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며 아동발달심리학이나 뇌과학 쪽 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뭔가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고 싶다.'

요점은 '관찰에 근거한 칭찬 방법'이었습니다. '잘했어, 멋지다'는 칭찬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를 칭찬하면서 기념할 만한 이벤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칭찬하기'가 아이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척 많지만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점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지속적으로 칭찬해주면 습관적인 행동으로 자리잡게 된다. 대개의 아이들은 칭찬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어른의 칭찬이든 또래의 칭찬이든 그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이 만들거나 조립한 것에 대해 칭찬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전율을 느낀다. 

ㅡ 하버드대학교 <사회성 발달 보고서>

승인욕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있으며, 사회적 약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인정받고 싶다는 기분이 어른보다 더 강하다. 이때 '잘했구나', '훌륭해'라고 칭찬해 주면 승인 욕구가 충족되어 심리적 쾌감을 얻는다. 이 심리적 쾌감이 뇌의 활성화와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쾌감은 습관이 되므로 아이는 또 인정받고 싶어서 더욱 노력하게 된다. 
ㅡ <아이의 뇌 부모가 결정한다>(뇌의학 전문의 호사와 다카시)

이론보다 실천이 문제입니다. 고민 끝에 저는 '이달의 가족상'을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상장을 만들고 조그만 케이크과 부상으로 아이의 상황에 맞는 책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상장과 부상 수여를 맡았고 아기 엄마는 사진사, 그리고 아이들은 박수부대를 맡았습니다.

상장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저는 두 가지 장점을 꼽는데, 첫 번째는 그간 아이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칭찬할 점을 찾는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가 느끼는 자기존중감입니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잘 관찰하고 있고 거기서 나오는 칭찬은 아이를 크게 북돋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상장을 모아서 보관하면 아이의 발달 상황을 볼 수 있다는 또 다른 잇점이 있습니다. 이번 달에 첫째 민준이와 둘째 민서는 어떤 점을 잘했는지 볼까요.

위 어린이는 형아로서 동생을 잘 돌보고 동생때리기를 많이 줄였으며, 오줌과 똥을 스스로 볼 줄 알고, 밥도 혼자서 잘 떠 먹고, 손톱 발톱 뜯는 것도 많이 줄었기에 그 노력을 높이 평가해 이에 표창함(민준)


위 어린이는 동생으로서 형아를 잘 따르고 배워 나날이 잘 크고 있으며, 스스로 팬티 입기, 밥 떠먹기, 우유 안 흘리기를 잘 하고 있고, 책 읽기와 그리기를 열심히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해 이에 표창함(민서)

상장을 수여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행동과 잘 한 점을 관찰하고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다음 달 상장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지 엄마와 아빠는 관찰하고 냉장고 같은 곳에 메모를 공유하면서 상장 문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상은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책으로 정했습니다.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해도 됩니다. 아이가 특별히 어떤 부분을 잘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칭찬과 선물을 준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아이는 칭찬과 선물을 받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칭찬받은 점을 더 잘 지키려 할 것입니다. 이것은 보상에 의존한 방식만이 아니라 적절한 칭찬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부작용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돌도 안 된 아기가 의젓하게 상을 받아요



▲  가족상 2호를 낭독하는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두 돌도 안 된 막내(민서)는 의젓하게 서 있었습니다.




효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두 돌도 안 된 막내(민서)는 상장을 읽는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아기가 30초 이상을 한 가지 자세로 서 있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를 키워본 부모님은 알 것입니다. 

상장 수여식은 일종의 '제의(祭儀)' 기능을 하는데, 제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아이든 어른이든 엄숙하게 예에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저는 혹시 민서가 상장을 낭독하는 데 움직이거나 상장을 만지거나 할 줄 알았거든요. 제의 방식을 잘 적용하면 아이의 집중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첫째 민준이는 상장을 받았다며 자랑하며 좋아합니다. 이것은 민준이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첫째(민준)는 상장을 받았다며 자랑했습니다. 자랑할 거리가 생긴 것이죠. 사실 첫째가 둘째 장난감을 빼앗고 빈정 상하면 밀고 때리고 하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 점을 상장에 반영했습니다. 동생을 때리고 밀치고 싶은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칭찬해준 것입니다. 이 점은 칭찬을 통해서 계속 줄여나갈 예정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장점치료'라고 부릅니다.

