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소셜북스(www.facebook.com/socialbooks)에서 2010년 읽은 책을 결산했다. 2010년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이 아니라 2010년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책 1권을 추천받았다. 총 10명의 회원들이 댓글로 책을 추천했고, 추천을 통해 참여한 독자는 총 46명(중복 포함)이다. 키워드별로 재구성했고 추천수를 함께 소개한다.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facebook.com/notes.php?id=158407580860652&notes_tab=app_2347471856#!/note.php?note_id=181886381839584)


미디어여 영원하라, 미디어 논쟁도 영원하리



21세기 대한민국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이슈는 단연 미디어 이슈다. 2006년 6월 삼성의 압력을 받아 언론사 사주가 기사를 무단으로 도려내 1년 넘게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로부터 시작해, 2008년 촛불집회와 함께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대상으로 한 광고 불매운동, 위 세 신문사와 매일경제, 연합뉴스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길을 열어주는 "미디어법"은 2008년 한나라당의 법안 제출과 2009년 7월 직권상정 파문, 헌법소원과 2010년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업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후폭풍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에 맞물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파문은 2010년 벽두부터 불거져온 언론 이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기존 미디어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대안 미디어의 등장도 2010년을 달군 이슈였다. 6.2지방선거와 추석 연휴 기간 기습 폭우는 언론환경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다. 소셜북스는 지금과 같은 미디어 격변기에 미디어가 대중에게 본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가장 중요한 책으로 추천했다. (추천수11) <미디어의 이해>는 40년도 더 지난 책이지만 자동차, 비행기, 전화기, 타자기 등 당대 대중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매체의 특징을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해낸 책으로 미디어 종사자에게는 필독도서다. 특히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의 성장과정을 온전히 담아낸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인 포춘 지 전 기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 사람들이 마샬 맥루한을 숭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사람들이 숭배하는 유명한 사회 철학자이자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1964년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통일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지구를 통일시킬 수 있다고 예견했다. (페이스북 이펙트, 490쪽)

그러면서 커크패트릭은 맥루한이 주창한 '인지의 창의적 과정'(인류 확장의 마지막 단계로 맥루한이 제시한 개념)을 누구도 페이스북처럼 폭럽게 확장시키지 못했다고 평했다.


가족, 인권... "따뜻한 이 온도를 잊지 마"





2010년은 가족, 인권 등 따뜻한 낱말들이 거리로 내몰린 서슬퍼런 나날의 연속이다. 따뜻한 여성의 언어는 실종됐고 공격과 고발, 폭력의 언어만 무성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파행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어울리는 책들이 추천되었다.

Joonha Lee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김영사)를 링크(http://koko8829.tistory.com/967)로 걸며 추천했다. (추천수 3) 이 책은 고등학교 국어교사, 부모교육 강사 등의 활동으로 잘 알려진 이민정 씨가 상담과 교육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2권으로 엮은 책이다. 부모와 자녀관계나 직장내에서의 관계에서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운동가로서 이동권 투쟁을 하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장애학 함께 읽기(그 린비)라는 책도 추천을 받았다.(김광이 씨 추천, 추천수 2) '병신'이라는 말이 아직도 종종 쓰이듯, "장애"라는 개념이 신체적 정신적 장애라는 기초적이고 개인적인 수준의 이해에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관계의 산물로 보는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성찰을 통해 "장애"를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인권에 대해서 좀더 생생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면 일어나라 인권 OTL(깔 아논멍석 님 추천, 한겨레출판)을 추천한다.(추천수 3) <일어나라 인권 OTL>은 <한겨레21>에서 대한민국 인권 실태를 총 30회에 걸쳐 취재, 연재하여 독자로부터 많은 반응과 지지를 얻었던 '인권OTL'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는 문화다" 문화가 희망이다





가족과 문화를 동시에 읽을수 있는 책도 있다. 황재경 씨는 "청소년기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며 딸과 함께 문화논쟁(에코리브르)를 추천했다. (추천수 4) 책은 첫머리부터 끝까지 문화에 대해서 알고 있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황재경 씨가 소개한 첫대목을 인용한다.

