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PC방 안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데, 컴퓨터는 모두 켜져 있었다.

‘이 많은 컴퓨터를 온종일 가동하려면 전기세 꽤나 나오겠군.’

“인터넷 박물관에 온 걸 환영해.”

쇼페인트가 저렇게 맑고 밝은 얼굴을 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데, 녀석은 마치 정말 가고 싶어하는 곳에 온 것 같은 표정이었다. 늙수그레하게 생긴 청년 한 사람이 컴퓨터 사이를 기웃거리며 간간이 마우스로 클릭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야?”

“인터넷 박물관장님이야. K씨라고 흔히들 부르지.”

쇼페인트는 ‘님’자까지 붙여가며 그를 소개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서울 한복판의 PC방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안의 넓은 인터넷 세계를 떠돌면서 시민들이 작성한 문건들을 검색하고 있어. 이 컴퓨터들은 ‘디지털 진딧물’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야. 사람들이 작성한 내용에서 동일한 주제를 검색할 뿐만 아니라, 그 문건 전후의 문건을 검색해서 그것과 연관되는 것들을 찾아내는 거지.”

“다음 문건이 그것과 연관되는지 안 되는지 컴퓨터가 어떻게 알 수 있어. 동일한 키워드가 없으면 찾을 수 없잖아.”

“그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대개 문건의 앞뒤는 동일한 주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분석 결과 나타났어. 그래서 앞 뒤의 문건이 꼭 그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이것, 그것’ 등의 대명사를 통해 그 주제를 표현할 확률이 큰 문건들을 검색해내지. 그것이 디지털진딧물의 역할이야. 진딧물들은 단백질이 주 영양분인데, 식물의 즙은 단백질 함량이 얼마 되지 않거든. 그래서 포식하기 마련인데, 진딧물이 적정량의 단백질을 얻으면 탄수화물은 과다하게 흡수된 상태이지. 그래서 남는 당분을 배설하게 되는데,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보도 단백질과 같아. 그래서 하나씩 클릭하면서 유용한 정보인지를 결정하는 ‘디지털개미’가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러면 일일이 클릭해야 하잖아. 그걸 어떻게 다해.”

“그래서 인공지능 개미를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 개발단계라 사람이 일일이 클릭을 해줘야 하거든.”

쇼페인트는 아쉬운 표정으로 설명한다. 디지털개미가 차를 내온다.

“아저씨는 이렇게 하루종일 컴퓨터를 가동시키면서 어떻게 생활을 유지하세요?”

나는 이게 참 궁금했다.

“현대 사회는 정보 강자의 세상 아닌가요. 나는 정보의 강자랍니다. 그래서 벌이도 권력도 명망도 이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찾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비하면 먼지만큼도 못합니다.”

“음... 일리가 있군요. 그런데 실명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무한공유 시대에 이름이란 한낱 기호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이름이 없고 그냥 시민이라는 명칭만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뭐. K는 Kim의 약어입니다. 우리나라에 김씨가 가장 많잖아요. 그래서 많은 것으로 기운 것일 뿐,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이를 매긴다면 인터넷의 나이는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인터넷 시대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어렵잖게 예견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가 사용하던 물품은 유품이 되듯이 그가 몸담았던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수없이 남겼던 게시판의 글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3년이 넘은 휴면 계정이 있으면 먼저 주인에게 메일을 보내 존재 유무를 확인하고, 답변이 없으면 파일 형식으로 담아서 인터넷 박물관에 저장합니다. 여기서 미래를 생산할 수 있어요. 아직은 계획에 불과하지만, 좋지 않은 마음을 품은 세력들이 이 정보를 마음대로 유용하기 전에 이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나는 마치 한 편의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시민들의 정보라는 것이 그렇게 가치가 있나요?”