장점을 찾으려면 긍정성을 높여야 하고, 긍정성을 높이려면 관계에서 장점을 찾고 표현해 주며 호감과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ㅡ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 

행사 후 이벤트로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꽃고 노래부르기를 했습니다. '생일 축하곡'을 '상장 축하곡'으로 바꾸고 "상장 축하합니다. 상장 축하합니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니 아이들이 곧잘 따라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촛불 끄기를 합니다. 촛불 끄기는 특히 첫째 민준이가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둘째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 노래를 두 번 불렀습니다.



▲  행사 후 이벤트로 '생일 축하곡'을 '상장 축하곡'으로 바꿔서 불렀습니다. 축가 끝나고 촛불 끄기는 아이들이 앞다툴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상장 수여식을 준비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라서 아기 엄마는 약간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둘째 민서가 의젓하게 상장을 받는 모습과 좋아하는 모습을 사진기로 찍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가족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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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11-2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들이 벌써 이렇게 컸네요. 와, 나 늙는건 생각 못하고 참 ^^

승주나무 2012-11-30 19:3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시간은 흘러갑니다. 아치 님 오랜만이네요. 독서토론하던 때 생각나요~

뚜유 2012-11-2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아가들이 부쩍 컸구나 좋은 아빠에요 짝짝짝!

승주나무 2012-11-30 19:38   좋아요 0 | URL
뚜유 님//감사합니다. 평소에 아기들 소식 자주 올릴게요^^

순오기 2012-11-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아이들이 많이 자랐네요. 언제 저렇게 컷어요?^^
상장을 주는 이벤트도 아주 좋아요~~~

2012-11-28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2-11-30 19: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열심히 무럭무럭 키울게요^^

2012-11-30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무엇일까?


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ㅡ <안철수의 생각> 30쪽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매년 제기한 화두는 '새정치'였다. 새정치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익은 용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모호하거나 이상적이거나 사사로운 이익에 부합되는 미사여구라는 아름답지 못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후보직을 사퇴했으므로 이름만 표기)가 이 단어를 사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안철수가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할 때부터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할 때까지 나름대로 분석을 했는데, 이제야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안철수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고스란히 안길 때까지, 대선이 마감될 대까지 달려갈 것이다. 


공자는 정치인의 기본 덕목으로 "어눌한 말과 민첩한 실천"을 꼽았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면서도 실천은 민첩하게 하려고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실제로 공자는 눌변이었고, 공자를 사숙한 맹자는 달변이었다. <논어>와 <맹자>를 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논어>는 감정적 공감을 더 일으키는 반면, <맹자>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더 잘 된다. 어눌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안철수가 지금까지 사용한 말을 잘 분석하면 기존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말과 달리 일반 국민의 언어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 : 사랑합니다 등) 눌변이 중요한 까닭은 뇌과학에서도 증명이 되었다. 


두뇌의 시상(변연계의 일부로, 정보의 많은 부분이 모이는 부위)은 두 개의 독립적인 신경 통로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데, 정보가 전두엽을 통해서 편도체로 가는 '윗길'이 있고, 곧바로 편도체로 가는 '아랫길'이 있다. 윗길은 전두엽을 통해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고, 아랫길은 전두엽이 자극(정보)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기 전에 곧바로 공격-도피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해냄) 참조) 논리적으로 치밀하고 전략적인 메시지는 전두엽을 거쳐서 가기 때문에 달변은 국민들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 즉 정치인, 언론인, 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등이 달변에 해당한다. 다만 엘리트 집단도 눌변의 메시지(예 : 우리가 남이가?)를 만들어 대중에게 퍼뜨리기도 하지만, 일상 그 자체가 눌변인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그 다음에는 안철수 새정치의 핵심중의 해심인 '민첩함'이다. 컴퓨터만큼은 아니지만, 대중의 반응에 대해 빠른 속도로 처리하면서 평소 가졌던 소신과 미래의 구상을 순식간에 융합해서 대중의 언어인 '눌변'으로 표현하는 것은 안철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안철수는 미래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제안한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종합해본 후 정반합을 통해 현실안을 내놓는 것이다. 엘리트 달변가들은 <안철수의 생각>을 마치 공약집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안철수 본인이 스스로 이야기했듯 이 생각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들어보고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한다는 취지가 보인다. 