딸: 문화란 과연 무엇일까요?
아빠: 먼저 '우리'에 대해 말해보자꾸나.
딸: 우리에 대해서라니요? 하지만 그건 문화가 아니잖아...요?
아빠: 아니지, 아니야. 네 가족, 네 혈통, 네가 어디서 왔는지 이런 것도 다 문화지.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점점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에게 가족과 대화, 문화라는 키워드로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추천사를 덧붙였다.
영화비평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6년 노고가 담겨 있는 평론집 세트(2권 전집)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필사의 탐독》도 추천을 받았다. (추천수 3) 특히 《필사의 탐독》은 한국의 봉준호 〈괴물>과 박찬욱 <친절한 금자씨> 등 최근 대표작들에 대한 평론이 녹아 있다.

이 밖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미래의 건강한 국가 모델을 이야기한 <유러피언 드림>(추천수 7), 고전과 한자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던 안핑친의 공자 평전(돌베개, 추천수 3), 20여년의 긴 세월동안 감옥이라는 삭막한 공간에서 사람과 공동체를 깊이 고민한 신영복 교수의 수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추천수 3) 등이 고른 추천을 받았다.

페이스북 책꾼들의 책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놀란 점은 폭력과 남성의 언어가 수년째 우리 주변을 아프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차분히 성찰하게 하는 책들을 찾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찰"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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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저녁 8시 합정동의 "에뚜와"라는 카페에서 <장하준과의 소박한 만남>이라고 이름 붙여진 행사가 있었다.장하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20만부(34쇄)를 돌파한 기념으로 부키출판사가 마련한 자리다. 행사에 초대받은 손님은 장하준 교수 책에 리뷰를 올린 블로거들이다. 부키출판사 직원들이 웹 서핑을 통해 블로거를 발굴해 초청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거나 메일을 보내는 식으로 해서 자리한 블로거는 20명 남짓. 네이버, 예스24, 알라딘, 티스토리 등 다양한 회사 소속(?)의 블로거들이라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야기가 돌수록 서로 눈빛으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다.

장하준 교수는 독감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블로거들과의 이야기 순배가 돌아가면서 신이 났는지 모든 블로거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공식행사가 30분 정도 늘어났다. 얼마 전 롯데호텔의 기자간담회와 블로거 미팅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재밌는 시간이었다. 심도 있는 질문에서부터 분위기 살리기 용도의 센스 질문까지, 한마디로 장하준 교수를 "들었다 놨다"한 자리였다.

장하준 교수와 친하다는 이유로 이번 미팅에도 경향신문 유병선 논설위원이 사회를 봤다. 예능 식으로 표현하면 "줏어먹기" 실력이 출중해 "점잖은 윤종신"이라 할 만했다.

당시 있었던 대화를 문답식으로 편안하게 재구성해보았다.



▲ 21일 합정동 에뚜와 카페에서 장하준 교수와 블로거(리뷰어)의 조촐한 미팅이 있었다. 부키 출판사가 주최했고 경향신문 윤병선 논설위원이 사회를 봤다. 간담회 내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내가 반기문 총장보다는 영어발음이 좋다

왜 경제학 교수가 되었나?
-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 (파스칼의 "팡세"라는 책에 보면 "교수들이란 30분 발언기회를 주면 다 사용하고도 10분만 더 달라며 말을 놓지 않는다"고 했는데, 장 교수는 파스칼이 정의한 교수에 딱 맞는 유형이다.)

왜 하필 "23가지"인가?
- 한 25가지 정도는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25란 숫자는 너무 뻔하고 짝수는 되도록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21은 20에 너무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23"이 선택되었다. (이 대답을 들었을 때 블로거들은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고, 더러는 한숨을 쉬기도 했다)

23가지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있을 것 같은데..
- 문화와 경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서양 사람들이 자꾸 하는 말 중에 "아시아적 가치는 독재"가 있는데, 자기네는 언제 민주주의 했나? 미국은 1960년대까지 대부분 투표권 박탈했다. 투표권이 법적으로 보장됐어도 남부의 어떤 주에서는 이른바 "문맹테스트"란 걸 해서 백인에게는 이름 써봐라 하고 '합격', 흑인에게는 성경의 어려운 구절을 들이대고 '불합격' 이런 유치한 짓 많이 했다. 스위스는 1971년에야 투표권이 보편화되었지만, 한 개 주는 1991년이 되어서야 투표권을 허용했다. 서양인들 머릿속에 있는 동양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을 담고 싶었다. 그 밖에도 들어왔다 나갔다 한 게 꽤 있다.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악필에다가 영어 발음이 엉망이라는 세간의 평이 사실인가?
- 말도 안 되는 루머다. 내 주변에 자기가 쓴 글을 못 읽는 사람을 봤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니 첫째 악필은 아니다. 얼마 전 반기문 총장이 UN에서 연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 영어 발음은 반기문 총장보다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평은 모두 루머다.

