니다. 그 많은 병사들을 가지고 그 많은 전쟁 자금을 가지고 한낱 북방 오랑캐에 불과한 흉노족을 이기지 못한 이유는 미국과 탈레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탈레반은 폭탄테러를 자행하고 험한 지형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전개하기 때문에 미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히지만 미국을 탈레반을 뿌리뽑지 못합니다. 예전에 베트남전에서도 미국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몸집의 차이에 있습니다. 중국 민족은 농업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정규군 위주의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몸집이 무겁기 때문에 보급선이 끊어지면 그 많은 대군은 죽은 목숨입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수적으로 열세한 그 많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형세 때문입니다. 쪽수가 많다고 해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규모가 크면 항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코즈의 상한선"(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상한선에 마주치게 된다는 이론. Coase theorem)이라고 하더군요.

흉노족도 바로 이런 원리를 통해서 한나라 제국을 끊임없이 괴롭힐 수 있었습니다. 흉노족은 유목 민족입니다. 전투방식은 게릴라전입니다.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말을 잘 타고 기동력이 우수합니다. 벌처럼 순식간에 모였다가 새떼처럼 흩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나라와 상대한 흉노족 왕은 흉노군의 사기를 올리는 방법을 귀신같이 알고 있었습니다. 묵돌[:?∼BC 174]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선우의 자리에 오르는데, 그 과정이 섬뜩합니다.

우선 자신의 친위부대를 기르고 활쏘기를 훈련시킵니다. 묵돌이 타겟을 향해 아기살(편전片箭)을 쏘면 부하들은 일제히 타겟을 공격합니다. 하루는 묵돌이 아버지의 아내, 즉 어마마마(생모는 아니겠죠^^)의 말을 향해서 편전을 쏘았습니다. 부하들이 여럿 머뭇거리며 엄호사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묵돌은 그 자리에서 활을 쏘지 않은 부하들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렇게 훈련시키고 나서 묵돌은 드디어 아버지 두만왕을 암살하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흉노족의 이와 같은 게릴라 전술과 팀웍 때문에 한나라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한고조 유방은 흉노를 섣불리 공격하다가 거의 죽을 뻔한 위험에 빠지자 굴욕적인 협상을 해주고 맙니다. 오랑캐가 제국을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모델은 흉노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 중 <흉노열전>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오랑캐가 제국을 이기는 방법 - 모델2. 고트족 모델

로마 제국 시대는 유럽의 찬란했던 역사라고 칭송받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유럽이 몰락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부패가 워낙 심해서 로마 국민들의 민심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로마가 지배한 식민지 중 고트족 영토에는 로마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고트족 영토에서 왕이 된 이십대 초반의 토틸라는 자신의 영토에 이탈리아 하층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신분이 다소 낮은 계층 즉, 중산층, 도시의 무산계급, 농민에 집중해 정책을 펼쳤습니다. 노예를 해방하고 대단위 사유지를 해체하고 토지재분배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백성들이 내는 혈세가 비대하고 부패한 궁정의 배만 불려주고 천릿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거대한 궁전을 짓고 이탈리아인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민족에게 보호금을 지불하는 일 따위로 쓰이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죠. 그의 말은 곧바로 백성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불과 3년 만에 그는 이탈리아 반도를 손에 넣었고 544년 1월에는 비잔티움 사령관들의 항복도 받아냈습니다. 사령관들은 이탈리아에서 제국의 대의를 더는 지킬 수 없게 됐다고 황제에게 보고하기에 이릅니다.

