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라는 매체에 가끔 독자칼럼을 기고하는데, 무슨 영업비밀처럼 몰래 생각하고 있다가 오늘 송고했다. 언어와 언어의 연결, 대화의 과정 같은 상식적인 경로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세계는 비정상적인 소통을 나누고 있다. 힘센 언어 하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상황이라면 일단은 그 힘센 언어를 잡고 볼 일이다.
‘공정사회’와 ‘기본사회’의 담론전쟁
시쳇말로 ‘MB가 미는 유행어’인 ‘공정사회’가 화두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꺼냈을 때만 해도 추상적인 구호겠거니 했지만 총리 후보자, 외교통상부 장관 등 고위 관료 몇을 제물로 이 담론은 급성장해 2012년 대선 국면을 집어삼킬 꿈을 꾸고 있다.
‘공정사회’는 2008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경제 대통령’ 담론과 흡사하다. 여론조사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일자리 문제, 경제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줄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표를 쓸어 담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경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언어의 함정을 지적하며 속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진실을 품고 있으면서도 공정사회와 대적할 만한 언어를 만들어 맞서야 한다. 나는 그것이 ‘기본사회’라고 생각한다. 기상이변 때 단적으로 드러났듯 MB, 오세훈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지도자들은 기본기가 전혀 없다. 출신도 역시 CEO(MB), 변호사(오세훈)로서 외부에서 급히 수혈된 ‘땜빵용’들이니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정치는 이들에게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정치 입문 이후에도 정치과정을 ‘여의도 정치’라고 폄하하며 포장하기만 바빴다. 청계천, 한반도 대운하(MB), 디자인서울(오세훈)이 그 증거물이다.
우리는 드리블, 달리기 등 기초훈련을 건너뛰고 화려한 슛을 일삼는 게으른 선수를 상대하고 있다. 초중고교생 무상급식, 청년실업/비정규직 문제, 남북관계 문제, 자연재해 방지 시스템 등 상식에 기반한 기본사회의 재료들이 모두 준비돼 있다. 왜 먼 데서 답을 찾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