옛날에 장학퀴즈에 출연한 사실을 알고 있다. 사과파이를 좋아하고 음악 디스크를 200장이나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도 그 취향 변함 없나?
- 블로그에 올린 글 잘 읽었다. 2~30년도 더 된 일을 어떻게 기억해낼 수가 있나? 정말 존경스럽다. 집안이 고급공무원 출신이라 유복했는데 어머니가 미국 선교사 여사분에게 영어를 배우러 다니면서 사과파이를 얻어 왔다. 그 때 맛본 계피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음악은 록큰롤보다는 클래식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좋기만 하다면 장르는 안 가리는 편이다. 왼쪽 맑스에서 오른쪽 하이에크까지 다 읽었듯이.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나?

솔직히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신자유주의가 좀 모자라 보이는 이론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전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나?
- 아르헨테나가 신자유주의를 살렸다고 할 수 있다. 영국 보수당 대처 수상은 재선될 상황이 아니었다. 노동당이 실업자를 100만명이나 양산했다고 비난하면서 당선되놓고 몇 년 뒤 300만명의 실업자를 만들어낸 수상에게 누가 투표하겠나? 하지만 그 때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전쟁(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자국과 가까운 포클랜드 섬(혹은 말비나스 섬)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하며 침공한 전쟁. 2개월 만에 아르헨티나군의 항복으로 종료)이 벌어졌다. 애국심 바람이 불었고 대처는 재선에 성공한다. 그 때 만약 집권 못했더라면 신자유주의는 뜨지 못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론이 득세하는 원리가 있다. 첫째, 돈 많은 기업에게 유리한 이론이기 때문에 후원을 많이 받는다. 생계형 지식인들이 많이 생겨난다. 이것이 순환된다. 둘째, IMF 총재며 수석 이코노미스트 어쩌고 하는 완장을 찬 사람들이 신문이나 국제 회의에서 강조하면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

다른 책은 안 그런데 경제학책만 읽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팔랑귀가 된다. 좌든 우든 가리지 않고 그런 편인데, 속지 않고 경제학을 접할 비법이 있나?
- 좌우를 막론하고 경제학자들은 쉽게 쓰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 내가 볼 때 일부러 그러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어떤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논리를 이해하면 오히려 걱정한다더라. '내가 잘못 가르쳤나?' 하고.(웃음) 어느 학문이나 학자들이 자꾸 진입장벽을 만드는 못된 버릇이 있다. 어릴 때 병원가면 의사 선생님이 엄숙한 표정으로 처방전에 멋드러지게 영어로 사인하는 모습 한번쯤 봤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스피린 한 알" 뭐 이런 거였다.

경제학도 이런 게 많다. 속지 않는 방법은 역사적인 팩트를 기억하는 것이다. 예컨대 싱가폴이 자유무역, 개방 정책 펴서 발전된 거라고 많이들 속이지만 싱가폴은 모든 토지 국유화에 85% 주택을 공사가 보급하고 강제저축을 정책으로 쓰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미국 역시 자유무역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지만 19세기 미국의 관세율과 보호무역이 가장 악명이 높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말이 엉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몇 가지 사실을 교양으로 알고 있으면 누가 장난치는지 알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수준이면 한미FTA해도 되는 거 아닌가?
- 권투를 예로 들어보겠다. 권투는 체급이 엄청 세분화돼 있다. 플라이급, 밴터급이 1~1.5kg 차이가 난다. (권투 선수들이 팬티를 자주 벗는 이유이기도 하다) 2kg만 차이가 나도 게임 자체가 성립 못한다. 스포츠 경기 하나를 하려고 해도 이렇게 엄격한데, 유독 자유무역만 무제한급을 강요한다. 일률적인 자유무역이나 보호무역은 답이 될 수 없다. 차등적인 보호무역이 필요하다.

 

선진국들 한 짓 보면, 그냥 원자폭탄으로...

