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도서관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방법 강좌 <행복한 독서클럽>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2회차부터는 MP3 파일을 첨부합니다. 1시간 내외의 오디오 파일을 들으시면 텍스트의 내용이 더 잘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강좌는 격주 간격으로 진행되므로 연재도 이 흐름을 따라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음 강의는 4월 18일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오디오파일을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강의에 소질이 없는 운영자라서 스킬을 보지 마시고, 마음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http://ge.tt/2Kl0oah
 

행복한 독서클럽

2장 전체읽기 연습

1. 책을 손에 잡는다는 것

※ 전체읽기는 책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전체"를 말한다. 도전적으로 사용한 단어다.  
 



100명의 사람이 똑같은 1권의 책을 한날한시에 읽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100명이 책에서 가져가는 것은 1가지 가르침이 아니라 100가지 가르침이다. 읽는 이에 따라서 가르침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사정을 이외수 작가는 단 한줄에 간명하게 표현했다.

"배움이 절실하지 않을 때는 배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한 가르침도 지나가는 개소리로 흘려듣기 마련이다"(이외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176쪽)

지난 장에서는 세 가지 단계를 통해 보는 책과 나의 관계를 설명했다. 결국 책을 통해 나를 읽겠다는 것이 독서를 하는 까닭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독서를 하는 과정에는 어떤 단계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겠다.

시집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만한 사례를 들자면, 맨 처음 시를 읽을 때는 시어 단위로 읽게 된다. 그러다가 회가 거듭되면 자연스럽게 시 작품 전체를 단위로 읽게 된다. 그 다음은 시집 단위로 읽는다. 그 다음은? 시인 단위로 읽게 된다. 시를 쓴 시인의 상황과 마음, 성장의 과정을 시집들을 통해서 알아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인들을 여럿 알게 된다면 시대흐름을 중심으로 시를 읽게 된다. 시인이 그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이 시를 읽고 있는 내가 안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중첩되는 순간 시를 통한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요컨대 궁극적으로 당대인과 당대인, 당대와 당대의 온전한 만남이 진정한 시 읽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시” 대신 “독서”를 집어넣으면 뜻이 그대로 통할 수 있다. 시어를 대신할 수 있는 키워드나 단락 등만 바뀔 뿐이다. 나는 김유정, 김수영, 백석, 도스토예프스키, 조지 오웰, 에리히 프롬 등을 이렇게 읽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전작주의”라고 하는데, 모든 작가에게 전작주의를 적용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한 작가 정도는 전작주의를 해볼 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지 오웰의 작품을 읽으며 그의 영혼을 만난 듯했고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에세이를 찾아서 읽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조지 오웰의 작품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대상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의 시대상과 나의 시대상을 비춰보면서 내가 가져갈 것을 가져가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맹자는 간명한 말로 잘 표현했다.

작은 선비는 이웃 마을의 선비와 교유하고, 큰 선비는 이웃 나라의 선비와 교유한다.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동시대의 선비뿐만 아니라 수백, 수천년 전의 선배들의 생각을 책을 통해 만나야 큰선비가 될 수 있다(맹자)


2. 전체 읽기 연습

책을 이제 읽기 시작한 사람에게 당대와 당대의 만남 같은 고차원적인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다. 여기서는 책 한권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고자 한다. 바로 일람표 만들기이다.

다산 정약용의 일람표 만들기를 소개한다.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김영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다산 정약용이 고을을 다스리러 가면 항상 1장의 일람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표에는 마을의 재산, 인구 수, 가축 수, 부역 대상자, 범죄자 등을 기록해 놓았다. 다산은 표 하나로 마을의 정보를 넣을 수 없다면 절대로 제대로 다스릴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마을”을 “책”으로 바꿔 읽어보자. 다산의 비법을 독서에 적용하면 훌륭한 독서 일람표가 나온다.

일람표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A4 한 장을 접으면 웬만한 책에 쏙 들어간다. 책을 읽으면서 세 줄 미만의 구절은 파란색 볼펜으로 옮겨 쓰고, 비교적 긴 글은 검은볼펜 따위로 쪽수와 시작어절~끝어절을 써놓고 나서 빨간 볼펜으로 그 부분의 요지문을 써넣는다. 이런 방식으로 책 한권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일람표를 얻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이 요지문과 인용문을 훑어보면 책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독서 일람표’를 왜 만드느냐 하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 일람표를 만드는 이유를 대지 못하면, 독서 일람표는 독서 방법으로 채택될 수 없다. 몇 번 하다가 시들해져버릴 것이다. 내가 독서일람표를 권장하는 까닭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책 한권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다듬기 위해서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 반면 스스로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극단적이 된다.”(논어 위정)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이와 비슷한 말로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칸드)가 있지만 말이 복잡하니 공자의 말에 기대도 될 듯하다. 공자의 말 중에서 “배울 학學” 대신에 “읽을 독讀”을 붙여도 뜻이 통한다.