다급해진 로마 제국은 총공세를 단행해 토틸라를 권좌에서 떨어뜨립니다.이탈리아 제국과의 전쟁에서 토틸라는 치명상을 입고 병사들과 도망쳤으나 몇 시간 뒤에 죽고 말죠. 이로써 고트족은 모든 희망을 잃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굴복하지 않고 토틸라의 용맹한 장수들 가운데 한 사람인 테이아를 만장일치로 고트족 왕에 선출한 뒤 투쟁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테이아 역시 강력한 제국에 맞설 수 없었습니다. 겨냥이 잘 된 비잔티움군의 창에 고트족의 새왕이 쓰러지자, 비잔티움군은 왕의 머리를 창에 꿰어 모든 병사가 볼 수 있게 높이 쳐들어 보였지만 고트족은 퇴각하기를 거부하고 이튿날 저녁까지 저항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탈리아 땅을 떠나겠다는 것과 두번 다시 제국과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하면서 이탈리아 제국의 야망은 이루어졌다.

고트족 왕의 선정은 고트족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제국 본토의 민심까지 흔들어놓았습니다. 이탈리아 제국은 용병을 통해 권세를 유지하다가 점차적으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됩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자세한 내용은 <로마 제국 흥망사> 등 많은 책에 자세히 소개되니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대한민국 주류에 저항하는 사람들

주류 현상을 깊이 관찰해 보면 주류라는 것의 실체는 없고 환상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류는 특유의 배타성과 희소성을 통해 환상과 거짓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95% 이상의 국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표현하고 주장하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할 수 있는 성실한 주류입니다. 하지만 삼성이나 조선일보 등 주류인 척하는 사람들이 주류 콤플렉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바람에 자신이 비주류인 양 착각하는 것일 뿐입니다.

95%의 투표권이 있어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오랫동안 주류 환상에 세뇌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류로 들어가면 달콤하고 편안하고 천국을 누릴 수 있다는 유혹을 퍼뜨리며 그들은 주류라는 지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이죠.
바보 노무현은 주류의 환상을 깨뜨리려고 탈권위를 부르짖고 조선일보와 싸웠는지 모릅니다.

조선일보, 삼성과 정면대결을 하고 있는 언소주 역시 주류 환상을 깨뜨리는 첨병들입니다. 저는 시사모와 언소주에 이어 진알시라는 언론 시민모임을 알고 지냈습니다. 진알시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주류 담론을 유포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사기꾼 조선일보와 어떻게 전선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알시와 함께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일단 마음에 든 것은 진알시 운영자가 철저히 탈권위를 실천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일반시민들을 돕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류에 대항하려고 주류의 문법을 사용하는 다른 시민 단체와는 달리 보였습니다. 주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비주류의 문법, 탈권위의 문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정규군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게릴라군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이동도서관 만들기, 학교에 정론매체 보내기 등 조선일보와의 전쟁과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일들을 만들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전을 높이 평가합니다. 조선일보와의 싸움은 1~20년 안에 결정될 문제가 아니고, 미래세대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미래세대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도 없고 바보 같은 선택 같지만 그 비전에 동의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호감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진알시라는 시민모임에서 안티 조중동과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지만, 안티 조중동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삼성을 이기기 위해서는 약자가 어떻게 강자를 상대해야 하는가를 깊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선일보의 방식으로, 삼성의 방식으로 그들과 다투다간 금새 승부는 기울어지고 말 것입니다.

※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서 추천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 아고라)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762965



http://www.jinals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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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동아, 중앙일보는 대한민국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강적이다.
그들의 이름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 위해서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들이 사설을 쓰면 공권력이 바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들이 무서워하는 이름이 있다.
김정일?
아니다. 김정운이나 김정철도 무섭지 않다.

언소주 대표인 김SK씨의 부인 김모씨는 현재 경향신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선, 2009-06-11)
경향신문은 2006년 3월 21일자 25면 ‘북 서적 우리민족 장수비결 출간한 김SK 씨’ 기사에서 “1987년 당시 고려대 법대 총학생회의 기관지 ‘민주광장’ 초대 편집장 김SK 씨. 당시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란 기사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철창신세를 졌던 그였다”라고 소개했다. (조선, 2009-06-11)
지난해 12월 말 출범한 언소주 2기 대표인 김SK 씨는 현재 사회당 당원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기관지인 ‘민주광장’ 편집장을 지냈던 그는 이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동아, 2009-06-15)


김SK씨를 조사하기 위해 조선과 동아는 정보력을 샅샅이 뒤졌다.
조선일보는 4년도 더 된 경향신문의 기사까지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허위사실까지 만들어서 김SK씨를 정치꾼으로 만들려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처벌이 가능하다.  