기존의 정치인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메시아로 자신을 이미지화한다. 권력의 정점에 스스로 서 있으면서, 국민은 명예직으로 여긴다. 하지만 안철수 식 새정치에 따르면 새로운 세상은 국민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정치인은 다만 국민의 생각이 소외되지 않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필터 역할을 한다. 정치학으로 보면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나마 이를 실천하려고 했던 사람은 안철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안철수의 생각>,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와 대통령후보 사퇴문 전문을 보면 '안철수 식 새정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 사퇴문로 본 '안철수 식 새정치'


안철수의 대통령직 사퇴는 남은 두 후보를 남루하게 만들어 버렸다. 


안철수는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 할 것을 선언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갔다. 이로서 안철수는 두 번째 양보를 한 셈인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한 것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양보한 것을 비슷하게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말은 '백의종군'과 같이 안철수의 깊은 속내가 담겨 잇는 핵심 문장이다. '새 대통령=새 정치'라는 공식은 더 이상 없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새 정치의 압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새 정치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정치사를 볼 필요가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미래를 말하다>는 책에서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를 역설했다. 보수대통령, 진보대통령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라는 시대적 맥락이 중요하며, 미국의 정치사는 시대의 맥락이 이끌어왔다는 게 크루그먼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경제적인 이슈에서부터 복지와 세금에 이르기까지 분명 지미 카터뿐 아니라 리처드 닉슨보다 더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다. 클린턴은 보수의 시대의 진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진보의 시대 보수 대통령도 있다. 바로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뉴딜정책 이전까지 연방정부는 고용주들의 믿을 만한 조력자로서 노조조직자들을 탄압하고 노조를 짓밟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공화당 출신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들어서자 연방정부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는 권리의 수호자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대한민국에도 보수의 시대가 찾아왔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정점을 지났다. 세계금융의 불황은 보수의 시대가 뒤안길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들이 왠지 어울리지 않은 옷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도 이런 시대적 기류를 감안해 경제민주화 등의 개혁 의지를 표방했지만 다시금 보수의 대통령 후보로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시대일까? 보수의 시대가 아니라면 진보의 시대일까? 안철수에 따르면 상식의 시대, 달리 표현하면 국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직 사퇴 연설문에는 '국민'이라는 표현이 아홉 번 등장한다. 그 중에서 의미심장한 부분만 모아보면 아래와 같다.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에게 상처를 드렸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 변화 갈망 풀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준 시대와 역사의 국면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안철수 후보 사퇴문 일부


'국민의 시대'라는 안철수 식 새정치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강조하는 의미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더 이상 정치인이나 여론조사 전문가, 교수, 저널리스트 같은 달변가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국민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라는 취지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관철될 수 있도록 뜻을 모으고 행동하라는 메시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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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적 임상치료를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심리학자이면서 철학자입니다. 인류의 차원에서 인본주의 제3심리학을 창시해 21세기 심리학자로 추앙받는 아이브러햄 매슬로 역시 심리학자이면서 철학자입니다. 심리학자들 중에서는 철학자인 사람도 있고, 철학자가 아닌 사람도 있는데 인류에 커다란 통찰을 남긴 사람은 대부분 철학자라는 점은 시사할 만합니다. 


<최성애ㆍ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을 읽으면서 최신의 심리 이론과 상담 사례, 그리고 쉬운 말과 인생의 지혜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특히 현재 우리의 사회적 나이가 중학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을 기반으로 진보적 시민운동이나 정치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영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철학과 심리학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작동한다고 했을 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컨대 청소년기에 전두엽이 리모델링되면서 30평의 두뇌가 100평의 두뇌로 넓어진다는 설명에서 100평 집으로 이사를 가면 30평인 '나의 옛집'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성찰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다 보니 트라우마와 마음의 상처가 나에게 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환기와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내가 오늘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면 감기 역시 나의 일부분이지 한시바삐 떨쳐내야할 천덕꾸러기인 것만은 아닙니다. 감기는 다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심리학,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능서로 한 등급 내려갈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마음은 21세기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이자 철학적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철학자들은 심리학 공부를, 심리학자들은 철학 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정체성을 하나로 만드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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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신나게 놀다 보면 소리도 좀 지르고 아이를 거꾸로 세워놓기도 하는데, 그러면 잔소리를 듣습니다. 


"땀 뺴면서 놀아주는 게 능사냐?!"


아이들과 병원놀이를 하는데 환자 흉내를 낸다고 소리를 질렀더니 이번에는 야단을 칩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좋은 소리도 못 듣고.."


