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에도 좀 알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블로그, 오마이뉴스, 페이스북, 위키트리 등에 게재하였습니다.(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이것뿐이라...)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르문학만 1900개의 서평을 남긴 리뷰어의 죽음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공지가 하나 떴다. 알라딘 리뷰어 물만두(故 홍윤)의 부음 소식이다. 유족에 따르면 숨지기 전날 저녁까지 가족들과 농담하며 잠들었는데 그 이후로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알라딘 관계자는 현장에 달려가 조문했고, 유족과 함께 리뷰어를 기리는 각종 이벤트와 유고 출판물에 대한 협의까지도 했다고 전했다. 그의 동료 블로거들은 자비를 털어서 책을 출간하기로 했는데 알라딘의 가세로 힘이 붙은 형국이다.

그는 지금까지 1900여편의 리뷰를 남겼는데 모두 장르문학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었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을 좀 읽고 글을 남겼다 싶은 나도 150여개에 머무는 것을 보면 2천편 가까운 리뷰는 이미 작품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발을 붙이게 된 독자들이 많이 있다. 현재 알라딘 블로그에는 추모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물만두님 덕분에 가입했다"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분야에 대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한다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치나,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간을 두고 그의 서평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전체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바라본다기보다는 "관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장르문학뿐만 아니라 출판인들은 "물만두"라는 닉네임을 알고 있었다. 장르문학 역시 그의 리뷰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알라딘 출신의 스타 블로거 로쟈는 잘 알려져 있는데, 물만두는 장르문학의 로쟈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사람은 장르문학이었다

출판쪽 일을 하고 있을 때, 책을 보내주기 위해 우연히 그와 통화하기 전까지는 그가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근육병 때문에 20년 넘게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없어 겨우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신체적 활동이 필요할 때마다 어머님에게 의지했다. 블로그 글에 찍어 올렸던 모든 사진에 보이는 단순한 동작조차 그는 몸이 불편해서 하지 못했다. 

자신의 블로그(서재)에 남긴 댓글에 모두 따뜻하게 답글을 달아준데다가 댓글을 달아준 블로거(서재지기)에게 가서 그의 글을 읽고 화답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에게 이웃들은 장르문학이었다.
이웃들의 글을 통해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나도 그를 통해 삶이 변화된 경우다. 책 정보와 리뷰어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나의 글을 유심히 읽은 그는
나에게 리더스가이드라는 도서포털사이트를 추천해줬다.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 물만두 님이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할 때 찍었던 도장

나는 그 사이트에 곧잘 적응하였고, 내친 김에 그 사이트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출판현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사실 그로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미국에 사는 한 블로거에게 직접 책을 보내준 적이 있었다. 책을 선물할 때는 물만두 모양의 도장(이웃 블로거가 만들어준 도장)을 새겨주는 세심함도 보여줬다.

현재 알라딘 홈페이지에는 그의 많은 이웃들이 추모글을 올리고 있다. 알라딘은 그가 읽었던 책을 가지고 추모 리뷰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블로그에 마지막 글을 남긴 사람은 동생이며 그 글에는 1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동생은 언니의 죽음을 짧게 알렸다.

2010년 12월 13일 아침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너무도 착하고 사랑스런 언니를 잃어 너무 너무 슬픕니다. 

그래도 언니가 세상에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이글을 남깁니다. 

우리 언니 좋은 세상에서 아프지 말고 살기를 모두 기도해 주세요.  

그동안 우리 언니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물만두의 추리책방(http://blog.aladin.co.kr/mulman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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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도 눈물이 나네요~
우리가 알라딘 마을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 사람들과의 따뜻한 소통이지요.
내가 기억하는 물만두님과의 인연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BRINY 2010-12-1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두님 본명을 이제야 알았네요.

antitheme 2010-12-1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른 알라딘서재에서 처음 접하는 소식이 ....
가슴이 먹먹하네요.
 
결국 눈물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20101213
十匙一飯
물만두님..
마음이 착잡하네요.
故 홍윤 님(물만두님)의 명복을 빕니다.
근조: 당신은 우리나라 최고의 쟝르문학 리뷰어입니다.
물만두님, 안녕히 잘 가세요. (__)

나는 장르문학을 잘 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그의 글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문, 철학,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소 학술적이고 고전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
지금은 장르문학에 대해서 관심갖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다.
그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한 그의 리뷰를 한동안 볼 기회가 있었다.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야에 대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한다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치나,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장르문학 초심자와 장르문학 출판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문학을 가지고만 이야기하면 그의 반 정도밖에 모르는 셈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자신의 블로그(서재)에 남긴 댓글에 모두 따뜻하게 답글을 달아준데다가
댓글을 달아준 블로거(서재지기)에게 가서 그의 글을 읽고 화답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에게 이웃들은 장르문학이었다.
이웃들의 글을 통해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나도 그를 통해 삶이 변화된 경우다.
책 정보와 리뷰어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나의 글을 유심히 읽은 그는
나에게 리더스가이드라는 도서포털사이트를 추천해줬다.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사이트에 곧잘 적응하였고,
내친 김에 그 사이트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출판현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사실 그로부터 시작한다.