조선과 동아는 이와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신문지면에 김SK씨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공권력, 대기업의 비호를 받고 있는 조선일보가 한 개인에 대한 신상을 끝까지 파헤치고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김SK씨가 소속된 단체, 그리고 네티즌들에 의해서 광고가 끊기고 지면이 반분되는 등 경영의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김SK씨는 조선일보가 그렇게 공을 들일 만큼 무서운 사람은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
김SK씨를 악마나 영웅, 혹은 신으로 만들어버리는 자들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다.

※ 다음 아고라에서 추천을 해주시려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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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0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늦게까지 뉴스를 보다가 이명박과 오바마의 한미 정상회담 속보가 시작됐다.
채널을 끄고 잘까 하다가 그냥 봤다.
정상회담은 지금까지 봤던 회담 중에서 가장 재미가 없었다.
심지어 부시와 이명박의 회담보다 재미가 없었다.

오바마는 시종일관 사무적인 태도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뻔한 말을 반복했다.
이명박은 주눅이 잔뜩 들어 있는 듯했다.
이명박은 "강력하게"라는 말만 반복했다.

오바마는 이명박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회담이 잘 안 된 것일까?
쓸데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FTA 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오바마는 지난번 런던에서 했던 이야기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했다.
'진전'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를 꺼냄으로써 올해 안에 비준안 제출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쇠고기 쟁점이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광우병 쇠고기 항의 촛불시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실을 바꿔놓지 못했지만,
세계인들의 인식을 단숨에 바꿔버렸다.
미국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한 기존의 정책을 전격 재검토했으며 방역정책을 훨씬 강화했다.

압권은 기자회견 직후였다.
머뭇거리던 오바마는 이란의 유혈사태(200만명이 선거부정을 문제삼으며 들고 일어섰고 최소 7명이 사망했다)를 거론하며
시국선언을 시작했고,
이명박은 오금이 굳어버린 듯했다.

할말을 다 마치고 나서 두 대통령은 퇴장했는데,
오바마가 이명박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려놓자,
이명박은 무조건반사처럼 손을 들기는 했지만,
이내 축 쳐지고 말았다.

부시 앞에서 할말을 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듣던 사람이 생각났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웠다.

출처 : mini 공감


(한미 FTA질문에 답한 뒤에)


 Okay? Thank you very much everybody ... uh, well ...
됐습니까?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 ... 아, 근데 ...


 It was on-ly -- let's see -- I think seven hours ago or eight hours ago when I -- I have said before that I have deep concerns about the election. And I think that the world has deep concerns about the election. You've seen in Iran some initial reaction from the Supreme Leader that indicates he understands the Iranian people have deep concerns about the election.

 시간이 딱 ... 가만 있자 ... 7시간 전인가 8시간 전에 ... 제가 말했듯이 전 그 선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가 그 선거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보셨다시피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첫 반응을 좀 보면 그건 이란 국민들이 선거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Now, it's not productive, given the history of U.S.-Iranian relations, to be seen as meddling -- the U.S. President meddling in Iranian elections. What I will repeat and what I said yesterday is that when I see violence directed at peaceful protestors, when I see peaceful dissent being suppressed, wherever that takes place, it is of concern to me and it's of concern to the American people. That is not how governments should interact with their people.