신자유주의의 판을 뒤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전공이 개발경제학이다 보니 선진국들이 한 짓들을 보게 된다. 가끔 부아가 치밀어 이 세상을 원자폭탄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국에 유명한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런던에 있는 국립 미술관. 1897년에 개관) 란 곳이 있는데 "테이트&라일"이라는 회사는 노예 잡고 원주민 학살하기로 유명하다. 홍콩상하이뱅크(HSBC)는 어떤가? 영국정부가 아편전쟁을 할 때 돈을 댄 은행이다. 아편전쟁이 뭔가? "메이드 인 영국" 찍고 뻔뻔하게 들어오는 아편을 중국 공무원이 반려했다고 일으킨 전쟁 아닌가? 이게 지금으로 보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열 받으면 세상 바뀌기 힘들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지금 보면 세상이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지만, 200년 전 노예폐지, 50년 전 여성 투표권 허용 주장하면 미쳤다고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요즘 "복지"가 대세인데, 이렇게 빨리 복지담론이 뜬 것을 보고 난 진정 "깜놀"했다.(깜놀은 당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기자가 사용한 용어임) 안 바뀔 것 같지만 결국 바뀐다고 믿는다. 하지만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이 잘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생각과 행동을 조직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들은 틈만 나면 "정치논리를 배제하자"고 하는데..
- 그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궁극적으로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기 어렵다.그래서 정치경제학이다. 한마디로 시장이 정치의 산물이고, 경제가 정치다. 경제정책에서 시장경제에서 정치적 가치판단을 배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 경제학의 기원을 따라 가면 분명해지는데 리카르도, 애덤 스미스는 모두 정치경제학자다. 특히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외에 <도덕감성론>을 썼는데 이는 도덕 철학책이다. 즉 경제학은 도덕철학의 일부로서 출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의 논리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한수 부탁드린다
- 이른바 주류 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은 "이기심만으로 가득찬 존재"다. 만약 인간이 극단적으로 고단한 처지에 놓였다면 그 이기적인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그들이 설정한 인간은 틀렸다는 말이 된다.

논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논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 장인어른이 이것을 참 잘한다. 하루는 장인이 방에서 연양갱을 맛나게 먹고 있었는데 손자가 조금만 달라고 해도 양보하지 않으셨다. 뿔난 녀석이 엄마한테 이르자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가서 내가 좋아요 양갱이 좋아요 하고 물어봐라' 하고 조언을 해줬다. 녀석이 할아버지한테 가서 그대로 일렀더니 할아버지 답이 가관이다. "사람 중에는 너, 과자 중에는 양갱" 하면서 혼자 다 먹어 버리는 거다.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다. 영업비밀이란 것도 있는 법이니까. 그 동안 언론에 의해 그려진 경제학자 장하준이 무장해제한 모습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평가하자면 "예능감 있는 경제학자"였다. 미팅 간다고 자랑질했을 때 지인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둘 중 하나 꼭 하게 만들어라"고 지령을 내렸는데, 그 말은 차마 못했다. 이 점이 후회된다. 바짓가랑이라도 잡아볼걸.



▲ 장하준과 블로거의 소박한 미팅이 끝나고 간단한 기념촬영. 저마다 이야기를 두둑하게 챙겨가 므흣한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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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12-2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군요.

승주나무 2010-12-24 21:18   좋아요 0 | URL
네.. 장하준 책 리뷰 좀 썼더니 이런 기회가 찾아왔네요^^

Futurist 2010-12-2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부러워요!! 만나고싶고 이야기듣고 싶은사람 ㅠㅠ

승주나무 2010-12-27 08:33   좋아요 0 | URL
히히히.. 책 읽고 리뷰 많이 남겨보세요.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으니~

2010-12-28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0-12-2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네요^^ 사진을 보니, 장하준 교수는 남자분들에게 훨 인기 있으신듯~

승주나무 2011-01-04 12:02   좋아요 0 | URL
네.. 여성분이 2분밖에 안 왔어요. 경제학이 딱딱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많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행사는 재밌었습니다
 


▲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페이지 소셜북스(www.facebook.com/socialbooks)에서 12월8일~18일까지 11일간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을 나눠 읽고 댓글 토론회를 진행한 결과 총 15명이 참여해 70개의 댓글을 남겼다.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2월 8일~18일까지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에 대한 댓글 토론회를 진행했다. 기자를 포함해 총 15명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댓글 수는 70개. 이전에 출판사 <문학의 문학>을 통해 20권의 책을 제공했지만 책을 받아 읽은 독자들은 주눅들지 않고 소셜하게 읽고 토론을 나눴다. 인터넷 서평이벤트에서 눈에 띄던 "주례사스러운" 멘트나 리뷰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세게" 나간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읽은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이 독자와 출판사, 작가를 위해서 좋다는 암묵적 협의 같은 것을 느꼈다.