“지금은 아직 ‘무한공유 시대’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옛 시대의 체질을 가지고 있어서 지식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적 재산권’이라는 제도가 그것을 말해주죠. 옛 조상들의 말에 ‘큰 부자는 큰 장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식을 널리 공유하는 것만큼 인류의 지식을 크게 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지식 공유권’이라고 해야 마땅합니다. 무한공유 시대가 오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은 시민들입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했어요. 만약 제 모습을 찾는다면, 그 시대에 맞는, 시대 정신에 맞는 행동을 할 겁니다. 그 첫 영토가 우리나라의 인터넷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직 확신할 수가 없다. 쇼페인트와 박물관장의 표정은 너무나 의연하다. 그 시대가 오면 내가 정보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말인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천의 얼굴과 천의 목소리를 가진 누리꾼들의 입에서는 듣기 불편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토론 게시판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이야기를 들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수많은 오해와, 폭력, 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우리의 영토에서 이렇게 무서운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진정한 주인이 된다고. 나는 납득할 수 없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허위의 탈을 쓰고 있을 테니, 빨리 그것이 벗겨졌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 허위의 탈이 쇼페인트나 박물관장의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소망이 마음 한켠에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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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페인트는 오늘도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었었다. 내가 옆에서 뭘 하든 말든 못 본체다.


“쇼페인트 오늘 누구 만나러 가는 모양이지.”


쇼페인트는 아무 대답이 없다. 뭔가 생각에 잠기듯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때는 녀석은 눈을 감은 것이나 다름없다.


“너 혹시 발굴학이라고 들어봤니?”

“뭐, 고고학을 말하는 거니?”

“고고학이 아니라 발굴학 말이야.”

“참, 세상에 발굴할 신기한 것이 어디있담. ‘놀라운 것은 이미 나에게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광고문구도 모르니?”


쇼페인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나는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 해서 황급히 뒤를 따른다.


“사상은 시대정신을 따라 움직여. 그런 의미로 보면 ‘발굴학’은 가장 현대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어.”

“도대체 발굴학이란 게 뭐야? 시대정신은 또 뭐야. 시대정신은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혔다고 말한 사람이 이제 와서 다시 시대정신 운운하는 것은 너답지 않은데.”


“발굴학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주요한 문제로 다루는 학문이야. 학문이 주류를 따른다면 발굴학은 비주류 학문이라 할 수 있지. 예전에는 몇 사람의 선각자가 열정적인 성찰을 통해 우둔한 시민들의 등불이 되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시민들을 향하여 들불이 되는 거야. 선각자들은 내적 성찰을 통한 외적 실현이 인생의 방향이라면, 시민들은 내적 성찰을 통한 내적 실현이야. 참여는 하되 이끌지는 않는 것이 시민들의 특징이야. 그렇지만 지식의 무한공유 시대가 되면서 선각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지식의 권위자가 되는 시대가 왔어. 그것을 잘 표현한 것이 발굴학이지. 발굴학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지식이나 사상, 문화의 흔적을 찾아내 우리의 시대정신을 찾아내는 거지.”

“시대정신이 ‘알려지지 않은 시민들’에게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예전과 지금은 차이는 너무도 뚜렷하지 않니. 예전에는 곧잘 뭉쳤어. 시대정신이 굉장히 명확했기 때문에 거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어때? 시대정신이 아예 없어 보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발굴학자들은 시대정신이 이동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어. 시대정신은 시민들의 조용한 앞마당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 거지. 발굴학의 목표는 그것의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의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는 거야. 나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말야.”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허름한 동네 PC방 앞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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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지음 / 민음사 / 2003년 6월

 

김수영의 산문집을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또 즐겁게 난다.

세상의 온갖 회유와 압박도, 오늘날의 회자와 찬사도 결코 녹일 수 없었던 그의 비판정신. 특히 내적 자기성찰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던 그였다. 그가 남긴 '창작자유의 조건'을 펼쳐보자.

이승만 정권 때의 일이다. 펜 클럽 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분들을 모시고 조그마한 환영회를 갖게 된 장소에서 각국의 언론자유의 실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끝에 모 여류시인한테 나는 "한국에 언론자유가 있다고 봅니까?"하고 물었더니 그 여자 허, 웃으면서 "이만하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하는 태연스러운 대답에 나는 내심 어찌 분개를 하였던지 다른 말을 다 잊어버려도 그 말만은 3,4년이 지난 오늘까지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시를 쓰는 사람, 문학을 하는 사람의 처지로서는 <이만하면>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언론자유에 있어서는 <이만하면>이란 중간사(中間辭)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언론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둘 중의 하나가 있을 뿐 <이만하면 언론자유가 있다고> 본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그 자신이 시인도 문학자도 아니라는 말밖에는 아니 된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소설, 평론가, 시인이 내가 접한 한도 내에서만도 우리나라에 적지 않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문학의 후진성 운운의 문제를 넘어서 더 큰 근본문제이다. (김수영 산문전집, '창작자유의 조건' 중에서)

정치와 법치는 문학과 예술보다 비속하니 한 사람의 인권쯤은, 그것도 대한민국 국보법 안에서 이를 무위로 만들려는 괘씸한 몸짓쯤은 초당적으로, 초법적으로 다뤄도 된다는 말인가.