 근데,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감안할 때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생산적인 일이 아니지요. 미국 대통령이 이란 선거에 간섭하는 것은요. 제가 재차 말씀드리고 싶고 또 어제도 말씀드렸던 건, 전 평화적인 시위자들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걸 볼 때, 평화적인 반대표명이 억압받고 있는 것을 볼 때,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나건, 그건 제가 우려하는 것이며, 미국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방식은 정부가 자국 국민들과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And my hope is, is that the Iranian people will make the right steps in order for them to be able to express their voices, to express their aspirations. I do believe that something has happened in Iran where there is a questioning of the kinds of antagonistic postures toward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have taken place in the past, and that there are people who want to see greater openness and greater debate and want to see greater democracy. How that plays out over the next several days and several weeks is something ultimately for the Iranian people to decide. But I stand strongly with the universal principle that people's voices should be heard and not suppressed.

 또 제가 바라는 건, 이란 국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열망을 표현하기 위해 정당한 단계를 밟아가기를 바랍니다. 제가 정말 믿는 바는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거기서 과거에 벌어졌던 국제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적대적인 자세들에 대해 의문이 있다는 것이며, 또 더 큰 개방성과 더 큰 토론을 보기를 원하고 더 큰 민주주의를 보기를 원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향후 며칠, 몇주에 걸쳐 전개되가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이란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만, 제가 강력히 지지하는 보편적인 원칙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Okay? All right. Thank you, guys.

됐습니까?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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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6-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븅신은 저 소리 들으면서도 헤헤헤 하고 있던데요... 글러벌 호구 선생...

승주나무 2009-06-18 11:47   좋아요 0 | URL
글로벌 호구 선생.. 정말 어울리는 별명이네요^^

비연 2009-06-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챙피합니다...;;;;;

turk182s 2009-06-2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교뉴스란이라길래 아파트부동산 뉴스인줄 알았슴..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과 민생민주국민회의, 미디어행동, 민언련 등 600여개 시민단체는 8일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 편중 광고한 광동제약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사진 : 오마이뉴스)




참여정부의 도움을 받고도 겨우 얻어낸 '가혹한 1승'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언론에 대한 인식 수준은 유아기에도 못 미친다.
업계 최대의 광고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이 한겨레, 경향. 시사IN 등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토를 다는 기사를 쓴 신문사에 광고를 주지 않은지 벌써 4~50개월이 넘어간다. 그 동안 이 매체들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고, 경향신문은 경영악화로 인해 기자 월급이 88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신문사를 상대로 '너구리 잡기'를 계속 하고 있다.

박정희 시절의 광고탄압까지 가지 않더라도 2MB 정권의 치사스런 광고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각 신문사에 광고를 얼마나 집행하는지 보고해서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경향, 한겨레, 시사IN 등에 광고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전달됐고 공기업들은 이들 신문사에 광고를 끊거나 티가 안 나게 찔끔 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기업의 광고까지 간섭하는 정부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빤히 보인다.

문제는 대기업이다. 주요 광고 고객인 대기업은 공기업의 광고 책정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광고를 뺀다. 나중에 신문업계나 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 핑계거리가 확보된 것이다.

2006년 삼성에 대해서 불편부당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1년 넘게 거리로 쫓겨났다. 월급도 못 받으면서 독하게 버틴 끝에 결국 새 매체를 창간해 취재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시사저널 사태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매체가 <시사IN>이다.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미친 듯이 취재해 책을 만든 끝에 <시사IN>은 창간 3년도 안 돼 손익분기점을 쳤다고 한다. 그래도 고 노무현 참여정부 때 청와대의 명조가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1승이지만, 말이 1승이지 이 일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아직도 시사IN 기자들에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면 손사레를 친다.


▲ 광동제약의 회장 명의로 언소주에 전달된 공문에는 조선일보에만 광고를 싣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놈들'을 상대로 얻어낸 1승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2008년 촛불의 열기 속에서 태어난 시민단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몇몇 네티즌들이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고 24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 개월에 걸쳐 재판에 끌려다녀야 했으며, 그 중에서 대부분이 유죄를 받고 '전과자'가 되었다.