한마디로 독서일람표는 내가 책을 읽고 나타낸 ‘최초의 반응’이다.

3. 독서 일람표 응용하기

독서 일람표는 책의 내용을 간추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람표의 문장들과 요지문은 내가 선택한 대목이다. 그러니까 책에 대한 나의 입장이 표시된 표이기도 하다.

앞장에서는 책을 읽고 피드백을 남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일람표를 얻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훨씬 다양해진다. 먼저 일람표를 활용해 서평을 쓴다면 서평의 품격이 달라진다. 거의 비평가 수준으로 글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단어와 인용문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을 소재로 삼는 게 아니라, 정확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글에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하다.

이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확장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책을 읽는 단계의 깊은 차원으로 갈 수 있다. 일람표를 특징에 따라 정리하면 좀더 전문적인 글을 쓰거나 깊이 있는 분석을 할 때 도움이 된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일람표를 통해 보면 책을 여러 권 펼쳐놓고 보는 것보다 효율성이 있고,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일람표를 정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논문을 쓸 때 이러한 식으로 자료를 정리한다고 한다.

머릿속에 맴돌던 책의 구절과 내 생각을 종이에 옮겨놓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독서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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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필요한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방법

 


페이스북의 책읽는 공간 소셜북스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그에 요청글을 올렸습니다. 사서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종 수가 너무 많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장바구니를 줄일 수 있게 의견을 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책을 구매할 수 있는 허용금액과 각권의 구매목적을 적어놓았습니다. (아래 인용문 참조)

[도움요청] 장바구니의 책을 제거하는 걸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이것저것 골랐더니 14만원이나 되었네요. 10만원 이상은 쓸 수 없습니다.
(마일리지, 적립금, 예치금 합하면 6만원 정도 되는데 이번에 다 쓰려구요)
1.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책읽기의 달인, 리딩으로 리드하라,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위 리스트는 인천 서구도서관 독서강좌를 위해서 참조할 만한 책입니다.
2. 1초 만에 재무제표 읽는 법 : 기본편
위 책은 사업상 뭘 좀 알아야겠기에 선택한 책입니다.
3.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 로마사 논고 / 팡세
위 책들은 교양으로 골랐는데 괴벨스 책은 심리학 책을 주로 읽는 요즘 독서 스타일을 반영했고 로마사 논고는 마키아벨리의 전작주의 차원에서, 팡세는 책이 없어져서 구매하려고 합니다.
저마다 사려는 이유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3~4만원 어치의 책은 좀 제거해야겠습니다. 아님 저 집에서 혼나요~~

결론적으로 위 리스트 중에서 꼭 사지 않아도 될 2권을 빼고 책값을 33,450원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삭제 의견을 받은 책은 <리디으로 리드하라>와 <1초 만에 재무제표 읽는 법 : 기본편>이었습니다.

소셜에서 책고르기 대논쟁을 벌이다



▲ 알라딘 이웃의 조언


▲ 페이스북 이웃의 조언 
 

나머지 삭제대상 책들은 격론이었습니다. 특히 가장 격전지는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과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였습니다.



▲ 페이스북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은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제게는 참 빼기 아까운 책이었는데 이 책만 빠지면 나머지 책을 다 구할 수 있다는 '유혹'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아예 이 책을 삭제하고 게임을 끝내버릴까 고민하던 찰나에 유경험자가 나타났습니다.


▲ 페이스북


결국 <괴벨스..>는 장바구니에 그냥 담아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밖에 <로마사>와 <팡세>에 대한 삭제의견도 있었습니다.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은 절대 삭제하지 말라는 충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왕이면 저렴하게 구매하기", 논쟁의 흐름을 바꾸다

애초에 제시한 것은 삭제할 책을 골라달라는 것이었는데 논쟁의 흐름이 "기왕이면 저렴하게 구매하는 법"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반가운 현상입니다.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책을 무료로 보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 알라딘

한 분은 무척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알라딘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배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예컨대 11번가에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1권만 샀을 때 저는 11번가에 배송비 등 많은 돈을 빼앗은 결과가 되었기 때문에 좀 저어되었습니다. 인터넷서점에서 1권 판매는 모두 손해라는 거 아시죠?



▲ 페이스북

세상에는 고수들이 많습니다 . 캡쳐화면이 알라딘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알라딘에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알려주셨습니다. 만약 애초의 목록대로 하고 <리디으로 리드하라>와 <1초 만에 재무제표 읽는 법 : 기본편>만 삭제하였더라면 114,160원이 소요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는 장바구니에서 결제, 일부는 중고샵에서 결제하는 방식을 썼더니 최종 결제금액이 105,910원으로 8,250원의 보너스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제거하는 집단지성, "정말 대단한 경험"

저는 책값을 줄일 목적으로 알라딘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것인데, 이렇게 서로 댓글로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토론의 과정을 지켜보던 페이스북의 한 이웃은 "제거하는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정말 멋드러진 이름입니다.