천정배 법무장관의 인터뷰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 김수영을 떠올리게 되었다.

“터무니 없이 본질을 벗어나는, 어떤 면에서는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법치주의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 원칙, 즉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소명되지 않으면 불구속 수사한다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 모든 인간,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 하루에도 수백명씩 구속되는데 왜 한 사람만 봐주냐는 얘기가 있다. 턱도 없는 얘기다. 한두 명 제외되면 어떠냐는 사고방식은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한참 먼, 군국주의적·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 본질적으로 국가는 국민 개인의 인권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저급한,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비판이다. 본질을 호도하려는 정치적, 정략적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천정배 법무장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절대적이어야 할 것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고,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을 규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와 법치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제도와 관습과 법률을 뛰어넘는 것은 장대한 이상(理想)이어야 한다.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이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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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 인간으로 보인다 : 그래도 개는 개로 보여야 합니다.
콘라드 로렌츠 / 자작나무 / 1994년 9월

개미세계여행 : 학부시절 들고 다니면서 감동을 먹었던 책입니다. 화려한 그림과 방대한 내용에 놀라게 되죠. '개미'관련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 적합합니다.
베르트 휠도브러 / 범양사 / 1996년 11월

개미제국의 발견 : 차라리 개미세계여행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 공들여 쓰여지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 북스

게놈 Genome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MattRidley, 김영사, 2001.
유전자에 관련된 23개의 에세이.
MattRidley의 필력은 역시 뛰어납니다.

게임의 이론 모튼 데이비스. 팬더-북. 1995역.
각종 게임이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얇은 책에 비해 소개되는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과학의 사회적 사용 : 얼마전 사망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강연록입니다. 과학장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죠.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창작과 비평사.

과학적 발견의 논리 : 반증가능성으로 유명한 칼 포퍼의 책. 읽기 어렵습니다. 철학자의 책이니까요. ^^
칼 포퍼 지음. 품절.

과학혁명의 구조 : 토마스 쿤을 모르고 과학에 관해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가 전적으로 옳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쿤은 그의 책이 오용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절규했다죠. '나는 Kuhnian 이 아니다!!!'
토마스 쿤 지음. 까치글방.

공격성에 관하여 - 이화문고 42 : 콘라드 로렌츠 최고의 책입니다.
콘라트 로렌츠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1989년 6월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오조영란, 홍성욱 엮음. 창작과 비평사. 1999.
사회생물학 관련서는 아니지만 첫 장인 "남녀 생물학적 차이, 그 역사적 함의"는 읽어볼 만 합니다. 사회생물학을 가장 비판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는 여성계죠.

놀라운 가설 : 별로 놀랍지 않은 가설. 신경생리학 입문서 정도로 적합할 듯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의 책은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프랜시스 크릭 지음.

누가 인간복제를 두려워하는가? :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윤리적 정당성은 정당한가?
그레고리 E. 펜스 지음. 양문사.

눈먼시계공 리차드도킨스. 민음사. 1986(1994 역)
진화라는 있을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도킨스와 굴드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도킨스의 입으로 들어봅니다. 안타깝게도 절판.

다윈 이후 : 굴드 최고의 책 중 하나입니다. 안타깝게도 절판되었지만.
스티븐 제이굴드

동물의 사생활 존 스파크스, 까치글방, 2000.
동물의 성선택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루시퍼 원리 - 역사 원동력에 관한 과학적 분석 : 분석은 날카로운 데, 생각의 깊이는 경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제외하고는 그의 주장은 들을 가치가 없습니다. 곧 절판 되겠죠.
하워드 블룸 지음. 파스칼 북스.

마음의 진화  : Daniel Dennett 은 Edge 의 주요 논객이기도 합니다. 그의 의식에 관한 지향이론은 유명하죠.
다니엘 데닛 지음.

마이크로코스모스 : 미생물에 의한 진화의 역사. 절판되었고, 읽는 도중 조금 지루하기는 해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린 마굴리스 지음.

마인드 바이러스 리처드 브로디, 동연, 2000.
Meme에 대한 최초의 대중서라고 소개된 책. 이기적유전자 Meme관련 Chapter를 읽었다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자전쟁과 같이 뻥이 심한 책. 책은 전문가가 써야 합니다.