법률전문가와 법학 교수들, 전문가들 등 대다수의 법률가들이 위헌이라고 한 광고불매운동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조선일보의 영향력 때문이다. '깜도 안 되는' 사건이 중범죄가 되기까지 조선일보는 정부,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했으며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고백했듯이 정치검찰의 수사를 종용했다.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에 관여한 것을 봤을 때 광고불매 재판이 공평하게 판결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소주의 광고불매운동은 사실상 국가가 부당하게 간섭하고 탄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를 <이명박 정부 위의 정부>라고 부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언소주는 1심 재판에서 판사가 "기업에 광고 철회를 요구하는 전화걸기 등의 방법은 사회 상식을 넘어서므로 위력이 되지만,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거나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판시한 내용에 주목하며 직접 조선일보 광고주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해 하루도 안 돼 항복을 받아냈다. 광동제약은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조선일보 등에만 광고를 하던 편파적인 관행을 철회하겠다고 공문을 보내 왔다.

이 사례가 2MB,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언소주의 1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조선일보가 고소를 할 여지를 없앴고, 둘째, 국가가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탄압할 명분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셋째, 언소주가 나름대로의 전략을 통해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는 점이다.


끝내 조선일보의 광고 철회를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기업으로서 영업활동을 하는 현실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차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광동제약 등 사기업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조선일보 광고 전면 철폐라는 요구는 어쩌면 부당한 요구나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설령 지금 당장 광동제약이 조선일보 광고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끝내 조선일보의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여지도 남겨 놓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편 '경향과 한겨레 먹여살리기'라거나 '힘 없는 중소기업을 괴롭힌다'는 등의 비판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언소주에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사업을 당장 보여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다. 조선일보 광고기업에 대한 광고철회 독려가 '광고주 협박'으로 왜곡됐고, 재판에 계류돼 24명의 무고한 시민이 뜬금없이 '범죄자'가 되었던 그간의 맥락과 비교한다면 이번의 불매운동은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언론운동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모든 운동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금언 "두 발짝 내딛으면 실패하고 한 발짝이나 반 발짝 내딛어야 성공한다"이 더욱 떠올리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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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론소비자'라는 생소한 개념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위상조차도 별 볼일 없을 정도로 미미한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소비자란 그저 다른 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2006~2007년 <시사저널> 사태(삼성 기사를 삭제한 일 때문에 언론사 기자들이 1년 넘게 거리로 내몰려 절박하게 싸운 사건)를 사람들은 언론사의 노사문제이거나 내부문제로 치부했다. 하지만 각성한 독자들이 이 '싸움판'에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이 일은 '국민의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몇몇 독자들이 뜻을 모으고 수천 명의 독자들이 힘을 보태 만들어진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에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해 기자들을 도왔고, <시사IN> 창간 과정에서 독자들과 함께 산파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던 독자로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작은 승리가 무척이나 그리웠던 우리의 처참한 언론사에서 단비 같은 승리였다.


언론소비자운동, 1심은 판정패했지만...

하지만 두 번째 전쟁은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상대들'과 만났다. <시사저널> 사태가 언론권력,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재벌과 벌인 국지전이었다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광고주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지면 불매운동은 재벌권력, 언론권력, 국가권력이 결탁한 초대형 괴물을 상대로 한 전면전이었다.

 

이명박 정부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정부'인 <조선일보> 등은 지면을 통해 법무부장관과 정치권 등에 압력을 넣어 임채진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무리한 수사를 하게 만들었다. 검찰은 검찰대로 위헌적 수사를, 법원은 법원대로 위헌적 판결을 내렸다.

 

지난 2월 법원은 촛불집회 당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회원 24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과 민생민주국민회의, 미디어행동, 민언련 등 600여개 시민단체는 8일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 편중 광고한 광동제약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 권우성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1심 재판은 그렇게 '언론소비자'의 판정패로 끝났다. 하지만 언소주는 독자들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그 판결문의 틈새를 열고 전열을 가듬었다. 족벌 신문 지면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라는 요구가 위법 시비에 휘말리자 기업을 정조준하기로 했다.  