70개의 댓글을 분석해 보니 이야기는 총 5개의 물줄기로 흐르고 있었다. 첫째 작품성에 대한 토론, 둘째 <허수아비춤>의 대중성에 대한 부분, 셋째, 주요한 메시지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토론, 넷째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에 대한 토론, 다섯 째 함께 읽으면 좋은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문보기)



허수아비춤의 작품성에 대한 거센 비판들

<허수아비춤>이 사회적으로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매서운 비판들이 나왔다. 완성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많았다. 한마디로 "뭔가 이야기가 나오 것 같으면서도 그냥 끝나버리는 게 아쉽다"(이준하)는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역대 작품을 지켜봐온 권광선 씨는 "왠지 급하게 써내려간 듯한 거친 숨소리가 여기저기 느껴진다"고 말했다.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다 보니 보니 짜임새가 부족해 클라이맥스를 느낄 수 없었다(김성훈, 김재원)는 평도 있었다. 다소 피상적인 작품세계도 문제가 되었다. 즉 경제민주화를 골든패밀리와 저항자의 관점으로 좁히다 보니 88만원 세대나 4천원 인생,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불공정하고 어두운 과제들을 방치한 것이 아쉽다(깔아논멍석)는 평가다.

등장인물의 성격묘사가 날카롭고 매력적(주성현)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인물들이 별 특징 없고 전형적이라는 비판이 우세했다. 상황 역시 미디어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작중인물로는 강기준이 호평을 받았는데 독자들은 강기준을 더 집중해서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통계와 계산에 능하고 임기웅변이 강하고 상관과 아내의 압박 등 작품 내의 포지션도 좋다. 실제로 작가가 가장 비중을 둔 인물이기도 하다.

작품의 관점에서 독자들이 대체로 동의한 결론은 "현실을 고발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둔 작품"(이장규)이었다. 때문에 '사회과학 독자들'보다는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반론도 있었다. 이승환 씨는 "처음에는 작품이 다소 저속하게 느껴졌지만 상당히 의도한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이처럼 독자 사이에서도 <허수아비춤>은 무척 논쟁적인 작품이다.


대중적인 의미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오래 전에 알려졌지만 <허수아비춤>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대중은 "경제민주화"라는 언어를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자체에 대해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 독자들이 "대중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허수아비춤>의 대중성은 언어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지는데, 현학적 어휘보다 정감 있는 저잣거리의 언어들이 재밌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특히 "많이 수컷스러운 용어들"(김재원)이 압권이다.

수십만권의 판매고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허수아비춤>은 많은 뜻 있는 경제학자, 시민운동가, 네티즌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했던 일보다 더 큰 결과를 보여줬다. 진정 문학의 힘이다. <허수아비춤>은 시민운동 진영에 이런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늬들 너무 뜬구름잡는 거 아냐? 발을 땅에 붙여야지!"


시민운동, 노동운동에 대한 가혹한 비판

<허수아비춤>은 시민운동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먼저 깔아논멍석이 포문을 열었다.

재벌기업들이 정부기능을 마비시켜 버리는 심각한 상황을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신선함을 느꼈고 공감이 많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단체는 얼마나 건강하냐?

"시민 없는 시민운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시민운동 1세대들이 87년 양김 분열 이후 시민운동을 다져온 토대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마치 국회의원처럼 시민의 대의적 기능에 몰두한 나머지 대중들과 직접 살닿는 부분이 무척 취약해졌다.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의 차별은 "귀족노조"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2008년 촛불 이후 기존 시민단체의 대중성 문제가 또 한번 불거졌다. 기존 시민단체는 본의 아니게 영악한 소비자들이 지키고 있는 시장으로 떠밀려 나갔다. 자신들의 갈길을 묵묵히 그리고 도도하게 오던 행태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은 성찰의 시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예컨대 참여연대가 촛불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든지,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장족의 발전이다. 그리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철저히 대민 서비스라는 역할에 충실해 시민단체로서는 유일무이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여전히 대중과 멀리 떨어져 있다.