언론운동을 하면서도 책을 들고 다니고, 출판사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나의 꿈이 시작되고 강화되고 성장하는 모든 시작점은 바로 그이다.

그는 바로 알라딘의 물만두이며 리더스가이드의  rossini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1900여개의 장르문학 이야기와 함께 물만두라는 산이 멈춰섰다.
아마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으면서 하늘을 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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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프로필과 팬페이지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다. 애써 친구맺기한 프로필을 닫겠다고 통보한 김진애 의원. 프로필 분량 다 채우고 페이지 새로 튼 노회찬 의원


프로필은 1단계, 팬펜이지는 2단계인가?


최근 김진애 의원은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팬페이지'로 갈아타며 애써 맺은 친구들에게 프로필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그 대신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요청했다. 김진애 의원뿐만 아니라 노회찬, 이정희 의원 등 많은 정치인, 유명인들이 프로필에서 팬페이지로 옮겨갔는데, 대체로 프로필 정원 초과가 그 이유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산수로만 계산했을 때 프로필 5,000명은 금방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굳이 팬페이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해당 유명인의 지지자나 친구는 친구맺기에 이어 페이지로 찾아가서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 어찌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웹 상에서 클릭 한번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큰 일이다. 혹시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을 트위터에서 하던 대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친구 5천명은 너무 적지 않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이 질문은 "페이스북의 친구가 왜 5천명 제한일까?"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페이스북은 왜 친구맺기를 5천명으로 제한할까? 왜 3천명도 아니고 5천명인지를 알려주는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지만 6억 분의 1(현재 페이스북의 활동적 사용자는 6억명이다)인 개별 사용자에게 허용하는 최대한의 수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 특정한 사용자가 굉장히 많은 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페이스북의 소통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근본적인 차이를 알 수 있다.

친구 수 제한은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신념이 담긴 정책이기 때문에 앞으로 친구맺기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네트워크가 확장할수록 강해집니다."

최근 페이스북 프로필이 관계 지향적으로 바뀐 것도 이 말을 확인해준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얼마나 유명인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특권 없애기 악명 높은 페이스북의 철학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F8이라는 서비스를 발표할 즈음의 일이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내부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만 특별히 우대받지 않는 평등한 생태계를 원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페이스북 사진 앱에서 몇 가지 기능을 삭제해 버렸다. 외부 개발자가 만들 수 없는 기능이라는 게 이유였다.
페이스북의 이런 고집은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F8 행사를 앞두고 주커버그와 직원들은 이듬해까지 5천 개의 앱이 사이트에 올라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6개월만에 2만5천 개의 앱이 운영되었다.

페이스북의 관점에서 보면 이외수 트위터(519,899 팔로어)와 김연아 트위터(295,517팔로어, 이하 2010년 12월14일 03시 현재)는 시장 독점 기업이 된다. 마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과점을 감독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주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을 정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많은 면에서 페이스북은 보통 회사보다는 국가 조직과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으로 이뤄진 커뮤니티가 있고, 다른 어떤 테크놀로지 회사보다도 진정한 ‘정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페이스북 이펙트 377쪽)

페이스북 내부 앱이건 외부 앱이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앱의 생존력을 높이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 주커버그 식 다원주의 옹호론이다.

주커버그를 심층 취재해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써낸 포춘 기자 출신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의 "공정한 사회"와 관련해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페이스북은 '기관'의 권한 을 축소시키는 대신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주커버그 본인도 페 이스북을 운영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권한을 회원들에게 넘겨줬다."(페이스북 이펙트, 33쪽)

글로벌 서비스가 국내에 유입될 때는 대체로 알맹이는 쏙 빠진 채 기능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흡수되는 면이 없지 않다. 페이스북을 미리 사용해본 지식인, 얼리어답터 등 뜻 있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교양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의 부정적인 특징들이 사회적으로 유통될 위험성이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요새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이렇다. 페이스북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주커버그의 어록을 온전히 모아낸 유일한 책이기 때문. 국내에서 점점 이용자들이 홍수처럼 밀리는 지금 상황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부정적인 현상이 만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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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이펙트 - 전 세계 5억 명을 연결한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의 인사이드 스토리 에이콘 소셜미디어 시리즈 6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지음, 임정민.임정진 옮김 / 에이콘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페이스북은 대학 2년생의 감수성으로 봐야