美-가장예쁜유전자만살아남는다 낸스 에트코프. 살림. 1999(2000 역).
국내에 소개된 [진화심리학]] 책 중 하나입니다.

부분과 전체 - 인문사회자연과학도를 위한 교양신서 1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 지식산업사 / 1999년 10월

빈 서판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스티븐 핀커 지음/ 사이언스 북스/ 2004, 2002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제의 그 책이 번역되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갈등을 과학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저입니다.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사회생물학 :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인 이 책을 안 읽고는 진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에 했던 사회과학과 생물학의 통합이라는 말 때문에 윌슨은 인문학자들의 주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윌슨 지음 대우학술총서

사회생물학과 윤리 피터 싱어, 인간사랑, 1999.

사회생물학 논쟁 프란츠 부케디츠, 사이언스북스, 1999.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부질없는 논쟁이라 결말 짓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을 부인하는 생물학자는 없지만 교육을 강조하는 이들은 곧잘 유전적인 요인을 부정합니다. 훌륭한 책들은 항상 절판되죠.

삼중나선 리처드르원틴. 잉걸. 1998(2001역).
생물학적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는 리처드 르원틴의 저서. 동일한 유전자라 하더라도 환경과 발생잡음 등의 영향으로 전혀 다른 개체로 발생할 수 있음을 들어 도킨스류의 이론을 비판. 본문이 160page로 분량이 작습니다. 왠만하면 읽지 마세요. 별 가치가 없는 책입니다. 번역도 엉망이죠.

생명의 다양성 : 에드워드 윌슨의 환경론.
에드워드윌슨 / 까치글방 / 1995년 10월

생명이란무엇인가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지호, 1999.
공생이라는 마굴리스의 아이디어로 30억년 생명의 역사를 서술해 놓은 책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에르빈 슈뤠딩거 지음 :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지만, 물리학의 환원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책들은 별로 감동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참 이상합니다. 가장 환원주의적인 연구가 노벨상을 탄다고 했던가요?
한울 아카데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각 종 신문에 실었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이런 책은 책으로서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감상주의는 인간중심주의보다 더 위험한 자연주의적 오류를 낳습니다. 독자서평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책이기도 합니다.
최재천 지음. 효형출판

성이란 무엇인가 이인식. 민음사. 1998.
과학 칼럼가 이인식의 성에 관한 칼럼 모음집. 입문서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래 같은 제목의 책으로 린 마굴리스의 책이 있었습니다. '
마이크로코스모스'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와 '성이란 무엇인가'로 나뉘어 출판 되었었는데 절판되었습니다.

섹스란무엇인가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지호, 1999.
성의 기원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마굴리스는 독창적이면서도 널리 공감대를 가져오는 주장을 합니다.

손이 지배하는 세상 (정신의 부속 도구가 아닌 창조자로서의 손) :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마틴 바인만 (엮은이), 박규호 (옮긴이)

솔로몬의 반지  : 에세이에 가까운 책입니다.
콘라트 로렌츠 지음, 김천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7월

심리학의 오해 : 심리학은 과학입니다. 심리학은 한쪽 끝은 생물과학의 영역에서부터 다른 쪽 끝은 사회과학의 영역과 경계를 이루는 엉성하게 결합된 지적왕국입니다.

언어본능 - 정신은 어떻게 언어를 창조하는가 : 노엄 촘스키의 극찬을 받은 MIT 인지심리학 교수 핑커의 책. 인류사의 보고가 될 만한 책입니다.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 그린비 / 1998년 3월

에덴밖의 강 : 절판되었죠. 말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리쳐드 도킨스

우리유전자안에없다 리처드 르원틴 외. 한울. 1988(1993 역)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 생물학적 결정론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가. 전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는가?

유전자와생명의역사 킴 스티렐리. 몸과마음. 2001(2002 역).
도킨스와 굴드의 주장을 비교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도킨스와 굴드는 함께 읽어라.^^

유전자 사랑 그리고 진화 - 성은 왜 만들어졌을까? - 한국유전학회 총서 5 : 좋은 책입니다. 명언집을 참고하세요.
리쳐드 미코트 지음. 전파과학사.