가끔 속이 상해서 아기 엄마랑 다투기도 합니다. 아기 엄마는 아이들과 책 읽거나 조용하게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면 노는 것 같지 않아서 의견이 엇갈립니다. 아이 키우는 아빠들은 이런 고민 한번쯤 해보셨죠? 정말 아기 엄마 말대로 얌전하게 놀아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아빠 마음대로 노는 것이 좋은지.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청각이 발달하기 떄문에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알아봅니다. 엄마의 몸냄새만 맡아도 엄마를 알아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 역시 아기가 매우 어릴 때부터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감정코치 전문가인 존 가트맨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따르면 실험 결과 아버지와 많은 접촉을 가진 5개월 된 남자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부감을 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아빠와 같이 한 시간이 많은 두 살짜리가 낯선 사람과 함께 있어도 덜 운다는 또 다른 실험 결과도 소개했습니다. 





아빠의 존재감은 점점 커질 뿐만 아니라 매우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미치는 셈이죠. 이번에는 격하게 노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호주 뉴캐슬 대학 ‘아빠와 가족 연구 프로그램’의 리차드 플레처 연구원은 아빠의 과하다 싶은 놀이가 자녀의 정서에 미치는 정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30개월~5세 아이를 둔 30 가정을 대상으로 ‘아빠 양말 빨리 벗기기’ 등 과격한 놀이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결과 과격한 놀이는 아이의 신체 발달뿐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아빠와 더불어 과격한 놀이를 하면 성공했을 때 성취감의 큰 것이 장점인데, 아빠와 부대끼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보다 ‘거대한’ 상대를 물리쳤다는 큰 성취감을 쉽게 맛보고 성취감을 느끼면 자아 존중감이 길러지고, 자아존중감이 커지면 경쟁력이 아주 높아진다고 합니다.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은 “아빠와 과격한 놀이를 시켜보면 아이들은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과정 자체가 2~5세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매우 좋은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감정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 역시 아버지들은 아기의 호감을 자극하기 위해 경쾌한 소리를 내거나 탁탁 흥분시키는 활동을 하며 아이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고 기어 올라가기, 뛰기, 간지럼 태우기 같은 접촉은 아이들로 하여금 육체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많은 아동심리학자들은  시끄럽고 육체적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놀이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무시무시한 곰 흉내를 내는 것, 깔깔거리고 웃는 아이를 쫓아다니는 것, 아이를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시켜서 안고 돌아다니는 비행기놀이등은 아이에게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게임을 중단할 때("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아이들은 어떻게 한창 신났던 상태에서 평상심으로 돌아가는지 배우게 됩니다. 


엄마들은 주로 유효성이 증명된 '까꿍놀이'나 손뼉 치기, 책 읽기, 블록 놀이, 퍼즐게임 같은 놀이를 하는 반면 아버지들은 종종 특별하고 신기한 게임으로 아이들을 유도하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새로운 놀이에 흥미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놀이는 부부 간에 갈등을 가져올 수 있으니 시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컨대 자기 직전에 격한 운동을 한다든지, 아기 엄마가 애써 목욕을 시킨 직후에 격한 놀이를 하는 것은 삼가야겠죠. 


어쨌든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애를 쓰는 아빠들은 격한 놀이에 잔소리하는 아기 엄마들에게 위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놀아주는 아빠'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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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1-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들과 격하게 안놀아 준다고 뭐라고 하네요.

승주나무 2012-11-21 13:36   좋아요 0 | URL
saint236 님//저랑 반대네요. 저는 격하게 놀아준다고 ㅎㅎ
 

절대적 지지를 받는 학습법, '복습'




예습이 중요할까 복습이 중요할까? 절대다수의 학부모들이 '복습'을 중요하다고 꼽았다. 독서 커뮤니티 페이스북 소셜북스에 "예습이 중요할까요? 복습이 중요할까요?"라는 질문에 댓글을 단 14명이 모두 '복습'의 중요성을 꼽았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 박사의 실험, 즉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을 근거로 제시한 분도 있었다. 즉 한달이 지나면 20%만 남는다는 것이다. 망각곡선을 뚫기 위해서는 반복된 복습이 주효하다는 결론이다. 