<철학이야기>의 저자 윌 듀런트는 "대학 2년생"에 대해서 추억했다. 대학을 경험한 철학자들은 모두 대학 2년생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소개했다. 대학1년 새내기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 3학년이 되면 취업의 압박이 시작되니 대학 2학년은 순수하게 대학을 학문의 전당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해인지도 모르겠다.
마크 주커버그는 대학 2년 시절인 2004년 여름 학교를 그만두고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로 간다. 팔로알토는 실리콘밸리 안의 도시다. 페이스북은 이제 하버드대학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야생의 시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페이스북의 초심은 바로 2003~2004년 이 시기를 말한다.
내가 페이스북을 대학 2학년으로 부르는 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기자님이 대학생일 때를 생각해 보세요. 갖가지 이론을 공부하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죠. 세상을 추상적이고 매우 이상적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대학에서는 모든 것이 매우 자유롭죠. 그리고 ‘사람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가치를 배웁니다. 그런 것들이 제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결국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이펙트, 32쪽)

"무엇가 할 수 있는데 왜 아직도 공부만 하고 있죠?"(함께 일하고 싶은 대학원생들에게 주커버그가 종종 하는 말)

결국 페이스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 2년생의 감수성을 활용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이폰 서비스와는 보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져야 페이스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문법을 배우듯,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단어만 암기하는 수준으로는 안다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이용할 수 없고, 도리어 이용당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배우면서 진화하는 중

F8, 오픈그래프, 페이지 인사이트 강화, 인터페이스 전면 개편 등.. 페이스북은 정신없이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속도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이것은 페이스북 시스템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구성원의 열정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사장을 지냈고 지금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션 파커는 페이스북의 회사 미션에 대해서 자신감 있게 말했다.

"회사 미션 가운데 하나는 실리콘밸 리에서 가장 멋진 회사가 되는 것이었죠. 회사는 재있고 락앤롤과 같 은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201쪽)

<페이스북 이펙트>에는 회사 내 분위기가 자세히 소개되었다. 그래 피티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최에게 사무실 벽에 그래피티를 그리게 했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불러 여자 화장실에 독특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 .회사에서 걸어갈 거리에도 임대 주택이 있었는데, 주말이면 직원들이 그곳에서 파티를 즐기곤 했다.

 

▲ 마크 주커버그, 더스틴 모스코비츠, 션 파커(왼쪽부터) 뒤로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최의 벽화가 보이는데, 그는 벽화를 그려준 대가로 주식을 받았으며, 그 주식의 현재 가치는 수천만 달러에달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마크 주커버그의 학구열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인 워싱턴포스트 사장 돈 그레이엄을 모델로 삼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워싱턴포스트 사무실을 방문해 그 레이엄 사장의 업무를 지켜봐도 좋은지 부탁했다.(198) 허락을 얻은 주커버그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 그레이엄과 4일을 붙어 다녔다. 심지어 뉴욕 출장에까지 동행해 그가 기업 애널리스트들 앞에서 프리 젠테이 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현재 그의 나이가 26세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변이 없는 한 젊은이들은 죽을 때까지 주커버그의 영향력 아래 있을 것이다. 주커버그는 영원히 대학 2년생인 채로 있다.


대학생의 경제학

페이스북이 대학에서 시작한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학교야말로 실제 소셜네트워크가 밀접해 있는 곳이며, 인생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다. 세미나를 곧잘 열어서 토론하고, 농활이나 봉사활동, 해외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을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만약 마크 주커버그가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서 페이스북을 시작했다면 지금의 인재들을 만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풀이 굉장히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이라는 조건은 천재가 천재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이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봐도 대학은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다. 첫 자동차 구매, 첫 은 행 거래, 첫 신용카드를 사용 등 평생에 걸친 소비 습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가 바로 대학 시절이다. (169) 그리고 이들은 처음 선택한 수단을 수십 년 동안 바꾸지 않고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이것을 증명하며 "기준점 효과Anchoring"라고 불렀다. 예컨대 슈퍼에서 희매가격이 25,000원, 판매가격 23,000원이라고 표시되면 소비자는 싸게 샀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학생"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본질적인 이유는 페이스북 이용자 대부분이 대학생이거나 대학생 출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학생의 입장에서 페이스북을 생각하고 페이스북의 미래를 예견해본다면, 페이스북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큰 방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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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이스북의 탄생스토리와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담은 영화 <소셜네트워크>(이하 영화)와 페이스북의 성장과정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책 <페이스북 이펙트>(이하 책)가 거의 동시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내친 김에 둘 다 접하고 특징을 비교해 보았는데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영화와 책은 각각 '삼국지 연의'와 '정사 삼국지'라 할 수 있겠다. 삼국지 연의는 극적 긴장과 흥미, 국가주의에 방점을 찍어 흥미진진하지만 정사 삼국지는 사실관계와 인물들의 가치관에 집중하는 반면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이 글에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문제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저마다 페이스북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니까. 다만 흥미 위주의 영화를 마치 사실로 받아들일까봐 걱정이 된다. 세상에 410억 달러짜리 기업가치(2010년 11월 15일, 블룸버그)를 지닌 회사가 어떻게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홧김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자본주의는 그만큼 허술하지 않다. "페이스북 창업, 영화처럼 극적이진 않았다"라는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의 말은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기어리고 매력적인 영화 속 3인방 마크, 파크, 세브린