이기적유전자 리차드도킨스, 을유문화사, 1993.
리차드도킨스의 대표작. 사회생물학에 관심이 있다면 소개가 필요 없는 필독서.
개정판 나왔습니다. 읽어 보세요. 협동의 진화에 관한 챕터는 이타적 유전자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이타적유전자 MattRidley, 사이언스북스, 2001. 최재천 교수님 리뷰
이기적유전자의 업그레이드 확장팩. ^^ 도킨스에 필적하는 필력!

이중 나선 - 핵산의 구조를 밝히기까지, : 이 책은 과학서적이 아닙니다. 자서전이죠. 역시 노벨상 수상자들의 책은 재미가 없습니다.
현대과학신서 8A
J.D. 왓슨 지음, 하두봉 옮김 / 전파과학사 / 2000년 4월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사이언스북스, 2000.
윌슨이 정리한 현대 진화론. 윌리엄스의 "진화의 미스테리"와 거의 유사한 주제입니다.

인간은왜병에걸리는가 R. 네스·조지 윌리암스, 사이언스북스, 1999.
다윈의학에 대한 소개를 다룬 책. 다윈적인 시각으로 보면 질병도 다르게 보입니다.
노스모키안의 강추를 받는 책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 : 위대한 과학자 칼 세이건의 인류진화사 서설.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 김동광 외 옮김 / 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오리진 -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리처드 리키 / 세종서적 / 1995년 06월 / 

욕망의 진화 : 이 책을 쓸 당시의 버스는 약간 오버가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진화심리학이 약간 나이브했던 것과 같은 이치겠죠.
데이빗 버스 지음

자연주의자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병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6년 8월

전염병의 문화사. 아노 카렌, 사이언스북스, 2001.
"
인간은왜병에걸리는가"의 전염병 부분에 대한 설명을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염은 인간에게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은 의학사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죠.

접촉 데스몬드 모리스, 지성사, 1994.
데스몬드 모리스의 또 다른 대중서. 털없는 원숭이보다는 인기가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데스먼드 모리스를 싫어합니다.

정자전쟁 로빈 베이커. 까치글방. 1996(1997역)
인간이 경험하는 거의 모든 성행동을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다는 중론입니다.

제3의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사. 1993(1996 역) :인류의 진화에 관한 탁월한 책 중 하나입니다.
인류의 진화는 이랬다.

제6의 멸종 - 대멸종은 진화의 원동력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또하나의 멸종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리처드 리키 / 세종서적 / 1996년 11월  

종의 기원 : 이 책 외에 리쳐드 리키가 지은 종의 기원이 있습니다. 두 권 다 좋은 책입니다.
찰스 다윈 지음, 박영목 옮김 / 한길사 / 1994년 4월

진화심리학 - 하룻밤의 지식여행 4 : 이책은 단순한 만화책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시작해도 진화심리학의 모든 문헌에 접근 가능합니다.
딜런 에반스 지음, 이충호 옮김, 오스카 저레이트 그림 / 김영사 / 2001년 2월

진화의 미래 : 좋은 책으로 기억합니다. 명언집 에 이 책의 명언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윌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1999년 3월

진화의 미스터리 조지 윌리엄스. 두산동아. 1997(1997 역)
조지 윌리엄스의 현대 진화론에 대한 설명. 최고의 책 중 하나.

총,균,쇠 :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들은 믿을만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 문학사상사

컴플렉시티 - 생명과학의 통일적 이론. 자연계에는 내재된 질서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저자 :
로저 르윈, 역자 : 김광희, 세종서적, 1995.2.1

클론and클론 스티븐 제이 굴드 외. 그린비. 1998(1999 역)
인간복제를 둘러싼 찬반론을 소개하고 있다. 생물학자 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인간복제에 대한 견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인간복제에 대한 소위 '각계 전문가들'의 무지도 알 수 있죠. 소설가들은 정말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도킨스와 굴드 그레고리 펜스의 글이 읽을만 합니다.

털없는 원숭이 데스몬드 모리스, 정신세계사, 1991.
데스몬드 모리스와 비슷한 주장을 이제는 보기 힘들죠. 그러나 초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라는 점에서는 영향이 컸습니다.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 위대한 생물학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과 사상은 숭고하고 정열적이며 위대합니다.
프랑수아 자콥 지음. 궁리출판사.