노동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인답게 가장 발빠르게 네티즌과 손을 맞잡았다. 2009년 9월 8일 유명한 여성삼국과 함께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바자회(탐탐한 바자회)를 열고 일상적으로 네티즌 친화적인 행보를 이어 왔다. 노동조합 중에서는 가장 독보적인 존재다. 공공운수노조(준)은 네티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계사 김장담그기 행사, MBC 앞 라면쌓기 행사, 공감2009, 2010(사회공공성파괴 감시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함께 해 네티즌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네티즌 행사에 이름을 올리거나 후원금을 집행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독자들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시사점을 제시해 주었다. 경제를 쥐고 있는 힘이 매우 조직적이고,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그 권력이 매우 막강한 기업집단을 상대로 해서 과연 시민운동수준으로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안정우)가 요점인데, 이를 좀 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
과거 헤게모니식의 사회 운동이 아니라, 개인의 공감을 획득하는것"(김성훈)이다. "네트워크는 확장할수록 강해진다"고 주커버그가 말했듯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정보민주화를 이루면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김재원) 페이스북은 '기관'의 권한 을 축소시키는 대신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이 점은 시민단체, 노동단체가 유의할 만한 대목이다.


정치민주화의 마이크를 들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오랫동안 유통되었지만 "뜨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민주화라는 마이크를 들고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춤>이 있기 전까지 경제민주화를 가리키는 언어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민주화의 언어를 빌려 표현되었을 뿐이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문법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독자들의 입장이다. 깔아논멍석은 <허수아비춤>에 담긴 한 메시지를 환기했다. "투명하지 못하고 도덕적이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대중들은 기업에게는 불매운동, 정치인에게는 낙선운동이라는 형식으로 "불매운동"을 갈고 닦아 왔다.

김광이 씨는 통큰치킨 이야기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치킨을 싸게 먹고 싶어하는 서민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도 가난하니까^^"


<허수아비춤>의 관전포인트와 자매지

허수아비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경제민주화와 시민단체,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앞서 얘기한 내용을 참조하면 되겠다. 소셜북스 커뮤니티에서 독자들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바로 "자발적 복종"이었다. <허수아비춤>의 등장인물 박재우는 자발적 복종이라는 말을 직접 꺼냈다.

"대중들의 속성은 자발적 복종이다"

"더욱 잘 살기를 바라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제각...각 교활한 이기주의와 약은 기회주의가 도사리고 있"고 자본가들은 이를 잘 이용한다.

<허수아비춤>과 가장 대비된 책은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이다. 최근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는 배순희 씨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있다.

깔아논멍석은 <삼성왕국의 게릴라>(프레시안북)을 강력 추천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는 삼성이라는 골리앗에 저항한 다윗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삼성 내에서 노조를 조직하려다 감옥소에 다녀 온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의정 활동을 통해서 삼성을 매섭게 몰아친 심상정 의원 등 삼성을 벌벌 떨게 했지만 좌절해야 했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페이스북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책 읽기가 훨씬 단련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이는 책의 주제를 반추하고, 어떤 이는 확장시켜서 현실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비판을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루어진다. 페이스북은 책이라는 매체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웹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 소셜북스 독자들은 <허수아비춤>과 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법률사무소 김앤장>,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을 추천했다. 소설에서 그려진 기업과 그 추종자들의 행태(법률사무소 김앤장, 삼성을 생각한다)와 삼성에 대항하다가 좌절한 기록(삼성왕국의 게릴라)을 현실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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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이펙트 - 전 세계 5억 명을 연결한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의 인사이드 스토리 에이콘 소셜미디어 시리즈 6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지음, 임정민.임정진 옮김 / 에이콘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맨 처음으로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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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승주나무 > 조문도 못하고 온라인 조문만...

"만두님의 옥상"에 초대되는 최측근은 아니었어요.
지척거리에서 글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만 존경했지요.

소식을 들었던 밤에 황망해서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기억의 글을 남겼습니다.
이심전심인지 블로그에도 트위터에도 많은 분들이 만두님에게 조문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만두님 서재가 환하니 저도 글 남기고 갑니다.

만두님을 생각하며 썼던 기억의 글 링크를 내려놓고 갑니다.
거기에는 글을 보시고 댓글조문을 해주신 분들을 보실 수 있어요.
(위키트리는 오른쪽 트위터 리트윗 화면으로 볼 수 있어요)

<블로그> (댓글 조문)
http://jagong.sisain.co.kr/892

<페이스북> (댓글 조문)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11046268&sk=info#!/notes/social-books/chulisoseol-jeonmunlibyueo-alladin-mulmandunim-gujgin-sosig-jeonhabnida/178864945475061

<위키트리> (리트윗 조문)
http://wikitree.co.kr/main/ann_ring.php?id=25303&alid=34820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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