'삼국지연의'와 '정사 삼국지' 닮은, 페이스북 이야기의 영화와 책

영화와 책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와 책의 관심사 차이다. 책에서는 "페이스북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낸 역사적인 인물을 중요하게 다룬다. 마크 주커버그의 멘토이자 워싱턴포스트의 CEO인 돈 그레이엄, 프로젝트 탄생기부터 모든 궂은 일을 맡고 결과를 만들어낸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의 비즈니스모델을 완성시킨 셰릴 샌드버그가 그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페이스북 창설을 크게 도왔다는 이유로 이들은 영화에 캐스팅되지 못했다. 극적 긴장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에는 극적 긴장도와 흥미를 한껏 높여줄 수 있는 주제와 인물들이 전면에 포진한다. 전설적인 P2P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의 창시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악동 션 파커가 주인공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에두왈도 세브린과의 갈등과 윙클보스 형제와의 소송이 영화의 주된 테마로 그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에서 소개되는 페이스북의 전신인 페이스매쉬보다 코스매치(course match : 친구들과 관심있는 아이의 강의시간표를 공유할 수 있는 하버드 대학교 학내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나 플러그인이라는 플랫폼을 탄생케 했던 시냅스(synapse : 주커버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담 디안젤로와 함께 만든 MP3 오디오 파일을 들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페이스북 형성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역시 캐스팅에 실패한 배우들일 뿐이다.

 

이에 주커버그의 광기어리고 다중적인 성격과 갖가지 흥미를 위한 소품은 사실에 근거해 극적으로 과장한 것이므로 전혀 사실무근인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주커버그가 들고 있던 우스운 명함에 새겨진 진짜 메시지는 '사장입니다…제길' 이다. (영화 속 명함은 이보다 더 자극적이다)
  


포츈 지의 저널리스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을 만든 모든 인물들을 취재하고 실리콘밸리의 사정에 정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성장기를 온전히 담아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세븐>을 연출한 명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이에 재미와 극적 긴장을 입혀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었다.물론 리얼스토리는 영화화할 만큼 충분히 극적인 면모를 잔뜩 머금고 있다.

영화와 책을 통해 얻는 '색다른 영감'은 또다른 재미

리얼스토리에 따르면 마크 주커버그는 에두왈도 세브린이 끌어온 초기 자금으로 회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중간에 세브린은 사실상 배척되고 몇 건의 소송과 같은 갈등 후에 세브린이 페이스북의 창업자로 이름이 올라가며 알려지지 않은 협의금을 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이상의 기록은 없다. 영화에서도 이 대목은 무척 중요하게 다뤄진다. 션 파커와 세브린이 철천지원수가 되어가는 모습 속에서 세브린이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유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것은 2~3초 남짓한 순간에 흘러가기 때문에 표정을 잘 봐야 이를 알 수 있다. 협의금을 준 이유에 대해서도 영화는 두 개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표현한다.
반면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분석한다. 서비스 자체의 확장성에 열정을 다하던 중요한 시점에 세브린이 외부활동이나 영업 등 팀워크과 배치되는 행위를 연이어 했기 때문에 소원해진 것이다. 이에 비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주커버그가 의식적으로 영입한 인사이며 페이스북을 체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했다는 점에서 세브린과 대조된다. 모스코비츠가 퇴사한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리얼스토리가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리얼스토리는 사실에 입각해서 기록할 수밖에 없고, 책을 쓴 저널리스트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우리고 욕구하는 진실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이성의 빛만 밝혀줄 뿐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가 극적일 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의 탄생과정보다 극적인 면이 많았다. 영화는 이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

영화와 리얼스토리를 비교하면서 얻게 된 귀중한 보너스가 있다. 이 둘을 통해 페이스북과 주커버그의 성장기뿐만 아니라 영화란 무엇이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다. 영화와 저널리즘이 페이스북에 관심을 갖는 관점과 두 작품의 협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진실에 가까운 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영감을 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나는 책이 더 재미있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영화처럼 흥미를 쥐어짜내지 않고도 충분히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리얼 3인방 마크 주커버그, 더스틴 모스코비츠, 션 파커(왼쪽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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