판다의엄지 StephenJayGould , 세종서적, 1998.
현대 진화론에서 도킨스와 함께 축을 이루는 굴드의 진화론에 대한 소개. 다만 굴드적인 주장보다는 진화론에 대한 전반적이 소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진화론이 가져왔던 사회적인 파장들에 대해서도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 굴드. 사이언스북스. 1996.(2001 역).
도킨스와 차별화 되는 굴드의 주장을 굴드의 책에서 읽기는 어렵습니다. 굴드의 책이 몇권 번역되지 않았고 그중 하나인 "다윈이후"는 절판되었기 때문입디다. 유쾌한 농담이 즐거운 책.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핀치의부리 조너던 와이너. 이끌리오. 1994(2002 역). 퓰리쳐상 수상작.
진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사소한 차이가 종의 생존을 결정합니다. 과학자들의 숭고한 열정과 다윈조차 몰랐던 종분화의 사례를 보여주는 훌륭한 책. 전문지식 없이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DNA 독트린 리처드르원틴, 궁리, 2001.
리처드 르원틴의 사회생물학 비판서. 대중을 위한 라디오 대담을 정리한 것이라는 것을 참고.

회의적 환경주의자 : 비외론 롬보그 지음, 에코 리브르, 2003

약 1년전 쯤 덴마크의 정치학자 Lomborg의 글을 읽고 교조적 환경주의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과격하고 편향되어 보이지만 균형된 시각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시기 전에 그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노스모크의 페이지에 제가 많은 글을 남겨 두었습니다. 노스모크의 환경분류에도 좋은 페이지들이 많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출처 : http://my.dreamwiz.com/korean93/Database/book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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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snow 2005-11-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될 것 같아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승주나무 2005-11-15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다니요. 저도 퍼온 걸요.. 과학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저도 생물학이나 과학사 같은 데 요즘 관심 갖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북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피터 탤랙 엮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이기적 유전자, 과학혁명의 구조 등 과학 교양 서적을 읽고 나서 들끓는 욕구로 과학사 책을 하나 정해서 보기로 했다. 시중의 과학사는 주로 과학사의 연대를 몇 부분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의의를 서술하는 식이었다. 문학사든 철학사든 흔한 방법중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 눈에 띈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 시간 여유가 많이 없을 때 아무 페이지나 볼 수 있다는 점, 집중적으로 하나의 주제에 매달린다는 점, 기억할 만한 사건과 기억할 만한 과학자, 그리고 주제와 인물을 적절히 표현하는 그림이다.

'사이언스 북'은 텍스트 한 면, 그림 한 면으로 되어 있어, 왼편에 있는 글을 읽으면서 오른쪽의 그림을 참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중간에는 대표저자들이 총론에 해당하는 두 페이지짜리  글을 써놓았다.

역사 서술로 따지면 편년체(編年體)라 할 수 있는데, 기원전 35000년부터 인간 유전체 지도가 작성된 2000년까지 유구한 과학의 역사를 담아낸 250개의 장면 안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알고 있지 않은 이야기나, 알 도리가 없는 내용을 실감나게 알려주고 있다. 혈액형 ABO가 항체인 것은 알지만, 동물의 피를 수혈해 왔고, 때로는 성공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수학이나 기호를 표현하는 것도 단순화의 극단적 표현이다. 그들은 대나무의 텅빈 속처럼 뚫려 있다. 어디 매이지도 않고, 쓸데없는 오해를 조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단조롭지 않다. 그들이 발견한 세계는 시인과 철학자들이 발견한 정신세계와 같이 신비하고 아름답지만 보다 다채롭고 선명하다. 만약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만들어 놓은 비유의 강을 예술적 원천으로 삼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들의 표현하는 과학 안에는 정치, 속설, 종교, 민간신앙, 배신, 모략 등이 인간계보다 훨씬 넓은 자연계 안에서 펼쳐진다. 그들에게 '인간'이라는 개념은 만물의 주인이자 하느님의 아들이며, 이성적인 동물과 같은 영예로운 것이 아니다. 동물과 같은 계를 가지며, 동물과 같은 사회 안에서 서로 먹고 먹히면서 동물의 본능을 공유하는   좀 특이하고 관심이 더 가는 존재일 뿐이다.

만약 데카르트가 '정신'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주일간 성찰한다면 그는 '과학자'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나온 듯한 이 책이 만약 5년 정도만 늦게 발간되었다면 우리나라 연구팀의 자랑스런 연구결과도 게재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을 덮었다. 과학의 각 분야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저자들의 세련된 필체와, 세심하게 배려한 배열을 따르며 과학사의 넓은 밑그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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