▲ 페이스북

이번 토론에는 해당 책을 읽은 분들이 참여해서 그 책이 정말 살 만한 책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정확하게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돈이 달려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지갑을 지켜주려는 우정"에 감동받은 하루였습니다. 결국 저는 아래의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 책들은 알라딘과 페이스북의 이웃이 저에게 선물한 책이니만큼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알라딘과 페이스북의 이웃들이 꼼꼼하게 엄선해준 책이니만큼 귀중하게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거하는 집단지성을 통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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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4-0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재미있고 훈훈한 과정이네요. 다산선생지식경영법 한 권 읽었고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이 흥미를 끄네요. 분량이 어마어하해 보입니다.

승주나무 2011-04-11 21:31   좋아요 0 | URL
blanca 님//재밌게 봐주셔서 감사~ 저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대중선동의 심리학은 얼른 읽고 싶어져요^^

saint236 2011-04-0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사 논고 좋은 책입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죠.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승주나무 2011-04-11 21:31   좋아요 0 | URL
로마사 논고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성공은 아닙니다^^

pjy 2011-04-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공동작업이네요~

승주나무 2011-04-11 21:32   좋아요 0 | URL
공동작업을 자주 해봐야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감은빛 2011-04-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소셜한 책고르기! ^^

승주나무 2011-04-11 21:32   좋아요 0 | URL
네~ 소셜 초이스였습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최근 오 모씨의 집의 밥 한 공기를 훔친 혐의로 용의자 고 모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고 씨는 주위에 반찬이 아무도 없는 때를 이용해 밥한공기를 혼자 뚝딱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고 모 씨는 전과 32범의 밥 절도범입니다. ㅋㅋㅋ

밥도둑 고 모 씨는 고등어조림입니다. 뉴스처럼 구성해봤습니다^^

냉장고에 고등어조림 재료가 있길래 큰맘먹고 레시피보면서 만들었습니다.
고등어조림은 밥도둑이라는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도 해볼 겸 말이죠


고등어뿐만 아니라 무와 양파, 대추를 송송 썰어넣고
조림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후추, 마늘다진 거 등등이 동원된 고난도의 래시피였습니다.

쇠고기 미역국 이후의 가장 난적을 만났군요.
얼마나 졸여야 할지도 몰라서 중불에 마냥 기다렸습니다.

컴터 좀 하다가 책 좀 읽고 있는데 가스레인지에서는 아우성 소리가 들리고 뚜껑을 몇 번이나 열어본지 모릅니다.


어느 정도 물이 졸였다 싶었을 때 건져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밥도둑이라면 밥 한그릇과 맞짱떠서 이길 수 있을까?"
그래서 밥 한그릇만 달랑 꺼내들고 고등어조림을 먹었습니다.


▲ 밥 한그릇과 고등어조림의 맞짱 대결

고등어조림은 고등어뿐만 아니라 무와 양파, 대파 등이 독특한 맛을 내며,
양념장이 들어간 국물은 밥에 부어서 먹으니 밥 한그릇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간만에 밥한그릇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고등어조림이 밥도둑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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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사연이 있다.
민준이(오른쪽)가 수족구에 걸려서 고생할 때 엄마의 사랑이 몹시 간절한데 엄마는 틈만 나면 동생(왼쪽 민서, 생후 2달) 안으면서 사랑을 딴데로 주는 거다.
이게 몹시 못마땅했나 보다.
가뜩이나 수족구 때문에 몸도 아픈데...

그래서 일주일 동안 “민준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가족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간만에 제주 내려가서 민준이를 봤는데 아빠를 봐서 마음이 풀렸나보다,
민준이의 투정이 아주 심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민준이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

오늘 처음으로 동생과 함께 잠들었다.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한 민준엄마는 “경이롭다”고 말했다.
간만에 온 평화의 시간을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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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1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4-0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그랬구나. 한창 나인데 동생한테 빼앗겼다고 생각했으니...
그래도 어찌됐건 다행이야.
많이 컸다. 민준이.^^

승주나무 2011-04-01 17:43   좋아요 0 | URL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고 보니 스텔라 누나 대문이 바뀌었군요^^

blanca 2011-04-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볼곡선이 완전 닮았는 걸요. 정말 귀여운 형제네요. 민준이도 마음앓이를 하나봐요.