공부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너, 진짜 공부해봤니>를 쓴 이용훈 씨는 "배웠으면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복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엄마가 알아야 아이가 산다>의 전위성 씨 또한 "선행학습보다는 개념 중심, 보충ㆍ심화 중심, 복습 중심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뇌(복습) < 잠재뇌(예습)



뇌 전문가들은 뇌의 효율성에 비중을 두고 논리를 전개한다. <아이의 뇌 부모가 결정한다>를 쓴 일본의 뇌 전문가 호사와 다카시 박사는 현재뇌와 잠재뇌를 가지고 설명한다. 뇌 속에는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이른바 현재뇌라는 부분은 극히 한정돼 있다. 때문에 현재뇌를 통해서 배웠던 부분은 급격히 사라진다. 그것은 현재뇌가 새로운 현재와 교감하는 과정에서 연결되지 못한 정보를 배출해 버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잠재뇌'의 움직임은 현재뇌의 몇 배에 이른다. 들어오는 정보 자체가 달라진다. '대충 훑어봐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꼭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현재뇌 수준에서의 생각이다. 실제로 복습의 중요성을 제기한 네티즌들은 '현재뇌' 중심의 사고를 보여주고 있었다. 


잠재뇌는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내용이 확실히 머릿속에 새겨놓는다고 한다. 다음 날 배울 부분을 미리 살펴보거나 훑어보면 정확히 이해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 수업에서 선생님께 그 부분을 설명들으면 이해력이 더 높아진다. 수업의 이해력이 높아지면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고, 수업 시간에 한눈을 팔거나 딴 짓을 하지도 않게 된다.


우리가 예습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선행학습' 때문이다. 선행학습이 학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여러 가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서울시내 초중고생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이 성적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를 1년 넘게 진행했는데, 개발원은 "학교 진도를 한 달 이상 앞질러 공부하는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은 실증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고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선행학습이 성적의 상승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비과외 집단이 장기적을(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볼 때 학업성적이 더 좋아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결론을 맺었다. 


어떻게 해서 선행학습이 예습과 유사한 것으로 인지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예습에 대한 오해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습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배울 것을 미리 익힘"의 뜻이다. 즉 시간의 흐름이 있다. 언제 배울지 모를 것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곧 배우게 될 것을 익힌다. 사춘기 전후의 아이들은 뇌 용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내일이나 모레 같은 짧은 시간 안에 배울 것을 미리 보는 것을 예습으로 보는 것이 옳은 접근이다. 아이의 뇌가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배우는 것은 명백한 선행학습으로 예습과는 전혀 상관 없으며 아이들의 학습에 오히려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서 입증되었다. 


요컨대 복습을 통해 현재뇌를 자극하고, 예습을 통해 잠재뇌를 자극하는 방식을 함께 사용한다면 학습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의 순서를 따르는 학습방법을 권할 수 있다. 


1. (1~2일 전 배울 내용을) 미리 학습(잠재뇌 사용) → 2. 선생님께 배우며 이해력 향상(현재뇌 사용) → 3. 적절한 복습을 통해서 장기기억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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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12-11-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그래도 전 복습 지지자랍니다.
요즘처럼 애들이 바쁘면 예습, 복습을 다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복습에 한표를 던집니다.

승주나무 2012-11-21 00:48   좋아요 0 | URL
antitheme 님//오랜만입니다. 저도 복습 지지자입니다. 이 글의 요지는 "예습 우습게 알지 마라"입니다. 복습과 예습 비율을 8:2 정도만 유지해도 좋겠죠. 예습을 0으로 만들지만 않으면 됩니다^^

야클 2012-11-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드디어 승주나무님도 슬슬 교육에 관심이 가는 때가 되었군요. 저도 요즘엔 유치원 뉴스만 나오면 관심이 갑니다. 아직 수능 관련 뉴스는 먼 달나라 얘기지만요. ^^

승주나무 2012-11-21 10: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무래도 아기들을 키우다 보니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야클 님 오랜만입니다. 잘하면 1월에 책이 나오는데, 그때 제대로 신고하겠습니다~~

울보 2012-11-2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예습 복습을 실천하려는 엄마중에 한사람, 그런데 너무 힘드네요,아이도 힘들고 시키는 엄마도 힘들고 스스로 공부할 나이가 된다면 지금도 스스로 해야 하는데 엄마는 조금 편해지려나,,

승주나무 2012-11-21 14:06   좋아요 0 | URL
울보 님//실천이 가장 힘들죠.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 책의 재미만 주려고 하는데, 공부와 책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새롭고 재미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생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