 

그것이 어제(6월 8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있었던 언소주 기자회견의 요지다. 광고 불매가 아니라 상품에 대한 직접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상품 불매운동은 상품에 결함이 있을 때 소비자가 행동하는 방식이지만, 편파적인 언론 광고주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기업들이 21세기에 맞는 윤리의식을 갖추라는 소비자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지 물건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화된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언소주가 주창하는 불매운동의 취지이다.

시사모 활동 이후로 내 생활은 여러 가지로 달라졌다. 특히 지하철에서 아주머니들이 돌리는 전단지는 절대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시사IN> 창간 과정에서 시사모 회원, 고재열 기자 등과 함께 광화문에서 창간 홍보지를 돌려본 기억 때문이다. 홍보지를 외면하는 시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아 앓아 누운 적도 있었다. 그것은 좋은 언론을 읽고 싶은 독자로서 부담해야 할 아주 작은 상처에 불과하다.

내가 '지갑 민주주의' 실현하는 이유

그리고 또 달라진 것은 매년, 또는 매달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이다. <시사IN> 정기구독료, <경향신문> 정기구독료, 월간 <작은책> 정기구독료, <녹색평론> 정기구독료, <프레시안> 후원금, 언소주 후원금 등 언론매체나 언론단체에 기부하는 돈이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아직 키보드워리어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으로서 '행동'으로 그만큼 붓지 못한다면 '지갑'으로라도 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을 나는 '지갑 민주주의'라고 부르겠다.

지인이 언소주에 매달 돈을 입금하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는데, 안티 조선일보 운동의 업그레이드판을 보게 돼 반가운 마음으로 부담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대중은 뜻이 옳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운동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칙이지만, 강요를 해서 언소주 후원회원으로 만들거나 <시사IN>, <경향신문>, <녹색평론> 구독자로 만들거나, 프레시앙(<프레시안>을 후원하는 회원)으로 여럿 끌어들였다.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지는 않지만 이것이 내가 했던 행동 중에서 비교적 '잘한 짓'에 해당한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과 민생민주국민회의, 미디어행동, 민언련 등 600여개 시민단체는 8일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 편중 광고한 광동제약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 권우성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그리고 한 가지 습관이 늘었다. 편파적인 언론보다 더 못된, 편파적인 광고집행을 하는 기업들이 정신 바짝 차리도록 집요하게 불매운동을 하고,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을 자판기에서 빼먹는 일회용 컵쯤으로 생각하고, 소비자들은 눈먼 돈을 들고 다니는 '바보' 쯤으로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외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기업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의 산성이 건재하고, <조선일보>가 건재하다. 만약 소비자들이 광동제약 같이 조중동에만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 불매로 맞선다면 세상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는 더 이상 고소 고발할 틈새가 없기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하고, 정부로서도 정당한 소비자운동을 견제할 마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조선일보>에 편파적인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을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면 <조선일보>의 논조가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어쩌면 2008년 광화문을 밝힌 100만의 촛불보다도, 고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전국의 수백만 추모객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조선일보>에 광고하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는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일 것이다.


※ 광동제약이 단 24시간도 되지 않고 백기투항했다. 조중동에 편파적으로 광고를 하는 기업들과 조중동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래는 공문 전문...

광 동 제 약 주 식 회 사

 

137-875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77-4 /

 

자 : 2009. 06. 9.

신 :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외

조 : 김성균대표

신 :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

목 : 불매운동캠페인에 대한 당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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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 단체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2. 귀 단체의 불매운동캠페인에 대해 당사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전달해 드립니다.

 

 

 

- - - - - - - - 아 래 - - - - - - - -

 

광동제약은 앞으로 특정 언론사에 편중하지 않고 동등하게 광고집행을 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앞으로도 더욱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광동제약주식회사

대표이사 최수부



※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임. 사진자료는 오마이뉴스를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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