승주나무 2011-04-02 12:1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볼과 턱선이 좀 비슷한 것도 같네요. 비슷해지려면 제가 살을 좀 ㅎㅎㅎ
"어린 시절의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은 행복한 아기들은 성년기에 들어서도 그들 자신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내적 안정감을 깊이 느끼게 된다. 대개의 아이들은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는데 거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이런 공포는 대개 아기가 6개월째 접어들 무렵, 즉 자신이 부모와 분리된 별개의 개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2011년 소셜북스 운영자가 인천 서구도서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하고 있는 <행복한 책읽기> 강좌의 원고입니다. (3월7일부터 시작) 경우에 따라 강의 MP3 파일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행복한 독서클럽


1장 나의 독서생활 돌아보기

1. 독서생활 자가진단표



책이 나의 생활에 의미가 되는 수준이 있다. 우리가 연극이나 공연을 보러 가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듯, 가물에 콩나듯 들여다보는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일에 대해서 1만 시간 투자하면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고 8천 시간은 수준급 프로, 4천 시간은 교사수준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말콤 그래드웰의 이론이라고 한다. '비틀즈'는 '함부르크 클럽'에서 5년이상 하루 8시간 연주하고 특별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책 읽는 시간과 책에 대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서강좌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독서생활이라고 한다.

2. 마음의 바다에 흐르는 책의 밀물과 썰물

1~5까지의 문항은 수동적인 독서를 하는지 능동적인 독서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책을 바닷물에 비유한다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다음 책이 다시 들어온다. 물이 들고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밀물이 밀려들어왔을 때는 헤엄을 치고, 물이 빠져나가면 조개를 잡으러 간다. 바다는 물이 들고 나갈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해초들이나 물고기, 소라가 다시 태어난다. 가끔 복어 새끼가 올라오기도 하고, 멸치떼가 해변까지 올라와 파닥거리기도 한다. 해변 전체에 멸치떼가 파닥거리는 것을 볼 때의 황홀함이란!

하지만 보트 관광이나 유람선관광 같은 패키지 관광을 하고 가는 관광객에게는 이런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다는 바다일 뿐이다. 바닷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명들의 꿈틀거림과 생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절대 알지 못한다. 독서는 발견의 훈련법이며, 따뜻한 시선을 길러준다. 다만, 독서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는 아래의 세 번째 단계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3. 독서는 refresh를 향한 열정!

6~10까지의 문항은 독서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심심풀이 독서를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유의미한 독서, 그래도 읽고 나서 뭔가 남는 독서, 나에게 행복을 주는 독서생활을 목표로 쓰여졌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날 때까지 얼마나 바퀴를 굴려야 할까? 물오리가 물위에 편안하게 떠 있기 위해서 물속에서 부레질을 얼마나 해야 할까? 동양고전 <중용>에서 가장 중요한 네 글자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 불성무물(不誠無物)이다. 성(誠)이란 중용의 핵심개념인데, 이것이 없으면 어떤 사물도 생겨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태양이 화초와 잡초, 그리고 뭇 생명들을 키워내는 것과 같다. 책도 역시 불성무물의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나에게 어떠한 변화도 생겨나지 않는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가끔 읽는 책을 일컬어 독서라고 하지는 않는다.

6번과 9번의 문항은 독특하지만 중요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결국은 내 마음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에 억지로 한 권의 책을 보면 흥미를 잃게 되고 refresh가 안 생긴다. 여러 권을 갈마들며 읽는 방법을 “기분전환의 독서”, 또는 “환기의 독서”라고 부르자. 이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팡세>를 쓴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불행과 권태, 공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기분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억지로 붙잡는 것은 집착일 수 있다. 독서는 refresh다.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거나, 지금 읽는 책이 재미가 없다고? 그러면 과감히 F5(새로고침 키)를 눌러 보라.

9번은 “내가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을 “기획 독서”라고 부르자. 나와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가 책을 읽는 행위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독서가 철저히 취미생활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일에 마음으로나마 참여하는 것, 이것은 독서를 살찌우는 동력이 된다. 그리고 독서생활의 매너리즘을 벗어나 refresh를 찾게 해준다.

4. 독서는 나를 읽는 행위

11~15까지의 문항은 독서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묻는 것이다. 책을 하나의 소비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문항들은 의미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도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들어가 한권의 책이 되어 수천 년 동안 잊히지 않고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책이 달리 보인다.

12번만 잘 하면 연말 베스트셀러나 서울대 추천도서 같은 추천리스트의 허황됨을 알 수 있다. 세상에 나의 독서목록표는 단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refresh를 잃어버린 독서목록표는 시중에 나도는 추천도서 리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인생은 한마디로 선택의 강요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태어났을 때뿐이다. 저마다 선택의 강요를 당하기 싫어 수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해 버린다. 선택을 주체적으로 할 때 적극적인 인생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데, 책을 읽는 작은 행동에서 "선택의 훈련"을 하면 자신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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